04.
유진은 눈을 떴다. 뻐근한 몸, 어지러운 머리. 이마를 부여잡고 고개를 돌려보니 회사에서 제공한 자신의 집이었다. 유진은 어제의 기억을 되살려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어떻게 집에 도착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또,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화끈한 통각이 척추를 내달렸다. 유진은 이를 물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윽….”
잘 움직여지지 않는 몸에서 은밀한 곳만이 개폐하고 있었다. 엉덩이 사이가 벌어져 있는 느낌이다. 유진은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바지 안에 손을 넣었다.
“하아.”
부끄러운 부위가 쓰리고 따끔했다. 유진은 손가락으로 항문 주위를 만졌다. 입구가 확연하게 부어있는 게 느껴졌다. ‘했다는’ 게 여실한 구멍을 살피며 유진은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또 혼자 뭘 가지고 논 거야?”
유진은 침실 안을 둘러봤다. 구멍을 가지고 놀았을 만한 도구는 보이지 않았다. 술이라도 마신 날엔 침대 주위에 딜도 같은 게 굴러다니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이번엔 손장난인 듯했다. 유진은 특이하게도 애널 자위를 하는 주사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술에 취해 혼자 뒷구멍을 쑤셨다고 생각했다.
“빨리 고쳐야 하는데.”
후우. 유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나 과격하게 쑤신 건지 구멍이 화끈화끈했다. 유진은 그것이 겁간의 흔적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몸이 아픈 것만 빼면, 그 외에는 평소와 다를 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유진은 시계를 보다가 놀랐다. 생각보다 훨씬 늦은 시간이었다. 정신 못 차리고 늦잠까지 자버렸으니 술이 웬수라고 생각하며 유진은 집을 나섰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샘플입니다.”
앞에 앉은 레이가 유진에게 시디 케이스 하나를 건넸다. 알 수 없는 글자들로 한쪽 면을 채운 시디 케이스. 유진은 지금 자신의 첫 포르노 DVD 패키지를 살피고 있었다. 성교 씬들의 스냅샷이 바탕을 이루고 있는 표지에 유진의 모습이 음란하게 프린트돼 있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봤던 AV의 표지들과 똑같다. 실제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전설 속의 물건을 보는 것 같은 감상을 유진은 받았다. 더군다나 그 표지에 떡하니 있는 게 자신의 얼굴이라니.
“이런 건 정말 처음입니다.”
“여기는 세일즈가 비디오 중심이라서요.”
레이가 웃으며 대답했다. 유진은 샘플 케이스를 다시 레이에게 돌려주었다. 음란물 사이트에 올라가기만 했지 자신을 주인공으로 제작된 노골적인 상품을 본 적은 처음이라 유진은 그게 조금 낯설고 부끄러웠다.
“그러고 보니 뒤풀이 가셨다면서요?”
레이가 생각났다는 듯이 가볍게 물었다. 유진은 이곳의 언어가 조금 익숙해진 귀로 단어를 대충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술 많이 마셨어요?”
“많이 마셨어요. 이제 안 마실 거예요.”
“하하하.”
서툰 문장으로 하는 유진의 대답에 레이가 웃었다. 유진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팅 내내 나른한 정신을 집중시키느라 혼이 났다. 아직도 몸 상태가 돌아오지 않았다. 잔뜩 마신 뒤에 어지러운 적은 있어도 이렇게 온몸이 쑤신 적은 처음이라 유진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사장님?”
레이와 함께 유진이 미팅룸을 나설 때였다. 유진의 뒤로 시선을 던지며 레이가 예의 직함을 입에 올렸다. 유진이 놀란 반응을 보인 건 당연지사다. 제프는 지금 유진이 피하고 싶은 인물 1순위였다. 그러나 유진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별개로 제프가 회사 안을 돌아다니다가 때마침 두 사람과 마주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오, 마침 준 군이 있었군, 잘됐어. 레이, 준의 데뷔작 표지 아직 촬영 안 했지? 지금 바로 스튜디오에서 찍으면 어떨까 하는데.”
“네?”
아주 우연찮게 두 사람을 발견한 제프가 갑자기 예정돼 있지 않던 일정에 대해 입에 올린다. 레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는 일정 관리자였고, 그것이 사장 관할 스케줄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어리둥절해 보이는 유진을 바라보며 레이가 제프에게 연유를 물었다.
“지금 바로 말인가요? 하지만 그건….”
“촬영 하나가 펑크가 났어. 작업자들 다 불러놨는데 땜빵 한 번 부탁하자고. 어차피 해야 하는 거잖아?”
제프의 말을 듣고 레이는 당혹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옆에서 유진은 영문 모르고 눈동자를 굴리고 있다. 오늘 분명 쉬는 날인 걸 일부러 불러낸 것인데, 지금 당장 급작스러운 사진 촬영을 해야 한다는 걸 그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레이는 고민이었다. 통보를 끝낸 제프가 유진의 어깨를 붙잡았다.
“지금 촬영하러 갈 거니까 준비하자고.”
“저기….”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
제프가 유진을 곧장 끌고 갔다. 난데없이 끌려가게 된 유진이 화들짝 놀란 고라니 같은 얼굴로 레이를 쳐다본다. 그 데굴거리는 눈동자를 보며 레이는 동정을 느낀다. 그렇다고 그에게 사장을 제지할 수 있는 권한 같은 건 없었다. 레이는 한숨만 쉬며 두 사람을 뒤따랐다.
제프가 유진을 끌고 간 곳은 사내 촬영실이었다. 하얀 배경천이 세워진 스튜디오 안에는 카메라를 든 낯선 남자들이 모여 있었다. 제프는 촬영 대타가 된 유진을 덜렁 세워놓고 스태프에게 이야기를 하러 갔다. 이 틈을 타서 레이는 유진에게 빨리 설명했다.
“패키지 찍는 거예요. 표지 촬영. 프로필 찍어보셨죠? 그거랑 비슷하니까 너무 걱정 말고….”
그러나 레이에게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제프가 당장 큰소리로 유진을 불렀다. 유진을 촬영에 투입시키라는 호출이었다. 레이는 할 말 많은 표정으로 그쪽을 쳐다봤다. 고집불통인 상사. 외국인 배우. 말 안 통하는 두 사람 사이를 조율해야 하는 가장 고난이도의 역할을 부여받은 레이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그 빵 터질 것 같은 얼굴을 보고 유진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습니다.”
난데없는 거야 그도 마찬가지였지만 유진은 일단 자신을 안심시키려는 레이의 노력을 알아들었다.
“이거 갈아입고 나오세요.”
두 사람 사이를 헤집고 스태프가 유진에게 의상을 건넸다. 레이는 유진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다음 일정이 있었고 서둘러 가봐야 했다. 곧 레이가 자리를 떠나고 유진 혼자 옷을 받아 든 채 탈의실 안으로 등을 떠밀렸다.
“하아….”
손에 든 옷가지를 보고 유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분명 오늘 휴일이었던 것 같은데…. 별다른 수 없이 유진은 우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카메라맨들이 배경 천 앞에 유진을 세워두고 몇 번씩 테스트 샷을 찍었다. 유진은 스태프에게 간단한 머리 손질과 메이크업을 받았다. 본격적인 촬영은 그 다음이었다.
“다 벗고 이거 입으세요.”
스태프가 또다시 유진에게 촬영 의상을 건넸다. 알 수 없는 옷가지를 살피던 유진의 눈이 커다래졌다.
“이건….”
받은 의상을 보고 유진은 기함했다. 아니, 그건 의상이 아니었다. 그가 받은 건 국부만 가릴 수 있는 공사용 속옷이었다. 포르노나 에로 사진을 찍을 때 성기에 살색 천을 대어 음부 노출을 막을 때 쓰는.
“…….”
속옷이라고 할 것도 없는 천 쪼가리를 손에 들고 유진의 표정이 아연해졌다. 속옷은 마치 면으로 된 정조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고, 남성기를 집어넣는 천 주머니 밑으로 티 팬티처럼 엉덩이 골을 가리는 끈이 이어져 있었다. 많지는 않아도, 유진도 이것을 써본 적이 있기야 했지만 이렇게 공개된 공간에서 입기는 처음이었다. 그것도 낯선 사람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준 군. 전부 벗고, 그걸로 아래를 가리면 돼.”
그를 향한 목소리를 알아듣고 유진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카메라맨들의 사이에서, 제프가 유진을 보곤 옷을 벗는 시늉을 하며 지시를 하고 있었다. 유진은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저 인간, 왜 저렇게 평온하지? 쏘아보는 유진과 눈을 마주치며 제프는 돼지 껍데기를 두른 것 같은 면상으로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분명 그와 유진 사이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제프는 유진에게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고, 그 때문에 유진은 줄곧 고민에 휩싸여 있었다. 그런 유진의 고민을 비웃는 것처럼 제프는 아무렇지 않게 그를 대하고 있었다.
“어서.”
제프가 유진을 재촉한다. 수많은 남자들이 유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능청스러운 얼굴로부터 시선을 돌리며 유진은 천천히 옷을 벗었다.
