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선하지 않습니다. 남편을 제 어미에게 빼앗기고 홀로 외로이 지내면서도 제게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 당신이… 제 불순한 마음 따위는 짐작도 하지 못한 채 그리 웃어 주는 당신께서 더욱 선합니다.’
수줍은 소년처럼 혀를 섞던 베네딕트의 호흡에 괴로운 신음이 번졌다. 그녀의 혀를 건드리며 타액을 빠는 입맞춤이 강해지며 키스가 더욱 짙어졌다. 마침내 베네딕트의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꽉 움켜쥐었을 때, 혜미가 그에게서 입술을 간신히 떼어 냈다. 그리고 욕망이 일렁이는 베네딕트의 푸른 눈을 보며 속삭였다.
“이거 봐. 사랑한 거잖아….”
“저는 그런 감정을 모릅니다, 폐하.”
“우리 엄마 왜 죽었어요? 당신이 죽였어?”
혜미가 그를 보며 낮게 속삭이자 베네딕트가 그녀의 등을 꽉 짓누르듯 끌어안았다.
“…버릇없게 굴지 마십시오.”
피부에 닿은 손에서 그의 마력이 폭발하듯 터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물빛 눈동자가 어지러이 흔들렸다. 동시에 그가 가로막고 있는 방 저편에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발… 황후 폐하, 제발…. 흐윽….”
흐느끼는 소년 베네딕트의 목소리. 그는 분명히 울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 겹쳐진 누군가의 목소리. 꺼져 가는 목소리는 마치 바스락거리는 낙엽같이 희미했지만 전하는 바는 분명했다.
“그러지 말아요. 베네딕트. 나는… 나는 황궁에 들어온 이후, 늘 죽고 싶었으니까.”
“으앙…! 으아아앙…!”
베네딕트가 뭐라고 울부짖자 갓난아기가 큰 소리를 내며 숨이 딱 넘어가게 울었다. 아기 울음소리에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더 듣고 싶어. 더 알고 싶어.
혜미의 손이 베네딕트의 얼굴을 더듬었다. 그녀의 체온이 닿아 오자 그의 얼굴이 다채로운 표정을 보이며 일그러졌다. 무기질로 된 조각같이 생겼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역시 괴로운 표정을 지을 줄 아는 인간이었구나. 혜미는 홀린 듯 양손으로 그의 얼굴을 매만졌다.
“아기를 부탁해요. 그대에게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나는… 내게는 아무도 없잖아요. 내 아기만은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폐하…. 폐하…!”
“황제 폐하께서 나의 죽음을… 과연 슬퍼하시기라도 할까요…?”
“으아아앙…! 으앙! 으아아아앙!”
베네딕트의 두 눈에서 길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눈을 깜빡이지도, 거친 숨을 몰아쉬지도 않았다. 마치 잘 빚어진 석상이 울고 있는 것 같은 모습. 혜미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였다. 그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엄지로 훔쳐 낸 후, 맛보듯 천천히 혀로 핥았다.
오랜 슬픔을 농축시켜 놓은 것 같은 맛이었다. 혜미는 눈물에 젖어 가는 베네딕트의 아랫입술을 다시금 입 안에 삼켰다. 슬픔이 물든 입술이 마침내 느리게 열렸다. 젖은 숨이 터지며 뜨끈한 혀가 그녀의 틈새로 파고 들어와 입 안의 속살을 애무하듯 진하게 쓸었다.
그녀의 혀를 어디에도 가지 못하게 제 것으로 뒤섞고 타액을 빨아들이는 키스에 절박함의 크기만큼 강렬한 그리움이 뚝뚝 흘러넘쳤다. 혜미의 머릿속에서 다니엘라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착한 사람. 날 그냥… 보내 줘요. 그대의 손으로 다정하게 나를 끝내 주세요.”
“싫습니다…. 저는 할 수 없습니다, 폐하…. 하아… 아아….”
항아리에 갇힌 채 발정기를 맞이한 두 마리의 뱀처럼 혀가 점점 더 세게 얽혔다. 베네딕트의 손이 그녀의 머리를 감싸듯 틀어쥐었다. 혀로 길게 핥는 입맞춤은 애달프고 진득했으나 그만큼의 욕망을 싣고 있었다.
깊게 들이쉬었다가 내뱉는 베네딕트의 숨결이 짙어질수록 타액이 점점 끈적하게 변해 갔다. 혜미가 그의 목에 양팔을 걸고 매달리는 순간, 베네딕트가 그녀에게서 간신히 입술을 떼어 내고 중얼거렸다.
“…여기까지만.”
