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8화 (108/148)
  • * * *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다. 캐롤린은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 위를 걸어갔다. 주인을 잃은 빈 건물은 마치 외딴 섬처럼 고요했다.

    “여기는 여전하구나.”

    캐롤린은 눈이 쌓인 나뭇가지를 가볍게 흔들었다. 쌓였던 눈이 후드득 떨어지며 캐롤린의 손을 스치고 지나갔다.

    솜털처럼 포근하게 생긴 외관과는 달리 눈은 차갑고 시렸다. 그런데 하얗게 내리는 눈을 보면 어쩐지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그것은 파시파에의 기억을 떠올릴 때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빈말로라도 다정한 성품이라고는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파시파에는 어린 캐롤린에게 큰 울림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날의 만남은 캐롤린의 인생을 내내 흔들었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파시파에와 처음 만났던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르곤 했다.

    “저 왔어요, 파시파에 님.”

    캐롤린은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위로 준비해 온 붉은 꽃다발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또 왔느냐?’

    파시파에가 무심하고 건조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해 줄 것만 같았다.

    “곧 리아가 돌아올 거예요.”

    ‘네 걱정이나 하려무나.’

    “이젠 정말 다 끝난 거겠죠?

    ‘사는 동안 끝이라는 게 있을 리가.’

    환상 속에서조차 다정하고 따뜻한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런 파시파에를 상상하기에는 제 상상력이 부족한 탓일지도 몰랐다.

    캐롤린은 정원 구석에 있는 정자에 쌓인 눈을 털어 내고 슬며시 몸을 기댔다. 이대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 같았다.

    “이젠 쉬고 싶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 정도 응석쯤은 받아 줄지도 몰랐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그것이 캐롤린이 떠올릴 수 있는 한계였다. 탁자 위에 한쪽 뺨을 대고 엎드렸다. 멀리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려왔다.

    “시작되었나…….”

    메르디에스 사람들은 자신을 성을 팔아넘긴 배신자로 알고 있었고, 케이루스 쪽에서도 자신은 믿지 못할 사람이었다. 괜히 휘말리기라도 하면 곤란했다. 어차피 길게 갈 전투도 아니었다. 적당히 정리될 때까지만 이곳에 숨어 있을 생각이었다.

    캐롤린은 살짝 눈을 감았다. 이렇게 눈을 감고 있으면 눈이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락사락, 요정의 날개가 팔랑이며 부딪히는 것처럼 사랑스러운 소리였다.

    지난 사십 일간의 일들이 이야기책을 넘기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펼쳐졌다.

    * * *

    결국, 추수제 연회가 시작될 때까지도 레너드와 커티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캐롤린은 혼자서 추수제를 치러 내야 했다.

    글레나에게조차 레너드와 커티스의 부재에 대해 터놓고 의논할 수 없었다.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두 사람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캐롤린은 홀로 모든 것을 껴안은 채 추수제 연회 자리에 섰다.

    “이 땅의 풍요로움이 모두에게 영원하기를.”

    추수제 연회의 시작을 알리는 첫 잔은 그해 수확한 포도로 만든 햇와인이었다. 햇와인 특유의 상큼한 포도 향이 연회장을 채웠다. 와인의 달큰한 향이 유달리 강하게 느껴졌다.

    ‘예민하게 굴지 마. 침착해야 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캐롤린은 레너드의 부재를 들키지 않는 것에 온 신경을 쏟았다. 천천히 연회장을 둘러보는데 시선 끝에 그녀의 생모가 있었다. 꼭 닮은 보랏빛 눈동자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리스벨 영애, 혹여 내게 서운한 게 있다면 내가 사과할게요. 그러니 엘리는 미워하지 말아 줘요. 그 아이가 잘못한 건 없잖아요?

    생모 마거릿에게서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너무 허탈해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지금 그 말을 하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기는 하냐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불행했던 결혼 생활을 돌아보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했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것도 납득했다.

    그렇지만 평생 외면한 자식에게 최소한의 염치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염치가 없다면 자신에게 예의라도 지켰어야 했다.

    캐롤린을 정말 남이라고 여겼다면 그렇게 무례할 수는 없었다.

    리스벨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다고 평생을 노력해 왔는데, 그런 자신에게 갓 성년이 된 영애를 괴롭히지 말라는 당부를 하다니.

    ―대체 저를 얼마나 질 낮은 인간으로 생각하시는 거예요? 다시는 찾아오지 마세요. 한 번만 더 이런 이유로 저를 찾아오시면 그 걱정을 현실로 만들어 드릴지도 모르니까.

    마거릿은 캐롤린이 쌓아 온 인생을 모조리 부정하고 무시했다. 그것이 화가 나 견딜 수가 없었다.

    캐롤린은 눈이 마주친 마거릿을 향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웃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솔직함과 당당함으로 좌중을 장악하는 아리아드네와 자신은 달랐다.

    캐롤린의 무기는 결정적인 순간에도 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었다. 작정하고 감추려 들면 아버지조차도 속여 넘길 수 있었다.

    ‘리아는 좀 자신 없지만.’

