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 (154/180)

<34>

‘더워….’

이렇게 진득하게 땀을 흘려 본 건, 군대에서 훈련을 받은 이후 처음이었다. 온몸이 기름칠한 것처럼 땀에 젖어 번들거렸다.

어차피 그만하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을 거라, 하나는 밑을 꽉 조이며 빠른 사정을 유도했다. 그러자 양손으로 가슴을 모은 그가 혀를 내밀어 핥기 시작했다.

분홍빛 유두를 입에 물고 혀로 문지른다. 끊어지지 않는 쾌감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하필 내벽을 꽉 채운 탓에 삽입 자체만으로 그녀는 몇 번이고 절정을 경험했다.

남자의 짙은 갈색 머리카락 끝에 매달려 있던 땀이 뚝 떨어진다. 그 역시 땀에 젖어 지쳐 보였지만, 성기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한 번만 더.”

사정한 걸까?

남자가 상체를 세우며 질 안에 쑤셔 넣었던 성기를 반쯤 빼냈다. 하얀 정액이 움찔거리며 새어 나온다. 그는 몽롱한 눈빛으로 다시금 자신의 정액을 성기와 함께 밀어 넣었다.

하나는 신음하며 몸을 웅크렸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떼어 준 그가 입술을 포갠다. 조금 전보다 여유가 생긴 건지, 키스하다가 혀를 깨물진 않았다.

하나는 그의 머리카락 틈새로 손을 넣었다. 그러며 잘생긴 귓바퀴를 어루만지고, 귀 뒤를 손톱으로 간질였다.

그에 몸을 경직시킨 남자가 긴 한숨을 내쉰다.

“좋아?”

그녀가 묻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그가 피식 웃으며 입술을 핥았다.

“좋아.”

“섹스하다가 죽을지도 모르겠어.”

“걱정 마. 넌… 절대 안 죽여.”

그의 허리가 뒤로 빠지더니, 다시 강하게 치받는다. 커다란 고환이 엉덩이골에 철퍽대며 부딪쳤다. 짙은 쾌감 속에 잔잔한 간질거림이 더해졌다.

하나는 제 잇자국이 남은 팔뚝을 움켜쥔 채 상체를 둥글게 말았다. 벌어진 다리 사이로 두꺼운 성기가 쑤시고 들어가는 게 보인다.

침대가 흔들릴 만큼 격렬한 움직임에 다시 몸에 힘을 풀자, 성기를 완전히 빼낸 남자가 그녀를 뒤집어 엎드리게 했다.

하나는 쌕쌕 숨을 내쉬며 베개를 끌어안았다. 그가 곧장 골반을 당기며 살짝 들더니, 엉덩이 틈새를 벌려 성기를 꽂아 넣었다.

꽉 맞물린 살을 가르고 들어와 가득 채우는 감각에 몸에 전율이 흐른다. 절로 엉덩이가 위로 들리고 무릎이 세워졌다. 커다란 손으로 골반 앞쪽을 눌러 당기는 압박감에, 생각지 못한 곳까지 성기가 닿았다

그녀는 얼굴을 베개에 파묻은 채 신음했다. 쫀득하게 들러붙은 점막이 성기를 움켜쥐고 놓아 주지 않았다.

그는 하얀 등에 들러붙은 긴 머리카락을 걷어 내곤 입 맞춰왔다. 이어 견갑골의 우묵하게 팬 부위를 핥으며 양손으로 가슴을 주물렀다

손가락이 유두를 긁을 때마다 절로 몸이 들썩인다. 지금껏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낯설고 생경한 감각. 까마득한 낭떠러지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것처럼 기분이 고양된다.

그때 척추를 따라 혀를 미끄러트린 그가 사정없이 찍어 누르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분명 배꼽까지 꿰뚫렸을 거야.

하나는 통통하게 부어오른 음부를 본능처럼 더듬었다.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 궁금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행위가 그를 더욱 자극할 줄은 몰랐다.

정신없이 쑤시고 들어오던 남자가 그녀의 손을 불쑥 잡아 음핵을 문지르게 했다. 닿는 것만으로 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바들바들 떨렸다. 그것은 소름 끼치게 자극적이기에, 괴롭기까지 했다.

“으윽….”

하나는 윽윽 소릴 내며 성기를 조였다. 온몸이 빨개지고, 시트는 닿고 싶지 않을 만큼 축축하다. 그가 드레싱해 준 상처가 다시 벌어져 맑은 핏물이 반창고 위로 번졌다.

쿵쿵대며 박아 올 때마다 몸이 절로 고꾸라진다. 그녀는 기어가듯 앞으로 향했지만, 계속해서 그에게 붙들렸다.

“흐응…. 제발, 그만 좀 해.”

