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샬로트의 웨딩마치-6화 (6/19)
  • 6.

    "오늘 밤도 위클리프 백작과 함께 있더구나."

    거실에 들어선 오거스타는 장갑을 벗고 제일 애용하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네"

    샬로트는 대답했다. 하지만 순전히 오거스타가 반응을 기다리는 것 같아서 응대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피곤한 나머지 입을 가리고 몰래 하품을 했다. 그저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지만 오거스타는 기억이 생생할 때 저녁 시간을 복습해야 한다고 항상 주장했다. 샬로트가 조금이라도 실수한 것이 있으면 가차없이 지적이 날아왔고 앞으로의 몸가짐에 대한 지시도 뒤따랐다.

    "그 사람은 여태껏 너한테 상당히 힘을 써줬지, 얘야. 그러니 그 사람을 실망시키면 절대 안 된다."

    오거스타는 샬로트를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샬로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거스타를 조심조심 곁눈질했다. 겨우 1주일 만에 그녀는 이런 설교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 얘기가 대체 무슨 목적에서 나온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은 더없이 친절한 은인이니 절대 무례하게 굴어서는 안 돼. 그래야 시즌이 끝날 때까지 내내 우리를 도와주겠지. 하지........"

    오거스타는 무슨 선언이라도 하려는 듯 일부러 극적으로 말을 잠시 끊었다.

    "그 사람한테 네 시간을 너무 많이 내는 건 좋지 않아. 그럴 시간에 진짜 구혼자들을 상대해야지."

    샬로트는 놀라서 눈을 깜박였다. 그럼 백작을 피해야 한다고? 백작의 재산이나 영향력을 고려하자면 그녀가 그와 계속 친해지는 것이야말로 분별 있는 행동이 아닌가.

    "제가 백작님을 만나지 않기를 바라시는 거예요?"

    그녀는 혼란에 휩싸여 이렇게 물었다.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단다. 아가야. 단지 네가 말벗을 선별해서 골라야 한다고 충고하는 것뿐이란다. 네 목표인 결혼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면 말이지."

    샬로트는 오거스타의 말뜻을 똑똑히 알아듣게 되자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다면 그녀는 그녀와 어울리는 신분이긴 하지만 하나도 재미없는 다른 남자들 때문에 백작을 멀리해야 한단 말인가? 죄송합니다. 백작님. 하지만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저 사람들이 제겐 더 중요하니까요. 이런 말로? 이런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 부채나 고갯짓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쓴다 해도 그것은 배신이었고 샬로트는 그럴 경우 백작의 반응을 훤히 내다볼 수 있었다. 그다지 아름다운 광경은 되지 못할 터였다.

    "그게 다가 아니다. 얘야."

    오거스타는 옆자리에 앉으라고 샬로트에게 손짓한 다음 드레스의 무릎에를 꽤나 호들갑스럽게 싹싹 쓸어 내렸다.

    "게다가 당혹스헌 소문이 돌고 있어. 남자가 한 아가씨에게 두드러지게 호의를 보이면 꼭 엉뚱한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생기거든."

    그녀는 샬로트를 열심히 곁눈질했다.

    "위클리프 백작이 너한테 빠졌다는 소문이 돈단다. "

    샬로트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코방귀를 뀌고 말았다. 제임스와 토마스가 하던 버릇보다는 한결 강도가 약한 흉내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그녀는 숙녀답지 못한 소리를 토해냈다. 한때는 그런 희망을 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포기한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백작의 눈초리에서 동정의 기색을 너무나 자주 보았다. 그 눈은 아무리 그녀에게 친절하게 대해 줄지언정 그가 그녀처럼 신분 낮은 아가씨를 절대 배우자감으로 여기지는 않으리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

    "그래, 흐음, 네가 분별을 갖추고 있으니 기쁘구나, 얘야. 네가 그러리라는 걸 난 알고 있었단다."

