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에서 온 신부-4화 (4/13)

4

클레이는 황급히 마구간으로 뛰어들어갔다. 로리 역시 떨리는 발걸음을 옮겨 비틀거리면서 그의 뒤를 따랐다. 스위치를 올리자 그 무시무시했던 신음소리의 정체가 밝혀졌다. 구석 모퉁이에서 한 마리의 말이 고통스럽게 몸을 비틀어대며 격렬한 신음소리를 토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로리로서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거대한 몸집의 말, 저렇게 몸이 큰 말도 마구간이 온통 내려앉을 정도로 아픈 것일까. 환한 불빛 아래서 말은 거의 기절할 정도로 격렬히 몸을 비틀어 대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로리 역시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스타 브라이트가 이제 막 엄마가 되려나 보오.”

“그런데 왜 이렇게 그냥 내버려 두었었죠?”

“수의사들이 스타를 만져 보곤 임신한 것 같진 않다고 말했었소.”

“하지만...”

“벌써 새끼를 6마리를 낳았기 때문에 근육이 단단해져서 임신하고 있지 않아도 꼭 임신한 것처럼 보이고...,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한 거요.”

“아무튼 이제 내가 뭘 하면 되죠?” 그녀는 한쪽 손으로 가슴을 누르고 애써 자신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클레이는 말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일은 당신이 도울 게 못되오. 그러니 돌아가 쉬도록 해요.”

“하지만 수의사를 부른다거나, 뭐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을까요?”

“수의사를 부르기엔 이미 너무 늦었소.”

“그럼 물을 데워 올까요?” 그녀는 진심으로 그를 돕고 싶었으나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하기만 했다.

“물은 뭐하러 데운다는 거죠?”

“모... 모르겠어요. 그냥..., 저..., 영화에서 본 것 같아요.”

클레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로리, 들어가서 그냥 쉬어요.”

로리는 그의 말에 따라 마구간 밖으로 발걸음을 돌렸으나 이내 멈춰 서고 말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클레이 곁에 남아 그를 도와야만 할 것 같았다.

“클레이, 나도 그냥 여기 있을께요.”

“이봐요, 로리. 이건 당신 같은 도시 아가씨들이 볼 만한 게 못돼요.”

“하지만 나도 여자예요. 그런 것에 겁먹진 않아요.”

클레이는 흥분한 스타 브라이트를 진정시키느라 애를 썼지만 별 성과는 없어 보였다. 긴장과 압박감이 마구간의 공기를 잔뜩 어지럽혀 놓고 있었다.

“아무튼 난 지금 당신과 얘기하고 있을 시간이 없소.”

“그러니 나에겐 신경 쓰지 말아요.”

스타 브라이트는 목을 길게 늘어뜨리고 다시 한번 깊은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가엾기도 해라.” 조금 전보다는 훨씬 침착해진 기분으로 로리가 말했다.

클레이는 다급하고도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이봐요, 로리. 다치기 전에 얼른 나가란 말이오.”

고통에 못 이긴 스타 브라이트는 온몸을 뒤틀며 격렬하게 발길질을 해대다가 그만 클레이의 팔을 세차게 내리치고 말았다. 붉은 피가 그의 소매를 물들였고 로리는 이를 악물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목을 꼭 잡아요.” 클레이가 다급히 말했다.

아무튼 그가 도움을 청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로리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워... 워..., 스타 브라이트, 많이 아프지? 하지만 조금만 참으면 아주 예쁜 아기 망아지를 낳게 될 거야.” 로리는 부드럽게 말했다.

“낳았소!” 클레이가 외쳤다.

“예쁜가요?” 로리는 말의 목을 길게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계속 아무 말이나 해봐요.” 클레이가 속삭였다.

로리는 몇 마디 말을 계속 지껄였으나 이내 할 말은 바닥나 버렸다. 대신 그녀는 어린 시절 그녀를 무릎에 눕힌 채 어머니가 불러 주던 동요를 나지막히 부르기 시작했다. 혓바닥이 타는 듯했다.

클레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스타 브라이트에게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분주히 몸을 움직이는 클레이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스타 브라이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클레이가 일어나 말의 목을 한번 쓰다듬곤 툭툭 가볍게 등을 두들겼다.

