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만난 애 아빠-38화 (38/109)
  • #38. 만나는 사람 생겼어요

    선혜는 수호와 함께 경애네 국밥집에 와 있었다.

    태준과 만나기로 했다는 소식을 알릴 겸, 수호의 반응과 관련해 상담도 할 겸.

    또 때마침 반찬을 만들기 위해 휴무인 터라 가게가 비어 있어 상담하기 딱 좋았다.

    선혜와 경애는 마주 앉아 마늘을 까고 있었고 떨어진 좌식 룸 안에서는 춘희가 수호와 놀아주고 있었다.

    스케치북을 펼치고 그림을 그리는 수호를 춘희가 금손이라며 칭찬 일색이었다. 간간이 들리는 수호의 웃음소리에 선혜가 룸 쪽을 바라보며 피식거렸다. 경애가 그런 선혜를 곁눈질하다가 물었다.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다고?”

    “응.”

    선혜가 서툰 손길로 마늘을 까며 대답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애 아빠고.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경애가 가소롭다는 듯이 실소했다.

    “지도 좋으면서 애 핑계는.”

    말문이 막힌 선혜가 눈을 슬쩍 피했다. 마늘을 까는데 집중하는 척 눈을 모으고 허리를 곧게 편다. 그 모습을 잠자코 보고 있던 경애가 물었다.

    “수호한테는 말 했어?”

    선혜가 한숨을 삼키며 고개를 내저었다.

    경애가 답답한 얼굴로 되물었다.

    “왜? 애도 좋아할텐데?”

    “그게 있잖아, 엄마.”

    선혜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수호가 태준 씨 싫대.”

    마늘을 까던 경애의 손이 멈췄다.

    “뭐어?”

    어제까지만 해도 태준이 아빠였으면 좋겠다고 한 수호를 알기에 경애는 의아하기만 했다.

    “아니. 갑자기? 왜?”

    “질투하나 봐.”

    “질투?”

    “응.”

    선혜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경애가 어깨를 털며 웃음을 터트렸다. 처음에는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는데 그 웃음이 점점 변질되더니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선혜가 샐쭉한 얼굴로 경애를 노려보았다.

    “엄마는 웃음이 나와? 난 심각해 죽겠는데.”

    “뭐가 그렇게 심각한데?”

    “애가 질투하는데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아?”

    룸 쪽을 힐끔 쳐다보다 이쪽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 수호와 눈이 마주쳤다.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는 수호를 향해 살짝 웃어보인 선혜는 수호가 고개를 돌리자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애 내버려 두고 연애하는 나쁜 엄마 된 것 같단 말이야.”

    “나쁘긴 뭐가 나빠. 네가 애를 버려두고 그 남자랑 야반도주를 하길 했어 뭐 했어. 괜히 오바는.”

    “그래도 애가 싫다잖아.”

    “그래서, 안 만나게?”

    선혜는 한숨을 내쉬며 마늘과 칼을 내려놓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애한테 상처 주기 싫은데.”

    물론 태준에게도 더 이상 상처 주기 싫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선혜를 물끄러미 보던 경애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 마늘을 마저 까기 시작하며 경애가 말했다.

    “나한테 상의하지 말고 애 아빠랑 상의해 보지 그래?”

    선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태준 씨랑?”

    “그래. 나한테 얘기한다고 답이 나오겠어?”

    “그래도. 태준 씨는…… 이런 쪽으론 잘 모를 텐데.”

    “너는 다 알고?”

    경애의 말에 선혜가 입을 다물었다. 경애가 밉지 않게 선혜를 쏘아보고는 입을 열었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어, 선혜야.”

    경애가 마늘을 까면서 말했다.

    “다 그런 시행 착오를 겪어 가면서 엄마, 아빠가 되어 가는 거지.”

    어느새 선혜는 경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다짜고짜 겁내지 말고 둘이 상의해 보라고. 그게 답에 제일 가까울 테니까.”

    “…….”

    “수호, 너희 두 사람 아들이잖아.”

    경애가 장난스럽게 눈을 치켜 떴다.

    “이제 육아 독립할 때도 되지 않았니?”

