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외전>
친애하는 당신께
“아가씨! 이 옷은 어떠세요?”
“아니, 아가씨! 제발 이 드레스를 골라 주세요!”
“우리 아가씨는 이 색이 더 잘 어울리거든?”
“너희 다 비켜. 이 드레스가 제일 비싸니까.”
길고 탐스러운 붉은 머리카락의 영애는 제 앞에서 저마다의 드레스를 들고 설전을 벌이는 시종들을 보며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머리를 옆으로 모아 땋기 시작하던 시종 하나가 영애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릴리 님. 솔직히 말씀해 보셔요. 어떤 게 마음에 드세요?”
“릴리 님! 제가 고른 드레스가 제일 예쁘죠?”
“아니죠? 제가 고른 게 더 예쁘죠?”
“아가씨! 비싼 게 최고라니까요?”
결국 릴리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나는 다 좋단 말이야. 그녀의 예쁜 목소리에 옷을 들이밀던 시종들이 입을 삐죽 내밀며 손을 거두었다. 하여간 우리 아가씨는 다 좋아하시는 게 문제라니까.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아가씨. 반드시 아가씨의 데뷔탕트를……!
똑똑― 황금으로 칠해진 문을 누군가 길게 두드렸다. 네! 릴리의 청아한 목소리가 문을 타고 넘어가자, 꼭 닫혀 있던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그녀의 곁에서 한창 치장에 분주하던 시종들이 하나둘 고개를 숙이며 작은 주인께 인사를 올렸다.
“소공작님, 돌아오셨습니까.”
“잠깐 자리를 비켜 줄 수 있나.”
“네.”
시종들이 릴리의 방을 쪼르르 잇달아 나갔다. 릴리는 오랜만에 보는 르네를 향해 활짝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빠르게 그의 품으로 달려가 안겼다. 정말 새처럼 포로록 달려든 동생을 르네는 오랜만에 푹 끌어안았다.
“보고 싶었어, 오빠.”
“나도.”
“피곤하진 않아? 아버님은?”
“아직. 일이 조금 남았다. 나는 먼저 돌아왔고.”
“그래도 데뷔탕트 날짜에는 맞춰서 오시겠지?”
“그러실 거라고 하셨어. 이리 와 봐, 릴리.”
르네가 동생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끌었다. 그는 문 앞에 두었던 커다란 상자를 열어 릴리에게 보여 주었다. 릴리는 특유의 놀란 표정과 함께 손바닥으로 제 입을 가렸다. 오빠! 그녀의 기쁜 낯에 르네도 엷게 미소를 띠었다.
“오빠가 직접 고른 거야?”
“그래. 맞춤으로 제작하느라 좀 걸렸다.”
릴리는 붉게 달아오른 뺨을 숨기지 못한 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상자에서 꺼낸 하얀 드레스는 그 어떤 드레스보다 아름다웠다. 붉은 머리와 퍽 어울리는 색이었다. 웬만하면, 특히 데뷔탕트에선 잘 안 입는 색이겠지만 릴리의 눈엔 더없이 예뻤다.
“근데 이건 데뷔탕트에서 못 입겠는걸.”
“왜?”
“누가 연회장에 하얀 드레스를 입어. 눈에 띄어서 안 될 거야.”
“눈에 띄라고 마련한 거다.”
“오빠 바보야? 이렇게까지 눈에 띄면 안 돼. 이번 데뷔탕트엔 그 영애도 오신단 말이야.”
“누구?”
“황태자비가 되실 분 말이야.”
그 대목에서 르네가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 이목이 그쪽으로 쏠리겠군. 진지하게 동생의 말을 듣던 르네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그럼 네 데뷔탕트를 내년으로 미루는 건 어때.”
“……오빠. 그거 농담이야, 설마?”
우리 오빤 농담이 왜 이러는 거야, 대체. 툴툴거리던 릴리가 이내 참지 못하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딴에는 진지하게 내놓은 해답이었는데. 르네는 미간을 일그러뜨리다가 곧 동생을 따라 잔잔하게 미소 짓고 말았다. 그에겐 더없이 소중한, 유일한 여동생의 데뷔탕트가 얼마 남지 않은 날이었다.