    오거스타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사실은, 백작처럼 작위가 있는 사람들은 소녀 티도 채 벗지 못한 시골뜨기 아가씨와 결혼하지 않는다는 거지. 분명 너는 영리하니 그 점을 알고 있을 거야. 그래도 네가 백작님과 우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건 못박아 두고 싶구나. 하지만 그 이상은 안 돼. 그 사람은 절대 너 같은 애하고 결혼하지 않을 거야. 얘야. 그러니 남편감을 물색해야 할 귀중한 시간에 그 사람과 시시덕거리는 건 시간 낭비에다 분별 없는 짓이지."

    샬로트는 오거스타의 말투에 발끈했다. 백작의 배려에 그런 감정이 없다는 사실은 그녀도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우정으로만 만족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오거스타의 생각 없는 발언은 그녀의 신경을 건드렸다. 샬로트는 런던에 온 이래 움츠리고 있던 그녀의 고집과 자존심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거닝 자매(1750년대 런던 사교계에 등장한 미모의 자매로 신분이 높지 않았지만 귀족들과 결혼하는 개가를 올림)도 있었잖아요"

    그녀는 불쑥 말했다. 오거스타는 꾸짖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거야 몇 십 년 전 얘기지, 얘야. 요즘 남자들이란 얼굴만 반반하다고 홀랑 넘어가지는 않는단다."

    오거스타가 인상을 쓰자 안 그래도 주름살투성이인 얼굴이 더욱 쭈글쭈글해졌다. "시골에서야 어떤 식으로 혼인이 이루어지는지 모르지만, 귀족 사회에서는 돈과 재산, 혈통이 있어야 한단다. 아가야. 넌 거기에서 낙제야."

    "그럼 제가 백작님과 결혼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는 말씀이세요?"

    샬로트는 도전하듯 턱을 치켜들었다.

    "바로 그렇지."

    오거스타는 못을 박았다. 단호한 샬로트의 입매를 보고서도 전혀 끄떡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그녀는 접었던 부채를 들어 어린 피후견인을 가리켰다.

    "그러니 그 사람을 낚으려고 네 그 영리한 머리를 굴리는 헛수고 따위는 않는 게 좋을 거다. 전혀 가망 없는 일이니까. 자. 이제 물러가렴. 이 모든 게 다 피곤하구나. 맹세컨대 너 때문에 분명 내 수명이 줄어들 게다. "

    샬로트는 죄의식 때문에 뜨끔했다. 그녀는 이 노부인이 여태껏 베풀어 준 은혜를 떠올리며 그녀에게 있어 평생의 역병과도 같은 반항적인 충동을 억누르려고 애썼다. 가족들 중에서는 아무도 그런 골치 아픈 짐을 진 사람이 없어 보였다. 특히 그녀의 소중한 언니로 의무감에 넘치며 항상 옳은 일만 하는 사라는 더더욱 그랬다. 오거스타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심정뿐인 이런 때에 악마의 꼬임을 당해 괴로워하는 것은 항상 샬로트뿐이었다. 샬로트는 마음을 냉혹하게 다잡고 그녀의 목표를 떠올렸다. 아버지는 그녀를 런던 시즌에 데뷔시키기 위해 평생 죽도록 모아온 돈을 펑펑 썼고 이제 그녀는 가족들에게 다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그녀는 앞으로 겨우 몇 달 안에 그 투자를 보상해 줄 만한 남편감을 찾아야만 했다. 오거스타의 말이 옳다고 샬로트는 자신을 타일렀다. 그녀에겐 백작에게 넋을 빼앗길 권리가 없었다. 오거스타가 절대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하지만 않았던들 샬로트는 주위를 둘러싼 세 남자 가운데 한 명을 남편감으로

