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8/72)
  • 이든을 움직이지 못하게 결박한 발터의 목소리가 흥분을 안고 엉망으로 떨렸다. 그녀의 달콤한 체취가 점점 진해지고 있었다. 원천은 좁다란 음부에서 미끈거리며 흐르는 애액이었다. 이든이 느끼고 있다. 그의 이성이 날아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발터… 아앙!!!”

    그녀가 반응하는 음핵을 뽑아낼 듯 빨고 혓바닥으로 핥았다. 달콤한 유혹의 향이 풀풀 흘러내리는 샘의 원천, 길쭉한 음부에 혓바닥을 쑤셔 넣어 그녀를 맛보았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발기한 성기가 저절로 불끈거렸다. 발터는 마치 개처럼 공기 중에 제 성기를 앞뒤로 흔들었다. 의지가 아닌 수컷의 본능이었다.

    추릅! 추웁! 쭙!

    부드러운 점막끼리 서로 마찰하며 젖은 소음을 만들어 냈지만, 이든이 내는 신음에 비길 바가 아니었다.

    “아아! 바, 발터…. 으으응! 아아앙!”

    이든이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다. 흥분을 처음 느낀 젊은 육체는 솔직했다. 그녀의 체취가 발터를 미치게 만들었던 그날처럼, 양 허벅지 사이에 그의 머리를 끼우고 앞뒤로 허리를 움직였다.

    “아…. 아아…! 아아…!”

    클리토리스에 피가 응집되며 부풀어 올랐다. 이든의 사타구니를 타고 짜릿한 쾌감이 아랫배까지 터져나갔다. 절정에 오른 이든이 몸을 뒤틀며 신음하자 발터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였다.

    “…네 안에 넣고 싶어.”

    “응! 응!”

    그가 그녀의 다리를 연 후, 허리를 깊숙하게 묻었다. 단단한 엉덩이 위 근육이 칼에 팬 듯 움푹 들어갔다.

    “흐으응…!”

    곧추선 채 선액을 뚝뚝 흘려 대는 발터의 성기가 그녀의 질구를 빠듯하게 벌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흘린 애액과 발터의 타액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다고 해도, 이제껏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는 이든의 아래는 발터의 것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좁았다.

    “아, 발터…. 으흑….”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이든이 그를 향해 속삭이자 발터가 땀을 흘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조이지 말고 사타구니에 힘을 빼라, 이든.”

    이든이 땀에 젖은 그의 등을 끌어안으며 그에게 입술을 붙였다.

    “이제 끄트머리 들어갔으니까, 조금만 더….”

    이든이 죽을힘을 다해 참는 발터의 어깨를 움켜쥐며 흐느끼듯 속삭였다.

    “그냥 한 번에 박아…!”

    “하아, 진심이야?”

    “그래…! 괴물 같은 거 달고 있는 주제에 간 보듯이 깔짝거리지 말고…. 아아!”

    간신히 붙들고 있던 발터의 마지막 인내심이 날아갔다. 그의 잇새에서 허스키한 신음이 새어 나옴과 동시에 핏줄이 돋아나 그로테스크하게까지 보이는 페니스가 질을 쫙 벌리며 안으로 단박에 진입했다. 생소한 고통이 피어오르는 이든의 아랫도리가 옴죽대며 그의 성기를 쥐어짰다.

    온몸의 피가 한곳으로 쏠리는 아찔한 느낌. 이든을 생각하며 제 손으로 붙잡고 흔들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아찔함을 느끼며 발터가 숨을 멈춘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미치겠어, 이든.”

    “움직여, 발터…. 아아…!”

    발터는 그녀의 말대로 했다. 이든이 시키지 않았어도 그랬을 것이다. 쾌락에 절어가는 그의 몸이 더 큰 쾌감을 위해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턱! 턱!

    허리를 뒤로 물린 발터가 이내 깊숙하게 들어오기를 두어 번 반복하자 숨 막히는 압박감이 이든의 몸속을 잠식했다. 발터가 눈물을 달고 있는 그녀에게 짙게 키스하며 계속 허리를 왕복했다.

    끝까지 깊숙하게 들어와 쑤셨다 나갈 때마다 붉은 속살이 그의 페니스를 감싸며 딸려 왔다. 이든이 가쁘게 숨을 헐떡였다.

    “흡! 으응! 하! 아아!”

    “하…. 흣…! 이든…!”

