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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84/180)

<24>

선단 끝이 입술을 벌리며 쑥 밀려든다. 미끈거리는 귀두가 혀를 누르더니 울퉁불퉁한 기둥까지 단번에 쑤셔 박았다.

손으로 쥐었을 때보다 벅찬 부피와 압박감에 입을 벌린 그녀의 눈이 삽시간에 젖어 들었다.

발가락이 경련하며 굽혀진다. 오심이 일어 헛구역질이 났지만, 목구멍에 닿은 성기는 더욱 깊게 들어오려 했다.

하나는 본능적으로 남자의 허벅지를 잡았다. 그러자 말처럼 단단한 허벅지를 쥔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상체를 굽힌 그가 양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잡더니 천천히 허릴 움직인다.

“더 벌려. 아직 반도 안 들어갔어.”

숨이 턱 막힌다. 성기를 빤다는 느낌보다는 목을 조른다는 느낌이 더욱 강했다.

눈가를 붉힌 그녀는 최대한 입을 벌린 채 두 눈을 치켜떴다.

추삽질을 할 때마다 타액이 밀려 나와 입가로 흐른다. 이를 세워도, 허벅지를 압박해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차라리 다정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래야 이 행위에 의미를 더 부여하지 않을 테니까.

“웁….”

그는 살살 목구멍을 벌리려 했지만, 꽉 닫힌 구멍은 열리지 않았다. 툭툭 건드릴 때마다 아래에선 질금질금 물이 흐르고 위에선 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넘어오는 액체는 없었고, 입 안을 채운 건 남자의 성기였다.

“하아.”

뒤로 쑥 빠져나갔던 그가 젖은 눈을 내려다보며 비릿하게 웃는다. 하나의 얼굴은 온통 빨갰다.

“잘라 버릴 생각은 없었나 보지?”

탁하게 속삭인 말에, 여유로움을 가장한 투로 그녀가 대꾸했다.

“닥치고 너도 빨아. 나만 빨아 줄 거라고 생각한 거 아니지?”

편도선염에 걸렸던 때처럼 목구멍이 따끔거려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러자 하나의 젖은 입술을 힘주어 문지른 그의 눈빛이 위험하게 빛난다.

“키스는?”

“해도 돼.”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상체를 숙인 그가 입술을 파고들더니, 그녀의 바지 버튼을 풀었다. 지퍼를 내린 후 발목 아래로 빼내고 얇은 팬티 위를 커다란 손으로 움켜쥔다.

느릿하게 음부를 문지르자 흘러나온 애액에 속옷이 젖어갔다. 자극적인 밀착에 저절로 허리가 움직였다.

하나는 몸을 들썩이며 그의 머리채를 잡아 입술을 떼어 냈다. 그러고는 말없이 아래로 누르자, 그대로 내려간 남자가 허벅지 사이에 자리했다.

납작한 복부에 입 맞추며 배꼽 근처를 혀끝으로 굴린다. 크림색 팬티는 이미 중심부가 젖어 다른 색을 띠고 있었다. 그녀는 상체를 반쯤 세워 속옷 위에 키스하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보란 듯 혀를 내밀어 축축하게 들러붙은 속옷 위를 핥았다. 얇은 원단 아래, 도톰한 음부의 갈라진 모양이 선명하다.

그녀가 달뜬 숨을 몰아쉬자, 두 눈을 치켜뜬 그가 가느다란 다리를 손바닥으로 쓸어 올리며 속옷을 손가락에 감아 내렸다.

“기대했나 보지? 푹 젖었어.”

“만족시킬 자신은 있고?”

줄리오는 사악하게 웃으며 그녀의 양쪽 다리를 제 어깨에 걸었다.

“내가 널 죽이지 않길 기도해.”

하나는 양다리로 그의 목을 감쌌다.

숱이 적은 수풀을 손바닥으로 걷어낸 남자가 엄지와 검지로 음순을 벌린다. 선홍빛 살점 위로 툭 튀어나온 음핵에 뜨거운 혀가 닿았다.

“하!”

그녀는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마치 고양이가 그루밍을 하듯 핥는 모습이 지독하게 야했다.

허벅지를 더욱 넓게 벌리며 능란하게 아래를 핥다가 이로 음핵을 잘근거린다. 남자의 깎아지른 듯한 콧날과 혀가 닿을 때마다 몸이 떨렸다.

천천히 쌓여 가던 쾌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좁은 구멍이 벌름대며 말간 액을 흘린다.

