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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짠단짠 수능 명강사의 비밀-70화 (70/92)

70화. 구출하다

“왜 하필 민아예요?”

“가장 연약한 상대였기 때문이오.”

“얼른 가서 찾아요. 장진한이 납치했다면서요.”

“이런, 입맞춤 한 번도 안 해 주고 쫓아내는 거요?”

팍! 그의 가슴팍을 쳤다.

“이럴 때 농담이 나와요?”

나는 그를 침상에서 힘껏 밀었다. 목선후가 내 뺨을 소중히 잡고 쪽 입을 맞췄다.

“떨지 말고 기다리시오. 그대는 너무 연약해서 걱정이라오.”

“얼른 가요. 소문 안 나게 조용히 데리고 와요. 민아도 하녀도 나쁜 소문이 나면 안 돼요.”

어서 가서 실력 발휘를 해 봐, 일 등급아. 안안용의 몸은 연약할지라도 나는 완정 강심장이라고.

목선후가 삿갓을 쓰고 나가자 나는 침상 위에 널브러졌다. 그가 장담을 했지만 납치당한 사람은 여자들이다. 이 시대에 안 좋은 소문이 나는 여자들의 장래는 어둡다. 나는 민아든 민아의 하녀든 어떠한 해도 입지 않기를 바랐지만 이미 저녁이 되어 가고 있으므로 불안하고 초조했다.

***

민아는 자신이 납치되더라도 뭔가 흔적을 남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막상 납치되자 자신은 무력한 아이일 뿐. 적들은 주도면밀했고 신속했고 영리했다.

한겨울 아침, 추위에 종종걸음을 칠 때 누가 앞과 옆을 일일이 살피며 걷겠는가? 중문 상가 거리를 벗어나 복잡한 동네 골목을 지날 때 갑자기 옆에서 튀어나온 한 떼의 사내들이 민아와 하녀의 머리에 포대를 씌우더니 어깨에 메고 달려갔다.

남이 보면 무슨 쌀자루나 짐자루로 보였으리라. 소리를 지르려고 입을 열자 이미 짐작했다는 듯이 뒤따라오던 다른 사람이 민아의 머리를 쳤다. 거꾸로 매달려 가는 데다 머리를 맞으니 어린 민아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민아보다 겨우 서너 살 많은 하녀는 겁이 많아 소리는커녕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그들은 골목 끝에 대기하고 있던 마차를 타고 장씨 저택 안까지 들어온 후에야 민아와 하녀를 자루에서 꺼내주었다. 그러고는 잡동사니가 쌓여 있는 어둡고 더러운 창고에 집어넣고 밖에서 문을 걸어 잠궜다. 문밖에는 두 명의 건장한 사내가 하루 종일 지켰다.

창고에 도착한 후에야 정신이든 민아는 자신의 어깨에 메어져 있는 책보따리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씨, 지금 책이 중요해요?”

하얗게 질린 하녀가 덜덜 떨면서 물었다.

“응, 괜히 걱정하느라 힘 빼지 마. 구해주러 올 거야.”

“누, 누가요? 여기는 어딘데요?”

“몰라, 하지만 나는 안부자 어르신을 믿어. 안용 아씨도. 분명 구해주러 올 거야.”

“그, 그래도 늦게 오면요?”

민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기대를 품은 하녀가 민아의 입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고민하는 건 바보짓이야.”

이렇게 말한 민아는 어둑한 창고에 가늘게 흘러드는 빛으로 책을 보기 시작했다. 한숨을 쉰 하녀는 그런 민아 옆에 딱 붙어서 온기를 나누었다. 자신보다 어리지만 조금도 떨지 않은 민아와 붙어 있으니 차츰 떨림이 가라앉았다.

***

창고에 갇힌 민아와 하녀는 물 한 방울 못 먹고 하루를 보냈다.

가느다란 틈으로는 붉은 황혼빛이 흘러들었다. 잠에서 깨어난 하녀는 눈썹이 팔자가 될 정도로 불안해했고 의젓하게 볏짚 위에 앉아 책을 보던 민아도 속으로는 초조했다.