    발터의 허릿짓에 점점 힘이 붙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든은 속력을 내기 시작한 발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다리를 그의 허리에 휘어 감고 발터에게 매달렸다. 이든의 짤막한 손톱이 발터의 널찍한 등을 마구 긁자, 구릿빛 살결에 온통 붉은 자국이 생겼다.

    “아! 흑! 아악!”

    내벽의 한 곳을 깊숙하게 들이박자 이든에게서 날카로운 신음이 크게 터져나갔다. 얼굴을 일그러뜨리고서 미친 듯이 허리를 세게 치던 발터가 그녀의 비명에 흠칫하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삽입한 그대로 이든의 몸을 끌어안은 채, 자리에서 우뚝 일어섰다. 이든이 그를 보며 눈물을 단 얼굴로 물었다.

    “왜… 왜?”

    “…네 몸이 부서질까 두려워.”

    그녀를 공중에 들어 안고서 발터가 뜨거운 숨을 길게 내뱉었다.

    “네 안에… 내가 들어가 있는 걸 믿을 수가 없어. 나조차도 스스로를, 흣, 감당하지 못할까 봐… 그게 제일 두려워.”

    이든의 내벽 안에 들어간 발터의 성기가 불끈댔다. 커다란 나무 같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이든이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괜찮아, 발터….”

    “…괜찮을 리가 없잖아.”

    발터가 이를 꽉 물고 괴로운 표정으로 속삭였다. 입술과 혀로 느낀 그녀의 몸은 좁디좁았다. 이든의 말마따나 다리 사이에 달린 괴물 같은 물건을 그 좁은 몸 안에 처박고 있는데 아프지 않을 리가 없었다.

    “너한테, 하아… 얻어터지는 거에 비하면, 섹스는 새 발의 피야.”

    이든이 그의 마음을 읽은 듯 작게 웃었다. 땀에 젖은 다갈색 머리카락을 이마에 붙인 채, 그녀가 그를 보며 낮게 속삭였다.

    “네 걸 내 몸에 삼키고 있는 거, 오히려… 기분 끝내준다. 발터.”

    “…이든….”

    발터의 뜨끈한 혀가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핥았다. 삽입하고 있는 것만으로 사정할 것 같았다.

    “움직여, 발터. 기분… 좋으니까.”

    말뿐만이 아니었다. 이든은 내벽을 꽉 채우고 있는 발터의 성기를 질벽으로 천천히 조였다. 둔탁한 고통 속에서 희미한 쾌감이 슬그머니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도… 나도 좋아….”

    발터의 강인한 턱이 경직되며 허스키한 고백을 토해 냈다. 이든은 미간에 모인 그의 짙은 눈썹을 떨리는 손가락으로 살며시 쓸었다. 눈을 내리깐 발터가 그녀의 손바닥에 붉어진 얼굴을 묻으며 떨리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죽을 정도로 네가 좋다, 이든.”

    “…바보.”

    이든이 작게 웃으며 그의 목을 꽉 끌어안은 것을 신호로, 발터의 움직임이 다시 시작되었다. 턱. 턱. 허벅지 힘만으로 그녀에게 삽입하는 발터는 지친 기색도 없었다. 무거운 바윗덩어리를 몇 겹이나 겹쳐 올려 리프팅 훈련을 하는 그에게 이든의 무게는 한 손으로도 가볍게 감당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아! 흣…! 아, 좋아!”

    발터가 올려 칠 때마다 이든의 엉덩이가 아찔한 각도를 그리며 그에게 내리박혔다. 젖은 살갗이 부딪히는 강렬한 소음이 점점 크게 퍼져 나갔다. 이든의 몸속 깊은 곳에서 쾌감이 눈송이처럼 차곡차곡 쌓여갔다.

    “하아… 발터…. 아응! 발터….”

    “…흣! 왜.”

    “너… 너도 나랑, 이러고 싶었던 거 맞지…?”

    이든은 궁금했다. 발터 역시도 그녀와 키스한 후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머릿속이 복잡했을까.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억울할 것 같았다.

    “당연하지.”

    발터가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며 뜨거운 호흡을 내뱉었다.

    “언제부터…?”

    “난 이미 상상 속에서….”

    그가 한 손으로 그녀를 안은 채 허리를 흔들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미끈한 애액과 선액을 뒤집어쓴 성기가 연신 모습을 감췄다 드러내기를 반복했다. 살이 부딪히는 젖은 소음 속에서 발터가 신음하듯 고백을 토해 냈다.

    “너와 천 번은 넘게 섹스했어.”

    이든의 눈동자가 소리 없이 커졌다.