여러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있는 앞에서 알몸이 된다는 건 무척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포르노 배우가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게 우스울 수도 있지만 유진이라고 모든 노출 촬영에 거리낌이 없는 건 아니었다. 비디오 촬영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준비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모르는 사람들 앞에 구경거리가 된 기분이었다. 유진은 얼굴을 붉히며 손을 머뭇거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옷을 벗는 유진을 가려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내 인권은 아무래도 좋다 이거지.’
유진은 그대로 뒤돌아 바지를 벗었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언어가 완벽하지 않은 유진은 의견을 제대로 낼 수 없었다. 어차피 저들도 그걸 알고 유진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작정인 것이다.
그대로 유진은 음흉한 외국인들 앞에서 팬티를 벗었다. 벗은 몸에 쏴지는 조명이 따가웠다. 드러난 맨몸에 유진은 야한 속옷을 걸치고, 성기를 공사 팬티의 수납 주머니 안에 넣었다. 무슨 소재인지 성기를 집어넣자 속옷의 천이 국부를 꽉 조여왔다. 갑갑한 느낌에 유진이 눈썹을 찡그렸다. 속옷은 허리 밴드가 없고 엉덩이 사이를 가로지르는 끈이 전부였다. 애널을 가리는 넓적한 부분 안에는 고정되기 위한 와이어가 들어가 있었는데, 그것이 항문을 누르는 느낌이 묘했다.
“자, 포즈.”
고개를 돌린 유진의 시선 안에 스태프가 커다란 종이를 들고 나타났다. 종이 안에는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유진은 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자세를 바꿨다. 성인 비디오의 표지다운 포즈를 취하는 유진을 카메라맨들이 찰칵이며 찍어댔다.
나체를 찍는 삭막한 렌즈 앞에서 유진은 조금 수치심을 느꼈다. 그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없고 분위기가 음산했다. 제프는 줄곧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작업 상황은 진행되어 갔지만 정작 촬영 대상인 유진이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다리를 벌리고 앉아 살색 천으로 가린 비부를 내보일 뿐이었다.
“준 군?”
제프가 유진을 불렀다. 그는 사진 찍는 사람들 뒤에 서 있었다. 유진이 쳐다보자 제프가 재차 손짓을 한다.
“그거, 아예 벗어볼까?”
제프의 손이 고간으로 향했다. 사타구니 쪽에서 더듬대는 노골적인 손짓을 알아듣고 유진이 놀란다.
‘누드 촬영이란 말은 없었잖아?’
갑자기 전신 탈의를 요구하는 건 이쪽에서도 상당히 비매너였다. 하지만 포르노 배우들의 수치심이란 쉽게 무시되는 감정일 뿐. 유진은 속으로 한숨만 쉬고 음부를 가리고 있던 천 쪼가리마저 벗어냈다. 완전히 알몸이 된 유진을 향해 스태프들이 눈을 굴린다. 다음으로 요구된 포즈는 엉덩이를 카메라를 향해 뒤로 내미는 자세였다.
‘이거 때문이었나.’
유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제프는 태연스럽게 감독인 척 팔짱을 끼고 유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유진을 눈요기 삼을 작정이란 걸 유진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별수가 있나. 그의 직업이란 본래 온갖 노출을 감행하는 포르노 배우였음을. 유진은 눈 한번 질끈 감고 뒤돌아 그대로 바닥에 엎드렸다. 헐벗은 채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유진의 엉덩이가 사람들의 시선 속으로 들어온다.
수치스러운 모습이 전부 보여질 거라 생각한 유진은 속이 울렁울렁했다. 이 일 한두 번 한 것도 아니고 무슨 추태인가 싶어 참긴 참았으나 긴장한 구멍이 움찔거리는 것만큼은 막을 수 없었다. 남자들은 수치로 발씬거리는 애널을 음험하게 바라봤다. 셔터 소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둥근 복숭아같이 잘 익은 음부는 모두의 피사체가 되었다.
사실 유진의 비부는 밤새 괴롭힘당한 흔적으로 여직 빨갛게 부어있다. 이는 제프의 작품이었으며 그걸 아는 건 오직 제프뿐이었다. 본인이 만들어놓은 솜씨를 보면서 제프는 은밀히 흥분했다. 저 야한 구멍 속으로 정액을 몇 번이고 쏴주었는지. 지난밤 즐겼던 야릇한 광경들을 제프가 차례차례로 떠올렸다.
그 상태로 유진은 쭉 수치스러운 자세를 요구당했다. 다리를 상체에 붙이고, 엉덩이를 직접 벌린 뒤, 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것까지 해보이고서야 유진은 카메라들로부터 겨우 해방될 수 있었다. 하얀 배경 안에 홀로 남은 유진에게 스태프가 수건을 가지고 다가왔다.
“화장실 가서 씻으세요.”
“아뇨…, 괜찮습니다.”
스태프가 수건을 건네주며 하는 말에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이후에 뭐가 더 없다면 말이다. 크게 상관은 없었는지 스태프는 고개를 끄덕이고 가버렸다.
유진은 작은 수건으로 하반신만 겨우 가렸다. 힘없이 고개를 돌린 유진의 시선 안으로 촬영장의 사람들이 보인다. 모두가 유진에게서 관심을 끄고 후반 작업에 열중해 있는 중에 제프만이 유진을 또렷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불쾌한 기분만 남은 채 유진은 제프의 시선을 피해 탈의실로 달아났다.
옷을 갈아입은 유진이 계단 위로 올라왔다. 마침 레이가 상황을 살피러 왔다가 유진과 마주쳤다.
“준 씨, 괜찮으세요?”
유진의 피곤해 보이는 기색에 레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어서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꼭 이런 순간에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과 만난다.
“곤 씨.”
레이의 말에 유진이 흠칫 고개를 들었다. 한쪽 어깨에 스포츠 백을 멘 곤이 레이와 유진을 발견하고 성큼 다가왔다. 곤은 두 사람을 약간 의아함이 담긴 얼굴로 바라봤다. 이 상황에서 그와 마주칠 줄은 몰랐던 유진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몇 시간의 사진 촬영으로 몸에선 땀이 나고 있었다. 빨리 집에 가기 위해 스태프의 권유도 거부하고 씻지도 않고 올라온 채였다. 혹시 냄새는 나지 않을까 걱정하며 유진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런 유진을 한번 쳐다보다가 곤이 레이에게 물었다.
“유진 씨가 왜 이 시간에 회사에 있지?”
“아, 패키지 촬영 때문에.”
“패키지?”
곤은 이제 막 회사에 도착한 것 같았다. 다가선 몸에서 바깥 공기의 냄새가 났다. 레이는 여상히 대답하다가 옆에 서 있는 남자가 누구였는지 깨닫고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게… 표지 촬영 마쳤거든.”
“표지 촬영?”
되묻는 곤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그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레이는 애써 웃으며 말끝을 흐렸다.
“제프 사장님이 준 씨 데리고 찍은 거야.”
“하지만 그건 분명 내 담당이었을 텐데.”
“하하, 알지. 그런데 오늘 스튜디오 촬영하기로 한 배우가 펑크가 나서. 아마 지금 촬영 끝나고 후반 작업이….”
“레이.”
곤이 나지막이 레이를 불렀다. 마음에 들지 않은 게 여실히 드러나는 목소리다. 레이는 땀을 삐질 흘리며 눈만 돌렸다. 유진은 두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다만 곤의 기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음영이 확실한 내리깐 눈으로 레이를 향해 물었다.
“넌 분명 일정 담당이지.”
“하하하하, 곤 씨. 하지만, 사장이.”
“제프가 하잔 대로 하는 게 네 일은 아니잖아?”
아니, 그러니까 레이도 제프한테 항의를 했다. 해 보긴 했는데. 기분이 엉킨 곤의 앞에서 레이는 그 무슨 변명을 해도 통하지 않을 거란 걸 직감했다. 졸지에 비아냥을 받게 된 그는 또 사이에 껴서 수습해야 하는 처지에 혼자 울화통을 터뜨린다. 유진은 그 사이에서 조용히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곤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일정 계산을 끝내고 서둘러 유진에게 물었다.
“표지 촬영하셨다는 게 사실입니까?”
자신에게 화살표가 돌아오자 유진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두 사람이 오늘 있던 촬영 일로 말이 길어졌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머뭇거리는데 잠시 생각하던 곤이 별안간 날카롭게 유진을 쳐다본다.
“그 꼴로 촬영을 했다고요?”
“네?”
“지금 유진 씨 상태가 완전 최악인데요.”
그의 눈동자가 유진을 꼼꼼히 훑는다. 초췌한 낯빛과 촬영으로 지친 피곤한 기색. 자신의 담당 배우가 컨디션이 나쁘다는 걸 그는 바로 알아차렸다. 미묘하게 곤의 광대 쪽 근육이 한 번 꿈틀한다. 그는 당장에 레이에게 통보하고 등을 돌렸다.
