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16)

03.

유진은 애널 자위로만 갈 수 있었다. 그는 그 귀하다는 뒤로 사정이 가능한 바텀이었다. 체질이기도 했고 개발의 결과이기도 했다. 성욕과 호기심이 한창 왕성하던 어린 시절, 유진은 뒤에 손가락을 넣어보다가 애널 자위 도구를 샀다. 하이스쿨을 갓 벗어났을 때의 얘기다.

그는 그 당시의 자신을 최악의 멍청이라고 평가한다. 아네로스라는 전립선 자극 도구를 구한 어린 유진은 침대에 누워 애널에 처음으로 손 외에 무언가를 집어넣었다.

‘으으….’

다른 사람들은 괜찮다는데 유진은 처음에 좀 아팠다. 받아본 적이 없는 구멍은 기구의 둥그런 삽입부를 버거워하고 있었다. 뺄까 말까 고민하다가 음란하게 다리를 내다 벌리고 있는 자신의 자세가 맘에 들어 유진은 그대로 침대 위에 누웠다.

유진은 들었던 대로 괄약근을 조여 보았다. 들어와 있는 기구가 내벽 안에서 꾸물거렸다. 손을 내려 아래를 더듬어보니 아네로스가 들어가 있는 구멍 주위가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이만한 게 들어와 있어.’

유진은 애널 입구를 손가락으로 덧그리다가 아네로스의 외부 자극부를 손에 쥐었다. 둥그렇게 곡선이 진 자극부는 회음부를 누르는 용도였다. 유진은 아네로스에 손을 걸고 맨들맨들한 회음부를 더 깊게 눌러보았다.

‘으아!’

찌르르한 전율이 장벽을 울렸다. 유진이 황급히 손을 거뒀다. 어린 그가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기구를 물고 있는 뒤가 삽입부를 문 채로 옴찔거렸다. 방금 뭐였지? 다시 한번 그 감각을 느껴보기 위해 유진이 손을 뻗었다. 아니, 뻗으려고 했다. 그럴 새도 없이 아네로스를 문 내벽에서부터 지잉거리는 오싹한 자극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어, 어라? 어라? 어?’

유진은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흐려지는 눈가로 유진은 혼란스럽게 천장을 쳐다봤다. 머릿속으로 물음표만 연신 그리다가 유진은 저도 모르게 기구를 문 애널을 긴장시켰다. 갑자기 치달은 신호에 유진의 입에서 야살스런 신음이 터졌다.

‘흐아아-!’

성기의 뿌리 안쪽에서부터 간질거리는 쾌감이 내달렸다. 유진은 자신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그는 아네로스를 품은 채로 몇 번인가 더 절정에 올랐다.

‘흐읏, 하아, 으으응!’

아네로스로 처음 전립선을 자극당한 유진이 힘이 빠진 채로 축 늘어졌다. 머릿속이 자글거리며 타오르는 것 같았다. 유진은 후들거리는 손으로 구멍에 박힌 아네로스를 꺼냈다. 점막이 딸려 나오는 것 같은 느낌에 얼굴이 살풋 찡그러졌다.

‘후우….’

내내 유진의 내벽을 괴롭히다 꺼내진 아네로스에는 알 수 없는 액체가 묻어 있었다. 유진의 얼굴이 묘해졌다. 유진은 그 뒤로 아네로스를 얼마간 처박아놓다 자위를 하고 싶을 때마다 꺼내서 구멍을 괴롭혔다. 그는 스스로 뒷구멍을 개발시켰다. 그러면서 일찍이 깨달은 취향으로 섹스에 대한 욕망을 키워나갔다.

‘박히고 싶다. 누가 나한테 페니스를 넣어줬음 좋겠다.’

남자들은 처음, 애널 자극만으로 사정하는 유진을 보고 눈이 벌겋게 돼서 그의 구멍을 과하게 괴롭혔다. 유진이 손을 내려 성기라도 잡을라치면 팔을 붙잡고 만지지 못하게 했다. 유진은 엉엉 울면서 몸이 흔들리는 채로 자지에 쑤욱쑤욱 처박혔다. 깊게 강타당한 내벽이 경련하면 유진은 건드리지 않은 성기로 묽은 정액을 꿀럭꿀럭 쏟았다. 촬영을 하게 될 때에는 카메라맨들이 항문 자극으로 사정하는 장면을 놓치지 않고 찍었다.

그래서 유진이 지금 자신의 직업과 과거의 선택, 달라진 몸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하면 그건 상당히 복잡한 얘기였다.

*

유진은 촬영준비를 위해 옷을 벗고 있었다. 방 안에는 그를 상대할 남자들이 몰려 있었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복면을 썼고 손에 기구를 들었다. 화장실로 향하는 유진을 보고 곤이 말을 걸었다.

“내키지 않을 땐 거부해도 됩니다.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내용이니까.”

뜬금없는 말이었다. 앞뒤 자르고 던진 말의 출처를 유진은 왜인지 알 것 같았다. 이곳에서 포르노를 찍다 보면 협의 없는 노콘이나 장내사정, 그 외 험악한 일들쯤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일까. 역시 굴러본 경험 풍부한 유진이 시니컬하게 대답했다.

“까라면 까야죠.”

“…….”

회사 쪽이 갑이란 걸 유진도 모르지 않는다. 유진이 절대 금지를 고수하는 건 약물 정도였다. 그래도 나름 생각해주는 말에 유진은 조금 안도감을 느꼈다. 유진도 지난번 촬영을 떠올리며 곤에게 질문을 던졌다.

“감독님은 원래 그런 거 하시나요?”

곤은 처음에 질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잠시 후에 그는 굉장히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는지 곤은 유진의 질문을 무시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유진은 곤의 뒷모습을 보다가 촬영 준비를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유진은 의자에 묶이게 되었다. 음침하고 기분 나쁜 회색 벽면으로 둘러싸인 공간이었다. 빨간색 줄이 유진의 몸을 칭칭 감아 팔을 뒤로 결박했다. 노골적으로 포박된 줄은 가슴을 위아래로 조여 봉긋한 모양을 만들었다. 뒤에서 줄매듭을 잡아당기자 유진의 의도와 상관없이 저절로 허리가 휘었다. 앞으로 내밀어진 가슴을 남자가 채찍으로 내리쳤다.

“윽!”

철썩. 가죽 재질의 짧은 채찍이 두툼한 가슴 위로 새빨간 자국을 그었다.

“아읏, 흑!”

몇 번씩이고 채찍이 내리쳐지자 유진은 고통스럽게 가슴을 들썩였다. 숨이라도 쉴라치면 검은 채찍은 가차 없이 부푼 살을 때렸다. 안 그래도 줄에 묶여 강조된 가슴을, 남자들은 새로운 줄을 겨드랑이 밑으로 집어넣어 흉부 가운데를 세로로 가로지르게끔 단단히 조였다. 거친 질감의 줄이 화끈화끈한 피부를 잡아당겼다.

“으읏…!”

발간 가슴이 양쪽으로 나뉘어 묶였다. 싸구려 란제리 브래지어를 착용한 것보다도 퇴폐적인 모습이었다. 그런 유진의 모습이 영상 외에 사진으로도 찍혀나가고 있었다. 찰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반짝이는 플래시가 유진을 향해 터졌다.

“헤에. 여자보다 가슴 크잖아.”

“저 정도면 C컵인가.”

유진을 향해 남자들이 음담패설을 지껄인다. 탱글한 가슴으로 남자들이 시선을 던졌다. 체벌당한 가슴은 젖꼭지를 바짝 세우고 있었다. 채찍을 든 남자가 다시 한번 검은 가죽을 손에 쥐었다. 그는 발기한 젖꼭지를 노리고 채찍을 내리쳤다.

“하아악!”

예민한 부분에서 내달리는 격통에 유진의 몸이 덜컹거렸다. 채찍의 타격 때문에 부어오른 젖꼭지가 살갗이 까져 빨갛게 변했다. 다리를 바짝 조인 채 유진은 신음을 터뜨렸다. 채찍남이 가까이 다가오는 걸 보며 유진이 몸을 떨었다. 다가올 고통을 예감한 긴장 어린 얼굴은 수컷의 가학심을 자극했다. 남자의 손이 유진의 가슴에 닿았다. 따가움이 내달리는 가슴을 유진이 움찔거렸다. 채찍남은 가련하게 떨리고 있는 새빨간 젖꼭지를 자비 없이 비틀었다.

“아우, 웃!”

유진이 격렬하게 몸을 비틀었다. 다른 남자들이 다가와 유진의 몸을 포박했다. 그들은 자유로운 유진의 다리를 하나씩 잡고 마련된 탁자 위로 올렸다. 단상 같은 두 개의 탁자에 다리를 묶어 고정시키자 유진의 다리가 넓게 벌려졌다. 가슴을 가르는 음란한 귀갑묶기와 국부를 드러낸 M자 개각. 알몸의 유진이 카메라 앞에 노출된다. 유진의 젖꼭지를 쥐었던 남자가 까진 끝을 손가락으로 비벼댔다.

“하악, 윽!”

만지고 있지 않은 반대쪽 유두를 향해 채찍이 떨어졌다. 완전히 결박된 유진의 몸이 괴롭게 꿈틀거렸다. 평소처럼 젖 한가운데에 닿는 간질거리는 감각이 아니었다. 상처 난 피부를 주무르는 따끔함이었다.

따가웠다. 괴로울 만큼 부푼 여린 조직 끝으로 피가 몰렸다. 가쁜 숨을 쉬는 유진의 얼굴을 음험하게 바라보며 채찍남은 두 돌기를 쭉쭉 주물렀다. 바짝 선 것을 흐물흐물하게 만들어 충분히 크기를 키우기 위함이다. 그러기 위한 이유가 있었다. 또 다른 남자가 유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

눈앞에 다가온 것을 보고 유진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잡혀 있던 젖꼭지가 남자의 손에서 해방되었다. 유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온통 빨개진 가슴팍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은 유두 클램프였다.

남자들이 묶인 유진의 상체를 바짝 일으켰다. 피부에 차가운 집게가 닿았다. 그것만으로도 유진은 가슴이 징징하고 울리는 기분이 들었다. 유두 클램프는 몸체가 철로 돼 있고 두 집게 사이가 쇠줄로 이어져 있었다. 고무로 마킹된 끝은 유진의 바짝 솟은 젖꼭지를 지그시 압박할 것이다. 붉은 유두를 집게 사이에 가둔 남자가 조임쇠를 탁 놓았다.

“으으으으-!”

유두 집게가 유진의 가슴에 매달렸다. 통통했던 살점이 찌부러지고 무거운 쇠줄이 젖꼭지를 아래로 잡아 늘였다. 반대쪽에도 집게를 달아주자 유진이 괴롭게 몸을 떨었다. 지릿거리는 고통에 몸을 간헐적으로 움찔거릴 때마다 조여진 젖꼭지가 통통 흔들렸다. 유진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가만히 숨을 내쉬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을 따라 쇠줄이 치렁거렸다. 도드라진 야한 상체를 카메라맨들이 렌즈에 담았다.

“아으읏.”

기구 플레이는 이제 시작이었다. 누군가 양초에 불을 붙였다. 포르노에 흔히 나오는 빨간색 양초를 들고 남자가 유진에게 다가갔다. 심지 아래 고여 있는 녹은 촛농을 보며 유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왁스 플레이는 SM 요소 중 하나이다. 저온초의 촛농을 주로 바텀 역의 배우 몸에 떨어트린다. 유진도 몇 번인가 왁스 플레이에 동원된 적이 있다. 그때마다 유진의 몸은 꽉 묶여 있었다. 촛농 플레이는 반드시 배우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단단히 결박해야 했다. 왜냐하면 보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뜨겁기 때문이다.

“으, 읏!”

지글거리는 촛농이 유진의 몸 위로 떨어졌다. 유진은 크게 신음하며 움직이지 못하는 몸을 꿈틀거렸다. 툭, 투둑. 집게가 매달린 발긋한 가슴 위로 분홍색 왁스가 점점이 내려앉았다. 주르륵 둔덕을 따라 흘러내린 촛농 때문에 유진의 가슴에 길고 음탕한 선이 생긴다.

뜨거운 열기를 받아낸 유진은 크게 헐떡거렸다. 촬영을 제외하고 유진이 이 플레이를 즐겨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너무 뜨거운 데다 개인적으로 좋기보다는 아팠기 때문이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유진을 달래기 위해 남자들이 그의 성기를 잡고 흔들었다.

“하아, 으윽….”

츠, 추욱, 츳. 젤을 바른 손들이 유진의 성기를 자극했다. 그런 와중에도 온도 높은 촛농은 계속해서 유진의 몸에 부어졌다. 이미 체벌로 부푼 가슴에 또 다른 고통이 내달리자 유진의 눈에 물기가 어렸다. 유진이 애원하는 시선을 던졌지만 남자들은 그런 유진을 가학적으로 쳐다볼 뿐이다.

