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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부부-34화 (34/63)

34 화

“……하.”

할 말을 잃은 듯한 성호의 반응에 예준은 썩소를 날리며 보란 듯이 수빈의 어깨에 더욱 무게를 실어 몸을 기댔다.

“아흐윽!”

이게 진짜 돌았나!

두 남자 사이에 오갔던 짧고 강렬한 신경전 따위 알 리 없는 그녀는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예준을 부축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속 타는 그녀의 마음도 모르고 동기들은 좋을 때라며 깔깔 웃어댔다.

“하하! 얼른돌아가세요. 저희는 대리 불렀으니까 곧 갈게요.”

“괜찮겠어, 진짜?”

“괜찮아! 괜찮아!”

부탁이니까빨리 사라져줘, 다들!

울면서 웃는 해괴한 얼굴로 수빈은 파리 쫓듯 동료들을 보내버 렸다.

그렇게 일행들이 떠나간후.

수빈은 젖 먹던 힘까지 모두 짜내 예준을 부축했다.

“야! 아우, 좀! 똑바로 서봐!”

“못 걷겠어.”

그의 몸이 인정사정없이 늘어졌다.

하지만 만취한 듯한 몸짓과는 달리, 못 걷겠다고 하는 그의 발음과 목소리는 지나치게 멀쩡하기 만했다.

물론 정신이 반쯤 빠진 수빈은 그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차……,차 있는 데까지만 걸어봐!”

“못 걷는다고.”

“아! 어떡하라고, 그럼 !” 수빈이 울부짖었다.

예준은 곁눈질로 그런 그녀를 빤히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원래는 일행들이 돌아가면 이런 토 나오는 연기 따위 집어치우려고 했었는데…….

“업어줘.”

맘과는 달리 엉뚱한 말이 나왔다.

왜 그랬을까

조용히 스스로에게 묻던 예준이 곧 그럴듯한 이유를 찾은 듯 실금 같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그래서였다.

술 먹고 뻗은 수빈을 업고 언덕을 올랐던 일이 앙금처럼 남아서.

술 취한 척 개고생을 시켰겠다?

0|, 나를?

게다가 함부로 외간 남자의 엉덩이 온기를

하사받은 네 죄를, 너는 알아야 했다.

이참에 개고생 좀 해봐라.

예준은 억하심정으로 아예 길바닥에 뻗을 듯 온몸에 힘을 다 뺐다.

“어어어!”

당황한 수빈이 얼른 그의 몸을 지탱하고는 울며 겨자 먹기로 등을 내주었다.

“아휴. 나도 모르겠다. 일단 업혀 !”

어이구. 진짜 업어준단다.

예준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수빈의 목에 팔을 감으며 그녀의 작은 등에 몸을 기댔다.

“으윽! 무거워! 길쭉해서 더 무겁다고, 너!” 온갗 타박을 건네면서도 수빈은 꿋꿋하게 차 있는 곳까지 예준을 끌고 오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말이다.

“이 웬수!”

수빈이 예준을 뒷좌석에 던져 넣고는 삐져나온 그의 팔다리를 구겨 넣었다.

그래도 길바닥에 버리고 오진 않는 걸 보니, 지아비 귀한 줄은 아는 모양.

예준은 어쩐지 입꼬리가 실룩였다.

그런데 순간 실눈을 뜬 예준의 시야에 그녀의 치마가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는 무릎라인의 치마 아래로 길게 뻗은 그녀의 매끈한 다리가.

설마, 그 차림으로 조수석 타려는 건 아니지?

예준의 미간이 또 다시 꿈틀댔다.

짧은 치마도 아니었건만 뭐가 문제라 그랬는지는 모르겠지 만, 그저 이성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뭐야?”

수빈이 잡힌 손목을 보며 당황해 혼잣말했다.

“……지마.”

예준이 중얼거리는 말을 듣기 위해 수빈이 고개를 숙였다.

“뭐라고?”

“가지 말고, 내 옆에 타라고.”

“뭐라는 거야, 이 웬수가! 기린 같은 니가 떡하니 누워있는데 나보고 어딜 타라고!”

“그냥 타.”

막무가내인 예준의 말에 수빈은 짜증을 마구 내긴 했지만, 그러면서도 순순히 뒷좌석에 올라탔다.