욕망에 흐트러진 얼굴을 한 교황이 그녀의 젖은 입술을 손으로 느리게 쓸었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잠긴 그의 성대를 가르며 속삭임을 뱉어 냈다.
“폐하께서 엿볼 수 있는 제 기억은 여기까지입니다.”
혜미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더 이상 그에게 휘둘리던 어린 황녀가 아니었다. 아직 부족했다. 그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더 알아야 했다.
“내게 명령하지 말아요. 난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아야겠으니까요.”
“욕심이 과하십니다, 폐하.”
“그걸 이제 알았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연한 하늘빛 눈동자가 슬쩍 휘어지며 흐리게 웃는 모습에 속절없이 심장이 아득해졌다.
“아니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요. 아이였던 폐하께서 제 손을 움켜쥐셨을 때부터요.”
“나는 당신이 진짜… 마음에 안 들어요….”
혜미가 그의 눈동자를 마주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런데 마음이 왜 이렇게 아픈 거지…?’
베네딕트가 그녀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머릿속을 그대로 읽은 것처럼 내뱉었다.
“저를 보면 아련한 느낌이 드십니까. 제 눈동자를 보면 슬픈 기분에 빠지십니까. 울컥거리십니까. 심장이 젖어 들며 뜨거워지십니까.”
“…….”
“당연하지 않습니까.”
“…….”
“황후께서 폐하를 잉태하신 순간부터 폐하께 제 마음속의 간절한 외침을 고스란히 퍼부었으니까요. 폐하께선 절 거부하지 못하십니다. 제가 그리 만들었습니다. 황후께서 소중히 여기시는 이가 간절히 저를 원하도록.”
“…….”
“이제야 각인의 의미를 좀, 아시겠습니까?”
혜미는 그제야 깨달았다. 눈앞에서 눈을 가늘게 뜬 채 웃고 있는 베네딕트는 완전히 미친놈이었다. 언제부터 미쳤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제가 폐하의 몸과 정신에 저를 새겨 넣었다는 뜻입니다.”
중요한 건, 그가 서서히 괴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혜미가 그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이듯 내뱉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목소리에 작은 울음이 차올랐다.
“나는… 황후의… 내 어머니의 대역 같은 게 아니에요.”
“당연한 말씀을 하십니다. 그분을 대신할 수 있는 이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내게 집착하죠?”
늘 대답을 망설이지 않던 베네딕트가 이번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방법은 겹겹이 둘러싸인 그의 벽을 무너뜨리는 것뿐이었다.
“…이런 걸… 바라고 있어서인가요…?”
혜미가 베네딕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하얀 목에 생채기가 나도록 빨며 혀로 자극하자 베네딕트의 온몸에서 푸른빛이 터져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그녀가 뒤로 강하게 떠밀렸다.
“흣…!”
“…에데르트.”
그녀가 열었던 문이 바로 등 뒤에 있었다. 베네딕트가 그녀를 벽에 몰아세운 후, 혼탁해진 푸른 눈을 가늘게 떴다.
“당신이 마력으로 날 상처 입힐 수 없다는 거 알아요.”
혜미가 베네딕트를 향해 작게 내뱉었다.
“같은 상성을 띠는 마력이 충돌할 수 있을 리가 없죠. 내 몸을 치료하면서 당신이 마력을 퍼부어 넣었을 테니까.”
베네딕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혜미는 그녀의 직감이 맞아 들어갔다는 것을 확신했다. 로즈는 이 정도의 마력을 퍼부었던 상대는 제 수명의 반을 줄였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의 손을 붙잡아 제 가슴에 가져가자 닿기도 전에 젖꼭지가 흥분에 빳빳하게 곤두선다. 잠든 그녀에게 찾아온 그를 거부하지 못했던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내 몸을 이따위로 반응하게 만든 것도 당신이잖아.”
“폐하를 살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베네딕트가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틀어쥐는 순간,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입술이 다시 붙었다. 자석처럼 끌리는 힘을 막아 낼 여력이 없었다. 유방을 뭉근히 주무르며 혀를 진하게 돌려 빠는 베네딕트의 몸에 혜미가 매달려 헐떡였다.
“저주할 것입니다…. 저는 클라웨 황가 전체를 저주할 것입니다…! 클라웨의 피를 받은 그 누구의 결말도 아름답지 않기를…!”
어린 에데르트가 버둥거리며 마치 어미의 죽음을 감지하기라도 한 듯 크게 울었다. 베네딕트의 뜨거운 눈물이 후드득 떨어지며 아기를 감싸고 있는 강보에 떨어졌다.
“하아…. 하아….”
