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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에-72화 (72/96)
  • 72화.

    이른 아침. 설우의 출근 시간에 맞춰 한남동을 나온 연은 분홍색 동전 지갑 안에 가지런히 접어놓은 지폐를 꺼냈다.

    “오빠, 난 부자가 됐어요.”

    “푸흡! 그걸로 뭐 할 건데?”

    설우는 진지한 얼굴로 지폐의 액수를 헤아리는 연을 보느라 운전에 집중할 수 없었다.

    연은 설 당일에도 한복을 차려입고 일손을 돕겠다고 나섰다.

    ‘저는 사실 고기를 제일 좋아하고, 호박이랑 브로콜리 같은 맛없는 채소는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편식을 하면 오빠가 싫어하기 때문에 요즘엔 이렇게 고기를 하나 먹을 때마다 채소를 하나씩 먹고 있어요.’

    ‘혹시 채소 주스 드세요? 정말 끔찍한 맛인데 건강에는 좋대요. 작은할아버지랑 할머니도 나중에 드셔보세요.’

    결혼식 때 연을 제대로 보지 못한 친척들은 사근사근한 성격과 제 이야기를 늘어놓는 듣기 좋은 종알거림에 빠져들었다.

    ‘아버님! 이거 제가 부친 육전인데 한 번 드셔보세요. 모양은 조금 이상해도 맛있어요. 큰 아버님도요! 육전 드시고 호박전도 드세요.’

    무뚝뚝했던 현준도 하나뿐인 며느리의 살가운 미소에 녹을 수밖에 없었다.

    연은 차 회장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한남동 본관을 펠리체처럼 돌아다녔다.

    손님들이 많은 명절이었기 때문일까.

    수없이 독설을 뱉었을 차 회장은 이상할 정도로 연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덕분에 연은 친척들이 주는 세뱃돈과 용돈을 두둑이 챙길 수 있었다.

    “글쎄요. 어머님이랑 외삼촌이 주신 용돈은 오빠한테 맡겨야 할 거 같아요.”

    대기업 총수답게 배포가 큰 화진은 맛있는 걸 많이 사 먹으라며 백만 원짜리 수표를 꺼냈고, 성진 역시 누나에게 질 수 없다며 똑같은 액수를 건넸다.

    “왜, 사고 싶은 거 없어?”

    “내가 사고 싶은 건 포도 젤리랑 스트링 치즈 정돈데 이렇게 큰돈은 필요 없어요. 조금 비싼 스테이크도 남은 돈으로 충분히 사 먹을 수 있고요.”

    “먹을 거 말고 다른 걸 좀 생각해 보라고. 그나저나 좀 가려야겠는데. 펠리체 집에 목도리 있으면 하고 나가.”

    등록 차량 확인을 위해 펠리체 입구에 잠시 멈춘 사이 하얀 목을 빼곡히 채운 붉은 반점이 눈에 들어왔다.

    “네, 그럴게요.”

    “오빠가 너무 아프게 했나? 멍까지 들었네.”

    입구를 지나 집 앞에 도착한 설우가 연의 귀밑으로 보이는 멍 자국을 살며시 지분거렸다.

    “안 아파요, 어제도 좋았어요. 오빠가 워낙 잘하니까.”

    하여튼, 말은.

    연이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들썩이자 설우의 입에서 작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가기 싫다. 같이 회사로 가면 안 돼?”

    “안 돼요, 이미 펠리체로 왔잖아요. 내일 같이 가요.”

    “알았어.”

    톡톡톡.

    “내려, 꼬맹이!”

    설우의 차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 나온 이든이 방정맞게 차장을 두드렸다.

    “자, 치즈케이크 가지고 내리고.”

    “오늘은 몇 시에 데리러 올 거예요?”

    “음, 7시? 첸이 챙겨주는 거 남기지 말고 다 먹고, 낮잠 시간 꼭 지켜야 해. 알지?”

    “네!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수업은 뭐야?”

    “골프랑 베이킹요.”

    아쉬운 이별의 시간을 맞이한 설우는 재촉하는 이든을 뒤로한 채 보들보들한 손을 잡아 입술에 대었다.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네, 늦겠어요. 얼른 가요.”

    “오늘도 즐겁게 지내, 내 사랑.”

    “오빠도요, 점심 먹기 전에 전화할게요.”

    “그래.”

    인사를 마치고 차에서 내린 연이 가지고 내린 케이크를 이든에게 전하고 양손을 흔들었다.

