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24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삶에 가장 평화로운 하루가 아닐까 싶었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연은 행복에 겨워 웃음이 튀어나올 때마다 볼을 꼬집어 보곤 했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TV를 보며 웃고, 도우미가 챙겨준 과일을 먹고, 늘어지게 낮잠도 자고, 넓게 펼쳐진 정원을 산책했다.
그러다 문득 조건 없는 호의의 이유가 궁금해졌다.
정상이 아닌 행동에 관해 묻지도 않았지.
TV를 향해있던 시선이 나무 탁상시계로 옮겨졌다.
어느새 8시. 자세한 이야기는 저녁에 하자는 말이 떠올랐다.
“늦게 오시는 건가.”
고개를 갸웃거린 연이 이마 끝부분에 붙은 드레싱 밴드를 매만졌다.
원목 테이블 모서리에 찍혀 상처가 늘었다.
소파에서 자다 떨어졌다고 생각한 도우미들은 호들갑을 떨며 밴드를 붙여주었다. 자면서 움직였을 저를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이, 꼬맹이.”
“으아, 깜짝이야!”
이든이 다가설 때까지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연이 어깨를 들썩였다.
“일어나, 나가야 해.”
“네? 어디를요?”
“그건 가보면 알고. 시간 없어. 설우 형 기다리는 거 질색해.”
“아, 네!”
설우의 이름이 나오자 연이 벌떡 일어났다.
허벅지 아래로 떨어지는 그의 반팔이 원피스를 입은 것처럼 잘 어울려 외출복으로 손색이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또다시 실내 슬리퍼를 신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어, 어차피 지하에서 바로 올라갈 거니까.”
신발장에 서 머뭇거리는 연의 앞으로 슬리퍼를 놓아준 이든이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감사합니다. 저….”
“아, 이든이라고 불러. 근데 너 정말 작구나.”
이든은 손을 올려 제 어깨까지도 오지 못하는 키를 가늠했다.
농구선수와 버금가는 장신인 그는 키가 작은 여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
정을 나눌 관계가 아니면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았기에 이렇게 작은 키는 오랜만이었다.
“이든은 엄청나게 크네요.”
연이 방긋 웃으며 이든을 올려 보았다.
한껏 목을 꺾어 얼굴을 들자 가늘게 뻗은 금발이 어깨를 타고 넘실거렸다.
“설우 형도 크고 첸 형도 큰데. 앞으로 목 조심해야겠다, 꼬맹이.”
앞으로. 특별할 거 하나 없는 한마디가 이상하게 듣기 좋았다.
백일몽을 꾸고 있는 듯, 제 삶에 있을 수 없는 거짓말 같은 하루가 계속 이어질 거란 의미가 담긴 것 같아서일까.
“감사합니다.”
귀엽네. 이래서 형이 챙기는 건가.
환한 미소를 짓느라 찡긋거리는 콧잔등을 툭 건드린 이든이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연을 찾아다니는 일은 귀찮았다.
첸은 흔적도 없이 숨어버린 사람을 찾는데 꽤 흥미를 느끼는 듯했지만 이든은 아니었다.
짜증 내고 투덜대며 돌아다닌 3년인데. 개고생하게 만든 장본인이 눈앞에 있어도 밉지 않았다.
그녀에 대해 알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머릿속에 욱여넣은 시간이 길어서인지 오히려 친근했다.
막내 여동생 같은 사랑스러움과 단번에 사람을 홀릴 눈동자, 맑은 미소로 감춘 그늘.
남자를 사로잡기 좋은 삼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설우 고생 좀 하겠는데.
보닛을 도는 이든의 입가에 흥미로운 미소가 맺혔다.
그리움을 품고 기다렸던 그의 마음속을 파고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녀왔습니다. 자, 꼬맹이는 저쪽에 가서 앉으시고. 난 술 마시러 간다, 형!”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든의 큰 목소리에 설우가 대답 없이 손을 흔들었다.
꾸벅 인사하는 연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이든이 그대로 룸을 나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설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저 자식이 누구 마음대로 손을 대.
“이리 와.”
