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6> (96/180)
  • <36>

    카오룽반도의 허술하면서도 복잡한, 습하고 정신없는 분위기야말로 홍콩의 진면모라고 생각한다.

    강에는 부다페스트 호텔의 외관을 꼭 닮은 페리와 중국 고전 영화에 나올법하게 꾸민 페리가 떠다녔고, 관광객과 현지인이 구분 없이 뒤섞였다.

    침사추이 역 B1 출구 근처, 넛츠포드 테라스엔 각색의 차양과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노천 테이블이 가득했다.

    넛츠포드 테라스 거리를 찾은 것은 순전히 줄리오 파렌티 때문이었다. 입은 또 왜 이렇게 예민한지. 아니, 예민한 게 아니라 편식이 심하다고 하는 게 맞다.

    그들은 그의 식성에 맞춰 이탈리안 식당을 찾아가 해산물을 이용한 온갖 음식들을 주문했다. 새우와 올리브, 바질을 이용한 파스타부터 토마토소스를 넣고 푹 익힌 소고기 스튜. 이름 모를 음식이 대부분이었고, 그녀의 속은 아침보다 더한 느끼함에 시달렸다.

    결국, 다 먹지 못한 채 나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각자의 취향에 맞게 배를 채웠다. 그녀의 선택은 맵고 짜고 단것 위주였다.

    “음, 고소해. 한입 먹을래?”

    “아니.”

    “맛있는데.”

    딤섬을 두 판이나 해치우고도, 하나는 에그타르트를 세 개나 먹었다. 그러곤 노점에 들러 오렌지와 파인애플을 섞어 갈아 만든 생과일주스로 입가심했다. 이후 그녀가 들른 곳은 맥도날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려던 그녀가 문득 줄리오를 돌아보며 물었다.

    “아이스크림은 먹을 거지?”

    “대체 네 뱃속은 어떻게 생긴 거야.”

    “디저트 배는 원래 따로 있어. 먹을래, 말래.”

    “바닐라.”

    꼭 먹을 거면서 토 다는 애들이 있다.

    하나는 역시 바닐라가 최고라며, 두 개를 주문했다. 소프트아이스크림은 대기 시간 없이 바로 나왔다.

    낮에 여행하기 좋은 계절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밤에는 해야 할 일이 있기에, 하나는 굳이 한낮을 골라 나왔다.

    볕이 강해 선글라스를 낀 둘은 한 팔 간격만큼 떨어져 나란히 걸었다. 무수한 인파가 두 사람 사이를 스쳐 지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누가 보아도 일행이었다.

    두 사람 다 하얀 셔츠에 검은색 하의를 입었고, 동일 브랜드의 선글라스와 맥도날드 아이스크림까지 같은 손에 들었다.

    커플인 듯 아닌 듯. 선글라스 때문에 국적을 가늠하기 힘든 그녀와 그에게로 스쳐 지나가는 시선이 일정하게 머문다.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뚝.

    뜨거운 볕에 녹아 버린 아이스크림이 손목까지 흘러내린다. 기겁한 하나는 혀를 내밀어 손목부터 손바닥까지 길게 핥았다.

    “에이씨, 왜 이렇게 빨리 녹아?”

    그러자 피식 웃으며 자신의 아이스크림을 베어 문 줄리오가 불쑥 다가오더니 가는 손목을 잡아 올렸다. 그러곤 크림 범벅이 된 하나의 손을 핥기 시작했다.

    차가운 혀가 끈적한 피부에 닿는 느낌에 그녀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자 고개를 기울인 남자의 입술이 맥이 뛰는 손목을 물더니, 이로 잘끈 깨문다. 하나는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새끼손가락을 입에 넣는 모습을 보았다.

    하얗게 부서진 빛이 그의 옆얼굴에 닿는다. 잡티 하나 없이 매끈한 피부와 선명한 이목구비. 이따금 짐승처럼 구는 남자를 내려다보던 그녀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선글라스 너머 줄리오의 눈이 짓궂게 휜다. 고작, 이게 뭐라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아이스크림 뺏어 먹으면 죽을 줄 알아.”

    괜스레 투덜거리자 진심이 듬뿍 든 말에 그가 웃기 시작했다. 당장 잡힌 팔을 빼고 싶지만, 그랬다간 아이스크림이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해 버릴 것 같아 계속 잡혀 주었다.

    “아침에 말했지. 넌 빨고 싶게 생겼다고. 아이스크림보다, 네가 더 달아. 나한테는.”