    손을 흔들며 웃는 연을 두고 떠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설우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이자 혀를 찬 이든이 연을 데리고 먼저 돌아섰다.

    매일 아침 이렇게 속이 쓰려서야.

    함께했던 설 연휴가 벌써 오래전의 일처럼 느껴졌다.

    “중증이지.”

    둘의 뒷모습이 대문 안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엑셀레이터 위에 얹어진 발에 힘이 들어갔다. 연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

    열심히 스윙 연습을 하며 골프 수업을 마친 연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세심하게 닦아준 이든이 센터 로비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꼬맹이, 오늘 점심 뭐 먹을래?”

    “이든이 먹고 싶은 거 먹어요. 오늘은 내가 살게요. 나 부자 됐어요.”

    “부자?”

    “설날에 용돈을 잔뜩 받았거든요.”

    “오, 그래도 왕따 안 당하고 잘 놀았나 보네?”

    “네! 다들 잘해주셨어요. 이따가 첸이랑 셋이 백화점 가도 돼요? 오빠랑 첸이랑 이든한테 선물 사줄게요.”

    “알았어, 형한테 물어볼게. 씻고 옷 갈아입고 와.”

    하나로 묶여 흔들리는 연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던 이든이 샤워용품이 든 작은 손가방을 건네주었다.

    골프 수업 있는 날의 연은 씻고 옷을 갈아입어야 했고, 이든은 늘 같은 자리에서 기다렸다.

    위화감도 불안감도 없는 당연한 일상이었다.

    “심심해도 조금만 기다려요, 이든. 금방 올게요.”

    “응, 다녀와.”

    설우를 배웅하던 것처럼 이든에게 손을 흔든 연은 줄지어 탈의실로 향하는 주민들을 따라 총총, 걸음을 옮겼다.

    오빠는 넥타이를 자주 하니까 넥타이랑 넥타이핀을 사줘도 좋을 것 같고.

    첸은 요리를 좋아하니까 예쁜 그릇들을 사줘야겠다.

    이든은.

    “운동기구를 사줄까. 아니면 마네킹을 사주는 거야, 사람 대신 마네킹이랑 운동하면 되잖아.”

    세 남자에게 무엇을 선물할지 깊게 고민하던 연의 발걸음은 느릿했다.

    그녀보다 앞서있던 펠리체 사모들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탈의실에 도착하지 못한 연의 뒤로 둔탁한 발소리가 따라붙었다.

    “저기요.”

    여자 탈의실과 샤워실만 존재하는 복도에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놀란 연이 황급히 뒤를 돌았다.

    “네? 저요?”

    소란스러웠던 복도는 지나치게 조용했다.

    둘러본 주변에 아무도 서 있지 않자, 연이 어색하게 웃으며 자신을 가리켰다.

    “네. 혹시 남자 탈의실이 어딥니까?”

    “아, 아! 남자 탈의실은 반대편에 있어요. 이쪽으로 돌아가시면 돼요.”

    남자의 질문을 듣자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튀어나왔다.

    병원에서 혼자 붙잡혀간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

    체격 좋은 남자가 말을 걸자 덜컥 겁이 났었다.

    “네, 감사합니다.”

    연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천천히 다가오는 남자의 차림은 이상했다.

    흠뻑 젖어 물이 흐르는 머리 위에 대충 눌러쓴 모자와 축축해 보이는 옷 위로 껴입은 점퍼.

    센터 수영장에라도 빠진 건가.

    젖은 것을 차치하고라도 펠리체에서 볼 수 없는 후줄근한 차림이었다.

    가볍게 묵례를 한 남자가 옆을 지나치자 연이 콩콩, 제 머리를 쥐어박았다.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려 들다니.

    오빠 품에서 좋은 음식만 먹고 좋은 옷만 입어서 못돼졌어, 선우연.

    저를 질책한 연이 여자 탈의실로 들어가기 위해 등을 돌릴 때였다.

    시종일관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던 남자는 점퍼 주머니 안에서 굴리던 서늘한 물건을 꺼내 들고 되돌아왔다.

    급격히 다가온 어두운 그림자를 눈치채기 무섭게 남자의 탄탄한 팔뚝이 연의 허리를 휘감았다.

    수영장 특유의 락스 냄새가 진득하게 풍겨났다.

    “죽고 싶지 않으면 그 손 내려, 꼬마 아가씨.”

