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선의의 거짓말
침대에 누워 있던 수호는 부스스 눈을 떴다. 커튼이 반쯤 드리워진 창문 너머로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선풍기 바람에 머리가 슬쩍 흐트러졌다.
수호는 순간 아차 싶었다.
‘선풍기 켜고 잤네.’
어제 엄마가 밤에 들어와서 끄고 간 뒤 새벽에 더워서 한 번 깨고 말았다. 더위와 습기를 도저히 이기지 못해 선풍기를 켰는데 타이머를 설정한다는 걸 깜박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밤새 바람을 맞아서일까. 몸이 좀 으슬으슬한 것 같기도 하고, 머리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열이라도 나나 싶어 손으로 이마를 짚어보지만 이제 겨우 일곱 살 연차로는 감별이 어렵다.
선풍기를 꺼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마치 침대랑 하나가 된 것 같달까.
그러다 찬바람에 몸이 으슬으슬해져 겨우 몸을 일으켜 선풍기 전원을 껐다.
다시 쓰러지듯 풀썩 누워 선풍기 날개가 점점 느려지는 걸 몽롱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픈 걸까. 아닌 걸까. 꽃잎을 뜯어내듯 두 선택 사이에서 골몰하는 사이 선풍기 날개가 완전히 멈췄다. 그리고 그 순간, 문이 열리고 선혜가 들어왔다.
“수호야. 수영장 가야지.”
수호는 물끄러미 선혜를 보았다.
엄마, 나 아픈 것 같아.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이내 사라졌다.
작년 이맘때쯤, 비슷하게 아팠던 때가 있었다. 스치듯 잠깐 머문 감기 기운일 뿐 크게 앓지도 고생하지도 않았는데.
‘엄마, 나 아픈 것 같아.’
그 한마디에 선혜는 사색이 되더니만 그대로 수호를 안아 들고 병원으로 달려갔었다. 미열일 뿐이고 해열제만 먹으면 나을 간단한 몸살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들은 뒤에도 수호를 안은 선혜의 팔은 가늘게 떨려왔다.
얼마 뒤에 수호가 경애를 통해 안 사실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자신이 심한 열감기에 걸려 고생했다는 것이었다.
열이 잔뜩 올라 사경을 헤매던 아이를 안고 노심초사했던 선혜의 이야기를 듣고 수호는 꾀병은 절대 부리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랬기에 아이는 그때와 같이 아픈 것 같다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머리 봐. 까치 집 같네.”
수호는 겨우 몸을 일으킨 자신에게 다가와 뻗친 머리를 만지며 웃는 선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무엇보다도, 요즘 들어 웃는 일이 잦아진 엄마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우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수호 어디 아파?”
그래서 아이는, 선한 거짓말을 한다.
“아니.”
수호는 억지로 하품을 했다.
“너무 졸려.”
뭔가 이상한 느낌에 수호를 빤히 보고 있던 선혜는 그 말에도 좀처럼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선혜는 손바닥으로 수호의 머리를 짚어보고, 이마를 맞대어 보다가 체온계를 가져왔다.
37.0
“괜찮네.”
“안 아프다니까.”
누가 알았을까. 그 체온계가 고장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선혜도, 그리고 감기 전조증상을 보이는 수호도.
*
쏴아아. 풀(pool)에서 나오는 태준을 중심으로 물이 솟아올랐다. 턱을 잡고 잠시 숨을 고르던 그가 한 번에 힘을 주어 풀에서 빠져나오자 우뚝 선 그의 몸을 타고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
태준은 젖은 얼굴을 손으로 한번 쓸어내리고는 수경을 벗어 손에 들었다.
비어 있는 선베드 하나에 털썩 앉은 그가 지친 몸을 길게 눕혔다. 수모를 벗고 젖은 머리를 털다가 문득 시선을 들었다. 그 시선 끝에는 수호가 있었다.
수호는 수영 강습을 받는 중이었다. 강습의 막바지인지라 지금까지 가르쳤던 것을 학생들이 연습하는 중이었다. 아이들이 연습하는 걸 보고 강사가 보조하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때마침 수호의 차례였다.
