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대면
선혜는 줄곧 울리는 전화를 받지 않고 있었다. 계속해서 같은 번호로 전화가 오긴 했지만 원래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를 받지 않는 버릇이 있어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이어지는 통에 차단이라도 할까 싶어 핸드폰을 가져가는데 문자가 왔다.
[현성 출판사 신태석 이사님 수행비서입니다. 이사님께서 호출하라 하셔서 연락 드렸습니다. 메시지 보시면 답장 부탁드립니다.]
보자마자 의아함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호출이라니? 신 이사가 나를 왜?
의아함 뒤로는 걱정이 뒤따랐다.
곧바로 답장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메시지가 오는 짧은 진동이 아니라 전화가 오는 긴 진동. 발신자는 방금 문자를 보낸 이와 같았다. 태석의 수행비서.
선혜는 사무실에서 주위 사람들을 살피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적 없는 비상구로 들어간 그녀가 전화를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 납니다. 신 이사.
비서의 목소리가 아닌 태석의 목소리가 곧장 날아왔다.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부드러운 목소리 대신 위압감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딱딱한 목소리에 선혜의 몸이 절로 긴장했다.
“네. 말씀하세요.”
- 지금 당장 본사로 와 줬으면 하는데.
선혜는 태석의 지시에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차분한 투로 대답했다.
“지금 당장은 어렵습니다. 업무 중인데요.”
- 나도 업무 중인데.
저렇게 말하니 말문이 막힌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이윽고 전화기 너머로 ‘이사님’하고 말리듯이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더니 한숨 소리가 뒤를 이었다.
조금 가라앉은 투로 태석이 말했다.
- 지금이 어렵다면 퇴근 후도 괜찮고요.
“뭐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
이쯤 되니 선혜도 말이 곱게 나가진 않았다. 다짜고짜 전화해서 호출이라니. 적어도 이유는 알려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이유를 밝히지 않으니 불안해지는 건 당연한 일.
선혜는 다시금 조용해진 전화기를 붙들고 대답을 기다렸다.
곧 태석의 목소리가 넘어왔다.
- 윤선혜 씨 아들이 우리 태준이랑 많이 닮았던데.
“……!”
하마터면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 내가 그거에 관해서 궁금한 게 많아서, 확인 차.
선혜가 핸드폰을 꽉 움켜잡았다. 손안에 식은땀이 찼다.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고 입을 열었다.
“퇴근 후에는 애를 데리러 가야 해서요. 저녁도 먹여야 하고…….”
- 그럼 애 데리고 본사로 와요.
선혜는 할 말을 잃었다.
- 애는 우리 비서가 잘 볼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태석이 협박처럼 덧붙였다.
- 안 오면 내가 그쪽으로 가고요.
“……퇴근 후에 본사로 가면 되나요.”
- 내가 데스크에 미리 얘기해 놓을게요. 나랑 약속 있다고 하면 들여보내 줄 겁니다.
“알겠습니다.”
곧 통화가 끝났다. 선혜는 한참 동안 핸드폰을 귓가에 대고 있다가 벽에 기대어 선 채로 주저앉고 말았다.
“하…….”
입 밖으로 탁한 숨이 흘러나왔다. 선혜는 지끈거리는 이마에 손을 짚고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었다.
*
무슨 정신으로 업무를 봤는지 모르겠다.
자꾸만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생각해 두었던 디자인을 까먹기도 했고 손에는 땀이 차 헛손질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겨우겨우 일을 마치기는 했지만, 퇴근 시간이 다가올수록 아무것도 먹지 못한 속은 뭔가 얹힌 것처럼 거북하고 불편했다.
퇴근 시간이 임박하자 직원들이 일을 마무리 짓고 하나둘 일어서기 시작했다. 곧 선혜도 마지못한 얼굴로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여 자신의 차로 성큼성큼 다가가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혹시 태석일까 싶어 화들짝 놀란 선혜는 화면 위에 떠 오르는 [엄마]라는 두 글자를 보고 안도했다.
