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월국애사 (96)화 (96/96)
  • 96. 우리 선한 후궁님

    어수선하기만 하던 궁 안팎의 일은 새로 뽑은 조정의 인재들과 세자가 도맡아 정리하였다.

    나라의 일을 해결한 왕은 그동안 벼르던 일을 시행하려고 마음먹었다. 두 번 다시 세자와 그리고 제 백성이 이 땅 위에서 피를 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조정 신료들은 직접 사절단만 보내라 청하는데도 왕은 뜻을 굽히지 아니하였다.

    ‘일랑, 나의 벗에게 그리고 백성에게 사죄하는 길은 앞으로 화월국에 두 번 다시 작금의 사태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과인의 목숨을 걸어야 한다면 걸고서라도 성사시키고 돌아와야 한다.’

    하여 사절단과 함께 직접 성라국으로 향하였다.

    작금에 이르러 발생한 전쟁의 원흉에 대해, 조목조목 근엄한 목소리로 따졌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성라국 왕은 그저 넋이 나가 있었고, 대신들은 민망함에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

    하지만 누군가는 나라의 부끄러움에 대해 고개 숙여야만 했다. 왕이 왕답지 못하니 제정신이 박힌 대신 중 하나가 바닥에 엎드려 예로서 화월국 왕에게 용서를 구하였다.

    “모든 것이 부마도위의 계략으로 이루어진 것이니, 소신들이 해결하겠나이다.”

    화월국 왕 또한 성라국의 몇몇 대신들의 곧은 성정을 익히 들어 알기에, 그들의 처분을 믿고 지켜봤다.

    그들은 화월국 왕이 머무는 동안, 빠르게 죄지은 자들의 처벌을 처리했다.

    그동안 부마라 하여, 모든 권력을 잡고 있던 진여는 대신들의 압박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 위리안치되었다.

    “또한 그간 피해를 준 부분에 한해서는 모두 변상하겠나이다. 하옵고 그동안 공납 받던 모든 것들을 파하고, 오늘부로 양국은 형제의 나라가 되었나이다.”

    “좋소. 오늘의 일을 기록으로 남기고, 양국의 평화를 위해 하나씩 갖도록 합시다.”

    화월국 왕의 통찰과 과감한 정치에 성라국 대신들은 모두 부러워하였다.

    “나라가 평안하여지려면 백성을 생각하고 위할 줄 아는 그런 분을 그대들의 왕으로 새로이 뽑으시오. 그래야 훗날 부끄럽지 않을 것이오.”

    “성은이 망극하여이다.”

    ***

    화월국은 한동안 좌의정과 영의정 가문의 몰락으로 세간이 시끄러웠으나, 금세 사람들은 잊었다.

    해가 바뀌고 새날을 맞아 하늘도 축복하는지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연초 행하는 새날 맞이 행사로 궁 안팎으로 다들 들뜬 분위기다.

    “마마, 그 몸으로 또 어딜 가시려고요?”

    부른 배를 안고 보따리를 든 두화가 놀라 멈추었다.

    냉큼 양팔을 벌리고 두화의 앞을 가로막은 맹지가 입을 한자는 내밀었다.

    “아니 되십니다. 마마.”

    “쉿! 저하 아시면 아니 되니 제발 좀 조용히 하지.”

    “그러니 말씀해 주시고 나서 움직이시면 아니 되옵니까?”

    “이것만 전해주고 올게, 응?”

    두화가 등 뒤에서 보따리를 내밀며 아주 해맑게 웃는다.

    “설마, 또 움막에 보내려 하시옵니까?”

    아무 말 없이 웃는 걸 보니 맞나 보다.

    맹지는 팔을 내리고 낮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밀었다.

    “주십시오. 소인이 다녀오겠나이다.”

    “참말? 아버님 댁이 아니라 움막으로 보내야 해. 예전부터 아버님을 흉내 내며 살인을 일삼던 강도들이 설쳤거든. 근래 다시 활개를 친다고 개방 삼촌들하고 그들을 은밀히 잡으러 다니신다고 해서, 아마 사가에 안 계실 거야.”

    좋은 일 하러 다니시는 건 좋지만, 우리 마마 누굴 닮아 이렇게 정의롭고 선한가 했더니 모두 춘부장 닮아 그런 것이었네.

    “예, 예. 이게 뭐 어디 하루 이틀이옵니까? 벌써 열 번은 족히 넘지 않았사옵니까? 길 잃지 않고 한 번에 찾아갈 수 있고, 또 그분들과 낯도 익으니 소인이 다녀오는 것이 맞겠지요.”

    “어째 가기 싫은 말투구나.”