“수호야. 팔은 더 펴서 귀에 붙여야지. 고개는 뒤로 더 젖히고! 다리는 더 힘차게!”
태준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강사가 수호에게 소리쳤기 때문이 아니었다. 수호가 지금 배우는 것은 배영. 몇 주 전 태준이 가르쳤던 수영법이었다. 수호를 가르쳐 본 태준은 안다. 수호가 한 번 배운 걸 잊지 않을 정도로 영특하다는 걸.
그랬기에 부진한 수호의 모습은 상당히 낯선 것이었다.
결국, 수호는 레인의 반도 나가지 못하고 멈춰 섰다. 근처에 있는 킥판에 의지하여 턱으로 다가가 힘겹게 올라서서 앉아 숨을 고르는 얼굴이 답지 않게 잔뜩 지쳐 있었다.
‘어디 아픈가?’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드는 찰나.
“자,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오늘 가르쳐 준 거 잊지 말고, 내일 봐요!”
강사의 낭랑한 외침이 들리고 곧 아이들이 무리 지어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태준이 강습 장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선 수호의 앞에 섰다.
수호는 눈을 느리게 깜박이다가 태준을 올려다보았다. 잠시 수호의 상태를 위에서 내려다보던 그가 한쪽 무릎을 굽혀 수호와 눈을 맞추었다.
“수호야. 어디 아파?”
수호의 눈꺼풀이 느리게 깜박였다.
“아뇨.”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태준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수호의 이마를 짚었다. 하지만 열이 나는지 안 나는지 확인을 하기도 전, 수호가 인상을 쓰며 태준의 손을 잡아 내렸다.
“뭐 하세요?”
“아니. 열이라도 나나 보려고.”
태준이 머쓱하게 손을 거두었다. 수호는 그런 태준을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대답했다.
“아픈 거 아니에요.”
“그래?”
수호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미심쩍었지만 어린아이가 아픈 걸 굳이 숨길 리 없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어렸던 자신은 꾀병도 심심찮게 부리곤 했으니까.
태준이 걱정을 거둔 얼굴로 물었다.
“오늘 오랜만에 아저씨랑 수영 과외할까?”
수호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오늘은 일찍 가 봐야 해요. 엄마랑 약속이 있거든요.”
말을 마친 수호가 태준을 향해 허리를 꾸벅 숙였다.
“안녕히 가세요, 아저씨.”
그러더니 총총 멀어진다. 태준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멀어지는 수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다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수호가 밀어낸 손이었다.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번져갔다.
밀어내지 않기로 약속한 사이. 이런 스킨십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수영 과외도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기도 했다.
‘장 보는 데서 만나면 싫어하려나.’
머뭇거리는 태준의 시선이 수호가 걸어간 자취를 따라갔다. 닫힌 탈의실 문을 보는 그의 입 밖으로 긴 한숨이 샜다.
*
수호는 샤워를 생략하고 느릿느릿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자꾸 헛발질하여 넘어질 뻔하기를 여러 번. 겨우 옷을 입고 짐을 챙긴 뒤 엄마의 연락을 기다리기 위하여 평상에 앉았다.
수호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다 멈칫했다. 태준의 손을 짜증스럽게 밀어내던 순간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몸 상태가 안 좋아서인지 예민하게 반응하고 말았다. 당황하던 아저씨의 얼굴이 생각나자 마음이 무거웠다.
‘수호야. 어디 아파?’
엄마도, 수영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주위 친구들도 눈치채지 못했던 걸 멀리서 한눈에 알아본 아저씨인데. 사실 그 손길이 싫은 것도 아니었는데 왜 괜히 짜증을 부려서는.
다음에는 그냥 받아주자 결심한 수호는 선혜의 메시지가 도착하자 평상에서 일어나 탈의실을 나섰다.
*
주말을 맞이한 대형마트는 쇼핑을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여기저기 시식 코너에서는 손님 몰이가 한창이었고 정육 코너의 젊은 남자 직원의 우렁찬 호객 소리가 입구까지 들려오기도 했다.
“서울 사람들 장 보러 다 여기 왔대니?”
“내 말이.”