“암망아지를 낳았소.” 엷은 미소가 그의 얼굴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스타 브라이트는 긴 혓바닥으로 갓 낳은 자신의 망아지를 핥기 시작했다.

비록 지친 몸이긴 하지만 벅찬 가슴을 안고 천천히 마구간을 나설 때 스타 브라이트는 자신의 망아지 곁에 서서 마치 감사의 인사라도 하듯 눈을 깜빡이며 천천히 꼬리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어땠소?” 클레이가 미소지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스타 브라이트가 굉장한 일을 해낸 거예요.”

“그렇지.” 클레이는 속삭이듯 대꾸했다. “그리고, 로리, 당신도 굉장한 일을 해낸 거요.”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정말이지 굉장한 밤이었고, 이렇게 멋진 광경을 본 것도 그녀로서는 처음이었다. 벌써 자정이 넘었지만 졸음은커녕 벅찬 기분으로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았다.

“로리...” 클레이는 염려스러운 눈초리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에게 뭔가 자기가 느낀 이 신비스러울 정도로 벅찬 감정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연하기만 했다. “너무..., 오, 클레이. 뭐랄까요..., 아름다워요...”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로리는 그에게 긴 말 대신 미소를 보냈다.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찬찬히 바라보면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에 충분할 만큼 깜찍하고도 아기자기한 매력이 로리에겐 있었다.

“알아요,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그는 싱긋 그녀에게 미소를 띄우곤 개수대에 몸을 굽혀 천천히 손을 씻었다. 로리는 그에게 타월을 건네주었다.

“고맙소.”

“이런 느낌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죠, 클레이?”

“나 역시 언제나 이런 일을 끝내고 나면 당신 같은 생각을 하곤 했었소.”

이윽고 그의 손길이 가볍게 로리의 얼굴에 닿았다.

출산이라는 것, 한 생명을 창조해낸다는 것의 원초적인 고통과 환희, 영혼으로 다하는 절규. 이 모든 것을 이젠 그녀 또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경험들을 클레이와 함께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 그녀의 감동을 더욱 짙게 한 것 같다. 이 짧은 순간 그녀는 클레이에게 더할 나위 없이 가까워진 느낌을 가질 수 있었고, 클레이 역시 그녀와 같은 생각을 품었는지도 모른다. 비록 낭만적인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그에 대한 그녀의 이 친근감은 애써 부인할 필요도 없이 그녀를 단단히 사로잡고 있었다.

“이름을 하나 정했소, 로리. 나이트 송이 어떻겠소?”

“나이트 송..., 밤의 노래? 그럴 듯한데요.”

“엄마가 된 말에게 예쁜 노래를 불러 준 한 아가씨를 기념해서...”

로리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에서 온 촌뜨기 같진 않았어요?”

“당신이 오늘 해낸 일은 누가 봐도 놀랄 만큼 굉장한 일이었소. 침착했고, 그리고 몇 번 이런 일을 경험한 사람 못지 않게 아주 잘 해냈소.”

“아무튼 날 끝까지 쫓아내 버리지 않아서 고마워요. 당신이 더 야단을 쳤더라면 아마 난 그냥 그 자릴 떠났을 거예요.”

클레이는 마치 오래 전부터 그래 왔던 것처럼 로리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그런 친숙한 표현이 그녀를 말할 수 없이 기쁘게 했다.

뜰을 가로질러 걸어오면서 로리는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부시리만큼 아름다운 별들이 밤하늘 곳곳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밤이오.” 클레이는 다정히 속삭였다.

로리는 이 아름다운 순간이 영원히 이대로 멈춰 버리기를 바랐다. 그녀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커피 한 잔 하겠소?” 부엌 쪽으로 들어가며 그가 말했다. “잠자긴 너무 아까운 시간 아니오?”

“동감이에요.” 그와 좀더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기쁘게 했다.

커피포트를 내리는 그의 손을 보자 그제서야 스타 브라이트로 인해 그가 팔을 다쳤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클레이, 그 상처 치료해야 할 텐데요.”

그녀의 말에 비로소 자신의 상처를 깨달은 듯 그 역시 자신의 팔을 쳐다보았다. “아, 그래야겠군.”

“제가 닦아 드릴께요.”