“상처 입히고 싶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클라웨 전체를 죽여 버리고 싶었지요….”
입술을 붙인 채, 베네딕트가 그녀의 옷깃 사이로 손가락을 미끄러트렸다.
“흐음…!”
또다시 깃털 같은 터치로 그녀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자 혜미의 허리가 가늘게 떨렸다. 베네딕트의 부드러운 입술이 그녀의 턱을 타고 자연스레 내려와 목에 닿았다. 이를 박고 쇄골 사이를 쭉 빨아들이는 움직임에 오금에 힘이 풀렸다.
베네딕트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며 예민한 귓불을 입술에 물었다. 손가락으로 맨가슴을 건드리자 유두가 꼿꼿하게 일어섰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가 한 손으로는 젖꼭지를 부드럽게 꼬집고 다른 손은 그녀의 다리 사이로 미끄러뜨렸다. 갈라진 좁은 틈새에 손가락을 밀어뜨린 후, 질척하게 젖은 애액을 손에 묻히고 음핵을 톡톡 건드리자 허리가 저절로 움찔거렸다.
“하아….”
“제가 왜 폐하께 집착하느냐고 물으셨습니까? 대답을 해 드리겠습니다. 그분의 바람대로 폐하께서는 반드시 황제가 되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 아, 흣…!”
피가 몰려 부푼 음핵 전체를 둥글게 매만지자 쾌감이 한곳으로 내달렸다. 주르륵. 안에서 맺히던 것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이 생생히 느껴졌다.
“외롭고 힘든 시간을 고스란히 맞이하시겠지요. 본인의 욕망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상처 입히시겠지요. 최고 꼭대기에 있으면서도 더욱 강한 힘을 위해 타인의 눈에 피눈물이 흐르게 만드시겠지요. 그리고 본인 역시 잡히지 않는 신기루를 바라보며 괴로워하시겠지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아, 그… 그만… 흐응…!”
“그 곁엔 언제나 제가 있을 테니까요. 마법사들. 클라웨 황족을 위해 희생당할 운명을 받아들인 불쌍한 제가 말입니다.”
절정 직전, 베네딕트가 그녀의 음모를 손가락에 움켜쥐었다. 예민한 둔덕이 잡아당겨지는 아찔함 속에서도 끝까지 채워지지 못한 쾌감에 내벽이 욱신거리듯 아파 왔다.
“결국 서로를 저주하며 죽어 가도 괜찮겠군요. 제 어미와 폐하의 아비처럼.”
완벽하게 비틀린 인간의 속내를 들여다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혜미는 문득 몸에 힘이 꽉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부족한 자극을 채워 달라 항거하듯 몸이 달아오름과 동시에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었다.
“베네딕트.”
혜미가 흥분에 달아오른 얼굴을 찌푸리며 그를 향해 속삭였다.
“불쌍한 사람.”
베네딕트의 눈매가 더욱 가늘게 늘어났다. 그녀는 그의 옷을 말아 올리고 벨벳 같은 그의 피부를 떨리는 손으로 느리게 쓸었다.
“당신이 평생 다니엘라의 그늘에서 못 벗어났다는 건 잘 알겠는데….”
그녀의 손이 조각상 같은 베네딕트의 복부를 지나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앞섶을 헤치고 단단히 일어선 살덩이를 손에 쥐었다.
“엄마는 이미 죽었잖아요.”
고개를 치켜든 성기가 혜미의 손 안에서 움찔거렸다. 혜미는 베네딕트의 페니스를 손으로 강하게 훑으며 잇새로 내뱉었다.
“복수할 상대를 잘못 찾았어요. 난 그녀가 아니라고요.”
베네딕트의 입술에서 색정적인 신음이 터져 나갔다. 그가 인상을 찌푸린 채 그녀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역시 클라웨의 피는 어디 가지 않았다.
“예. 그분은 폐하처럼 이리 천박하게 구실 분이 아닙니다.”
“당신은 누구보다 그녀와 이렇게 천박해지고 싶었던 건 아니고요?”
혜미가 반항하듯 내뱉으며 척척하게 젖은 그의 선단을 손바닥으로 지그시 마찰했다. 선 채로 한쪽 다리를 들어 그의 허리를 감았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엉망으로 젖어 부풀어 오른 내벽이 욱신거리며 삽입을 원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안에서 선액을 흘려대는 단단한 것을 집어삼키고 싶다고 외치고 있었다.
“…다니엘라를 가지고 싶어서… 그런데 가질 수 없어서… 그러다 그녀가 죽어 버려서… 머리 한구석이 완전히 미쳐 버린 거 아니냐고요.”
