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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온 신부-13화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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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는 거의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클레이의 넓은 가슴에 안겨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긴다는 그 기쁨에 그녀는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다. 클레이 또한 다시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듯 온힘을 다해 그녀를 힘껏 껴안았다.

클레이는 그녀에게 몇 번이고 입을 맞추었다. 처음엔 망설임과 주저함으로, 그리곤 이내 열정과 폭풍처럼, 그의 손길이 그녀의 머리칼을 곱게 쓸어 내렸다.

“로리..., 당신이, 당신이 여기 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소.”

로리는 다시 한번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온몸과 마음으로 그를 껴안았다. 바로 이 남자가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인 것이다. 정직하고 충실한 사람, 이기적이지도 못하고 모질지도 못한 사람. 그런 그가 지금 이렇게 그녀의 사랑으로 남아 그녀를 안고 또 안고 있는 것이다.

클레이는 깊은 한숨을 내몰아 쉬며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의 시선은 마치 그녀의 눈 속으로 들어와 버릴 것처럼 강렬하고 뜨거웠다. 그의 얼굴에 깊게 팬 고통의 상처들이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저몄다.

“메리가 한 말이 도대체 뭐지? 당신이 그 도서관 사서일을 하게 됐다는 거요?”

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행복함과 그에 대한 사랑의 확신이 그녀의 미소를 더욱 밝게 했다. “이젠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곧 아파트를 정리하고 거기서 하던 일들을 마무리지을 거예요.”

로리는 그 어린 망아지의 탄생과 함께 미친 듯이 클레이에게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 하룻밤의 추억이 그녀에게 가져다 준 것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아픔과 절망뿐이었다. 날이 갈수록 그에 대한 로리의 사랑은 그녀 삶의 전부가 되어갔던 것이다.

클레이는 묵묵히, 그러나 타는 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댄은 어떻게 할거요? 결혼할 거라고 그러지 않았소?”

“아녜요.” 그녀의 손길이 그의 얼굴을 따라 가볍게 미끌어져 내려갔다. 로리는 그에게 환한 미소를 띄웠다.

“하지만 당신...”

“클레이, 왜 샌프란시스코에 왔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나요? 케이트의 약혼이 깨어졌다는 말을 왜 하지 않았던 거죠?” 로리는 그녀가 그동안 그로 인해 받았던 그 깊었던 상처와 슬픔에 대해서 마치 원망이라도 하듯 말했다. “내가 얼마나..., 얼마나 괴로웠는지 알아요?”

그의 얼굴이 일순간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난 당신과 그 증권 중개업자를 하는 친구가 아주 잘 되어 간다고 생각했소. 그에겐, 그리고 당신에겐 밝은 미래가 약속되어 있었소. 난 그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줄 수 없는 사람이오. 아니, 내가 설사 그 모든 것을 줄 수 있다 하더라도 난 댄이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소. 당신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은 진정으로 당신의 행복을 빌어 줄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소. 게다가 그와 나를 비교해 보았을 때 나보다는 그가 더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요.”

“어떻게, 날 사랑한다면서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죠?”

“하지만 로리...” 그의 턱 언저리가 더욱 굳어 보였다. “댄은 나보다 더 능력 있는 사람이었소. 그의 배경, 학력, 장래, 그 모든 것이 나보다 앞섰고, 또한 아주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사람이었소. 물론 나름대로 결점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는 좋은 사람 같아 보였소.”

“그래요. 그는 한 여자의 훌륭한 남편으로서 손색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는 분명 좋은 사람이지만 나는..., 아녜요.”

“그는 내가 줄 수 없는 것들을 이미 다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오...”

“클레이 프랭클린, 나를 사랑하나요?”

클레이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나보다 당신이 더 잘 알지 않소?”

“그럼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어요. 난 댄 로저스를 사랑하지 않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당신 한 명뿐이에요.”

“하지만 당신은 도시 사람이잖소.”