그들의 목표는 유진을 괴롭히는 것이었다. 양초를 기울이던 남자가 초의 방향을 바꿨다. 유진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어째서인지 촛대가 집게가 조이고 있는 유두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만약 저게 그대로 젖꼭지에 떨어진다면 상상도 못할 고통이 닥칠 것이다. 유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아, 아아….”

다행히 유진이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양초는 가슴을 지나쳐 유진의 배 위에 촛농을 떨어트렸다. 뜨거운 열기가 닿을 때마다 유진의 모양 좋은 배가 꿀렁였다. 점점 더 밑으로 내려가던 양초가 보다 예민하고, 자극적인 곳으로 향했다. 방치돼 있던 고간 위에서 양초가 멈췄다. 유진의 눈이 커졌다.

분홍색 촛농 자국으로 더럽혀진 상체와 달리 벌려진 고간은 매끄럽고 깨끗한 상태였다. 양초를 든 남자가 유진의 허리를 앞으로 당겼다. 성기가 뒤로 젖혀지고 판판한 회음부가 남자의 손에 매만져졌다. 다가올 고통을 예감한 유진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은밀한 부위의 피부가 긴장으로 딴딴해졌다. 그 여린 살결을 손으로 잡아 늘이며 남자가 초를 기울였다.

“으아아아-!”

보드라운 회음부 위로 촛농이 톡 떨어졌다. 유진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울부짖는 유진의 뒤로 체구 좋은 탑이 다가와 그를 ‘쉬이’ 하고 달랬다. 회음부로 촛농이 떨어질 때마다 애널이 벌름거렸다. 예민한 부위, 그것도 성기 바로 근처의 피부를 지지는 감각에 유진은 참지 못하고 눈물을 떨궜다. 그때, 신호를 내리고 곤이 촬영을 멈췄다.

“감독님.”

복면을 쓴 남자들이 일제히 곤을 바라봤다. 곤은 냉정한 얼굴로 상황을 주시하는 중이었다. 열기를 식히기 위해 스태프가 찬물이 든 분무기를 유진에게 뿌렸다. 옅어지는 통증을 견디며 유진이 얕게 숨을 내쉬었다. 그대로 결박돼 있는 유진을 향해 곤이 물었다.

“김유진 씨.”

이대로 가면 회음부 다음에는 성기다. 배우들은 바텀을 괴롭게 만들기 위해 더 예민한 피부에 촛농을 떨어트릴 것이다. 하지만 유진은 그걸 감당하지 못한다. 곤은 유진이 왁싱 플레이에 약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촬영을 이어가기 전에 그는 유진에게 의사를 물었다. 배우의 상태를 조절해가며 촬영을 중단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다.

“못 하겠습니까?”

“네. 죄송합니다….”

유진이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곤은 알겠다고 확인한 뒤 다시 스태프들에게 지시 내리고 촬영을 재개했다. 유진의 몸을 괴롭혔던 양초는 거두어졌다. 복면의 남자들이 유진의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곤은 남자들에게 애무 받는 유진의 모습을 촬영했다.

‘무조건 수락하는 건 아니었군.’

유진이 순순히 시인한 것이 곤은 의외였다. 그는 속으로 다행이라고 여겼다. 묶여 있는 유진의 몸에는 아까 뿌렸던 물기가 어려 있었다. 굴곡진 몸에 맺힌 물방울이 배우의 몸을 더 야하게 만들었다. 유진의 벌려진 허벅지 사이로 혀를 기던 남자가 그의 애널 주름에 혀를 내렸다. 유진이 코끝으로 소리를 냈다.

“흐응.”

솔직한 몸의 유진은 항문을 애무 받는 걸 좋아했다. 촛농을 받고 죽어있던 성기가 은근한 손짓에 다시 힘을 받았다. 남자들이 유진의 온몸에 투명한 젤을 치덕거리며 쏟았다. 뜨거웠던 체온이 차가운 젤에 식혀지자 유진은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뒤를 후비는 매끈한 혀가 얕은 점막을 깔짝거렸다. 유진이 달큰한 신음을 흘렸다.

“아으, 흐읏….”

한껏 긴장해 있던 구멍이 흐물흐물해졌다. 남자는 유진의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야한 물을 핥았다. 혀가 질척대니 비부에서 음탕한 소리가 들렸다. 유진은 갉작여지는 예민한 입구에 몸을 떨었다. 아픔이 식고 좀 쑤셨던 쾌감점이 들끓었다. 유진이 먼저 안달이 나서 엉덩이를 움찔거렸다. 음란한 유진을 향해 허벅지로 찰싹 매질이 떨어졌다. 유진이 파득 허벅지를 조이는 것과 동시에 남자의 혀가 그의 항문으로 들어왔다.

“아읏!”

두툼한 살덩이가 내벽 안에서 꿈틀거렸다. 미끈한 혀의 감각을 느끼며 유진은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찰박. 혀가 빠져나가고 긴 타액이 늘어나면서 그 사이로 다른 남자들이 젤을 들이부었다. 차가운 감촉에 유진이 다시 뒷구멍을 쫀쫀하게 조였다. 젤이 듬뿍 발린 주름 안으로 남자들이 손가락을 넣었다.

“으흣!”

유진은 잘게 신음을 토하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아래를 쳐다봤다. 두 명 이상의 손들이 구멍 안에 젤을 밀어 넣기 위해 분주하게 애널 입구를 벌렸다 나왔다 하고 있었다. 쿨쩍, 쿨쩍. 남자의 좆을 받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부끄럽고 야한 소리. 미끈한 젤을 머금은 항문이 점액질에 범벅이 돼서 동그랗게 벌어졌다. 유진은 자신의 음탕한 음부를 보고 흥분해서 눈이 풀렸다.

남자들은 유진의 구멍을 충분히 풀었다. 자신들이 삽입을 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다리를 빠듯하게 벌리고 있는 유진의 사이로 남자 하나가 다가왔다. 그는 주춤주춤 자세를 잡더니 풀려있는 구멍을 향해 자지를 조준했다. 투명한 콘돔에 감싸인 자지가 튼실했다. 그대로 기둥을 잡고 남자는 유진의 애널 속으로 자지를 밀어 넣었다.

“흐아앙!”

내벽이 좆을 빠듯하게 무는 감각에 남자가 숨을 토했다. 내내 괴롭혀지다가 극점을 찔러줄 페니스를 맞이한 속살이 자지를 반기며 온 기둥을 꼭꼭 물었다. 유진의 대퇴부에 손을 짚은 남자가 힘차게 허리를 움직였다. 태닝한 탑 배우의 엉덩이가 뒤에서 흔들렸다. 그동안 나머지 남자들은 유진의 몸 곳곳을 더듬었다.

누군가가 유진의 가슴에 매달려 있는 쇠줄을 건드렸다. 유진이 가슴을 들썩였다. 유두를 조이고 있는 게 흔들리면서 가슴팍에서 저릿한 고통이 퍼졌다. 자지를 삽입한 남자는 느리게 추삽질하다가 점점 허리짓하는 속도를 높였다. 유진은 발간 입술로 짧게 끊기는 신음들을 토해냈다.

“아윽…!”

뒤에 있던 남자가 유진의 가슴을 크게 잡아챘다. 집게에 물린 젖꼭지가 더 세게 조였다. 알싸한 아픔이 느껴졌지만 몸이 묶여있는 상태라 유진은 저항할 방도가 없었다. 감도가 올라간 몸이 들어와 있는 자지를 더 꽉 물었다. 남자는 팽창한 자지에 달라붙은 내벽을 거부하지 못하고 절정에 이르렀다. 포르노 배우들은 대개 조루였으므로 삽입한 남자도 금방 유진의 안에서 파정하고 빠져나왔다. 유진은 아직 달아올라 있었다. 유진의 열기를 해소해주기 위해 다음 남자가 딜도를 손에 들었다.

딜도는 작은 구슬들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 막대기 모양이었다. 두께는 두껍지 않지만 표면이 올록볼록했다. 그걸 남자가 유진의 비어 있는 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유진이 시선을 내렸다. 한 번 삽입당하고 부어 있는 애널을 향해 딜도가 다가왔다. 딜도의 둥근 표면이 구멍 입구에 쿡 하고 닿더니 서서히 주름을 헤치고 들어왔다. 뒤가 얕게 채워지는 느낌에 유진이 신음했다.

“흑.”

연결된 구슬들이 차례차례로 들어갔다. 작은 구슬들은 무리 없이 유진의 내벽을 침범했다. 카메라맨이 가까이 다가와 유진의 항문을 촬영했다. 끝없이 들어오는 딜도의 감각에 유진은 잠깐 엉덩이를 움칠했다.

잘 닿지 않는 깊은 곳을 구슬이 쑤걱거리니 배 안에 기다란 막대기가 들어온 느낌이었다. 들어온 구슬들이 이리저리 직장벽을 눌러 유진은 기분 좋게 목을 울렸다. 더 깊이, 더 깊숙한 곳까지 쑤셔줬으면 했다. 안달이 난 엉덩이를 위해 남자가 딜도 손잡이를 돌리며 유진의 점막을 빙글빙글 헤치기 시작했다.

“흐응, 응.”

남자는 딜도를 돌리면서 앞뒤로 구멍을 쑤셨다. 회전하는 구슬들이 내벽을 쑤시며 주름을 파헤쳤다.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자 배 속에서 올록볼록한 구슬들이 돌아가며 유진의 육벽을 자극했다. 앞뒤로 쑤시던 남자가 딜도를 유진의 배 속 끝까지 밀어 넣었다.

“하으응….”

남자는 밀던 손에 힘을 줘 손잡이까지 구멍 안에 집어넣었다. 구슬들이 전부 유진의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손잡이의 일정치 않은 굴곡이 입구 쪽 내벽을 자극했다. 남자가 손을 떼자, 유진의 구멍에서 손잡이 끝 부분만 튀어나와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막아주는 손길이 없는 딜도는 장벽의 움직임을 따라 결국 어느 정도 다시 밀려 나왔다.

“으으으.”

남자가 빠져나온 손잡이를 다시 쥐고 천천히 유진의 안에서 딜도를 꺼냈다. 기다란 딜도가 애액에 젖은 채로 빠져나왔다. 찰박거리는 소리와 함께 구슬형 딜도가 구멍 끝에서 떨어졌다. 젖은 물체가 바닥을 굴렀다. 다시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딜도의 길이에 유진은 놀랐다. 저 긴 것이 장벽 끝을 누르고 자극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욕심 많은 구멍이니 이 정도는 받아먹을 수 있겠지.”

남자들이 또 다른 딜도를 꺼냈다. 이번에는 구슬 형태가 아닌 모조 성기였다. 유광으로 반짝이는 검은색 딜도를 보고 유진은 몸을 떨었다. 딜도 사이즈가 흉기에 가까웠다. 귀두부가 둥글게 펼쳐져 있고 기둥은 괴기하게 굴곡진 것이 여자 손목만 한 두께였다. 저것이 만약 안에 들어온다면 유진의 내벽을 괴롭게 긁어댈 것이 분명했다.

“흐으….”

남자들이 유진의 애널에 검은 딜도를 가져다 댔다. 유진은 입술을 질끈 물었다. 모형의 검은색 귀두가 서서히 구멍 입구를 눌렀다. 흉기같이 큰 것이 애널에 완전히 들어가려면 천천히 진입해야 했다. 딜도가 닫혀있는 구멍을 열자 주름과 회음부 살들이 딜도의 귀두를 따라 안쪽으로 밀려들어갔다.

“흐윽….”

거대한 모조성기가 구멍을 파고들었다. 긴장한 유진이 발끝을 흠칫 떨었다. 잘 참고 있다가 억지로 밀고 들어간 딜도가 안쪽 직장을 크게 확장시키는 순간 뒤를 조이고 말았다. 내벽의 압력이 거세지자 들어갔던 딜도가 도로 튀어나왔다.

“하아, 하아….”

남자들이 호흡하는 유진의 성기를 성의 없이 위아래로 흔들었다. 긴장을 풀라는 의미였다. 유진은 예민한 성기에서 느껴지는 마찰에 몸을 떨며 뒤를 이완하려고 애썼다. 커다란 걸 잠시 물고 있었던 애널이 빠끔거렸다. 남자들이 발간 속살을 벌려내기 위해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주름에 걸친 손가락들에 의해 구멍이 위아래로 벌어졌다.

“흐앗!”

찬 공기가 내벽에 닿자 유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빠끔 벌려진 틈새로 남자들이 다시 모조 성기를 집어넣었다.

“아흐으읏!”