베네딕트의 성기를 쥐고 회음부에 문지르자 그가 그녀의 입술을 혀로 길게 핥으며 낮게 신음했다. 뭉툭한 끄트머리가 입구에 걸리는 순간 혜미가 고개를 위로 치켜들었다. 빨리. 아아. 빨리.
“흣…!”
그가 허리를 지그시 누르자 촉촉하게 젖어 갈라진 틈새로 기다란 성기가 빨려 들어가듯 깊숙이 자취를 감추었다. 혜미의 내벽에서 미끈한 애액이 저절로 샘솟았다.
“폐하….”
기다란 페니스로 그녀의 속살을 가른 채, 베네딕트가 꽉 다문 잇새로 속삭였다.
“그간 미천한 개들과 어울리더니 아주 질 나쁜 버릇이 드셨습니다.”
욕망과 분노가 뒤섞인 푸른 눈이 그녀를 뚫어질 듯 응시했다. 베네딕트와 정확히 같은 크기의 쾌감을 느끼며 혜미가 몸을 가늘게 떨었다. 베네딕트가 그녀의 아랫입술을 이로 지그시 물어 잡아당겼다.
“버릇을 고쳐 드려야겠군요.”
“평생 저 말고는 여자와 몸을 섞어 본 적도 없는 주제에… 교황님이야말로 말씀이 많으시네요.”
느릿하지만 확실하게 달아오르는 베네딕트의 숨결에 미약한 웃음이 섞였다.
“…도발입니까?”
“사실이잖아요.”
그와의 힘겨루기에서 이기기 위해 꺼낸 카드였다.
“예. 사실입니다.”
혜미가 꿀꺽, 마른침을 삼키자 베네딕트가 젖은 숨을 뱉어 내며 입술을 길게 늘어뜨렸다.
“그래서, 폐하께서는 제가 동정이었다는 사실에 더욱 흥분하십니까…?”
그녀의 턱을 손으로 쥐며 낮아진 목소리로 야하게 속삭였다. 혜미의 연보라색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심장이 의지와는 달리 크게 뛰었다. 내벽에 박힌 페니스가 꿈틀거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니. 착각이 아닌 걸까.
“제가 평생 폐하와 이렇게 될 시간만을 기다리며 수절이라도 한 것 같아 갑자기 안타까운 마음이라도 드십니까? 정에 약한 폐하께서는 불쌍한 마법사에게 적선이라도 하고 싶으신 거냐고 묻습니다.”
“그따위… 상관없거든요?”
의지와는 상관없이 목소리가 떨려 온다.
“그럼 폐하의 몸 안은 왜 이런 상태인 거죠?”
베네딕트가 속삭이며 혜미의 아랫입술을 툭, 툭, 건드렸다. 입 안으로 침범한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혀를 찾아내 느리게 매만졌다. 혜미는 그를 피하지도 못하고 뜨거운 숨을 몰아쉬었다.
“이렇게 뜨겁고, 완전히 부드럽게 풀어져 미치게 절 빨아들이는 이유는 제가 좋아서입니까?”
베네딕트가 연한 입술을 비틀며 손가락을 그녀의 혓바닥에 문질렀다.
“아니면 제 육체가 좋기 때문인가요, 흣…!”
말을 잇던 그가 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신음을 참았다. 그녀가 그의 손가락을 꽉 깨문 동시에 보란 듯 아랫도리에 힘을 주어 그의 성기를 압박한 까닭이었다.
“클라웨의 혈통답게 과연 음란하십니다.”
그가 허리를 뒤로 물렸다 깊숙하게 박으며 잔뜩 부풀어 오른 혜미의 내벽을 꾹 짓눌렀다. 그녀가 몸을 가늘게 떨며 반응하는 부분을 괴롭히듯 짓쑤시다 다시 쑥, 허리를 물려 빠져나가자 선홍빛 성기를 타고 선액과 뒤섞인 애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느껴지시지요. 폐하께서 제 좆을 꽉 물고 놔주지 않는 것.”
혜미가 쾌락에 몸을 떨면서 흐려진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제 눈엔 그런 말을 지껄이는 당신이 더, 하읏…! 변태 같아요.”
베네딕트가 잠시 숨을 멈추었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마치 먼 곳을 보듯 그녀를 응시했다.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가지 말라고 훌쩍거리던 겁 많고 약한 어린아이의 흔적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잔뜩 부풀어 오른 속살이 뻐근한 성기를 빠듯하게 조이며 쾌락과 고통을 동시에 선사한다.
“그래요. 그럼 이제 변태인 제가, 폐하께서 좋아하실 만한 말을 속삭여 드릴까요?”
