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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짠단짠 수능 명강사의 비밀-39화 (39/92)

39화. 떠나는 목선후

모두 위를 본 그 순간.

이미 반쯤 타서 부서지기 직전인 서까래와 지붕의 일부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버팀목을 몇 개 댔지만 무거운 지붕까지 무너지는 바람에 버팀목까지 부러졌다.

내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굵은 서까래는 아버지의 머리 위로 바로 떨어졌을 것이다.

아버지는 무거운 통나무인 서까래를 피했지만 서까래가 떨어지자 서까래가 받치고 있던 지붕이 벽에 붙어 있던 목선후와 점주와 부점주 위로 무너져 내렸다.

“피해!”

“공자님!”

아버지와 내가 구하려고 달려갔지만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먼지가 피어올랐다. 소매로 입을 막아도 계속 켁켁 목이 막혔다.

가게 밖에 있던 사람들이 달려들어 지붕을 치우자 먼지와 기왓장 속에서 목선후의 손이 나왔다. 길고 아름다웠던 손이 새까맣게 검댕에 덮여 있었다.

“공자님!”

“점주님!”

“부점주님!”

“매형!”

사람 손이 무섭다. 많은 사람이 달려들어 순식간에 지붕의 잔해를 치우고 세 사람을 꺼냈다. 어머니와 함께 가구점에서 기다리던 안신이와 안중이도 달려와서 매형 위에 쌓인 기와 조각을 치웠다.

다행히 세 사람 다 먼지와 작은 상처에 뒤덮여 있었지만 크게 다친 곳은 없는지 사람들의 부축을 받아 일어섰다.

“에퉤퉤, 푸푸. 에에취.”

“컥컥.”

입과 코에서 먼지를 뱉어내며 눈을 깜박이는 점주와 부점주 뒤로 목선후가 일어났다.

“목 서방, 괜찮나?”

“공자님, 괜찮아요?”

아버지와 내가 목선후에게 다가갔다.

점주와 부점주가 목을 잡고 꺽꺽대자 누군가 바가지에 물을 담아 내밀었다.

“공자님, 먼저 드시지요.”

사양하려던 목선후가 얼른 한 모금만 넘기고 다시 바가지를 점주에게 넘겨주었다.

“흠흠, 괜찮습니다, 장인어른.”

“다행일세, 모두 무사하구만.”

그런데 목선후의 걸음걸이가 이상했다. 목선후의 유백색 도포는 검댕만 묻은 것이 아니었다. 도포의 아래쪽이 붉은 피에 젖었다.

“공자님, 다리를 다쳤군요.”

“괜찮소.”

뺨을 실룩이며 억지로 웃는 목선후의 모양 좋은 입술이 파랗다. 상태가 안 좋은 거다.

“아버지, 의원을 불러요. 어서요. 팽문아, 공자님을 업고 가구점으로 가자.”

“네, 아씨.”

평소 같으면 숯처럼 검은 자신의 모습 때문에 주저했을 팽문이 목선후 앞에 등을 들이댔다.

긴 속눈썹에 반쯤 가려진 눈동자가 흐려지면서 뜨거운 숨을 뱉으며 목선후가 팽문의 등에 무너지듯 업혔다.

가구점 한쪽에 임시 침상을 놓고 목선후를 눕혔다. 이제 목선후는 얼굴과 목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피가 묻은 바지를 벗기자 왼쪽 정강이가 크게 패여서 하얗게 뼈까지 드러났다.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하얗게 드러난 뼈와 흐르는 피를 보자 심장이 뛰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떡해, 어떡해, 목선후.

“주인님, 상처가 너무 큽니다. 뼈도 상했을 겁니다.”

가구점 점주가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 짐작했다. 어머니가 떨고 있는 내 손을 잡았다.

감염도 문제지만 그치지 않고 흐르는 피가 문제였다.

이 시대는 수술도 수혈도 못 하는데.

“공자님, 지혈, 지혈해야 돼요.”

헐떡거리는 연약한 음성인데도 목선후는 바로 알아들었다. 손을 흔들며 힘없이 말했다.

“지혈을 어떻게 하는 거요?”

“내가 할게요. 아버지 긴 끈과 막대기를 주세요.”

끈을 찾느라 허둥대는 아버지를 보다가 어머니가 목선후의 옷고름을 부욱 뜯어서 내게 건네주었다.

어디더라? 심장에서 상처로 가는 길을 막아야 하니까.

눈앞도 생각도 흐릿하다. 현대에서 심폐소생술만 열심히 배웠는데.