“내가 책임지고 캔슬 낼 테니까 오늘은 이만 들어가서 쉬세요.”
“가, 감독님.”
유진의 힘없는 목소리가 곤의 뒷모습을 향해 던져졌다. 곤은 빠르게 출입구 쪽으로 향했다. 다리가 긴 남자는 두 사람을 지나쳐 빠른 걸음으로 성큼 계단을 내려간다. 뒤늦게 레이도 손을 뻗어봤다.
“잠깐, 곤 씨.”
두 사람이 연달아 불러보았으나 곤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뒤에서 레이가 ‘아니 이미 다 한 걸 어떻게 무른단 거야?’ 하고 항변 아닌 항변을 했다. 유진은 그 옆에서 영문도 모르고 서 있었다. 그를 향해 레이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말했다.
“하하…. 신경 쓰지 마세요.”
“네….”
“저 녀석이 좀 자기 담당에 철저한 사람이라.”
어차피 유진은 두 사람이 무슨 얘길 나눴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곤이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단 것만은 확실했다. 혹시 자신이 실수를 한 건 아닌가 싶어 유진은 걱정이 됐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원래 비디오 표지 촬영은 예정돼 있는 일정이었다. 설마 기껏 해놓고 취소되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그런 유진의 걱정은 사실이 되었다.
*
“이런 식으로 찍으셔야 합니다. 시선은 카메라에 두시고요.”
유진은 다시 스튜디오였다. 곤은 분주한 스태프들 사이에서 유진에게 샘플 사진으로 가이드를 잡아주고 있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유진은 억지로 겨우 찍었던 지난 촬영분을 떠올렸다.
“며칠 전에 찍은 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작업물 봤는데 제 마음에 안 들더군요.”
결국 폐기한다는 소리였다. 유진은 한숨을 쉬었다. 갖은 수치를 당하며 겨우 찍은 게 무효가 되다니. 그러나 지금까지 유진이 느낀 바에 의하면 곤은 은근히 고집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심산에 따라 재촬영하기로 결정됐으니 철회 없이 이대로 진행될 거였다. 같은 일을 두 번 하게 돼 마뜩치 않아 보이는 유진을 향해 곤이 사과했다.
“피곤하게 만들어서 미안합니다. 빨리 끝낼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써 보죠.”
“아뇨, 괜찮습니다….”
그래. 빨리 하고 빨리 끝내야지. 체념한 유진이 묵묵히 받아들이고 탈의실로 향했다. 그런 유진을 곤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탈의실에서 나온 유진은 긴 타월로 몸을 가리고 포토존까지 걸어갔다. 하얀 스튜디오가 이제는 익숙하다. 지난번과 같이 유진은 거의 누드가 된 채로 조명 아래 섰다. 앞에는 카메라와 스태프들이 있었지만 지난번처럼 분위기가 무겁진 않았다. 수치스럽게 옷을 갈아입으라는 요구도 없었고 모두 유진을 배려했다.
“유진 씨.”
곤이 의자에 앉아 유진을 불렀다.
“여기 봐요.”
조명이 켜지고 카메라에 불빛이 들어왔다. 곤과 시선이 마주친 유진은 긴장을 했다. 그가 아주 정확히 유진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봤을 때와 같이 고요하고 흔들림 없는 시선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려다가 유진은 갑자기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말았다.
“시선 돌리지 마세요.”
곤은 그런 유진의 머뭇거림을 예리하게 간파했다. 유진은 시선을 돌리려다 말고 다시 머뭇머뭇 곤을 바라봤다. 바닥을 짚은 손바닥이 차가웠다. 그는 지금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전과 같은 상황이라는 사실이 유진을 의식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몰랐다.
“긴장하셨습니까?”
곤은 최대한 딱딱한 말투를 풀고 유진에게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그게 얼마나 애를 쓰는 어조였는지, 유진은 듣고선 웃음이 나왔다. 본래 타고난 냉기를 감춘 곤이 유진과 시선을 마주쳤다. 그 눈을 보고 유진도 한 꺼풀 긴장이 녹았다.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코치하는 대로만 하세요.”
“네.”
“시간 더 필요할까요?”
오래 걸리는 준비 시간에도 스태프들은 유진을 천천히 기다려주고 있었다. 지난번과는 달랐다. 곤은 유진을 위해 느린 템포로 현장을 맞추었고 유진도 느긋하게 심호흡을 할 수 있었다.
“아뇨.”
“좋습니다. 첫 샷부터 들어갑니다.”
유진은 단단한 눈을 마주 보며 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수월하게 진행된 촬영은 눈 깜짝할 새에 끝났다. 유진은 수고했단 말소리에 어리둥절했다. 스태프들이 유진에게 가운을 건넸다. 유진은 가운을 받아 입고 그들과 탈의실까지 동행했다. 덕분에 그는 편안하게 몸단장을 할 수 있었다. 유진이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왔을 때는 스튜디오 안에 곤만이 혼자 남아있었다.
“유진 씨.”
유진을 발견한 곤이 이리로 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는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진이 졸래졸래 다가가 곤의 옆에 앉았다. 아직 촉촉한 몸이 가까이 붙었을 때 곤은 은은한 향을 맡았다. 막 씻고 나온 유진의 몸에서 향긋한 바디워시 향이 나고 있었다. 그 향을 무심히 가늠하며 곤은 마우스를 움직였다.
“이 컷들 중에 컨셉이랑 유진 씨 분위기에 맞는 걸 골라서 표지로 쓸 겁니다.”
“네.”
“원래는 좀 더 장수가 나와야 하지만 유진 씨도 피곤하시니까.”
곤은 아까부터 무의식적으로 자꾸 같은 단어를 내뱉고 있었다. 그걸 알아챈 유진이 몰래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무리하게 촬영을 감행한 게 신경 쓰이는 눈치였다. 어쨌든 약속한 대로 빨리 끝난 건 사실이었으니 유진은 스스로 자수하는 그를 너그럽게 봐주기로 한다.
“아닙니다.”
“그래도 잘하셨습니다. 아, 이거.”
곤이 사진 하나를 골랐다. 그가 클릭한 건 유진이 손을 뒤로 한 채 앉아있는 있는 사진이었다. 너무 노골적이지도 않고 너무 문란하지도 않는 그림. 적당히 성욕을 자극할 만한 포즈와 시선을 갖춘 사진으로 마우스 포인터가 향했다. 곤이 사진 속 유진의 얼굴을 확대했다. 일부러 보는 사람을 배려해 낯부끄럽지 않을 만한 장면으로 화면을 조정한다.
“집중하고 있는 표정이 아주 좋습니다.”
“그래요?”
“인물사진은 이렇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뭘 하는지도 모르는 얼굴을 찍는 게 아니라.”
유진은 그가 지난번 사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게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그의 말투에서도 느껴진다. 울며 겨자 먹기로 찍은 사진 속에서 엉망진창이었을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자 유진은 귀가 화끈해졌다. 곤은 달아오른 유진의 귀를 쳐다봤다.
“표지 촬영은 다른 배우들도 꺼리는 겁니다. 그런 걸 갑자기 요구하는 쪽이 무리한 거죠.”
“그런가요….”
“다음부턴 확실하게 거절하세요.”
유진이 곤을 돌아봤다. 충고인지, 주의인지 그 말을 전하는 곤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혹시나 제가 어영부영한 탓에 일을 틀어버린 건 아닌지 유진은 고민했다. 그래서 그는 할 필요 없는 사과를 지레 꺼냈다.
“제가 아직 말이 서툴러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런 말을 들으려던 건 아니었다. 복잡 미묘한 사과를 받아버려 곤은 눈썹만 찌푸린 채 대화를 끝냈다.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의사소통의 장벽 때문에 생기는 애로사항이란 건 어쩔 수 없다. 외국인을 입맛대로 맞추려는 사람들은 어디든 있는 법이다. 유진은 말은 안 해도 답답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애초에 그것도 모르고 여기까지 온 것도 아니고. 그렇게 얘기할 거면 좀 더 살뜰히 챙겨주면 어디가 덧난단 말인가. 유진은 곤에게 조금 야속한 마음도 들었다. 그는 유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스태프들이 철수한 스튜디오에는 두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유진은 마음이 물렁해졌을 때 말을 꺼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느 때보다 솔직하게 편해질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유진은 진심을 고백했다.
“감독님이… 앞으로도 계속 옆에 있어 주시면 안 되나요.”
*
집으로 돌아온 유진은 침대에 엎드려 바지를 벗었다. 그는 서랍 안에 있던 딜도를 꺼내서 팬티를 벗고 엉덩이 사이에 부볐다.
“읏, 아흑!”
엉덩이를 벌리는 손길은 성급했다. 유진은 흥분한 손으로 딜도의 둥근 부분으로 애널을 비비다가 입구를 찾아 밀어 넣었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장난감이 배 속을 벌리며 금방 기분 좋은 곳에 다다랐다.
“큭!”