억지로 안을 파고든 것에 묶인 발목이 파들거렸다. 유진이 거친 숨을 토했다. 거대한 모조성기는 민감한 주름을 무자비하게 짓눌렀다. 뒤에서 거대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유진이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내렸다. 아래를 보니 그로테스크하게 두꺼운 것을 애널이 버겁게 삼키고 있었다. 저 큰 걸 쉬이 받아냈다는 쾌감으로 유진의 머릿속에 희열이 차올랐다. 남자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유진의 발딱 선 성기에 바이브레이터를 가져다 댔다. 가장 민감한 귀두에 물체를 대고 진동을 울리자 유진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하아앗…!”

아래위로 동시에 자극이 주어진다. 귀두에 부들거리는 진동이 오면 내벽은 과격하게 확장을 당했다. 자극받은 내벽이 더 음란하게 꾸물거리자 모조 성기를 쥔 손에 더 힘이 들어갔다. 거대한 딜도가 꿈틀거리는 주름을 파헤쳐 더 깊숙이 삽입됐다.

“으아아악!”

좁은 내벽이 한계까지 늘어나 벌어졌다. 유진이 소리를 질렀다. 아까 전 구슬 딜도가 내벽을 쿡쿡 쑤시는 느낌이었다면 이 검은색 모조 성기는 숨이 막힐 것 같은 압박감을 주었다. 남자들은 딜도가 빠지려고 할 때마다 다시 밑둥을 꾹 눌러 유진의 안에 박아 넣었다. 구멍 안이 한숨 놓을 틈 없이 짓궂게 벌려지는 감각에 유진이 앓는 소리를 냈다.

“읏, 크윽…!”

결국 검은색 모조 성기도 장벽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엉덩이 사이에서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굴러 떨어진 딜도는 젤과 애액으로 범벅이 돼 흉측하게 번들거렸다.

“하아….”

“아직 부족하겠지?”

유진이 허전해진 뒷구멍을 연신 발씬거렸다. 음란한 구멍은 물건이 아닌 뜨거운 열기로 뒤를 쑤셔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가학적인 괴롭힘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남자들은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마지막 장난감을 손에 쥐었다. 길쭉한 초록색 물건을 눈치챈 유진이 크게 눈을 떴다. 균일하지 않은 모양으로 각이 진 물체의 정체는 바로 오이였다.

“으…!”

채소의 겉면엔 뾰족한 가시가 돋아있었다. 플레이용으로 다듬은 것이긴 했지만 여전히 살갗에 닿으면 따끔한 느낌이 있었다. 그게 성기 안 점막을 파고든다면…. 유진의 몸이 긴장으로 굳었다. 남자들은 유진의 눈앞에서 오이 위로 듬뿍 젤을 떨어트렸다. 초록색 채소가 투명한 젤로 번들거리니 시각적으로 더 기이한 모양새가 되었다.

“아, 아아….”

그들은 그것을 유진의 뒤로 가져갔다. 피부 위로 오이의 질감이 느껴졌다. 보아하니 콘돔도 씌우지 않고 그대로 삽입할 작정인 듯했다. 물기를 머금은 축축한 야채가 유진의 구멍을 벌렸다.

“이런 것도 넣어주면 좋다고 받아먹을 거 아냐?”

쿡, 주름을 벌리고 들어간 오이가 내벽 안에 잠겨들었다. 유진은 눈을 부릅뜨고 종아리를 바들바들 떨었다. 일정하지 않은 기둥이 이리저리 육벽을 쑤셨다. 아무리 처리한 오이라 할지라도 공산품이 아닌 날것의 물체는 여린 점막을 따끔하게 찔렀다. 표면의 까칠한 가시는 점막에 가벼운 상처를 냈다.

“으으…! 흐으, 흑…!”

오이를 물고 있는 구멍이 바들바들 경련했다. 가녀린 구멍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눈이 벌겋게 충혈됐다. 유진의 목소리가 힘을 잃고 점점 잦아들고 있었지만 좀 더 하면 오이가 완전히 쑤셔 들어갈 것 같았다. 잘 받아주는 유진의 몸을 이용해 남자들이 가학적인 행위를 지속하려고 할 때였다.

촬영감독 쪽에서 신호가 내려왔다. 중단하라는 메시지였다. 남자들이 곤을 쳐다봤다. 그가 굳은 얼굴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남자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봤다. 감독의 지시는 절대적이었다. 그의 심기를 거스르고 멋대로 촬영을 이어나갈 순 없었다. 감독의 단호한 의사를 알아들은 남자들이 재빨리 하던 걸 멈추고 유진의 구멍 안에서 오이를 빼냈다.

“하아….”

겉으로 보기에도 혹사당한 구멍이 빨갛게 부어있었다. 통통해진 입구 주름이 꿈질거린다. 남자들은 유진의 유두를 조이고 있던 클램프를 제거하기 위해 쇠사슬에 손가락을 걸고 집게를 확 잡아당겼다.

“하악!”

젖꼭지를 조였던 집게가 떨어져 나갔다. 유진이 허리를 휘며 저릿하게 저미는 쾌감에 바들거렸다. 혹사당했던 유두는 아까보다도 커져서 탱탱하게 부어 있었다. 조임이 센 집게로 오랫동안 물려 있었으니 당연했다.

비대해진 젖꼭지를 카메라가 찍었다. 한동안은 어디 내보이기 부끄러운 상태인 채로 지내야 할 것이다. 손톱만큼 부푼 유두를 달래주기 위해 남자 두 명이 유진의 겨드랑이 사이로 얼굴을 밀고 젖꼭지를 핥았다. 발갛게 도드라진 살갗 위를 혀가 낼름거리며 침질을 한다. 화끈화끈한 피부를 핥는 감각에 유진이 신음을 흘렸다. 오히려 그게 더 괴로웠다.

남자들이 유진의 다리를 풀어주었다. 장시간 묶여 있던 다리에 감각이 없어 유진이 비틀거렸다. 풀어줘도 반항하지 못하는 다리를 옆구리에 끼워놓고 한 남자가 불시에 유진의 애널 안에 삽입했다.

“앗, 으응!”

남자가 탈탈탈 털어놓듯이 허리를 찧었다. 유진은 뒤로 묶인 손에 힘을 주며 추삽질을 받아냈다. 욱신거렸던 애널 속으로 뜨거운 자지가 밀고 들어오자 화끈한 감각이 퍼졌다. 자지에 젤이 펴 발려져 있었기 때문에 아픔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고대했던 게 들어오자 음탕한 구멍이 왈칵 애액을 흘리며 자지를 조였다.

한 차례 파정이 끝나고 남자들은 유진을 의자에서 내려주었다. 긴 시간 고정돼 있던 몸이 앓는 소리를 냈다. 그들은 차례를 돌려가며 유진을 따먹기 시작했다. 그대로 손만 묶인 채 엎드린 유진의 허리를 잡고 남자들이 뒤에서 성기를 박아 넣었다. 유진은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사내들에게 기꺼이 뒷구멍을 내준다.

“하앗, 하읏…, 으윽…!”

“헉, 헉. 준 군, 기분 좋아?”

“기, 기분 좋아, 아앗…!”

유진이 서툴게 외국어로 대사를 뱉었다. 남자는 좋다고 더 힘껏 엉덩이를 내리며 유진의 항문을 팡팡 꿰뚫었다. 준은 거칠게 능욕당하고도 뒤로 박히며 좋아했다. 남자들은 곧 유진의 몸을 묶었던 줄을 풀었다. 묶여 있던 몸 위에 울긋불긋한 자국들이 남았다. 탱탱하게 부은 젖꼭지와 가슴, 붉게 달은 회음부는 물론이고 상체를 가르고 있던 포박줄의 형태가 그대로 문신처럼 찍혀있었다. 누가 봐도 창놈 같은 천박한 신체였다.

“하웁, 우웁.”

유진은 무릎을 꿇고 앉아 남자들의 자지를 펠라치오했다. 입을 열어 두꺼운 성기를 머금으면 다른 남자가 다리를 벌리고 그 옆에 섰다. 유진은 자지를 양손에 쥐고 남자들의 페니스를 번갈아 오랄했다. 입에 물고 있던 걸 열심히 흡입하다가 뽁, 하고 빼내면 다시 다른 걸 맛있게 빨았다. 머리 위에서 남자들이 ‘맛있어? 맛있어?’ 하고 묻는 말들이 오고 갔다. 유진은 얼굴을 움직여가며 기둥을 찹찹 물었다. 자신을 실컷 괴롭혔던 남자들인데도 유진은 공손하게 무릎을 꿇어 그들의 자지에 봉사했다.

앉아있는 유진의 주위를 남자들이 빙 둘러쌌다. 감독의 감시 아래 빼지 못했던 콘돔을 드디어 탈피하고 가지각색의 자지들이 용두질 쳤다.

“좆물 받아라…!”

누군가 외치자 수컷의 정액들이 하나둘씩 유진에게로 픽픽 떨어졌다. 왈칵왈칵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좆물이 유진의 얼굴을 덮쳤다. 유진은 무릎을 꿇어앉은 채 머리와 얼굴, 몸으로 남자들의 씨물을 고스란히 얻어맞았다. 일부러 벌린 입안에 정액이 고인다. 유진은 입을 달싹이다가 눈을 떴다. 그의 얼굴엔 홍조가 어려 있었다. 혀를 내밀고 입술을 핥는 유진의 모습은 지독히도 야했다.

*

촬영을 끝낸 유진은 건물 밖에 섰다. 제 몫의 백 팩을 얌전히 손에 들고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앞에선 곤이 스태프 차량에 짐을 싣는 중이었다. 유진은 곤이 하는 걸 지켜보며 머리를 식혔다. 저열한 색욕으로 가득 찼던 공간에서 빠져나와 그는 원래의 차분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갔다. 트렁크를 닫은 곤이 유진에게 운전수가 탄 밴을 가리켰다.

“타시죠.”

몇 개의 짐은 아직 바닥에 있는 채였다. 본인의 짐을 따로 챙기는 곤을 보며 유진이 의아하게 물었다.

“감독님은요?”

“전 차가 따로 있습니다.”

유진이 눈을 깜빡였다. 그렇구나. 같이 타고 가게 될 줄 알았는데. 운전석에 앉은 스태프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마침 마주한 시간도 이렇게 헤어지면 끝난다. 유진이 발을 머뭇거리며 찰나의 시간을 붙잡았다.

“저…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하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유진은 다음 기회에 하기로 했다. 곤이 유진을 지그시 응시했다. 운전수가 유진을 향해 재촉의 말을 던졌다. 갑자기 곤이 차에 대고 있던 팔을 떼더니 운전수에게 기다려달란 사인을 보냈다. 의아하게 쳐다보는 유진의 옆에서 곤은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시간이 있긴 한데.”

“예?”

“잠깐 이야기 좀 나눌까요?”

의외의 제안에 유진이 눈을 깜빡였다. 곤이 운전수와 다시 이야기를 나눈다. 유진의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 찬 사이 곤은 이미 회사 차를 보내고 유진에게 다가왔다.

“특별한 건 아닙니다. 촬영 뒤풀이라고 생각하세요. 유진 씨는 여기서 외국인이고 말 통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테니까….”

뒷목을 쓰다듬으면서 하는 말이 이것저것 늘어졌다. 곤은 구실을 말하고 있었다.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유진 씨 데뷔작 제가 총괄합니다.”

유진은 눈치챘다. 이건 그를 신경 써주고 있는 것이다. 뜻밖의 배려에 유진은 가슴이 덜컹였다.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좋습니다.”

“술은 좀 드십니까?”

“그냥 뭐.”

“이 근처에 괜찮은 바가 하나 있습니다.”

곤이 바로 행선지를 정했다. 유진은 그와 함께 술집으로 향하는 이 상황이 무척 신기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길을 걸었다. 가는 동안 정적을 깨기 위해 유진은 곤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다.

“감독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서른넷입니다.”

“아.”

연상인 건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던 유진은 놀랐다. 솔직한 반응에 곤이 피식 웃었다.

“놀랐습니까?”

“아뇨….”

유진은 자기가 너무 솔직하게 반응했나 싶어 서둘러 표정을 가다듬었다. 따지고 보면 한 회사의 총괄을 맡고 있으니 이상할 게 없었다. 오히려 젊은 편에 속했다. 그동안 마주쳤던 그 동년배의 시큼한 남자들을 떠올리며 유진이 곤에게 물었다.

“이 일은… 언제부터 하신 건가요?”

곤은 ‘글쎄요’ 하고 대답했다. 유진이 시선을 들어 바라보니 그는 무언가 생각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란히 서 있으면 유진이 곤을 약간 더 올려다봐야 했다. 그러고 그는 더 말이 없었다.

어느새 두 사람은 곤의 단골 바에 도착했다. 가게 안에는 잔잔한 재즈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곤이 자주 찾는다는 술집의 바텐더는 들어오는 손님에게 과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손님들은 무심한 바텐더를 지나쳐 자리에 앉는다. 유진과 곤도 스툴에 나란히 앉았다.