    “……알았어.”

    선혜가 고개를 끄덕이며 칼과 마늘을 고쳐 잡았다.

    처음에는 마늘을 까는 건지 깎는 건지 모르겠다 싶었는데. 어느새 실력이 늘어 말끔하게 껍질을 까는 선혜였다.

    선혜 몰래 흐뭇한 표정을 짓던 경애가 입을 열었다.

    “이왕 시작한 연애 잘해봐. 네 성격에 지금까지 어지간히 튕겼을 것 같은데. 앞으로는 잘 좀 해 주고. 수호가 싫은 티를 팍팍 내는 편이라 기죽어 있을까 걱정이다.”

    “알아서 할게.”

    퉁명스레 대꾸하는 선혜를 새침하게 노려본 경애가 마지막 마늘을 까서 소쿠리에 넣었다.

    가득 담긴 소쿠리를 부엌으로 가져가는 경애의 모습을 곁눈질로 힐끔거리던 선혜가 슬그머니 장갑을 벗고는 핸드폰을 들었다. 뒤늦게 태준에게 답장을 하기 위하여. 지금껏 수호의 눈치를 보느라 하지 못했으니까.

    음. 너무 늦었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는 선혜의 뒷모습을 보는 경애의 얼굴 위로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부디 좋은 사람이기를.

    선혜에게는 좋은 동반자가, 수호에게는 좋은 아버지가 되기를.

    그래서 선혜와 수호가 보다 행복해졌으면.

    *

    띠링. 메시지가 오는 소리에 서재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태준이 고개를 들었다.

    핸드폰을 확인하자 선혜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미안해요. 답장이 늦어서. 태준 씨는 점심 먹었어요?]

    처음이다. 메시지로 무언가를 물어봐 준 건.

    읽고 있던 책을 잠시 밀어둔 태준이 열심히 답장을 적어내려갔다.

    [그럼요. 벌써 먹었죠.]

    잠시 사이를 두고 메시지가 왔다.

    [우리 다음에 같이 밥 먹지 않을래요?]

    태준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선혜의 제안도 제안이지만.

    우리. 우리라니.

    별거 아닌 호칭에 가슴이 벅차게 뛰었다.

    [언제요?]

    [다음 주말 어때요?]

    [좋아요.]

    약속이 있어도 취소할 예정이었다.

    [그럼 토요일 점심에 같이 식사나 한번 해요.]

    [네.]

    [잘 쉬고 내일 회사에서 봐요.]

    메시지는 선혜의 인사로 끝이 났다.

    [네. 내일 봐요.]

    아쉬움에 메시지 창을 올려서 다시 읽고, 다시 읽고. 그러기를 수차례.

    한참을 그러고 있던 태준은 핸드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기분 좋게 미소를 얼굴에 덧그린 뒤, 뻐근한 목을 두어 번 돌리던 태준은 아까 읽던 책을 가져가 다시 읽기 시작했다.

    사실 독서가 아니라 공부에 가까웠다.

    펜을 들어 공책에 내용을 정리하는 얼굴이 진중하기 짝이 없었다.

    태준이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은 이러했다.

    [초보 아빠의 육아 첫걸음!]

    그 밖에도 다른 책들이 근처에 쌓여 있었다.

    [아이와 친해지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엄마만 찾는 아이, 아빠 찾게 만들기!]

    그 외 등등.

    모두 육아 관련 책이었다.

    수호의 냉대에 태준이 계속 좌절해 있던 것만은 아니었다.

    태준은 고민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고민 끝에 찾은 답은 육아에 대한 이론부터 쌓자는 것이었다. 마음먹기가 무섭게 태준은 곧장 서점으로 달려갔고 육아에 관한 책들을 보는 족족 카트에 집어넣어 구매했다.

    그리고 구매한 책들을 토대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수호의 마음을 다시 어떻게 얻나, 하는 고민도 함께였다.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아 허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회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아빠로서 더욱 준비된 자세로 너에게 다시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라고.

    태준은 자세를 고쳐 잡고 의자를 바짝 끌어 앉아 다시금 책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책을 보는 태준의 눈빛이 진중하게 빛났다.

