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화 (29/72)
  • “숨을 참으셔야 합니다, 폐하!”

    불길을 헤치며 발트리가 문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혜미는 저도 몰래 한 발 옆으로 물러섰다.

    이를 악물고 뛰어오는 발트리의 눈에 그녀는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깨진 창을 통해 칼을 든 또 다른 누군가가 등장했다.

    “누구냐…!”

    발트리가 어린 황녀를 안고 방 밖으로 뛰어나오는 순간, 혜미는 문을 거칠게 쾅 닫았다. 넘실거리는 불길이 문 뒤로 사라졌다. 아이를 안고 도망치는 발트리도 보이지 않았다.

    “…….”

    혜미는 문에서 비켜선 후,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문 뒤에 보이는 것은 그녀가 잃어버렸던 기억인 것 같았다.

    이제까지 지나온 문들을 열면 아마 최근까지의 기억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발터에게 들었던, 이든으로 살았을 때의 기억이다. 잠시 망설이던 혜미는 왔던 곳을 뒤돌아가는 대신 바로 옆에 있는 문을 벌컥 열었다. 그녀가 알고 싶은 것은 더욱 오래전. 이든 조차 잊었던 먼 과거의 일이었다.

    짹짹.

    이번에는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보라색과 노란색의 꽃이 잔뜩 피었고 그 위를 수많은 나비가 팔랑거리며 날았다. 드레스를 입고 철퍼덕 바닥에 주저앉아 돌멩이로 탑을 쌓고 놀고 있는 꼬마와 그 곁에서 무릎을 세운 채 앉아 그녀를 바라보는 긴 은발의 사내가 보였다.

    의심할 것도 없이 베네딕트와 어린 그녀였다.

    “저를 계속 외면하실 생각입니까…?”

    에데르트가 그를 힐끗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얼른 돌멩이로 시선을 돌렸다.

    “…베네딕트는 무서운걸. 저번에도 무섭게 하고 혼냈잖아.”

    “제가 그리 무서우시면 이제 오지 말까요?”

    베네딕트가 나직하게 되묻자 그녀가 쌓고 있던 돌멩이 탑이 와르르 무너졌다. 에데르트가 돌멩이를 쥔 채 천천히 그에게로 고개를 들었다. 마치 훈장처럼 목에 걸고 있는 화려한 붉은색 목걸이는 아직 어린 그녀에게 부담스러워 보였다. 황녀에게서 풀이 죽은 목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아무도 황녀를 찾아오지 않아요.”

    베네딕트가 차분한 물빛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했다.

    “유모 말고 내가 만날 수 있는 건 베네딕트뿐이야.”

    “…….”

    “황녀는 동생도 있어요. 아기가 보고 싶은데 유모는 안 된다는 말만 해요.”

    “황제 폐하께서는 황녀에 대한 애정이 넘치시기에 폐하를 안전하게 모시는 것뿐입니다.”

    “난 황제 폐하의 얼굴도 모르는걸.”

    “…폐하께서 궁금해할 가치가 있는 정도로 아름다운 용안은 아니십니다.”

    “어떻게 생겼는데?”

    베네딕트가 제 눈을 양손으로 쭉, 찢어 날카롭게 만들자 에데르트가 입을 벌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그녀를 보며 베네딕트 역시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예쁘다.”

    에데르트가 배시시 웃으며 덧붙였다.

    “베네딕트는 웃는 게 진짜 예뻐요. 그림책에서 본 천사 같아.”

    “…누군가도 제게 폐하와 비슷한 말씀을 한 적이 있습니다.”

    “누구?”

    “돌아가신 황후이십니다.”

    에데르트의 얼굴이 이내 시무룩하게 바뀌었다.

    “교황님이 황녀의 어머니 이야기를 하는 거 난 싫어.”

    “…왜죠?”

    “베네딕트가 무서워지니까.”

    어린 황녀가 말이 없는 그의 눈치를 보며 쭈뼛거리다 물었다.

    “베네딕트 얼굴 만져도 돼요?”

    “원하신다면.”