“항상 먹던 걸로.”

곤이 익숙하게 주문을 했다. 유진도 메뉴판에서 칵테일을 하나 시켰다.

“타지 생활은 어때요, 잘 맞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저는 처음 왔을 때 더위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특히 이 끈적끈적하고 습한 게.”

곤이 가볍게 말문을 텄다. 덕분에 유진도 부담 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바깥은 여름의 땡볕으로 이글거렸다. 다행히 가게 안의 시원한 냉기가 더운 열기를 식혀준다. 유진은 지난 이십 년간 살았던 땅을 생각하며 곤에게 대답했다.

“어차피 미국에서 지냈던 곳도 엄청 더웠어서.”

“미국, 좋네요. 다들 가보고 싶어 하는 나란데.”

“감독님은 왜 여기에 오셨습니까?”

“처음엔 유학하러 왔었죠.”

유진은 평범하게 곤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주제는 주로 타지 생활에 대한 것이었다. 밖에서 하기 거북한 얘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곤은 일 얘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신기했다.

주문했던 칵테일이 바 위로 올라왔다. 가게 안에 흐르던 노래가 리드미컬한 곡으로 바뀌었다. 유진은 바텐더가 쉐이커를 흔드는 걸 구경하면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옆을 보니 곤도 똑같이 고개를 까닥이고 있었다. 그래서 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말을 꺼냈다.

“아, 이 노래 좋아하는 노랜데.”

“압니까?”

곤이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텐더가 얼음 가득한 술잔을 내놨다. 유진은 레몬 조각이 장식된 칵테일 잔을 손에 쥐었다.

“원곡 보컬리스트가 이번 년도에 리메이크해서 새로 발표한 노래죠.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곤이 드물게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거까지는 유진이 모르는 사실이었다. 화제가 통한 게 신기해서 유진은 그에게 장단을 맞췄다. 곤은 노래에 대한 걸 몇 번 더 떠들다가 술을 입에 댔다. 그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또 좋아하는 노래 있습니까? 재즈 중에.”

“음, 발라드나 보사노바 같은.”

“그거 아주 좋죠.”

곤은 재즈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는 어색할 수 있는 자리에서 시시콜콜한 잡담을 잘 꺼냈다. 유진은 곤이 일부러 자기를 부른 이유를 깨달았다. 포르노를 찍는 건 몸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지치는 일이었다. 촬영이 끝날 때마다 오는 정신적 피로를 감당하지 못해 고통받는 배우들이 많았다. 이제 막 타지에 온 유진이 다소 무리하게 하드코어한 촬영을 소화하고 있다는 걸 곤은 알고 있었다.

유진에겐 여유가 필요했다. 그래서 곤은 배우를 위해 일에서 벗어난 일상을 마련했다. 낯선 나라에서 곤과 나란히 앉아 별거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이 상황이 유진을 평화롭게 만들었다. 유진은 자신 몫의 칵테일을 마시고 또 다른 걸 하나 시켰다. 몇 잔씩이나 술을 들이켠 유진의 얼굴이 붉어졌다. 곤은 유진이 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때쯤 일 이야기를 꺼냈다.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당분간 촬영은 없을 겁니다.”

“없다고요?”

유진이 느리게 눈을 깜빡거렸다. 곤이 들고 있는 잔의 얼음이 녹아 짤랑였다. 자세히 보니 그의 술잔은 아까 마신 그대로 남아있었다.

“촬영분이 끝났으니까요. 편집하고, 패키지를 다듬고 나면 발매가 될 겁니다. 그게 유진 씨의 데뷔작이 되겠죠. 미국이 아닌 이곳에서의.”

“다음 것도 찍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쉴 시간도 있어야죠.”

비디오가 발매되기까지 시간은 많았다. 뜻밖의 휴식에 유진은 마음이 들떴다. 그는 그동안 할 수 있는 일들을 꼽아보았다. 이사한 집 주변을 둘러보거나 관광을 해도 좋을 것 같았다. 문제는 이 나라에 아는 사람이 없다는 거였다. 자신처럼 곤도 휴가인 걸까. 유진은 조금 기대를 갖고 물었다.

“감독님도 쉬십니까?”

“아뇨. 저는 일합니다.”

곤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유진은 눈을 내렸다. 붉은 빛깔의 칵테일이 잔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시답잖은 이야기만 몇 번 더 주고받다가 두 사람은 바를 나왔다. 곤은 유진에게 쉬는 날 뭘 할 거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외곽에서 머물고 있는 유진을 위해 곤이 차를 태워주기로 했다.

“그럼…. 감사히.”

유진은 곤의 호의를 받아 조수석에 올라탔다. 곤은 멀쩡한 얼굴로 차를 몰았다.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해도 되는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가 마신 건 논알콜 칵테일이었다. 취한 건 유진뿐이었다.

검은색 세단이 어둑한 길을 달렸다. 유진은 운전하고 있는 곤의 옆모습을 쳐다봤다. 그의 남자다운 얼굴에 시선을 주다가 운전대를 잡은 손을 바라봤다. 운동으로 다져진 것 같은 팔에는 세련된 손목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얼굴도 잘생긴 데다 항상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으니 이쪽 남자들이 달려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유진은 그가 오늘처럼 자신에게 매일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쌀쌀맞은 겉모습 안에 숨겨진 다정함을 받고 싶었다.

“감독님은 원래 그렇게….”

유진이 취한 정신으로 곤에게 말을 걸었다. 운전을 하던 곤이 힐긋 눈을 돌렸다. 유진은 적당한 말을 찾으려고 노력하다가 그냥 아는 단어를 뱉었다.

“멋쟁이신가요?”

“멋쟁이요?”

곤이 이상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아, 단어 선택이 좀 이상했나. 곤의 웃음 참는 표정을 보고 유진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오랜만의 한국어인지라 요즘 말로 표현하는 건 조금 서툴렀다. 유진은 다시 하고 싶은 말을 골랐다.

“잘생기시고, 키도 크시고….”

유진의 솔직한 감상을 듣고 곤이 피식 웃었다. 그러는 본인도 다른 누군가에게 비슷한 말을 들을 법한 사람이었다.

“배우들보다 훨씬 몸도 좋으시잖아요. 처음엔 감독님이신 줄 몰랐습니다.”

“유진 씨도 괜찮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곤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앞만 쳐다보는 곤을 바라보다가 유진도 고개를 돌렸다. 그대로 집까지 가는 동안 쭉 정적이었다.

곤의 차는 골목까지 들어와 유진의 집 앞에서 정차했다. 비틀거리며 내리는 유진을 향해 곤이 가볍게 인사를 했다.

“다음에 뵙죠.”

그대로 곤은 차를 몰고 어두운 골목을 벗어났다. 유진은 떠나가는 차를 보며 터덜터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곤은 자신에게 크게 마음이 있어 따로 불러낸 게 아니다. 그와 가까워졌다고 생각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걸 유진도 알고 있었다. 곤은 어디까지나 소속 배우를 케어했을 뿐이다. 보살핌을 빙자한 관심 정도로. 한 번 맛보면 헤어나기 어려운.

유진은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한 차례 씻었던 몸에 다시 쏟아지는 물을 받았다. 그사이에 또 땀이 끈적끈적하게 났기 때문이다. 벗은 몸엔 붉은 자국들이 가득했다. 저열한 욕망으로 엉망진창이 된 몸. 따끔한 가슴에 조심조심 물을 끼얹으면서 유진은 곤의 생각을 했다.

‘연락처 정도는 물을 수 있었을 텐데.’

전화번호의 ‘전’ 자도 꺼내지 않았던 방금 전을 떠올리다가 유진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기대하면 안 된다. 조쉬도 말하지 않았는가. 스트레잇한테 마음 주지 말라고. 곤도 직접 말했다. 그쪽 취향이 아니라고 단언을 했다.

유진은 거슬러 올라가 처음 그를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프로필 촬영 직후 유진은 그를 멋대로 ‘곤 씨’라고 불렀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건 바른 호칭이 아니었다. 외국인의 실수를 그는 이해해줄까. 그래서 곤이 그때 자신에게 그렇게 쌀쌀맞게 굴었나 하고 유진은 혼자 땅굴을 팠다.

화장실에서 나온 유진은 털썩 침대에 누웠다. 몸에 묻은 물기로 시트가 젖었다. 사실 내내 쭉 기력이 떨어져 있던 상태였다. 뭘 할 기분도 들지 않아 유진은 상념에 빠져들었다.

‘게이가 아니라면 왜 게이 포르노를 찍는 걸까?’

‘어째서 한국 사람이 여기까지 와서 이런 일을 하는 거지?’

궁금한 건 많고 호기심은 넘쳐흘렀지만 알아낼 수 있는 건 적었다. 그때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메신저 앱을 통한 영상통화였다. 화면에 뜬 사람 이름을 보고 유진은 외마디를 뱉었다.

“와아.”

화면을 터치하자마자 튀어나온 블론드의 미남이 유진의 이름을 불렀다.

-유진!

“라이더.”

라이더는 유진의 친구이자 미국에 있었을 적의 업계 동료였다. 친한 친구인 그는 유진이 외국으로 떠난다고 했을 때 강하게 반대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같은 진흙탕이어도 여기서 구르는 게 낫지!’

지금까지 무슨 짓을 했는지 알려주면 라이더는 더 길길이 날뛰지 않을까. 유진은 일부러 목 아래가 나오지 않도록 화면을 조절했다. 가슴팍을 여미는 유진을 보고 라이더가 물었다.

-뭐야, 방금 씻은 거 같은데?

“여긴 지금 밤이니까. 잠깐, 그러고 보면 거기 시간이.”

시차를 따지면 그쪽은 새벽이었다. 그런데 라이더가 전화를 받는 공간이 시끌시끌했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반짝반짝한 불빛을 보고 유진이 기겁해서 물었다.

“지금까지 놀았던 거야?”

-광란의 밤을 즐겼지, 너도 있으면 재밌었을 텐데. 다들 너 그리워하더라. 물론 나도 마찬가지라고, 유진!

“나 그런 데 안 끼는 거 알잖아.”

친구의 정다운 호소를 무시하고 유진이 질색했다. 그런 류의 파티에는 약이 빠지지 않았고 유진은 약을 싫어했다. 문란의 끝을 달리는 파티에서 오고 가는 것을 피하려고 유진은 미국에 있을 적에 아웃사이더를 자처했다. 그가 약에 대해서 결벽적으로 굴었기 때문에 다른 업계 동료들도 그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거긴 좀 어때? 동양인은 아무래도 네 성에 안 찰 거 같은데. 폰섹스 상대해 줄 테니까 심심하면 말하라고.

“아니… 나 피곤해.”

-왜 피곤한데?

“촬영 마치고 오는 길이야.”

하하하하. 라이더가 잘생긴 얼굴로 개구지게 웃었다.

-그 조셉 카버가 아시안 게이가 되다니.

“나는 너처럼 거기서 잘나가지 않으니까.”

유진과 달리 라이더는 미국에서 유명한 포르노 스타였다. ‘지미’라는 가명을 쓰는 그는 인터널칵스가 휘청거리고 있을 때 진작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다른 회사로 옮겼다. 화면 뒤편에서 많은 남자들이 라이더를 불러댔다. 곧 통화가 끝날 것 같자, 유진은 조금 망설이다가 라이더에게 질문을 던졌다.

“라이더.”

-응?

“…….”

-뭐야? 무슨 일이야? 역시 괜히 갔다 싶어?

“스트레잇이… 남자를 좋아하게 될 확률이 얼마나 될 거 같아?”

전화 너머로 폭소가 울려 퍼졌다. 그건 동정 어린 비웃음이었다.

유진은 밤새 그의 게이 친구에게 실컷 비웃음당해야 했다. 이상형도 만나고 직장 잘 옮겼다며 친구에게 놀림을 당했다. 라이더와의 통화가 끝난 뒤 유진은 침대에 누워 한숨을 쉬었다. 유진도 게이 아닌 남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게 부질없는 짓이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곤은 게이에게 편견이 없어 보였다. 같이 일하는 유진을 배려해주는 다정함도 있었다. 그렇다면 유진도 희망 정도는 가져볼 수 있는 게 아닌가?

*

유진은 회사에 들렀다가 곤이 처음 보는 사람과 같이 있는 걸 목격하게 되었다.

“곤 씨이. 이따 저녁에 나랑 보기로 했잖아.”

유진보다 어려 보이는 남자가 곤의 팔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곤에게 몸을 부비며 앙탈을 부리고 있었다. 회사 복도에서 마주한 기이한 광경에 유진은 발을 멈추고 섰다. 유진을 발견한 곤이 그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유진도 얼떨결에 목례를 했다. 곤은 아무렇지 않게 옆 사람에게 팔을 내주고 있었다.

“어라, 준 군?”

