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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부부-53화 (53/63)

53 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유난히 선명한 어느날.

예준이 며칠 전부터 일러두었던 대학 동기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장소는 무려 제주도. 야외에서 열리는 하우스웨 딩 이 었다.

“제주도 너무 가고 싶었는데, 아…… 떨린다,,

“제주도 처음 가?”

“엄마 말로는 네 살 때쯤 가봤다는데, 내가 기억을 못하니까 무효지.”

하와이가 첫 여행.

제주도가 두 번째 인데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고.

수빈이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바람에 예준은 할 말이 없어졌다.

단지, 앞으로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출장지에 좀 더 같이 다녀야겠다는 생각뿐.

수빈과 예준은 김포에 도착한 두I, 게이트 앞에 앉아 비행기를 기다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예준이 물었다.

“내일 어머님 아버님 오실 수 있나?”

“우리 엄마랑 아빠?”

“오전에 만나서 같이 점심 먹고 시간 보내다가우린 저녁 비행기로 가고, 어머니랑 아버지는 호텔 잡아드릴까 하는데.”

가게 자리도 보여드릴 겸, 바람이라도 좀 쐬러 오시면 좋을 것 같다고.

“글쎄・너무 갑자기라 힘들지 싶은데.”

사실 제주도 이야기를 꺼낸 이후로 언제 한번 날 잡아 다녀오자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주고받던 정 남과 방훈의 모습이 떠올랐지 만, 오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벌써 왔을 것이다.

“안되면 조만간 다시 날 잡으면 되니까, 여쭤나 보자.”

예준이 다시 말했다.

잠시 고민하던 수빈은 이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전화해서 물어나 보지, 뭐.”

그런데 예준이 곧장 휴대전화를 꺼내들며 말했다.

“아니. 내가 할게.”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게로 전화를 건

예준이 살갑게 정 남을 불렀다.

[여보세요기

“장모님. 저예요.”

[아이구우! 이게 누구야! 세상에서 제일

귀한 우리 사위 아니야?]

정 남의 목소리가 스피커 밖으로 새어

나왔다.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사위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고막이 아주 녹아버리겠다는 목소리였다.

감정 표현에 솔직한 정남의 반응에 예준도 이제 적응이 되었는지 웃음을 터트린다.

“가게 많이 바쁘시죠? 용건만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혹시 내일이랑 모레 시간 괜찮으세요?”

[응? 갑자기 왜? 무슨 일인데기

정남의 물음에 예준이 차분히 이야기를 전했다.

갑작스런 계획이 라 수빈은 아마 안 될 거라고 재차 옆에서 재잘거렸지 만, 놀랍게도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오오 그래기

세상에서 제일 귀한 사위의 제안에 고민해볼 필요도 없다는 듯 정 남이 흔쾌히 응한 것.

처음에 제주도에 터를 잡아드리겠다는 계획을 말했을 때, 정남과 방훈은 여러모로

내키지가 않아 몇 번이나 괜찮다고 거절을 했었다.

오랫동안 장사를 해오던 터전을 벗어나는 것도, 수빈과 멀리 떨어지는 것도 내키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사위에게 너무 큰 걸 받는 것 같아 부담스러워했었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예준의 회유에 결국 어렵게 승낙을 받아낼 수 있었다.

사실 노후를 제주도에서 보내고 싶어 했던 건 정남과 방훈의 오랜 꿈이었고, 수빈 역시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처음엔 데면데면하게 굴었던 정남과 방훈도 시간이 갈수록 들뜬 마음을 숨기질 못했다.

휴대폰을 통해 흘러 나오는 부모님의 상기된 목소리에 수빈은 애써 웃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올 수 있는 곳이 라고 여겼는데, 부모님은 그 마음먹는 일 하나가

어려워 이제껏 그토록 오고 싶었던 제주도를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만 먼저 알아채고 추진해드렸으면 좋았을걸.

예준의 마음 씀씀이가 참 고마웠다.

“네. 그럼 어머님. 내일 공항으로 마중

나가있을게요.”

[그래. 내일 봐, 사위.]

정 남이 한껏 부푼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예준은 통화를 마무리 짓자마자 곧장 비행기 티켓과 호텔을 예약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수빈이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는 예준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루 전날인데, 비행기랑 숙소가 돼?”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잊었어? 이 정도는

껌이지.”