    고사리 같은 손이 베네딕트의 양 뺨에 닿았다. 베네딕트가 초점이 흐릿한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만남의 회차가 반복될수록 말이 정확해지는 에데르트가 또렷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유모가 그랬어요. 황녀는 교황님과 각인한 후계자라고. 그러니까 황제가 될 거라고요.”

    “예. 맞습니다.”

    베네딕트가 그녀를 보며 웃었다. 어린 그녀가 교황의 얼굴에서 손을 떼고 그의 손을 대신 움켜쥐었다.

    “그러면 저는 교황님과 결혼할 거예요. 베네딕트를 제 부마로 삼을 거예요.”

    “저를요?”

    “네.”

    “왜죠?”

    되묻는 베네딕트의 얼굴은 무표정해 차갑게까지 보였다. 황녀는 그의 얼굴을 보며 열심히 답을 고민했다. 마침내 에데르트가 제 목에 걸고 있던 보석을 그에게 내보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황님은 황녀 때문에 손이 많이 아팠으니까요.”

    “…그걸 기억하십니까?”

    “응!”

    에데르트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래서 황녀가 교황님과 결혼해서 매일 매일 웃게 해 줄 거예요.”

    “저는 싫습니다만?”

    그의 딱딱한 대응에 에데르트는 조금 상처받은 듯했지만 애써 씩씩하게 말을 이었다.

    “…황제는 모든 걸 할 수 있어. 그러니까 교황님과 결혼도 할 수 있어요.”

    베네딕트는 어린아이와의 말싸움에서 져 줄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폐하께서는 제가 무섭다면서요.”

    “그거야… 교황님이 가끔 나를 무섭게 보니까….”

    에데르트가 주먹을 꽉 쥐고 변명하듯 중얼거린 후,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베네딕트는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다시 물을 뿐이었다.

    “그런 무서운 이와 왜 혼인을 합니까?”

    입술을 삐쭉거리는 에데르트는 이제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자수정을 닮은 연보랏빛 눈동자에 둥그렇게 물기가 차올랐다.

    “…그래도 나는 베네딕트가 좋은걸.”

    “제가 왜 좋습니까? 저는 황녀님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요.”

    흡, 하고 숨을 들이쉬는 에데르트의 눈동자에 상처받은 기색이 완연했다. 그녀가 작은 주먹을 꽉 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그래도 좋아!”

    “그러니까 그 이유를 말해 보세요.”

    눈물 젖은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다가 이내 그를 똑바로 보았다.

    “베네딕트는… 베네딕트는 꽃을 좋아하지요! 근데 왜 좋은지 말할 수 있나요?”

    “네. 말할 수 있습니다.”

    베네딕트는 어린 황녀가 끙끙대며 간신히 생각해 낸 이론을 부수는 데 거침이 없었다.

    “황녀의 어머니, 황후께서 좋아하셨기 때문입니다.”

    또다시 싸늘해지는 그의 표정. 황후 마마의 이야기를 할 때면 베네딕트는 늘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교황 미워!!! 베네딕트 바보 멍청이!”

    결국 울음이 터지고야 말았다. 베네딕트는 양쪽 눈에서 눈물을 터뜨리며 소리 내어 우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폐하.”

    “으아…. 으아아아….”

    “안아 드릴까요?”

    에데르트가 서럽게 울면서도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베네딕트가 팔을 뻗자 그녀가 순순히 안겨 왔다. 베네딕트는 아이를 번쩍 들어 품에 안고 일어났다. 그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은은히 울려 퍼졌다.

    “강한 황제가 되십시오. 그분의 바람이 헛되지 않도록.”

    베네딕트의 목덜미에 얼굴을 처박은 채 한참 동안 눈물과 콧물을 묻히고 있던 에데르트가 마침내 고개를 살짝 들었다.

    “교황님.”

    “예, 폐하.”

    훌쩍.

    “아까 밉다고 한 거랑 바보 멍청이라고 한 거 거짓말이에요.”

    “거짓말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거짓말 맞는걸?”

    “알겠습니다.”

    에데르트가 우물쭈물 망설이다 고사리손으로 그의 목덜미를 꽉 움켜쥐고 눈동자를 맞추었다.

