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74)
  • 21.

    시현은 사무실 불을 끄고 문을 닫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건물 밖으로 나가는데 가방에 넣어 둔 핸드폰이 울려 댔다.

    발신자를 확인한 시현은 건물 앞에서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입니까?”

    일부러 딱딱하게 말했다.

    -퇴근했나?

    “지금 퇴근하는 길이에요.”

    -시현아. 집으로 와.

    그가 이름을 부르자 목이 탁 막혀서 대답하지 못했다.

    매일 사무실에서 보면서 남들 보라고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데이트하고 있었다. 그래서 퇴근 이후에는 따로 살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었다.

    “퇴근하는…….”

    -집으로 퇴근하면 되잖아.

    솔직히 애인이어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만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는 강행군처럼 밀어붙였다.

    시현은 깔끔한 정리를 원하면서도 무진에게 두근대는 심장을 멈출 수 없었다.

    무진의 목소리만 들어도 계약이나 이혼은 머릿속에서 몰아내려고 할 정도였다.

    서로에게 솔직한 적이 단 하루도 없었을까.

    왕 할머니의 돈을 받고 도망칠 때나 지금이나 시현의 마음은 같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은밀한 공간에서 나쁜 짓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을 수 없었다.

    손대면 안 되는 달콤한 것에 중독되어 이제는 해독조차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 

    시현은 자석처럼 그의 말에 이끌려 낯선 이방인처럼 그의 집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불꽃 같은 사랑이 없었는데 즉흥적으로 결혼해서 잘 살 때처럼 그는 편한 티셔츠에 바지를 입고 있었다.

    왠지 편하고 익숙한 모습이었다.

    자신과 무진이 하는 데이트는 부부로 살면서도 절대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서로 자극만 주고받는 묘한 관계가 되었으니까.

    “왜 불렀어요?”

    그는 대답하지 않고 시현에게 키스하며 치마를 걷어 올렸다.

    이렇게 원초적인 자극만 기대하고 있었는지 손이 닿자 시현의 몸은 정직하게 그에게 반응했다.

    “시현아.”

    그가 부르는 이름이 달콤하고 쌉싸름한 초콜릿처럼 느껴졌다.

    이혼할 수밖에 없는 아내를 앞에 두고 그는 남동생을 볼모로, 계약을 우선하는 것을 당당하게 보였다.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계약이었지만 위약금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었다.

    부부니까 구속력이 있는 지금의 관계가 당연한데, 왜 그가 사랑한다고 말하면 믿지 못할까.

    시현은 자신이 무엇 때문에 도망쳤는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시현의 목덜미부터 잘록한 허리 아래로 드러난 곳까지 내려갔다.

    뜨거운 시선을 느낀 시현은 긴장감에 숨을 잔뜩 들이켰다.

    그가 시현의 목덜미를 손가락으로 훑듯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치웠다.

    “못 참아서 부른 거야.”

    그가 시현의 새하얀 피부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그리고 치마 끝이 올라가 시현의 늘씬한 다리에 시선이 박혔다.

    그의 손이 점차 내려가 치마에 가려진 탄력적인 둥근 엉덩이와 미끄러지는 듯한 허리 곡선을 따라갔다.

    그가 손을 뻗어 앞쪽으로 가져갔다.

    “그새 젖었네.”

    일부로 야한 말로 자극하는 것을 알기에 시현은 고개를 내저었다.

    몸을 밀착하며 시현의 귓불을 살짝 깨물며 그가 나직이 말했다.

    “넌 거짓말을 참 못 해.”

    시현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읏.”

    그가 맨살을 천천히 매만지자 시현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반응하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어도 잇새 사이로 새어 나오는 소리를 막지 못했다.

    그에게 길든 것처럼 손만 닿았는데도 흥분으로 주체할 수 없었다.

    무진의 손이 시현의 몸을 야릇하게 더듬었다.

    “아…….”

    “벌써 이러니까 좋은걸.”

    그가 손으로 시현의 허리를 손으로 움켜잡으며 압박했다.

