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만난 애 아빠-68화 (68/109)

#68. 또 보자

다들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달려오던 춘희는 뜨악한 표정이었고 경애도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선혜는 눈을 크게 뜨고 석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장은 석주를 보며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른 인부들은 석주의 모습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말이 적은 편이라 조용한 이미지였던 석주여서 더욱 의외라는 얼굴이었다.

석주는 씩씩거리며 소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소장이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윤 씨. 미쳤어?”

이성이 돌아왔는지 석주의 눈이 한차례 떨렸다.

“돌았냐고. 뭐? 딸? 뭔 헛소리야?”

“…….”

“아깐 모른다더니, 이제 와서 딸이라고? 내가 기가 막혀서.”

“…….”

“게다가 뭐? x자식? 잘리고 싶어 환장했…… 아얏!”

으르렁거리던 소장은 따끔거리는 통증에 놀라며 선혜의 손을 놓아주었다. 손등에는 꼬집힌 흔적이 남아 있었다. 붉은 손자국을 어루만지며 돌아본 소장은 느닷없이 등장한 수호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넌?”

수호가 선혜의 손을 꼭 움켜잡고 따졌다.

“아저씨 뭔데 우리 엄마 손을 막 잡아요?”

“뭐? 엄마?”

소장이 믿기지 않는 눈으로 선혜와 수호를 번갈아 보는 사이, 수호가 입을 열었다.

“우리 엄마 손은요, 우리 아빠밖에 못 잡거든요?”

수호가 선혜의 손을 다시 한번 꾹 움켜잡았다.

“안는 것도, 뽀뽀하는 것도 우리 아빠도 내가 겨우 봐줬는데.”

“뭐, 뭐…….”

“근데 아저씨가 뭔데 우리 엄마 손을 막 잡냐고요.”

아이의 당돌한 기세에 그만 기가 눌리고 말았다.

“우리 유치원 선생님이 그랬는데요, 싫어하는 사람 막 잡고 안 놔주면 폭력이랬어요. 경찰 아저씨가 잡아간다고 그랬다고요.”

경찰이라는 말에 뜨끔했는지 소장이 어색하게 웃었다.

“야, 폭력은 무슨. 꼬맹아, 그런 거 아냐. 응?”

“꼬맹이 아니거든요?”

소장이 살살 웃는 얼굴로 톡 쏘아붙이는 수호의 머리로 손을 가져가는 때였다. 수호가 움찔 놀라며 선혜의 옷자락을 붙들며 바짝 붙었고 선혜가 그런 소장에게 무어라 하려는 찰나.

딸랑!

거칠게 문가의 풍경이 울리더니 우렁찬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당신 뭐야?”

뛰어왔는지 땀 범벅인 태준이 재킷과 가방을 든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태준의 등장에 모두의 눈이 동그래졌다.

수호가 반가운 얼굴로 소리쳤다.

“아빠!”

소장을 향해 눈을 부라린 태준이 성큼성큼 들어와 수호와 선혜를 제 뒤로 숨겼다.

“당신 뭔데 우리 애한테 손찌검을 하려고 들어? 어?”

손찌검이라니. 소장이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아빠. 저 아저씨가 막 엄마 손 잡고 그랬어요. 저 아저씨가 막 놓으라고 소리쳤는데 안 놔 주고 그랬어.”

기회는 이때다 싶었는지 다다다 고자질하는 수호. 수호를 향해 눈을 부라리던 소장은 제 앞에 드리워지는 그림자에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이 사람이, 진짜.”

태준의 다갈색 눈동자가 분노를 담고 이글거렸다.

하지만 드리워지는 그림자는 비단 태준의 것만이 아니었다. 춘희도, 경애도 다가와 소장을 둘러쌌다. 모두 죽일 듯이 소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우리 가게에 CCTV 있는데. 저거 갖고 경찰서 같이 가실래요?”

경애가 가게 천장에 달려 있는 CCTV를 턱짓하며 말했고.

“아저씨. 콩밥 먹고 싶어? 나랑 친한 경찰 오빠들이 이 동네 한 다스야, 엉?”

춘희는 껌을 짝짝 씹으며 눈을 치떴다.

석주도 눈에 힘을 주고 소장을 노려보는 중.

“그, 그게…… 큼!”