국내 최고라 불리는 현진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귀빈도 골라 받기로 소문난 룸을 당당히 차지하고 앉은 설우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이 남자는 정말 다른 세계에 살고 있구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바쁘게 움직였다.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더라도 어제와 오늘의 기억을 되뇌고, 되뇌며 위안을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여긴 어디예요?”
연이 헤, 하고 감탄하며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휘황찬란한 내부를 눈에 담았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벌어진 붉은 입술에 설우의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
“호텔. 뭘 그렇게 봐, 우리 집이 더 좋은데.”
“알아요. 그냥 되게 화려하고 신기해서.”
작정하고 고급지게 꾸며둔 호텔은 모던하고 담백한 설우의 집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이거 뭐야, 다쳤어?”
아침까진 없었던 밴드를 발견한 설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마 끝을 가린 연의 잔머리를 걷어내자 둥글게 번진 핏자국이 훤히 드러났다.
“자, 자다가 실수로요.”
코앞까지 다가온 얼굴에 깜짝 놀란 연이 말을 더듬었다.
예고 없이 훅, 가까워진 거리를 체감하자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갈비뼈를 두드리듯 거세진 심장 박동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조심해야지.”
예쁘게 솟은 이마 위 옥에 티였다.
설우가 밴드 주변을 지분거리자 연이 잠시 숨을 참았다.
온몸이 간질거려 딸꾹질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멋있고, 다정한 사람. 제 곁에도 이런 사람이 한 명만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함께 있지만 참 멀게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욕심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안 다쳤어요. 아주머니들이 약도 발라 주셨고요.”
“집에 가서 다시 치료해줄게. 밴드 안으로 피가 다 굳었잖아.”
“네, 감사합니다.”
“웃긴.”
해사하게 웃는 그녀의 볼을 톡톡, 건드린 설우가 멀찍이 서 있던 퍼스널 쇼퍼에게 손짓했다.
재계 여자들의 성향을 완벽히 파악해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세인은 설우의 모친 화진 역시 담당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가씨를 모시게 될 퍼스널 쇼퍼 윤세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D사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인사를 마친 세인이 뒤로 물러서자 미리 준비를 마친 모델 여덟이 런웨이처럼 쭉 뻗은 전실 복도를 걸어 나왔다.
상의, 하의, 원피스, 홈웨어까지 고루 갖춰 입은 여자들이 소파 앞에서 가벼운 포즈를 취했다.
“저거 괜찮은데.”
설우에겐 일상적인 쇼핑법이었다. 화진에게 배운 몇 가지 안 되는 것 중 하나랄까.
긴 다리를 꼬고 등받이에 편히 기댄 그와 달리 허리를 꼿꼿이 편 연은 꽉 쥔 두 주먹을 허벅지 위로 올려두었다.
키가 큰 여자들이 떼거지로 몰려나올 때까진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어안이 벙벙하던 연은 설우가 여자가 입은 원피스를 가리키고 나서야 무엇을 하는지 깨달았다.
“예쁘긴 한데….”
“저것도 괜찮네.”
타이트한 반소매 위에 착장한 멜빵 원피스가 연에게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홈웨어는 보여줄 필요 없어요. 가져온 거 전부 펠리체로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세인이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그 엄마에 그 아들인가. 쇼핑하는 방식이 화진과 판박이였다.
“뭐가 제일 마음에 들어?”
“저거요.”
모델이 입어서인지, 걸치고 있는 건 전부 예뻤지만 연은 설우가 가장 먼저 집었던 연분홍색 원피스를 골랐다.
“이렇게 세 개.”
“역시 안목이 좋으시네요.”
설우는 시큰둥한 얼굴로 다리를 뻗어 유리 테이블에 얹었다.
입에 발린 아부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다음 C사입니다.”
방 안에서 또 다른 여자들이 걸어 나왔다. 부딪힘 없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지나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저 방엔 몇 명의 모델이 있을까. 쓸데없는 의문이 생겨났다.
연이 잠시 상념에 빠진 동안 가늘게 뜬 눈이 검지와 함께 가로로 선 무리를 스윽, 훑었다.
“전부.”
“준비하겠습니다. 다음!”
세인이 손뼉을 쳐 다음 팀을 불렀다.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였다.