    생각해 보려고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왼편에 서 있는 남자는 로디 블랙으로 솜털이 보송보송한 외모가 열일곱인 그녀보다도 더 어려 보였다. 오거스타의 말에 따르면 장사로 상당한 재산을 모은 사람의 아들이니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했다. 로디는 다정하고 연갈색 머리에 푸른 눈이 어느 정도 잘생기기는 했지만 너무나 멍청해 보였다. 그는 항상 그녀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바보 같은 찬사나 늘어놓고 숭배의 눈길로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런 남자를 무슨 수로 진지하게 생각한단 말인가? 이 지상의 생명체 가운데 그녀가 최고로 아름답다는 둥 여왕 같은 우아함과 위엄을 겸비했다는 둥 그가 주워섬길 때마다 그녀는 포복절도하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 참아야 했다. 샬로트는 로디의 장광설을 슬쩍 흘려 들으며 다음 사람인 버기스 경에게로 주의를 돌렸다. 오거스타의 말로는 서퍽에 작지만 실속 있는 영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에 아내를 잃고 새 아내감을 찾으러 런던에 왔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샬로트가 보기에 버기스 경은 검은 옆머리가 조금씩 센 점 때문에 어딘가 기품 있는 분위기였고 험상궂은 가운데에도 다소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그는 거의 말이 없었고 만사에 심드렁해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와 있으면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왠지 불편했다. 그리고 스톨링스 대위가 있었다. 숱 많은 금발과 초롱초롱한 푸른 눈을 한 그는 발랄하고 잘생긴 용모였다. 하지만 그에게서 쓸 만한 점은 보기 좋은 미소가 전부라는 느낌이었다. 그가 구애하는 이유가 오로지 그녀의 미모 때문이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셋 다 그 점에서는 마찬가지인 것 같았고 그래서 마음이 불안했다. 평생 그녀는 자신의 미모가 곧 재산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하지만 막상 거래를 성사시켜야 할 때가 되고 보니 그 과정 자체가 별로 달갑지 않았다. 그녀는 나직이 한숨을 쉬며 이 세 사람 가운데 남편을 고를 일이 없기를 빌었다. 물론 구혼자는 더 있었다.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는 날로 수가 늘고 있었지만 오거스타는 충분히 자격이 되는 사람들만을 인정했다. 작위 있는 신사는 안 된다고 오거스타는 틈만 나면 못박곤 했다. 돈이 없거나 앞으로도 별 볼일 없을 듯한 사람도 고려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그녀가 이번 시즌 최고의 여왕이라는 이유만으로 주위를 맴도는 멋쟁이나 난봉꾼 역시 사양했다. 이곳은 목사관의 사랑하는 가족들이나 이웃 사람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였다 그곳 사람들은 그녀의 내면을 좋아해 주었다. 그녀의 예쁜 용모를 칭찬해 주는 것과 동시에 그 외의 다른 장점 역시 알아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온 이래 그녀는 점점 더 자신이 벽난로 위에 자랑스럽게 놓여 칭찬받는 장식품이 된 기분이 들었다. 밀려드는 향수병과 싸우던 샬로트는 주위를 에워싼 이 숨막히는 남자들로부터 벗어나고픈 욕구를 강하게 느꼈다. 그녀는 위안이 될 만한 아는 여자들이 혹시 있나 하고 주위를 살폈지만 실제로는 많은 아가씨와 그 모친들이 그녀의 성공을 시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꿋꿋하게 인파를 훑던 그녀의 시선이 문득 한 곳에 딱 멎었다. 위클리프. 샬로트는 입구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 너무나 훤칠하고 우아하며 잘생긴 그를 보고 있으려니 샬로트는 이방의 모든 여자들이 왜 그에게 달려들지 않는 걸까 의아해졌다. 칠흑처럼 검은 색으로 차려입은 그를 보자 그녀의 심장은 그를 볼 때마다 습관적으로 그렇듯 팔딱거렸다. 그녀와는 달리 그는 이 휘황찬란한 세계에서도 너무나 여유 만만해 보였다. 그가 아무리 그녀에게 유명 인사들을 소개시켜 준다 해도 자신은 이곳에서 일시적인 방문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샬로트는 날카롭게 인식했다. 오거스타가 못마땅해하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곧장 그에게 가고 싶었다. 자신의 의무와 목표를 새삼스레 떠올리며 그를 무시할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몸에 스며드는 기쁨을 부인할 길이 없었다.

    "실례하겠어요, 신사분들."

    그녀는 고개를 까딱하며 미소지었다. 로디와 스톨링스 대위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샬로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결국 그들에게서 벗어났다.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녀는 곧장 백작에게로 가는 대신 인파 한가운데를 뚫고 서서히 그에게 다가갔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을 돌아가려고 하는데 최고급 의상을 차려입은 여인네 둘이 그녀를 등진 채 가로막고 서 있었다. 양해를 구하려고 입을 연 순간 샬로트는 그들의 대화에 낯익은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듣고 멈칫했다.