울상이 된 하나가 충혈된 눈을 일그러트리며 고개를 틀자, 그의 눈동자에서 재차 초점이 사라졌다.

다시 그녀를 돌려 눕힌 남자는 가차 없이 박아 왔다. 빠져나갈 때마다 딸려 나오는 속살의 선홍빛은 그녀의 입술 색과도 비슷했다. 흥분해 바짝 선 음핵을 문지르는 손길이 빨라진다. 거의 본능적으로 쾌감의 끝을 향해 내달렸다.

질 내벽이 경련하며 죄어들고, 그의 성기엔 울퉁불퉁한 핏줄이 곤두섰다. 그에 몸이 뒤틀린다. 배뇨감을 넘어선 무언가에 둘 다 고개를 젖힌 채 비명 같은 교성을 내질렀다.

그것은 집채만 한 너울을 눈앞에 둔 것 같은 공포였고,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지는 것 같은 추락감을 닮았다.

거대한 해일에 휩쓸려 정신없이 휘둘린다. 숨조차 쉬지 못했고, 생리적인 현상과 그 어떤 것도 통제하지 못했다.

뿜어진 체액이 서로의 교접부를 향해 흘러들어 철벅이며 튀어 올랐다. 바르르 떨리는 발가락 끝을 움켜쥔 그가 발목부터 종아리 방향으로 깨물거리며 혀로 핥았다.

하나는 누군가 제 안의 힘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몸속 모든 걸 쏟아 냈다는 느낌이 들 때쯤, 그녀의 안으로 뜨거운 열이 뿜어졌다.

온몸의 힘이 빠져 축 늘어진 채 숨 쉬는 것에만 집중하던 하나의 귓가에, 악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그냥… 날 죽여, 나쁜 새끼야.

***

눅눅한 느낌이 끔찍하다.

꿈을 꾸었던 것 같다. 온몸에 바셀린을 치덕치덕 처바르는 꿈이었는데, 누가 그랬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몸을 일으키고 싶은데,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천천히 눈꺼풀을 들었다.

제일 먼저 보인 건 환한 하늘이었고, 호텔과 엇비슷한 높이의 고층 빌딩이었다. 그리고 아찔한 풍경을 뒤로한 남자의 그림자였다.

침대 옆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턱을 괴고 있던 줄리오의 눈이 가늘어진다. 지난 새벽 내내 시달린 터라 하나는 그가 꼴도 보기 싫었다. 그래서 홱 고개를 틀자 인상을 찌푸린 남자가 침대 위에 한쪽 무릎을 올리더니,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하나는 익숙하게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그러곤 이젠 멀쩡해진 눈을 들여다보며 가슴팍에 이마를 부딪쳤다.

“약쟁이 새끼.”

그는 말없이 욕실로 들어가더니, 한없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녀를 욕조에 앉혔다.

“시트를 갈라고 하지.”

“제발 그래 줘. 축축하고 별로야.”

그는 뜨거운 물을 틀어 준 뒤, 밖으로 나갔다. 이어 어딘가로 연락을 넣는 소리가 들린다. 드물게 평화로운, 무언가 일단락된 느낌에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물 온도는?”

잠시 졸았나 보다. 어느덧 가슴까지 받아진 물에 놀란 그녀가 고개를 드니, 꽤 죄스러운 표정을 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눈이 마주치자 귀 끝을 빨갛게 붉히는 게 제법 볼만하다.

“네가 내 얼굴에 세 번이나 쌌어. 머리카락 엉킨 거 보여?”

“드문드문 기억나.”

“술을 끊는 게 어때?”

“적어도 샴페인엔 이제 손 안 대기로 했어.”

물에 불은 붕대가 떼어지자 피가 새어 나온다. 그에 흠칫 놀란 그가 물마개를 빼더니, 그녀를 다시 번쩍 안아 들었다.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에 하나는 큭큭대며 웃었다. 상처에 물이 닿으면 당연히 피가 배어 나온다. 못 견딜 통증도 아니고, 지금은 사실 반신욕이 필요했다.

그는 샤워기 아래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녀는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려 줘.”

“설 수 있나?”

“내 체력을 우습게 보지 마.”

하나는 남자의 품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순간, 허리에 찌릿한 통증이 번지더니 다리의 힘이 풀렸다.

맙소사.

“너야말로 네 체력을 과신하지 마.”

휘청이는 몸을 부축한 그가 욕지거릴 뇌까리며 다시금 끌어안는다. 그러더니 물 빠진 욕조 안에 그녀를 앉히곤 뒤로 고개를 젖히게 했다.

황당한 표정의 그녀가 물었다.

“머리 감겨 줄 거야?”

“그래.”

“혹시, 죄책감 느껴?”

그는 대답하지 않았고, 그녀는 그것을 긍정의 뜻으로 이해했다.