중간에 누군가 들어와 왜 잡아왔는지 말을 할 줄 알았는데 그대로 방치해 뒀다. 즉 민아나 하녀는 납치 이외의 다른 목적이 없다. 이 헛간에서 굶어 죽어도 상관없다는 뜻이기도 했고.

이용가치가 있어야 살려두고 주먹밥이라도 한 덩이 줄 텐데.

꾸르륵. 꾸륵. 아까부터 하녀의 배 속에서는 개울물이 흐르다가 개구리가 울다가 했다.

참지 못한 하녀가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민아는 책을 덮고 하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때 문밖에서 투닥, 콱,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벌컥 열렸다. 처음 본 사람이 고개를 들이밀고 물었다.

“네가 민아냐?”

민아는 젊고 잘생긴 남자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나쁜 놈인지 좋은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목 공자가 보냈다. 이리 나와.”

“아!”

비로소 민아의 맑은 눈에 습기가 어리더니 눈물이 똑 떨어졌다. 하지만 곧 눈물을 쓱 닦고 책보따리를 챙겨서 어깨에 멨다.

밖으로 나오니 문 앞에 두 명의 커다란 장한이 개구리처럼 뻗어 있었다.

“이, 이렇게 나가도 돼요?”

너무 쉽지 않나? 민아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한눈에 봐도 크고 좋은 집이었다.

챙챙챙!

칼 부딪치는 소리가 가까워져 오자 궐향은 민아와 하녀의 손을 잡고 담 쪽으로 뛰었다.

“애들 받아라.”

“넵! 주군.”

담 밖에서 대답 소리가 울리자마자 궐향이 조그만 몸집의 민아를 잡아 휙 담 밖으로 던졌다. 잘 익은 수박을 서리하는 사람처럼 가볍게. 그러고는 하녀를 보았다.

“저, 저는 무거워요.”

하녀가 애걸했다.

“그렇게 보인다.”

궐향이 먼저 담 위로 훌쩍 올라가더니 쪼그려 앉아 손을 아래로 내밀었다. 하녀는 쭈뼛거리며 두 손을 내밀었다. 궐향이 하녀의 두 손을 잡고 힘을 주자 하녀의 몸이 쑥 위로 올라왔다.

담 너머에는 민아가 궐향의 수하 한 명과 함께 하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빨리 내려와.”

“어, 어, 어.”

제 키보다 높은데 어떻게 한 번에 뛰나 망설이는 하녀를 궐향이 뒤에서 쓱 밀었다.

“꺅!”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지르는 하녀를 수하가 받았다.

“주군, 여기서 한가하게 장난을 치실 땝니까?”

“못 할 건 뭐냐. 이제 가면 되는데.”

“저 친구들은 어쩌고요.”

“나와 무슨 상관?”

분명 올 때는 같이 왔는데. 수하가 고개를 갸웃했다.

궐향이 앞서 가자 수하가 두 소녀를 재촉했다. 그늘진 뒷마당을 가로지르자 더 높은 담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수하와 궐향이 위아래서 쉽게 소녀들을 옮겨 주었다. 그들이 이렇게 도망가고 있는 동안 앞마당에서는 일선과 이선이 주의를 끄느라 장씨 집 식객인 무사들과 칼을 맞대고 있었다.

일선과 이선은 목선후의 비밀호위였기 때문에 아무도 얼굴을 몰랐다. 그때 밖에서 들어오던 장진한이 친구들과 함께 합세했다. 십 대 이가 됐다.

같은 시각 장씨 저택 대문 쪽 담.

높은 나무 위에 두 남자가 올라가 아래의 상황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었다.

“공자님, 우리도 가요.”