    "아아, 저기 위클리프 백작이 있군."

    샬로트에게 등을 보이고 선 여자가 말했다.

    "훌륭한 작자지. 소문에 따르면 최근에 정부와 헤어졌다던데."

    "어머, 그럼 너도 저 악마처럼 잘생긴 남자를 차지할 수 있겠구나."

    몸의 곡선을 거의 드러날 정도로 너무나 얇은 천을 걸친 거무스레한 피부의 여자가 말했다.

    "의미심장한 말이로구나. 말해 봐. 저 남자, 침대에선 근사하든?"

    첫 번째 여자가 교활한 어조로 말했다. 샬로트는 '헉' 하고 튀어나오려는 신음을 억누르고 붉어진 얼굴을 황급히 부채로 가렸다. 검은머리의 여자는 듣고 있는 사람의 존재를 까맣게 모른 채 나직이 웃음을 흘렸다.

    "글쎄다‥‥‥ 아주 노련한 남자야. 엄청나게 열심이라고 해야할까."

    "저 남자가 소문처럼 쌀쌀하지 않다는 건 짐작했어."

    키가 크고 날씬한 숙녀는 화제에 완전히 몰두했는지 목소리를 한층 낮추며 말했다. 검은머리의 여자가 다시금 까르르 웃었다.

    "하지만 네가 아무리 매력을 발산해도 백작에겐 소용없을 거야, 이자벨. 저 사람은 풍만한 여자를 좋아하거든. 게다가 소문에 따르면 요즘은 웬 시골뜨기 아가씨에게 푹 빠져 있다던걸? 어쩌면 결혼할지도 모르지. 내가 아니까 하는 말인데 그럼 저 남자의 재미 좋던 나날도 이젠 끝이지."

    "오호라! 그 풋내기는 가난한 친척 정도라던데, 위클리프의 유일한 관심사는 가족에게 의무를 다하는 거지. 이건 랠리에게서 직접 들은 말이야."

    날씬한 쪽의 음성에서는 경멸이 뚝뚝 떨어졌다. 두 여자의 입도마에 오른 것이 자기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샬로트의 볼은 새삼스레 더욱 불타올랐다.

    "불쌍한 아가씨군."

    검은머리 여자가 말했다.

    "난 위클리프의 아내가 될 가엾은 여자를 진심으로 동정해. 그 사람은 아내의 인생을 1분 1초까지 명령할 거야. 제정신이 박힌 여자라면 그런 지겹고 숨막히는 남자와 절대 결혼하고 싶어하지 않을걸. 그 사람에게 시간보다 더 소중한 건 하나도 없어."

    "그럴지도 모르지."

    날씬한 쪽이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그 남자의 탁월한 침실 능력에 대해서는 전혀 불평을 들은 적이 없는걸. 심지어 너도 마찬가지잖아. 어머나, 저기 봐. 오필리아가 저 엄청나게 잘생긴 친척과 함께 있네. 저 남자 오늘밤은 유달리 근사해 보이는군."