*
“나 정말 괜찮을까?”
“최고예요, 아가씨! 우리 아가씨가 제일 멋지시다니까요?”
“맞아요! 아가씨, 용기를 내세요! 안에 들어가면 르네 님도 계실 거고 공작님도 계실 텐데요, 뭐. 어깨를 좀 더 펴도 된다니까요? 아가씨는 그러실 자격이 충분하세요.”
아무리 그녀들이 달래고 위로를 해 줘도 릴리의 떨리는 숨은 멈출 수가 없었다. 드레스 자락을 손에 움켜쥐며 심호흡을 여러 번 반복했다. 거대한 황궁 앞에서 발만 동동 굴리며 좀체 진정을 못 했다. 그러니까 먼저 인사를 하고, 손을 잡고, 다음에 어깨 위에 손을 올렸지? 그렇게 연습했는데도 릴리는 모든 게 걱정이었다.
오빠 발을 밟으면 어떡하지? 아버님과 오빠한테 민폐 끼치면 어떡해. 쓸데없는 고민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나…… 다녀올게.”
“아가씨, 다녀오세요!”
시종들의 응원에 손을 흔들며 마른침을 삼켰다. 에스코트를 해 주기로 한 르네는 사정상 먼저 입궁해야 돼서 릴리는 외롭게 홀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황궁이 처음이었다. 공작가는 비교적 황궁에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들어올 수 없었던 곳이다. 그녀는 늘 영지에서만 바라보던 황궁에 들어왔다는 게 놀라워 손으로 입을 가렸다. 황궁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고 화려했다.
아버님과 오빠는 어디 있을까? 긴장이 풀리지 않으니 서둘러 그들과 만나고 싶었다. 되도록 연회장 안에 들어서기 전에 만나고 싶은데……. 릴리는 북적북적한 연회장 입구 앞에서 초조하게 공작과 그의 아들을 찾기 시작했다.
폴짝폴짝 뛰어 수많은 머리들 사이로 붉은색을 찾았다.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오빠! 인파 속에 밀려 뒤로 주춤하던 릴리가 누군가와 약하게 부딪쳤다.
“영애.”
“꺄악! 깜짝이야!”
갑자기 제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릴리는 그만, 드레스를 밟으며 미끄러지고 말았다. 아니. 미끄러진 줄 알았다, 남자의 커다란 손이 아니었더라면. 그 손이 소녀의 허리를 단단하게 지탱해 세워 주었다.
“죄송합니다. 놀라시게 할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커다란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남자를 바라보던 릴리가 화들짝 놀라며 그의 품에서 떨어졌다. 남자도 제복을 매만지며 그녀에게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머리색처럼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릴리가 남자를 향해 고개를 연거푸 숙였다.
“시, 실례했습니다. 제가 앞을 보지 못하고…….”
“제 불찰입니다, 영애.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네? 아…… 네. 괜찮습니다.”
은색과 금색이 묘하게 섞인 제복을 보니 황실기사단이 틀림없다. 릴리가 서둘러 그에게서 또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분명 싫어할 거야……. 이곳으로 오는 내내 자신을 향한 인간들의 멸시를 느낀 릴리는 남자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 러셀 경이잖아?”
“저건 독수리 아냐?”
“러셀 경과 독수리가 왜 같이 있는 거지?”
손가락질이 자신에게만 향한다. 릴리는 이런 분위기가 견디기 힘들었다. 아버지의 영지에선 겪지 못할 일이었다. 모두의 시선을 받는 것이 불편해진 그녀가 다시 한 번 남자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남자가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와 버려서, 결국 두 사람의 거리는 다시 가까워지고 말았다.
“아른프리드 공작님이 영애의 부친 되십니까?”
“네? 아…… 네. 맞습니다. 제 아버님이세요.”
“각하께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 아뇨. 저는 여기서 오라버니를……,”
“릴리!”
때마침 기다리던 르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웅성거리던 인파는 르네가 다가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저 멀리서부터 달려온 르네는 릴리의 안색을 살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 릴리? 그의 물음에 릴리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가 무심코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금발과 푸른 눈동자가 이렇게 잘 어울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한번 보면 잊기 힘든 대단한 미남자였다. 그런 생각을 하니, 릴리의 얼굴이 삽시간에 붉어졌다.