    “그러니까… 다음 달에도 꼭 놀러와 줘.”

    “예.”

    혜미는 정원을 저벅저벅 가로질렀다. 더 이상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걸어오는 그녀를 보며 베네딕트가 옅게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그의 눈에는 자신이 보이는 것이 틀림없었다.

    “폐하, 잠시만 혼자 노십시오.”

    “왜요?”

    베네딕트가 어린 황녀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나직하게 답했다.

    “중요한 분이 오셨거든요.”

    “응? 내 눈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에데르트가 고개를 휙휙 돌렸다. 순진한 연보랏빛 눈동자가 느리게 깜빡였다.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분명히 존재한답니다. 지금 폐하를 숨 쉴 수 있게 하는 공기도 그중 하나이지요.”

    베네딕트가 그녀를 놓아주자 에데르트가 꽃밭으로 와다다 달려갔다. 혜미는 그에게로 다가가 앞에 우뚝 섰다. 어깨에 닿는 베네딕트의 은발이 미풍에 흩날렸다. 그는 현재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외모였으나 분위기가 어딘지 모르게 앳되게 느껴졌다.

    “여긴 왜 들어오셨습니까.”

    그가 부드럽게 물었다.

    “…그건 제가 묻고 싶은 건데요.”

    혜미가 그를 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꽃밭에 모습을 감춘 어린 그녀의 눈에 자신은 보이지 않는 게 분명했다. 방금 전 들어갔던 방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사람의 눈에만 그녀가 보인다면 답은 하나였다.

    “저한테 이런 거 왜 보여 주시는 거예요?”

    지금 그녀가 보고 있는 기억은 베네딕트가 만든 상황이라는 뜻이었다. 이딴 마법을 쓸 시간이 있다면 아까 절벽에서 추락할 때나 좀 도와주면 좋았을 것이다. 젊은 교황이 그를 노려보는 그녀를 향해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인간이 죽기 직전에 천사가 선물을 하나 준다고 합니다.”

    “무슨 선물이요?”

    “인생에 있어서 좋았던 기억들을 눈앞에 펼치듯 보여 주는 거죠. 잊고 있었던 자그마한 기억들까지도.”

    “…그래서 이게 내 좋았던 기억 중 하나라고요?”

    그럼 아까 불타는 방에서의 기억은 뭐란 말인가. 의심이 가득한 얼굴로 되묻는 혜미를 향해 베네딕트가 고개를 기울였다.

    “글쎄요. 이 방을 선택하고 문을 연 것은 폐하이십니다.”

    혜미는 점점 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신은 천사치고는 좀 사악한 것 같은데요.”

    베네딕트가 그녀를 향해 소리 없이 웃었다. 아름다운 얼굴이었지만 물빛 눈동자는 따스하지 않았다. 분노, 슬픔, 그리움과 한. 그리고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혼탁하게 뒤섞인 감정이 엿보였다.

    베네딕트가 앳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 눈빛 때문이다.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여유롭게 감정을 숨기는 지금과는 다른 유일한 차이점.

    “베네딕트!!!”

    꽃밭에서 에데르트가 그를 보며 양손을 마구 흔들었다.

    “화관을 만들어 줄 거니까 아직 가면 안 돼요! 기다려 줘야 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데도 황녀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베네딕트가 황녀를 바라보며 흐리게 미소 지었다.

    “지금 폐하께서 절 맘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전의 사실이 바뀌는 건 아니죠. 이것은 폐하께서 직접 열어 본 스스로의 머릿속입니다.”

    혜미는 각설하고 단도직입적으로 그에게 말하기로 했다.

    “그럼 저 좀 살려 주세요. 저 절벽에서 떨어졌거든요.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제가 왜?”

    베네딕트가 그녀를 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혜미의 미간이 중앙에 모였다. 그녀는 어릴 적 자신이 왜 그를 무섭다고 생각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베네딕트의 물빛 눈동자가 초겨울 바다처럼 싸늘했다.

    “교황의 임무는 황족을 살리는 거잖아요.”

    반항하듯 잇새로 내뱉어 보았지만 베네딕트의 대답은 차분했다.