    샬로트는 안도했다. 그녀는 이젠 자기 얘기가 끝났을 거라고 생각하며 소문이나 즐기는 그녀들의 혀를 피해 다른 쪽으로 옮겨갔다. 남의 말을 엿듣다니 부끄러운 줄 알라고 그녀는 자신을 책망했다. 아버지가 아신다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으시리라! 하지만 그 대화의 내용 역시 아버지의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샬로트는 그들의 말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검은머리의 여인은 한때 백작의 애인이었다! 샬로트는 그 여자의 얼굴을 똑똑히 봐두고 싶었지만 응접실을 가로질러 가는 백작의 움직임에도 신경 써야 했으므로 그럴 수가 없었다. 그에게로 다가가는 샬로트의 뺨은 여전히 물들어 있었다. 그녀는 어떤 남자가 근사한 애인일지는 전혀 몰랐지만, 위클리프에게 퍼부어지던 화끈한 찬사를 생각하면 몸 속이 흐물흐물 녹아버리는 것 같았다. 그녀가 목으로 손을 가져가자 레이스 장식이 달린 드레스 옷깃이 만져졌다. 그녀는 아까 그 여자들이 하던 말 중에 뭔가를 떠올렸다. 백작이 풍만한 여인을 좋아한다고? 갑자기 호기심이 떠올라 샬로트는 사춘기 이후 기대 이상으로 활짝 피어나 자신을 괴롭혀 왔던 가슴을 흘끔 내려다보았다. 백작이 그녀더러 더 패인 옷을 입으라고 했던 것은 우연의 일치였을까? 샬로트는 손가락을 꼽으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머리를 자르지 말라던 퉁명스러운 명령은? 그녀는 골똘한 표정으로 두 번째 손가락을 꼽았다. 그리고 그녀의 추종자들을 노려보더니 험악한 낯빛을 지어 죄다 쫓아 버린 것은? 샬로트는 세 번째로 손가락을 꼽았다. 그녀의 고집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녀가 얼뜨기였다면 오거스타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위클리프 백작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모른다고 착각할 뻔했다. 그녀는 사라의 분별 있는 충고와 둘째 딸이 의무를 다하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녀가 곧 결혼하지 않는다면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남동생들도. 제인과 캐리와 제니 역시 그녀가 성공리에 짝을 찾아야만 사교계에 진출할 수 있을 터였다. 샬로트는 인상을 찌푸렸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전에 없이 무겁게 느껴졌다. 문득 주변의 현란한 색채며 속 편한 잡담 소리가 냉혹하게 여겨지면서 샹들리에 불빛이나 방안의 호화로운 금박 장식 가구들이 내뿜는 광채가 무의미하게 여겨졌다. 샬로트는 인파 한가운데 홀로 멍하니 서서 한쪽 벽에 걸려 있는 호화로운 대형 거울을 흘끔 들여다보았다. 그녀를 마주 바라보고 있는 여인은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사람 같았다. 늘씬하고 우아한 옷차림의 여인은 주변 환경이 만들어낸 산물일 뿐으로 그 화려한 세계의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알맹이가 없이 공허했다. 샬로트는 자신을 이런 막다른 곳으로 몰아넣은 미모를 평생처음으로 저주했다. 그녀는 완강하고 단호한 몸짓으로 돌아서서 그녀가 원하는 유일한 남자로부터 멀어져 갔다. 그 건방진 아가씨는 계속 그를 피하고 있었다. 맥시밀리언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다가가려 할 때마다 샬로트는 달갑지 않은 훼방꾼이라도 된다는 듯 슬쩍 회피했다. 어느 누구도 아닌 그를! 그러면서 내내 그녀는 오합지졸들만 모인 추종자들을 향해 미소짓고 까르르 웃으며 부채를 팔랑거려 보였다. 그의 피가 화르륵 들끓었다. 그녀를 따끔하게 혼내 줘야겠다는 맥시밀리언의 결심은 평소의 침착하던 태도와는 전혀 달리 불같이 단호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꾸짖어야 좋을지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전에 없이 드물게 허둥대는, 혹은 난폭한 심정으로 그는 샬로트를 무릎 위에 엎어놓고 혼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그 정반대의 자세로‥‥‥‥더 이상 생각을 발전시키는 건 망설여졌지만 들끓는 분노만은 어쩔 수 없었다. 샬로트의 뒤편으로 간신히 다가갔을 때까지도 그는 여전히 그런 상태였다. 샬로트에게 다가갔을 때 그는 그녀의 발치에서 거의 침을 흘리다시피 하는 솜털이 보송보송한 소년을 발견했다. 맙소사, 저 꼬마는 아직 젖도 안 뗀 풋내기잖아? 그리고 검은머리가 희끗희끗한 또 다른 남자는 위협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대체 저 작자가 누굴까? 맥시밀리언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 다음 차례는 난봉꾼 냄새를 풍기는 금발의 군인이었지만 즉시 그는 머리가 빈 여인네들에게나 환영받을 부류의 남자라고 낙인찍어 버렸다. 샬로트는 저런 남자에게 매력을 느낄 정도로 천박한 여자란 말인가? 게다가 그녀가 그보다는 저런 무지렁이들과 있는 것을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의심 역시 그를 괴롭혔다.

    "트로브리지 양."