뒤를 채우는 빠듯한 만족감. 유진은 손에 쥔 딜도로 전립선를 노려 과격하게 쑤셨다. 손잡이를 사방으로 돌리며 구멍을 후비자 금방 성기가 일어선다. 뒷구멍으로 자위하면서 그는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유진의 옆에 앉아 견고한 방어벽을 세우던 남자. 같이 있어 달란 말에 곤이 뭐라고 대답했는가. 그는 유진의 말을 듣고 사납게 생긴 눈을 한 번 감더니.
‘알겠습니다.’
“하윽!”
죽도록 취향인 남자를 생각하다가 유진은 가버렸다. 바들거리던 성기가 왈칵 물을 토했다. 그 차가운 남자가 자신의 고집을 받아줬다고 생각하니 열이 올랐다. 발정이 나 죽을 것 같았다. 한 번 사정하고서도 성에 안 차서 유진은 애타게 구멍만 조였다.
“흐읏….”
쑤셔줘, 괴롭혀줘, 날 엎드려놓고 박아줘.
격하게 숨을 내쉬던 유진이 핸드폰을 켰다. 가물거리는 눈에서 열이 차올랐다. 유진은 다급하게 만남 어플에 접속해서 당장 구를 수 있는 상대를 찾았다. 가까운 거리에 남자가 있었다. 연락을 보내니 상대 쪽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
유진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 앞에 섰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과 흐리멍텅한 눈빛. 누가 봐도 발정 나 있는 얼굴이다. 유진은 옷매무새만 가다듬고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번화가에서 만난 남자와 호텔 안에 들어서자마자 유진은 그에게 허겁지겁 입을 맞췄다. 유진의 저돌적인 키스를 받고 남자가 영어로 묻는다.
“아주 안달이 나 있는데? 약이라도 먹은 거야?”
유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행위가 중단되어 애가 탄 유진이 남자의 목에 팔을 감으며 애무를 구걸한다. 혀를 내미는 유진의 입술을 먹어치우고 남자가 손을 내려 엉덩이를 꽉 쥐었다. 그대로 두 사람은 침대로 직행했다. 침대 위에서 유진은 스스로 티셔츠를 벗어 던졌다. 바지까지 술술 벗는 유진을 보고 남자가 능글맞게 말했다.
“급한가 본데.”
“어서, 빨리 해 줘.”
유진이 짧은 현지어로 조르자 남자는 귀엽다는 듯이 웃었다. 누워있는 유진의 몸에서 눈에 띄는 가슴을 남자가 손을 눌러 짚었다. 처음 보는 남자에게도 유진의 커다란 가슴은 과히 신기했다.
“가슴 크네.”
“우읏.”
“다른 남자들이 많이 만져줘서 이렇게 커진 거야?”
“마, 많이 만져…?”
남자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유진이 맹하게 되물었다. 남자가 유진의 가슴살을 손에 쥐었다. 손바닥 안에 가둔 가슴이 풍만하게 차올랐다. 눈을 찡그리는 유진을 보며 남자가 실실 중얼거렸다.
“흐으!”
“아-. 정말 참을 수 없는 표정 짓잖아.”
남자는 허리의 고무 밴드를 내려 발기한 성기를 꺼냈다. 핏줄이 불거진 자지를 보고 유진의 동공이 수축했다. 걸레 같은 놈. 자지 먹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는 유진을 보고 남자가 씨익 웃었다.
처음 어플에서 봤을 때는 혹시 사진 도용이라도 한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반신반의하며 나간 자리에 제대로 반반한 남자가 있었다. 이게 웬 횡재. 발정이 나서 먼저 들러붙는 영어남을 따먹을 수 있다니. 남자는 유진에게 바로 달려들지 않고 자지를 손으로 훑으면서 뜸을 들였다.
“하기 전에 부탁이 하나 있어.”
“부탁?”
“간단한 거야. 코스 플레이라고 들어봤어?”
의아하게 쳐다보는 유진에게 남자가 쇼핑백을 하나 가지고 왔다. 거기서 한 세트의 코스튬 복장이 나온다. 스커트와 함께 나타난 세라복을 보고 유진이 미간을 좁히자 남자가 주절주절 떠들었다.
“이거 입고 기분 좋은 거 하자. 다들 평범하게 하는 거니까.”
“다들 한다고?”
“여기 남자들은 세라복 좋아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치마는 미니스커트였고 상의는 과연 유진이 입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았다. 건장한 남자에게 그런 세라복이 잘 어울릴 리가 없었다. 유진은 미심쩍은 얼굴로 남자를 쳐다봤다. 그는 웃는 얼굴로 유진이 복장을 입을 것을 은근히 강요했다.
“페니스 원하잖아? 애널에 삽입해줬으면 하잖아? 호텔비도 내가 냈으니까 이 정도는 어울려달라고.”
남자가 성기를 꺼덕였다. 일어선 자지를 보고 유진은 목을 꿀꺽 울렸다. 본능적인 욕구로 달아오른 머리가 남자의 자지를 거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남자도 유진이 거절하지 못할 거란 걸 알았다. 유진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의상을 받아 드는 유진을 보고 남자가 말했다.
“여기서 입어 줘.”
유진은 하는 수없이 남자가 보는 앞에서 세라복 상의부터 껴입었다. 머리를 넣은 다음에 소매에 팔을 집어넣었다. 작은 옷은 거기서부터도 고비였다. 팔이 안 들어가서 낑낑대는 걸 남자가 도와줬다. 그러고 유진은 간신히 짧은 세라복을 입을 수 있었다. 성인 남성용으로 제작된 게 아닌 상의는 겨우 유진의 갈비뼈 부근까지밖에 내려오지 않았다. 흉부가 갑갑하게 조여서 유진은 몸을 이리저리 뒤척였다. 벌어진 몸에 한계까지 낀 옷을 보고 남자가 홀린 듯이 말했다.
“섹시해.”
넥타이가 걸쳐진 하얀 제복 아래로 유진의 복근이 이어졌다. 어울리지 않는 해괴망측한 꼴에 흥분하는 남자를 보고 유진은 닭살이 돋았다. 남자의 성기는 계속 꼿꼿하게 서 있었다. 다음으로 유진이 치마를 입기 위해 허리를 들었다. 치마는 상의보다 더 심했다. 허리를 둘러 입은 스커트가 유진의 엉덩이를 겨우 가리는 수준이었다.
“이건 좀….”
남자가 뒤에서 유진을 끌어안듯이 덮쳐와 상의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가슴을 쥐는 손가락에 유진이 몸을 흠칫 떨었다.
“부끄러워?”
“부끄러워….”
“그래서 더 흥분한 거야? 자지 섰는걸?”
스커트 아래로 슬슬 윤곽을 나타내는 유진의 성기를 보며 남자가 변태같이 속삭였다. 유진의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판판한 허리를 코르셋처럼 조인 스커트가 아슬아슬하게 그의 고간을 가리고 있었다. 그 밑으로 튀어나온 남자다운 허벅지가 입고 있는 의상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유진은 수치심을 느꼈다.
“변태.”
“읏….”
수치심과 반비례하여 더 꼿꼿이 선 성기가 치맛자락을 들추고 있었다. 남자는 성추행하는 아저씨처럼 세라복 상의 아래로 손을 넣어 유진의 가슴을 주물렀다. 마사지하듯 가슴을 만지는 남자의 손이 의상 위로 불쑥불쑥 솟았다. 그걸 보고 유진은 부끄러움과 창피의 경계선에 걸쳐진 상태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야한 옷 입는 거 좋아하는구나.”
“으읏…!”
발기한 성기로 볼록 솟은 치맛자락을 남자가 한순간에 걷어냈다. 갑자기 성기에 찬 공기가 닿아 유진이 허벅지를 조였다. 남자는 유진을 침대 위에 엎드리게 했다. 엎드린 유진의 뒤에서 남자가 스커트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니 삭스를 신은 유진의 발이 침대 밖으로 빠끔히 튀어나왔다. 잘 가려지지도 않는 스커트가 유진의 두툼한 엉덩이 위로 올라갔다.
“히잇!”
남자가 유진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티 팬티를 걸치고 있는 고간으로 숨을 뱉었다. 허벅지 사이로 달랑거리는 자지가 팬티 바깥으로 안타깝게 빠져나와 있었다. 그걸 손으로 잡아당기자 숨겨진 구멍이 나타난다. 남자는 스커트 속에서 유진의 애널을 핥았다. 질척이는 혀의 선단이 뭉근한 감각을 준다. 유진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하으읏…!”
“핥아주니까 자꾸 야한 물이 나오는걸.”
“아읏, 응.”
찰박찰박. 남자가 혀를 놀릴 때마다 유진의 뒤에서 부끄러운 소리가 나왔다. 유진은 얼굴을 시트에 묻고 입으로 숨을 토했다. 세라복 넥타이가 상체에 눌려 엉망으로 구겨졌다. 더 파고들어와 줬으면 하는데 남자의 혀는 입구 주변만 깔짝일 뿐이었다.
“더, 더어….”
“아직 좁아 보이는데. 이대로 자지 넣었다간 찢어질지도 몰라.”