    “나중엔 네가 날 보기만 해도 좆이 섰다. 하아… 멍청한 넌 알아채지도 못했지만.”

    “하읏…! 뭐?”

    “네가 다른 녀석에게… 흣, 귓속말할 때는 정말 둘 다 죽여 버리고 싶더군.”

    “설마, 지금, 하아, 세드릭 이야기하는 거야…? 아흑!”

    퍽, 하고 강하게 내리꽂히는 느낌에 이든이 고개를 뒤로 젖히며 아찔하게 신음했다. 이제 봤더니 녀석은 머리만 나쁜 게 아니라 이상한 쪽에서 질투도 많은 모양이었다. 이든의 눈동자에 자신을 처박을 기세로, 발터가 이마를 붙인 채 속삭였다.

    “어떻게 움직이는 게 기분 좋은지 말해 줘, 이든.”

    “그냥… 다… 흣.”

    “무슨 뜻이야?”

    이든이 그를 보며 쾌락에 젖은 입술로 헐떡이는 숨을 토해 냈다.

    “네 걸 몸 안에 품고 있기만 해도 좋아, 발터.”

    “이렇게 박으면서, 흣, 깊게 안쪽을 쑤시면 아파?”

    “아니. 더 좋아. 죽을 것 같아. 아, 거기… 흐윽…!”

    “여기?”

    “으, 응!”

    “여기 말이지… 하아…!”

    “하응! 아앙!”

    발터가 그녀를 들어 안은 채, 강하게 허리를 쳐댔다. 처음 섹스를 배운 두 사람의 신음 소리가 아무도 없는 넓은 평원에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아! 아아!”

    이든의 몸부림치며 그의 어깨를 쥐어짜듯 붙잡았다. 참을 수 없는 쾌락이 아랫배를 타고 발끝까지 퍼져 나갔다. 마치 온 몸이 성기가 된 것 같다.

    “이든… 아아, 이든!”

    그녀의 성감대를 알아챈 발터는 고삐가 풀린 말처럼 거침없이 움직였다. 애액을 뒤집어쓴 페니스가 거센 왕복을 이어 갔다. 푹, 푹, 이든은 그의 몸에 매달려 추가 움직이듯 거칠게 흔들렸다. 깊숙하게 쑤셔 박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하는 발터의 성기가 부풀어 오른 질벽을 기분 좋게 긁어 댔다.

    “아아, 발터, 이상해…. 아흣… 몸이 이상해….”

    온몸이 간질거리며 발가락 끝까지 마비되는 느낌. 이든이 몸을 뒤틀자 발터가 쓰게 내뱉었다.

    “난… 여기서 못 멈춰, 이든.”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뜨겁게 헐떡였다.

    “멈추지 마. 더 해 줘. 더, 더…!”

    발터가 기다렸다는 듯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짐승같이 뜨거운 숨결을 헉헉 뿜어 대며 이든의 엉덩이를 꽉 쥔 채, 제게로 퍽퍽 강하게 내려찍었다. 고환이 터질 듯 팽창하고, 무성한 그의 음모가 이든이 흘린 애액으로 뒤엉켰다.

    “응! 아, 아아! 아아아!!!”

    이든이 그의 등에 날카롭게 손톱을 세우며 새되게 신음했다.

    “흣, 이든…!”

    절정 직전에 다다른 이든이 본능적으로 그의 성기를 쥐어짜자 발터가 괴롭게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이미 흥분으로 잔뜩 쉬어 갈라져 있었다.

    “싸고 싶다, 이든…. 흣! 네 안에 쏟아 내고 싶어. 아아, 끝까지 가고 싶다…. 하아…!”

    “응! 발터… 해! 뭐든… 뭐든 멈추지 마…. 하아앙!!!”

    이든의 몸속에서 단단히 뭉친 쾌감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아랫배가 멋대로 조여 들었다. 깊은 곳의 근육이 멋대로 움직이며 그를 압박하자 발터의 성기에서 진한 정액이 길게 뿜어져 나갔다.

    “흣! 으흣! 아흐읏!!!”

    짐승같이 포효하며 발터가 추삽질을 반복했다. 사정하면서도 발기를 멈추지 않는 성기가 그의 정액으로 엉망이 된 이든의 질 속을 푹푹 쑤셔 댔다. 푹 젖은 그녀의 안에서 질척이는 소리가 몇 번이고 이어지고 그의 페니스를 따라 찐득한 정액이 마른 풀 위로 후두둑 떨어졌다.

    “아아, 이든….”