    아이 아빠로서 내딛는 서툴지만 정성 어린 첫걸음의 시작이었다.

    *

    선혜가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어스름한 저녁 무렵이었다. 오랜만에 경애의 가게 일을 도왔더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땀에 젖은 몸을 씻고 침대에 누워 있자 잠이 솔솔 쏟아졌다.

    슬슬 눈을 감으려는데 똑똑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문이 열렸다.

    “엄마, 자?”

    “아니.”

    문을 열고 빼꼼히 안을 들여다 보던 수호가 안으로 들어왔다. 손에는 두 번 접은 도화지를 든 채였다.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사이 수호가 침대로 다가와 선혜에게 도화지를 건넸다.

    “선물.”

    “선물?”

    “응. 아까 그렸어.”

    선혜가 눈을 깜박이는 동안 수호가 도화지를 건넸다.

    “잘 자, 엄마.”

    수호의 수줍은 퇴장에 선혜는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도화지를 펼쳤다.

    도화지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자신과 수호가 손을 꼭 맞잡고 꽃밭에 서 있는 그림이었다.

    밑에는 글귀가 써져 있었다.

    [엄마랑 수호랑.]

    피식. 웃음이 샜다.

    아이의 질투심이 그림에서도 느껴지는 것 같아서.

    선혜는 팔에 머리를 기댄 채 그림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러다가 보고 말았다. 그림에 담긴 어떤 메시지를. 잠시 아연한 표정으로 그림의 어느 부분을 쳐다보고 있던 선혜는 곧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안방을 나섰다.

    핸드폰을 보고 있던 수호는 방문이 열리자 화들짝 놀라며 협탁 위에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선혜가 웃으며 다가가 수호의 옆에 누웠다.

    “여기서 자게?”

    “응. 싫어?”

    수호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선혜가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수호가 서툰 손길로 선혜의 몸 위로 이불을 덮어 주었다. 선혜가 수호에게 바짝 붙어 누웠다.

    “수호야.”

    아이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선혜가 말했다.

    “엄마가 우리 수호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거 알지?”

    맞잡은 손에 짙게 덧칠한 크레파스 자국. 거기에서는 질투심뿐만 아니라 아이의 불안도 함께 느껴졌다.

    그래서 달래 주고 싶었다.

    불안해하지 말라고.

    엄마는 누가 뭐래도 수호 네가 제일이라고.

    태준이 들으면 섭섭해하겠지만.

    “얼마큼?”

    수호가 떠보듯이 새초롬하게 물었다. 선혜가 수호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하늘만큼, 땅만큼.”

    “에이. 식상해.”

    “밤하늘의 별만큼?”

    “그것도.”

    괜히 투덜거리는 수호의 말끝에 선혜의 웃음소리가 배어들었다. 수호도 선혜의 얼굴을 보다가 마지못한 얼굴로 웃어버리고 말았다.

    “잘 자, 엄마.”

    수줍게 선혜의 품에 파고든 수호가 밤 인사를 건넸다. 선혜도 같은 말로 인사를 건네고는 수호의 몸을 도닥였다.

    태준에게서 메시지가 온 건 수호가 새근거리며 잠에 빠져들었을 때였다.

    [잘 자요.]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당신과의 연애는 어떨까. 확실한 건, 지금까지 해 왔던 무미건조한 연애와는 다를 것이라는 사실.

    그렇게 짐작하는 이유는 단 하나.

    왜냐하면…….

    선혜는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담아 적어 내려갔다.

    [태준 씨도 잘 자요.]

    선혜는 핸드폰을 내려 놓고 눈을 감았다.

    별거 아닌 답장에도 가슴이 뛴다.

    짐작하는 이유는, 단 하나.

    내가 당신을.

    내가, 너를.

    이제는 선명해진 마음을 마주하기 부끄러움에 선혜는 슬며시 눈을 감았다.

    유난히 길었던 주말의 끝이,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

    다음날 아침.

    선혜와 수호는 유치원 앞에서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잘 다녀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내고.”