갑질 없고, 감정 소모 없고, 시간 절약까지 되는데 돈은 배로 들어온다. 이런 깔끔한 VVIP 쇼핑은 언제나 기분을 들뜨게 했다.
“제가 이걸 다 입을 수 있을까요? 이제 그만해도 될 거 같은데.”
벌써 일곱 번째 체인지가 이루어졌다.
설우는 연에게 꼭 한 벌씩을 고르게 했고 그 외에 세, 네 벌을 더 포함했다.
“지루해?”
“아니, 아니요! 그런 뜻 아니에요.”
당황한 연이 손을 마구 휘저었다.
저와 앞에선 모델들에게 번갈아 난색을 표하는 연이 귀여워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눌렀다.
“발 사이즈는 어떻게 돼?”
“네? 아, 그게 저도 잘은 모르는데.”
제 발 사이즈를 모른다는 대답에 모델들이 의아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연이 어색한 웃음과 함께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이상하게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바보도 아니고.
“윤 실장.”
“아, 네! 제가 재 드리겠습니다.”
“아니, 줄자만 주고 이만 나가봐요. 나머진 따로 연락할 테니 준비해두고.”
“예, 사장님.”
세인에게 줄자를 받은 설우가 연을 잡아 일으켰다.
“따라와.”
설우가 앞장서 침실로 들어가고, 고생한 이들에게 소리 없이 고개를 숙인 연이 뒤를 따랐다.
“뭐야, 애인인가?”
“차설우 사장 여자랑 같이 쇼핑하는 거 처음 봐”
“대박이다. 약혼녀 따로 있지 않아?”
정리를 위해 백스테이지로 들어간 모델들이 목소리를 최대한 낮춰 중얼거렸다.
“부인이 있어도 애인이 있는 세곈데. 약혼녀가 대수겠냐.”
“그나저나 여자애 뭐야? 분위기 작살나더라. 혼혈인가 봐.”
“차설우 살가운 거 봤어? 이거 할래, 저거 할래, 거기다 발사이즈까지 재준다고? 나 좀 소름 끼쳤잖아. 매번 거만하게 앉아서 이거, 저거, 돌아봐, 다른 거. 손가락질해대는 것만 봤는데.”
설우와 화진을 위한 쇼에 여러 번 서봤기에 오늘이 더욱더 새로웠다.
거만하게 앉아 손가락질해대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남자 모델들한테 했잖아. 왜 네가 열을 내냐.”
“옆에서 보기만 해도 자존심 상하잖아!”
“뭐 어때. 더럽게 잘생기고 더럽게 돈 많은데. 어휴, 부러운 인생이다, 진짜.”
훌렁훌렁 옷을 벗으면서도 수다가 멈추지 않았다.
이곳에 모인 이들 모두 날고 기는 유명 모델이었지만, 날 때부터 영의 개수 따윈 중요하지 않은 재벌들이 부럽지 않을 리 없었다.
“근데 무슨 자기 발사이즈를 몰라?”
“요즘 애들은 저렇게 남자 꼬시나 보지.”
“자, 잡담들 그만하고 가자. 다 챙겼지?”
“네에.”
설우가 어떤 식으로 돈을 쓰는지 알기에 챙겨온 브랜드별 상품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20명이 넘는 모델들이 거대한 캐리어를 두 개씩 끌고 나가야 할 정도였다.
쇼핑을 마친 VIP가 먼저 룸을 나서면 사람을 불러 정리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발사이즈를 재겠다며 방으로 들어간 탓에 직접 옷을 주워 담은 이들이 차례로 방을 나섰다.
“앉아 봐.”
연을 침대에 앉힌 설우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그녀의 발을 쥐었다.
제 손안으로 쏙 들어오는 상처가 많은 발은 아주 작았다.
“흐응, 간지러워요!”
연이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었다. 설우는 개의치 않고 줄자를 가져다 댔다.
“220이네. 뭐 이렇게 작아.”
손에 잡힐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남자가 듣기엔 생소한 사이즈였다.
“오빠는 몇인데요?”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호칭이 마음에 든 설우의 입꼬리가 휘었다.
작은 입이 오물거리는 게 사막 여우? 아니, 햄스터? 뭐가 되었든 귀여운 동물을 연상시킨다.