왜 나는 엉뚱한 것만 배우고 왔는지 모르겠다. 내 손은 목선후의 무릎 위에서 떨다가 간신히 위치를 기억해 냈다.

“무릎 위요. 여기를 묶어야 돼요.”

아버지가 막대기를 가져왔다.

“아버지 여, 여기를 묶으세요.”

연약한 서생의 몸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허벅지에는 굵은 근육이 잡혔다. 내가 목선후의 허벅지를 가리키자 아버지가 속바지 위로 옷고름을 묶었지만 너무 약했다.

내가 막대기를 끼워서 한 번 돌리자 윽, 하는 신음이 들렸다. 막대기를 고정하기 위해 옷고름을 하나 더 뜯었다. 점잖은 목선후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랫입술을 물고 두 주먹을 꼭 쥐었다.

“피는 더 이상 흐르지 않겠지만 어서 치료해야 돼요. 아버지 깨끗한 면을 주세요, 상처를 싸매게요. 의원은 언제 와요?”

대답은 어머니가 했다. 화재 현장을 보고 수습이 됐다고 생각하셨는지 평소의 기세등등한 태도로 돌아와서 내 팔을 잡아 의자에 앉혔다.

“안용아, 의원은 오고 있으니 조바심을 내지 마라. 아니, 손이 왜 이리 차니. 말순아, 아씨 손을 좀 주물러라. 정오는 차가운 물수건으로 공자님의 얼굴을 닦아 드려라. 팽문은 의원이 오고 있는지 나가 보고.”

“어, 어머니, 나, 나는 괜찮아요.”

떨리는 목소리가 간신히 새어 나왔다. 오 여사님, 안용이가 아무리 귀해도 지금 사위를 좀 봐주셔야죠.

“목 서방도 괜찮을 게다. 다행히 무릎이나 발목이 아니니 쉬이 나을 거야.”

눈을 감고 있는 목선후의 얼굴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입술은 아까보다 더 파래졌다. 두 손으로 그의 한 손을 잡고 힘을 주었다. 깍은 듯 수려한 뺨이 창백하다.

“조금만 참아요. 괜찮을 거예요.”

감염, 파상풍, 부서진 뼈. 영원한 불구. 패혈증 등등 별생각이 다 났다. 정말로 이것 때문에 목선후의 생명이 위독해지면 어떡하지?

입술을 깨물고 푸르게 변하는 목선후의 얼굴을 무력하게 바라보았다. 멈추었던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

가구점 밖에서는 아직도 몇 사람의 구경꾼이 서서 일이 어찌 되는지 살폈다. 방화범이 그중에 섞여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 팽문은 그따위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왕자님이 다치셨다!

대비마마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이미 일선이 행궁으로 달려갔다. 저 귀하신 몸에 무슨 일이 생기면 큰일인 데다 아무 의원이나 왕자의 몸을 치료하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행궁에는 대비마마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어의와 의녀가 상주하고 있으니 대비마마께서 결정하실 일이다.

말을 탄 일선이 돌아올 시간인데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팽문은 초조하게 문 밖을 내다보았다.

***

어머니는 목선후를 일으켜 꿀물을 마시게 했다. 목선후의 얼굴과 목은 물수건으로 닦아서 깨끗해졌지만 지붕의 작은 파편들에 찍힌 상처들이 많았다. 그런 상태로도 목선후는 나를 달래려고 마른 입술을 열었다.

“안용.”

“네, 여, 여기 있어요.”

“상등 때문이 아니었소.”

“네, 네. 알아요. 상등 때문이 아니었어요.”

“아직은 비밀이오. 범인을 잡을 때까지는.”

“응, 응. 다리는 많이…… 아파요?”

목선후가 힘없이 눈을 감고 미소를 지었다. 아프다는 뜻이구나.

“의원이 오고 있어요. 조금만 참아요.”

떨리는 두 손으로 목선후의 손을 부여잡았지만 목선후는 힘이 없는지 내 손을 마주 잡아 주지 못했다.

그때 밖에서 급한 말발굽 소리가 울렸다.

팽문이 달려 나가서 수염이 하얀 한 노인을 업다시피 해서 데리고 들어왔다.

“의원님, 우리 공자님 좀 봐주세요.”

팽문의 등에서 내린 의원은 우리를 휙 둘러보고는 목선후에게 다가갔다. 목선후의 귀에 입을 대고 뭐라고 속삭이더니 우리가 해 놓은 응급처치를 보고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상처가 심하니 모시고 가서 치료하겠습니다.”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장인어른.”