“기사님, 출발해주세요. 남편이 술이 좀 된 상태라 죄송하지만 천천히 가주세요. 과속방지턱 잘 부탁드리고요. 하하.”

공손하게 부탁한 수빈이 예준의 머리를 들어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화내도 할 건 다하는 그녀의 모습이 재미있다.

“하여간 이 웬수. 가지가지해요, 진짜.”

수빈은 중얼거리면서 휴지를 꺼내 이마에 맺힌 땀을 거칠게 닦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이마를 닦았던 휴지로 예준의 앞머리를들추고그의 이마까지 아주 퍽퍽! 거칠게 닦아주었다.

예준의 눈가가 살풋 구겨졌다.

젠장. 찝찝해.

“아이고! 삭신이야!”

집으로 돌아온 수빈은 예준을 소파 위에

패대기친 채 먼저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땀에 젖은 옷들이 기분 나쁘게 온몸에 들러붙어, 벗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녀 자신도 마셔댄 폭탄주의 양이 꽤 됐던지라 머리가 아주 지끈거렸다.

하지만 뻗어버린 아군이 곁에 있으니, 맘 놓고 취하지도 못했던 상황.

땅이 덤 벼드는 것 같은 착각에도 제 뺨을 때려가며 예준을 집까지 끌고 온 것이다.

“후우,,

뜨거운 물이 머리 위로 쏟아지자, 뒤늦게 취기가 확 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뭐에 쓰나 싶으면서도, 술자리에 지예준을 부른 게 잘못이었다.

“입이 돌아가든 말든, 확! 길바닥에 버리고 오는건데.”

투덜대던 그녀가 분노의 샤워를 마치곤 서둘러 욕실을 빠져나왔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 대충 수건으로 틀어 올리고, 그녀는 예준의 동태부터 살폈다.

그를 업고, 매고, 끌고 오느라 자신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미역처럼 달라붙을 만큼 땀으로 샤워를 했다.

그런데 실려 온 놈은 엉망으로 흐트러진 자세로도 화보를 찍고 있는 현실이라니.

“아우, 얄미워.”

수빈은 그의 뺨 한쪽을 세게 꼬집었다가 놓았다.

그 언젠가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C,으 ” —

잠결에도 아픔이 느껴졌는지 그가 작게 신음 소리를 냈다.

예준은 사실 뒤처리까지 완벽하게 해놓을지가 궁금해 씻으러 들어간 그녀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헌데 뒤늦게 취기가 오른 건 예준도 마찬가지였던지 라 살짝 잠이 들었던 상황.

뺨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잠은 이미 저만치 달아나버렸지만, 이제 와서 벌떡 일어설 수도 없어 잠자코 있었다.

……이 상황 낯설지 않다는 묘한 기시감을 느끼며.

“야. 옷 갈아입고 방에 가서 자.”

수빈이 예준의 목덜미를 감아 안고는, 그를 일으켜 세우려 안간힘을 썼다.

“끄응!”

우여곡절 끝에 소파에 그를 바로 앉히는 것까지 성공한 수빈이 예준의 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내렸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제 방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엄포를 놓던 그의 모습이 생각나 옷을 가지러 가기도 애매했다.

옷을 갈아입힐 엄두도 도저히 안 났고.

“……어떡하지?”

예준을 소파에 앉혀둔 채 팔짱을 끼고 고민하던 수빈은 결국 옷 갈아입히는 건 포기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대신 그를 그의 방 침대에 데려다 놓는 것 정도만 해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맘 같아서는 소파든 바닥이든 그냥 확 패대기쳐버리고 싶었지만, 언젠가 그가 지나가는 말로 침대 아니면 허리 아파서 잠을 못 잔다고 했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휴. 사람이 너무 착해도 미련한 짓 하게 된다니깐.

자조적으로 웃던 그녀가 제 목에 예준의 팔을 두르고는 다시 안간힘을 써댔다.

“끄응, 차!”

제 반밖에 안 되는 몸뚱이로 지아비를 옮겨놓겠다 용쓰는 그녀의 노고만큼은 가상했다.

그래서 예준은 그녀가 무리 없이 자신을 옮길 수 있도록 적당히 힘을 뺀 두I, 보폭을 맞춰 걸었다.

“나,너데려다주러 가는거야. 이거 무단침입아니다. 어?”