헛기침을 하던 소장은 어른들 너머에 서 있는 수호와 눈이 마주쳤다. 뾰족한 눈빛을 소장은 길게 마주하지 못했다.

그는 곧 비굴한 패배자의 모습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

망신을 당한 소장은 그길로 계산을 마치고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눈치를 보던 인부들도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석주를 흘끗거리기도 하고 장난스럽게 엄지를 치켜올리기도 했다. 뒤늦게 이성을 차린 석주는 민망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선혜와 눈이 마주쳤다.

경애 쪽은 차마 쳐다보지도 못했다. 선혜 또한 길게 마주 보지 못했고. 시선을 떨어뜨리다가 선혜의 옆에 딱 붙어 있는 수호와 눈이 마주쳤다.

그때 그 아이였다. 선혜가 모는 차의 조수석에 타고 있던, 선혜의 아들.

“엄마. 근데 저 아저씨는 누구야?”

말간 눈으로 석주를 보고 있던 수호가 선혜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선혜는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하고 수호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삼키며 시선을 피했다. 수호는 여전히 선혜를 올려다본 채 궁금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석주는 자조적으로 헛웃음을 짓다가 아까 식탁 위로 집어 던진 모자를 주워 머리에 눌러 썼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로 몸을 돌렸다.

가게 문을 막 당겨 연 그때였다.

“잠깐만요.”

부르는 소리에 석주는 멈추어 서서 고개를 돌렸다.

“잠깐 저랑 얘기 좀 해요.”

그를 붙들어 세운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선혜였다.

*

선혜가 석주와 함께 가게를 나간 뒤 경애와 춘희, 그리고 태준과 수호는 선혜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호야. 안 졸려?”

“네. 괜찮아요.”

경애랑 같이 방에 들어가서 쉴 때 잠깐 눈을 붙였던 수호였다. 때문에 늦은 시간임에도 눈이 말똥말똥했다.

춘희가 기특하다는 얼굴로 수호를 보다 태준에게 말했다.

“아까 수호 엄청 멋있었다, 수호 아빠?”

“왜요?”

“아까 그 소장 놈이 선혜 손을 붙들고 수작을 부렸었거든? 그랬더니 우리 수호가 떡하니 나타나서는!”

춘희가 아까 수호에게 빙의한 듯, 보이지 않는 손을 움켜잡는 시늉을 하며 턱을 들고 눈을 부라렸다.

“아저씨 뭔데 우리 엄마 손을 막 잡아요? 우리 엄마 손은요, 우리 아빠밖에 못 잡거든요? 싫다는 사람 손 잡는 거, 폭력이라구욧! 이렇게 말하는 거야, 글쎄.”

태준은 놀란 얼굴로 이야기를 듣다가 수호를 바라보았다. 무안해서 슬쩍 시선을 피하는 수호. 태준이 기특하다는 얼굴로 수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런데 문득 수호가 입을 열었다.

“아까 저 아저씨도 멋있었어요.”

수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석주가 있었다.

가게를 나간 두 사람은 멀리 가지 않고 가게 앞 대기 손님용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둘이 앉기에도 벤치의 너비는 충분했지만, 둘은 각각 다른 벤치에 앉아 있었다.

킬킬거리던 춘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셨다. 춘희는 반사적으로 옆에 앉은 경애의 눈치를 보았다. 경애는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없이 앉아 있었는데 수호의 말을 듣더니 비로소 입을 열었다.

“멋있긴 뭐가 멋있어. 입만 살아서 큰소리만 뻥뻥 쳤지.”

어색한 침묵이 찾아왔다. 태준은 경애의 눈치를 보다가 괜히 수호의 머리칼을 만지작거렸다.

문득 시선이 통유리벽 너머로 향했다.

‘괜찮으려나.’

눈동자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

“얘기 들었어요.”

선혜는 처음부터 본론으로 들어갔다.

“엄마 가게 주위에 맴도셨다가 붙잡히셨다고요.”

석주는 대답이 없었다. 침묵은 곧 긍정. 선혜는 소리 없이 웃으며 머리칼을 쓸어올리고는 석주를 돌아보았다.

“돈이라도 필요하신 거예요?”

줄곧 고개 숙이고 앉아 있던 석주가 그 말에 고개 돌려 선혜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엄마 근처에서 계속 맴도신 거냐고요.”

