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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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4. 악당의 악당의 악당

비틀거리는 남자를 제대로 걷게 하느라 얼마나 힘을 썼는지 모른다. 하필 로마노는 상처를 입었고, 유은성은 유창한 광둥어로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로렌조와 함께 줄리오를 부축해 옮기던 하나는 폐쇄된 호텔 로비에서 유리 페트로프와 만났다.

정상이 아닌 줄리오의 상태를 본 유리가 혀를 찬다. 그러더니 누군가의 피가 묻은 제 뺨을 문질러 닦으며 말했다.

“약에 당한 겁니까, 스스로 처먹은 겁니까.”

하나는 짜증스럽게 유리를 올려다보며 대꾸했다.

“둘 다예요.”

“둘 다?”

“도와줄 거 아니면 시비 걸지 말아 줄래요? 지금 나, 상당히 힘들거든.”

“도와주고 싶지만, 내가 손댔다간 목에 칼이 날아들 것 같아서요.”

하나는 유리에게 강무진과 연락했던 휴대전화를 툭 던졌다. 그것을 받아 든 유리 페트로프가 의아하단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린다.

“뭡니까.”

“추적해요. 강무진과 연결된 폰이에요. 따로 어떤 장치가 되어 있는지 난 몰라도, 그쪽은 알겠지. 내가… 정보 제공해 주는 겁니다. 그거 복제해서 갖고 와요.”

지금껏 유리 페트로프에게 이런 식으로 명령을 내린 여자는…. 아니,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하나는 더 듣지 않겠다는 듯 로렌조에게 눈짓하곤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로즈가 준 물건, 활용하십시오. 그 약 맞으면 쇼크는 좀 일으키겠지만, 정신 차릴 겁니다.”

그녀는 승강기 앞에서 고개를 돌렸다.

“파렌티가 먹은 약이 뭔지 알아요?”

“최음제가 섞인 신종 각성제입니다. 아직 이름도 붙여지지 않은 걸 술에 탔더군요.”

“벌써 조사했어요?”

“그게 내 일이라.”

“그냥 두면 죽어요?”

“음… 그렇진 않아요. 대신 그쪽이 좀 힘들겠죠.”

“그럼 됐어요.”

코웃음 친 하나는 도착한 승강기 안에 몸을 실었다. 닫히는 문틈으로 어처구니없어하는 유리 페트로프의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러시아인에겐 관심 없다. 그녀는 줄리오를 벽에 기대게 한 뒤, 턱을 잡아 자신을 보게 했다.

눈이 풀린 채 입술을 달싹이는 모습이 퍽 꼴사나웠다.

“내가 누군지 알아?”

하나의 질문에 열 오른 숨을 토해 낸 그가 그녀의 목덜미로 입술을 묻는다. 그러더니 잘근잘근 깨물었다.

“염분이 모자란 것도 아니고. 땀나서 맛없을 텐데?”

“좀 닥쳐….”

“닥쳐 주면, 정신 차리려나?”

빈정대는 그녀의 귀를 콱 깨문 순간, 꼭대기에 다다른 승강기 문이 열렸다. 로렌조는 창백하게 질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나는 줄리오를 혼자 힘으로 부축하며 소리쳤다.

“아, 좀! 제대로 잡으라고!”

“시뇨리나. 하….”

이상했다. 하나는 로렌조를 위아래로 살폈다. 그러자 바닥에 피를 뚝뚝 흘리며 줄리오를 부축하는 게 보인다.

열이 확 오른 그녀는 줄리오를 로렌조에게서 떼어 놓은 후 재킷을 벌렸다.

“칼빵 제대로 맞았네. 씹….”

“괜찮아. 의사 불렀어.”

“파렌티는 내가 옮길 테니까 당장 의사한테 가! 왜 진작 말 안 했어!”

“너 혼자 줄리오를 어떻게 옮겨. 괜찮아, FBI한테 총도 맞아 본 놈이야, 내가.”

“총은 나도 맞아 봤거든? 빨리 가. 빨리!”

하나는 다시 줄리오를 부축하려는 로렌조의 뺨을 때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한걸음 물러선 로렌조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그녀는 휘청거리는 줄리오를 방 안으로 밀어 넣은 뒤, 로렌조에게 뛰어갔다.

상처를 확인하기 위해 드레스 셔츠를 찢은 그녀는 갈비뼈 밑을 강하게 눌렀다. 살 때문에 지혈이 될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피가 멎길 바랐다.

“하여튼 미친놈들…. 제발, 아프면 아프다고 해.”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않나?”

“좀 닥쳐 줄래?”

씩씩거리면서도 큭큭 웃던 로렌조가 고개를 든다. 이어 연락을 받고 뛰어온 부하들이 로렌조를 부축했다.

“줄리오한테 가. 얼음물이라도 들이부어. 넌 할 수 있잖아.”

“명복을 빌어줘, 차라리.”