    평소와 다름없는 인사에도 수호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엄마도 회사 잘 다녀와.”

    수호의 인사에 선혜가 기특하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가방을 고쳐 매고 멀어지는 수호가 유치원 건물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서 있던 선혜는 곧 몸을 돌렸다.

    “자기.”

    그리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연지와 딱 마주쳤다.

    언제 온 건지. 기척도 없이 잘 다가온다 싶었다.

    “무슨 일이세요, 민희 어머니?”

    예의상 묻긴 했지만 사실 연지가 하려는 말이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자기. 남자 소개받지 않을래?”

    역시나. 연지가 뻔한 질문을 던졌다.

    “내가 진짜 괜찮은 남자 알아봤거든. 이번엔 나이도 젊고 훤칠해. 능력도 모자라지 않고. 어때? 시간 언제 비어?”

    선혜는 애써 난감한 척 웃었다.

    “어쩌죠. 곤란할 것 같은데요.”

    “왜?”

    선혜가 대답했다.

    “저 만나는 사람 생겼거든요.”

    “……뭐?”

    연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입도 반쯤 벌어진 바보 같은 얼굴이었다.

    내가 남자 만나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맨날 나이랑 얼굴이 아깝다며 추켜세울 때는 언제고.

    다소 어이가 없었지만 내색하지 않은 채 선혜는 웃는 얼굴로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멍한 얼굴의 연지를 지나쳤다.

    “저기, 잠깐만! 수호 엄마!”

    뒤에서 연지가 불렀지만 선혜는 못 들은 척 차에 올라탔다.

    [출근 중이에요?]

    때마침 태준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네. 지금 가요.]

    선혜가 빠르게 답장을 입력하자 곧장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럼 회사에서 봐요.]

    화답하듯 살짝 미소 지은 선혜가 곧 차를 출발시켰다.

    허망한 표정으로 서 있는 연지의 모습이 사이드미러에 비쳤다.

    선혜의 얼굴에 통쾌한 표정이 번져갔다.

    “속이 다 후련하네.”

    전에는 차마 거절을 못 해서 고생이었는데.

    이제 앞으로 남자 소개다 뭐다 귀찮게 굴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안심이 되었다. 선혜는 편안해진 얼굴로 액셀러레이터를 힘주어 밟았다.

    선혜의 차가 빠르게 유치원 앞을 벗어났다.

    그 뒤로는 팔짱을 낀 연지의 가느다란 시선이 뒤따르고 있었다.

    ‘저 만나는 사람 생겼거든요.’

    “능력도 좋아.”

    비아냥 끝에는 짙은 호기심이 남았다.

    대체 누구랑?

    *

    한편. 수호는 유치원 창가에 서서 멀어지는 선혜의 차를 응시하고 있었다.

    선혜의 차가 사라진 뒤에도 수호는 계속해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수호야.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에요.”

    유치원 선생님이 다가와 다정하게 묻자 수호는 그제야 창가에서 떨어졌다.

    안으로 들어가 가방을 벗었다. 핸드폰도 주머니에서 꺼내 가방 안에 넣으려는 때였다.

    띠링. 메시지 오는 소리에 수호가 핸드폰을 가져가 확인했다.

    발신자를 확인한 수호의 미간이 좁아졌다.

    [유치원 잘 다녀와, 수호야.]

    발신자는 태준 아저씨.

    지금까지 몇 번 메시지를 주고받기는 했지만 이런 인사는 처음이었다.

    수호는 입술을 비죽거리면서 닫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태준의 연락처를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차단’이라고 적힌 화면으로 손가락이 향했다. 하지만 차마 누르지는 못하고 머뭇거렸다.

    어제와 똑같다.

    어제도 자기를 하염없이 부르는 태준의 메시지를 보면서 이랬었는데.

    결국 오늘도 수호는 차단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연락처 삭제 또한 하지 못했고.

    수호가 신경질적으로 가방에 휴대폰을 욱여넣으며 중얼거렸다.

    “……짜증나.”

    짜증이 났다.

    미운데 차마 싫어할 수가 없어서.

    완전히 등 돌릴 수가 없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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