    “지금 제국에서 에데르트 폐하의 존재를 아는 사람의 수는 극히 드뭅니다만.”

    여기서 그녀가 물귀신이 되어도 신경 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뜻과 같았다. 혜미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때도 절 살려 주셨다면서요. 제가 카플란에게 살해당했을 때요.”

    “감사 인사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치 그녀를 비웃는 것 같은 말투였다. 혜미는 주먹을 꽉 쥔 채, 그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조금 낮아진 목소리가 입술 새로 흘렀다.

    “제가 만약 이대로 죽는다면… 돌아갈 수는 있는 건가요?”

    혜미가 베네딕트를 꼭 만나려 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그가 그녀를 보며 부드럽게 되물었다.

    “어디로?”

    “…당신이 날 찾아왔던 그곳으로요.”

    그녀는 일부러 집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그녀의 집은 이곳, 클라웨라고 수차례 강조하던 발터와의 대화가 떠오른 까닭이었다.

    다행히 베네딕트는 그녀의 말뜻을 모른 체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졌다.

    “또 도망치고 싶으신 겁니까?”

    “…무슨 뜻이에요?”

    가지런한 혜미의 눈썹이 미간에 모였다. 살랑, 미풍이 불어오며 베네딕트의 은색 머리칼이 날리자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는 서늘한 눈동자가 확실히 보였다.

    “발트리가 불타는 별궁에서 어린 폐하를 구해 내어 세르노티로 숨겼을 때, 폐하께서는 매우 편리한 방법으로 괴로움에서 벗어나셨습니다. 모든 기억을 자의로 잊어버림으로써 황궁이라는 세계에서 도망친 것이지요.”

    베네딕트의 목소리에는 희미한 냉소가 깔려 있었다.

    “그리고 15년 뒤, 제가 카플란이 보낸 세작에게 칼을 맞고 숨이 끊어져 버린 폐하를 간신히 치유하였을 때 폐하께서는 또 한 번 같은 결정을 되풀이하십니다.”

    베네딕트로서는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괴롭게 했는지 정확히 짚어 낼 수는 없었다. 갑작스럽게 알게 된 출생 비화였을까, 아니면 믿었던 동료에게 배신당한 충격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연인의 앞에서 다른 이와 몸을 섞는 모습을 보였던 좌절감 때문이었을까.

    “눈앞에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도망치는 것을 선택하죠. 그것도 가장 비겁한 방법으로 말입니다. 모든 것이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던 것처럼 기억에서 지워 버리는 것도 모자라 다른 세계로 도망칩니다.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살죠. 황궁을 떠난 어린 에데르트가 세르노티에서 그리하였던 것처럼 말입니다. 당신은 에데르트 황녀와 당신이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녀가 당신이고 당신이 그녀입니다. 그저 영혼이 잠시 다른 곳에 가 있었을 뿐….”

    혜미는 그를 반박하려 했지만 대꾸할 말이 쉽게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대로, 또 도망치시겠다고요.”

    마른침을 삼키며 그를 노려보는 혜미를 향해 베네딕트가 여유 있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대로 도망치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겠지요. 하지만 달라지는 게 있을까요?

    “…….”

    “폐하는 여전히 똑같이 지내실 겁니다.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회피하고, 복잡하게 생각하는 대신 잊어버리고 단순화시키죠.”

    “…….”

    “어쩌면 어느 비 오는 어두컴컴한 날, 혼자 있는 공간 안에서 문득 사색에 빠질 수도 있겠습니다. 괴로운 것들을 피하려 나름 애쓰며 살아왔는데,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공허하고 무가치한 것처럼 느껴지는 거지.”

    “…….”

    “스스로가 왜 이리 쓰레기처럼 느껴지는 거지, 하고.”

    혜미의 얼굴이 소리 없이 일그러졌지만 베네딕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고는 곧 잊어버리려 애를 쓸 겁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괴로워지니까. 견딜 수가 없으니까. 외면하고 회피하고 묻어 두고 덮어 두는 데 시간을 낭비하다 길지도 않은 인생이 끝나겠죠.”

    “…그런 식으로 말하면 즐거워요?”