    캐롤린은 자신을 부르는 사람들을 향해 빙글 몸을 돌렸다. 샹들리에의 열기가 유난히도 뜨거운지 자꾸 땀이 났다.

    손부채질을 하던 캐롤린은 연회장을 장식한 자주색 꽃을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도무지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두통은 점점 심해졌다.

    ‘저 꽃을 어디서 봤더라.’

    그것이 그날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서서히 의식을 차린 캐롤린은 저도 모르게 머리를 짚었다. 머리는 깨질 것처럼 아팠고, 입과 목은 침을 삼키기도 어려울 정도로 바짝 말라 참을 수 없이 따가웠다.

    그리고 방 안에서는 누가 햇와인을 쏟기라도 한 것처럼 단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캐롤린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탁자 위에 만개한 자주색 꽃이 보였다. 어딘가 익숙한 꽃이었다. 캐롤린은 곧 그 꽃을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해 냈다.

    추수제 연회장을 장식하고 있던 꽃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그 꽃을 언제 처음 보았는지도 떠올렸다.

    ―그것은 피피라는 선인장입니다. 10년에 한 번 꽃을 피울까 말까 하는 아주 귀한 녀석인데 때마침 꽃을 피웠길래 추수제에 써 주십사 선물로 들고 왔습니다.

    추수제 연회를 준비하던 중에 화훼 상인이 저 꽃을 써 달라며 부탁한 적이 있었다. 분명 캐롤린은 그때 주문하지 않은 물건은 들일 수 없다며 돌려보냈다.

    돌려보냈던 꽃이 버젓이 연회장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레너드와 커티스의 부재며, 갑자기 찾아와 이상한 말을 쏟아 낸 생모에게 온통 신경이 쏠려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자신의 과오였다.

    캐롤린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지금 이 상황을 정리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저 꽃을 연회장에 반입했다. 그리고 연회장에서 자신은 정신을 잃었다.

    이곳은 메르디에스 성이고, 자신은 갇혀 있다. 만개한 저 꽃이 감시하는 사람 대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캐롤린은 이런 것들을 통해 지금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자신이 의식을 잃은 것은 피피라는 저 꽃 때문임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그날 연회장에서 의식을 잃은 것은 자신뿐만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메르디에스 일가가 없는 지금, 자신은 최우선 감시 대상이어야 했다. 그런데도 감시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성을 점령한 병력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그들은 부족한 병력을 대신하려 꽃을 가져다 둔 모양이었지만, 캐롤린은 그들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정신을 차렸다.

    ‘약이 듣지 않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네.’

    캐롤린은 체질적으로 약이 잘 듣지 않는 편이었다. 그 때문인지 피피의 효과도 남들보다 떨어지는 듯했다.

    속이 울렁거려 토할 것 같았지만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했다. 이러다 누군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우선 이곳을 빠져나가서 신시아와 연락을 취해야 해. 성주님과 아버지를 찾고, 리아가 돌아오는 중이니까 합류하면…….’

    캐롤린은 방을 돌아다니며 통로를 찾았다. 메르디에스 성은 그 자체로 거대한 미로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벽난로 뒤에서 작은 통로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곳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캐롤린은 좁은 통로를 걸으며 벽 너머로 들리는 사람들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옥토, 망루 좀 확인하고 와.”

    “알겠어.”

    옥토, 그건 숫자 8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저런 식의 가명을 쓰는 자들은 보통 뒤쪽 세계의 사람들이었다. 무슨 말로 서로를 부르든 저들의 정체야 뻔했다.

    카이엔이 음지에서 부리던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 분명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제 아내는 무사할까요?”

    막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도 간간이 들렸다.

    어느새 캐롤린은 막다른 벽에 다다랐다. 이 벽은 메르디에스 성에 있는 제 집무실과 연결되는 통로였다.

    캐롤린은 신중하게 통로의 홈에 인장 반지를 갖다 대었다. 잠금장치가 소리 없이 열렸다. 잠금장치가 열리자 틈으로 작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제 집무실에 누군가 있었다.

    “뭐, 쓸 만한 건 좀 찾았어?”

    억양이 특이한 여자였다.

    “성의 내부 구조도를 찾긴 했는데, 우리가 입수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남자가 여자의 물음에 대답했다. 둘 중 여자 쪽이 상관인 듯했다.

    “그 여자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글쎄,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야. 그 리스벨이라니까 잘만 하면 쓸모가 있을 것 같긴 한데…….”

    남자가 물었던 ‘그 여자’가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었던 모양이다. 캐롤린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귀를 기울였다.

    “쉽게 돌아설 것 같지 않은데요.”

    “그렇겠지. 그래도 시도해 볼 가치는 있잖아.”

    여자는 마치 체스판의 말을 움직이는 것처럼 가볍게 말했다. 캐롤린은 어둠 속에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돌아선다니,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니. 저들은 다른 수단을 생각해야 했다. 리스벨이란 이름은 그렇게 가볍지 않았다. 더 들을 필요도 없는 이야기였다.

    집무실로 나가는 것은 포기한 캐롤린이 막 몸을 돌린 순간이었다.