    “아니옵니다. 어찌 제가 마마의 일에 토를 달겠나이까? 다만!”

    시무룩하던 맹지가 툴툴대며 중얼댔다.

    “마마의 처소에 있던 패물함이 벌써 몇 개가 사라졌는지 아시옵니까? 웃전을 뵐 때마다 소인은 속이 타 죽겠나이다. 중전마마와 대비마마께서 하사하신 것 중, 하나라도 찾으시면 그땐 어쩌려고 이러시옵니까?”

    맹지는 가만 보면 절 닮아 돈 욕심도 많지만, 저보다도 훨씬 선하고 착한 아이다. 늘 돈 위에 모시는 웃전을 먼저 걱정한다.

    “이리하면 용서해 주실 것 같은데?”

    두화가 두 손을 턱밑에 대고 눈을 찡긋하며 교태를 부리면서 아양을 떤다.

    그 모습에 맹지는 흠칫하여, 놀라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허이고, 그런 건 어데서 배우셨사옵니까? 흉측하시옵니다.”

    그때였다.

    “무에 흉측하다고 감히 웃전에 대고 그리 막말하는 것이냐?”

    놀란 맹지가 그 자리에 엎드렸다.

    두 손을 턱에 댄 채 고개를 돌린 두화도 냉큼 몸을 바로 해 중전을 맞이했다.

    “오셨는지요.”

    “흠. 무슨 일인데 아랫것한테 꾸지람을 받는 것이냐?”

    웃전을 감히 꾸지람하다니 당장 벌을 내려도 시원찮지만, 큰 일을 함께 겪어 그런지 중전은 양원도 수규도 모두 귀애했다. 중전이 웃으며 다가왔다.

    “아, 별것 아니어요. 중전마마.”

    마침 자한까지 편전에서 돌아와 이 풍경을 봤다.

    “어마마마 납시었나이까?”

    세자가 어마마마라고 부른 지 벌써 달포나 지났건만, 중전은 통 적응이 되지 않아 깜짝 놀라곤 한다. 그런데도 들으면 가슴이 몽글거리는 것이 싫지 않다.

    “내 우리 양원에게 해줄 말이 있어서 왔거늘, 감히 아랫것이 웃전을 꾸지람하고 있지 않겠소, 세자.”

    “정녕 그렇다면 단단히 벌을 내리겠사옵니다.”

    두 사람의 대화에 당황한 두화가 냉큼 맹지 앞을 가로막으며 고개를 내 저었다.

    “아, 아니에요. 그것이 아니오라….”

    “응? 그것이 아니면 무슨 일인 게냐?”

    세자의 하문에 중전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두화를 바라봤다.

    “실은… 후.”

    한숨을 내쉰 두화는 정말 맹지 말대로 이럴 때, 어찌 대답 올려야 할지 난감했다. 솔직하게 고해야 할지, 아니면 거짓으로 고해야 할지 말이다.

    “양원이 말하기 곤란한가 봅니다, 세자.”

    “수규가 말해 보라. 무슨 일이냐?”

    맹지는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일어섰다.

    “실은 그간 양원 마마께서, 궁 밖 어려운 이들을 남몰래 돕고 계셨나이다.”

    “매, 맹지야!”

    두 눈이 똥그래진 두화가 맹지를 홱 돌아보며 인상을 썼다.

    ‘너는 그렇다고 뽀르르 일러바치니? 후, 이제 큰일 났네.’

    “오오, 그랬더냐? 한데 너는 어찌 감히 웃전을 그리 대하고 있었더냐?”

    “그것이…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은 좋으나, 그들에게 가는 것들이 모두 중전마마와 대비마마께서 주신 패물들이옵니다.”

    “그래?”

    “예, 하여 소인은, 후에 웃전께서 내어주신 패물을 착용하지 않으시어, 우리 마마께서 웃전에 호되게 경치게 되실까 봐, 염려되어 충언드렸더니 갑자기 이런 행동을 보이셔서….”

    맹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조금 전 두화가 한 행동을 그대로 따라 보였다.

    “갑자기 안 하시던 행동을 요래 막 하시며, 제가 저하도 아닌데 교태를 부리시니 놀라서 그만… 송구하옵니다.”

    중전과 자한은 서로 마주 보다가 뭔가 통하였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두화를 바라봤다.

    순간 뭔지 모를 싸한 기운이 두화의 등줄기를 타고 내려간다. 두 사람의 집요한 시선에 두화는 부른 배를 잡고 뒤로 한 발 물러섰다.

    “어찌… 그리 보십니까, 두 분?”