    사람을 찌르는데 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베네딕트를 노려보며 혜미가 간신히 입술을 떼자 그가 부드럽게 되물었다.

    “설마 상처받으셨습니까? 싫어하는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좀 들은 것 가지고요.”

    “당연한 거 아닌가요? 전 성인군자가 아니에요. 당신이 말한 것처럼 부족한 것투성이인 인간일 뿐이라고요.”

    “그래서 폐하께 제가 필요한 겁니다.”

    베네딕트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폐하가 아무리 부족한 인간이어도, 겁을 집어먹고 어느 곳으로 도망친다 해도, 폐하를 찾아내어 올바른 길로 인도할 단 한 사람이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다는 헛소리를 참 길게도 하시네요.”

    베네딕트의 옅은 입술에서 희미한 웃음이 샜다. 불쾌함이 담긴 미소는 아니었다. 오히려 즐거움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혜미가 가늘게 뜬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며칠 전에 저는 대체 왜 찾아오신 거예요?”

    “어서 아메티스로 입성하셔야 한다고 재촉을 한 겁니다. 사랑 놀음이나 우정 놀음을 하느라 신경을 쓰기에는 시간이 없다고 말씀드리러 간 것뿐입니다.”

    “그럼 말로 할 것이지 왜….”

    가슴에서 뭔가가 울컥 치밀어 목소리를 높이던 혜미가 얼굴을 붉힌 채 목소리를 낮추었다. 꽃밭으로 모습을 감춘 어린 자신에게 지금의 목소리가 들릴 리는 없었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섹스는 대체 왜 했냐고요.”

    “착각하고 계시는 것 같아 그리하였습니다.”

    “…무슨 뜻이에요?”

    베네딕트가 인상을 쓴 채 잇새로 내뱉는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와 고개를 슬쩍 기울였다. 꽃향기와 박하 향이 뒤섞인 것 같은 청량한 숨결이 코끝에 닿아 온다. 연한 하늘색 눈동자가 그녀의 입술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체온이 상승하는 기분. 위험하다는 직감이 들었다.

    “클라웨의 핏줄인 폐하께서… 아직도 본인이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라 착각하시는 것 같기에 현실을 일깨워드린 것뿐입니다.”

    “…당신이 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지금 여기서, 다시 알게 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베네딕트의 입술이 의미심장하게 열렸다.

    “이틀 전, 폐하께서 제 등에 손톱을 세우며 쾌락에 우셨던 그 밤처럼 말입니다.”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과는 상관없이 심장이 불쾌한 속도로 뛰었다. 꿈이었다기에는 너무도 생생했던 그 밤의 기억이 고스란히 떠오른 까닭이었다.

    “왜 물러나십니까.”

    혜미가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나자 베네딕트가 다시금 거리를 좁혔다. 이제 그녀는 그와 몸이 닿을 듯 가까웠다.

    “제가 두렵기라도 하십니까, 에데르트 폐하.”

    바람에 날리는 은실 같은 머리카락 사이로 그녀를 지그시 응시하는 눈빛. 희미하게 웃는 미소에 목덜미까지 열기가 번졌다.

    “그래서 또, 겁쟁이처럼 제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도망이라도 가시려고요.”

    푸른 눈동자가 점점 더 가까이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쿵쿵거리는 심장은 느려질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왜. 어째서 그의 눈빛을 외면할 수가 없는 거지?

    “기억을 잃어버리면 저를 폐하의 인생에서 지울 수 있을 거라고, 아직도 그리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계신 건 아니겠지요.”

    궁지에 몰린 혜미를 도와준 것은 어린 그녀, 에데르트였다.

    “교… 교황님!!!”

    에데르트가 꽃밭에서 뛰어나왔다. 화관을 만든다고 해 놓고선 손에는 꽃이 마구 뽑혀 있었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거리고 꽃가루가 온 얼굴에 붙어 엉망이었다.

    “서… 선물….”

    베네딕트가 한 발 물러선 뒤에야 혜미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다. 그가 무릎을 굽혀 어린 그녀에게 눈을 맞추었다.