힘없이 눈을 뜬 목선후가 말하자 팽문이 내게 묻지도 않고 목선후를 들쳐업었다.

“팽, 팽문아. 나도 갈게.”

팽문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우리의 시선이 얽혔다. 4등급 마당쇠의 눈빛은 평소와는 달랐다. 그의 굳은 표정과 복잡한 눈빛 때문에 나도 모르게 주저했다.

“아씨, 소인이 모시고 의원에게 다녀오겠습니다.”

“이, 이보게. 목 서방.”

나 대신 어머니가 입을 벙긋 벌렸다. 하지만 나는 밖에 세워진 마차를 보고 이미 눈치챘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누가 알렸는지 모르지만 빠르기도 하지. 대비 마마가 보냈구나. 평범한 흰색 심의를 입고 있지만 보통 의원은 아닐 것이다.

대비마마가 목선후만 데리고 오라고 했나 보다.

목까지 차오른 울음을 꿀꺽 삼켰다. 지금은 목선후의 회복이 제일 중요하다. 어차피 내가 옆에 있어도 큰 도움은 못될 것이다.

내가 망설이고 있는 동안 팽문이 목선후를 마차 안에 옮기고 마부석에 탔다. 의원이 마차에 타자 팽문은 채찍을 휘두르며 즉시 출발했다.

팽문이 어찌나 서두르는지 나는 목선후에게 인사도 못 했다. 아니, 마지막 인사 같아서 하기가 싫었다. 곧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가슴이 먹먹해서 멍하니 서 있으니 어머니가 앞으로 나섰다. 무슨 이런 경우가 있나 싶은 얼굴이다.

“아니, 안용아. 목 서방이 어디로 가니? 너는 왜 안 따라가고?”

“믿을 수 있는 의원이오. 염려 마시오. 마차에 사람이 더 탈 수 없어서라오.”

어느새 다가온 아버지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눈을 들여다보았다. 아버지의 눈빛을 살피던 어머니가 이번에는 나를 돌아보았다. 무슨 내막이 있음을 짐작했는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눈치 백단인 오 여사님이다.

마차는 바람처럼 달려서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작고 평범해서 존재감이 없는 마차였는데 오늘 저 뒷모습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마차를 타고 간 목선후가 가장 좋은 치료를 받고 올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래도 여전히 슬프고 무서웠다.

아무것도 도울 수 없는 나 자신이 미워질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의사든지, 한의사든지, 생물학이나 식물학을 전공할걸.

하필 고대의 동양에서 전혀 써먹을 수 없는 영어만 잘하다니.

그때 어디선가 조그맣게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아?

뒤돌아보니 고개를 푹 숙이고 두 손을 잡은 민아가 서 있었다. 그을음이 잔뜩 묻은 얼굴로 서서 검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무릎을 굽히고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너도 있었어? 불났을 때?”

“네, 훌쩍. 죄송해요, 아씨.”

민아의 우는 소리에 서서히 정신이 돌아왔다. 나는 어금니를 물고 마차의 뒷모습을 잠시 잊기로 했다.

“네 탓이 아니야. 상등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

눈물에 젖은 아이의 뺨에 입을 대고 말했다.

“방화란다. 누군가 안씨 상가를 해코지하려고 불을 지른 거야. 그러니 불났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해 봐.”

허리를 펴고 일어서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 주었다.

“얼굴이 아주 새까맣구나. 집에 가서 얼굴을 씻고 오너라. 얘기를 들어 보자.”

“네, 네.”

총명한 민아는 쓱 눈물을 닦더니 포목점 뒤에 있는 안채로 뛰어 들어갔다.

“어머니, 어머니께서는 이제 집에 가세요. 어머니가 안 계시면 집이 돌아가지 않잖아요. 저는 여기서 아버지와 민아와 할 얘기가 있어요.”

“너도 집에 가자. 네가 여기 있다고 도움이 되겠니? 몸도 약한데 이렇게 떨기까지 하잖니.”

눈동자가 촉촉해진 어머니가 내 두 팔을 쓰다듬었다. 내가 목선후를 걱정하듯이 어머니는 계속 나를 걱정했다.

“어머니, 저는 염려 마세요.”

아버지가 내 편을 들었다.

“오늘 안용이는 내 목숨도 구했다오. 떨어지는 서까래를 피할 수 있게 했지. 안용이가 없었더라면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거요. 안용이는 아주 총명하다오. 그러니 염려 말고 가시오. 오늘은 내가 안용이를 잘 보살피리다.”

어머니의 눈빛이 서서히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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