    “으응! 으으응…!!!”

    몇 번이나 토해 내고 나서야 발터는 허릿짓을 겨우 멈추었다. 이든은 절정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몸을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는 힘이 완전히 빠진 이든을 바닥에 눕힌 후, 바싹 마른 입 안을 혀로 축였다.

    “잠시만.”

    아쉬운 것을 죽을힘을 다해 눌러 참으며 아직도 크기를 줄일 생각을 않는 성기를 간신히 빼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이 찢어발기듯 벗겨 낸 이든의 옷이 저 멀리 날아간 것이 보였다. 발터가 맨발로 걸어가 그녀의 옷가지를 그러쥐었을 때였다.

    “발터.”

    힘이 완전히 빠진 채로 바닥에 누운 이든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설마 벌써 끝난 건 아니지?”

    발터가 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다리 사이에서 우뚝 발기한 페니스에 피가 몰리며 저절로 꺼떡였다.

    “난 이제 시작인데.”

    이든이 작게 내뱉으며 기다란 다리를 양 옆으로 벌렸다. 쫙 벌어진 그녀의 허벅지 사이, 쉴 새 없는 마찰로 붉어진 길쭉한 음부에서 발터가 내뿜은 정액이 하얗게 새어 나왔다. 아아. 이든. 숨 막히게 아찔한 광경에 발터의 눈동자가 시커멓게 변하며 흔들렸다.

    “또 하고 싶어, 발터.”

    “…뭐라고?”

    “다 들었잖아, 이 멍청아. 그 방망이 같은 거… 빨리 쑤셔 달라고.”

    이든이 잔뜩 붉어진 얼굴로 속삭이는 순간 발터의 손에 들려 있던 옷이 공중에 휙 도로 날아갔다.

    “그래, 줄게.”

    그가 거친 숨을 씨근덕거리며 짐승처럼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뿜어내도 크기를 줄일 생각은커녕 더욱 흉흉하게 발기한 성기를 다시금 그녀의 좁은 문 안에 고집스레 틀어넣었다. 그의 흔적으로 가득한 이든의 질벽은 부드럽고 뜨거웠다.

    “얼마든지 줄게. 몇 번이고 네 안에 박아 줄게.”

    “아으응…!”

    발터가 그녀를 끌어안으며 잠긴 목소리로 낮게 내뱉었다. 욕망에 전 눈동자를 감싸며 아래로 내리깔린 그의 속눈썹이 떨리듯 흔들렸다.

    “아침이 오면 이 모든 게 꿈처럼 사라질까 두렵다, 이든.”

    “이제 봤더니 너, 완전 겁쟁이구나…?”

    “무슨 뜻이야.”

    이든이 그의 어깨를 송곳니로 깨물며 젖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날이 밝을 때까지 안 자고 깨어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잖아. 이 곰탱아.”

    발터는 그녀의 머리통을 지그시 압박해 제 살갗에 더욱 강하게 누르며 희게 웃었다. 날카로운 감각에 머리가 아찔했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이 현실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동이 틀 때까지 네 안에 있고 싶어.”

    새벽바람이 불어 길게 자라난 수풀이 흔들렸다. 이든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후후 웃었지만 결과는 그가 말한 대로였다. 시작되는 연인의 섹스는 아침 이슬이 맺힐 때까지 이어졌다.

    이든은 말을 타듯 그의 몸 위에 올라가 허리를 흔들었다. 흥분을 참지 못한 발터가 아래에서 너무 강하게 치받는 바람에 엉덩이가 시뻘게질 정도였지만, 그가 주는 쾌락을 거부하지 않고 감당하며 끝없이 그를 삼켰다.

    마치 짐승이 흘레붙는 것처럼 뒤로 박히기도 했다. 성기가 너무 깊숙하게 들어오는 바람에 거친 신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으응! 흐응! 아!”

    발터는 앞으로 무너지는 그녀의 양팔을 제 쪽으로 잡아당기며, 무릎으로 겨우 선 그녀의 몸을 꿰뚫을 듯 깊게 박았다. 그녀의 좁은 구멍이 자신의 붉은 살덩이를 단번에 삼켰다가 뱉어 내는 모습에서 홀린 듯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 아아!”

    절정에 몸부림치는 그녀의 내벽에 또다시 뜨끈한 사정액이 길게 뿜어져 나갔다. 이든의 아랫도리에서 발터의 흔적이 넘치듯 뚝뚝 흘러내렸다. 발터는 절정의 여운에 몸을 가늘게 떠는 이든을 바닥에 눕히고, 그녀의 다리 사이에 다시 머리를 처박았다. 그렇게 많이 가졌는데도, 아직도 부족한 그는 정신이 나간 게 틀림없었다.