    “꽃은 꺾는 것보다 피어 있는 상태 그대로 보는 게 더욱 아름답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함박웃음을 짓던 에데르트의 표정이 금방 울상이 되었다.

    “나는… 황녀는 그, 그냥 베네딕트를 기쁘게 해 주려고….”

    베네딕트가 낮게 한숨을 쉬며 꽃을 받아 들었다. 풀이 죽은 에데르트의 고개가 시무룩하게 아래를 향했다. 베네딕트가 그녀를 바라보다 나직하게 물었다.

    “고개를 들어 보세요, 폐하.”

    황녀가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선물을 드릴 테니. 어서요.”

    고집스레 아래를 보던 얼굴이 슬그머니 들렸다. 베네딕트가 그녀를 보며 흐리게 웃었다.

    “욕심 많으시긴.”

    작게 중얼거린 후 베네딕트가 손바닥을 위로 펼쳤다. 에데르트가 뽑아온 각양각색의 꽃들에서 잎사귀가 하나둘씩 저절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마치 보이지 않는 커다란 공이 있는 것 같았다. 표면에 둥그렇게 달라붙는 꽃잎들이 마치 여러 가지 빛을 내뿜는 보석처럼 찬란하게 반짝거렸다.

    에데르트의 눈이 휘둥그렇게 바뀌었다. 꽃잎으로 만들어진 둥그런 공이 하늘 위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움직였다. 에데르트는 깡충거리며 공에 닿으려 애를 썼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머리 위에서 폭죽이 소리 없이 터지듯 반짝이는 꽃잎이 흩날렸다.

    “와아…. 예뻐…!”

    그 안에서 에데르트가 양손을 치켜들고 빙글빙글 돌았다. 분홍색 구두가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춤추듯 뛰노는 그녀의 얼굴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하게만 보였다.

    “교황님 최고야! 진짜… 진짜 최고!!!”

    “맘에 드십니까?”

    “응!”

    에데르트가 베네딕트에게 다가와 그의 다리를 꽉 붙잡았다. 작은 입술에서 서슴없는 고백이 우르르 쏟아진다.

    “황녀는 베네딕트를 사랑해요. 너무 좋아.”

    베네딕트는 피식 웃었고 그 곁에 투명인간처럼 선 혜미의 인상은 더욱 일그러졌다. 어린 그녀는 연보랏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교황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시선에 담긴 것은 완전한 신뢰였다. 베네딕트가 무릎을 굽혀 에데르트에게 키를 맞추었다.

    “평생 저만 사랑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응?”

    작은 그녀의 얼굴에 곤란함이 번졌다.

    “…나는 유모도 사랑하는데…. 응… 나비도 사랑하고…. 아기 동생도 사랑하고… 물론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베네딕트가 순서를 따지며 우물쭈물 말을 잇는 어린 그녀를 부드럽게 품에 안고 등을 토닥였다.

    “그러하시다면 함부로 사랑을 말해서는 안 됩니다, 폐하.”

    “…으응.”

    “사랑 같은 거… 평생 하지 마십시오.”

    베네딕트가 그녀를 품에 안은 채 혜미를 보며 색이 연한 입술을 위로 끌어 올렸다. 명백한 조소였다. 혜미가 입 안의 살을 지그시 씹었다.

    “왜요? 왜 하면 안 되는데?”

    “클라웨의 황족에게 사랑 따윈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황족이 사랑을 하면 모든 이가 불행해지거든요.”

    그의 목을 끌어안은 어린아이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흐응. 하지만 나는 베네딕트가 좋은걸? 날 보러 와 주는 이는 교황님뿐이니까.”

    “폐하께서 저를 싫어하셔도 저는 영원히 폐하의 곁에 있을 겁니다. 그러니 그 점은 염려 마세요.”

    베네딕트가 푸른 눈으로 혜미를 응시하며 또렷하게 내뱉자, 그의 품에 폭 안긴 어린 그녀가 “다행이다.” 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있잖아요.”

    에데르트가 작은 입술을 벌려 길게 하품을 했다.

    “예, 폐하.”

    “나, 졸려.”

    “낮잠을 주무실 시간이니까요.”