정액이 들러붙어 엉켜버린 머리카락에 따뜻한 물이 닿는다. 어설프지만 꼼꼼하게 샴푸를 칠해 주는 손길에 다시금 눈이 감겼다.

***

다시 눈을 떴을 땐, 커다란 타월에 둘둘 감긴 채 줄리오의 품에 안겨 있었다. 소파에서 그녀를 안고 있던 그가 눈을 뜬 걸 발견하곤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쉰다.

줄리오의 손은 하나의 왼쪽 가슴 위에 얹어진 상태였다. 정확하게는 심장 위를 누르고 있었다.

“나, 죽었나 살았나 확인 중이었어?”

“그냥. 그랬어.”

“섹스하다가 사람 죽인 적 있구나?”

“없다고 해도, 있다고 믿겠군.”

“응. 그럴 거야.”

“커피?”

그는 그녀를 침대 위로 데려가 헤드에 기대게 했다. 하나는 어느새 머리가 바짝 말라 있는걸 확인하곤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가 직접 말려준 걸까? 시끄러운 드라이기 소리에도 깨지 않으니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한 건가?

하나는 그가 캡슐 커피를 내리는 동안 다리를 움직여 보았다. 그러다가 새로 감긴 붕대를 발견했다. 그 외에도 몸 곳곳에 반창고가 늘었고, 멍든 곳에선 약간의 파스 냄새가 났다.

커피 머신이 작동하며 그윽한 커피 향이 방 안에 가득 찬다. 시트도 새것이고, 엉망이던 주변 역시 흔적없이 깨끗했다.

마치 지난밤의 일이 모두 꿈이었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줄리오.”

뜨거운 커피를 내린 그가 고개만 돌려 그녀를 본다. 일직선으로 뻗은 넓은 어깨에 제가 만든 상처가 보였다.

하나는 한쪽 눈살을 찌푸리며 침대 아래로 내려섰다. 그러곤 가운을 집어 들어 어깨에 걸쳤다.

그의 눈동자가 그녀의 발끝부터 머리까지 천천히 타고 오른다. 하나는 가운 매듭을 동여맨 뒤,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어제는 서로 필요에 의한 섹스를 한 거야. 너, 혹시 날 강간했다고 생각해?”

커피를 든 그가 다가온다. 하나는 그가 내민 커피를 받았다. 입술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떼어 준 줄리오가 이내 피식 웃는다.

“네 몸 상태를 보면, 아니라곤 못 하겠던데.”

“웃기지 마. 네가 날 감히 어떻게 강간해. 정말 싫었으면 네 손에 총알을 박아 버렸을 텐데.”

“약은…. 왜 쓰지 않았지?”

그는 제 몫의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삼켰다. 보는 것만으로도 쓴맛이 입에 맴돈다.

하나는 테이블에 올려진 팔찌를 발견하곤 ‘아아.’ 하며 감탄사를 흘렸다.

“쇼크는 위험해. 특히 너처럼 술을 많이 마셔서 간이 안 좋은 사람한텐 더더욱. 전쟁통에 맛이 간 것도 아니고 시간 지나면 저절로 좋아질 텐데, 굳이 쇼크 일으키는 건 보고 싶지 않았어.”

카페인이 들어가자 몸에 힘이 돈다.

하나는 호호 불어가며 뜨거운 커피를 마신 후 침대 위에 털썩 누웠다. 그러자 침대맡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던 그가 잔을 내려놓더니, 무릎으로 기어 올라왔다.

줄리오는 하나의 무릎을 벌린 채 그 안으로 밀어 넣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빨개. 빨아 줄까?”

“빨면 나아질 거 같아?”

“아니. 그냥… 핥고 싶게 생겼어. 네 온몸은.”

그렇게 말하며 통통한 음부를 검지로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손가락이 음핵을 스칠 때마다 밤새도록 시달린 구멍이 젖어갔다. 몸이 아픈 것과 흥분되는 건 별개인가 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하나는 발을 쭉 뻗어 그의 턱을 밀어냈다.

“사양할게. 더하면 널 죽여버리고 싶을 거야. 그러니까 최소 이틀은 내 몸에 손대지 마. 알았어?”

그녀의 발날을 콱 깨문 그가 큭큭대며 웃는다. 그제야 풀어지는 표정에 하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악당이 갖는 죄책감은 과연, 무엇으로부터 기인한 것인지.

악당에게 죄책감을 갖게 하는 자신은, 악당의 악당인지.

또는 악당의 악당의 악당인지 궁금해졌다.

그때 쓸데없는 생각에 잠긴 그녀의 발목을 잡아 내린 그가 몸을 겹쳐 체중을 실으며 입술을 포갰다.

“그러지. 시뇨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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