처음 보는 남자가 유진을 알은체했다. 유진은 곤에게 목례를 하던 시선을 돌려 남자를 쳐다봤다. 예쁜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체구도 작고 팔다리가 가늘었다. 그런데 어째선지 그는 적대감 어린 눈빛을 유진에게 던지고 있었다.

“누구…?”

그때 복도 저편에서 회사 직원이 곤을 불렀다. 스태프가 자길 부르자 곤은 매달려 있는 남자에게서 몸을 빼내고 휑하니 가버렸다. 복도에는 유진과 처음 보는 남자, 두 사람이 남게 되었다. 유진은 눈을 깜빡이며 남자를 쳐다봤다. 멀뚱하게 서 있는 유진에게 그가 갑자기 반말로 말을 걸었다.

“당신, 첸 준이지?”

‘한국어?’

초면인 남자의 입에서 익숙한 한국말이 나왔다. 유진은 놀라서 남자를 쳐다봤다. 이곳 사람인 듯한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유진을 향해 쏘아대기 시작했다.

“난 류라고 하는데. 알고 있어?”

“아뇨….”

유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류를 바라봤다. 그는 회사의 다른 배우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당연히 류도 누군지 몰랐다. 유진이 전혀 모르는 눈치이자 류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 쳤다.

“같은 회사 소속 배우도 모른단 말이야? 미국에서 왔을지 몰라도 여기선 신입이 선배들한테 깍듯해야 한다고. 그게 당연한 예의니까!”

“아, 죄송합니다.”

“그리고 선배가 점찍은 남자를 넘보려는 것도 상식에서 벗어난 무례한 행동이야. 알아들어?”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유진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얘기에 눈썹을 들어 올렸다. 류가 새침하게 말했다.

“요즘 네가 곤 씨에게 집적거린다는 얘기가 있던데, 곤 씨가 좀 대단한 남자라고 해서 착각하지 마. 그는 게이가 아니야. 같은 남자한테 절대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거든. 물론,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남자들을 말하는 거지만.”

류가 유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유진의 훤칠한 키와 잘생긴 얼굴. 그건 분명히 인기를 끌 만했다. 그러나 유진이 돋보이는 건 어디까지나 남자라는 기준에서였다.

“평범한 스트레잇들한테 준처럼 건장한 남자는 전혀 상대가 아니니까. 게이 남자들한텐 좀 인기 있을지 몰라도 곤 같은 사람에겐 완전 아웃이지. 그런 딱딱한 몸을 가지고 곤 씨에게 어필하려 드는 건 조금,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아?”

류는 유진과 반대되는 몸을 살랑거리며 그를 깔보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유진은 그저 황당했다. 뜬금없이 품평당한 것도 어이없었지만 갑자기 오늘 처음 본 남자의 치정 상대가 되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유진의 뒤에서 곤의 목소리가 들렸다.

“류 씨.”

유진이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았다. 어느샌가 나타난 곤을 향해 류가 쪼르르 달려갔다. 두 사람은 유진을 놔두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외국어로 나누는 대화는 유진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우리가 하는 얘길 들었나?’

곤이 류가 한 말을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유진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방금 전 대화 내용은 무슨 삼류 로맨스 소설에서나 나올 것 같은 대사였다. 정작 유진은 한 것도 없었지만 곤을 의식하며 괜히 부끄러워했다. 곤의 팔에 기대고 있던 류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이만.”

류는 제가 했던 짓도 까먹은 것처럼 유진을 보고 태연하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는 아까처럼 곤에게 팔짱을 끼고 총총거리며 유진을 지나쳤다. 유진은 두 사람이 촬영을 하러 간다는 걸 깨달았다. 류의 색스러운 모습을 곧 곤이 보게 된다. 촬영감독인 그가 다른 배우를 찍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닌데 유진은 괜히 마음이 심통했다. 유진은 떠나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류는 곤에게 팔짱을 꼈고 그런 류를 곤은 거부하지 않았다.

유진이 오늘 회사에 들른 이유는 사장의 호출 때문이었다. 제프는 데뷔작 촬영 일정이 끝나자마자 유진을 불러냈다.

“어서 와.”

사장실에는 웬일로 레이 없이 제프 사장 혼자였다. 제프는 유진을 반기며 그를 사장실 소파에 앉혔다. 유진의 맞은편에 제프가 앉았다. 방 안이 조용했다. 유진은 제프와 단둘이 마주 보고 있는 상황이 어딘가 거북했다.

“첫 촬영을 끝냈다지?”

“예, 그럭저럭.”

“뭔가 불편한 점은 없었나?”

유진은 고개만 저었다. 그가 사장의 현지어를 완벽히 알아듣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었다. 말도 잘 안 통하는 상대를 앉혀두고 제프는 주절주절 떠들었다. 유진은 제프를 수상쩍게 쳐다봤다. 대체 무슨 속셈인 걸까. 제프는 시답잖은 소리만 하면 시간을 축냈다.

“곤과 친해졌다면서?”

“예? 전혀… 아닙니다.”

“들었다구. 곤은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인데 말이야. 용케 잘 꾀어냈는걸. 하지만 너무 빠지는 건 좋지 않아.”

의미 모를 이야기를 흘려듣는 건 꽤나 피곤한 일이었다. 유진은 바닥을 내려다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가 외국인이란 것도 모르지 않으면서 이런 자리를 만든 제프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준 군.”

제프가 소파에서 일어났다. 유진이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갑자기 제프는 유진의 옆자리로 다가왔다. 별안간 가까워진 거리에 유진은 긴장했다. 대머리인 중년 남자의 얼굴이 그의 코앞에 있었다. 제프가 손을 들어 유진의 허벅지를 짚었다. 유진은 놀라서 제프를 쳐다봤다. 제프는 슬며시 웃으며 유진의 다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안 됩니다.”

유진이 할 수 있는 말은 그뿐이었다. 그는 제프에게서 떨어지려고 했다. 거부하는 유진을 보며 제프가 피식 웃었다.

“안 돼? 어차피 온갖 남자들한테 다리 벌리고 영상 찍히는 주제에 튕기는 게 심한걸.”

피하려는 유진의 다리를 제프가 꽉 쥐었다. 투실투실한 손이 유진의 허벅지를 주물렀다. 유진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점점 더 희롱의 강도가 심해지는 손길에 유진이 크게 소리쳤다.

“싫습니다!”

유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제프는 두 팔을 들고 유진에게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유진은 제프를 한 번 노려보다가 사장실을 뛰쳐나왔다. 사장실을 한참 벗어나고서야 유진은 제대로 머리가 돌아갔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이래도 되는 걸까? 유진은 혼란스러운 머리로 생각했다. 포르노 배우들이 회사 사장과 그렇고 그런 관계를 가지는 건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유진은 아니었다.

‘혹시 불이익이라도 당하면.’

유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사장실을 나가기 전 제프의 표정이 어땠는지 유진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는 소속사 사장이었다. 심기를 거슬렸단 이유로 계약을 무를지도 몰랐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렇다고 유진은 회사 사장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게 나이든 상사라면 더더욱.

“하아….”

자신이 거기서 어떻게 대처해야 옳았던 건지 유진은 알 수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어깨를 늘어뜨리며 복도를 걸어 나갔다.

유진이 떠난 사장실에 홀로 남은 제프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소파에 길게 늘어진 제프를 누군가 뒤에서 끌어안았다.

“제프 씨.”

제프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목을 껴안고 있는 사람은 류였다. 고운 얼굴을 가진 남자는 자기보다 훨씬 나이 많은 남자에게 몸을 맞대며 속닥거렸다.

“준 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거야?”

그는 마치 자신이 없던 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것처럼 말했다. 제프는 주기적으로 소속 배우에게 접근해 원조식 관계를 맺곤 했다. 류는 그걸 알고 있었고 제프의 이번 먹잇감이 준이란 것도 알고 있었다.

“헤프게 다리 벌리는 주제에 소속사 사장은 안 된다? 건방진 녀석.”

제프가 불만스럽게 혀를 찼다. 그 말을 듣고 류가 키득거렸다.

‘돈 때문에 나라까지 건너와서 몸 팔 정도면 쉽게 대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프는 의외라고 생각하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그러나 준은 그가 제안을 꺼내기도 전에 달아났다. 아쉬움에 입맛만 다시며 제프는 담배를 비벼 껐다.

“류 왔으니까 기분 풀어, 응?”

류는 제프가 앉아있는 소파 앞으로 가 그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웬만한 소년들보다 예쁜 남자를 내려다보며 제프가 목을 긁었다.

“역시 내 펫들 중에선 류가 제일 귀엽다니까.”

“흥. 그런데 어째서 다들 그 남자만 찾는 걸까.”

제프의 바지 지퍼가 작은 손에 내려갔다. 류가 앙큼하게 말하자 제프가 호탕하게 웃었다.

“질투해, 류?”

“그야, 그야!”

류는 사장의 성기를 펠라치오 하려다 말고 얼굴을 팩 들었다. 내내 그를 신경 쓰이게 만들었던 것들을 떠올리며 류가 인상을 썼다.

“그 사람, 곤이 은근히 편애하는 것 같단 말이야! 켄과도 잤다고 하고, 윤간물 찍으면서 좋아하는 헤픈 빗치일 뿐인데, 어째서?”

질투를 드러내는 류의 얼굴에는 분한 기색이 가득했다. 제프는 피곤한 목소리를 흘려들으며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뭐어. 같은 한국인이니까 조금 더 마음이 가는 거겠지.”

“그래도 류 너무 속상해!”

제프는 류의 투정을 들어주는 게 귀찮았다. 봉사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걸레의 머리통을 손에 쥐고 제프가 고압적인 눈빛을 던졌다.

“자자. 투정만 부리지 말고, 어서.”

“웃.”

제프는 류의 머리를 제 고간에 내리눌렀다. 정수리를 누르는 힘을 이기지 못한 류가 늙은 남자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었다.

“넌 우리 회사 최고의 간판이다, 류. 그런 굴러먹은 중고랑은 비교도 안 돼. 그러니까 나도 너한테서 헤어 나오질 못하는 거 아니겠어?”

제프의 커다란 성기가 류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사장의 살살 구슬리는 말에 류는 머리를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제프는 또 다른 담배를 꺼내 물었다. 오랫동안 그의 꾐에 길들여진 류는 열심히 남자의 자지를 조였다. 그러나 제프는 류의 오랄을 받으면서 머릿속으로는 준을 떠올리고 있었다.

원래 놓친 사냥감이 더 아쉬운 법이었다. 제프는 류의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넣으며 작은 머리통을 쓰다듬었다. 준을 발가벗기고 잘생긴 얼굴에 사정액을 쏴주면 볼만한 구경거리가 될 것 같았다. 그의 벗은 몸이 얼마나 훌륭한지 제프는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벗은 몸만 봤다 뿐인가, 남자 손에 앙앙거리는 꼴도 보았다. 그를 둘러싼 소문들도 알고 있었다. 유진은 좆만 보면 달려드는 걸레라고 했다. 그 천박한 몸을 가지고 저한테만 비싸게 군다고 생각하니 제프는 빈정이 상했다.

“우웁!”

제프는 류의 머리를 쥔 손에 더 힘을 주었다. 자지가 입안 깊숙이 들어가자 류가 괴로운 듯이 컥컥거렸다. 입안에 들어찼던 성기가 밖으로 나오고서야 류는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류는 약간의 두려움이 담긴 눈으로 제프의 성기를 쳐다봤다. 흉측한 성기. 시술로 확장시킨 기둥의 끝은 남들보다 두 배 이상 크다. 버거운 귀두를 물고 있던 류는 계속 기침을 터뜨렸다. 제프는 수고했단 의미로 류의 가슴을 빨아주었다.

“아으응.”

부드러운 피부가 제프의 입안에 살성 좋게 쭉쭉 들어찼다. 끌어당겨진 류가 제프의 위에서 갸르릉거렸다. 상품의 몸에 자국이 남지 않도록 조심하며 제프가 음탕한 류를 놀렸다.

“그렇게나 곤이 좋은 거야? 나이 많은 회사 사장에게 몸 대줄 만큼?”

“흐으읏!”

제프가 류의 배꼽에 혀를 쑤셨다. 류가 제프의 머리를 붙잡았다. 그는 회사의 소속 배우이자 사장의 오랜 원조교제 상대였다. 제프의 도움으로 류는 곤에게 들러붙어 있었다. 언제고 곤에게 애가 닳을 때마다 회사 사장을 찾는 류를 제프는 진득하게 귀여워해 주었다. 류가 신음하며 말했다.

“곤은… 다르다구, 웃!”

“그런 무뚝뚝한 남자가 좋다니. 널 사랑해줄 남자가 널려있는데.”