가게 불빛을 등져서 그런지 전보다 마른 석주의 얼굴에 드리운 음영이 훨씬 짙었다.

자기도 모르게 전과 다른 아버지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는데 석주가 메마른 입술을 열었다.

“그런 거 아니다.”

“그럼요?”

“그냥…….”

석주가 시선을 떨어뜨리고는 작게 말했다.

“지나갈 때 네 엄마를 보면 발걸음이 안 떨어져서 그랬던 것뿐이야.”

“엄마 만나서 뭘 어쩌시려고요.”

“만나서 뭘 하려고 한 것도 아냐. 그냥, 멀리서라도…….”

석주는 말끝을 흐리고 말았지만 선혜의 귀에는 흐려진 부분이 들리는 듯했다.

보고 싶었어, 라는 말이.

석주의 얼굴에 완연한 그리움이 그 말을 대신 했다.

애틋하고 안타깝기는커녕 기가 막힐 뿐이다.

“이제 와서 그러면, 뭐가 달라지나.”

속마음이 혼잣말이 되어 튀어나왔다. 석주가 무표정한 얼굴로 선혜를 돌아보았다. 선혜도 그런 석주를 마주 보았다.

무표정한 그 얼굴을 보자마자 뭔가 속에서 확 끓어올랐다.

“정말 염치도 없으세요.”

날카로운 말이 이성을 젖히고 튀어나왔다.

“엄마를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외면하신 분이 이제 와서 다 잃고 찾아와서 들러붙을 기회 보시는 거 제가 모를 줄 아세요? 하물며 다른 여자랑 재혼까지 했으면서, 이제 와서.”

지난 날을 떠올리는 선혜의 눈에 분노가 뜨겁게 몰려들었다.

“다 잊고 잘 사는 우리 엄마, 더 이상 심란하게 만들지 마세요. 엄마랑 제 주위에 얼씬도 하지 마시고요.”

“…….”

“아버지라면 이제 엄마도, 나도…….”

선혜의 얼굴이 볼품없이 일그러졌다.

“지긋지긋하니까.”

말을 마친 선혜가 입을 꾹 다물고 석주를 노려보는 동안 석주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알겠다.”

몸을 돌리던 그가 문득 비스듬히 뒤를 돌아보았다. 무언가를 말하려는지 입을 달싹이던 그는 이내 완전히 몸을 돌려 멀어졌다.

석주의 뒷모습을 선혜는 눈에 힘을 주고 바라보았다.

잔뜩 초라한 그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

그런 선혜의 모습은 유리 벽 너머로 고스란히 비치고 있었다.

보다 못한 태준이 가게를 나서서 그런 선혜의 옆에 다가가 앉았다. 석주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음에도 그곳을 계속하여 바라보고 있던 선혜는 천천히 눈을 돌려 태준을 바라보았다.

뭐라 말을 꺼내려던 태준은 선혜의 한쪽 눈에서 눈물이 대뜸 흘러내리자 눈을 크게 떴다.

선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눈시울이 붉었다.

“……짜증나.”

‘지긋지긋하니까.’

그런 말을 하면 통쾌할 줄 알았는데.

“왜…….”

제 가슴이 아픈 건지.

‘내 딸이야!’

지금껏 저를 외면해온 아버지의 모습보다.

‘그 애가, 내 딸이라고!’

그렇게 외치던 아버지의 모습만이 선명히 뇌리에 박혀 떨어지지 않았다.

왜. 도대체, 왜.

“진짜 짜증나…….”

선혜는 흐느낌을 삼키며 고개를 푹 숙여버리고 말았다. 벤치 위로 눈물 방울이 투둑투둑 떨어져 얼룩을 만들었다. 태준은 천천히 팔을 뻗어 선혜를 품에 안아 주었다.

태준은 말없이 선혜의 머리를 어루만지고 등을 도닥여주었다.

선혜는 무너지듯 태준의 품에서 눈물을 폭포처럼 쏟아내며 아이같이 울음을 터트렸다.

*

한편 가게 안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수호는 울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나서려고 몸을 움직이는데 경애가 뒤에서 수호를 붙들었다.

“왜요, 할머니?”