“그래 주겠소?” 그는 목욕탕으로 내려가 구급상자를 꺼내들었다. “여기서 하겠소, 아니면 부엌으로 가겠소?”

“여기서 하죠.”

클레이는 욕조에 걸터앉아 소매를 걷어올렸다.

“세상에, 클레이!” 그의 다친 팔이 드러나자 그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괜찮아요?”

“소독약이나 발라 줘요.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요.”

“이건 정도가 아주 심해요. 의사에게 보이는 게 낫겠어요.”

“로리, 내 팔 가죽은 말안장보다도 더 특특해요. 그러니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오.”

“그렇지 않아요.”

“그럼 붕대도 감아 줘요.”

“하지만...”

“이런 정도의 상처는 한두 번이 아니라잖소.”

그녀는 망설여졌지만 일단은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따뜻한 물로 조심스럽게 상처를 닦아낸 뒤 천천히 붕대를 감는 동안, 그의 눈길은 그녀의 깊은 검은색 눈동자와 곧은 뺨, 그리고 짙은 밤색 머리칼을 바라보고 있었다. 더구나 그녀는 훤칠한 키에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의 시선은 이내 로리의 뺨을 붉게 물들였다.

“휴가를 다 망쳐 버려서 어떡하죠?” 그녀가 그의 피묻은 소매를 조심스럽게 위로 걷어올리자 그는 환히 웃으며 말했다. “간호원이 되는 게 나을 뻔했소.”

“10살 때까지는 간호원이 꿈이었지만 결국 글 쓰는 쪽을 택했어요.”

그는 용케도 아픔을 잘 견뎌내고 있었다. 상처에 소독약을 발랐을 때는 무척이나 아팠을 텐데도 그는 한마디 비명조차도 지르지 않고 무던히 참아냈고, 붕대를 감을 땐 한 손으로 도와주기까지 했다.

“잘 붙어 있어야 할 텐데요.”

“괜찮을 거요, 고맙소. 자, 이제 커피를 마십시다.”

구급상자를 올려놓고 부엌으로 들어서자 향긋한 커피 향내가 가득 풍겨나왔다.

“참 좋은 밤이에요.” 설탕을 넣으면서 그녀가 중얼거렸다.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마치 긴장감과도 같은 것이 그들 사이에 맴돌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 그는 아주 오래 전부터 그래 왔듯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부드러운 미소를 보내지 않았던가.

“내가 뭘 잘못한 건 없었나요?”

“로리, 당신은 오늘 아주 잘해 주었소.” 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왠지 당신과 아주 가까워진 느낌이 드는군.” 그의 눈동자가 더욱 깊어져 갔다.

그의 손길이 그녀의 얼굴을 감싸쥐었을 때 그녀의 가슴은 터질 듯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이 가볍게 그녀의 뺨을 건드렸다.

“아주 오래 전부터 당신을 알고 지내왔던 것 같소.” 낮은 그의 목소리가 속삭이듯 들렸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이 들어요.”

클레이는 빙그레 미소를 띄었다. 로리 역시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진정시키며 그에게 환한 미소를 보냈다. 그의 한쪽 팔이 그녀의 어깨를 내려와 등을 감싸안았다. 그녀의 심장은 이젠 아주 멈춰 버리는 듯했다.

“당신에게 입맞추고 싶소.” 그의 말에 대한 대답으로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의 젖은 입술이 가만히 그녀에게 다가와 터질 듯 그녀의 입술을 삼키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몸을 부둥켜안은 채 한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오, 로리. 당신에겐 마치 천국의 향기가 새어나오는 듯 하오.”

“오늘 오후엔 그놈의 차가 고장나 버렸다는 것 때문에 눈물이 날 정도로 속상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너무나 기뻐요, 너무나...”

그는 다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벅찬 느낌으로 그녀는 숨도 제대로 내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의 손길이 천천히 그녀의 등을 타고 내려갔다.

“자, 이젠 굿 나이트 인사를 해야 되겠군.” 그가 한숨을 내몰아 쉬며 말했다.

아쉬움 같은 것이 그녀의 입술에 작은 경련을 불러일으켰다. “커피는 어떡하죠?”

“그건 핑계거리였다는 걸 우리 둘 다 잘 알고 있잖소.”