베네딕트가 그녀의 귓바퀴를 입술로 가볍게 물었다. 부드러운 혀가 살갗을 쓸어내리는 느낌에 베네딕트의 성기를 꽉 물고 있는 내벽이 저절로 움찔거렸다.
“왜요. 제가 폐하께 사랑한다 고백이라도 할까 봐 긴장이라도 되십니까. 가슴이 떨리십니까.”
온몸의 솜털이 짜릿하게 곤두서는 느낌. 벌어진 혜미의 입술에서 마른 신음만이 터져 나왔다.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흐읏…!”
“제 비틀린 집착이 폐하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지금 제가 들락거리는 폐하의 이곳이 조금 더 뜨거워질는지요.”
“아! 아아…!”
“역시나 그렇군요.”
찌걱, 찌걱, 베네딕트가 그녀를 들어 안은 채 허릿짓에 속도를 높였다. 그가 내뿜는 숨결에 농밀한 사향이 번졌다.
“폐하께서 누군가의 배 속에 계실 때부터 폐하의 이 몸과 정신을 완벽히 제 것으로 만들 것이라 맹세하고 기다렸다면… 제가 폐하를 사랑했기에 황궁을 떠나면 사형이라는 황명을 거부하면서까지 세르노티로 달려가 제 마력을 퍼부어 폐하를 살렸다면. 저를 조금 더 뜨겁게 받아들여 주시겠습니까.”
“아아…! 흐응…! 아, 아니야…!”
거짓말. 거짓말이다. 혜미가 그의 등을 끌어안은 채 흔들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베네딕트가 깊고 유연하게 그녀를 파고들었다. 그가 자연스레 왕복할 때마다 애액과 선액에 뒤범벅된 페니스가 뿌리 끝까지 사라졌다 툭 불거진 귀두의 요철까지 모습을 드러내기를 반복했다. 바닥까지 뚝, 뚝, 미끈한 애액이 떨어질 만큼 흥분했다는 사실은 혜미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예쁜 입술로는 아니라 하시는데….”
혀로 그녀의 입술을 핥으며 내뱉는 베네딕트의 표정이 끔찍하게 음란했다. 감당할 수 없어 고개를 돌리는 혜미의 귓가에 그가 소름이 돋을 만큼 또렷한 말투로 정확히 속삭였다.
“흠뻑 젖은 폐하의 보지는 미천한 마법사의 좆을 격렬히 빨며 반응하는군요, 마음 약하신 나의 폐하.”
짤막해 이마를 가릴 정도였던 그의 은발은 어느새 잔뜩 길어져 눈부신 그의 나신을 덮고 있었다. 혜미가 숨을 몰아쉬며 그의 어깨에 손톱을 세웠다.
“그, 하아, 그런 말, 하지, 마, 흐응…!”
베네딕트가 그녀에게 고개를 기울이며 정념이 뚝뚝 떨어지는 벽안을 마주쳤다. 혜미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왜요, 싫으십니까?”
혜미의 엉덩이를 쥐고 흔들며 잔뜩 미끄러워진 내벽을 강하게 왕복하는 허릿짓은 멈출 줄을 몰랐다. 페니스 기둥이 더 들어갈 데 없이 내벽에 들이박힐 때마다 애액이 사방으로 튀어 나가며 질척한 소음이 번졌다.
“한껏 달아오른 폐하의 음란한 구멍 안에 제 이 더러운 좆을 직접 넣고 쑤셔 박는 것은 허락하셔도, 폐하의 옥체에 관해 추잡한 말을 지껄이는 건 마음에 안 드십니까? 저는 폐하께서 이런 걸 즐기는 귀여운 취미가 있으신 줄 알았는데요.”
색이 옅은 입술에서 마치 노래와 같은 신음 소리가 쉼 없이 흘러나왔다. 들이박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눈앞이 흐려졌다.
“이것 보세요. 완전히 뜨거워져 줄줄 흘리고 계시지 않습니까.”
밀어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의 본능은 그를 밀어내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몰랐다.
“그만… 아아 그만…!”
“정말 그만할까요, 폐하?”
베네딕트가 움직임을 딱 멈추고 그녀에게 물었다. 절정이라는 고지를 향해 달려가는 그녀의 팔다리를 누군가 잡아당겨 저지하는 느낌이었다. 쾌감에 절어 들어 혼탁한 빛을 띠는 푸른 눈동자가 혜미를 속을 꿰뚫듯 그녀를 응시했다.
“그… 그만… 흣…!”