로렌조와 부하들을 태운 승강기가 급히 하강한다. 그녀는 다시 방문을 열었다. 하지만 입구에 널브러져 있어야 할 줄리오가 보이지 않는다.

하나는 바닥에 떨어진 재킷과 바지, 셔츠를 주우며 걸음을 옮겼다. 생수병이 나뒹구는 것으로 보아 물을 마시려 했던 것 같다.

결국, 그를 발견한 건 욕실이었다. 샤워기 아래 앉아 찬물을 맞고 있던 줄리오가 초점 없는 눈을 든다.

그녀는 한숨 쉬며 세면대 앞에 서서 피에 절은 손을 닦았다. 막판에 총을 잘못 쥔 탓에 엄지와 검지 사이가 빨갛게 까졌다.

“정신이 좀 들어?”

하나의 질문에 벽에 기댄 그가 생수병을 기울이며 사납게 읊조린다.

“꺼져. 방을 옮기든….”

“왜. 혼자 자위라도 하게?”

“못할 것도 없지.”

“봐 줄게. 그럼 빨리 흥분해서 금방 쌀지도 모르잖아.”

큭큭대며 웃은 그가 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벽에 머릴 기댄다. 하나는 줄리오에게 다가가 팔을 잡았다. 대체 열이 얼마나 나는 건지, 피부가 델 듯 뜨겁다.

흐느적거리며 일어난 남자가 이끌리듯 걸음을 내디딘다. 그녀는 커다란 타월을 들어 그의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 주었다. 머리를 말려 주려 까치발을 드는데, 허리를 감싼 남자가 입술부터 맞대어 왔다.

전신이 뜨겁건만, 어째서 입술은 또 차가운 건지. 순순히 입을 벌려 주자 깊게 파고든 혀가 입 안을 문지르며 헤집는다. 치열을 훑고 볼 안쪽을 들쑤셨다. 달콤한 타액이 목구멍으로 넘어가 그녀의 숨이 가빠진다.

그때 커다란 손으로 하나의 머리채를 움켜쥔 그가, 고정해놓은 머리핀을 뽑았다. 긴 머리칼이 스르륵 흘러내려 등 뒤를 덮는다.

방심은 순식간이었다. 입술이 떼어진 순간, 머리핀을 가장한 칼날이 번뜩였다. 그는 본인의 어깨를 칼로 내리찍으려 했다.

놀란 그녀가 복부를 걷어차지 않았다면, 이미 칼날이 박히고도 남았을 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액자가 떨어져 산산이 부서졌다.

벽에 부딪혀 주저앉은 남자가 이번엔 팔을 찌르려 한다. 하나는 욕설을 삼키며 그의 손목을 발로 걷어차 밟았다.

“하아, 젠장…. 꺼지랬지.”

“미친놈. 그런다고 약이 깰 거 같아?”

“적어도 너한테 박아대진 않겠지. 짐승 새끼처럼.”

“걱정 마. 과다 출혈로는 죽어도, 섹스하다간 안 죽으니까.”

세상에서 자해하는 인간들이 제일 싫다. 누군가에 의해 다치는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왜 스스로 고통을 자처하는지. 제가 할 생각은 아니나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다.

비슷한 부류로, 자살 역시 그녀가 경멸하는 죽음 중 하나였다.

찰나, 이제는 침까지 질질 흘리며 눈을 치켜뜬 그가 반대편 손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쓸어 올렸다.

이탈리아어로 하는 욕은 정말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손가락에 팬티를 걸어 내린 남자가 입술을 달싹이더니 불쑥 상체를 세운다.

빨갛게 부은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더니 음부 틈새에 혀를 넣는 그. 하나는 벽을 짚은 채 까치발을 들었다. 그의 입술이 속살을 머금은 순간 몸이 떨렸다.

뜨거운 숨결이 음부를 헤집는다. 혀로 길게 핥다가 도톰한 음핵을 찾아 이로 긁었다. 그녀는 야릇한 쾌감에 잘게 신음하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제 아래에 얼굴을 파묻은 남자는 숨 막히게 야했다. 두 눈을 치켜뜬 그가 혀를 길게 내미는 모습에 심장이 빠르게 뛰어댔다.

이어 양쪽 엄지로 음순을 벌리더니, 뾰족하게 만든 혀끝으로 음핵을 간질인다. 혀가 닿을 때마다 피부 위로 오싹오싹한 소름이 돋아 허리가 휜다. 음핵에서 질구 방향으로 혀를 미끄러트린 그는 본격적으로 벌려 아래를 빨아댔다.

“아!”

하나는 왈칵 지리는 감각에 놀라 다리를 모으려 했다. 하지만 강한 힘에 가로막혔다. 입술로 음부를 빨아들이다가 물어 당기며 고개를 가볍게 터는 그.

미칠듯한 쾌감이 발끝에서 정수리까지 단번에 관통했다. 그녀가 몸을 들썩일수록, 남자는 더욱 집요하게 굴었다.

약에 취해서일까? 그는 맛좋은 사탕을 녹이듯 음부를 핥고 빨았다.