    맥시밀리언은 부드럽게 그녀를 불렀다 이렇게 가까이 다가간 이상 그녀는 그로부터 쉽게 도망칠 수 없었다. 이런 상황 하에서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는 그녀가 실망할 경우에 대비해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는 획 돌아서더니 그를 보고 놀란 듯 눈을 깜박였다. 불쾌해할까? 아니면 기쁜 척 연기를 할까? 하지만 그가 각각의 상황에 맞춰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기쁨으로 환해졌다.

    "백작님,"

    그녀는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인사말 소리는 애무하듯 나지막했고 기쁜 기색이 대담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녀의 애무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들면서 그의 분노가 순식간에 열기 어린 다른 감정으로 바뀌었다.

    "실례합니다. 여러분."

    그는 이의 따윈 용납하지 않겠다는 가차없는 눈빛으로 추종자들에게 말한 다음 샬로트를 바라보았다.

    "춤추실까요 트로브리지 양?"

    그는 그녀의 반응에 아직도 어느 정도 얼떨떨한 상태에서 그녀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어쩌면 거절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다. 아니, 그러기는커녕 열성적인 미소를 보였으므로 그는 넋을 놓고 바라보기만 했다. 그가 제대로 몰랐다면 좀 전까지 보이던 그녀의 태도가 그 혼자만의 착각이었나 보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까 그녀는 분명 그를 피했다.

    "어이, 위클리프 내가 도착하자마자 이 사랑스러운 숙녀분을 낚아채 가다니 너무하네."

    랠리의 목소리가 그의 생각을 방해했다. 맥시밀리언은 짜증이 나서 친구를 흘끔 쳐다보았다. 이 친구는 그렇게도 할 일이 없나?

    "그럼 더 일찍 왔어야지."

    맥시밀리언은 전혀 사정 봐주지 않는 어조로 대꾸했다.

    "저 두 사람이 쓸데없이 토닥거리는 동안 우린 춤이나 추십시다, 트로브리지 양."

    그윽한 목소리가 들렸다. 새로 끼어든 자한테 호되게 무안을 주려고 눈길을 든 맥시밀리언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말을 건 남자는 겁쟁이 풋내기 따위가 아니라 맥시밀리언처럼 귀족인 로스 후작이었다. 명성 높은 후작이 샬로트의 손을 잡고 절을 하는 광경에 놀라 순간 망설이는 바람에 맥시밀리언은 그녀를 빼앗기고 말았다. 샬로트는 사과하듯 그를 흘끔 바라보더니 그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로스와 함께 가버린 것이다. 유연하고 우아하게 그에게서 멀어져 가는 그녀의 꼿꼿하고 늘씬한 뒷모습만이 맥시밀리언의 곁눈질에 잡힐 뿐이었다. 맥시밀리언은 화가 치밀었다. 그녀에게 그토록 정성을 쏟은 그를 감히 이렇게 초라하게 만들다니! 맥시밀리언이 없었다면 로스는 그녀의 존재를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샬로트의 다른 추종자들처럼 멍하니 서 있다는 것을 알아챈 순간 그는 주먹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정말이지 위클리프, 자네도 트로브리지 양의 추종자 무리에 끼고 싶거든 우아하게 물러나는 법을 배워 둬야겠네."

    랠리가 묘한 표정을 띤 채 맥시밀리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맥시밀리언의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다른 자들이 뿔뿔이 흩어지자 그는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분노를 거의 숨기지 못한 채 친구와 마주섰다.

    "그 아가씨에게 그런 무리가 있다는 건 몰랐군."

    그는 이를 악물고 내뱉었다.

    "있는 게 당연하지, 친구 자넨 대체 어디 있었나? 트로브리지양은 이번 시즌 사교계의 여왕으로 등극했단 말일세."

    랠리는 멍한 표정을 짓더니 샬로트의 매력을 왜나 역겨운 태도로 읊어대기 시작했다.

    "그 아가씨는 여신이자 비길 데 없는 여자야. 자네는 그 아가씨와 안면이 있는 사이니 잘 알 것 아닌가."

    "그래, 미인이긴 하지. 하지만 여신은 아니야."

    맥시밀리언은 조소했다.

