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이 잠든 사이에-1화 (프롤로그) (1/96)

프롤로그.

땅값 비싸기로 소문난 영동대교 남단. 어마어마하게 큰 땅덩이를 차지한 서울 유일의 타운하우스 펠리체 안에선 어울리지 않는 낮은 신음이 울려 퍼졌다.

“크흑…, 젠장.”

어스름한 달빛이 새어 든 침실엔 침대와 TV 한 대가 전부였고, 프레임 없이 덩그러니 놓인 매트리스는 방의 한쪽 벽을 전부 채웠다.

그 넓은 매트리스의 한 가운데. 물결치는 실크잠옷을 입은 여자가 누운 남자의 허리 위에 올라앉아 그를 거세게 누르고 있었다.

“아, 으윽….”

억지로 다문 남자의 잇새로 연신 신음이 흘렀다.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살갗을 파고들자 힘줄이 불거진 팔을 타고 핏방울이 툭툭, 흘러내렸다.

손을 뗐다가는 곧장 제 목에 유리 조각이 닿을 만큼 위협적인 상황이었다.

젠장, 젠장!

난도질당하고 있는 손바닥보다 깨어나 무너질 연의 걱정이 앞섰다.

제 손바닥이 베이는 만큼 이 작은 손에도 상처가 생길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유리 조각이 어떤 변수를 만들지 모르니 쉽사리 움직일 수도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놓아야 하나? 놓지 않으면 연이가 다치잖아.

아니면 깨워야 할까? 깨우는 동안 안전할 수 있을까? 소리를 지르면 연이가 깰까? 깨면 무슨 말을 해줘야 하지.

환장하겠네, 진짜.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설우가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첸, 이든! 첸!”

복도를 울린 커다란 목소리가 전해졌는지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두 명의 남자가 달려들었다.

“연이 다치지 않게 조심, 조심해. 첸, 유리 조각부터 치워.”

“이든, 수건 좀! 너 미쳤어? 죽으려고 환장한 거야? 진작 불렀어야 할 거 아냐! 어떻게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참아, 이 또라이 같은 자식아!”

“조용히 해, 연이 아직 안 깼어. 연이 손은 어때?”

“깊게 베이진 않았어, 괜찮아.”

날 선 유리 조각을 멀찍이 치운 첸이 무식한 친구의 행동에 역정을 냈다. 신음을 내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문 설우가 이든이 건넨 수건을 쥐었다.

엉망진창으로 구겨진 얼굴과 벌벌 떨리는 손이 고통의 정도를 말해주고 있었다.

“장 박사님한테 연락 넣고 올게.”

“차설우, 일어나. 일단 거실로 나가자.”

안타까운 숨을 내쉰 이든이 의사를 부르기 위해 침실을 나섰다.

다행히 잠에서 깨지 않은 연을 흘깃 바라본 설우가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오빠?”

이런.

손을 쓸 수 없어 무릎으로 기어 나오던 설우의 움직임이 멈췄다.

잠에서 깨어난 연이 붉게 물든 시트와 설우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상황 파악은 어렵지 않았다. 제 짓일 게 뻔했으니.

빛으로 가득 찼던 연의 금안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이 뒤덮였다.

“무슨 일이에요? 설마 또… 어, 어디 다친 거예요? 많이 다쳤어요? 뒤돌아봐요.”

“괜찮아.”

“거짓말. 돌아보기 싫어요? 그럼 내가 앞으로 갈게요.”

벌떡 일어난 연이 침대를 돌아 설우의 정면에 섰다.

수건은 또 왜 하필 하얀색인지.

설우는 손에 감긴 수건을 만지작거리며 연의 시선을 피했다.

무언가를 찾는 듯 침실을 한 바퀴 둘러본 연이 첸을 올려보았다.

“첸. 뭐였어요?”

“말하지 마, 첸!”

“유리 조각. 네 손도 치료해야 해.”

첸은 순순히 답을 내어주었다.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은 설우와 같았지만, 끝까지 숨길 수 없을 사실이었다.

“하하하… 유리? 이제 하다 하다 내가 오빨 죽이려고 한 거예요? 나 진짜 왜 이래. 미치려면 곱게 미치던지, 대체 왜!”

“연아, 진정해. 오빠 멀쩡해. 정말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 안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아! 내가 오빠를, 내가 오빠한테… 어떻게 괜찮아요? 뭐가 괜찮아!”