    어린 황녀가 주먹으로 눈을 비비더니 교황의 품에 안겨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혜미가 베네딕트를 향해 입술을 씹으며 작게 물었다.

    “어린아이 가지고 노니까 재밌어요?”

    “…저는 폐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만.”

    베네딕트가 어느새 잠든 그녀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낮게 속삭였다. 그의 눈꼬리가 의미심장하게 가늘어졌다. 혜미는 그녀가 왜 무의식적으로라도 그를 거부할 수 없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어린 에데르트에게 그의 존재가 얼마만큼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지 알게 된 까닭이었다. 궁에 갇힌 듯 고립되어 교황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만날 수가 없는 어린 황녀가 그에게 의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당신이야말로 날 싫어한 거잖아요.”

    으응. 에데르트가 베네딕트의 목을 끌어안고 작게 잠꼬대를 하자 교황이 혜미를 향해 쉬, 하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어린 황녀께서 들으면 슬퍼하실 이야기군요.”

    슬퍼하건 말건, 그게 진실이었다. 혜미는 어린 그녀를 향한 베네딕트의 표정에서 그의 진심을 엿보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베네딕트의 눈동자는 발트리의 절대적인 충성, 혹은 발터의 연심 어린 뜨거운 눈동자와는 거리가 있었다.

    “나한테… 대체 원하는 게 뭐예요…?”

    그것은 혜미의 직감이었다. 단지 황제로 만들기 위한 이유 하나 때문에 베네딕트가 그녀를 찾았을 것 같지가 않았다.

    “무슨 뜻입니까, 폐하.”

    “당신을 찾아오라고 한 진짜 이유가 뭐냐고요.”

    베네딕트가 물빛 동공을 천천히 아래로 늘어뜨렸다.

    “내 아버지 때문에 당신의 어머니가 죽어서… 그 딸인 내게 복수하고 싶은 거예요?”

    “상상력은 인정해 드리겠습니다만 사실과는 다릅니다.”

    베네딕트가 시선을 올리고 그녀를 향해 흐리게 웃어 보였다.

    “마법사 간의 교배로 태어난 저. 그리고 실험체처럼 사용된 제 어미 사이에 유대감이 있을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혜미가 말없이 마른침을 삼켰다. 세드릭이 써 놓은 양피지에서 본 정보는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럼….”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었다.

    “내 어머니를 사랑했기 때문인가요?”

    그래서 그렇게 애증이 섞인 눈으로 날 보는 걸까.

    “…농담이 지나치시군요, 폐하.”

    혜미는 그녀가 그의 어떤 부분을 건드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얼굴에 천천히 미소가 사라진 탓이었다. 어린아이를 안은 베네딕트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말할 필요 없어요. 내가 직접 보면 되니까.”

    머리보다 입술이 먼저 움직였다. 말을 내뱉은 그녀는 그대로 뒤를 휙, 돌아 정원을 달려 나갔다. 그리고 문을 벌컥 열고 나온 후, 쾅 소리가 나게 문을 닫았다. 더욱 깊은 암흑 속으로 달려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마침내 마지막 돌 위에 다다른 순간 그녀는 문고리를 확 열었다.

    “…뭐예요?”

    “이 기억은 황녀의 기억이 아닙니다.”

    문 앞을 가로막고 선 베네딕트는 지금보다 머리가 훨씬 짤막한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며칠 전, 혜미가 꿈에서 봤던 모습과 확실히 가장 가까운 외모였다.

    “왜요…? 저 안에서 황후와… 절 임신한 다니엘라와 불륜이라도 저질렀나요?”

    베네딕트의 물빛 눈동자가 커다랗게 일렁였다.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시절, 소년 베네딕트가 숨김없이 내보이는 마력의 파장은 엄청났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서늘한 한기가 온몸에 깃드는 느낌이었다.

    “흣….”

    혜미는 얼어붙을 것 같은 한기를 느끼며 간신히 손을 들어 그의 팔을 잡았다.

    “…왜요? 내가 정곡을 찌르기라도 했어요?”