방문 앞에 선 그녀가 발끝으로 툭툭 문을 두드렸다.

“봤지? 나노크도 했어.”

방 주인을 밖에 세워둔 채, 쓸데없는 매너를 선보인 그녀가 조심히 문을 열고 방 안으로 진입했다.

“나중에 깨서 나한테 네 방에 들어왔다고 막 화내고 그러 면 너는 진짜 은혜도 모르는 나쁜 놈이야. 알았어?”

끊임없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그녀는 예준이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줄도 모르고 그저 열심이었다.

헌데, 예준의 표정이 짐짓 심각했다.

그녀의 실없는 소리에 웃음이 터질 법도 하건만, 지금 그의 시선엔 아슬아슬하게 벌어지려고 하는 그녀의 베스가운에 온 신경이 집중된 상태였다.

아, 제발. 앞섶 좀여며라.

물론 수빈은 제 가운이 벌어진 줄도 모를 뿐더 러, 예준이 완벽히 정신줄을 놓은 줄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시선을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끌려가다시피 하고 있는 예준은 죽을 맛이었다.

자꾸만 옆구리에 수빈의 가슴이 닿았던 것이다.

그게 신경 쓰여 눈을 뜨면, 벌어진 앞섶에 드러난 뽀얀 살결이 자꾸만 시야를 어지럽혔다.

방문에서 침대까지 걸어가는 그 짧은 거리가 이토록 멀게 느껴질 줄이야.

인고의 시간 끝에 예준은 수빈에게 무사히 패대기쳐져 침대에 안착할 수 있었다.

“휴우. 힘들어.”

찌뿌듯한 허리를 곧게 편 그녀가 그새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 버린 땀방울을 훔쳤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예준의 감긴 눈꺼풀이 희미하게 떨려왔다.

……도대체, 오!!. 오H, 안 나가고 버티는 거냐. 수빈이 도통 나갈 생각을 않는다.

그녀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게 느껴져, 예준은 뒤척이는 척 그녀를 등지고 몸을 옆으로 돌렸다.

그런데 순간 뒤에서 묵직한 무언가가 침대를 누르는 듯한 느낌 이 전해졌다.

무릎걸음으로 침대에 올라선 수빈이 살금살금 기어와 그를 빤히 내려다봤다.

그러더니 조심히 손을 뻗어 그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고는, 그의 상체를 돌려 바로 눕혔다.

……뭐하는 거야, 지금?

당황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예준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수빈의 손이 그의 넥타이를 풀고 셔츠 단추를 하나씩 툭툭 풀기 시작했다.

툭. 또하나가 툭.

가슴이 반쯤 드러났을 때, 더 이상 참지 못한 예준이 그녀의 손목을 빠르게 낚아챘다.

“앗!,,

수빈의 시야가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예준에게 깔린 몸뚱이가 침대에 바로 눕혀져있었고, 지척에서는 싸늘하게 얼굴을 굳힌 그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뭐하는 짓이야.”

그녀의 양손을 단단히 포박한 예준이 사납게 물었다.

하지만 수빈이 뭐라고 대꾸하기도 전에 두 사람의 시선이 한 곳을 향했다.

확하고 벌어진 수빈의 앞섶으로.

덕분에 가운에 숨겨져 있던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브래지어가 그대로 노출된 걸 확인한 두 사람은 정확히 3초 두|, 동시에 고래고래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놀란 수빈이 무릎을 세워 어딘가를 힘껏 가격했다.

“어딜 쳐다봐! 이 변태 자식아!”

퍼억

“악!”

가까스로 급소를 피한 무릎이 그의 엉덩이를 냅다 올려쳤고,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은 예준의 몸이 기우뚱 앞으로 쏠렸다.

“어어어……V'

허공에서 허우적대던 예준이 그대로 수빈의 뽀얀 둔덕에 코를 박으며 넘어졌다.

“읍!”

물컹하고 부드러운 무언가에 얼굴이 사정없이 짓뭉개졌다.

a । n

a n

시공간이 모두 멈춘 듯,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홱 하고 고개를 쳐든 예준의 눈앞으로 수빈의 따귀가 날아들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 !”

짜악

이번엔 비명조차 나오질 않았다.

그저 왼쪽 뺨에 불길이 일더니 눈앞에 별이 번쩍이는 느낌.

제대로 얻어맞은 턱이 홱 하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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