더 원해. 아니. 원하지 않아. 그녀의 속에서 이성과 본능이 엉망으로 뒤엉켰다. 그 와중에도 쾌락을 갈구하는 질벽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베네딕트의 남근을 쥐어짜듯 자극하고 있었다. 그의 눈이 가늘게 뜨이며 입술이 소리 없이 벌어졌다.
“말과 행동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군요.”
잇새로 내뱉은 베네딕트가 잠깐 물렸던 허리를 다시 강렬히 처박았다.
“너무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이지 않습니까, 폐하….”
“아, 아흣, 아앙, 하으응!!”
예고 없는 아찔한 오르가슴에 혜미가 신음하며 몸을 떨자 베네딕트가 다시 그녀의 몸을 공중에서 흔들며 세차게 박아 대기 시작했다.
“이렇게 좋아하시면서 그만하라고 거부하는 건, 저를 자극하기 위해서입니까? 아니면 강제로 박히는 기분이 들어 흥분되기 때문입니까.”
베네딕트가 그녀의 여린 귓바퀴를 잘근잘근 씹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싫다고 하실수록, 전 마치 폐하께 벌을 주는 것 같아 몸이 달아오릅니다만.”
“날 흣, 왜… 대체, 왜 이렇게 괴롭혀요?”
혜미가 가까스로 그의 어깨를 붙잡고 뚝뚝 끊어지는 단어를 뱉어 냈다. 그 와중에 베네딕트에게 들이박히고 있는 내벽이 미치도록 기분이 좋았다. 쾌감에 눈물이 터질 것 같다.
“버릇을 고쳐 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내가, 흣, 내가 뭘 잘못했어…?”
“설마 아직도 모르십니까?”
격렬한 들숨 날숨에 바짝 말라가는 입 안이 느껴질 정도였다.
“저는 오직 폐하만을 십수 년이 넘게 기다렸는데….”
베네딕트는 온몸이 난도질 된 그녀를 대면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녀 때문에 죽은 황후 다니엘라의 희생도 모르고, 고작 그녀를 지켜야 할 개들과 인간적인 유대감을 나누다 살해당한 바보 같은 황녀에게 그는 얼마나 분노했었던가.
“고작 다른 인간을 믿은 이유로 시체가 된 폐하를 눈앞에서 마주해야 했을 때… 제가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혜미는 베네딕트의 눈을 보고 적어도 지금 이 순간 그가 내뱉은 말은 진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그녀는 이제 눈앞의 냉정한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을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내가 당신을 사랑했더라면 나는 아마도 당신을 위해 죽었겠죠.”
그녀를 응시하는 연한 하늘색 동공에 예감했던 서늘함이 번졌다. 혜미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내 곁에 있던 사람이 베네딕트 당신이었다면.”
혜미가 쾌감에 일그러진 얼굴로 몸을 움찔거리며 그에게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에데르트는 정에 굶주린 아이였으니까 자신에게 마음을 연 사람과는 무조건 사랑에 빠졌을 거예요. 그리고 그 결과는 같았을걸요? 다만 그 대상이 다를 뿐.”
혜미는 구겨진 얼굴로 숨을 몰아쉬는 그를 향해 쐐기를 박듯 내뱉었다.
“당신은 내 감정과 선택, 그 어느 하나도 지배할 수 없었을 거라고요.”
베네딕트가 입술을 질끈 깨물자 색이 연한 그의 입술에 핏방울이 맺혔다. 그녀에게 폭발적인 성적 충동이 이는 것은 베네딕트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의 말이 그럴싸하게 들렸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그만 입을 다무시는 게 좋겠습니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혜미의 둔부에 날카로운 아픔이 일었다. 그 바람에 안까지 자극되자 쾌감이 배로 튀었다.
“엉덩이를 맞으면서도 조입니까?”
“하윽…!!!”
“제가 때릴 때마다 폐하의 부드러운 구멍이 제 좆을 쥐어짜듯, 흣, 압박하는군요.”
“내가 사랑한 사람이 뼛속까지 뒤틀린 당신이 아니라 발터라서 천만다행…. 흐응…!”
찰싹!
베네딕트가 다시 한번 그녀의 하얀 살갗에 손자국을 남기며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입 다물지 않으면 더욱 수치스럽게 만들어 달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폐하.”
길쭉한 성기가 그녀의 속살을 강하게 비집었다 쑥 빠져나갔다. 쾌락의 정점을 긁어내리다가 갑자기 밑이 휑하게 허전해지는 느낌에 혜미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황녀는 베네딕트를 사랑해요. 너무 좋아.”
그녀의 머릿속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반복해 울려 퍼졌다. 베네딕트의 짓이 분명하다.
“아…! 흐응…!”