수호가 무구한 얼굴로 물었다. 경애는 슬픈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네가 가면 엄마가 더 속상할지도 모르거든.”

으레 부모라면 자식들 앞에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기 마련이다. 특히나 저렇게 아이처럼 우는 모습은 더욱이.

왜냐면, 사랑하는 자식이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슬퍼할 걸 알기 때문이다. 경애도 힘든 시절 어린 선혜를 키우며 몇 번이고 눈물을 삼켰던 기억이 있었다.

수호는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경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경애는 안쓰러운 얼굴로 유리 벽 너머 아이처럼 우는 선혜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저리고 아파 자꾸만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찰나, 석주가 앉아 있던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석주가 선혜를 등지고 돌아서던 그 순간의 얼굴을, 경애는 보았다.

울 듯이 일그러진 참담한 그 표정을.

석주는 드러내지 못한 감정을 앞이 아닌 뒤에서 드러내곤 했었다.

“…….”

차라리 몰랐으면 좋은 사실이었을 텐데.

그랬다면 이렇게 쓸데없이 마음 쓰일 일도 없었을 텐데.

‘하나도 안 변했네.’

경애는 남들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

경애의 차가 가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길목에서 신호에 걸려 섰다.

경애는 수호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도 저번처럼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을 재울 예정이었다.

태준은 수호에게 조심스럽게 허락을 구하고 선혜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 했다. 엄마의 기분을 조금 나아지게 하고 싶다는 게 그 이유였다.

수호는 기꺼이 허락했다. 아빠라면 엄마의 기분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자신보다 아빠가 더 엄마에게 필요하다는 것도 어렴풋이 눈치챘다.

“수호, 안 서운해?”

경애가 수호의 눈치를 보다가 물었다.

“서운해요.”

덤덤한 아이의 말에 경애가 움찔거리는데 수호가 말했다.

“서운하니까, 다음에는 셋이서 놀러가자고 할 거예요.”

뚱한 얼굴을 한 수호를 보던 경애가 기특하다는 얼굴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앞을 바라보았다.

순간 오늘 본 석주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내 딸이야!’

‘그 애가, 내 딸이라고!’

석주가 악에 바쳐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뇌리에 박혀 쉬이 잊히지 않았다.

그나저나. 소장한테 그렇게 대들었으니 잘릴지도 모르는데.

‘아니, 내가 지금 누굴 걱정하는 거람?’

순간 든 생각에 경애는 질색하며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그러다 무심결에 바라본 차창 너머로 길가에 놓인 벤치에 앉아 있는 석주를 발견하였다.

어둠 속에서도 왜 이렇게 눈에 띄는 건지. 모자를 안 쓰고 있어서 그런지 허연 얼굴이 한눈에 보였다.

손에 든 모자를 만지작거리며 고개 숙이고 있던 석주가 순간 고개를 들었다. 경애는 황급히 앞으로 시선을 돌리며 헛기침을 삼켰다. 애써 앞을 바라보는 얼굴에는 심란함이 가득했다.

의아한 얼굴로 경애를 바라보던 수호는 곧 무심하게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 투둑, 창문 위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어, 비 온다.”

예보에 없던 비가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쏟아지는 빗속을 바라보고 있는 때였다.

빗줄기 사이로 서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수호의 눈에 들어왔다.

검은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쓰고, 검은 맨투맨에 바지를 입고 운동화까지 검은색인, 온통 검은색인 사람. 우산을 안 쓰고 있어서 더 눈에 띈다.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수호를 바라보고 있던 그가 경애 쪽을 흘끔 보더니 쓰고 있던 마스크를 내렸다. 그리고 씩 웃으며 손을 느리게 좌우로 흔들었다.

수호가 미간을 가만히 좁히는데 곧 차가 출발했다. 수호의 시선이 천천히 뒤를 향하다가 등 돌려 걸어가는 남자의 모습을 보고 앞으로 향했다.

시야에서 남자는 사라졌지만 머릿속에는 빗속에서 보았던 남자의 입 모양이 클로즈업되어 반복되고 있었다.

그 입 모양은 분명히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또 보자.’

라고.

기억에 없는 사람인데 또 보자니?

의아함 끝에는 기분 나쁜 꺼림칙함이 남았다. 수호는 불쾌하여 얼굴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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