“난 270. 이든은 290이야. 첸은 260. 제일 작지. 아, 이제 네가 제일 작겠군.”
“그렇구나.”
연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작고 큰 것의 기준을 잡지 못하니 290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옷은 왜 이렇게 많이 사주시는 거예요?”
“왜, 내 옷이 좋아?”
“네? 아, 좋긴 좋아요. 편하고.”
“옷은 당연히 있어야지.”
안주머니에서 휴대 전화를 꺼낸 설우가 엄지손가락을 움직여 연의 발사이즈를 찍었다.
당장 필요한 것들은 이 정도면 됐으려나.
“저 얼마나 데리고 있으실 거예요? 저 옷 한 번씩 다 입어볼 때까지?”
“인형 놀이라도 하라는 거야?”
“그게 더 말이 되잖아요. 처음엔 마냥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궁금해서요. 너무 꿈같아서 언제 깰지 몰라 무섭거든요.”
연이 옷자락을 쥐었다. 행복하면서도 무서웠다. 7년 만에 처음 나온 세상에서 마주한 것들이 과분했다.
“이제부터 나랑 사는 거라고 했잖아.”
연의 시선이 일어나는 설우를 따라 높아졌다.
불안한 그녀와 달리 그의 움직임은 느긋하고 가벼웠다.
“저한테 원하는 게 있으세요?”
머릿속을 휘젓던 말이 저도 모르게 툭 튀어나와 버렸다.
질문의 의미를 단번에 알아챈 설우가 삐딱하게 선 채로 연을 내려다보았다.
저런 생각을 할 정도로 몰려 있었던 건가.
“있다면. 들어주게?”
연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은 시선을 담담히 받아내고 싶었지만, 마른침이 큰 소리를 내며 넘어갔다.
얼굴을 지나 목으로, 목에서 그 아래로, 그렇게 발끝까지 향하는 눈길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안기기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집요한 시선과 직설적인 물음에 연의 얼굴이 붉어졌다.
“네, 할 수 있어요.”
설우가 천천히 다가왔다. 기울어진 상체가 가까워지자 길게 늘어진 넥타이가 가슴 위를 흐느적거렸다.
코가 맞닿을 정도로 다가온 설우의 다리가 침대 위로 올라와 무릎을 꿇었다.
널찍한 상체가 다가올수록 점점 뒤로 넘어가던 연이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두근두근, 요동치는 심장 소리가 설우의 귀에 닿을 것만 같았다.
“쉬이, 가만히. 움직이지 마.”
할 수 있다는 건 진심이었다. 분명 진심이었는데. 막상 눈앞에 닥치니 몸부터 얼어붙었다.
목덜미를 지분거리는 설우의 손길이 느껴지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저, 저기.”
아, 됐다. 멋대로 어긋나던 고리가 드디어 맞물리자 집중하느라 구겨졌던 미간이 펴졌다.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눈을 꼭 감은 연의 모습에 설우가 피식, 웃으며 떨어졌다.
할 수 있긴, 개뿔.
“이게 어디서 못된 걸 배워가지고.”
“응?”
“우리 집에 온 기념으로 주는 선물.”
날개를 활짝 펼친 천사가 도드라진 쇄골 사이로 툭 떨어졌다.
예쁜 목걸이를 만지며 눈을 반짝이는 것도 잠시,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수치스러움에 절로 고개가 수그러들었다.
“우으, 잠깐만 혼자 있을게요!”
“5분 줄게, 저녁 먹으러 가야 해.”
설우가 웃으며 뒤를 돌았다.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흩어진 금발 사이로 보이는 귀가 붉게 물든 것을 보니 어지간히 민망한 모양이었다.
“하아… 뭐 한 거야, 권다미.”
발소리가 멀어지고 나서야 연이 고개를 들었다.
머스크 향과 싸한 담배 향이 섞여 주위를 맴도니 여전히 설우가 옆에 있는 것 같았다.
멈출 줄 모르고 팔딱이는 심장이 영 낯설었다.
제대로 보지 못한 목걸이를 살피며 그나마 찬기가 있는 손등을 볼에 연신 문지르는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