    “해 보고 안 되면 처음 계획대로 다 죽이고 떠나야지.”

    캐롤린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다 죽인다고?’

    지금 성에 잡힌 인질들은 대부분 작위 귀족이었다. 아무리 전시 중이라도 작위 귀족은 쉽게 죽이지 않는다. 죽이는 것보다 살려서 얻는 득이 훨씬 크기 때문이었다.

    성에 잡힌 인질들을 죽인다고 그 영지를 빼앗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차순위 후계자에게 승계될 테니까. 그런데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짓을…….

    “그렇게 되면 남부가 오히려 더 결속하지는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럼, 새롭게 결속한 남부의 우두머리는 누가 될 것 같아? 그때도 다들 메르디에스 아래 줄을 설까?”

    아, 캐롤린은 터져 나오는 신음을 막기 위해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래, 메르디에스는 남부의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거야. 그게 책임이라는 거니까.”

    정말 저들이 인질들을 모두 죽이고 떠난다면 메르디에스는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뭐, 남부를 잃는 건 우리에게도 타격이 크니까. 리스벨을 회유해서 메르디에스를 날리고 남부를 장악하는 게 가장 좋긴 하지.”

    “그렇게 되면 좋을 텐데요.”

    “추가 원군은 언제 도착하지?”

    “그게 시일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 캐롤린은 눈앞이 새까맣게 변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메르디에스 공녀 측은?”

    “최대한 시일을 끌고는 있는데 나흘 정도가 한계라고 합니다.”

    시일을 끌어? 누가? 캐롤린은 초조하게 다음 말을 기다렸다.

    “생각도 못 하고 있겠지. 자기 옆에 우리가 붙인 눈이 있을 줄은.”

    아, 리아……. 캐롤린은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아리아드네 곁에 저들이 붙인 사람이 있다니.

    “셀레나 님, 성주의 집무실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래? 알겠다.”

    셀레나라 불린 여자가 곧 방에서 나갔다. 캐롤린은 직감했다. 자신이 성을 빠져나갈 기회는 지금뿐이라는 걸.

    ‘하지만 내가 여기서 혼자 빠져나가면 성에 남은 인질들은…….’

    홈을 만지작거리던 캐롤린은 제 손으로 잠금장치를 걸고 갇혔던 방으로 돌아왔다.

    만개한 자주색 꽃은 여전히 달콤한 냄새를 흘리고 있었다. 깨어났을 때처럼 바닥에 누운 캐롤린은 눈을 감고 여자를 기다렸다.

    “깨어나셨나요?”

    하늘에 피처럼 붉은 석양이 깔리자 모습을 드러낸 여자가 캐롤린을 불렀다.

    “셀레나라고 합니다, 리스벨 영애.”

    아리아드네가 꿈꾸는 미래가 무엇인지 몰랐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캐롤린은 알았다. 제 친우가 바라는 자리는 남부의 수장이 아니라 페렌트의 왕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자신은 메르디에스의 가신이 아니라 왕의 보좌로서 행동해야 했다.

    ‘생각해, 캐롤린 리스벨. 네 주인이 원하는 미래를. 그것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은 길지 않았다. 메르디에스의 기반인 남부를 버리고서는 결코 왕좌를 차지할 수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지?”

    캐롤린은 기꺼이 오명을 뒤집어쓰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쉽게 굴해서는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것처럼 보여야 했다. 저들이 조금도 의심하지 못하도록.

    “대체 언제까지 메르디에스의 그늘에서 지내실 겁니까. 남부의 주인이 되고 싶지는 않으신가요?”

    “리스벨은 셈이 빠르지 않아서. 아, 천공의 주인 자리를 준다면 좀 생각해 보지.”

    천공의 주인은 케이루스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캐롤린의 비아냥에 셀레나의 얼굴이 설핏 굳었다.

    “눈치는 빠르고, 말은 안 통하시는 분이네요. 아버지를 다시 보지 못해도 괜찮으신가요?”

    놀란 듯 눈을 치뜬 캐롤린은 힘이 빠진 듯 비틀거렸다. 고개를 숙인 캐롤린은 맹렬히 상황을 파악했다.

    저들이 레너드와 커티스를 확보했을 리 없다. 두 사람이 저들 손에 있다면 자신을 회유하려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레너드와 커티스가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캐롤린이 메르디에스 성에서 저들 손에 떨어졌듯, 레너드와 커티스가 지금 어떤 위협에 처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부디, 신시아가 보낸 기사들이 늦지 않아야 할 텐데…….’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캐롤린은 완벽한 가면을 쓴 다음이었다.

    “……성주님과 아버지의 소재를 알고 있나?”

    “알다마다요. 추수제 전에 그런 일이 생긴 게 우연일 리가 없잖아요. 시간을 길게 드릴 수는 없어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바르르 떨던 캐롤린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캐롤린의 눈물을 본 여자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때, 캐롤린은 언제쯤 고개를 끄덕여야 가장 효과적일지 생각하고 있었다.

    ‘리아, 네 준비가 모두 끝날 때까지 메르디에스에는 내가 남을게. 내가 여기 있을게. 그러니까 너는 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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