하나가 시선을 내리자,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던 남자의 눈동자에 열이 들어찬다. 이가 음핵에 닿을 때마다 움찔움찔 몸이 경련했다.

쫘악, 소릴 내며 찢어져 버린 드레스.

가뜩이나 엉망이던 드레스가 이제는 가슴만 간신히 가린 천 쪼가리가 되어 버렸다. 말랑거리는 살점을 쭙쭙거리며 빨던 그가 한껏 발기한 성기를 쓸어내렸다. 배꼽까지 휘어진 성기에선 말간 물이 뚝뚝 흘렀고, 이미 한번 사정한 건지 허벅지에 하얀 얼룩이 져 있었다.

쾌감에 젖어 고개를 젖히던 그녀는 벽을 짚은 팔에 채워진 팔찌를 발견했다. 이 안에 약이 있다.

‘찌를까?’

잠시 고민했다. 목숨이 위태로운 게 아니라면 쇼크를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도 생각했다.

그때 비스듬히 기댄 그의 떡 벌어진 가슴팍 아래, 여섯 개로 갈라진 복근 위로 정액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발기한 성기는 조금도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박히면 죽겠는데…?’

벌써 두 번 이상 사정해 놓고도 그대로라면, 밤새 시달리고 남을 거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하나는 헉헉거리며 제 음부에 코를 박은 그의 귀를 잡았다. 부드럽게 당기자 고개를 젖힌 남자가 번드르르하게 젖은 입술을 핥는다.

지독하게 야한 얼굴이었다.

“미안한데 박는 건 안 되겠어.”

달뜬 숨을 몰아쉰 그녀가 팔찌의 보석을 하나씩 움직여 볼 때였다. 갑자기 무릎 뒤를 당긴 그로 인해, 무방비한 상태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게 되었다.

몸이 뒤로 젖혀지더니 뒤통수에 카펫이 닿는다. 당황한 하나는 제 위로 올라온 남자의 어깨를 짚었다. 탁하게 가라앉은 눈동자에 어린 사나운 기운이 쏟아져 내릴 듯 일렁인다.

“한 번으로 안 끝날 거잖아. 응?”

“닥쳐.”

“차라리 너 좋다는 여자를 부르는 게 어때?”

“닥쳐, 시뇨리나. 네 얼굴에 쌀 거야.”

한쪽 다리가 그의 팔에 걸렸다. 비부가 벌어지는 느낌에 마음이 급해졌다. 하지만 몸싸움을 하고 싶진 않았다. 지치기도 했고, 줄리오에게 힘을 쓰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가 흘린 애액을 묻히듯 틈새에 성기를 비빈다. 두툼한 귀두가 예민해진 음핵을 스칠 때마다 하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럼 지난번처럼….”

“아니. 뜨거운 곳에 들어가고 싶어.”

“입으로 빨아 줄까?”

“일단 한번 싸고.”

“그럼 차라리…!”

그녀의 말문을 틀어막듯 사나운 키스가 퍼부어진다.

줄리오는 뜨거운 구멍에 선단을 맞추고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뻐끔거리며 벌어진 구멍이 조금씩 넓어져 그의 선단을 삼킨다. 울퉁불퉁한 성기 끝이 질구를 벌리고 파고들 때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팔뚝만 한 성기는 고문에 가까웠다. 차라리 단번에 꿰뚫는 게 나을지도.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읽은 건지, 탁하고 거친 숨을 헐떡이던 그의 눈이 확 돌았다.

“미안.”

순간 그녀의 허벅지가 한계까지 벌어지는가 싶더니, 뻑뻑한 질벽을 가르며 쿵 하고 성기가 박혔다.

“아악!”

하나는 입술을 짓씹으며 허리를 휘었다.

“이런, 미친…!”

“하… 좋아. 뜨거워, 하나.”

그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욕설을 내뱉으며 허릴 움직였다. 쿵, 쿵 치받을 때마다 왈칵왈칵 물이 샌다. 하얀 엉덩이가 출렁이고, 두꺼운 성기는 쑤석거리는 소릴 내며 구멍을 드나들었다. 그는 그녀의 양손을 잡아 누른 채 미친 듯이 허릴 놀렸다.

“하아아, 으읏!”

발끝에서 시작된 열이 번진다. 눈가가 빨개지고, 부딪쳐 오는 가랑이 사이는 타액에 젖어 질척대는 소릴 냈다.

고통스럽기만 하던 아래에서 지끈거리는 쾌감이 시작되고 있었다.

투명하고 끈적한 체액이 늘어진다. 마치 거미줄처럼 몇 가닥으로 늘어나 음모와 음모사이에 늘어졌다.

하나는 고개를 들어 그의 팔뚝을 강하게 깨물었다. 잇자국을 따라 배어 나온 피. 아득한 고통을 느꼈는지,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그려졌다.

이어 그녀의 눈가를 핥은 남자가 팔목에 채워진 팔찌를 한 손으로 풀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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