    “양원, 나도 직접 보고 싶다. 요래, 요래 한 거 말이다.”

    한쪽 눈을 찡긋거린 중전이 웃으며 말하자 자한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거렸다.

    “중전마마….”

    “이런, 하기 싫은 것이냐? 하긴 내 언제 그런 재롱을 받아봤다고, 세자도 내게 그런 것은 해주지 않더니, 양원도 그런 것이구나.”

    중전의 한탄에 두화는 맹지를 홱 노려보다가 이내 고개를 푹 수그렸다.

    “흉하다 놀리시면 아니 되어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말한 두화는 숨을 꼴깍 삼켰다.

    “오오, 그래.”

    ‘아, 정말 쥐구멍이라도 크게 나 있어서, 이 배가 들어갈 수만 있다면 당장 숨고 싶네.’

    부른 배를 잡고 두 사람을 바라보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그리곤 두 손을 턱에 받치고, 양쪽 눈을 찡긋댔다.

    잠시의 정적에 부끄러움이 확 몰려온다.

    두화는 냉큼 뒤돌아 자신을 질책했다.

    ‘어휴, 내가 못 살아 정말.’

    한데 뒤에서 쿡쿡거리며 이상한 웃음소리가 난다.

    슬쩍 뒤돌자 중전과 세자가 웃음을 참느라 애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송구하옵니다. 연초부터 못 볼 꼴을 보여드렸지요?”

    “아니다, 아니야. 이리 즐거운 구경은 내 살아생전 못 볼 것이야. 어느 누가 이리 귀엽게 재롱을 피우겠느냐? 나 혼자만 볼 수 없는 법이지. 내, 전하께도 아뢰어.”

    두화는 냉큼 걸어가 중전의 팔에 매달렸다.

    “마, 마마. 고정하시어요. 소인, 무척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면 어마마마라고 불러보렴?”

    “…예?”

    자한은 뭔가 알고 있는 듯 그저 미소만 지었다.

    “곧 너의 세자빈 책봉식이 있을 것이니라.”

    두화는 어리둥절하여, 기쁨도 느끼지 못했다.

    “…!”

    그러다 문득 궁금하였다.

    세자빈의 자리가 공석인 만큼, 이 자리를 노리는 대신들이 많을 터인데 어찌 해결하셨을까?

    “그간 양원의 선한 행실은 나와 전하 모두 알고 있었느니라. 더욱이 네 선함이 얼마나 퍼졌는지 항간에는 이런 노래가 떠돈다고 하더구나.”

    곁에 있던 연 상궁이 뒤에 있는 궁인에게 고갯짓하니, 궁인이 조용히 목을 가다듬고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나비야, 너는 아니?

    화월국에 내린 저주로, 이 나라 흥망성쇠가 달렸다더구나.⌟

    ⌜아니지, 아니야.

    그건 모다 헛소문이란다.

    이 나라, 진짜 저주는 나라를 팔아먹고,

    제 배 불리기 바쁜 욕심 많은 이무기와 돼지란다.⌟

    ⌜아, 그럼 더 문제로구나.

    이무기가 설치고, 돼지가 다 먹어버리니

    이제 어디 가서 입에 풀질하고 살아야 할꼬.⌟

    ⌜무에 걱정인 게야?

    대대로 충신 가문의 아씨, 세자마마의 후궁 되시어

    이무기로부터 나라님과 중전 구하시고,

    어려웠던 지난 시절 잊지 않고,

    배곯는 민초들의 삭막한 마음마저 보듬어주시는걸.⌟

    ⌜그래도 나는 걱정이란다.

    나비야, 저주보다도 더 무서운 욕심 많은 돼지 틈에서

    행여 선하신 후궁 마마 해 입으실까 걱정이란다.⌟

    ⌜그 또한 무에 걱정이야?

    현명하시고, 영걸하신 나라님이 계시고,

    자애롭고 기품있는 중전께서도 계시고,

    누구보다도 후궁 마마 위해주는 세자 저하가 있으시니

    걱정 없구나.

    누가 있어, 우리 후궁 마마 대신할까?

    세자 저하 곁엔 지혜로운 후궁 마마뿐이거늘.⌟

    노래 가사에 두화는 깜짝 놀랐다.

    불안한 듯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내 중전에게서 떨어져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구하였다.

    “소인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중전마마.”

    “으응?”

    “소인, 밑바닥에서 살았던지라 추위에 배곯는 것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든지 알기에, 요즘 같은 날씨에 그들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어요. 하여 중전마마와 대비마마께서 하사하신 귀물을 멋대로 배곯는 이들에게 나눠 주었나이다.”

    “한데?”