    “발터.”

    “응.”

    “나도, 네 거 맛보고 싶어.”

    “…내 거? 뭐.”

    그의 체향으로 가득한 그녀의 외음부를 쭉쭉 빨아 핥으며 발터가 넋을 놓고 중얼거렸다.

    “네 페니스, 입으로 빨아 준다고.”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발터가 움찔하며 경직했다. 이든은 대답도 하지 못하고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그를 뒤로 밀어뜨렸다.

    “왜. 싫어?”

    “당장… 해 줘.”

    뒤로 벌렁 눕혀진 발터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상상만으로도 쌀 것 같다.

    이든은 미소 지으며 그의 하체로 기어간 후, 그의 허벅지 사이에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성기를 보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계속된 정사로 인해 애액과 정액이 섞여 흠뻑 젖은 페니스였지만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흔적이 뒤섞인 성기를 눈앞에서 보니 다리 사이가 다시 간질거리며 애액이 주륵, 흐를 정도였다.

    “와…. 이게 과연 내 입에 들어갈까? 나 턱 빠지는 거 아니… 웁…!”

    “아아, 이든. 제발…!”

    발터가 그를 놀리듯 쿡쿡 웃는 이든의 머리통을 꽉 붙잡고 자그마한 입술에 제 것을 처박았다. 엄청난 압박감에 이든의 동공이 커다래지는 것도 잠시였다.

    “흠… 음…. 흐음….”

    이든이 내뱉는 자그마한 숨소리가 발터의 사타구니에서 흘러나왔다. 부드러운 입술이 강한 압박으로 표피를 자극하고, 혓바닥이 성기 아랫부분을 핥아 내리듯 움직이자 발터의 입술에서 거친 신음이 터져나갔다.

    “아아, 이든…. 흣… 이든…!”

    미친놈처럼 허리가 절로 움직였다. 뻑, 뻑, 이든의 입술이 제 성기를 빨아들이며 마찰하는 소리가 커졌다. 발터는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몸으로 하는 건 뭐든 배움이 빠른 이든이었지만 섹스할 때까지 이러는 건 반칙이 틀림없다.

    그의 반응을 살핀 이든이 민감한 그의 귀두를 혀로 돌리는 것도 모자라 혓바닥을 모아 그의 요도를 짓쑤셨을 때, 그는 짐승 같은 숨소리를 터뜨리며 그녀의 입 안에 사정을 해 버리고 말았다.

    “…으응…?”

    이든이 당황해 그걸 꿀꺽 삼키자 발터가 벌게진 얼굴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미안해.”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너도 내 거 먹었잖아. 그런데 나는 왜 안 돼?”

    이든이 순진한 얼굴로 후후 웃으며 콧잔등을 조금 찌푸렸다.

    “근데 네 거 되게 짜고 쓴데. 혹시 내 여기도 그런 맛이야? …흡…!”

    새빨간 혀로 입술을 핥으며 제 다리 사이를 가리키는 그녀의 모습에 발터는 눈이 돌았다. 달려들어 찝찌름한 맛이 감도는 이든의 입술을 혀로 벌려 싸악 핥았다. 자연스레 벌어지는 그녀의 다리 사이를 다시 비집으며 뜨겁게 중얼거렸다.

    “넌 달아. 네 몸은 독할 정도로 너무 달다, 이든.”

    몇 번인지도 모를 정사 끝에 이든이 녹초가 되어 곯아떨어질 때까지, 발터는 그녀의 몸 안이었다.

    ***

    입을 딱 벌린 채,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혜미가 마침내 정신을 차리며 헛기침을 했다.

    “저기… 농담이시죠?”

    “어떤 부분이?”

    발터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마, 마지막 부분이요. 아무래도 좀 과장이 들어간 것 같은데.”

    “우리가 처음 잔 부분을 말하는 건가? 흥미진진하게 듣는 것 같아서 자세하게 이야기해 준 것뿐인데.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줄은 몰랐군.”

    숨을 제대로 쉬는 것도 잊을 정도로 집중해 들은 것은 사실이었다. 정곡을 찔리니 할 말이 없어 혜미는 그저 마른침만 꿀꺽 삼켰다. 대체 발터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고 요구한 건 그녀 자신이었지만 이 정도로 민망한 상황이 찾아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너와 난 둘 다 갓 스물을 넘긴 나이에 처음 섹스 했어. 불붙은 것처럼 끓어오른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스무 살이요…?”