    탈의실 문고리를 잡았던 손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키가 이든과 비슷해 보이던 남자는 무딘 칼등으로 연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왜, 왜 이러세요.”

    어깨 위에 얹어진 생경한 물건을 보게 된 연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날카로운 칼날은 금세 제 목을 파고들 만큼 가까웠다.

    “아가씨, 인간의 몸엔 약점이 많아. 제대로 한 군데만 찔러도 병원까지 가기 전에 죽을 수 있지. 괜히 죽지 말고 조용히 나랑 가자고.”

    “아, 아저씨. 권, 권상철이 보냈어요? 그 사람 우리 아빠 아니에요. 저는 권다미가 아니고 선우연이고요. 남편도 있어요. 그러니까 저, 저 데려가지 말아 주세요….”

    설우가 상철을 데리고 있음을 모르는 연은 단번에 그를 떠올렸다.

    차 회장과 백 대표는 그녀가 예상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남자가 힘주는 대로 끌려가던 연이 큰 눈에 잔뜩 고인 눈물을 손등으로 문질렀다.

    “알지, 아가씨 남편. 차설우 사장.”

    “네, 네. 맞아요. 혹시 돈 받으셨어요? 저도 돈 드릴게요. 일단 이거 먼저 받으세요. 제 전 재산이고요, 우리 오빠 돈 많아요. 저 보내주시면 오빠한테….”

    “문 열고, 들어가.”

    “으윽!”

    횡설수설하며 분홍색 동전 지갑을 내미는 연을 무시한 남자는 미리 봐둔 비상구로 우악스럽게 그녀를 밀쳤다.

    “빨리 움직이자고. 늦장 부리다가 일 틀어지면 피차 곤란하잖아. 난 사람을 죽여야 하고, 아가씨는 죽어야 하고.”

    형택은 이런 일에 도가 튼 남자였다.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아왔을 게 뻔한 어린 여자를 겁주는 건 몇 마디 말로 충분했다.

    “어, 어디로 데려가는 건데요.”

    검은 세단 앞에 도착한 형택은 트렁크를 열어 거칠고 탄성이 없는 로프를 꺼냈다.

    제 손목과 발목에 밧줄이 감기는 동안 연은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독하게 참으며 천사 펜던트를 바라보았다.

    ‘오빠 전화번호도 새겼네요?’

    ‘응, 안 되는 거 억지로 하려고 하지 마. 요즘 전화번호 못 외우는 사람 많아.’

    ‘이거라도 있으니까 안심이 되네요.’

    ‘매일 해. 씻을 때도 잘 때도. 이 목걸이만 있으면 네가 어디 있든 내가 찾으러 갈 거야.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오빠가 널 잃어버려도 이게 있으면 찾을 수 있어.’

    ‘알았어요, 꼭 하고 다닐게요.’

    “널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한테 데려갈 거야.”

    “지금 제일 애타게 날 기다리는 건 이든이에요.”

    겁먹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려.

    오빠가 데리러 올 거야, 오빠가 꼭 올 거야.

    “이런 상황에서 말장난도 치고. 꼬마 아가씨가 꽤 간이 크네?”

    말장난이 아니라 사실이라고요.

    반항기 넘치는 말을 꺼내 놓지 못한 연이 손목을 누르는 로프 때문에 인상을 찌푸렸다.

    “윽, 아파요!”

    “아프라고 세게 묶는 거야.”

    투박한 손길로 매듭을 묶은 형택은 연을 트렁크 속으로 구겨 넣었다.

    “뭐, 뭐 하는 거예요?”

    “펠리체 정문을 나가야 하는데 아가씨를 떡하니 차 안에 태울 순 없잖아.”

    “읍…!”

    검은 천이 연달아 연의 입과 눈에 둘렸다.

    “혹시 남편 사진 같은 거 있나?”

    “…….”

    비웃음 가득 담긴 질문이 들려왔지만, 입에 재갈이 물린 연은 답할 수 없었다.

    “없으면 말해, 내가 한 장 구해다 주지. 아가씨는 앞으로 남편 얼굴을 못 보게 될 거거든.”

    “으읍! 읍!”

    남자의 말에 반박하고 싶은 연이 발버둥 쳐 봤지만, 가소롭다는 의미가 담긴 웃음소리를 마지막으로 트렁크 문이 닫혔다.