“그리고 당신 사람이구요.”

한동안 클레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더 이상 말할 게 없군. 그래, 하느님이 도우신 거요. 당신은 이제 이곳 사람이오. 이제 절대로 당신을 한순간이라도 내 곁에서 멀어지게 하지 않을 거요, 절대로.”

클레이는 또다시 그녀에게 입맞춤을 했다. 그의 입술이 로리의 입술에 살포시 내려앉았고, 마치 그녀가 지금 자신의 품에 있다는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온힘을 다해 그녀를 세차게 끌어안았다. 그녀 또한 혼신의 힘으로 그를 안으며 마음껏 그의 사랑을 느끼고 모든 것에 감사했다.

이제야 비로소 로리는 그의 품에 안겨 그의 땅에 서 있는 것이다. 바로 이곳이 그녀가 속한, 그리고 영원히 그녀를 지탱시켜 줄 땅인 것이다.

사람들 소리가 들려왔지만 로리는 감히 클레이에게서 벗어날 생각조차 못한 채 서 있었다.

“로리.” 스킵의 목소리가 놀라움으로 거의 외치는 것처럼 들려왔다. “뭘 하는 거예요?”

로리는 마침내 클레이를 놓으며 스킵을 향해 몸을 돌렸다.

“잘 있었어요, 스킵?” 클레이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고 그녀는 그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뭐 좋은 일이라도 생겨서 오신 거예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클레이가 먼저 스킵에게 얘기했다.

“나이팅게일 도서관에서 일하기로 했단다.”

스킵의 눈동자가 기쁨과 동시에 놀라움으로 반짝였다. “그럼 이젠 아예 이곳에서 사는 거군요. 정말, 정말 잘 오셨어요. 그리고 당신이 떠난 뒤 꼭 바보처럼 기력을 상실한 형을 위해서 너무나 다행이에요.”

“과장이 좀 들어간 것 아니냐, 스킵?” 하지만 클레이의 미소는 이미 스킵의 말을 인정하고 있었다.

“마을 축제는 꼭 봤어야 하는 거였어요.”

로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참석 못한 것 정말 미안해요, 스킵. 용서할 수 있죠?”

“아무튼 그걸 봤어야 하는 건데.”

“다음 여름에 보면 되죠.” 그녀가 약속했다.

“여름마다 이젠 그 축제를 함께 즐기게 될 거다, 스킵. 아마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결혼하게 될 것 같다.” 클레이는 그녀에게 마치 동의라도 구하듯 엷은 미소를 띄웠다. 로리 또한 지금 당장이라도 상관없다는 듯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스킵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그들을 쳐다보았다. “뭔가 새로운 일이 생기고 있나 보군요. 하지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녜요. 당신들 둘과 함께 있으면 항상 전류가 흐르고 있는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우리가 그렇게 눈에 띄게 행동했었나요?” 여전히 로리는 그들의 그런 감정의 노출이 얼마나 케이트를 괴롭혔을까 하는 죄책감으로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이다.

스킵은 어깨를 한번 으쓱거려 보였다. “하긴 난 아직 사랑이란 걸 그렇게까지 자세히 모르니까...”

“두고 봐, 스킵, 너도 언젠가는 그 사랑이란 강펀치에 얻어맞고 넉다운이 될 때가 있을 테니까.”

메리가 접시를 들고 들어서면서 끼어 들었다. “말하자면 둘 다 서로를 유혹했단 소린가?”

그들의 웃음소리가 지난 몇 주간 쌓였던 모든 긴장을 씻어내는 듯했다. 클레이는 의자를 당겨 그녀를 곁에 앉혔다.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꽉 잡아 쥐었다. “그래, 우린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결혼할 거야.”

메리는 비스킷 바구니를 스킵 쪽에 두며 말했다. “하지만 클레이, 좀더 두고 봐야 할걸요. 생긴 건 아주 참하지만 신랑을 굶겨 죽이겠어, 안 그래요?”