    혜미가 표정의 변화가 없는 그를 흘끔 보며 눈썹을 미간에 모았다.

    “문제 있어?”

    3년 전에 스물. 그렇다면 지금 발터는 겨우 스물셋이라는 소리였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혜미는 아직도 그녀 스스로와 이든을 완전히 동일시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얼굴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발터는 당연히 그녀보다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동갑이라니!

    연장자를 존중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나고 자란 유교 의식이 박힌 탓에 이제까지 높임말을 써왔던 게 괜히 억울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갑자기 말을 놓겠다고 하는 것도 타이밍이 좋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혜미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흐리자 발터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화제를 이었다.

    “마지막 부분에 대한 질문, 또 있어? 없으면 넘어가지.”

    발터가 진지한 얼굴로 읊어대던 각종 체위와 대사를 떠올리자 그녀의 얼굴에 피가 몰렸다. 첫 경험에서 식스티나인이나 기승위, 후배위 같은 고난도 체위까지 모자라 오럴까지 다 끝내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일까.

    부끄러워하는 그녀를 보는 발터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지만 당황한 혜미는 그것을 눈치채지도 못했다.

    “없어요. 그냥. 아무리 불이 붙었대도… 둘이 좀… 너무 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에요.”

    “처음 마음이 닿은 순간 다른 걸 생각할 여유는 없었어. 오직 널 온전히 느끼고 싶다는 감정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다.”

    나직하게 대답하는 발터의 말투는 거짓 없이 담백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묵직한 시선에 혜미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려 그의 눈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꾸만 본인이 아닌 척 이야기하지 마. 너도 원한 거였으니까.”

    순식간에 조금 어색해진 분위기를 환기시키듯 발터가 어깨를 으쓱했다. 혜미가 끄응, 소리를 내며 머리를 짚었다.

    첫 키스는 호수에서 목욕하다가, 그리고 첫 경험은 들판에서라니! 야외플레이는 책이나 영화에서만 있는 일인 줄 알았다.

    “근데… 우, 우리는 집도 없었나요? 하물며 둘만 있을 수 있는 공간이라도 말이에요.”

    발터는 대답 대신 주위에 굴러다니는 숯을 하나 집어 들었다. 넓적한 고무나무 테이블 가장자리에 산을 그려 넣은 후, 그가 중심에 둥그런 원을 그렸다.

    “여기가 세르노티 영지.”

    마치 산으로 둘러싸인 요새 같은 모양으로, 영지의 중간에 길쭉한 강이 위치한 지형이었다.

    “강 아래와 위를 포함해 이 영지 안에 사는 이들은 아이와 노인을 포함해 832명. 그중 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 이는 295명 정도지.”

    “…네.”

    혜미가 테이블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사는 곳은 킬다 호수 위, 세르노티성이야. 이 성안에 거주하는 이들만 해도 50명이 넘는다. 그중에 스물은 우리와 같이 훈련했던 정예 기사들이고.”

    슥, 슥, 그의 손에 의해 간단한 도형 같은 그림이 늘어갔다. 간단한 표식 같았지만 희한하게도 이해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이곳이 제분소.”

    “제분소?”

    “밀이나 옥수수 같은 곡물을 빻는 곳이야. 주로 바로 옆에 빵을 굽는 화덕이 있고.”

    그러니까 지금으로 말하자면 방앗간 같은 의미였다.

    “원래 물레방앗간이 예로부터 은밀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장소로 유명한데….”

    혜미가 그동안 여러 콘텐츠를 두루 섭렵하며 쌓아 온 소박한 지식을 넌지시 드러내자 발터가 어깨를 으쓱했다.

    “누군가가 단골로 차지한 곳이라 그 주변엔 갈 수가 없었지.”

    “누구요?”

    “조리장과 도축사.”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밀회를 나누던 카트리나 아줌마와 프랑크 아저씨 이야기였다. 역시 좋은 장소는 시대와 세대를 가리지 않는 게 분명했다.

    “이 아래로 내려오면 양조장.”

    혜미가 청순한 표정으로 발터를 바라보자 그가 설명을 덧붙였다.

    “맥주와 와인, 셰리 등 여러 종류의 술을 만드는 곳이야. 네가 15세 때 몰래 사과주를 빼돌리다 걸린 후부터 훈련생들은 출입금지가 되었지.”