“괜찮으니까…!”
유진이 뒤로 팔을 뻗어 엉덩이를 벌린다. 스스로 자지를 갈구하는 치태에 남자의 자지도 바짝 선다. 남자는 유진을 돌려 눕히고 침대 위에 무릎으로 올라섰다. 얇은 라텍스 안에 갇힌 자지가 팽팽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세라복을 입은 자신의 꼴도 잊고 유진은 안달이 났다. 줄곧 간질거리던 구멍으로 자지를 받을 준비를 하는 유진을 보며 남자가 본색을 드러냈다.
“선생님한테 ‘자지 주세요’ 해야지.”
남자는 밀려올라간 치마를 내려 학생의 부끄러운 사타구니를 가려주었다. 그래도 음란하게 부푼 성기가 스커트를 치는 건 가릴 수 없었다. 옷 안으로 손을 넣어 만지기 좋은 가슴을 주무르며 남자가 재차 요구한다.
“선생님.”
“서, 선생님.”
“그래, 그래.”
“자… 자지 주세요. 하으윽!”
구멍을 퍽 치고 들어온 충격에 유진이 신음했다. 스커트로 가려진 유진의 고간으로 남자의 사타구니가 결합됐다. 남자는 역할놀이에 심취했다. 그는 선생이란 이름으로 유진의 음란한 몸에 벌을 줬다. 그가 입강간하며 쳐대는 낯선 단어들을 유진은 수치심도 없이 따라 웅얼거렸다.
“나쁜 학생은 벌을 받아야 해.”
“나… 나쁜 학생, 하으읏!”
남자는 니 삭스를 신은 발목을 모아 쥐고 자지를 들이박았다. 하얀 양말을 신은 다리가 남자의 어깨 위에서 흔들렸다. 박는 대로 유진의 몸이 밀리는 바람에 침대 위에 눌린 세라복이 흐트러졌다. 고대했던 남자의 성기가 장벽을 채우자 유진은 구멍을 조여 그를 제 안으로 집어삼켰다. 쫄깃한 구멍에 감탄하는 한편 남자는 유진을 힐난했다.
“얼마나 해댔으면, 큭.”
“아, 응, 아아아, 흐윽!”
“학교 다닐 때 양키들한테 구멍 대줬던 걸레였던 거 아냐?”
“아, 아니야…!”
받아들이는 구멍이나 다름없는 항문은 남자의 자지를 전부 먹어치우고 살뜰히 조이기까지 했다. 촘촘히 감싸는 내벽의 감촉이 끝내줬다. 마침 발정 나 있던 유진의 구멍을 따먹을 행운을 가진 남자는 극상의 명기에 신음하며 허리를 움직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익숙하게 자지를 먹어치울 수가 있냐고!”
“핫, 하윽! 읏!”
“양키들한테 야한 몸뚱이 상납해댄 벌이야. 선생님 자지로 혼내줘야지.”
“아으읏…!”
남자가 유진의 애널에 자지를 쿵, 쿵 빻아댔다. 한번 들어갈 때 끝까지 잠기는 자지기둥에 유진의 육벽이 후들거렸다. 입구를 한 번에 여는 추삽질에도 쉽게 자지를 삼키는 유진의 몸을 남자가 걸레라고 조롱했다. 구멍 안으로 긴 자지가 절구질하는 것처럼 들어왔다. 유진이 구멍을 조였다. 내벽이 수축하자 거세진 압박에 남자가 허리를 굽혔다.
“크악!”
“아우응….”
자지를 끊어먹을 것 같은 압박감이었다. 남자는 숨을 헉헉 내쉬며 잠시 침대 위로 팔꿈치를 내렸다. 삽입이 멈추자 유진이 남자를 재촉하기 위해 다리로 허리를 감싼다. 활짝 열린 허벅지가 남자의 시야에 펼쳐졌다. 유진은 양말을 신은 발끝으로 교태롭게 남자의 등을 쓸었다. 응큼한 교태에 열이 치민 남자가 유진을 끌어안고 허리를 털어대기 시작했다.
“당신 너무 야하잖아!”
“윽, 아앗, 하윽, 아아악…!”
고환까지 때려가며 마구 찧는 피스톤질에 유진이 교성을 질렀다. 꽉 끼는 세라복을 입은 유진의 꼴불견인 몰골을 보며 남자가 물었다.
“사진 찍으면 안 돼? 너무 예뻐.”
“안 돼…. 아윽.”
“나만 볼 테니까. 응? 제발, 간직하고 싶단 말이야.”
“안 된다고!”
남자는 끈질겼다. 유진은 그의 식겁하게 되는 취향에 어울려준 것만으로도 할 일을 다 했다고 느꼈다. 유진이 단호하게 굴자 남자도 더 조르지 않고 유진과의 섹스에만 몰두했다. 그는 팔을 둘러 유진의 상체를 촘촘히 감쌌다. 숨이 막히는 것과 동시에 아래로 들어오는 자지의 열기가 거세졌다. 유진의 신음 소리가 더 커졌다. 스커트는 이미 완전히 올라가서 그의 허리에 걸쳐진 채였다. 벗지 못한 티 팬티와 니 삭스만이 추하게 마찰하는 사타구니 사이에 끼어 있었다. 유진의 내벽에 성기를 비벼대던 남자가 절정에 도달했다.
“크윽…!”
“아흣….”
막혀있는 피임기구 안으로 절정의 흔적이 쏘아졌다. 유진은 남자가 결합된 채로 구멍 안에서 가고 있는 걸 느꼈다.
“하아, 하아.”
유진은 손을 내려 발기한 제 기둥을 한번 쓸어주었다. 예민해져 있던 살갗에 따끔한 느낌이 들자마자 폭발 직전이던 기둥이 바로 정액을 흘렸다. 조준이 위로 튀는 바람에 치맛자락에 점액이 묻었는데, 발랄한 스커트에 음침한 백탁액이 늘어나는 광경이 아이러니했다.
“…….”
실컷 교접했던 두 사람은 사정을 끝내고 결합을 풀었다. 발기 풀린 성기가 구멍에서 빠져나오고 유진은 작은 세라복을 입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몸을 일으켰다.
“먼저 씻을까요.”
“네.”
섹스가 끝난 침대 위는 금방 열기가 가신다. 천천히 돌아오는 현실감각을 느끼며 두 사람은 말수를 줄였다.
*
평소에는 얌전한 주제에 유진은 발정이 나면 사람이 바뀌었다. 구멍이 괴로울 정도로 애널 자위를 하다가 아무 남자를 찾아서 성에 찰 때까지 상대를 몰아붙였다. 그 순간만큼은 유진이 이름 모를 남자들에게 욕정을 갈구하는 건 진심이다. 유진은 쾌락이 고팠고 헤프게 구는 유진에게 남자들은 눈이 풀려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섹스가 끝나고 열기가 죽은 공간 속에서 유진은 옆에 누운 잠자리 상대들을 보다가 자기혐오를 느끼곤 했다.
타고나기를 그런 사람이 있다. 성욕이 너무 강한 인간. 유진은 어릴 적부터 성에 눈을 떴고 인생의 즐거움을 성욕을 해소하는 걸로 삼았다. 가끔 이런 스스로가 싫었지만 포르노를 찍게 된 이후로는 그런 죄책감도 옅어졌다. 어쩔 수 없이 계약을 맺고, 포르노 배우란 딱지를 얻고 나서는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점점 섹스의 강도가 높아졌다. 유진은 남자들의 과격한 몸짓을 받아내는 걸 성욕 해소의 일부로 취급했다.
어떻게 보면 GV 배우가 천직일지도 모른다. 김유진이란 사람에게는.
유진이 처음 영상을 찍은 건 성인이 됐을 무렵이었다. 그게 유진의 첫 비디오이자 첫 경험, 즉 뒷동정을 잃은 순간이라고 한다면 다들 입을 벌리고 경악한 눈빛을 띨지도 모른다. 그때 유진은 게이들의 성생활에 한참 눈을 뜨고 있었으며 스스로를 개발하는 데에 탐닉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에 기어코 포르노 사이트에 메시지 하나를 보낸다. 누누이 말하지만 유진은 그때의 자신을 ‘존나 어리석은 애새끼’라고 생각하며 이걸 계기로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뀐다.
유진이 빠져 있었던 건 아마추어 캠 포르노였다. 돈을 내고 봐야 하는 성인 포르노 사이트 같은 건 가입하지도 못했고, 암암리에 일반인들이 캠코더를 켜놓고 음란 행위를 하는 인터넷 방송들을 보는 게 유진의 취미였다. 거기에 로메오란 닉네임을 단 유명 포르노 스타가 있었다. 그는 캠 사이트에서 최고 주가를 달리고 있던 창놈이었고, 자신의 거대한 거시기가 무기였다. 실제로 그건 정말 무기였다. 유진이 겪어봤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로메오가 화면 앞에서 기다란 페니스를 문지르면 가지각색의 시청자들이 코인을 쏘면서 로메오에게 채팅을 보냈다. 화면의 빛만이 형형한 방 안에서 유진은 바지를 벗고 그들의 세계에 참전했다.