발악하듯 소리치며 바닥에 주저앉은 연은 설우를 죽일 뻔했다는 사실이 두려워 무릎을 감싸 안았다.

가득 고여 있던 눈물이 턱 끝을 타고 툭툭 흘러내렸다.

“병원으로 보내주세요, 차라리 병원에 있을래요.”

“연아.”

“갈래, 보내줘요. 이러다 내가 진짜 오빨 죽이기라도 할까 봐 무서워요.”

“그만해.”

설우가 몸을 앞으로 끌어 연에게 다가왔다. 잠시 둘을 지켜보던 첸이 고개를 내저으며 밖으로 나갔다.

“벌써 몇 번째예요? 이렇겐 못 살겠어, 살기 싫어. 사는 게 지옥이라고!”

“너 죽으면 나도 죽어. 살아도, 죽어도 결국 네가 날 죽이게 될 거라면 같이 조금 더 살자. 너 많이 좋아졌어. 오늘은 내 잘못이야, 잘못했어.”

이 남자는 아프지도 않은 걸까.

피가 철철 흐르는 손은 뒷전이었다. 펑펑 우는 연을 달래기 위해 설우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탐스러운 금발을 쓰다듬어 줄 수 없는 게 아쉬웠다.

빨간 입술을 꾹 깨문 연이 다친 설우의 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 자신이 혐오스러워 온몸을 쥐어뜯고 싶었다.

아무리 정신이 온전하지 않아도 그렇지, 사랑하는 남자를 다치게 하면서도 꿈에서 헤어나지 못하다니.

끔찍하다, 선우연.

“아프겠다… 장 박사님은요?”

저도 모르게 발음이 어눌하게 뭉개졌다.

연의 눈이 나른하게 풀리기 시작하자 설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오래 자게 될지라도 기다릴 테니, 지금은 자는 편이 나았다.

“차라리 잘 됐다. 자고 일어나면 다 괜찮아져 있을 거야.”

“오빠, 꼭….”

“걱정하지 말고 푹 자.”

멋대로 무거워지는 눈꺼풀이 또 한 번 타이밍을 잘못 잡고 내려앉는다.

오빠가 치료받는 걸 봐야 하는데,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봐야 하는데.

졸음이 쏟아지니 설우의 얼굴이 아주 멀리 있는 것처럼 흐릿했다. 완전히 눈을 감으며 연은 바랐다.

그를 죽일 뻔한 이 순간조차 제발 꿈이기를.

*작품에 등장하는 의학 정보는 소설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화.

드르륵, 오래된 냉동고가 요란스러운 소음을 내며 밀려 올라갔다.

출입문 옆쪽으로 널찍하게 깔린 평상을 닦고 있던 슈퍼 주인이 걸레를 쥐고 허리를 세웠다.

짧은 머리를 볶은 중년 여자는 동네에서 본 적 없는 낯선 남자 둘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훑어보았다.

6월 초입, 이른 더위에 가벼운 차림의 슈퍼 주인과 달리 와이셔츠에 검은 정장, 넥타이까지 둘러멘 이든과 첸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아이스크림 통을 뒤적거렸다.

“형! 그거 하나밖에 없잖아, 나 줘!”

초코맛 쭈쭈바를 놓친 이든이 첸의 옷깃을 잡아챘다.

“다른 거 먹어.”

“꼭 동생이 좋아하는 걸로 골라 먹어야겠냐?”

“더워서 짜증나니까 다물어.”

“어이, 총각들! 그렇게 오래 열고 있으면 아이스크림 다 녹아서 못 써! 애들도 아니고 뭘 그렇게 오래 고른데?”

탁, 탁. 걸레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 주인이 못마땅한 기색을 내비치자 이든의 아이스크림까지 고른 첸이 냉동고 문을 닫았다.

“아, 이거 싫은데.”

“보이시죠? 애나 다름없습니다. 여기, 계산 부탁드려요.”

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넨 첸은 처음 제가 골랐던 초코맛 쭈쭈바를 이든에게 던졌다.

“땡큐, 브라더.”

이든이 천진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스크림을 주물렀다. 이번엔 얻어가는 게 좀 있어야 할 텐데.

“저기 아주머니, 이 동네에서 얼마나 계셨어요?”

부채질을 하며 평상에 앉는 주인을 따라 자세를 낮춘 첸이 갑갑한 넥타이를 잡아 내렸다.

