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시신을 먼저 확인하시겠습니까?”
시안이 아리아드네의 의향을 물었다.
“당연히 그래야죠.”
아리아드네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은 저도 모르게 아리아드네 얼굴을 덮을 듯이 손을 뻗었다.
“왜?”
아리아드네가 제 눈을 가린 유진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당신은 좋은 것만 봤으면 좋겠어. 끔찍한 걸 눈에 담는 건 나만으로도 충분한데.”
그녀의 삶이 좀 더 평온했으면 했다. 그녀의 삶은 언제나 지나치게 고단했다.
“봐야 할 것으로부터 눈을 돌려서는 아무것도 지켜 낼 수 없어. 당신이 내 옆에 있어 줘. 그거면 난 괜찮아.”
하지만 제 역할이 그것이라면, 그녀가 허락한 제 자리가 여기까지라면, 그것이 그의 몫이었다.
“얼마든지.”
천천히 손을 내린 그가 아리아드네의 손을 잡은 채로 시안을 따라 걸었다. 시안이 그들을 안내한 곳은 제법 깊숙한 토굴이었다. 말이 없는 시안을 대신해 코라가 설명했다.
“토굴은 빛과 공기를 차단하고 온도가 낮아 부패가 느리게 진행돼. 그래서 소르체에서는 검시가 필요한 시신을 여기에 보관해.”
널찍한 토굴은 코라의 말대로 서늘하고 어두웠다. 시안이 토굴 벽에 걸린 등잔에 불을 붙이자 토굴이 밝아지며 네 구의 시신이 드러났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었다. 아리아드네는 남자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자신의 기억에는 없는 얼굴이었다.
슬슬 부패하기 시작한 시체에서 역한 냄새가 났다. 코라 역시 몇 번이나 이 시신들을 살펴보았지만 이상한 점은 없었다. 그녀의 붉은 눈은 죽은 남자들에게서 부자연스러운 어떤 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엄지손톱 밑에 이런 문신이 있었습니다. 혹시 아시는 것이 있습니까?”
시안이 남자들의 손을 들어 보이며 물었다. 엄지손톱 아래에 그믐달 모양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달이라…….”
아리아드네가 한숨을 내쉬며 그믐달 모양의 문신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달을 상징으로 삼는 조직은 지나치게 많아 도리어 그 범위를 특정하기 어려웠다.
“달의 모양이나 문신을 새긴 위치가 어떤 단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문신을 살피는 아리아드네를 보며 유진이 말했다.
“처음 보는 문신이야. 이런 자들이 있단 이야기도 들어 본 적 없고.”
숙였던 고개를 든 아리아드네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리아드네가 물러나자 유진이 시신의 상처를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시신의 상처가 모두 하나씩이군.”
시신의 확인을 끝낸 유진이 시안을 향해 말했다.
“예외 없이 단칼에 보내다니 훌륭한 솜씨야.”
유진은 죽은 자들의 상처를 보며 어렵지 않게 상대의 체구, 사용한 무기 등을 유추했다. 침입자들을 처리한 건 단 한 사람이었다. 침입자들의 목을 가른 무기는 시안의 허리춤에 달린 저 얇은 검이 분명했다.
“……감사합니다?”
눈을 깜박이던 시안이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칭찬을 받았으니 대답을 하기는 하는데 이것이 맞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투였다. 코라는 시안의 맹한 모습에 체한 것처럼 가슴이 꽉 막혀 왔다.
“됐고 현장이나 갑시다.”
꽉 막힌 가슴을 두드리던 코라가 가장 먼저 토굴을 빠져나왔다.
시체에서 별다른 단서를 발견하지 못한 일행은 시안이 복면인들을 처음 목격한 현장으로 발을 옮겼다.
시안이 복면인을 목격했다는 장소는 서관 사용인들이 주로 다니는 길에서 조금 떨어진 푸른 델피니움이 가득 심어진 풀숲이었다.
델피니움은 보통 늦여름까지 꽃을 피우는 것이 보통인데 소르체의 델피니움은 개량종인지 좀 더 늦게까지 꽃을 피우는 듯했다. 긴 꽃대에 줄줄이 달린 푸른 꽃이 시원스레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상한 점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유진이었다.