<하이 로메오 XD>
<진짜 거대한 페니스군>
<그 거대한 페니스로 내 구멍을 박아줘>
<나한테 연락해. 내 애널은 언제든 환영이거든>
몬스터 딕. 그게 남자에게 붙여진 별명이었다. 괴물 같은 페니스에 시청자들이 놀람과 환호가 섞인 채팅을 던지면 로메오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즐기며 두 팔을 머리에 대고 화면 앞에서 험핑했다. 그걸 보면서 어린 김유진도 컴퓨터 앞에서 자위했다. 김유진은 당시 동정이었고, 로메오의 방송을 따라 채 때도 안 묻은 발긋한 페니스를 흔들었다.
그는 로메오의 저질스러운 몸짓을 좋아했다. 로메오가 긴 다리를 책상에 올려 허리를 짐승처럼 움직인 뒤에 유진도 박자에 맞춰 허리를 흔들었다. 로메오는 키가 아주 컸으며 솟구친 자지는 심지어 배꼽 한참 위에서 꺼덕였다. 그의 다리 사이에 달린 자지를 실제로 받게 되면 어떻게 된다는 걸 아직 체리 보이였던 유진은 몰랐다.
<다른 바텀을 데리고 합동 방송할 생각은 없는 거야?>
어느 날 한 시청자가 채팅창으로 질문을 던졌다. 로메오는 그 코멘트를 그대로 읽더니 미국인 특유의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생각해 볼게.’
로메오는 곧바로 시청자들을 초대해서 라이브로 섹스를 했다. 섹스 방송이 한 번 나가고 포럼은 난리가 났다. 바텀의 구멍에 그의 긴 페니스가 들어가는 장면이 진짜 웹캠으로 송출됐다. 그의 방송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로메오는 본격적으로 돈을 주고 출연자들을 모집했다.
유진은 로메오의 성기가 다른 남자의 항문에 삽입되는 모습을 홀린 듯이 쳐다봤다. 절대로 들어가질 것 같지 않던 작은 구멍으로 두꺼운 성기가 쑥 꽂혀 들어가고 남자들의 입에서는 비명 소리가 터졌다. 로메오의 자지를 받은 바텀들은 모두 쾌락에 울부짖었다.
한 번도 남자를 받아본 적 없는 자신의 애널에 손가락을 넣으며 유진은 로메오와 그를 추종하는 게이들의 저열한 방송에 몰두해갔다. 아네로스나 손가락으로 장난만 쳐 봤지, 유진은 뒤로 다른 사람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는 꿰뚫리는 남자들을 보고 목을 꿀꺽 울리며 실제 섹스에 대한 환상을 키웠다.
그때 포럼에서는 로메오가 참여자들에게 얼마를 건넨다더라 하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돈의 액수를 듣고 유진은 솔깃해졌다. 빈곤한 아시안 이민가정 자녀였던 유진은 돈이 없었고 혈기왕성한 성욕이 이끈 호기심이 한계에 다다를 때였다. 방송에 얼굴이 팔리더라도 로메오와 한 번 해보고 싶어 하는 게이들은 넘쳐났다. 그리고 로메오가 체리 보이인 바텀들의 동정을 뚫어주는 컨텐츠를 시작하면서 유진은 거기에 홀랑 넘어가버렸다.
<안녕 로메오. 난 너의 열성적인 시청자 유진이야. 너의 방송에 참여해 보고 싶어. 참고로 난 섹스해 본 경험이 한 번도 없어.>
어느 날 밤에 유진이 로메오의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기대도 안 했건만 로메오는 유진에게 바로 답장을 줬다.
<경험이 없다고? 진짜로? 몇 살인데?>
<20살.>
<얼굴이랑 몸 사진을 찍어서 보내줘.>
유명한 아마추어 포르노 스타가 답변을 줬다는 게 좋아서 유진은 그 자리에서 얼굴 사진과 나체 사진을 찍어 보냈다. 그리고 얼마 뒤에 로메오 쪽에서 연락이 왔다.
<내 방송에 널 출연시키기로 결정했어. 방송 시작 전에 나와 잠깐 만남을 가질 거야.>
로메오의 쪽지 내용을 보고 유진은 눈이 커다래졌다. 진짜 그의 방송에 출연하게 되다니. 그와 처음으로 애널 섹스를 하게 된다고 생각하자 유진은 흥분으로 몸이 떨렸다.
<출연료는 얼마야?>
<500달러. 두 번 연속 나오면 1100달러.>
그 정도면 당시 유진에게 큰 금액이었다. 유진은 단돈 500달러에 되바라진 남자한테 첫 경험을 넘기는 계약을 마쳤다. 약속된 날 유진은 사전에 안내받은 로메오의 집으로 향했다. 도착한 유진을 로메오가 방으로 안내했다. 방송에서만 보던 그의 침실을 실제로 보고 유진은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거인 같은 성인 남자 옆에 선 유진은 풋내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확 어린 티가 나는 유진을 보며 로메오가 턱에 손가락을 대고 물었다.
“진짜 20살인 거지?”
“그, 그렇다니까.”
“이리로 와.”
로메오는 유진을 데려가 자기 침대에 앉혔다. 카메라 시야에 맞춰 넓은 침대가 방 안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로메오는 소년의 앞에 무릎을 꿇고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피부가 깨끗하구나.”
동양인 남자애 특유의 털 없는 보송보송한 피부를 만지며 로메오가 말했다. 반대로 로메오의 손에는 털이 많이 나 있었다. 유진은 오늘 저의 첫 경험 상대가 될 남자를 자세히 쳐다봤다. 실제로 만난 그는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눈 밑이 퀭했고 동공은 어딘가 초점이 없었다. 방송으로 볼 때랑 인상이 달라서 유진은 조금 겁을 먹었다.
“유진. 너는 아주 예뻐.”
그렇게 슬슬 불안해질 때쯤에 로메오가 유진의 몸을 숭배하듯이 입을 맞춰나갔다. 뺨에서 목으로, 팔에서 다리로 로메오의 뜨거운 입술이 내려갔다. 그 감촉이 간지러워서 유진이 몸을 움츠렸다. 기본적인 페팅에도 영 숙맥인 유진을 보고 로메오가 물었다.
“정말 버진인 거야?”
그걸 묻는 남자의 동공에 핏줄이 섰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 눈앞의 남자와 처음으로 섹스를 한다고 생각하자 유진은 기분이 이상했다. 로메오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유진을 화장실로 데려갔다. 유진을 알몸으로 만든 남자가 그를 샤워부스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자기도 따라서 옷을 벗었다. 바지를 내린 로메오의 몸에서 튀어나온 거근을 보고 유진은 놀라서 숨을 삼켰다.
“만져볼래?”
“…….”
“네 안에 들어갈 거야.”
로메오가 웃으며 말했다. 그의 푸슬한 턱수염이 웃을 때마다 흔들렸다. 남자는 유진의 팔을 끌어 직접 그의 성기를 만지게 했다. 몬스터 딕의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게 너무 뜨끈해서 유진은 성기의 겉만 살짝 만지고 바로 손을 뗐다. 로메오는 또다시 부스러기 같은 웃음을 흘리며 유진을 끌어안았다.
두 사람은 비누거품을 내서 서로의 몸에 문질렀다. 처음으로 타인과 몸을 맞대면서 유진도 슬슬 흥분하기 시작했다. 로메오는 자신의 성기와 유진의 성기를 함께 붙잡고 천천히 쓰다듬었다.
“체리보이의 체리 페니스구나.”
유진의 성기는 로메오의 페니스의 반도 안 됐다. 그리고 색깔도 남자 쪽이 훨씬 거무죽죽했다. 유진의 것은 딸기우유 같은 색깔이었고 남의 손을 탄 경험도 별로 없었다. 압도감이 느껴지는 완숙한 페니스가 아이스캔디 같은 걸 문질러주자 유진의 발그스름한 귀두가 꿈지럭대며 뿌연 액을 흘리려고 했다.
“착하지, 기다려.”
한참 기분이 좋아질 때쯤 로메오는 손을 내렸다. 방송 전에는 싸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처음 겪어보는 일들에 왕창 흥분하면서 유진은 더 안달이 나기 시작했다. 로메오는 유진을 벽에 밀어붙였다. 체리보이의 온몸에 거품을 묻히며 로메오는 그를 천천히 흥분시켰다. 남자의 손짓이 너무 진득해서 유진은 죽을 맛이었다.
유진을 뒤에서 끌어안은 로메오는 순결한 항문을 자세히 쳐다봤다. 꾹 다물린, 개척되지 않은 솜털 같은 구멍을 모직 같은 서양인의 파란 눈동자가 성긴 시선으로 꿰뚫었다. 방송은 아직 시작되기 전이었다. 로메오는 유진을 알몸인 상태로 침대 위에 눕혔다. 그는 허락도 구하지 않고 유진의 다리를 밀어 올려 그의 애널을 관찰했다.