그는 밀부에 키스하듯 구멍에 혀를 넣었다. 애액을 빨아들였다가 다시 흘려보낸다. 그 간지러운 감각에 엉덩이에 힘을 주자, 하체가 들리며 두툼한 엄지가 항문 근처에 액을 덧바른다. 그러다가 힘이 풀리는 순간 쑥 들어왔다.

“으으! 뭐 하는…!”

예민해진 살을 이로 깨물고 빨던 남자가 흥분을 억누르듯 눈가를 찌푸렸다.

“콘돔 없이 하기엔, 여기가 좋아.”

“콘돔을 가져와!”

“진심이야? 지금?”

“그래! 내 뒤는 개발된 적 없거든? 미친놈아.”

“아…. 그럼 좀 힘들겠군. 귀찮게.”

하나는 강제로 뒤를 열면 그대로 머릴 걷어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녀의 의지를 읽은 건지, 뒤에서 엄지를 빼더니 검지와 중지를 질 안으로 쑥 밀어 넣는다.

이미 풀어져 버린 구멍은 그의 손가락을 빨아들이며 강하게 조였다. 고작 손가락 두 개에 온몸이 꿰뚫린 것처럼 달달 떨린다.

남자는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구멍을 벌렸다. 마치 길을 내려는 것처럼 헤집으며 콩알만 한 음핵을 혀로 눌러 비볐다.

“아아, 좋아….”

그의 혀끝에서 만들어진 전류가 단번에 정수리까지 관통했다. 하나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남자의 머리를 밀어냈다. 이미 절정에 달한 몸이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퍼드덕 튀었다.

줄리오는 그 모습을 느긋하게 내려다보며 내벽을 문지르던 손가락을 빼냈다. 그러더니 그대로 삽입을 하려 했다.

뭉툭한 선단이 구멍을 벌리는 감각에 기겁한 그녀는 발을 휘둘렀다. 하지만 명치를 가격당하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그가 발목을 잡아채 넓게 벌린다. 평소였다면 이 정도 힘에 지지 않았을 것이다.

“야!”

“젠장…. 그만, 안 싸. 안 박을 테니까 얌전히 좀 있어!”

“이 미친놈아, 기본도 안 된 새끼야!”

“왜. 내가 널 임신시키기라도 할까 봐? 걱정 마…. 그런 끔찍한 짓은 안 해.”

끔찍한 짓이란 말을 하는 남자의 눈동자에 스친 건 짧은 경멸이었다. 그녀가 방심한 사이, 무릎을 모아 한쪽 어깨에 건 그가 허벅지 사이에 성기를 끼워 넣는다. 그러곤 상체를 숙이며 허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이 반쯤 접힌 상태로 키스했다. 한 뼘이 넘는 성기가 허벅지 사이로 튀어나오며 말간 물을 뚝뚝 흘린다. 방금 사정하고도 아직 쌀 게 많은지 묽은 액체가 줄줄 새어 나왔다.

잡아먹을 듯 굴던 조금 전과 달리, 부드럽게 서로의 입술을 핥다가 혀를 밀어 넣고 비볐다.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쾌감이 고조될수록, 키스 또한 거칠어졌다. 탁한 숨을 나누다가 차례로 입술을 깨물어 당겼다.

시트가 뜨거운 건지, 제 몸에서 열이 나는 건지 모르겠다.

두툼한 성기가 틈새를 비비며 예민해진 살점을 괴롭힌다. 마음 같아선 당장에 콘돔을 가져오라고 하고 싶지만, 배꼽까지 닿는 성기를 제 안에 넣도록 허락할 자신은 또 없었다.

젖은 살에 비벼지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질 줄이야.

하나는 오싹오싹한 배뇨감을 느끼며 발가락에 힘을 주었다.

“씹.”

욕설을 내뱉은 그가 상체를 세우더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힘으로 치받기 시작했다. 쾅쾅 부딪혀 올 때마다 그녀의 몸이 위로 밀려났다. 커다란 침대가 싸구려 매트리스라도 된 것처럼 흔들리고, 제 침과 애액에 젖은 성기는 오일을 바른 것처럼 반들거렸다.

남자는 목에 핏대를 올리곤 미친 듯이 부딪쳤다. 어느덧 분홍빛 선단의 중심, 자그마한 요도가 뻐끔대더니 묽은 정액이 그녀의 가슴 방향으로 쏘아졌다.

왈칵거리며 쏟아져 나온 정액이 그녀의 가슴 위로 주르륵 흐른다.

“하아, 하아…. 젠장…. 하아.”

그제야 하나는 몸에 힘을 풀었다. 곧 다리를 시트에 툭 내려놓은 그가 양손으로 그녀의 얼굴 옆을 짚는다. 그러곤 마라톤이라도 한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입술을 포개려 했다.