별거 아니라는 듯 그가 웃어넘겼다.

문득 그가 대한민국 최고의 여행그룹인

K투어' 대표의 장남이자 본사 기획팀의

본부장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상기하게 된 수빈이었다.

“오오 ”

예준을 한껏 치켜세워주던 수빈이 엄지 두 개를 깜찍하게 치켜들었다.

1 박 2일로 다소 짧고 갑작스러운 여행이었지만 어쨌든 결혼하고 신랑과 부모님까지 함께 하게 된 첫 여행인데도 불구하고, 어색하거 나 불편함은 느껴지질 않았다.

그저 기다려지기만 하는 걸 보면, 그게 그만큼 예준과의 사이가 더 깊어졌다는 걸 뜻하는 것 같아 뿌듯했다.

“내가 생각해도 나 좀 괜찮은 사위인 거 같아.,,

예준의 말뜻은 사실 수빈에게, 네가 생각해도 나 좀 괜찮은 남편 같지 않냐는 뜻이었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말하기가 멋쩍어 살짝 돌려 말했다.

자기가 최고라고 칭찬이나 한마디 해주면 좋으련만.

수빈은 밉지 않게 그를 흘겨보고는 웃음으로 칭찬을 대신했다.

그녀는 곧 정남의 신임을 듬뿍 얻은 예준의 기고만장해진 모습에 질 수 없다는 듯 휴대폰을 꺼 내 들었다.

“그렇다면 질 수 없지. 나도 전화할래.”

“누구. 할머니?”

“아니?”

“그럼.”

41세상 시크하신 우리 아버님.”

“……아버지?”

u o ”

의외의 대답이었다.

“생각해보니까 아버 님한테만 따로 연락드려본 적이 없어서.”

조금 쑥스러웠는지 배시시 웃던 수빈이 키패드를 꾹꾹 눌렀다.

아버지랑 막역한 사이가 아니었던 건 예준도 마찬가지였다.

개인적인 일이나, 그 흔한 안부 전화 한 통 걸어본 적이 없으니 말 다했지.

신호음이 들리니, 어쩐지 예준도괜히 긴장이 됐다.

잠시 후, 수화기 너머로 어색한 훈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그래.무슨일이냐.]

이 전화가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가 맞는지 한참 고민하다가 받았을 훈탁의 모습이 선연히 그려지는 것도 같아 수빈은 어쩐지 웃음이 났다.

그리고 그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해보려 살짝 장난도 쳐본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제가 누구게요.”

이미 아버님이라는 호칭까지 붙여놓고도 자신이 누구냐고 물었던 건, 훈탁이 아직 한 번도 자신에게 제대로 된 호칭은 물론 이름도 불러준 적이 없어서였다.

어찌 보면 어려운 시아버지에게 건네기엔 다소 무례하고 앙큼한 장난일지도 몰랐다.

역시나 훈탁은 당황한 듯 헛기 침만 하더 니, 더듬더듬 대답을 이었다.

[수빈이 아니냐?]

“수빈이가누군데요?”

신이 나서 한술 더 떠버리고 나서야 물밀듯이 후회가 밀려왔다.

슬쩍 곁눈질을 해보니 예준의 얼굴이 이미 썩어있다.

제정신이 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건너편의 훈탁은 말이 없었다.

어쩌지. 너무 나갔나? 죄송하다고 얼른 사과라도 해야 하나 싶던 찰나.

[누구긴.]

들릴 듯 말 듯한 훈탁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 며느리지」

그 한마디에 수빈도 예준도 눈이 동그래진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훈탁은 자기가 뱉어놓고도 어색하고 민 망했는지, 곧장 화제를 돌리며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그래. 무슨 일로 전화했니』

“아.,,

뒤늦게 넋 나간 정신을 챙긴 수빈이 말을 이었다.

[그냥 해봤어요, 아버님.]

“그냥?”

[네.]

침묵이 이어진다.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어색한 분위기가 형성되려던 찰나, 수빈이 재빨리 대화를 이었다.