“읏…?”
“색깔이 예쁘네. 이렇게 닫혀있는 구멍은 오랜만이야.”
동정인 남자애의 항문은 촘촘하게 닫혀 있었다. 유진의 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보며 로메오는 애널의 상태를 살폈다. 남자의 손가락에 나 있는 털들이 예민한 부위에 닿아서 유진은 간지러움을 느꼈다. 좁은 내벽을 만지며 로메오가 물었다.
“정말로 한 번도 안 해 본 거야? 좁긴 한데.”
“안 했어…. 손가락이랑 딜도 같은 것만.”
“그것만 넣어봤다고? 한번 따인 구멍은 티가 나지. 금세 다물리는 걸 보면 정말 버진이구나.”
손가락이 빠져나온 구멍이 다시 입을 다물었다. 로메오가 기분 좋은 듯이 낮게 웃었다. 유진은 그 웃음소리가 어딘가 음산스럽게 느껴졌다. 그 뒤로 방송이 시작되기 전까지 로메오는 간단한 잡담을 하며 유진과 담백한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유진은 조금 마음이 놓였다. 확 지른 치기에 붙은 불이 어떻게 그의 몸을 태울지도 모른 채. 방송이 시작되자 로메오는 본성을 드러냈다.
“안녕. 로메즈들.”
자신의 시청자를 칭하는 닉네임을 부르며 로메오는 방송을 시작했다.
“오늘 게스트가 있어. 이미 보고 있겠지만… 유진, 네 소개를 한번 해 볼까?”
유진은 로메오 옆에서 신기해하며 화면을 쳐다봤다. 모니터에 자신의 얼굴이 떠오른 화상화면이 나타나 있었다. 유진은 매일 보던 방송에 자신이 출연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음… 안녕. 난 유진이야.”
“그게 다야?”
로봇처럼 말하는 유진을 보고 로메오가 껄껄 웃었다. 유진은 어색하게 미소만 지었다. 컴퓨터 옆에 달린 카메라와 라이브 방송, 그리고 화면 옆에 올라오는 실시간 채팅들. 모든 게 낯설었다. 유진은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궁금했다. 남자의 옆에 붙어서 화면으로 얼굴을 가져가려니 로메오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인다.
“유진. 아무래도 다들 너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아.”
“정말?”
“로메즈들, 이 귀여운 친구는 20살 되는 체리보이야. 보시다시피 아시아인이고.”
로메오는 유진에게 말하다 말고 화면을 보고 얘기했다. 시청자 채팅은 너무 빨랐기 때문에 유진은 읽기가 힘들었다. 로메오는 그걸 잘도 읽었다. 드문드문 올라가는 채팅 중에 ‘내가 박아주고 싶다’는 코멘트가 있었고 유진은 그게 자신을 향한 말이라는 걸 알았다.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랐다.
“이 체리보이가 너희에게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 한번 볼까?”
로메오가 유진을 불렀다. 유진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로메오는 화면에 잘 비치게끔 자세를 잡더니 갑자기 유진을 붙잡고 키스를 했다. 벌려진 입술 사이로 로메오의 혀가 들어왔다. 유진은 놀라서 처음엔 굳어 있다가 능숙한 리드에 따라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로메오는 유진에게 실컷 진한 스킨십을 한 뒤에 입술을 떼어냈다. 로메오가 물었다.
“이거 네 첫 키스야?”
유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첫 키스는 아니었다. 풀린 듯이 눈을 깜빡이는 소년을 보고 로메오가 웃었다.
“유진, 시청자들이 네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 거 같아. 카메라를 봐.”
유진이 얼굴을 돌렸다. 라이브 방송 화면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유진이 방송 화면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로메오는 유진의 벗은 상체를 애무했다. 그는 유진의 가슴을 빨다가 귀엽게 일어선 젖꼭지를 핥았다. 로메오의 혀가 유두에 툭툭 닿을 때마다 유진이 어색하게 신음을 흘렸다. 그 순진한 반응을 보고 시청자들은 모두 유진이 완전 경험 없는 체리보이란 걸 알았다.
유진은 로메오에게 어깨를 잡힌 채 고분고분 캠을 바라봤다. 순하게 눈을 굴리는 뽀득한 소년을 보고 시청자들은 욕정했다.
“로메즈. 더 보고 싶은 거 있어?”
유진의 가슴을 좀 빨다가 로메오가 일어서서 다시 화면에 대고 물었다. 유진은 그런 로메오의 옆에 앉아서 채팅창을 관람했다. 시청자들은 어서 바지를 벗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두 사람 다 아직 바지를 입고 있었다. 로메오는 당장에 의자에서 일어나서 다들 고대해왔던 ‘그것’을 개봉했다. 용수철 튕기듯 튀어나온 육봉을 보고 유진이 눈을 크게 떴다.
<어이, 로메오. 귀여운 체리보이가 놀랬잖아.>
채팅창을 읽고 로메오가 크게 웃었다. 유진은 그 커다란 좆을 아연하게 쳐다봤다. 서서히 열을 받으면서 완전히 발기한 성기는 아까보다도 더 컸다. 로메오는 유진을 무릎 꿇린 채 자신의 자지를 들이댔다.
“빨아.”
유진의 얼굴 앞으로 거대한 페니스가 다가왔다. 유진은 침을 꿀꺽 삼키며 로메오의 다리 사이에 솟아있는 그것을 손에 잡았다. 한 손에도 다 들어가지 않는 굵기였다. 유진은 로메오의 페니스가 꼭 피노키오의 늘어난 코 같다고 생각했다.
“크다….”
“하하.”
조심조심 유진이 그걸 입안에 넣었다. 몇 번이고 상상했던 펠라치오를 떠올리며 유진은 위로 휘어있는 선단을 빨았다. 로메오가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상대의 성기가 입안에서 찝찌름하게 느껴졌다. 다행히 빠는 솜씨가 나쁘지 않은 모양인지 로메오가 기분 좋게 목을 울렸다. 더 힘을 줘서 쭉쭉 빨자 로메오가 못 참겠다는 듯이 유진의 머리통을 바짝 끌어당겼다.
“커억.”
갑자기 입안에 치고 들어오는 성기에 유진이 기침을 했다. 로메오는 유진을 배려하는 척 서둘러 자지를 빼냈다.
“미안, 유진. 아팠어?”
“아니, 괜찮아.”
바닥을 보며 콜록콜록 기침하는 유진을 로메오가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첫 섹스를 앞둔 체리보이가 겁먹지 않도록 안심시킬 필요가 있었다.
“슬슬 해볼까?”
그러나 그건 연기일 뿐이었다. 눈을 빛낸 로메오가 유진을 안아 올렸다. 별안간에 공중에 들어 올려진 유진이 남자의 팔 안에서 몸을 뒤척였다. 로메오는 유진을 달래며 침대에 눕혔다. 그 위로 로메오가 섰다. 두 사람은 아까처럼 정상위 자세로 마주 보게 되었다. 다만 로메오의 다리 사이에서 페니스가 노골적으로 흉흉하게 서 있다는 게 달랐다.
“로메오…?”
로메오가 유진의 다리를 벌려 바로 구멍으로 사타구니를 맞댔다. 좁고 경험 없는 구멍 위로 거대한 귀두가 꺼덕댔다. 공격적인 자지와 실제로 살을 맞대니 유진은 겁이 나기 시작했다. 길게 공을 들여야 하는 애널에 살덩어리가 자꾸 무턱대고 이리저리 치대고 있었다. 풀어주지도 않고 바로 쳐들어올 분위기였다. 유진이 팔을 뻗었다.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로메오는 사람 좋은 가면을 던지고 무표정한 얼굴이 되었다.
“잠,”
유진이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로메오는 그 경험 없는 구멍 안으로 거대한 페니스를 집어넣었다.
“악!”
공포에 맞부딪친 경악한 비명이 공기를 터뜨렸다. 기다란 것이 직장의 저항감을 무시하고 유진의 배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로메오는 능숙하게 유진의 버진 애널을 뚫었다. 제대로 쑤셔 넣기 위해 그는 유진의 좁은 항문을 무작정 열었다. 일단 앞부분만 삽입하면 성기가 워낙에 컸기 때문에 빠질 일 없이 구멍에 잘 끼어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유진은 첫 개통의 충격을 직격으로 맞는 중이었다.
“로메오, 빼, 빼줘. 너무 아파.”
상상 이상의 고통에 유진은 다급하게 소리 질렀다. 유진은 온몸이 조각조각 찢겨나간다고 생각했다. 불같은 화마가 신경을 태우는 것 같았다. 그가 꼴사납게 애원하는 걸 수천 명의 시청자가 화면을 통해 보고 있었다. 유진이 부르르 떨리는 팔을 눈앞으로 내둘렀지만 의미 없는 저항일 뿐이었다. 로메오는 그런 유진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금방 좋아질 거야, 유진.”