“난 토박이지. 슈퍼 이것도 30년째야. 지긋지긋해, 아주. 총각들도 올라와 봤으니 알지? 차도 못 올라오게 좁고 가파르고, 무릎 나갈까 봐 저 아랫동네 한 번 내려갈 엄두가 안 난다니까! 다른 달동네들은 죄다 재개발한다고 난린데, 왜 여기는 소식도 없는지.”

수다스러운 주인의 말을 조용히 듣던 이든이 아이스크림을 물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3년간 발품을 팔아 간신히 찾아낸 주소지가 이 작고 허름한 동네였다. 다세대 주택, 빌라, 하나 있는 아파트 모두 지어진 시기를 가늠할 수 없게 낡아 있었다.

“다행이네요. 이 동네에 살았던 모녀를 찾고 있습니다. 이쪽이 엄마, 이쪽이 아이 사진입니다. 사진을 찍을 당시와 나이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얼굴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첸이 재빨리 사진을 내밀었다. 올바른 쪽이든, 그렇지 않은 쪽이든 첸은 머리 회전이 빨랐다.

주어진 일을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 있어 탁월한 실력을 갖춘 그가 3년이 지나도록 해결하지 못한 건 이번 일이 처음이었다.

손톱만큼도 닮지 않은 사진 속의 모녀는 그만큼 철저하게 흔적을 감추고 사라졌다.

“이게 모녀라고?”

“예. 아직 이곳에 살 수도 있고, 아주 오래전에 떠났을 수도 있습니다.”

“글쎄, 이 동네엔 워낙 음침한 사람들이 많아서. 근데 이 여자애는….”

“본 적 있습니까?”

희미한 기억을 떠올리려 한껏 미간을 조인 슈퍼 주인이 평상에 놓인 사진을 노려보았다.

“낯이 익긴 한데. 본 적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에이, 아줌마! 봤으면 본 거고, 못 봤으면 못 본 거지. 그 애매한 대답을 어디다가 써.”

“아니, 총각! 내가 내일모레 예순인데, 말투가 그게 뭐야?”

“아줌마가 먼저 말 깠잖아. 친구 하자는 줄 알았지.”

“아이스크림이나 마저 처먹어, 이든.”

오랜 시간 함께 일해 온 이든과 첸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첸과 다르게 앞뒤 좌우를 살피지 않고 일단 달려드는 행동파인 이든은 이런 상황에서 입을 닫는 편이 좋았다.

“이 애 외국 사람이야?”

“혼혈입니다. 머리색, 눈동자 색만 아니면 한국인과 다르지 않고요.”

“얼굴은 맞는 거 같아. 근데 내가 봤던 애는 머리색이 이렇지 않았거든. 아이고, 놀래라!”

3년 만에 처음 희망적인 답을 들은 첸이 벌떡 일어나 놀란 주인을 내려보았다.

“본 적 있습니까?”

“아, 그래그래. 기억나는 거 같아.”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덕분에 이 아이를 찾게 되면 사례금은 부족하지 않게 받으실 겁니다.”

첸이 눈을 반짝이며 한 걸음 다가섰고, 동네를 둘러보던 이든도 한껏 진지해진 얼굴로 슈퍼 주인의 답이 들려오길 기다렸다.

아이를 애타게 찾고 있는 사람에게 이번에는 꼭 좋은 소식을 가져다주고 싶은 둘이었다.

***

「45층입니다.」

탁, 탁. 경쾌한 구둣발 소리가 대리석 복도를 울렸다.

자동차 키를 손가락에 걸어 돌리던 설우가 호텔 스위트룸 입구로 들어서자 문 앞을 지키던 문지기 둘이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한 쪽 벽을 차지한 간이 테이블에 놓인 여러 개의 바구니 안은 다양한 기종의 휴대 전화와 전자 기기로 채워져 있었다.

“여기.”

설우는 순순히 휴대 전화를 꺼내 놓았다. 지독한 악의 카르텔을 형성하는 집단에서 보안을 철저히 하기 위해 지키는 룰이었다.

전자 기기의 출입 제한은 아날로그적이면서도 꽤 잘 먹히는 방법의 하나였다.

나라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젊은 사업가가 아닌 꼬장꼬장한 노인네들이 주도하는 이 모임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 자리를 비운 지 석 달쯤 되었을까. 결국 차 회장의 불호령이 떨어져 억지로 올라온 스위트룸이었다.

“문 열어드리겠습니다.”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설우 옆으로 다가온 문지기 하나가 카드키를 대고 문을 열었다.