“저희 결혼식 있어서 제주도 갔다 오려는데, 아버 님 혹시 뭐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글从II, 뭐』

잠시 뜸을 들이던 훈탁이 말을 이었다.

[오메기떡이나 좀 사올래기

“아버님 오메기떡 좋아하세요?”

[나 말고 집사람』

무뚝뚝한 말투였지만, 예상했던 대답은 아니었다.

훈탁이 소정을 챙기는 건 수빈은 물론 예준도 처음 들었기 때문이 다.

“네,아버님. 오메기떡 꼭 사갈게요.”

수빈이 예준을 보며 대답을 잇고는 싱긋 웃었다.

[그래. 잘 다녀와라.]

“아버님.”

[응?]

“예준씨가 바꿔 달래요.”

가만히 있다가 봉변 맞은 예준이 오만상을 찌푸렸다.

[예준이가기

“네. 잠시 만요.”

수빈이 송화기 부분을 막고 전화기를 넘기자 예준이 질색을 했다.

이게 아주 막나가더니 자꾸만 사고를 친다.

온몸으로 격하게 저항했지만,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아든 예준이 심각한 얼굴로 휴대폰을 노려보다가 고개를 돌리고는 두어 번 헛기침을 했다.

그러고는 굳은 결심이라도 한 양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네.”

[그래. 할말이 뭐냐.]

할말이 있을 리가.

그냥 저 화상이 억지로 떠민 거예요 저도 억울하다고요…….

예준이 가재미눈을 뜨고 수빈을 바라보았다.

“아, 그냥 뭐……

[…….]

아. 미치겠다.

이 어색하고 불편하고 수습 안 되는 대 환장 분위기.

예준이 어찌할 줄을 모르자, 훈탁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 잘 다녀오고』

“아, 네……

대충 마무리를 하려는데 훈탁이 툭 던지듯 말 한마디를 보탰다.

[보기 좋다, 너희들.]

그 한마디에 예준도 수긍하듯 대답했다.

“수빈이가잘해준 덕이죠.”

예준의 말에 잠시 망설이던 훈탁이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계속 함께 했으면 하는건…… 내 욕심이냐?]

“네.욕심이세요.”

이번엔 칼같이 대꾸를 했다.

예준의 무뚝뚝한 반응에 수빈은 웃으면서도 어쩐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음. 그래. 나 때문에 혹시 분위기 이상해지지 않았니기

“언제부터 그런 거 신경 쓰셨다고요.”

[그러게 말이다. 요즘 신경 쓰이는 게 부쩍

는느낌이구나』

답지 않게 왜 이리 감성적이 되셨나 싶다.

이런 분위기 어색하고 질색인데.

무거운 침묵이 불편해지려 던 찰나 훈탁이

통화를 마무리를 지었다.

[어쨌든 수빈이에게 고맙다고 전해주거라.]

“그럴게요,,

그런데,

[저기……,예준아.]

……예준아.

훈탁의 이름에서 흘러나온 게 정말 자신의 이름이 맞는지 모르겠다.

이름을 불려본 적이 있는 줄도 모르겠는데.

“말씀하세요.”

예준의 대꾸에 잠시 침묵하던 훈탁이 담백한 인사를 대신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잘다녀와라』

“네,그럼. 이만 끊을게요.”

어색하고 이상한 기분만 잔뜩 든

통화였던지라 예준은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휴대전화를 돌려주기가 무섭게 수빈의 이마를 가볍게 쥐어박았다.

“아야!”

“한 번만 더 이런 짓 하면 죽는匚卜, 진짜.”

예준의 타박에 찍소리도 못하던 수빈이 벌떡 일어섰다.

“비행기 뜨려나 보卜! 얼른 가자!”

때마침 탑승이 시작된 것이다.

* * *

식이 열리는 곳은 마당이 있는 단독 주택이었다.

예준의 친구이자 오늘의 신랑인 남수 부부의 신혼집이기도 했다.

질 좋은 출장 뷔페 음식들과 소박하지 만 정성껏 꾸민 식장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와. 너무 예쁘다. 야외 결혼식이 내 로망이었는데.”

수빈은 마당에 들어선 이후로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녀의 혼잣말에 예준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야외 결혼식을 올릴 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그때. 예준과 수빈을 본 몇몇 친구들이 반갑게 알은체를 하며 다가왔다.