정제되지 않은 신음이 혜미의 입술 새로 번졌다. 질구에 미끄러지던 페니스가 다시금 그녀의 내벽을 강하게 쑤시며 속까지 박혔다.
“애들 장난 같은 짓은, 그… 그만…! 아앗!”
혜미는 선 채로 중심을 잃은 채 그에게 매달렸다. 베네딕트의 성기에 자신의 속살이 샅샅이 달라붙는 것이 스스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진득한 애액이 주르륵, 흐르며 회음부를 적신다.
“어쩌려고 제게 이러십니까…?”
베네딕트가 그녀의 입술을 비집으며 뜨겁게 속삭였다. 탄력적인 그녀의 다리를 붙들어 차례로 제 허리에 감고 안아 올리는 동작은 자연스러웠다.
“어쩌자고 저를 이리 도발하십니까…? 무슨 생각이십니까.”
베네딕트가 그녀를 안아 든 채 성기를 반복해서 박아 넣었다. 그가 걸치고 있던 가운이 흘러내려 아래로 떨어졌다. 아름다운 육체가 그녀의 몸을 샅샅이 유린했다. 혜미는 그에게 안겨 하얀 등에 손톱을 세운 채, 뜨겁게 신음했다.
“아아…!”
머릿속에서 베네딕트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울려 퍼졌다.
‘황족에게 사랑 따위는 사치입니다. 폐하께서는 평생 저를 거부하지 못하실 텐데…. 과연 폐하의 개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는지요.’
몸속으로 퍼져 나가는 쾌감 때문에 입을 열면 신음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혜미는 이를 악물고 그에게 박혀 진득하게 흔들렸다. 찔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살이 부딪치는 젖은 소음이 점점 커져 간다.
‘아, 이미 한 번 감당해야 한 적이 있었던가요.’
…뭐라고?
베네딕트의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와 쇄골에 차례로 떨어지며 그녀를 빨았다. 부드러운 피부에 혀가 문질러질 때마다 오소소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다.
‘숨이 끊어진 폐하와 제가 몸을 섞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마치 스스로의 목을 다시 쳐 버리고 싶은 것 같은 얼굴을 했었지요.’
베네딕트의 키스에 옅은 웃음기가 번졌다. 상상도 못 한 말에 혜미의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구경꾼 덕분에 제가 더욱 흥분했던 건 사실입니다만…. 흣….’
질벽이 저절로 수축해 그를 꽉 조이자 목덜미를 빨던 베네딕트가 고개를 쳐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흥분에 짙어진 베네딕트의 눈가가 붉었다.
“…거짓말.”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혜미를 향해 낮게 신음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거짓말하지 마요!”
선과 악을 가늠할 수 없는 은밀한 웃음이었다.
“그러기에 제 허락 없이… 사랑 같은 걸… 왜 하셨습니까.”
“이… 미친…!”
혜미가 그의 기다란 은발을 잡아채려 하자 베네딕트가 그녀의 팔목을 압박해 벽으로 붙였다.
“에데르트.”
“…에데르트.”
“좋아요. 배 속에 있는 내 아이의 이름은 에데르트로 하겠어요. 고마워요. 상냥한 마법사님.”
“정말… 이세요? 정말 제가 지은 이름으로 괜찮은 겁니까…?”
“나의 아이가 그대를 잘 따랐으면 좋겠네요.”
켜켜이 쌓인 욕망이 깃든 베네딕트의 숨결이 다시금 떨리는 그녀의 입술에 다가와 붙었다.
“저를 화나게 하지 마십시오.”
베네딕트가 그녀를 끌어안은 채 허리를 더욱 깊고 유연하게 움직였다. 깊숙한 곳을 비비며 자극하자 쾌감에 저절로 신음이 샌다.
“그럴수록 폐하는 잔뜩 비틀린 저를 거부할 수 없는 스스로를 증오하게 될 뿐일 테니까요.”
뜨겁고 질척이는 추삽질이 이어졌다. 기다란 은발이 그녀의 몸을 감싸며 녹일 듯 훑었다. 그의 페니스가 성감대를 쉴 새 없이 두드리며 내벽을 긁었다. 참을 수 없는 자극에 혜미가 콧잔등을 찌푸리며 울부짖었다.
“내 자궁은, 흑, 왜… 왜, 아흑…! 왜 없앤 거야!”
“벌써 거기까지 알아내셨습니까?”
“내가… 발터의 아이를 임신이라도 할까 봐서…?”