    "그러니 그 시시껄렁한 찬사 따윈 내 앞에서 삼가게나. 매년 똑같아. 반반한 얼굴만 나타나면 겉보기엔 지적이라는 남자들이 떼거리로 넋을 잃지. 다른 여자가 나타나면 또 그쪽으로 옮겨가고 말이야. 세상에, 랠리. 난 자네를 그보다는 높이 평가했건만."

    랠리는 발끈하기는커녕 눈썹을 치켜뜨며 친구를 가만히 살펴보았다.

    "내가 보기에 자네는 완전히 빠져 있군."

    "빠져 있는 게 아니네."

    맥시밀리언은 날카롭게 대꾸했다.

    "그저 저 건방진 아가씨와 할 말이 있었을 뿐이네. 하지만 지금 보니 침이나 흘리는 풋내기들을 뚫고 애써 저 여자에게 다가갈 필요는 없겠군."

    랠리는 혼자서도 꽤나 즐겁다는 듯 키득거렸다.

    "로스를 침흘리는 풋내기라고 부르기엔 어폐가 있는걸. 내 생각에 로스는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날 때부터 어른 모습으로 한 손엔 주사위, 나머지 손엔 그 엄청난 재산을 좌지우지할 능력을 쥐고 세상에 나온 것 같다고"

    맥시밀리언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저자는 난봉꾼이고 샬‥‥‥ 트로브리지 양에게는 적당한 상대가 아니야."

    랠리는 껄껄 웃어댔다.

    "아니, 위클리프, 불평은 그만 하게. 난 자네가 로스야말로 귀족들 가운데 드물게 총명한 두뇌의 소유자라고 칭찬하던 말을 수도 없이 들은걸!"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저자는 샬로트에게 치근댈 권리가 없어."

    "이봐, 친구. 왜 그런 말을 하나?"

    랠리가 물었다.

    "로스는 런던 최고의 명망 있는 신랑감이라고. 생각 좀 해봐! 자네를 섬기는 목사가 이 나라 최고 유력자로 손꼽히는 남자의 장인이 될 수도 있네 !"

    맥시밀리언은 나직이 욕설을 퍼부으며 꿰뚫을 듯한 눈빛으로 랠리를 쏘아보았다.

    "로스는 그녀에게 청혼할 마음 같은 건 전혀 없어. 자네도 그건 알잖나. 저 아가씨는 결코 작위를 얻지 못해."

    랠리는 놀라서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다는 거지?"

    "그 아가씨는 목사의 딸에 불과하니까."

    맥시밀리언은 날카롭게 대꾸했다.

    "그래서? 로스가 혹 자기보다 신분이 낮은 여자와 결혼한다 해서 감히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보나?"

    랠리는 묻더니 그 상황을 상상해 보는 듯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진저리를 쳤다.

    "내 생각에 로스가 자기 집 부엌데기와 결혼한다 해도 감히 반대할 사람은 없을걸. 젠장할, 위클리프, 트로브리지 양만큼 아름다운 숙녀라면 태생은 문제가 되지 않아."

    "어쨌든 로스는 그 아가씨와 결혼할 수 없네."

    맥시밀리언은 단호했다.

    "뭐?"

    랠리는 놀라서 푸른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친구를 돌아보았다.

    "로스 같은 무정한 악마는 결코 그 아가씨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어."

    랠리는 너무 놀라서 한동안 말문이 막힌 듯하더니 뭔가 따져보듯 친구를 흘끔 바라보았다.

    "부유하고 유력한 후작이 마음에 안 든다면 젖냄새도 안 가신애송이나 젊은 한량 군인은 좋다는 건가?"

    맥시밀리언은 코웃음을 쳤다.

    "좀 전에 그 아가씨에게 몰려들었던 그 오합지졸들 얘기라면 당연히 아니라고 해야겠지. 그자들은 한 명도 가치가 없어."

    랠리는 엄숙한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그럼 자네는 그자들 모두가 우리의 여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군. 물론 후작도 마찬가지고."

    그는 생각에 잠겼다.

    "그럼 자네는 트로브리지 양에게 걸맞은 남편감이 누구라는 건가?"