“오오! 지예준 왔다!”

“제수从오셨어요?”

결혼식에 와주었던 친구들이라고는 하지만 제 결혼식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진으로 밖에

남지 않은 탓에 기억나는 얼굴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수빈은 어색한 내색을 감추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낯설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불편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때 수빈의 뒤에서 누군가가 또 다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제수씨.”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키가 크고 부드러운 인상의 한 남자가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수씨 라고 부른 걸 보면 예준의 친구일 텐데, 역시나모르는 얼굴이었다.

눈만 끔벅대고 있는데 예준이 인사를 건넸다.

“유재원. 나는 안보이냐?”

“당연히 보이지만, 너보다는 제수씨가 더 반가워서.”

재원이 우스갯소리를 하자 예준이 어이없다는 듯 피식 실소했다.

뒤늦게 예준이 우리 결혼식에 왔었던 친한 친구 중 한 명이라며 알려주었다.

“아, 정말? 저렇게 훈남 친구를 내가 못 알아봤단 말이야?”

“그날 최고 훈남은 나였으니까, 저런 놈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던 거겠지.”

“너보다 훨씬 잘생겼는데?”

“눈이 발에 달렸어?”

별생각 없이 건넨 가벼운 농담에 예준의 표정은 시베리아 벌판처럼 싸늘해졌다.

진심이라고 했다가는 한 대 쥐어박을 분위기다.

“재원아!”

때마침, 옹기종기 모여 있던 여자 동창들이 그를 알아보고 잰걸음으로 달려왔다.

“이제온 거야?”

“어. 비행기가 연착되는바람에.”

재원은 미국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이었다

1 년에 한 번 제대로 한국에 올까 말까하는데, 친구 놈들 잘 둔덕에 두 번이나 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재원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여자 하나가 그의 팔을 툭 때렸다.

“어우, 야! 네가 빠지면 서운하지.”

“하하, 그래? 와…… 내가 원래 이렇게 인기가 많았나 싶은데?”

“예준이는 유부남이니까 이제 끝났고, 인기남은 너 하나 남았지.”

누군가의 대꾸에 남자 동기들의 얼굴이 썩었다.

“여기 총각들 셋이나 있거든?”

“총각도 총각 나름이지.”

싸늘한 반응이 돌아오자, 남자들도 지지 않았다.

“하긴. 사람 친구들끼리도 잘만 만나서 사귀고 결혼한다는데, 여기는 뭐 희망의 불씨도 안 보여. 아가씨도 아가씨 나름이 니까.”

“이게 ! 입만 살아서 !”

“아야!”

스스럼 하나 없이 막역한 사이인 그들은 보자마자 주거니 받거 니 우스갯소리를 하며 깔깔거렸다.

“자자, 식 시작하겠다. 회포는 뒤풀이에서

마저 하자.”

제 주변에 몰려든 여자들을 양 떼처럼 몰던 재원이 한 명씩 친절히 자리를 안내해주었다.

결혼식은 오후 4시에 시작되었다.

새 신랑이 된 예준의 친구 남수, 단아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차려입은 순백의 신부가 등장했다.

약 한 시간가량의 주례 없는 결혼식이었고, 식은 영상 관람과 새로 맺어진 부부가 서로에게 쓴 손 편지를 읽어주는 것 그리고 양가 어르신들의 축사로 구성되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지켜보는 이들마저 절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결혼식 이었다.

해가 지자, 가로등 불빛과 조명이 켜지며 은은하게 주변을 비추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어디 불편한 거 있으시면 말씀하시고요.”

새색시가 된 신부가 신랑과 함께 어르신들 배웅에 나섰다.

근처에 양가 어르신들의 숙소를 따로 잡아드린 부부는 집과 마당을 오롯이 식을 축하해주러 온 친구들에게 내어주었다.

열 명 남짓한 남녀들이 그제야 편하게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김남수 축하한다. 마셔라.”

친구 한 명의 축하주를 시작으로 경건했던 식의 분위기는 오간 데 없이 뒤풀이 장으로 탈바꿈되었다.

잔디가 있는 넓은 마당 뒤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분위기는 슬슬 물이 오르고 있었다.

광란의 밤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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