“잠입을 한 사람들이 택한 곳이라기엔 좀 애매한데…….”
그가 주위 지형을 살피며 말했다.
“넷 모두 이곳에서 발견했다고?”
“그렇습니다.”
그는 주위에 떨어진 핏자국과 흔적들을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침입한 경로는 짐작 가는 것이 있고?”
“그들이 발견된 이곳을 제외하면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습니다.”
시안의 대답에 유진의 고민이 깊어졌다.
“정말 이상한데…….”
“어떤 점이?”
마찬가지로 주위를 둘러보던 아리아드네가 물었다.
“아무 흔적도 없었다는 부분이.”
“고도로 훈련받은 자들이라면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잖아.”
아리아드네는 토굴에서 본 시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하나같이 건장하고 날렵한 몸을 가진 자들이었다.
“솜씨 좋은 자들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렇게 뛰어난 자들이라면 왜 이렇게 눈에 띄는 곳에 모여 있었던 걸까.”
유진은 저벅저벅 걸어 앞을 가린 나뭇가지를 옆으로 치웠다. 길을 지나던 사용인들이 깜짝 놀라 그들을 바라보았다.
“발견된 위치가 너무 나빠. 한밤중에 몰래 숨어든 자들이 주위 지형도 확인하지 않고 이런 곳에서 모여 있다가 그렇게 죽었다는 게 너무 이상해.”
복면인들이 시안과 맞닥뜨린 이곳은 얼핏 나무와 풀에 가려지긴 하지만 사용인들의 숙소와 몹시 가까웠다. 사람들이 수시로 지나다니는 길이라 눈을 피하기에 적당한 곳은 아니었다.
“지나온 흔적마저 없다니 마치 이곳에 뚝 떨어지기라도 한―”
유진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 아리아드네를 돌아보았다. 아리아드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유진의 말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했다.
“뚝 떨어진 게 아니면 솟아나기라도 했겠지.”
거머리가 들러붙은 것처럼 진득한 불쾌감이 아리아드네를 휘감았다.
저무는 달과 차오르는 달. 복면인들의 엄지손톱에 그려진 그믐달과 한 쌍인 초승달을 가문의 문장에 새긴 곳이 있었다.
케이루스. 케이루스 왕가의 문장이 한쪽 뿔이 잘린 사슴과 차오르는 달이었다.
‘카이엔, 이번에도 네가 벌인 짓이야?’
이제껏 카이엔이 벌인 짓은 하나같이 마물을 뚝 떨어트리는 것이었다. 마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이번 일은 평소 카이엔이 벌이던 짓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었다.
모라의 신전을 통해 마물이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람도 마찬가지겠지.
“신전! 이 근처에 주인을 알 수 없는 신전이나 용도를 모르는 오래된 건물 같은 것이 있어?”
아리아드네가 코라의 어깨를 잡으며 다급하게 물었다. 심상치 않은 태도로 보아 어떤 단서를 잡은 것이 분명했다.
코라는 도무지 생각나는 것이 없어 시안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시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
“소르체는 본디 사람이 살지 못하는 땅이었습니다. 소르체는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인 분지입니다. 그리고 이 땅을 둘러싼 흰 뱀의 숲은 독으로 가득해 인간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오랜 시간에 걸쳐 숲을 정화하지 않았다면 이 땅은 아직도 버려진 땅일 겁니다.”
소르체를 둘러싼 흰 뱀의 숲에는 쉽사리 구하기 힘든 독물과 약물이 가득했다. 약과 독을 다루는 소르체에게는 천혜의 자연환경이나, 다른 이들에게 이곳은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우리가 정착하기 전, 이 땅에는 사람도 문명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오래된 신전 같은 것은 이 땅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소르체를 둘러싼 흰 뱀의 숲은 이 땅에 남았던 최후의 신 테리게나의 권역이었던 곳입니다. 흰 뱀의 숲으로 둘러싸인 소르체에 다른 신을 모신 신전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습니다.”
이 땅에 남았던 최후의 신이 기거했던 자리가 바로 소르체였다. 그곳에 다른 신의 흔적이 있었을 리 없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초조해진 아리아드네가 숨을 몰아쉬었다. 이것은 분명 카이엔이 벌인 짓이었다. 그러니 이곳 소르체에 카이엔의 수단이 될 모라의 신전이 있어야 했다.