    가끔 몸이 들썩일 정도의 덜컹거림이 느껴졌지만 밀폐된 공간은 소름 끼치게 고요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있던 연은 발끝을 타고 오르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눈을 감싼 천 조각이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남편을 다시 볼 수 없을 거란 남자의 말이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여자 탈의실이 있는 복도 안쪽에서 펠리체의 안주인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꼬맹이도 나왔겠지.

    사람들 속에 섞여 있을 연을 찾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이든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오늘 하루 대타로 왔다는 수영 강사 말이야. 너무 사납게 생기지 않았어?”

    “맞아! 자기도 그 생각 했어? 눈빛도 음울한 게 꺼림칙하더라니까. 가르치는 것도 설렁설렁하고.”

    “아니, 아무리 대타라도 그렇지. 여기가 어디라고 그런 사람을 강사로 써?”

    “그러니까. 하루 대타 아니었으면 바로 민원 넣었을 거야.”

    “저기, 아주머니.”

    화려한 금발이 전혀 보이지 않자 마음이 급해진 이든이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떠는 여자 중 한 명의 팔목을 잡았다.

    “어이구, 깜짝이야! 아, 이든 씨?”

    “네, 혹시 우리 연이 아직 안 나왔습니까? 아주머니들 뒤에 따라 들어갔는데.”

    “연이 씨요? 아뇨, 저희는 못 봤는데. 샤워할 때도 없었고. 자기도 못 봤지?”

    “네. 탈의실에 들어간 건 저희가 마지막이었어요.”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말에 낯빛이 하얗게 질린 이든이 여자 탈의실 앞으로 달려갔다.

    “안에, 안에 연이 없습니까?”

    “네? 네. 안에 아무도 없어요.”

    펠리체에서 연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만큼 어디서든 잘 보이는 아이였다.

    그런 연이를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건.

    “안 돼.”

    망연자실한 얼굴로 사태를 받아들인 이든이 정신을 차리고 휴대 전화를 꺼냈다.

    -어, 나야.

    “연이가 사라졌어.”

    -뭐?

    “센터였어. 골프 끝나고 탈의실로 갔는데, 없어졌어. 아무도 보질 못했대. 미안해, 형. 정말, 미안해.”

    왜 매번 허점을 보이는 걸까. 왜 매번 허술하게 굴어 연이를 놓치는 걸까.

    고개를 숙인 이든이 한 손을 들어 얼굴을 감쌌다. 제 무능함에 견딜 수 없이 화가 났다.

    -링크 하나 보낼 테니까 열어, 연이 위치 나올 거야. 첸한테도 연락 넣고 제이에 있는 애들 데리고 찾아. 나도 그쪽으로 갈게.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경찰에 신고해.

    평정심을 유지하던 설우의 저음에 순간적으로 균열이 생겼다.

    링크를 열어본 이든은 펠리체를 벗어난 연의 위치를 확인했다.

    젠장, 탈의실로 가기도 전에 일을 당한 거였네.

    “펠리체에서 15분 정도 멀어졌어.”

    -빨리 쫓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어.

    “누구 짓인 거 같아?”

    -연이가 이 시간에 펠리체 센터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건 할아버지밖에 없어. 너무 자책하지 마, 펠리체 안에서 데려갈 줄은 나도 몰랐으니까. 출발했어?

    “차로 가는 중이야.”

    -그래. 연이 괜찮을 거야, 금방 만날 수 있을 거야.

    이든과 함께 자신을 위로하는 말이었다.

    연이 없으면 가장 많이 휘청거릴 사람은 이든도 첸도 아닌 바로 그일 테니.

    가장 먼저 도착한 설우가 추적기가 가리키는 부근에 세워진 검은색 세단을 발견했다.

    속도위반은 물론 신호까지 무시하고 달려온 설우는 트렁크가 활짝 열린 차를 향해 다가갔다.

    제발. 연아, 제발.

    “연아!”

    주인 없는 차를 향해 애타게 소리쳐 보아도 간절하게 원하는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차는,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다는 듯 텅 비어있었다.

    차 내부를 뒤지고 나와 트렁크 안을 들여다보던 설우가 익숙한 물건들과 함께 반짝이고 있는 펜던트를 발견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아, 안 돼.”

    쇳덩이로 두드려 맞은 것처럼 머릿속이 멍했다.

    저게 여기 있으면 연이는 어떻게 찾아야 하지?

    내내 텁텁하던 입안이 급속도로 메말라갔다.

    연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닿기 시작하자 설우의 심장을 파고든 건 다름 아닌 공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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