    베네딕트의 몸이 조금 굳었다가 이내 풀렸다. 그가 눈을 깜빡이자 소년 베네딕트의 얼굴이 원래의 얼굴로 바뀌었다. 혜미의 몸이 그에게 바싹 붙었다. 누가 등 뒤에서 그녀를 떠밀기라도 한 듯한 느낌이었다.

    “황후 폐하의 마음속엔 오직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그분을 모욕하시지 마시길.”

    “…….”

    “이건 경고입니다.”

    “당신은 황후를 사랑했던 거죠…?”

    혜미가 그를 보며 잇새로 겨우 내뱉었다. 베네딕트가 고개를 돌리자 푸른 눈이 반짝 빛을 냈다. 그녀의 손이 저절로 들려 그의 얼굴을 향해 움직였다. 혜미는 스스로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아뇨.”

    베네딕트가 자신의 얼굴로 다가온 그녀의 손목에 이를 박은 듯 강하게 입을 맞추었다. 춥. 살갗이 빨리는 소리와 함께 입술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천천히 입맞춤이 손바닥으로 올라갔다. 그의 숨결이 피부에 닿아 올 때마다 심장이 키스와 같은 속도로 반응하며 얼어붙었던 체온이 1도씩 상승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그녀의 손가락 끄트머리에까지 다다른 그의 입술이 부드럽게 열렸다.

    “그렇기에….”

    무언가가 혜미의 여린 팔목을 휘감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니, 그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력이 마치 부드러운 해초처럼 온몸을 휘감는 느낌이었지만 늪에 빠진 듯 그 안에서 팔을 빼낼 수가 없다.

    “사랑하지 않았기에, 그녀의 딸과 이럴 수 있는 것이겠지요.”

    베네딕트의 붉은 혀가 야하게 그녀의 손가락을 돌려 빨았다. 탁해지는 물빛 눈동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혜미가 숨을 몰아쉬며 손을 떼려고 했지만 이미 제 몸의 색력을 있는 대로 끌어 올린 베네딕트의 결박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아…!”

    입술이 순식간에 다가와 그녀의 입술 앞에 멈추었다. 베네딕트가 내뿜는 향기로운 숨결이 코끝을 통해 온몸에 번졌다. 머릿속에 분홍빛 연기로 뒤덮는 것처럼 아득해지며 마치 먼 곳에서 들리는 것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숨기지 말고 진실을 말해 줘요.”

    “뭐가 알고 싶으십니까.”

    베네딕트가 그녀에게 입술을 마주 댄 채 속삭였다. 혜미는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짤막하게 내뱉었다.

    “전부 다.”

    그녀가 베네딕트의 입술을 날카롭게 깨물며 혀를 뒤섞었다. 그의 육체가 가늘게 떨리는가 싶더니 곧이어 싱그러운 향을 품는 살덩이가 그녀를 맞이했다. 쿵. 쿵. 귓가에서 누군가의 심장 소리가 울려 퍼지고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에서 아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베네딕트. 그대를 보면 그대를 낳은 분이 얼마만큼 아름다울지 상상이 되어요. 폐하께서 그녀를 총애하시는 것도 당연하겠지.”

    ‘그런 말씀 마세요. 제 눈에는… 황후 폐하가 훨씬 아름다운걸요.’

    빠르게 요동치는 심장 소리와 함께 베네딕트가 차마 말하지 못한 진심까지도 들렸다. 베네딕트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혜미는 더욱 깊숙하게 그를 빨았다.

    베네딕트가 작게 숨을 몰아쉬며 얼굴을 떼려 했지만 무리였다. 한 발 뒤로 물러나는 베네딕트에게 다가가 거리를 좁힌 채, 그녀가 그의 아랫입술을 혀로 핥았다. 그조차도 제어가 어려운 마력이 그와 그녀의 몸을 둘러싸며 결박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베네딕트. 나 있잖아. 드디어 폐하의 아이를 가졌어요. 이 아이는 꼭… 황제가 되었으면 좋겠어. 안 그러면 내 존재가 너무… 불쌍해질 것 같아서 말이에요.”

    “…….”

    “내 아이는 그대와 각인하겠죠? 당신같이 선한 사람이 교황이라 안심이 되어요. 내 아이도 분명 그대를 좋아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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