주위를 둘러보던 선혜가 수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수호, 엄마 손 꼭 잡아야 돼?”
수호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선혜의 손을 고쳐 잡았다. 선혜 또한 수호의 손을 꼭 움켜잡았다. 걸음을 옮기다 문득 뒤로 고개가 돌아갔다. 마트 입구를 오가는 수십 명의 사람 중에 익숙한 얼굴을 찾기 위하여.
도착했다고 했었는데.
“선혜야.”
옆에 있던 경애가 선혜를 툭툭 쳤다. 선혜가 돌아보자 수호의 눈치를 보던 경애가 입 모양으로만 말했다.
‘신 서방은?’
서방이라니. 벌써 사위 대하듯 하는 엄마의 모습에 선혜의 입가에 헛웃음이 퍼졌다. 선혜가 대답 없이 웃기만 하자 경애가 힘주어 팔을 살짝 꼬집었다.
선혜가 왜 꼬집냐며 경애의 손을 밀어내자 밉지 않게 선혜를 흘긴 경애가 작은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온다면서.”
“도착했다고는 했는데.”
그 뒤로는 연락이 없었다. 왜 깜깜무소식인지.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은 생각이 들어 핸드폰을 내려다보는 때였다.
“엄마. 누구 또 와?”
의아함 가득한 질문에 선혜는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응. 태준 아저씨가 장 보는 거 도와주기로 했었거든.”
“태준 아저씨가 왜?”
다소 비딱한 질문에 경애가 나섰다.
“응. 할머니가 얼굴 한번 보자고 했었거든.”
“저번에도 한 번 봤잖아요.”
“저번은 너무 잠깐 봤잖아.”
수호의 표정이 좋지 않자 선혜가 물었다.
“태준 아저씨 오는 거 싫어? 오지 말라고 할까?”
하지만 의외로 수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괜찮아.”
그렇게 말하면서 수호는 선혜의 손을 꼭 움켜잡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경애가 선혜를 향해 속삭였다.
“늬 아들 질투하는 거 왜 이렇게 귀엽다니?”
아닌 척 질투하는 모습이 경애의 눈에는 마냥 귀여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선혜는 마냥 동의할 수 없었다. 태준이 와도 되냐고 미리 수호한테 얘기를 해야 했을까. 미안한 시선이 수호에게 가 닿는 때였다.
수호가 어느 곳을 척하니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저씨 저깄다.”
수호가 가리킨 곳으로 선혜의 고개가 돌아갔다. 수호가 가리킨 곳에 정말로 태준이 있었다. 미간을 찌푸리고 핸드폰을 보고 있던 그가 선혜를 발견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경애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경애가 환한 웃음으로 태준을 반겼다.
“온다고 얘기 들었어요. 이렇게 또 보네요.”
“그러게요.”
경애와 짤막하게 인사를 나눈 태준이 선혜를 보았다.
“연락 한다는 게, 갑자기 핸드폰이 꺼져서. 미안해요, 선혜 씨.”
“아니에요. 괜찮아요.”
태준을 향해 살짝 미소를 띠던 선혜는 옆에서 경애의 짓궂은 시선이 날아들자 슬쩍 시선을 피하고는 헛기침을 했다.
자연스럽게 짝이 지어졌다. 수호와 선혜가 앞서 걸어가고 뒤에서는 경애와 태준이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휴. 낮에 보니까 훤칠하니 너무 잘생겼다.”
“하하. 감사합니다. 선혜 씨가 누굴 닮았나 했더니 어머니 닮아서 저렇게 미인이었네요.”
“호호호. 말도 예쁘게 잘하지.”
수호가 힐끔 뒤를 보다가 선혜에게 말했다.
“엄마. 할머니 말투가 이상해.”
선혜가 그런 말 말라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눈짓했다. 수호는 뾰로통한 얼굴로 뒤를 흘끔 보았다. 저를 향해 살짝 손을 흔드는 태준을 보고는 고개를 휙 돌린다.
그 모습을 본 경애가 태준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수호가 좀 까칠하죠?”
“네. 뭐.”
“성격은 하여간 지 엄마 판박이라니까.”
“선혜 씨도 어렸을 때 저랬어요?”