“어어, 차설우 사장님 전화가…!”

“들어가셨어, 그냥 둬.”

바구니 옆에 서 있던 또 다른 남자가 설우의 휴대 전화를 들고 따라왔지만, 그는 이미 스위트룸 안으로 들어간 후였다.

스위트룸 복도를 지나 거실에 가까워질수록 매캐한 담배 연기가 밀려들었다.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는 게 신기한 수준이군.

흡연자인 자신이 역하게 느낄 정도로 자욱한 담배 연기를 걷어낸 설우가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설우 씨!”

오매불망 그를 기다리고 있던 주희가 가장 먼저 일어나 설우를 반겼다.

“이게 누구야, 우리 사위! 얼굴 보기가 뭐 이리 힘들어.”

“오랜만입니다.”

딸의 옆에 앉아 있던 강일이 일어나 설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현 서울시장이자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한강일은 어서 CH그룹과 사돈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남자였다.

반가운 얼굴의 부녀와 달리 무감한 표정으로 다가온 설우는 앉아 있던 다른 이들과 대충 인사를 나눈 후 제자리를 찾았다.

비어있는 차 회장의 자리를 보며 인상을 쓴 설우가 곧바로 술을 한잔 털어 넣었다.

본인이 오기 귀찮아 그 난리를 피운 거였군.

“오늘은 차 회장이 결석인가 보구먼.”

모임의 수장을 맡아 테이블 상석에 앉은 백발의 노인이 입을 열었다.

이 세계에선 ‘평창동 어르신’으로 통하는 백창석은 4선 국회의원이자 현 여당의 당 대표로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도 이겨 먹는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막강한 인맥과 권력을 가진 남자였다.

“대신 차 사장이 왔지 않습니까.”

“그나저나 어르신, 선물은 아직입니까? 제가 얼마나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는데요.”

육중한 몸을 가진 중앙지검장이 창석에게 바짝 몸을 붙이며 칭얼거렸다.

꼴에 남자라고. 누런 이를 벌리고 욕정이 담긴 눈으로 저를 채근하는 지검장 근철의 모습이 가소로웠다.

“그건 따로 연락할 테니 기다리시게.”

“하하하, 거 참. 이렇게 애를 태우십니까.”

아쉬운 듯 침을 삼키는 근철이 창석은 영 못마땅한 기색이었다.

오냐오냐 키운 딸이 사고를 치는 바람에 약속한 대가를 중요한 자리에서 떠벌리는 무례한 행동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이런 발정 난 돼지에게 넘겨주기엔 무엇이든 아까웠지만, 남아일언 중천금이란 말을 달고 산 입장에서 입을 닦을 수 없어 고개를 끄덕인 상태였다.

말만 지검장이지 멍청하고 욕심만 많은 놈팽이와 사이를 돈독히 해봐야 득 될 것이 없거늘.

창석이 쯧, 하고 혀를 차며 술잔을 들었다.

“무슨 선물이길래 지검장님이 이리 안달을 하십니까.”

“아, 그게 어르신께서….”

“크흠! 이 얘기는 여기까지만 합시다.”

그럼 그렇지. 쓸모없는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곳에 앉은 설우는 시간이 아까웠다.

이럴 시간에 결재서류 한 장을 더 읽고, 러닝 한 시간을 더 뛰는 건데.

인맥을 굳히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 테지만, 이건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의 따분한 방식일 뿐이었다.

“설우 씨, 먼저 일어날래요?”

그의 맞은편에 앉아 계속 눈치를 살피던 주희가 입을 열었다. 몇 주 만에 겨우 만난 약혼자와 따로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래, 어차피 오늘은 큰 내용이 없으니 둘은 빠져도 될 거 같은데. 어떻습니까, 어르신?”

주희가 용기를 내자 강일이 옳다구나 싶어 분위기를 몰았다.

“뭐 그렇긴 하네만, 차 사장은?”

“그럼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설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첸과 이든에게 연락 올 시간이 지나있었다.

혼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보단 약혼녀인 주희와 나가는 게 이 꼰대들의 입에 덜 오르내릴 것이다.

“그래, 한창 좋을 때지.”

“그럼 다음 모임 때 연락하겠네.”

기분 좋게 둘에게 인사한 이들은 다시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는 데 집중했고, 설우와 주희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하우스를 나섰다.

물론, 만족스러운 이유에는 차이가 있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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