“어, 엄마.”
- 퇴근했어?
“응. 지금 수호 데리러 가는 길이야.”
- 그럼 수호 데리고 엄마 식당으로 올래? 같이 밥이나 먹을까 하는데.
아무래도 오늘 아침 일을 풀고자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미안한데 엄마, 내가 약속이 잡혀서.”
- 약속?
“응. 급한 거라.”
- 수호는?
“수호도 데리고 가기로 했어.”
- 혹시 수호 아빠랑 만나는 거야?
선혜는 태준과 닮은 태석의 얼굴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아니, 다른 사람. 내가 나중에 얘기해 줄게.”
- 그래. 그럼 엄마랑은 다음에 봐야겠네.
“내가 식당으로 갈게. 그리고, 엄마.”
선혜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 일은 미안.”
- 미안하긴. 그거에 대해서는 나중에 엄마랑 더 고민해 보자. 엄마도 너무 몰아붙여서 미안했어.
따듯한 엄마의 말에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 같다.
“응. 엄마.”
선혜는 통화를 마치고 차에 올라탔다.
*
수호는 유치원에서 선혜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가 회사에 다닌 이후로 홀로 유치원에 남아 엄마를 기다리는 건 어느새 일상처럼 자리 잡은 지 오래였다. 그런데 오늘은 수호 혼자만이 아니었다.
“아주머니는 금방 오신대?”
수호의 옆에는 세빈이 앉아 있었다.
“응.”
“우리 엄마는 조금 늦는대. 일이 밀려서.”
웬일로 태연이 일을 마치고 데리러 오기로 했건만 일정이 조금 지연되어 늦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세빈도 수호와 마찬가지로 유치원에 잔류하게 되었다.
“야, 근데 너 생일 12월이더라?”
또 시작이다. 세빈이 재잘재잘 수다를 시작했다. 수호는 딱히 대꾸도 하지 않는데 혼자 열심히 말을 한다. 수호가 세빈을 귀찮아하는 이유였다.
“나도 생일 12월인데.”
그래? 라는 상투적인 대꾸조차 없는 수호를 향해 세빈이 말했다.
“근데 다들 1월 1일이 생일인 줄 알아.”
이건 좀 흥미를 끌었는지 수호가 세빈을 돌아보았다. 세빈이 눈을 반짝이며 묻지도 않은 말을 줄줄 해댔다.
“왜냐면 내가 태어난 시간이 12월 31일 11시 59분이거든. 그래서 나 태어났다는 소식을 12시 넘게 전해서 나 1월 1일이 생일인 줄 아는 사람 되게 많아. 여섯 살인 줄 아는 사람도 되게 많다?”
“그래?”
“응.”
두 아이의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주변을 지나가는 유치원 선생님들이 귀엽다는 듯이 두 아이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둘이 뭔가 닮지 않았어요?’ 하는 선생님의 말씀이 아스라하게 들려왔다. 세빈이 싱긋 웃으며 수호를 쳐다봤다.
“너랑 나랑 닮았대.”
수호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세빈은 샐쭉거리며 그런 수호를 쳐다볼 뿐이다.
때마침 유치원 문이 열리더니 선혜가 들어왔다. 선생님들이 일제히 인사를 건네고 선혜는 선생님들에게 고개를 숙인 뒤 수호에게 다가왔다.
세빈이 선혜에게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아줌마, 안녕하세요.”
“세빈이 너도 아직 안 갔어?”
“네. 엄마가 좀 늦으신대요.”
“엄마가?”
“네. 오늘은 엄마가 데리러 올 수 있다고 해서 오기로 했거든요.”
선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가온 수호의 손을 잡고 몸을 돌렸다.
“윤수호 잘 가. 내일 봐.”
인사를 건네면서도 딱히 기대하지 않았는데 수호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세빈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손을 들더니 살짝 흔들어 보였다. 살짝 입꼬리를 당겨 웃어 보이기까지.
제 인사를 받아주는 수호를 본 세빈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곧 수호는 몸을 돌려 선혜와 함께 멀어졌다.