“러셀 경.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제 불찰로 영애께서 넘어지실 뻔했습니다.”
“아, 아냐! 오빠, 내 잘못으로 넘어질 뻔했어.”
“…….”
“그만 들어가자. 응?”
르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괜히 혼자 찔려서 그를 보챘다. 르네는 남자와 눈짓으로 인사를 마쳤다. 돌아선 제 동생의 양 뺨이 머리색만큼이나 붉었다. 릴리는 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며 눈을 꾹 감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동생의 이런 모습은 난생처음이었다.
연회장 안은 벌써부터 북적거렸다. 매해의 데뷔탕트가 그렇지만 오늘은 더 특별한 날이었다. 미래의 황후가 될 예비 황태자비의 데뷔탕트도 오늘이었던 것이다. 유서 깊고 명망 높은 귀족 출신 영애의 등장을 모두가 기다렸다. 하지만 르네의 관심사는 온통 동생뿐이었다.
“나 너무 튀는 거 같아. 어떡해?”
“눈에 띄라고 선물해 준 거라니까.”
“그러니까! 오늘은 내가 눈에 띄면 안 된다니까!”
그러고 보니 평소의 데뷔탕트와는 달리 연회장의 드레스 색이 모두 단조로웠다. 장신구도 화려하지 않은 것들뿐이었다. 릴리의 말대로 오늘의 주인공은 그 영애인가 보군. 하지만 그건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르네는 하얀 드레스를 입은 제 동생을 가만히 바라보며 흐리게 웃었다.
단조로운 색 중에선 하얀색을 따라올 게 없지만, 릴리가 입으니 그 어떤 색보다 화려했다. 오히려 타오르는 머리색을 더 강조시킬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때 시끄러운 나팔 소리가 들리며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하나둘 정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황제와 황태자가 식을 선언하기 위해 오는 모양이었다. 르네와 릴리 역시 한껏 격식을 차린 채 높은 곳을 올려보았다. 곧이어 황제가 들어온다는 소식과 함께 모두가 허리를 숙여 황족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황제와 함께 등장한 황태자는 따분한 낯이었다. 그는 이런 연회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 나이가 지긋한 황제는 늘그막에 얻은 황태자를 앞세우며 연회의 시작을 알렸다. 릴리도 전과 달리 활짝 웃으며 마주 선 르네를 바라보았다.
“레이디와 첫 춤을 추는 영광을.”
어울리지 않게 격식을 차려 또박또박 말하는 오빠를 보며 릴리가 푸스스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아무래도 좋았다. 오빠의 손을 잡고 추는 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니까.
최근 들어 자신의 오라비는 아버지를 따라 국정 업무에 참여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예전과 달리 함께하는 시간이 줄었지만 그녀는 좋았다. 르네가 자신의 재주를 황실에서 마음껏 발휘할 수만 있다면.
“오빠.”
“왜.”
“요즘 일이 고단하지 않아?”
“괜찮다.”
“승계 수업 받느라 힘들지?”
“괜찮아, 그런 건.”
유연하게 뱅그르르 돌며 릴리는 활짝 웃었다. 소녀들은 그 자리에서 두어 번 돌더니 폴짝 뛰어 제 파트너의 손을 잡았다. 르네는 익숙하게 릴리의 손을 잡고 다시 허리에 손을 올렸다. 릴리는 르네를 보며 또 배시시 웃었다.
“오빠가 빨리 공작이 됐으면 좋겠어.”
“왜?”
“그래야 아버님이 편하실 테니까.”
“내가 고생하는 건 괜찮다는 말인가?”
“당연하지. 오빠는 고생 좀 해야 돼.”
개구지게 웃던 릴리가 다시 폴짝 뛰어올랐고 르네는 능숙하게 그녀의 허리를 잡아 내려 주었다. 이제 마지막 구간이었다. 마치 음악과 한 몸이라도 된 것처럼 그녀의 춤은 부드러웠다. 심지어 주변에서 춤을 추던 다른 소녀들마저 릴리와 르네를 훔쳐볼 정도였다. 수수하기 짝이 없는 하얀 드레스가 유달리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소녀들이 웅성거렸다.