아파서 일그러진 표정, 벌게진 콧등. 과격한 음심을 자아내는 유진의 얼굴을 보며 로메오가 기묘한 안광을 빛냈다. 그의 눈이 풀려 있었다. 로메오는 유진의 고통을 외면하고 한 번도 관통당한 적 없는 애널 속으로 대물을 밀어 넣었다.
“로, 로메오.”
유진이 쉰 목소리로 로메오를 불렀다. 로메오가 유진의 엉덩이를 잡더니 성기를 한 번에 콱 집어넣었다.
“끄아악!”
“힘 좀 빼. 안 들어가잖아.”
로메오가 결합 부위를 보면서 혀를 찼다. 한계까지 벌어진 구멍 주위가 짓뭉개진 열매 같은 색깔이 되었다. 박히고 있는 사람이 고통스러워할 게 뻔한데도 로메오는 유진의 안에 제 자지를 넣으려고 팟, 팟 허리를 과격하게 움직였다. 몇 번 더 그 짓을 했으나 당연히 그 두꺼운 페니스가 한 번에 다 들어갈 리 없었고, 과격한 움직임에 유진의 내벽만 찢어졌다.
“아, 윽, 싫….”
유진은 정신을 못 차리고 침대 위에서 힘없이 나풀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출연 신청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유진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잘나가는 인터넷 포르노 스타와의 격렬한 하룻밤. 그러나 좋기는커녕 유진은 안중에도 없이 페니스를 처박는 남자가 공포스러웠다.
“로… 메, 오….”
유진은 다시 한번 로메오에게 애원의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유진을 무시하고 제 자지로 정복한 구멍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추어 캠 사이트에서 몸 파는 창놈이면 수준을 알 만했건만 유진은 어리석게도 그걸 몰랐다.
“악!”
조금씩 풀려가는 내벽 안으로 로메오가 단번에 페니스를 집어넣었다. 첫 경험치고는 끔찍하게 확장된 구멍이 페니스를 문 상태로 경련했다. 유진은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입을 뻐끔거렸다. 생리적인 눈물이 유진의 눈가로 왈칵 흘러내렸다. 훌쩍이는 유진을 보며 로메오가 음산하게 속삭였다.
“드디어 다 들어갔어, 유진. 아주 좋은데?”
“히끅, 흑….”
“곧 네 구멍을 자지 없이 못 사는 걸레로 만들어 줄게.”
동정 애널을 전부 꿰뚫었다는 쾌감으로 로메오는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그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유진의 내벽 조임을 즐겼다. 처음 개척당한 내벽이 부들거리며 긴 페니스를 조였다. 찢어진 구멍에 붉은 물기가 고였다. 로메오가 허리를 살짝 움직이자 페니스를 문 입구에서 발간 물줄기가 떨어졌다. 내벽의 조임을 즐기던 로메오가 다리를 움직였다.
“로, 로메오. 잠깐만.”
그가 움직이려는 기미를 보이자 유진이 황급히 그를 제지했다. 로메오가 한 일은 협탁 위에 있던 캠코더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아!”
남자는 슬쩍 유진의 다리를 들어 페니스가 꽂혀진 애널을 공기 중에 드러나게 했다. 그는 핸디캠을 손에 들고 누운 유진의 모습을 찍었다. 화면 안에 들어온 그들의 교합 부위가 카메라를 통해 방송 화면으로 비춰졌다. 남자의 성기가 들어가 있는 유진의 애널은 동그랗게 벌어져 있었다. 빠듯하게 벌려진 구멍은 주름조차 보이지 않았다. 유진이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아악, 악!”
로메오가 천천히 구멍 안에서 자지를 빼냈다. 윤활제 하나 발리지 않은 내벽이 딸려 올라가자 유진은 메마른 비명을 질렀다. 밑쪽이 화끈거리고 괴로웠다. 손이나 기구를 넣어봤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아픔이었다. 그대로 무력하게 누워있는 유진의 몸속에 로메오가 다시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하아아아아….”
유진은 물기 젖은 목소리로 길게 숨을 내쉬었다. 로메오는 어느 정도 뺐다 싶은 자지를 조금씩 넣다가 다시 위로 슬슬 빼내고, 본격적인 섹스를 위한 구멍 개발을 시작했다. 발갛게 부은 주름이 기둥의 움직임에 따라 꾸물거렸다. 유진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칭얼거림에 섞여 입새로 새어 나왔다. 로메오가 느물거리며 물었다.
“아파, 유진?”
“으윽, 윽.”
“어른의 쾌감을 얻기 위해선 아픈 걸 참을 줄 알아야 하는 거야.”
로메오는 유진의 발목을 붙잡고 얕게 추삽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핸디캠으로 생중계했다. 이제 처음으로 자지를 받는 유진의 육벽이 찢기는 장면을 시청자들은 생생히 볼 수 있었다. 유진은 토를 할 것 같았다. 명치까지 올라온 압박감이 가슴에 넘실거렸다.
“허억!”
로메오는 유진의 위에서 무릎을 굽히고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상대의 상태를 신경 쓰지 않은 채 막 열린 구멍에 페니스를 꽂고 허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때마다 유진의 몸이 아예 위로 덜컥덜컥 딸려 올라갔다. 칼로 살을 에는 것 같은 통증을 견디며 유진은 엉엉 울었다.
“흐응, 히끅, 흑, 흐읍….”
고통으로 울리는 유진의 신음소리는 전혀 에로틱하지 않았다. 대신 눈물로 엉망진창 된 유진의 얼굴이 남자의 성욕을 자극했다. 로메오는 핸디캠을 끄고 본격적으로 허릿짓을 해 안을 짓쑤셨다. 유진의 목소리가 커졌다.
“으악, 크학, 허억…, 아아아악…!”
“유진 넌 최고야…!”
로메오는 심지어 콘돔도 끼지 않았다. 터질 것 같은 내벽이 너무 뜨거웠다. 유진은 무력하게 흔들리다가 로메오가 배 속에 미친 듯이 성기를 처넣을 때부터 시트를 꽉 그러쥐었다.
로메오는 유진의 무릎 아래에 손을 집어넣고 폭주 기관차처럼 허리를 흔들었다. 사정 직전에 이른 몸뚱이가 곧 폭발한다. 남자의 눈이 벌게지고 제 아래에 시든 해초처럼 휩쓸리는 육체를 집어삼켰다. 가련하게 흔들리는 유진의 몸을 붙잡고 로메오가 곧 씨물을 터뜨렸다.
“아… 앗!”
유진은 찡그렸던 눈을 힘겹게 뜨며 남자의 사정 순간을 맛봤다. 멋대로 싸갈긴 정액이 장벽 안에 그득그득 들어찼다. 얌전히 로메오의 정액을 받고 있던 유진이 남자가 자지를 사정없이 빼내자 새된 비명을 터뜨렸다. 충격으로 닫히지 않는 구멍에서는 정액이 계속 흘러나왔다. 정액덩어리로 시트가 젖는 수준이었다. 몇 시간 전까지 수줍게 다물려 있던 구멍이 이제는 가련하게 뚫려서 뻐끔거렸다.
유진은 반쯤 정신을 놓고 남자의 침대 위에 나가떨어졌다. 로메오가 컴퓨터 앞으로 가서 채팅 방송을 재개했다.
“뭐야? 오늘따라 왜 이리 불만인 사람들이 많아? 불평하지 마. 이건 내 방송이라고. 불편하면 다른 방송을 보면 되잖아?”
그는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성을 냈다. 지쳐 쓰러져 있던 유진은 로메오가 시청자들과 뭐 때문에 싸우는지 알지 못했다. 로메오는 내내 궁시렁거리더니 방송을 끄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유진은 아무것도 신경 쓸 수 없을 정도로 몸과 정신이 피폐해져 있었고 그대로 블랙아웃이 되었다.
우습게도 첫 경험을 상납한 대가인 500달러는 무사히 계좌에 입금되었다. 유진은 삐뚤빼뚤하게 찍힌 숫자들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침대 위에서 만신창이가 된 몸을 옹송그리고 있는 채였다. 그 뒤로 한동안 몸을 사리며 다녔다. 자기반성. 뭐든 아마추어식으로 접근했다간 큰 코다친다는 걸 유진은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페니스가 그렇게 커도 좋지 않다는 것도.
로메오의 방송은 전부 녹화되어 배포되었으므로 당연히 유진의 끔찍했던 그날의 장면도 웹사이트에 업로드되었다. 순진한 아시안 보이의 첫 개통 영상. 자신의 영상이 떠돌고 있다는 사실에 유진은 창피를 느꼈다. 물론 500달러에 첫 경험을 판 건 본인이었지만.
유진이 ‘몬스터 딕’에 무자비하게 꿰뚫리는 영상은 커뮤니티에서 아주 짧은 시간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인터넷은 새로운 포르노가 매일같이 업로드되는 곳이었고, 유진의 영상도 짧게 화제가 되었다가 빠르게 묻혔다. 다만 그 영상을 본 어느 게이 포르노 회사로부터 유진은 연락을 받게 된다.
2권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