“이곳에 모라의 신전이 없을 리가 없어. 그렇잖아. 그래야 하잖아.”
아리아드네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유진에게 매달렸다. 사막에서 마주한 오아시스가 신기루라는 것을 알게 된 것처럼 초조했다.
“맞아, 나도 같은 생각이야.”
천천히 고개를 숙인 그가 손으로 아리아드네의 눈을 덮었다. 시야가 어둠에 잠기자 들뜬 숨이 점점 가라앉았다. 어둠 속에서 오직 그의 목소리만이 선명했다.
“신전은 신의 축복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야. 잘 생각해 봐. 이곳에 그자가 만들어 낸 신전이 있을 거야.”
“……만들어 낸?”
아리아드네는 언젠가 성 상티모니아의 주교 안테로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새로운 신전을 세우는 것이나 정화한 성물을 성소에 안치한다는 명분 정도라면 가능합니다. 둘 중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신전을 세우려면 무엇이 필요하죠?
―신을 모실 땅인 성지와 신의 힘을 믿는 성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의 힘이 깃든 성물이 필요합니다.
성지, 성도, 성물 세 가지가 갖추어지면 새로운 신전을 세울 수 있다. 카이엔이 이곳 어딘가를 모라의 신전으로 만들었다면 반드시 그 흔적이 있을 터, 그 흔적을 찾아야 했다.
“이 근처에 수상한 물건이나 흔적이 없는지 당장 수색해야 해요. 내 짐작대로라면 침입은 이번 한 번으로 끝이 아닐 수도 있어요.”
“……제가 사람을 불러오겠습니다.”
덩달아 심각해진 시안이 막 달려 나가려던 순간이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유진의 낮은 목소리가 시안을 막아섰다. 어딘가를 유심히 바라보던 유진이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가 멈춰 선 곳은 제법 묵직한 바위 앞이었다. 무른 땅에는 바위가 끌린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유진은 무릎을 꿇고 한 손으로 바위를 가볍게 들었다. 바위 아래에는 그의 예상대로 수상한 물건이 어설프게 묻혀 있었다.
“찾았어?”
“여기.”
유진은 물건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 내 아리아드네에게 건넸다.
“단검을 보관하는 검집인가?”
아리아드네가 제 손에 들린 물건을 유심히 살피며 말했다.
바위 아래 묻혀 있었던 건 길이가 한 뼘 정도 되는 물건이었는데, 단검 따위를 보관하는 검집처럼 보였다. 붉은색의 검집에 단검은 없고 저 혼자뿐이었다.
“검집? 그런데 검은 없네?”
가까이 다가온 코라가 검집을 힐끗 보더니 그것이 묻혀 있던 자리를 살펴보았다. 코라는 몸을 굽혀 그곳에서 부러진 손톱 조각을 주워 아리아드네에게 건넸다.
코라가 그곳에서 발견한 건 부러진 손톱만이 아니었다.
“여기서 피를 흘린 모양인데…….”
검집이 묻혀 있던 자리에는 피를 흘린 흔적이 있었다. ‘피’라는 말에 그날의 역겨운 피 냄새가 떠오른 시안이 작게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아무런 흔적도 없이 소르체를 침입한 자들이 발견된 곳에 피 묻은 물건이 묻혀 있었다. 이것을 우연으로만 치부할 순 없었다.
유진은 아리아드네 손에서 검집을 자연스럽게 건네받으며 말했다.
“나, 이거 전에도 본 적이 있어.”
“어디서?”
자신에게 필요한 건 그의 대답이 아니라 확인이라는 듯 아리아드네가 담담하게 되물었다.
“릭센의 왕궁.”
―당신이 찾는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니까요. 이래도 거절하시겠습니까?
카이엔이 유진에게 케이루스의 성물을 보여 준 날.
―길이는 딱 이 정도. 색은 흰색, 아마도 무언가의 뼈.
카이엔은 한 뼘 길이의 붉은 검집에 담긴 단검을 꺼내 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1왕자 것이었어?”
“그래.”