“그 아이가 폐하의 앞길을 막는 방해물이 되지 않기를 바랐을 뿐입니다. 폐하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하고 외로운 황제가 되셔야 하니까요. 하지만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베네딕트가 그녀의 속살을 격렬하게 올려치며 지독한 쾌감이 뚝뚝 흐르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는… 폐하를 클라웨의 마지막 황제로 만들 생각입니다만.”
결국 이것이었다. 베네딕트가 바라는 것은 클라웨의 번영과 부강이 아니라 제국의 멸망이었다.
“흑…! 흐읏…! 아…!”
“궁금증이 풀리셨으면….”
“아! 흐응! 으응!!!”
“이제 키스할까요. 폐하…?”
고개를 기울인 그가 코끝을 마주 대며 중얼거렸다. 각인한 상대와의 정사는 한 사람에게만 극도의 쾌락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었다. 본인조차 그 크기가 얼마 정도인지 알지 못했던 해묵은 욕망이 물꼬를 트는 순간, 마법사의 육체는 각인한 상대를 유혹하듯 환하게 빛을 냈다. 혜미는 오감으로 느껴지는 베네딕트의 숨 막히는 아름다움에 마치 목이 졸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선물을 간절히 바라는 표정이군요.”
입을 벌리고 선홍빛 혀를 내미는 그의 모습은 두려울 만큼이나 유혹적이었다. 혜미는 그의 혀를 빨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야 했다.
“하아… 흐으…!”
“폐하께는 역시… 제게 안아 달라고 팔 벌려 애원하는 표정이 가장 어울립니다.”
찌걱거리는 소음이 번질 때마다 쾌감이 깃든 애액과 선액이 한데 뒤엉켜 아래로 뚝, 뚝, 흘러내린다.
“입 맞춰 달라고 제게 애원해 보세요, 폐하.”
혜미는 열기에 가늘어진 눈으로 속삭이는 베네딕트를 보며 제 입술을 강하게 씹었다.
“그리하신다면 좋아서 엉엉 울게 만들어 드릴 테니, 어서요.”
베네딕트가 그녀를 함락시키듯 허리를 더욱 강하게 치대며 쾌감을 고조시켰다. 매끈한 조각 같은 그의 얼굴이 흥분에 일그러질 때마다 혜미 역시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참아야 했다.
혜미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베네딕트와 그녀의 몸은 서로에게 정확히 반응하고 있었다. 성기에서부터 시작되는 쾌감에 자잘한 오르가슴이 몇 번이나 스쳐 갈 때마다 베네딕트의 반응 역시도 같았다.
“빨리 싸고… 끝내시죠…. 그냥…. 하응…!”
“하아…. 입이 많이 거칠어지셨군요, 폐, 흣… 아….”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에게 몸을 치대며 베네딕트가 성기를 귀두까지 뽑아냈다가 뿌리 끝까지 강렬히 삽입하기를 반복했다. 아랫배에서 단단히 뭉치는 쾌감이 곧 폭발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흥분에 엉망진창으로 달아오른 베네딕트 역시 그럴 것이다.
“소원대로 다섯 번이고, 열 번이고 안에 싸드리겠습니다. 폐하.”
그의 목소리 중간 중간에 거친 숨결이 뒤섞였다. 여유를 잃은 대마법사의 몸에서 제어되지 못한 푸른 마력이 일렁였다.
“대마법사의 체액으로 폐하의 구멍을 흠뻑 적셔 쾌락의 늪 속에서 영원히 나오지 못하도록.”
치받는 속도에 불규칙적인 힘이 붙었다.
“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아니. 제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절정에 다다를 수 있도록 해 드리죠.”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지경에 다다른 순간, 혜미는 베네딕트에게 잡히지 않은 손을 뒤로 뻗었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는 것과 동시에 그의 몸을 강하게 발로 떠밀었다.
“흣…!”
쾌락의 정점에 도달하기 일보 직전에 떠밀려진 베네딕트가 그녀를 보며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혜미는 문을 거칠게 쾅 닫은 후, 크게 심호흡을 하며 그대로 암흑 속을 내달렸다. 알아내야 할 정보는 충분히 들었다.
“하아…. 하아…!”
하얀 돌을 따라 마구 달렸다. 그녀가 달려 나갈 때마다 벽에서 그녀가 지나왔던 모든 문들이 차례로 번쩍 열렸다. 마치 안에서 세찬 바람이 부는 것처럼 그녀를 잡아당겼다.
혜미는 앞만 보고 더욱 빠르게 다리를 움직였다. 기억에 잠식되면 시간이 더욱 지체된다는 것을 깨달은 탓이었다. 베네딕트는 마력을 이용해 그녀를 죽지 않게 살릴 테지만, 절벽에서 그녀와 함께 떨어져 물에 빠진 발터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