하나는 그런 줄리오의 입술을 손바닥으로 막았다. 내리깔려 있던 갈색 속눈썹이 들린다. 잠시나마 그녀를 향한 시선에 사나운 빛이 감돌았다.

“마무리 키스까지 하면, 우리가 진짜 섹스라도 한 거 같잖아.”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턱선을 따라 흘렀다.

줄리오는 온통 분홍색이 되어 버린 그녀를 내려다보며, 제 입을 막은 손을 떼어 냈다.

“서로 착각할 일 없으니, 이 정도는 해도 돼.”

끼워 맞추긴.

숨이 포개지고 서로의 입술이 열린다. 하나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눈을 감았다. 어차피 밀어낼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자 아랫입술을 깨물어 당긴 그가 손깍지를 끼더니, 입술을 붙인 채 속삭였다.

“정액은 차가운 물로 닦아야 하는 거, 알고 있어?”

정말이지 하등 쓸모없으며 신박한 잡소리를 이 남자에게 듣게 될 줄이야.

“그걸 내가 알아야 해?”

“내가 네 몸에 두 번이나 쌌는데, 당연히. 거품 내서 닦아도 끈끈할걸.”

“다 알면서 얼굴에까지 쌌니?”

“보기 좋던데.”

“변태 새끼.”

하나는 힘없이 그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미친놈이 또다시 아래를 세우기 시작한다.

머리털이 쭈뼛 서고 두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걷어차 버릴 생각을 하며 잡힌 손을 빼는데, 닫혀 있던 방문이 벌컥 열렸다.

“이하나… 씨.”

놀란 하나는 손에 잡히는 것들을 끌어모아 몸을 가렸다.

“에이씨, 유은성 씨!”

드물게 당황한 모습이 즐거운지, 빨개진 뺨에 입 맞춘 줄리오가 시트를 당겨 그녀의 몸을 덮어 버린 뒤 일어난다.

“매너가 없군, 리우.”

유은성은 시트 밖으로 빼꼼 빠져나온 그녀의 하얀 발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줄리오를 번갈아 보며 티 나지 않게 주먹을 말아 쥐었다.

“볼일 끝났으면 나가십시오. 이하나 씨와 할 말이 있으니.”

“좆 선거 안 보이나? 우리 아직 안 끝났어. 한창이었다고.”

줄리오는 테이블에 놓인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그러며 매트리스 끝에 걸터앉아 하나의 작은 발을 움켜쥐었다. 흠칫 놀란 그녀가 발을 빼자 즐겁다는 듯 큭큭거리며 웃는다.

“그쪽이야말로 계속 거기 서 있을 거야? 방해하지 말고 나가 줬으면 하는데. 아, 상처는 괜찮나? 어때. 죽다 살아난 기분은?”

줄리오는 담배 연기를 뿜으며 성기를 잡고 위아래로 쓸었다.

그 모습을 차갑게 노려보던 은성의 입꼬리가 비틀린다.

“이하나 씨, 나 좀 보죠. 5분 안에, 내 방으로 와요.”

은성은 제 할 말만 내뱉곤 방에서 나갔다. 그제야 하나가 시트를 걷어내며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하지만 이내 줄리오에게 잡혔다.

담배를 입에 문 그가 그녀의 허릴 감싸 안으며 침대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낮춘다.

“갈 건가?”

“가야지. 물어볼 거 있어.”

“둘이 무슨 사이지?”

“무슨 사이냐니? 그쪽이 붙여 놓은 사이잖아. 내 보디가드라며.”

“정말, 그것뿐?”

“…그럼? 뭐, 리우가 내 숨겨 놓은 애인 같은 건 줄 알아?”

그는 대답 대신 테이블 위에 담배를 비벼껐다.

하나는 한숨을 내쉬며 속으로 숫자를 셌다. 봐 주는 건 여기까지.

“셋 셀 동안 안 놔주면, 다시 원점이야.”

“무서운 협박이군.”

“하나, 둘….”

정말 무섭긴 한 건지, 줄리오는 셋을 세기 전에 그녀를 놓아주었다.

제가 움켜쥐었던 허벅지에 든 멍과 팔에 난 손톱자국이 선명하다. 와중에도 남자의 몸에 상처를 냈다는 게 어처구니없고 황당했다.

하나는 정액으로 엉망이 된 옷을 모두 벗어 버린 뒤, 욕실 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침대 위에 비스듬히 앉은 그가 그녀를 빤히 보며 할 말이 많은 표정을 짓는다.

결국, 하나는 돌아서서 줄리오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네가 싸지른 거, 네가 닦아. 찬물 말고 따뜻한 물로. 깨끗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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