    하나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계획을 바꿔 그의 아이스크림 쪽으로 까치발을 들었다. 부러 크게 한입 빼앗아 먹은 그녀가 승자의 미소를 만면에 띤 순간, 남자의 입술이 포개졌다.

    들어온 혀가 애써 빼앗아 먹은 아이스크림을 퍼간다. 이 새끼는 치사하고 나쁜 놈이었다.

    먹을 것에 진심인 악당.

    더우니 가까이 오지 말라고 했다. 일정 거리를 유지하라고. 하지만 둘 사이의 거리는 고작해야 한걸음이었다.

    흘러내린 땀이 턱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다. 기어이 녹아 버린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후드득 떨어졌다.

    빌어먹게도 더운 날씨에, 이성 역시 함께 녹아 버렸다.

    ***

    “정말 괜찮은 거 맞아?”

    하나는 의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살짝 흥분해 버린 둘은 차를 세워 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다. 브레이크 타임인지 직원이 나와 영업하지 않는다며 손사래 쳤지만, 줄리오가 내민 달러에 태도를 바꾸었다.

    그것도 잠시. 화장실을 이용한다며 내민 금액은 1,000달러. 주인의 얼굴이 환해지는 걸 본 하나는 웃음을 참으며 자본주의 최고를 외쳤다.

    성급하게 화장실로 향한 줄리오가 그녀를 세면대 방향으로 돌려세우더니,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튼다. 그는 아이를 씻기듯 그녀의 손을 모아 비누를 묻히고 자신의 손과 함께 비볐다.

    하지만 순수하게 손을 닦기 위해 1,000달러를 투자한 건 아니었다. 하나는 땀으로 흠뻑 젖은 목덜미를 빠는 감각에 허리를 휘었다. 그러자 엉덩이 사이로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가 닿는다.

    “줄리오, 너 너무 노골적이야. 변태 같아.”

    “그걸 이제 알았나?”

    타박하듯 말했지만, 거울 속 그녀의 눈동자엔 기대감이 차올라 너울처럼 일렁였다. 이틀간 손대지 말라 했던 것이 무색하게, 레깅스 안으로 파고든 차가운 손길에 가슴이 크게 부푼다.

    그는 미끈거리는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며, 다른 손으론 브래지어를 걷어 젖가슴을 쥐었다.

    하나는 손가락을 쫙 편 채 세면대를 짚었다. 절로 까치발이 들리고, 엉덩이가 뒤로 빠졌다.

    흥분에 도드라진 열점을 자극하는 손길에 거친 숨이 토해진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소리를 참아 내느라 빨개진 얼굴이 볼만했다.

    팬티가 젖어가는 느낌이 선득하다. 줄리오는 몸에 딱 들러붙는 레깅스를 무릎까지 내리더니, 곧장 목 뒤를 눌렀다.

    거울 방향으로 상체를 숙인 그녀의 속옷을 걷은 그가 번들거리는 구멍 안으로 손가락을 쑥 밀어 넣었다. 하나는 고개를 젖히며 무릎을 모아 배배 꼬았다. 이 저릿저릿한 감각은 정말이지 참기 힘들었다.

    깨끗하게 관리된 화장실의 환풍기 날개가 팽팽 돌아간다.

    상체를 숙여 그녀의 등에 입 맞춘 그가 벨트를 풀고 드로어즈 안에서 성기를 꺼낸다. 그러며 밀어 넣은 손가락으로 내벽을 긁고 가볍게 털었다. 곧 도톰하게 부어 있던 질 안쪽 점막이 흔들리며 아찔한 쾌감이 밀려왔다.

    한 팔에 감기는 잘록한 허리와 이어진 둥그스름한 굴곡. 그 아래 쭉 뻗은 다리가 바르르 떨린다.

    “하아….”

    잔열이 식기 전, 그는 손가락을 빼내곤 뻑뻑한 구멍 안으로 성기를 밀어 넣었다.

    “흣!”

    내부가 부어 있는 탓에 한 번에 들어가진 못했다.

    그는 손가락 두 개를 그녀의 입에 넣었다. 그러자 자그마한 혀가 제법 야릇하게 손가락을 휘감는다. 타액을 묻힌 그는 젖은 손가락으로 작은 구멍을 벌렸다.

    “아! 뭐 하는…!”

    “벌려야지. 그냥 박았다가 찢어지면, 네가 날 죽일 거잖아. 안 그래?”

    “씹… 그래도 그렇게, 무기를 가져다 박는 새끼가 손가락까지 넣으면…. 하아.”