    그는 턱을 쳐들고 짓궂게 우쭐댔다. 맥시밀리언은 돌연 이 대화의 종점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렸다.

    "자네는 아닐세!"

    맥시밀리언의 대답에 랠리는 다른 사람들이 돌아볼 정도로 크게 폭소를 터뜨렸다.

    "뭐가 그렇게 우습나?"

    "아무것도 아닐세. 정말 아무것도 아냐."

    랠리는 사이사이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다. "위클리프, 이번 시즌은 내가 겪어본 가운데 최고로 흥미진진한 때가 되리라는 예감일세. 그럼 이거나 말해 보게. 어쩌면 자네가 우리의 여신에게 어울리는 유일한 결혼 상대자일까?"맥시밀리언은 냉정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웃기는 소리하지 말게."

    순간 그는 문득 자신의 일정을 기억해 냈다. 그는 시계를 꺼내보고 나직이 욕설을 퍼부었다. 샬로트를 찾아다니느라 분투한 바람에 이 바보 같은 행사에 한 시간도 넘게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랠리는 시계를 보더니 또 한 번 웃음바다에서 허우적댔고 맥시밀리언은 짜증나는 눈길로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

    "세상에, 랠리. 진정하게나.  신나간 하이에나 울음소리 같군."

    랠리의 증세는 그의 사나운 눈초리에 기죽기는커녕 더욱 심해졌다. 맥시밀리언은 차갑게 웃었다.

    "난 이제 가네. 난 아가씨가 태평하게 노니는 동안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고 자네의 그 여신님에게 전해 주게."

    "자네가 직접 말하게."

    랠리가 오른편을 고갯짓으로 가리키자 홀연 샬로트가 그 자리에 나타났다. 목까지 감싸는 드레스 차림이었지만 최신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순간 맥시밀리언은 경탄하는 눈길로 그녀를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왜 천으로 온몸을 꽁꽁 싸매기를 고집하는지 그에게는 수수께끼였다. 문득 맥시밀리언은 그녀의 드러난 목에 루비 목걸이가 걸린 광경을 그려보았다. 위클리프 백작가의 그 가보는 그녀의 하얀 피부를 여러 겹으로 칭칭 둘러쌀 것이다. 그는 계속 상상의 날개를 펴고 싶은 유혹을 접고 생각을 떨쳐 버렸다.

    "실례합니다. 트로브리지 양. 하지만 이제 가야겠군요."

    그는 거칠게 말했다. 그는 살로트가 이 소식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저녁 내내 그를 피하던 태도로 보아서는 그 편이 당연했다. 그래서 그녀가 가녀린 손을 그의 팔에 얹으며 다소 친밀한 몸짓으로 가까이 다가오자 그는 놀라고 말았다.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연기라도 하려는 것일까? 맥시밀리언은 혐오감에 얼굴을찡 그렸다. 그는 그녀의 변덕에 장단을 맞추는 바보 같은 추종자들과는 달랐다. 하지만 샬로트는 그에게 남아 달라고 조르지 않았다. 대신 간절하게 애원하는 녹색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내일 오후 세 시쯤에 집으로 찾아와 주실 수 있나요?"

    순간 맥시밀리언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일까? 그녀의 말은 자연스러운 통상적 초대라고는 보기 힘들었다. 그녀의 해맑은 눈이 그의 눈에 못박힌 채 대답을 기다렸다.

    "알겠소"

    그는 거칠게 말했다. 그녀는 고맙다는 듯 미소를 짓더니 다정한 몸짓으로 그의 소매에서 손을 떼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 그 자리에 다시 가져다 놓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았다. 그녀의 손길을. 다정한 애무를 다시금 팔에 느끼고 싶었다. 맙소사, 제정신이 아니군!

    "안녕히."

    맥시밀리언은 뻣뻣하게 고갯짓을 했다. 그는 빨리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에 거의 뛰쳐나가다시피 했다. 오늘밤의 일정을 망치고 예정보다 더 오래 머무른 것도 모자라 다음날 샬로트를 찾아갈 약속까지 해버리다니 ! 그는 마구 욕설을 퍼부었다. 목사의 딸은 그의 일정을 엉망진창으로 망쳐 버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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