바위 아래 묻힌 이 붉은 검집은 그날 카이엔이 자신의 소매에서 꺼냈던 바로 그것이었다. 유진은 검집의 모서리를 천천히 손가락으로 훑어 내렸다. 희미한 황금빛이 검집에 서렸다가 흩어졌다. 이것은 모라의 힘이 깃든 물건이 분명했다.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건데?”
코라가 답답하다는 듯 채근했다.
“1왕자의 목표는 다섯 가문의 수장이 아니라 페렌트의 절대 권력이 되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 그는 걸림돌이 되는 네 공가를 치려 해.”
“케이루스가 그런 허황된 꿈을 꾸는 자들이었습니까?”
시안이 눈을 깜박이며 되물었다. 도무지 이룰 수 없는 망상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1왕자에게는 우리가 모르던 힘이 있었어요. 그에게는 랭스턴 공작과 합심하여 만들어 낸 마물이 있고, 그 마물들을 고대 신전을 이용하여 이동시킬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이미 메르디에스와 리뮈르가 그런 식으로 한 차례 공격을 받았고요.”
아리아드네의 말에 코라의 표정이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듯 일그러졌다.
“조금 전 근처에 신전이 있느냐고 물어본 게 그럼…….”
“맞아. 그런데 소르체에는 이용할 신전이 없으니 이렇게 새로운 신전을 만든 거야. 소르체에 침입한 그자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야. 그들은 이곳에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났으니까.”
유진이 바위를 들어낸 자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아리아드네가 고개를 들었다.
“이제까지와 좀 다른 게 있다면 소르체에 보낸 건 마물이 아니라 사람이었다는 거야. 아마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아리아드네의 추측에 시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자들은 백자의 피를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미 백자 회의를 통해 들어 알고 있던 코라가 지겹다는 듯 조소를 머금었다.
“미친 거지. 백자의 피를 탐내는 자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집요한지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코라의 말대로 소르체의 혈족은 백자의 피를 탐내는 자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그런데 카이엔은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백자의 피를 손에 넣어야 했던 걸까.
“1왕자는 왜 백자의 피가 필요했을까?”
아리아드네는 카이엔에게 백자의 피가 필요한 경우들을 곰곰이 짚어 보았다.
“다그마르 폐하께서 승하하신 게 아니라 사실 사경을 헤매는 중이라거나…….”
혹시 ‘다그마르’가 죽지 않은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 보았지만 카이엔이 다그마르를 살려 얻을 이득이 없었다. 어머니를 살리자고 그만한 위험을 감수할 자는 더더욱 아니었고.
“아니면, 1왕자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거나.”
그녀의 말을 이어받아 덧붙인 건 유진이었다. 아리아드네는 리뮈르에서 받아 보았던 서신의 내용을 차근차근 되짚었다.
‘국왕 다그마르 자살, 두 왕자 피습, 2왕자 루안 사망, 1왕자 카이엔 중상…….’
카이엔의 중상이 꾸며 낸 거짓 정보가 아니라 진짜라면 왕궁에 있는 그가 어쩌다 그만한 상처를 입은 걸까.
‘2왕자 루안 사망…….’
카이엔의 중상이 루안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다면, 카이엔에게 그만한 상처를 남긴 존재는…….
“……렉사, 렉사였어.”
아리아드네는 제 짐꾸러미 어딘가에 있을 렉사의 마지막 선물을 떠올렸다.
“우리 생각대로 1왕자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거라면 그는 다시 나타날 거야. 그에게는 백자의 피가 반드시 필요하니까.”
렉사가 제 생명을 깎아 가며 남겨 준 기회였다. 그때, 아리아드네의 눈에 유진이 손에 든 검집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빈 검집이.
“유진, 그 검집 말이야. 전에 봤을 때도 검집만 있었어?”
아리아드네의 물음에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때는 검이 꽂혀 있었어. 검집 밖으로 나온 손잡이를 분명 봤으니까.”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럼 사라진 검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아리아드네가 빈 검집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말했다.
“이젠 우리가 덫을 놓을 차례야.”
그녀의 새파란 눈동자가 서서히 타올랐다. 분노는 차가울수록 좋았다.
“그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어.”
아리아드네가 손에 들고 있던 부러진 손톱을 꽉 움켜쥐었다. 빈 퍼즐 조각을 맞출 시간이었다.
“나 알버트를 만나야겠어. 내 기사는 지금 어디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