    “좋지?”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성기가 워낙 두꺼워 삽입만으로 그녀를 절정에 다다르게 했다. 내벽을 빠듯하게 채우며 끝까지 밀려든 남자의 것이 배꼽 부근을 찌른다. 그는 하나의 골반을 움켜쥔 채 천천히 허릴 움직였다.

    드레스 셔츠를 입에 물고 허릴 치받는 그의 복근이 점점 더 선명해지는가 싶더니, 엉덩이 근육이 딱딱하게 경직됐다.

    쾌감을 이기지 못한 하나는 거울을 짚으며 신음을 흘렸다. 더운 입김이 거울 위에 흩어졌다가 사라지길 반복한다.

    깊은 곳을 긁을 때마다 지난밤 싸질러 놓은 정액이 몽글몽글하게 딸려 나와 바닥으로 떨어졌다. 흥분에 취해 쾅쾅 박아대던 그는 미끈거리는 체액을 엄지에 묻히곤 그대로 항문 안으로 꾹 눌러 넣었다.

    그에 그녀는 욕설을 내뱉으며 몸을 웅크렸다.

    “넌 여기도 빨고 싶게 생겼어. 내 건 못 박아도, 박아 주고 싶은 게 있는데…. 루비? 아니, 다이아몬드로 준비하지.”

    거칠게 갈라진 목소리가 나른하면서도 위험하게 들린다. 하나는 한 손을 뒤로 뻗어 그의 팔을 움켜쥐었다.

    “미친놈아, 거기 박을 거면 사내새끼 알아봐.”

    “사내놈한테 박는 취미 없어.”

    “나도 뒤쪽 박히는 취미 없거든? 클래식한 게 좋아.”

    “이참에 한번 경험해 봐. 한번 맛 들이면 또 하고 싶어질 거야.”

    “아, 좀!”

    손을 찰싹찰싹 때리자 큭큭대며 웃던 그가 이내 탁한 신음을 흘린다. 그녀는 거울을 짚은 채 표면에 비친 제 얼굴을 바라보았다. 흥분에 취한 건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몸이 흔들릴 때마다 입술이 벌어지고 아찔한 교성이 흘러나온다.

    콱콱 박아 오며 점점 속도를 올리는 그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몸이 꿰뚫리는 듯한 자극에 눈가가 붉어지고 비명이 터진다.

    “아아! 흐읏!”

    하나는 아래를 강하게 조이며 경련했다. 그러자 드레스 셔츠를 걷어 올린 그가 성기를 쑥 빼더니, 그녀의 엉덩이에 정액을 뿌렸다. 다행히 지난 밤보다는 사정 속도가 빨랐다. 천만다행이었다. 손으로 패팅하며 끝까지 짜내곤 그것을 문질러 엉덩이에 바르지만 않았어도 완벽했을 텐데.

    힘이 빠져 버린 하나는 세면대 모서릴 움켜쥔 채 거친 숨만 몰아쉬었다. 그런 그녀에게 몸을 겹쳐 온 그가 나른한 미소로 빨개진 귓바퀴를 깨문다. 젖은 머릴 쓸어 넘긴 하나는 눈을 흘기며 고통스럽게 읊조렸다.

    “다리에 쥐났어, 씨….”

    “안아 줄게.”

    “더워.”

    “곧장 차로 가. 뒷좌석으로.”

    “이제 대놓고 밖에서 하려고?”

    “아니. 다리 주물러 줄 생각이었는데…. 설마, 모자랐나? 밤보다 일찍 사정한 게 아쉬운 거라면….”

    “닥쳐.”

    순순히 입을 꾹 다문 그가 페이퍼 타올을 적셔 몸에 묻은 정액을 닦아 준다. 마치 아기 엉덩이를 닦아 주는 듯한 정성스러운 모습에, 그녀는 한숨 쉬며 뇌까렸다.

    “네 좆이 손가락 두 마디만큼만 작았어도, 하루 종일 했을 거야.”

    “그렇다고 자를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하루 종일 안 하겠단 뜻이야.”

    한쪽 눈썹을 삐딱하게 올린 그가 한 걸음 물러나더니, 하나의 속옷과 레깅스를 차례로 입혀 주었다. 그녀부터 단정하게 만들곤 자신의 매무새를 정돈한 후 손을 잡아끈다.

    가게 주인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며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하나는 문을 나서기 직전, 주인이 외친 말에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손으로 막아야 했다.

    “Have a happy honey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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