로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침묵이 그녀의 가슴을 더욱 죄어왔다.

“잘 자요, 클레이.”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돌아서는 그녀의 손을 그가 꽉 쥐었다.

“당신을 2층으로 올려보내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군.” 그의 입술이 다신 한번 그녀에게 애타게 다가왔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긴 듯 서 있었다.

“이리 나와요.” 그녀의 손을 잡아 이끌며 클레이가 나지막한 어조로 속삭였다.

거실을 빠져나와 집 뒤뜰 한 구석에 그들은 나란히 앉았다. 밤 향기가 가득히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이 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소.”

“나 역시 그래요.”

햇살이 따갑게 그녀의 얼굴을 어지럽힐 때쯤 그녀는 잠에서 깨어났다. 로리는 자리에 누운 채 꿈처럼 아름다웠던 지난 밤을 떠올리며 혼자서 미소를 지었다. 한 시간도 넘게 그의 어깨에 기대어 나누었던 얘기들, 웃음, 그리고 입맞춤, 그 모든 게 꿈처럼 느껴졌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쭉 편 다음 그녀는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벌써 1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15분 뒤 그녀는 2층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메리는 거실의 먼지를 털어내고 있었고, 그녀를 보자 환하게 웃음을 지어 보인 뒤 다시 자신의 일에 몰두했다. 어떻게 시골 사람들은 누가 옆에서 죽어도 모를 정도로 깊게 잠에 빠져들 수 있는지를 묻고 싶었지만,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이곤 메리에게 아침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이에요, 메리.”

“잘 잤어요?”

“네, 편히 잘 잤어요. 그런데 다들 어디 갔죠?”

“늘 하던 일은 하러 갔죠.”

“일하는 건 알아요. 그런데 어디에서 일하죠?”

“바깥에서요.”

로리는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어젯밤 클레이를 도왔다면서요? 도시 여자치곤 아주 다른 면이 많은 것 같아요, 아가씨는.”

“고마워요, 메리.”

“아침 준비나 해드릴께요.”

“아녜요, 바쁘실 텐데 내가 알아서 먹도록 할께요.”

토스트가 구워지자 그녀는 그것을 든 채 밖으로 걸어나왔다. 클레이가 없다면 나이트 송이라도 한번 보고 싶어서였다.

“로리!”

로리는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금발의 여자가 스킵과 함께 그녀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마도 스킵의 여자친구쯤 되는 것 같았다. 그는 손을 흔들어 보였고 그녀 역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직 자고 있을 줄 알았어요.” 스킵이 말했다.

“미안해요, 원래 이렇게 늦잠꾸러긴 아니에요.”

“클레이 형한테서 어젯밤 당신이 굉장한 일을 해냈다는 소릴 들었어요. 날 깨우지 그랬어요?”

로리는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당신을 깨우기보다는 송장보고 일어나라고 애원하는 게 나을 뻔했어요.”

스킵은 약간 당황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 미안해요. 난 원래 한번 잠이 들면 잘 깨어나질 못하는 편이에요.” 스킵은 옆에 있는 여자의 어깨를 감싸안은 채 얘기했다. “로리, 이쪽은 케이트 로건이에요.”

“안녕하세요, 케이트.” 로리는 반갑게 케이트의 손을 잡으며 인사했다.

“반가워요, 로리. 클레이랑 스킵으로부터 대충 얘기 들었어요. 다 잘 해결되길 바래요.”

“고마워요. 그런데 여기 근방에 사나 보죠?” 로리는 막연하게나마 친근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가까이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약간 나이가 들어 보였다. 아마 로리 나이 또래인 것 같아 보였다. 성숙한 타입의 여자를 좋아한다는 스킵의 말이 생각났다.

“바로 근처에 살아요. 몇 킬로미터 채 못 가서 서클 엘랜치라는 곳이 있어요.”

“얼마 안 가 우리와 함께 살게 될 거예요.” 스킵이 끼어 들었다.

케이트의 뺨이 한순간 빨갛게 달아오르는 듯했다.

“그래요?” 이제 겨우 고등학생인 스킵이 벌써 결혼한다는 것이 로리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녀의 표정을 읽었는지 스킵이 당황해서 말했다. “제가 아니라 클레이 형이에요. 케이트는 형의 약혼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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