날 포함해서 말이야. 제프의 말에 류가 부정하며 새침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프는 순진한 류를 보며 웃었다. 자고로 남자란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다. 그를 잔뜩 사랑해주기 위해 제프가 류를 밀어 눕혔다. 열린 셔츠 자락 사이로 류의 하얀 상체가 드러났다. 제프는 그의 바지를 벗기고 다리 사이에 코를 박았다.

“흐음….”

류의 고간에 코를 박고 숨을 들이키자 향긋한 바디워시 냄새가 났다. 제프가 비죽이 미소를 지었다. 그의 어린 펫은 제프와의 섹스를 위해 은밀한 곳을 깨끗이 씻고 온 것 같았다. 제프가 류의 속옷을 벗겨놓고 발목에 걸었다. 양말만 신겨진 얇은 다리에 흰 팬티가 대롱대롱 매달렸다.

“아읏, 제프 씨….”

중년의 남성이 소년 같은 여린 비부를 핥았다. 류의 뒤로 게걸스러운 혓바닥이 들어왔다. 애널이 파헤쳐질 때마다 류는 엉덩이를 떨었다. 발씬대는 앙큼한 구멍을 보며 제프가 그를 도발했다.

“준이 가벼운 엉덩이로 꼬시다 보면 곤도 넘어갈지 모르지.”

잡고 있는 포동포동한 엉덩이에 힘이 들어갔다. 제프는 곤 얘기로 류의 심기를 자극했다.

“곤은 너한테 관심도 없잖아. 네가 훨씬 예쁘긴 하지만 준 같은 튼튼한 쪽이 취향일 수도 있지 않겠어?”

“아읏, 흣.”

도발당한 몸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때를 노려 제프는 류의 안에 삽입했다.

“하아아앙!”

“겨우 이런 걸로 넌 부들댄다니까.”

제프가 자극적인 말을 내뱉으며 류의 몸을 탐했다. 괴물 같은 귀두가 구멍을 긁어대니 그 견디기 힘든 감각에 류가 히끅거리며 신음했다. 분했지만 능글맞은 제프의 말이 류에게 전부 치명타였다.

“시, 심술 맞아.”

“귀엽긴.”

류가 분한 눈빛을 보냈다. 제프는 실실 웃으며 다시 한번 그 안을 쳐올렸다. 류의 입에서 교성이 터졌다. 남자는 류의 스팟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기분 좋은 곳만 찔러주는 성기에 류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좋아하는 이를 향한 지고지순한 순정을 간직한 주제에 뒤로는 늙은 남자와 배를 맞대다니. 제프는 쾌감에 절은 류를 보며 실소를 흘렸다.

“하아앙…!”

제프는 이 어리석은 남자를 꾀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류는 애정결핍이었다. 곤의 세심한 배려를 받고 그에게 한눈에 반해 지금까지 짝사랑에 절절매고 있었다. 마침 제프도 원하는 게 생겼다. 제프는 류를 이용해 수작을 부릴 생각이었다.

“너도 준이 밉지?”

류가 제프를 쳐다봤다. 제프가 허리를 크게 박아 넣었다. 류가 가냘픈 소리를 내뱉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제프는 음험한 얼굴로 자지를 쑤시며 류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럼 내게 협력해. 곤을 네 것으로 만들고 싶잖아. 그러려면 내 말을 아주 잘 들어야 할 거야.”

그건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류가 눈을 꼭 감았다. 허리 아래로는 짐승 같은 교접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자극을 우선시하는 무자비한 추삽질에도 류는 구멍을 조였다.

“아, 앗!”

제프가 갑자기 류의 안에서 빠져나왔다. 류가 움찔거리며 게게 벌어진 구멍을 조였다. 제프는 자지를 덜렁거리며 사무실 책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서랍을 뒤졌다. 은밀하게 감춰놓은 수납장 바닥에는 각종 약 봉투들이 들어있었다. 그중 하나를 꺼내 가져오는 제프를 보고 류가 미약하게 반항했다.

“싫어, 그건.”

“어차피 끝에 가선 좋아하잖아.”

제프는 류를 책상 위에 엎드리게 했다. 류의 등에 올라탄 제프가 그의 입을 벌려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손가락에는 알약 하나가 들려 있었다. 억지로 삼키게 만든 알약을 류가 목구멍으로 넘겼다. 수상한 약을 삼키고 류가 책상 위에 엎어졌다. 약효는 빠르게 돌았다.

“앗, 흐응, 하앙!”

다시 삽입된 자지에 류가 새된 신음을 질렀다. 동공이 풀린 류를 보며 제프가 음산하게 웃었다. 류는 중년남자의 자지를 맛있게 받아먹었다. 미약에 취한 몸은 감도가 올라가고 남자 좆을 맹목적으로 쫓는다. 제프도 수없이 따먹은 구멍을 탐닉했다. 미모의 어린 청년과 대머리 아저씨의 조합은 누가 봐도 원조 관계의 그것이었다. 그런 제프를 류는 연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끌어안았다.

‘어차피 아저씨에게 몸도 쉽게 내주는 주제에 왜 게이가 취향도 아닌 남자한테 목매다는 거람.’

제프는 곤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배우들이 한심했다. 곤이란 남자는 배우들을 현혹시킨다. 그건 어떤 성적인 기술이 아니라 그가 으레 하는 관리방식이었다.

“흥. 곤은 영업을 하는 것뿐이야. 그 녀석은 철저한 기획자다…. 설령 자기가 찍는 게 GV라도 최고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놈이라고.”

제프는 몸을 기울여 류의 안을 퍽퍽 쳐댔다. 주름이 늘어진 구멍이 더러운 좆을 꽉꽉 물었다. 정신없이 흔들리는 류를 보며 제프가 말했다.

“게이도 아닌 주제에 구멍 파는 더러운 창놈들이랑 어울리는 놈이 있을 것 같아? 네놈들은 모르겠지, 배우들이 녀석에게 어떤 의미인지… 큭. 창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잘난 얼굴로 배우들과 얼굴 맞대는 것 정도는 아무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게 바로 곤이란 인간이다.”

제프는 류에게 곤의 실체를 폭로했지만 안타깝게도 류는 약에 취해 그 말을 듣지 못했다.

*

유진은 조쉬에게 연락을 걸었다. 그와 만나기 위해서였다. 조쉬는 유진의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조쉬와 만난 자리에서 유진은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말했다. 사장이 유진에게 손을 댔단 이야기를 듣고 조쉬는 열통을 터뜨렸다.

“늙탱이 주제에 아들뻘인 남자한테 손을 대? 그 자식은 쓰레기 새끼야.”

화를 내는 조쉬를 보며 유진은 속으로 안도했다.

‘역시 이쪽에서도 평범한 게 아니었구나.’

자신의 일처럼 화내주는 조쉬에게 유진은 고마움을 느꼈다. 하지만 마냥 넘길 일도 아니었다. 미국에 있었던 때를 떠올리며 유진이 조쉬에게 말했다.

“인터널칵스에 있을 때 그런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하긴 비일비재한 일이긴 해. 이쪽 일이란 게 더러운 손들이랑 연결돼 있을 때도 있잖아. 그중에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애들은 정말 드물고.”

물론 조쉬와 유진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에 속했다. 똑같이 포르노를 찍어도 개중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부류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런 오퍼가 들어왔을 때 엉덩이 들썩이면서 반기는 애들이 더 많을지 몰라. 그러고 보니 자긴 미국에 있을 때도 금욕적인 걸로 유명했지.”

포르노 배우에게 금욕이란 단어는 좀 그런가? 조쉬가 잠깐 생각하는 동안 유진이 곧바로 반박했다.

“저는… 별로 금욕적이지 않은데요.”

“하하하. 뭐, 그래도 약은 안 하잖아?”

조쉬가 자신을 오해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유진이 덤덤하게 말했다.

“부모님이 마약 중독에 시달리다 돌아가셨거든요.”

“아….”

조쉬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그의 얼굴에 떠오른 낭패 어린 기색을 보고 유진은 섣불리 말한 걸 후회했다. 어차피 유진에게는 다 지난, 상관없는 일이었다. 조쉬를 곤란하게 만든 것 같아 유진은 황급히 수습했다.

“다 지난 일이에요.”

“미안. 괜한 얘길 했네.”

“아닙니다, 전 정말 괜찮아요.”

그 때문에 빚도 떠안고 고생도 좀 했지만 유진은 거기까진 말하지 않았다. 이야기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조쉬는 앞으로 유진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얘기해줬다.

“그 사람 아마 널 떠본 걸 거야. 그렇다 해도 싫다는 사람한테 터치를 이어간 건 잘못된 거지. 내가 생각하기엔 텐위 사장은 그다지 좋은 사람 같진 않네. 이 바닥에서 좋은 사람을 운운한다는 게 웃기긴 하지만.”

유진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잠시 우울해졌다. 돈을 벌기 위해 힘들게 더러운 것들을 피해 가야 한다는 사실이.

“워낙 썩은 업계다 보니 피할 수 없는 관행이라거나,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혹시 강제적으로 협박이 있다거나 하면 바로 말해. 내가 언제든 도와줄게. 자기 정도면 다른 회사에도 반길 거고, 우리 프로덕션도 있으니까.”

조쉬는 유진을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그의 배려 깊은 성의에 유진은 기운이 났다. 그는 이제부터 제프와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

회사의 연락을 받고 나간 유진은 얼떨결에 술자리에 끌려가게 되었다. 소속사의 월말 뒤풀이였다. 직원의 손에 이끌려 간 술집은 이미 취해있는 사람들로 떠들썩했다. 회사 사람들은 저마다 테이블을 잡고 자기들끼리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개가 얼굴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유진은 곤과 레이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준 군!”

갈 곳 잃고 서 있는 유진을 먼저 부른 건 놀랍게도 류였다. 유진은 일부러 그쪽을 보지 않으려 했다.

“준 군, 이리 와!”

그러나 류는 친한 척을 하며 억지로 유진을 끌고 제 옆에 앉혔다. 유진은 기분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가까운 곳에 제프가 앉아 있었다. 유진이 자리를 피해야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아, 저는 좀.”

“지난번에는 내가 너무 말이 심했지? 이거 받아, 준. 미안하다는 의미로 주는 거니까.”

벗어나려는 유진을 붙잡고 류가 술잔을 채웠다. 류는 이전의 언행에 대해 사과하고 있었다. 유진이 미심쩍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때 좀 날카로웠던 상태였거든. 요즘 준이 우리 회사에서 핫하잖아. 나도 모르게 질투해버렸지 뭐야. 그건 진짜 내 마음이 아니었어. 알고 있지?”

류는 유진의 술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쳤다. 류의 표정은 진심 같아 보였다. 그가 유들유들하게 굴자 유진도 경계가 풀어졌다. 유진은 류의 사과를 받아주었다.

“아닙니다, 이해해요.”

“정말? 준 군 좋은 사람이구나…. 감동했어. 나 준 군이 좋아! 화해의 의미로 친하게 지내고 싶어!”

류가 벌컥 술을 들이켰다. 유진도 유리잔에 담긴 맥주를 마셨다. 류는 유진에게 한국어로 말을 걸어주었다. 류가 유진의 말을 전해줘서 유진은 무리 없이 술자리에 어울릴 수 있었다. 능숙하게 한국어를 하는 류에게 유진이 물었다.

“한국어는 어디서 배우신 건가요?”

“나? 한국인 친구가 있어서 금방 배웠어.”

“그렇군요. 굉장히 놀랐습니다. 저보다 더 잘하시는 것 같길래.”

“에이, 그 정도는 아냐. 자자, 한잔 더 받아.”

류는 계속 술을 권했다. 유진은 류와 잔을 부딪치다가 처음 보는 술에도 입을 댔다. 이곳의 음식은 맛이 좋았다. 가게 안은 시끌벅적했고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술을 마시던 유진이 주위를 살피다 류에게 물었다.

“저, 곤 감독님은 안 오신 건가요.”

“곤?”

유진이 곤을 언급하자 류가 뾰로통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역시 준 군도 곤을 좋아하는구나?”

“그런 게 아니라, 제가 회사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곤 씨는 인기가 많으니까 말이야.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지. 우리 소속사 배우들 중에 곤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류는 유진의 변명을 귀담아듣지 않고 혼자 중얼거렸다. 턱을 괸 류가 새침하게 술을 쪼륵 마셨다. 유진이 류에게 물었다.

“류 씨도 감독님이 좋으세요?”

“당연하지! 얼굴 좋고, 매너 좋고, 너무 내 스타일인걸. 아아, 그 사람 차라리 배우였으면 같이 섹스라도 하는 건데.”

류가 그 말을 너무 크게 하는 바람에 유진은 서둘러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은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유진은 포르노 배우가 된 곤을 상상해 보았다. 벗은 몸이 된 곤이 카메라 앞에서 자신에게 페니스를 삽입한다고 망상해보자 유진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 사람은 원래 술자리에 잘 안 나타나.”

“네에….”