    “제가요? 저 술 못 마시는데요. 입에 댄 적도 없어요.”

    눈이 휘둥그레진 혜미를 향해 발터가 간단히 대꾸했다.

    “넌 말술이었어.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마을 축제에서 맥주 마시기 대회가 있었는데 늘 아깝게 우승을 놓쳤지.”

    “말도 안 돼.”

    “사실이야.”

    “…우승은 누구였는데요?”

    “누구였을 것 같아?”

    빤히 바라보며 되묻는 발터의 얼굴을 보니, 그녀는 왠지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이든이 계속 발터와 라이벌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런지 그에게 졌다는 소리를 들으면 아주 조금 억울할 것 같다는 이상한 기분마저 들었다. 혜미가 헛기침을 하며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근데 여긴 뭐 하는 곳이에요? 꼭 울타리 같은데.”

    “축사. 닭과 거위, 그리고 돼지 같은 가축을 기르는 곳이지. 훈련생들이 냄새난다고 가까이 가기 싫어해서 늘 조용한 장소이긴 했지만….”

    발터가 느릿한 말투로 말끝을 흐렸다. 아무리 한적하다고 해도 돼지 여물을 주다 말고 피어나는 로맨스는 그녀 역시 달갑지 않았다. 혜미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네. 이해했어요.”

    “바로 이곳이 훈련하는 장소. 말하자면 연무장인 셈인데. 성안에서 가장 넓은 구역이라 우리는 광장이라고 불렀어.”

    발터가 구역을 체크한 곳은 성 중앙에서 성문까지 열쇠 모양으로 길게 위치한 가장 널찍한 장소였다.

    “보다시피 사방이 뻥뻥 다 뚫려 있고, 늘 훈련생으로 가득 차 있어서 몸으로 싸울 때 빼고는 남들 앞에서 손을 잡을 기회도 없지.”

    애정 행각을 벌이기에는 역시 무리라는 소리였다.

    “여기 위쪽의 탑은 뭔데요?”

    혜미는 발터가 일찌감치 그려 놓은 북쪽의 뾰족한 탑을 가리켰다.

    “…아래층은 모두가 식사하는 식당 겸 연회장. 중간에 세드릭의 집무실과 무기 보관소가 있고. 맨 꼭대기는 성주가 거주하는 개인 공간이야. 지금… 너와 내가 있는 곳이지.”

    “아아.”

    식당이라면 공공장소였고, 성주라면 그의 아버지인 발트리를 뜻하는 것이었다. 들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나머지 혜미는 자신이 지금 그 공간에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했다.

    “절대 안 되겠네요.”

    고개를 붕붕 젓는 그녀의 앞에서 발터가 탑처럼 보이는 길쭉한 건물 아래편에 네모난 직사각형 두 개를 차례로 그려 넣었다.

    “1층은 말이 모여 있는 마구간. 그리고 2층이 훈련생들이 단체로 합숙하는 막사.”

    “막사는 그래도 2인 1실… 아니에요?”

    대학교 기숙사를 떠올리는 그녀를 향해 발터가 낮게 조소했다.

    “내 이야기 제대로 들은 거 맞아? 20인 1실이다.”

    “네?”

    군대도 아니고 스무 명이 한방을 쓴다는 소리였다. 혜미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그 정도라면 사람들 눈 피해서 야외에서 그랬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혜미가 눈을 들어 발터를 보았다.

    “한계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녀는 정확히 짚어 냈다.

    “다른 사람한테 들키지 않았어요?”

    발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긍정했다.

    “주변에서 알아채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할 노릇이었지.”

    “…대체 어쨌길래요? 당신 성격에 연애한다고 온 동네에 광고하고 다녔을 리는 없고.”

    “…기억도 안 난다면서 넌 내 성격이 어떻다고 생각하는 거지?”

    발터가 잠시 그녀를 응시하다 느릿하게 물었다.

    “어? 아, 그게….”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혜미가 말끝을 흐렸다. 그녀는 눈앞의 남자에 대해서 이름 빼고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껏 그가 설명하는 과거사를 들으며, 혜미는 한층 그와 가까워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발터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녀를 직시하는 시선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혜미는 몇 번이나 얼굴이 뜨거워지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그가 어떤 심정이었을지, 또 이든은 어떤 마음이었을지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

    그와 함께한 지 이제 고작 이틀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친밀한 감정은 그녀가 정말로 그들이 찾는 여자이기 때문일까.