“그래서, 메리, 당신에게 요리를 배울 거예요.”

메리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흘렀다. “좋아요, 자 그럼 식기 전에 어서 감자튀김부터 먹어요.”

스킵은 아무 말 없이 상자에서 3개의 비스킷을 집어들었다. 그러나 메리는 얼른 그의 손에서 그것들을 낚아챘다.

“디저트는 내 애플파이예요. 그러니 그 비스킷으로 남은 배를 다 채우진 말아요.” 메리가 가져다 주는 이 웃음들이 식탁의 분위기를 한층 더 즐겁게 했다.

식사는 아주 맛있는 음식들로 채워졌지만 로리는 너무나 흥분한 탓인지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저녁식사 후 스킵은 슬며시 일어나 자리를 떴고, 메리는 커피 잔을 들고 와 그들을 2층 거실로 인도했다.

“둘이 할 얘기가 많을 거예요. 편하게들 얘기하도록 해요.”

“고마워요.” 클레이는 활짝 웃으며 메리를 쳐다보았다.

거실 문을 향해 나가던 메리는 문득 뒤를 돌아다보며 말했다. “둘이 그렇게 즐거워하는 걸 보니 마음이 편하군요. 그래, 날짜는 정했어요?”

“이제 막 서로 얘길 해보려고 해요.” 클레이가 대답했다. “우선 오늘밤 애리조나에 있는 로리의 가족들에게 전화를 해서 그 문제를 상의해 봐야겠어요.”

메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리는 도시 아가씨이기 때문에 내가 추천한 사람이라곤 할 수 없지만 아마 분명 좋은 아내가 될 거예요. 틀림없어요.”

“알았어요.” 클레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마음씨가 아주 착해서 마음에 들어요.” 메리는 로리를 쳐다보았다. “이 집이 어서 애들로 가득 찼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랑도..., 너무 오랫동안 조용했어요.”

전화벨 소리가 메리의 말을 가로막았다. 메리는 황급히 수화기를 들었다.

“클레이, 전화 받아요.”

클레이는 로리에게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보이며 일어섰다. “전화 받고 오겠소.”

자리를 뜨기 전 클레이는 로리에게 가벼운 키스를 보냈다. 그녀는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등을 소파 위에 기댄 채 눈을 들었다. 문득 클레이 부모님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특히나 클레이와 똑같은 눈을 가진 그의 어머니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녀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했다. <엘크런>을 떠나기 전 그녀의 눈길을 멈추게 했던 사진이었다. 이제야 왜 그 사진 앞에서 한동안 그렇게 서 있어야 했는지를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가족이다. 이미 클레이의 어머니의 눈길은 클레이와 마찬가지로 그녀를 감싸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바로 이 가족들에게, 그리고 이 집안에 속해야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윽고 그의 푸른 눈이 즐거움으로 한층 빛나며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방금 전화는 전국 마사회에서 온 전화였소. 전체 종합 채점이 끝났는데 내가 우승을 했다는군.”

로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정말 축하해요.”

클레이는 한쪽 팔을 그녀 어깨에 내려놓으며 즐거운 듯 말했다. 그의 눈길 역시 부모님의 사진으로 옮겨갔다. “아마, 어머님이 계셨다면 당신을 참 좋아하셨을 거요.”

로리는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나 역시 어머님을 무척 사랑했을 것 같아요.” 그녀는 팔을 뻗어 클레이의 목을 감았다. 그의 눈을 뚫어질 듯 쳐다보는 동안 천천히 그의 입술이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이것은 꿈도 아니고 환상도 아니다. 로리는 그녀의 사랑이 이렇게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사진 속의 여인이 그녀에게 한없는 미소를 보내고 있다. ♣

그 후 케이트 로건은 다시 루크 리버스와 사랑에 빠졌다. 루크의 꿈은 앞으로 나올 할리퀸 문고 「시골신부」(가제)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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