    손으로 문질러지는 자극에 시현의 몸이 반응하며 젖어 가고 있었다.

    그때 무진이 커다란 손으로 시현의 다리 사이를 쓰다듬으면서 문질렀다. 만지는 것뿐인데도 온몸이 흥건하게 젖어 들었다.

    “음.”

    신음을 참는 소리가 시현의 잇새로 흘러나왔다.

    그가 다른 손으로 속살을 헤치고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자극에 시현이 깨물고 있던 입술을 벌렸다.

    “읏.”

    다리를 오므려 보았지만, 그가 힘을 주자 틈새가 허무하게 벌어졌다.

    힘이 들어간 몸이 가늘게 떨리며 강우의 손이 빠져나간 자리가 흥건하게 젖는 느낌이 들었다.

    예민한 곳에 닿는 자극적인 접촉에 쉴 새 없이 흘러나오는 신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

    “이렇게 반응해 주면 내가 못 참지.”

    낮은 무진의 목소리에 시현의 얼굴이 붉어졌다.

    비아냥거리는 말이 야릇하게 들리며 몸이 뜨거워지는 것이 미칠 거 같았다.

    그의 손길에, 유혹하듯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더 강한 쾌락을 원하는 것처럼 격렬하게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반응하지 않으려고 시현이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그러나 강하게 박히는 손길에 날씬한 두 다리가 휘청이며 덜덜 떨렸다.

    버텨 보려고 그가 주는 자극에 무심한 척해 보려 입술을 잘근거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 손이 속살을 문지르자 다른 손 하나가 그녀의 몸을 따라 흘러내렸다.

    몸을 떠는 그녀의 모습을 내려다보던 무진의 눈빛이 짙게 어두워졌다.

    여린 살갗이 그의 손길에 불에 타는 듯 뜨거웠다.

    무진의 손이 밀고 들어오자 시현의 몸이 위아래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하게 찔러 대는 감각에 온몸이 뜨겁게 타는 듯했다.

    버둥거리며 벗어나려고 할수록 그가 주는 감각에 깊은 빠져들어 흠뻑 젖어 갔다.

    결혼해서 까무러칠 때까지 시달렸던 감각이 다시 시현의 몸을 휘감았다.

    손끝이 스치기만 하는데도 가쁜 숨이 신음과 함께 터졌다.

    앞뒤로 흔들리는 시현의 몸을 바라보며 그가 더 빠르게 찔러 댔다.

    그가 몸을 숙여 그녀의 목덜미를 핥으며 강렬하게 찔렀다. 여전히 손은 거칠게 비집고 들어와 그녀를 흠뻑 젖게 했다.

    시현은 참을 수 없는 전율을 느끼며 무진의 몸을 조여들었다.

    여린 살갗이 홧홧하게 느껴졌다.

    젖은 그의 입술이 여린 살갗을 베어 물었다가 살며시 놓아줄 때마다 시현이 달뜬 신음을 내쉬었다.

    “아…….”

    그가 경련하듯 몸을 떠는 시현의 몸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짜릿한 감각이 중심부로 몰려들어 시현의 옅은 눈동자가 흐릿해졌다.

    다리 사이를 휘젓던 자극에 간신히 버티던 다리가 무너지려고 했다.

    그가 탄탄한 다리로 시현이 무너지는 것을 막았다.

    벗어나려고 버둥거려도 소용이 없다는 듯이 그는 단번에 시현에게 몸을 밀어붙였다.

    “앗!”

    짜릿한 감각이 다리 사이로 확 몰려들어 얼얼한 통증에 시현이 몸을 격렬하게 떨었다.

    시현은 숨만 몰아쉬었다.

    온몸을 달구는 아찔한 감각에 불길에 빠져들고 있었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몸은 그에게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간신히 숨을 내쉬자 그가 거칠게 튕기며 들어왔다.

    버거운 그를 받아들인 시현의 몸이 세차게 흔들렸다.