몸이 근질근질한 팽문이 검은 복면을 꺼내 머리에 썼다. 목선후가 고개를 저었다. 일선과 이선은 왕이 황궁 무사 중에서 뽑아서 보낸 고수들이다. 십 대 이가 아니라 백 대 이여도 자신의 몸쯤은 어렵지 않게 빼낼 수 있다. 굳이 두 사람이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

아니나 다를까 장진한을 비웃듯이 장진한의 상투를 쓱싹 잘라버린 일선이 휙 몸을 빼자 이선도 뒤따라 몸을 날렸다. 그들은 일부러 목선후가 숨어 있는 나무와는 반대쪽으로 달려갔다. 잘린 상투에 너무 놀란 장진한이 감히 쫓을 생각도 못 하고 멍하니 서서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만 봤다.

방금 저승 구경을 하고 왔으니 두려움에 싸여 침입자를 붙잡을 자신이 없었다. 두 사람이 제비처럼 날쌔게 사라진 후 의적 놀이를 하고 싶었던 팽문만 아쉬워하며 복면을 벗었다.

나무에서 내려온 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느긋하게 걷기 시작했다. 맞은편에서 사람이 오자 목선후가 부채를 꺼내 좌르륵 폈다. 두 사람이 장씨 저택이 있는 골목을 벗어날 즈음에는 민아와 하녀는 궐향이 모는 마차를 타고 포목점으로 가고 있었다.

***

말을 타고 사흘을 달려서 장현봉이 고향에서 돌아왔다. 이유는 세자빈이 아버지를 만나면 태아의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장진한에게 아직도 화가 나 있던 세자는 장인인 장현봉에게도 일각만 만나도록 허락했다. 안부 인사를 나눈 장현봉에게 침상에 누운 세자빈이 손짓을 했다.

아버지가 다가가자 세자빈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아버지, 큰일 났어요.”

세자빈이 배를 잡고 상체를 일으켰다. 도저히 누워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무슨 일입니까? 마마.”

부친이 묻자 세자빈이 더 작은 목소리로 밖을 신경 쓰며 말했다.

“세자 저하께 형이 있답니다.”

“……!”

너무 놀란 장현봉이 자신의 입을 손으로 가렸다.

“사실입니까? 그,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최근에 진욱 왕자가 자주 대비전을 찾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소녀가 시녀 하나를 매수해서 엿듣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전하께서 왕자 시절에 사랑했던 여인과의 사이에 아들이 있고, 전하와 대비마마는 그 아들을 복권시키려 한답니다.”

“진욱 왕자와는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자가 그 아들을 데리고 있습니까?”

“아닌 듯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은 그게 전부입니다.”

세자빈이 고개를 저었다. 이 점은 확신이 없었다.

“아버지, 이를 어쩝니까? 이 아기가 아들이 아니라거나 무사히 태어나지 못하면 세자 위가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세자 저하에 대한 전하의 총애는 확실합니다.”

“하, 하지만 소녀는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버지, 오신 김에 오라버니 사정도 좀 알아보시고, 그쪽도 조사해 주세요.

아버지 말씀대로 별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소녀는 확인하고 싶습니다. 확인만 해 주세요.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요.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니 불안해서 미치겠습니다. 대비전을 엿들었다는 사실을 저하께서 아시면 크게 화를 내실 것이니 저하께 물을 수도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하지요. 제발 마음을 편히 가지시고 정양을 잘하세요.”

세자빈이 아버지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눈시울을 붉혔다. 위태위태한 태중의 아기와 친정 모두 너무 염려스러웠다.

일각은 빨리 흘러갔다. 세자빈은 서둘러 침전을 나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서러움의 눈물을 삼켰다.

오라버니의 실수가 일을 이렇게 키웠다. 애초에 오라버니가 한씨 상단의 일을 막지 않았더라면 세자 저하가 간섭할 일도 없고 자신이 넘어져 태아가 위험에 빠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어의는 한 고비는 넘겼으나 출산까지 이렇게 누워만 있어야 하며 움직이지 못하니 너무 많이 먹어서도 안 된다고 하였다. 하긴 입맛도 없지.

세자빈은 베개에 머리를 파묻었다. 자신은 이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임승휘와 즐겁게 웃고 있을 세자를 생각하면 너무 원망스럽고 속이 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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