    “…그저 당신이 그런 일을 함부로 떠벌렸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혜미는 눈앞의 커다란 남자가 가벼운 성격이 아닐 거라고 확신했다. 신중하고, 바보 같을 정도로 책임감이 있으면 모를까.

    “기대를 깨서 미안하군.”

    당황해서 눈을 깜빡이는 그녀를 응시하며 발터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너와 처음 이어진 날. 나는 날이 밝자마자 발트리를 찾아가 너와 결혼하겠다고 말했다.”

    “뭐라고요…?”

    철썩!

    발트리의 커다란 손이 날아가 발터의 뺨을 거세게 후려쳤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고 해도, 젊은 시절 비밀리에 황제를 수행하던 기사의 힘은 숨길 수가 없었다. 체구가 그와 두 배 정도나 차이 나는 발터의 몸이 옆으로 흔들릴 정도였다.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알고는 있느냐?”

    “이든과 결혼하겠다고 말하였습니다.”

    발터가 아무렇지도 않게 터진 입술을 혀로 핥으며 다시 한번 같은 소리를 반복했다. 발트리가 분노를 숨기지 않는 목소리로 날카롭게 물었다.

    “정신이 나간 게냐?”

    “훈련에 지장을 줄까 봐 염려하시는 거라면,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발트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 아들을 노려보았다. 푹 들어간 눈매 안, 어둡게 짙어진 눈동자가 엉망으로 흔들렸다.

    “내가 이든을 데려와 너와 형제처럼 키운 게, 이런 결과를 위해서였다고 생각하는 거냐…?”

    “형제처럼 자란 동기와 결혼을 하는 게 왜 안 됩니까? 세르노티의 영지 사람들에게 그건 당연한 일 아닙니까?”

    제 아버지에게 오히려 되묻는 발터의 시선은 흔들림이 없었다. 또렷한 것도 모자라 그 안에 이채가 돌고 있는 느낌마저 주었다.

    “이든과 제가 정말 피가 섞인 것도 아니잖습니까.”

    그것은 사랑에 빠진 사내의 눈이었다. 앞뒤를 가늠하지 못하는 눈이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이젠 어쩔 수 없지만.”

    발터가 조소하듯 입술을 비틀며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발트리가 주름진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그의 아들을 향해 고함을 쳤다.

    “발터! 나의 자식은 오로지 한 명뿐이다! 네가 지금 죽은 네 어미와 나를 동시에 욕보일 셈이냐?”

    발터가 표정의 변화가 없는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자라면서 아버지가 이든을 데려온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었던 때도 있었다. 발트리는 이든이 먼 친척의 자식이라고 말했지만,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마저 말을 아꼈으므로 자세한 내막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든을 향한 발트리의 태도가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식인 그를 대하듯 이든을 엄격하게 대했다. 잘못을 저지르면 헛간에 며칠씩 가두었고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심각하게 체벌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발트리는 아주 가끔씩, 알 수 없는 연민이나 안타까움을 품은 눈으로 이든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다. 찰나였지만 늘 이든과 함께했던 발터에게는 확실히 느껴지는 시선이었다. 그 때문에 발터는 혹시 이든이 아비의 숨겨진 자식이 아닐는지 진지하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이제 와서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발트리가 아니었다면 그는 이든을 만날 수 없었을 테니까.

    “성주를 모욕하려고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제게는 그만큼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뿐입니다.”

    발터가 잠시 호흡을 고르듯 말을 끊었다가 이었다.

    “이든과 저는 이미 한 몸이니까요.”

    “뭐… 뭐라고?”

    발트리가 제 귀를 의심하며 말을 더듬었다. 젊은 시절의 그를 빼다 박은 발터가 어두워진 눈동자를 이글거리며 다시 한번 또렷하게 내뱉었다.

    “생각하시는 그대롭니다. 곧 이든을 닮은 똘똘한 손주를 보시게 될 겁니다.”

    통보에 가까운 말이었다. 발트리가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앓는 것 같은 한숨이 무겁게 입술 새로 샜다. 그가 관자놀이를 꽉 짚으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늘 투닥거리며 싸우면서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붙어 다니는 그들을 보며 대견하게만 생각했던 그였다. 언젠가 발터와 이든에게 지금껏 감춰 왔던 진실을 말해 줘야 할 시간이 올 때, 둘의 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이 훨씬 좋은 일이었으므로 오히려 부추긴 점도 있었다.

    그 결과, 발터와 이든이 남녀 사이로 이어지고야 말았다. 그 가능성을 왜 미리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이든의 출생을 알고 있는 발트리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발터에게는 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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