“그럼. 애가 애 같지 않아서 속이 얼마나 썩었는지.”
과거를 상기하는 경애의 얼굴이 쓰게 물들었다. 태준은 그런 경애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왜 아이가 조숙한 게 부모 속상할 일인가. 기특해서 흐뭇한 일이어야 하지 않나?
하지만 그 이유를 곧 태준 또한 알게 되었다.
*
태준은 수호와 단둘이 장난감 코너에 있었다. 이유인즉슨, 경애의 제안 때문이었다.
자신과 선혜가 자리를 비켜줄 테니 수호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라고.
그래도 되나 싶었지만, 장을 보면서 태준을 대하는 수호의 태도를 면밀히 관찰하던 경애는 어떤 확신에 찬 듯 보였다.
그리하여 둘이 장난감 코너에 있는 중이었다.
“엄마랑 할머니는요?”
눈치 빠른 수호가 경애와 선혜를 찾았다.
“어, 그게. 잠깐 둘이 뭐 좀 보러 가신다고 하셔서.”
수호가 물끄러미 태준을 응시하였다. 아이의 맑은 눈에 속이 다 들춰지는 기분이었다.
“너 블록이랑 로봇 좋아한다며. 저쪽에 있는 것 같은데 보러 갈래?”
가기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수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가왔다. 둘은 나란히 걸어 로봇과 블록, 그리고 레고가 잔뜩 진열된 곳으로 향했다.
‘와.’
태준의 눈과 입이 동시에 벌어졌다.
어렸을 때 이후로 장난감 코너에 발을 들인 건 처음이었다. 그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룬 장난감들을 보며 태준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하고 있었다.
추억을 상기시키는 물건들도 여럿 보였다. 친숙한 로봇 하나를 들어 이리저리 살피던 태준이 추억에 젖은 얼굴을 하다가 수호에게 말을 걸기 위해 옆을 돌아보았다.
“너도 이거 갖고 놀……어?”
그런데 수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사색이 된 태준이 주위를 휙휙 둘러보는 때였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수호가 있었다.
안도하며 로봇을 내려놓고 태준은 수호에게 다가가려다 멈춰 섰다. 장난감을 구경하는 아이의 옆에 바짝 붙으면 불편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었다.
시야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지켜보는 게 낫겠다 싶어 자리에 서서 수호를 응시하던 태준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수호가 이채 서린 눈으로 구경하는 장난감들은 모두 블록, 로봇과 같은 실내 놀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공, 롤러스케이트, 부메랑 등, 모두 실외에서 갖고 놀 수 있는 것들이었다.
‘수호 블록이랑 로봇 좋아해요.’
선혜가 해 준 말이었으니 거짓일 리 없는데. 왜 그 말이 진실이 아닐 거란 생각이 드는 것인지.
태준은 말없이 수호의 동선을 눈으로 따랐다. 수호는 로봇과 블록이 있는 쪽에는 눈도 두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잠깐 든 생각을 태준은 애써 털어냈다.
설마. 일곱 살 아이가 거기까지 생각했을 리가.
그렇게 생각이 깊을 리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그쪽으로 생각이 치우쳤다.
어쩌면 이 어린아이가, 프리랜서였던 엄마를 배려해서 집 안에서 노는 것을 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태준은 천천히 다가갔다. 어린 아이용으로 나온 작은 배드민턴 세트를 보고 있던 수호가 뒤늦게 기척을 느끼고 휙 돌아보았다.
눈에 스치는 당혹스러움을 태준은 보고 말았다. 슬그머니 내려놓는 손길에 묻어나는 아쉬움도.
“그거 사 줄까?”
태준이 묻자마자 수호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갖고 싶은 거 아니야?”
“아니에요.”
말을 마친 수호가 블록이랑 로봇이 진열된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까와 같이 흥미 없는 얼굴로 로봇과 블록들을 바라본다.
태준은 헛웃음을 치고 말았다.
문득, 경애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럼. 애가 애 같지 않아서 속이 얼마나 썩었는지.’
그렇게 말하는 경애의 얼굴 위로 왜 그늘이 졌는지, 태준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