류가 안타깝다는 듯이 꿍얼거렸다. 그의 주정을 들어주며 유진은 류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벌써 빈 병이 몇 개나 늘어났다. 유진은 다른 사람들과도 통성명을 나눴다. 새 회사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 유진은 기분이 좋았다. 그는 빠르게 취해버렸다.

요의를 느낀 유진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화장실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비틀거렸다. 돌아오니 남은 사람들끼리 2차전을 벌이고 있었다. 유진도 동참했다. 프로덕션 사람들은 외국인을 위해 친히 전통주까지 대접했다. 너무 마셨다고 생각했을 땐 이미 유진의 눈앞은 빙빙 돌고 있었다. 남아있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가게를 떠났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유진을 류가 들쳐 멨다. 평소 남에게 이런 수고를 끼치지 않는 유진이 드물게 정신을 잃고 류에게 몸을 기댔다.

두 인영이 어두운 밤거리를 걸었다. 유진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 주택가에 접어들었을 땐 그를 부축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유진은 들어 올려진 채 어느 집으로 들어갔다. 정신을 잃은 유진이 커다란 침대 위로 떨어진다. 그의 곁에 있는 건 류가 아닌 제프 사장이었다.

“완전히 곯아떨어져선.”

제프가 비열하게 웃으며 잠들어 있는 유진을 쳐다봤다. 유진을 데리고 오느라 땀으로 흥건한 셔츠를 그가 벗었다. 셔츠 안에 껴입은 나시 티는 비곗덩어리 같은 뱃살을 감싸느라 늘어져 있었다. 제프는 그 찝찝한 몸을 유진에게 밀착시켰다. 땀에 젖은 두 몸이 포개진다. 유진의 얼굴은 취기와 더위로 달궈져 있었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방 안, 그 벽면에는 알 수 없는 화상 카메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음침한 공간 사방에는 카메라와 화면 전송 패널들로 가득했다. 방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행각은 수 대의 카메라를 통해 다각도로 촬영된다. 게이 포르노 회사의 사장은 자택에 그의 은밀한 성벽을 구현해 두었다. 제프가 유진을 만지면 그 모습이 책상의 카메라에서 침대 머리맡에 있는 태블릿으로 전송됐다. 그는 전송된 화면을 통해 자신이 섹스 파트너들을 주무르는 모습을 직접 감상했다. 그건 시판 DVD 따위가 아닌 제프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행하는 리얼 라이브 포르노였다.

“의심도 없이 덥석덥석 받아 마시면 안 되지, 안 그런가 준 군?”

시원한 바람에 식혀진 유진의 얼굴을 핥으며 제프가 중얼거렸다. 제프는 유진의 옷을 벗겼다. 조악한 대머리 아저씨 앞에서 한 꺼풀씩 나체가 되어가면서도 유진은 곤히 잠들어 있었다.

“류가 바람잡이를 하면, 취한 널 내게 넘겨주기로 했지.”

늘어져 있는 몸의 옷을 벗기기란 쉽지 않다. 제프가 힘을 들여 유진의 옷을 벗겨 내렸다. 제프는 술자리 내내 유진을 곁눈질하고 있었다. 유진은 그의 속셈도 모르고 류가 주는 술을 꿀꺽꿀꺽 받아마셨다. 그는 오늘 밤 내내 잠들어 있을 예정이었다. 단순히 곯아떨어진 게 아닌 얼굴엔 홍조가 어려 있다. 제프가 유진의 팬티 위를 손으로 훑자 유진의 입에서 달콤한 한숨이 나왔다.

“벌써 감도가 달아오른 건가.”

제프가 음침하게 킥킥거렸다. 그는 마침내 유진의 속옷까지 전부 벗겼다. 중년 남자의 눈앞에 유진의 근사한 나체가 드러났다. 마른 몸에 유일하게 살이 붙은 폭유와 남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정리한 민짜 사타구니는 수컷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이딴 걸레 같은 몸으로 비싸게 구는 걸, 열이 받아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제프는 정자세로 누운 유진의 허벅지를 벌렸다. 살로 덮인 계곡 사이에는 뻐끔대는 은밀한 입구가 있었다. 그가 서둘러 바지를 벗고 자신의 흉측한 자지를 손에 쥐었다. 허벅지를 옆으로 더 밀자 발간 음부에 두꺼운 자지가 닿았다. 대가리만 비정상적으로 큰 자지가 봉긋한 애널 입구를 위아래로 비볐다. 좆이 배회하자 남자의 수작으로 물을 흘리는 뒷구멍이 껄적하게 벌어졌다. 제프가 그 안에 선단을 푹 삽입했다.

“하읏, 으….”

이상한 형태를 한 그로테스크한 귀두의 침입에 유진의 내벽이 경련했다. 그대로 선단만 넣은 좆기둥을 손에 쥐고 제프는 유진의 다리 사이에서 잘게 추삽질을 했다. 제프의 비대한 몸뚱이는 뒤에서 봤을 때 유진의 몸을 전부 가려버렸다. 깊게 삽입하지도 않고 깔짝대며 쑤시는 상태로 제프는 유진을 괴롭혔다.

“분명 이쯤에 좋은 스위치가 있을 텐데. 이곳인가?”

보형물을 넣어 불룩 튀어나온 굴곡이 유진의 내벽 어딘가를 스쳤다. 유진이 바로 반응을 보였다.

“하앗!”

“찾았다.”

제프가 눈을 빛내며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툭툭 쳐댔다. 삽입된 귀두가 내벽의 한 지점을 문질거렸다. 전립선이 자극되자 유진이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흥분하기 시작했다. 누워있던 성기가 기립하고 그의 입에서 앙앙거리는 소리가 나온다.

“내 좆이 긁어주니 좋은 것이냐, 응? 오냐, 더 물려주마.”

제프가 음험하게 웃으며 유진의 구멍에 자지를 반만 집어넣은 채 전립선을 마사지했다. 그곳은 후장을 걸레로 만드는 수컷의 G스팟이었다. 자는 몸을 확실히 조교시키기 위해 제프는 허리를 바로 놀리지 않고 유진의 성감대만 압박했다. 그는 링이 박힌 귀두로 노련하게 안쪽의 튀어나온 부분을 긁었다. 자지를 물고 있는 유진의 몸이 후들거렸다. 개조된 귀두가 전립선을 긁는 감각이 미끈한 몸에 새겨졌다. 가볍게 문지르던 귀두가 순간 과격하게 성감대를 건드리자 유진의 내벽이 꽉 조여들었다.

“큭!”

자지를 물어오는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제프가 유진의 안에 파정했다. 그의 정액이 전립선이 있는 부근을 향해 쏘아졌다. 정액줄기가 전립선을 투둑 때리자 자고 있는 유진의 입이 애달프게 벌어졌다. 잘게 떠는 유진을 몸 아래 가둔 채 제프가 투덜거렸다.

“이런, 벌써 싸버렸잖아.”

그가 파묻혀 있던 자지를 꺼내며 침대 헤드에 달린 태블릿을 확인했다. 다리 사이에 뚱뚱한 남자를 가둔 유진의 모습이 화면 속에 비춰졌다. 자지가 빠져나가는 순간 유진의 엉덩이가 옴폭 패어들었다. 깊게 삽입하지 않고 싸서 그런지 그의 정액이 구멍에서 금방 흘러나왔다. 한발 낭비된 정액을 아까워하며 제프가 몸을 일으켰다.

“기껏 잡은 사냥감인데 느긋하게 즐겨야지.”

제프가 책상 서랍에서 약을 꺼내 입안에 털어놓는다. 익숙한 듯이 약을 삼킨 제프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곧 빙빙 도는 이명이 남자의 귀를 강타했다. 끓는 열기를 견디며 천천히 호흡을 내뱉자 죽어있던 남자의 성기가 곧추서기 시작했다.

“나는 준 군과 하고 싶은 게 아주 많거든….”

약은 호르몬을 분비하고 혈관을 확장시켜 머리를 어지럽게 만든다. 제프가 겹겹이 진 눈꺼풀을 느릿하게 떴다. 곧 성욕이 들끓은 남자가 잠든 유진을 쳐다봤다. 그가 느릿하게 입술을 핥았다.

다시 세운 성기를 흔들며 제프는 유진에게 다가갔다. 침대에는 그가 수작질한 미남자가 아무것도 모른 채 잠들어 있었다. 바로 전에 저열한 중년 남자를 뒤로 받고 그의 정액을 구멍에서 흘리고 있는 채로 말이다. 흥분에 잠긴 유진이 가냘프게 숨을 쉬었다. 제프가 유진의 얼굴을 잡아챘다. 뺨을 눌러 억지로 입을 벌리게 하고, 그 안으로 제프가 대물을 비집어 넣었다. 남자의 거대한 성기가 붉은 입술을 가르고 들어갔다.

“우후읍….”

입안을 메우는 압박감에 유진이 끙끙거렸다. 제프는 성기를 집어넣으면서 유진의 목을 은근하게 눌렀다. 끝 모르고 빠져든 깊은 수면 속에서 유진은 목이 졸리는 아릿한 고통에 시달렸다. 성기를 물고 있는 얼굴이 일그러졌다. 제프는 허리를 움직여 여린 입 점막을 딱딱한 귀두 굴곡으로 긁었다.

“컥, 크윽, 쿠….”

유진의 입안이 마구 파헤쳐진다. 제프가 벽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유진의 얼굴을 정면에서 모니터링 했다. 잘생긴 얼굴이 무식한 크기의 페니스를 물고 엉망으로 구겨져 있었다. 제프가 비죽이 웃었다. 자극적이었다. 그는 남자들이 그의 흉악한 자지를 물고 괴로워하는 걸 즐겼다.

커다란 손으로 몇 번 더 유진의 얼굴을 쓸어내린 뒤에 제프는 좆을 꺼냈다. 파하, 막혔다 터진 숨소리가 공기 중으로 흩어지고 유진의 입에서부터 물고 있던 성기까지 침이 길게 늘어졌다.

“또 싸버리면 안 되니까, 조심.”

제프는 유진의 머리맡에서 제 좆을 탁탁 털며 몰려왔던 사정감을 가라앉혔다. 또다시 헛발 싸지 않기 위해 사정의 욕구를 가라앉힌 그가 다시 유진의 다리 사이로 기어들어갔다. 발개져 있는 살갗을 헤쳐 드러난 항문에 제프가 자지를 삽입했다. 이미 한 번 받아낸 구멍은 저항 없이 제프의 성기를 물었다. 힘이 풀린 몸을 유린하며 제프가 유진을 모욕했다.

“이렇게 헐거워서 쓰겠어? 헉헉. 아무리 걸레래도 말이야, 남자 좆은 꽉 물 줄 알아야지, 윽.”

제프의 허리짓이 빨라졌다. 들어간 건 쉬워도 흉기 같은 자지가 배 속 깊은 곳을 쑤셔대니 유진은 의식이 없는 중에 압박감을 느꼈다. 그의 입에서 괴로운 앓는 소리가 나왔다. 제프는 좆의 무식한 크기를 고려 않고 마구 상대의 속살을 쑤셔 벌렸다. 꿰뚫리는 후장 안쪽이 귀두를 받을 때마다 왈칵왈칵 벌어졌다.

“허윽!”

유진이 저항감에 무의식적으로 팔을 내둘렀다. 그 팔을 제프가 잡아챘다. 제프는 잡은 손에 깍지를 끼우고 시트에 내리눌렀다. 고른 손가락 사이로 돼지족발 같은 두툼한 손가락이 끼워져 들어갔다.

“아핫…! 흑, 아아!”

유진은 제프와 깍지를 낀 채 바로 누워 밭은 숨을 내쉬었다. 제프의 짐승에 가까운 과격한 허리놀림에 유진의 입에서 신음이 마구 터져 나왔다. 그러고도 깊게 감긴 눈은 떠질 줄을 몰랐다. 반듯한 청년이 늙은 아저씨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겁간을 당하고 있다. 제프의 가슴속에 그의 펫이 된 준을 향한 사랑이 차올랐다.

“흐엑, 힉, 주, 준 군…!”

“흐윽…, 흐, 하읏….”

나이를 속일 수 없는 중년 남자의 호흡 소리가 급박했다. 제프는 입술을 동그랗게 말고 추한 신음을 뱉어댔다. 추악한 애욕을 발산하며 제프가 유진에게 키스했다. 더러운 혀는 여린 점막을 게걸스럽게 핥고, 빨며 물기 어린 입을 농락했다.

“큭, 싼다아아!”

사정에 임박한 제프가 유진에게 아랫도리를 퍽퍽 박아댔다. 유진의 허리가 공중에 띄워지고 결합된 부위로 투박한 마찰음이 터진다. 제프는 유진의 손을 꽉 쥐며 그의 구멍 속으로 사랑의 씨앗을 듬뿍 쏟아냈다.