“난 오빠가 자랑스러워.”
“…….”
“오빠가 빨리 좋은 짝을 만나서 공작 위를 물려받았으면 좋겠어.”
“그래.”
“그러면 우리 영지가 더 풍요로워질 거야. 난 믿어.”
릴리는 상대방이 누가 됐든, 모든 이에게 다정하고 친절했다. 고단한 하루가 말끔히 날아갈 정도로 따뜻한 말이었다. 그녀의 말처럼 작위를 이어받고 재상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면, 르네는 동생의 바람을 하나하나 이뤄 줄 생각이었다. 그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동생을 바라보며 마지막 인사와 함께 춤을 마쳤다.
두 번째 춤은 뒤늦게 도착한 예비 황태자비와 황태자의 춤으로 이어졌다. 눈에 띌 정도로 잘생겼지만 고집스럽게 생긴 황태자는 무표정하게 영애의 손을 잡고 춤을 추었다. 모든 사람들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환호했지만 정작 두 사람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음악이 끝나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놓았다.
곧바로 새로운 음악이 나오며 자유로운 춤이 이어졌다. 초대받은 모든 종족들이 여러 파트너와 돌아가며 춤을 추었다.
릴리는 마실 것을 가지러 가겠다는 르네를 기다리다가 문득 시선을 한곳에 고정시켰다. 아까 보았던 그 금발의 남자였다.
러셀 경은 무뚝뚝한 표정을 지은 채로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시원하게 웃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릴리는 자신도 모르게 붉어지는 얼굴을 어쩌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저분과 춤을 추고 싶은데……. 혼자 안절부절못하며 고개를 빼꼼 내밀던 릴리는 검은 머리카락을 발견했다.
“어? 노아 님……?”
러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대방은 다름 아닌 노아였던 것이다. 그는 같은 공작 가문이라 왕래가 잦아서 영지에서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노아 님과 아는 사이시구나. 옆에 르네라도 있었더라면 오빠를 핑계로 저쪽에 가 보기라도 할 텐데. 그러나 릴리는 아직 그럴 만한 용기가 없었다. 대신 그녀의 앞으로 무수히 많은 손이 다가와 있었다.
“영애. 영애와 춤을 함께 추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음악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를 향해 수많은 남자들이 손을 내밀며 춤을 청했다. 개중엔 인간도 있었고 다른 종족도 있었다. 결국 릴리도 연이은 춤 신청을 받아 주느라 러셀을 신경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춤추는 게 좋았고, 자신에게 춤을 신청하는 자들은 비교적 신사적이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릴리.”
“스티비?”
“나와도 춤을 춰 줄래?”
또 춤이 끝나기 무섭게 달려드는 남자들 사이로 붉은 머리의 남자가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스티븐은 호탕하게 웃으며 흔들던 제 손을 릴리에게 내밀었다. 그와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르네의 절친한 친구 중 하나이기도 하며, 릴리에게는 친오빠 같은 존재였다.
릴리가 방긋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스티븐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연회장 중앙으로 릴리를 이끌었다.
그녀는 누구와 춤을 추어도 눈에 띄었다. 심지어 예비 황태자비라는 그 영애보다도 눈에 띌 정도였다. 특히 스티븐과 춤을 추는 모습은 연회장 내의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누구보다 유쾌하고 쾌활한 두 사람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멍하니 바라보던 소녀들이 이번엔 릴리의 드레스를 보며 저희끼리 숙덕거렸다. 세상에, 하얀 드레스가 저렇게 예쁜 거였어?! 너무 예쁘다. 머리색이 더 도드라져 보여! 하나같이 입을 모아 찬양했다. 릴리는 특유의 따듯한 미소와 함께 스티븐과 인사하며 마지막 춤을 마쳤다.
발이 너무 아픈데. 시선이 제게만 쏠린 것을 알고 있으니 발을 절뚝일 수 없었다. 릴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 드레스를 쥐고 무대 옆으로 빠져나오려고 했다.
“영애께 춤을 신청하고 싶습니다.”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고, 그다음으로는 눈을 의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