    아무렇지 않게 되묻는 중전의 말에 두화가 고개를 들었다.

    “예?”

    “무에 문제가 있더냐?”

    “그러니까 그것이… 하사품을 소인 멋대로… 소인 절대로 세자빈이 될 욕심에 행한 행동이 아니었사옵니다.”

    중전은 우물쭈물하며 당혹해하는 두화의 손을 잡아 작은 손등을 토닥여주었다.

    “혹 그 물건들을 조정의 인사들에게 주었더냐? 청탁 같은 그런 것 말이다.”

    “아, 아니요. 절대 그런 일 없사옵니다.”

    “그런데 네 어찌 그리 안절부절못하느냐?”

    “예?”

    “가진 것을 내 백성에게 나누는 인품이야말로 왕실 사람이 지녀야 할 덕목이니라. 전하와 나도 그리고 그 누구도 네 선행에 대해 뭐라 할 자 없느니라.”

    그제야 두화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평소 맹지가 웃전에게서 하사받은 물품을 멋대로 처분하면 큰일 난다고 하여, 그들에게 몰래 나눠주면서도 실상은 아주 조금 걱정은 하였었다.

    한데 노래 가사를 들어보니, 진짜 저주에 관한 내용은 없고, 주로 저를 칭찬하고 추켜세우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노래는 영락없이 저를 세자빈에 빗대고 있었다.

    두 분 마마 모두 제게 잘해주시니 하사받았던 귀물의 쓰임새에 크게 걱정하진 않았지만, 막상 조금 전 노래를 들으니, 그것은 다른 문제이기에 겁이 났다.

    저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고인 모양이다.

    “이런, 내 양원을 울렸구나.”

    “아니옵니다. 하면, 중전마마.”

    “응”

    “앞으로는 백성들에게 나눠줄 때 마마께 허락을 받고 해도 되는 것이지요?”

    두화의 말에 뒤에서 듣고 있던 맹지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허이고, 어찌 또 그러시옵니까? 그냥 계시지 않고서….’

    웃전을 못 말리겠다는 듯 맹지는 이내 고개를 떨구고 한숨을 속으로 삼켰다.

    “그러려무나. 그럼, 우리 세자빈이 선행할 때 이 어미도 좀 거들어 주마.”

    “참이시옵니까?”

    “그래. 음, 지금처럼 수시로 몰래 행하지 말고, 차라리 가장 더운 대서와 가장 추운 대한 때, 왕실에서 물품을 걷어 백성에게 나눠주자꾸나.”

    “예, 어마마마.”

    어마마마란 소리에 중전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두화의 손을 잡았다.

    “다시 한번 불러주렴?”

    쑥스러운 듯 두화는 살포시 고개를 숙인 채 재차 고운 목소리를 내었다.

    “어마마마.”

    “오냐. 그래.”

    두 사람의 대화를 곁에서 듣던 자한은 흐뭇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이런 작은 노력이 계속된다면 그래도 화월국이 조금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고맙습니다. 중전마마.’

    “이리 선하니 욕심 많은 조정 인사들의 입을 막을 수 있었지. 아니 그런가요, 세자?”

    “맞사옵니다, 어마마마.”

    “네 선행 덕에 전하와 세자가 수월하게 세자빈 책봉을 서둘 수 있었느니라.”

    노랫말을 듣기 전까지도 세자빈에 봉해진다는 소리에 기쁨보다는 어리둥절했다. 믿기지 않았기에,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한데 정말 제가 세자빈이 된단다.

    ‘진짜… 내가 세자빈이라니… 아!’

    “정말 제가 세자빈이 되옵니까? 제가요?”

    두화는 글썽이는 눈으로 자한을 바라봤다.

    자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팔을 벌렸다.

    두화는 그런 자한에게 다가가려다 중전을 바라봤다.

    “세자 팔 떨어지겠구나. 어서 가 안기렴, 세자빈.”

    중전이 자애롭게 미소 지었다.

    두화는 자한의 품으로 사뿐히 뛰어들었다.

    품으로 날아든 두화를 자한은 작고 귀한 것을 안 듯,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그녀를 감싸 안았다.

    “은애해요, 저하.”

    “매일 들려주어야 하오, 세자빈.”

    빙긋 미소를 머금은 그를 보며 두화는 해맑게 웃었다.

    “예, 매일 은애할게요.”

    그녀의 작은 속삭임에 자한의 가슴은 크게 일렁였다.

    “나도 평생 아껴줄게, 내 작은 꽃….”

    마치 두 사람을 축복하듯 하늘에선 목화송이 같은 하얀 함박눈이 떨어지고 있었다.

    -본편 완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