“흐아아….”

유진이 입을 벌리고 힘없이 소리를 내뱉었다. 약물로 발기한 성기는 구멍 안에 잔뜩 정액을 짜내는 데 성공했다. 제프는 쾌감에 허덕이며 헥헥거렸다. 턱 밑으로 침이 흘렀다. 그가 더러운 침을 추접하게 닦아내며 시원하게 싸갈긴 자지를 꺼냈다. 제프의 겹겹이 살이 접힌 허리에 걸쳐져 있던 유진의 다리가 아래로 툭 떨어진다. 딸려 나가는 기둥을 따라 유진의 구멍에서 정액도 같이 흘러나왔다.

“쯧. 기껏 싸준 걸 칠칠치 못하게 다 뱉어버리기는.”

벌써 두 번째 삽입당한 유진의 애널은 어느 정도 벌어져 있었다. 제프는 혀를 끌끌 차며 밀려나오는 정액을 자신의 좆대가리로 다시 집어넣어 주었다. 유진의 회음을 타고 흐르는 정액줄기를 제 귀두 끝에 모았다가, 옹골지게 고인 정액을 다시 구멍 속으로 밀어 넣었다.

뽁, 뽁. 뷰륙. 커다란 귀두가 구멍을 파고들 때마다 입구에서 공기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재밌어서 제프는 몇 번이고 부은 구멍을 헤집었다. 툭 불거진 귀두로 애널 주름을 깔짝이자 유진이 앓는 소릴 냈다.

“흐으응….”

꿀쩍거리며 벌어진 입구 틈 사이에 밀어 넣은 정액이 고였다. 발간 속살이 허연 점액을 물고 있는 걸 보고 제프가 음침하게 중얼거렸다.

“사장님의 좆물이니까 쭉 들이켜라고.”

“흐읏, 응.”

애널이 발씬거리자 기껏 비벼 넣은 좆물이 다시 떨어졌다. 제프가 유진의 허리를 위로 잡아당겨 허벅지를 벌렸다. 고된 자세에 유진이 신음했다. 제프가 주위에 있던 카메라를 하나 집어 유진의 비부 사이로 가져다 댔다. 렌즈에 비친 유진의 애널이 전면의 패널에 크게 촬영되어 나타난다.

“이 안에 씨물을 잔뜩 심어놓고….”

방금 전까지 자지를 삼키고 있던 구멍으로 제프가 손을 가져갔다. 그의 시선이 침대 위의 패널로 향했다. 화면은 유진의 애널을 자세히 클로즈업하며 음란한 살색과 붉은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섹스당한 유진의 애널은 살짝 도톰히 부은 상태다. 제프가 손가락으로 건드리자 유진의 뒷구멍이 발씬거린다.

“허벌로 내돌린 남창 같은 몸을 비싸게 사들인 게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는 화면으로 유진의 반응을 살피며 손장난을 쳤다. 발그스름한 애널 주름을 손톱으로 쑤시자 유진의 구멍이 안으로 오므라들었다. 수없이 많은 좆을 삼켰을 주제에 남자의 손길을 피하는 애널을 제프가 귀엽게 바라봤다.

“중고 구멍으로 고고한 척하기는.”

“으윽.”

제프가 주름을 살짝 눌러 구멍을 벌렸다. 렌즈 너머로 흰 점액이 묻어있는 내벽 속이 자세하게 비춰졌다. 바깥으로 흘린 정액의 양이 꽤 되는지 아쉽게도 유진의 속살은 엉망진창으로 범벅돼 있진 않았다. 물론 그렇게 될 때까지 제프는 몇 번이고 이 구멍 안에 생으로 좆물을 주입할 예정이었다.

“뒤로 내 자지를 그렇게 먹어놓고 내일이 되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가 된단 말이지, 가엾게도.”

쭉 늘렸던 입구를 제프가 다시 손 안에서 놓았다. 빠끔히 벌어졌던 입구가 천천히 다물어졌다. 유진이 밑에서 ‘아읏’ 하고 신음 소리를 냈다. 약발이 도는 제프의 성기는 다시 흉측하게 일어서 있었다.

그는 유진을 다시 침대에 눕혔다. 아침이 오기까지 아직 시간은 많았다.

“헤엑…, 헥헥헥.”

제프는 유진을 엎드려놓고 박고 있었다. 침대에 처박힌 유진의 얼굴은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고 평온하기만 하다. 평상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붉게 달아올라 있다는 점 정도일까.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 박자에 맞춰 흔들리는 고간 사이로 유진의 성기는 애달프게 발기해 있었다. 제프가 손을 내려 유진의 성기를 잡아 쥐었다. 그러자 유진에게서 앓는 소리가 나온다. 잡은 손에 압력을 줘서 성기를 쓱쓱 문지르니 박고 있는 몸의 감도가 올라갔다.

“착하게도… 금방금방 느껴서 꽉 조이는구나.”

제프는 자세를 바꾸기 위해 삽입한 성기를 잠시 뺐다. 유진이 엉덩이만 내뺀 채 침대에 풀썩 엎어졌다. 그 몸을 제프가 돌려 눕혔다. 제프는 유진의 다리를 어깨에 걸치고 침대에 손을 짚은 채 다시 자지를 삽입했다. 뚱뚱한 몸집을 앞으로 길게 빼 비부를 출렁출렁 쳐올리니 유진의 날씬한 다리가 남자의 어깨에 걸쳐진 채 쭉 뻗어졌다. 그대로 가지런히 모아진 다리 아래서 제프의 자지가 쑥쑥 꽂혀 들었다. 한 번 피스톤질 할 때마다 늙은 남자의 비곗살들이 출렁거렸다.

“으, 읏….”

뒷구멍의 탄력 있는 조임을 음미하다가 제프는 또 그 안에 사정했다. 제프의 목을 감싼 유진의 발목이 움칠거렸다. 계속되는 자극에 유진은 몸을 바들거렸다. 몽롱한 무의식 속에서 제대로 절정에 다다르지 못한 몸이 안타깝게 떨리고 있었다. 제프가 그 종아리를 핥으며 중얼거렸다.

“허전한 뒷구멍을 이렇게 듬뿍 쑤셔주고 있으니 내게 감사하라고.”

의식 없는 상대는 대답이 없다. 제프가 유진의 가슴 위로 올라갔다. 무거운 몸뚱아리가 자리를 잡고 흉부를 압박하자 유진의 얼굴이 찡그러졌다. 그는 한 발 뺀 자지를 유진의 가슴 위로 슬금 문질렀다. 제프는 유진의 가슴 정중앙에 페니스를 놓고 그 가슴을 조였다. 살집 있는 가슴을 양쪽에서 밀자 모인 가슴골이 자지를 감쌌다.

“아…!”

“이딴 커다란 가슴으로, 이거 한 번은 해 봤겠지.”

남자 파이즈리. 빠듯하게 당겨진 살에 유진이 아픈 신음을 흘린다. 얼굴을 돌려 찡그리는 유진을 보며 제프는 그대로 가슴을 더 당겨 모았다. 유진이 미간을 찡그리고 입술을 물었다. 눌린 피부가 두꺼운 자지를 보드랍게 감쌌다. 그대로 제프가 유진의 몸 위에서 엉덩이를 비비적댔다.

“젖통이 폭신하게 조이는 게 감촉이 아주….”

남성기를 뻐근하게 기립시키는 부드러운 촉감에 제프가 감탄했다. 그는 그대로 핏줄이 불거진 자지를 유진의 가슴 사이에 문질렀다. 우둘투둘한 성기가 가슴살을 마찰하자 골 사이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제프는 유진의 가슴을 봉긋하게 세워서 더 성기를 감싸게 만들고 그 위에서 개처럼 허리를 흔들었다. 곧 커다란 귀두가 붉게 달아오르더니 제프의 페니스가 또 한 번 사정에 임박한 상태로 기둥을 불뚝였다.

“게윽!”

제프가 멱따는 소리를 지르며 엉덩이를 부르르 떨었다. 유진의 가슴 위로 정액 같지도 않은 묽은 점액이 길게 흘러 떨어졌다. 제프는 유진의 커다란 가슴을 모아 오나홀로 써먹고선 불알 안에 남아있던 구실 없는 정액까지 짜냈다. 가슴 사이를 메우는 뜨거운 열기에 유진이 신음했다.

“하아, 하아….”

“헥, 추릅, 헤엑….”

두 명의 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제프가 턱 밑에 고인 땀을 닦았다. 에어컨이 틀어져 있어도 애욕의 흔적으로 풀썩 젖은 몸이 찐득거렸다. 제프는 유진을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잠들어 있는 몸을 씻다가 제프는 그 상태로 또 유진을 겁간했다. 넓은 욕조 안에서 제프는 유진을 제 허벅지 위에 앉혔다. 욕조에 기댄 제프가 유진을 아래에서 콱콱 쳐올렸다. 유진은 제프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 채 의식 없이 팔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너도 가고 싶은 거냐? 응?”

제프는 유진의 둔부를 양손에 쥐고 아래에서 위로 자지를 처박았다. 유진의 성기는 아까부터 발기해 있었다. 애달프게 붉어진 성기가 제프의 배에 통통거리며 부딪쳤다. 오랫동안 사정하지 못한 성기가 아리는지 유진은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도 끙끙거렸다. 하지만 제프는 제 욕심만을 채우며 유진의 자지를 만져주지 않았다.

“어차피 네 놈 자지가 쓸모없다는 건, 익히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제프가 유진의 안을 강하게 쳐올렸다. 두꺼운 좆이 그대로 유진의 내벽 안에 박혔다. 뿌리 끝까지 후장의 안으로 먹혀 들어간다. 장벽을 울리는 강렬한 쾌감에 유진의 성기가 액을 토했다. 그는 후장 삽입으로만 사정했다. 그것도 의식이 없는 잠이 든 상태에서.

“그렇게 뒷구멍만으로 가버려선, 바로 자지 갈구하지 말라고, 이 음란변태야!”

막 사정했음에도 유진의 내벽은 쫀득하게 자지를 감싸 들어온 것을 물고 놔주질 않았다. 제프가 유진의 엉덩이를 터뜨릴 듯이 쥐었다. 튼실한 둔부의 살이 제프의 손가락 틈으로 빠져나왔다. 제프는 야하기 그지없는 펫에게 벌을 주듯이 흉기 같은 살덩어리를 내벽에 마구 찧었다.

“헉헉, 너만큼 정액변기에 어울리는 몸도 없을 거다.”

“핫, 읏, 핫!”

제프는 그 상태로 유진의 배 속을 꿰뚫었다. 한 번에 크게 들이박는 박자에 맞춰 유진이 끊어지는 신음을 흘렸다. 불룩한 불알이 유진의 엉덩이를 치덕치덕 때렸다. 고환이 부딪침에 따라 탄력 있는 엉덩이가 올라붙었다 내려왔다. 제프가 짐승같이 하반신을 털어대는 동안 유진은 돼지 같은 살덩어리에 파묻혀 괴롭게 능욕당한다. 유진이 싼 정액이 제프의 배를 더럽혔다.

“앞으로 자주 받게 될 좆이니까 익숙해지라고!”

“크, 윽!”

제프는 의미 모를 말을 지껄이며 자지를 뿌리 끝까지 유진의 안에 처박았다. 유진이 퍼득 몸을 떨었다. 그대로 제프의 정액 줄기가 장벽 위로 쏘아 올려졌다. 거센 줄기가 내벽을 두드리자 유진이 잠이 든 채로 팔을 뻗었다. 배 안으로 변변치 못한 백탁액이 부피를 채워 가득 차오른다. 능욕당한 미청년은 자신을 정복한 자가 누군지 알기 위해 눈앞의 몸뚱아리를 더듬었다.

“후웁, 웁!”

상대의 실루엣을 알아내기도 전에 유진은 입술을 빼앗겨 숨이 막혔다. 제프는 늘어진 유진의 얼굴을 들어 입술을 맞댔다. 모양 좋은 입술을 벌리고, 붉은 혀 안으로 침을 뱉어 넘겨준다. 잘난 남자를 몰래 겁간하는 맛이 다디달다. 만약 그가 맨정신이었다면 눈앞의 늙은 남자를 보는 것만으로 질겁하며 달아났겠지. 하지만 지금 유진은 아무것도 모르고 눈을 감은 채 애달프게 숨을 내쉴 뿐이다.

“하읏, 하아….”

제프가 느릿하게 눈을 뜨며 예쁜 얼굴을 바라봤다. 기괴한 자지를 물고 있는 유진의 내벽은 꾸물거리고 있었다. 아직도 발정이 나 있는 기색이다. 유진은 이미 남자의 마수에 걸려 들었다. 몇 발분의 정액을 받은 구멍이 쾌감에 절은 냄새를 질질 흘리며 발씬거린다. 제프에게 기댄 몸이 간헐적으로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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