수호가 세빈의 인사를 받아주는 걸 본 선혜도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
“웬일이야? 세빈이 인사를 다 받아주고.”
“그냥.”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혼자 유치원에 남아 엄마를 기다릴 세빈이 신경 쓰였다. 홀로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지 누구보다도 수호가 잘 아니까.
선혜가 기특하다는 얼굴로 수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데 문득, 세빈과 수호의 관계가 머릿속을 스쳤다.
따지자면 둘이 사촌지간인데. 그래서 세빈이 수호와 그렇게나 친해지려고 애쓰나 싶었다. 애들도 뭔가 본능적으로 느끼는 게 있나.
그런 생각을 하며 수호를 내려다보는데 멀리서 차 한 대가 유치원 앞으로 다가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흰색 벤. 세빈의 엄마인 모양이었다.
힐끔 차를 돌아보던 선혜는 수호를 데리고 차에 올라탔다.
선혜의 차가 출발함과 동시에 벤의 문이 열리고 태연이 내렸다.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멋스럽게 벗어 던진 그녀가 유치원으로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를 내며 들어갔다.
유치원 건물에 들어서자 선생님들이 몰려와 인사를 건넨다. 실제로 태연을 처음 보는지라 다들 눈이 반짝반짝했다. 태연은 무심한 태도로 선생님들의 인사를 받다가 물었다.
“우리 세빈이는요?”
“아, 저기에 앉아 있어요.”
태연은 유치원 선생 하나가 가리킨 쪽으로 신을 벗고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러자 의자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세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세빈아?”
태연이 부르는 소리에 세빈은 그제야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런 세빈의 얼굴을 확인한 태연이 눈을 부릅뜨더니 허리를 숙이고 세빈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들었다.
“너,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 어디 아파?”
“아니, 엄마, 그게 아니라…….”
뺨이 눌린 채로 어눌하게 말하는 세빈의 얼굴이 더욱 빨개진다. 태연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지만, 세빈은 태연의 두 손을 떼어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갈 뿐이다.
허둥지둥 유치원 선생님 하나가 체온계를 들고 달려들었지만, 세빈은 ‘열나는 거 아니에요’라고 짧게 대꾸한 뒤 건물을 나설 뿐이었다.
태연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런 세빈의 뒷모습을 보다가 얼른 옆에 따라붙었다.
세빈의 얼굴은 여전히 발그스름했다. 어여쁜 홍조가 두 뺨에 가득하다.
고개를 기울이고 그 모습을 보던 태연이 물었다.
“그럼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
“윤수호가.”
수호. 태연도 세빈을 통해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내 인사를 받아줬어.”
세빈이 고개를 들며 한 말에 태연은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한 번도 받아준 적 없었는데, 방금, 방금 그랬어.”
“…….”
“기분이 이상해. 막 얼굴이 뜨겁고 가슴도 막 뛰고 그래, 엄마. 왜 이래?”
“……어머나.”
태연은 자기도 모르게 탄식했다.
“우리 딸, 수호라는 애 좋아하는구나?”
“좋아한다고?”
“응. 엄청 좋아하는 모양인데? 얼굴까지 이렇게 빨개지고.”
좋아한다는 말에 세빈의 얼굴이 더욱 달아올랐다.
“아냐! 좋아하는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친구란 말이야. 엄마 바보!”
격하게 부정하며 빽 소리친 세빈이 태연의 손을 뿌리치더니만 씩씩거리며 걸어가 벤에 올라탔다.
태연은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세빈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나저나.
“수호라.”
딸내미가 저렇게나 좋아하는 애가 누군지 궁금한데.
조만간 시간 나면 슬쩍 얼굴이라도 염탐하러 와야겠다고 생각하는 태연이었다.
*
선혜는 현성 출판사 본사 앞에 수호의 손을 붙들고 서 있었다.
차마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높은 건물을 올려다보고만 있자 수호가 물었다.
“엄마, 여기가 어디야?”