    순간 짜릿한 쾌감이 그녀의 온몸에 휘몰아쳤다. 그녀가 참지 못하고 몸을 비틀자 오히려 깊은 곳에서 쾌감이 커졌다.

    강렬한 힘에 빠르게 밀어붙여지는 시현이 앞뒤로 세차게 흔들렸다.

    그가 그녀의 귓불을 핥으며 계속 밀어붙이고 하얀 목덜미를 짐승처럼 물었다.

    짜릿한 자극이 시현을 쾌락으로 휘감았다. 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입안으로 혀가 들어와 휘젓자 시현의 몸이 뒤로 한껏 휘었다. 시현은 그의 팔을 움켜잡고 몸부림쳤다.

    격렬한 움직임에 시현의 입술이 떨어지면 무진은 다시 집요하게 입술을 물었다. 붉은 입술이 점점 더 부풀어 올랐다.

    야한 신음은 그의 입 안으로 삼켜졌다.

    시현의 몸이 뒤로 한껏 젖혀지자, 하복부로 쩌릿하게 힘이 들어갔다.

    그가 스퍼트를 올리기 시작했다. 빨라지는 움직임에 시현의 몸이 마구 흔들렸다. 그때.

    절정에 도달한 시현이 숨이 넘어갈 듯 신음을 내질렀다.

    “아!”

    한번 터진 절정의 쾌감이 멈추지 않았다.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주저앉은 시현을 번쩍 안아 올렸다. 침대 위에 던져진 시현은 그제야 숨을 골랐다.

    손가락 하나, 발끝 하나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지나치게 격한 정사에 몸에 힘이 전부 빠진 것 같았다.

    방금까지 절정에 치달았던 몸은 그가 다시 밀어붙이자 아까보다 훨씬 강한 쾌감을 선사했다.

    시현은 열기로 흐려진 눈으로 격렬하게 움직이는 무진만을 보았다.

    마침내 절정에 오르고 온몸이 쩌릿하게 쾌감에 전율했다.

    *** 

    새벽에 무진하고 다시 뜨겁게 시간을 보낸 시현은 낮에 잠에서 깼다.

    근무 시간을 변경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 외부 일정이 있는 것으로 아침까지 함께 있게 되었다.

    아직 눈을 뜨지 않은 무진의 품에서 살며시 손을 들어 그의 심장 부근에 올려보았다.

    심장이 뛰는 걸 느끼며 어쩌다가 엉망진창이 된 관계로 정사를 나누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이런 관계로 계속 지낼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시현은 무진하고 함께하기를, 그가 주는 쾌락에 도무지 벗어나는 게 쉽지 않았다.

    사랑하고 그가 익숙하지만, 마음이 찢어지는 괴로움도 있었다.

    영원히 그의 할머니하고는 함께할 수 없기에 시현은 그를 포기하는 것으로 결단을 내린 거였다.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 무진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현이 무진의 가슴에 올렸던 손을 뗐다.

    침대에서 일어나려는데 언제 깼는지 무진에게 손을 붙잡혔다.

    “무슨 생각해?”

    “그냥 뭐.”

    “미국에서 정리 안 한 짐도 가지고 왔는데, 여기서 같이 살아.”

    “그건 생각해 본…….”

    답을 듣고 싶지 않았는지 그가 입술을 포갰다. 거침없는 키스에 그를 밀어낼 생각조차 안 한 시현이 눈을 질끈 감았다.

    환하게 빛이 들어오는 낮에 서로의 숨결을 나누어 가졌다.

    침실을 겨우 벗어난 시현과 무진은 멋쩍게 웃었다.

    무진이 과일을 깎는 것도 놀라웠는데 간단한 요리를 해서 그녀 앞에 놓았다.

    “김치볶음밥이네요.”

    “양파도 썰어 넣었어.”

    “아주머니가 계실 텐데 이런 건 언제 한 거예요?”

    “출장 갔다가 와서 해 주려고 연습했지. 네가 도망을 가는 바람에 할 기회가 없었고.”

    그녀를 탓하고 있지만 하는 짓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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