선혜가 대답이 없자 수호가 재차 물었다.
“왜 집에 안 가고 여기에 왔어?”
“약속이 있어서.”
“약속?”
“응.”
선혜가 수호의 손을 꼭 부여잡고는 말했다.
“가자, 수호야.”
수호는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고 선혜와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수호를 데리고 데스크로 가서 태석과 약속이 있다고 말하자 곧장 직원이 안내를 해 주었다.
셋은 간부 전용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여직원이 간간이 의아한 시선으로 선혜와 수호를 차례로 쳐다보았다. 수호는 여직원이 슬며시 웃으며 손을 흔들며 인사하자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낯을 가리면서도 예의를 차리는 모습이 기특한지 여직원이 뿌듯한 얼굴로 웃었다. 그러는 새에 엘리베이터는 꼭대기 층에 도착했고 곧 문이 열렸다.
이사를 비롯하여 타 간부들이 업무를 보는 꼭대기 층은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수호도 본능적으로 그 분위기에 압도되었는지 살짝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난생처음 보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신기하다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여직원이 ‘이사실’이라는 팻말이 적힌 문에 노크를 하자 김 비서가 밖으로 나와 선혜를 맞았다.
“안녕하세요. 김 비서라고 합니다. 이사님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선혜는 고개를 끄덕이고 수호와 함께 이사실 안으로 발을 들였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럽게 꾸며진 이사실 안.
공간의 여백을 충분히 두고 인테리어 되어있는 이사실 내부는 눈이 부실 정도로 조명이 환했다.
흰 대리석 바닥에 가감 없이 반사되는 조명 탓에 눈이 부실 정도다. 태석은 업무를 보는 테이블 뒤쪽에 있는 커다란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사님. 윤선혜 씨 오셨습니다.”
비서의 말에 그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선혜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의 시선이 이내 수호에게 가 닿았다.
그가 비스듬히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빤히 수호를 쳐다보다가 헛웃음을 쳤다. 태석의 반응을 본 선혜는 시선을 떨어뜨렸다. 수호는 자신의 손을 잡은 엄마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의아한 얼굴로 선혜를 올려다보았다.
“차라도 내어 올까요, 이사님.”
“어. 적당히 다과도 곁들이고. 애 좀 부탁해.”
“알겠습니다.”
김 비서가 말을 마치고 수호에게 다가왔다.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낀 수호가 살짝 겁에 질린 얼굴로 선혜를 쳐다보았다.
“엄마?”
선혜가 쪼그리고 앉아 수호와 눈을 맞추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엄마는 아저씨랑 얘기 좀 해야 해서 그러니까 잠깐 이 아저씨랑 밖에서 기다릴래?”
조금 진정된 얼굴로 수호가 물었다.
“많이 기다려야 해?”
“아니.”
대답을 한 사람은 선혜가 아니라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태석이었다. 고개 들어 저를 쳐다보는 수호를 말 못 할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던 태석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금방 끝날 거니까 걱정하지 마.”
“아저씨는 누구세요?”
꽤 당돌한 투로 물어오는 질문에 태석이 덤덤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글쎄, 아마도…….”
순간 선혜가 태석을 휙 돌아보았다.
‘큰아빠’라고 대답하려던 태석은 선혜의 부리부리한 눈빛에 자기도 모르게 입을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선혜가 수호에게 재차 말했다.
“얼른 비서 아저씨랑 나가 있자, 수호야.”
“……응, 엄마.”
수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 김 비서와 함께 이사실을 나갔다. 나가기 직전 뒤를 돌아보던 수호의 모습이 눈에 밟혀서 선혜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참 동안 닫힌 문을 쳐다보고 있었다.
태석이 그런 선혜를 힐끔 쳐다보다가 소파로 다가가 앉았다.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기대어 앉은 그가 맞은편 자리를 턱짓했다.
“앉아요.”
선혜는 묵묵히 태석이 가리킨 소파에 앉았다.
무거운 침묵이 두 사람 위로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