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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짠단짠 수능 명강사의 비밀-28화 (28/92)

28화. 역효과

***

안신이가 가출한 지 한 시간이 지났다.

안신이는 선생님의 질문에 계속 틀렸고 손바닥을 맞게 되자 자존심이 상해서 교실을 뛰쳐나가 버렸다.

안신이의 나이 열다섯. 초민감한 중2병의 나이. 이 시대에 열다섯은 관례를 올리고 장가를 갈 수 있는 나이다. 실제로 성인 취급을 해 준다.

이전에는 선생들이 있어도 손바닥을 때리기는커녕 네 명의 악동들에 의해서 쫓겨나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누나 때문에 꼼짝없이 매를 맞았으니 사춘기인 안신이나 안중이는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내 욕심 때문이다.

김인수의 아버지를 욕했는데 나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내 탓이에요.”

충격을 먹은 나는 침상에 멍하니 앉아 중얼거렸다.

목선후가 옆에 앉아 주저하듯이 손을 내밀더니 내 머리를 가슴에 안아 주었다.

여름용 얇은 천 때문에 단단한 피부의 느낌이 고스란히 내 뺨에 전달되고 눈을 살짝만 올려 뜨면 내가 좋아하는 목이 보였다.

음, 안신아, 이 점은 누나가 고마워.

하지만 빨리 돌아와. 다 큰 녀석이 무슨 가출이야.

“시종들이 모두 나가서 찾고 있으니 염려 마시오. 어딘가 친우 집에 가 있거나 안씨 상가가 많으니 그중 하나에 들렀을 거요. 큰 처남은 확실히 장사에 소질이 있소. 사람을 잘 파악하고 눈썰미도 좋지. 상가의 일꾼들과 사이가 좋다고 들었소. 큰 처남이 가면 모두 반가워하고 숨기는 게 없다더군. 정말 좋은 성격이오.”

“그런데 못 견디고 나갔잖아요. 내 탓이에요. 너무 밀어붙여서…….”

트라우마는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시대도 다르고 사람도 다르고 상황도 분명 다른데.

그렇게까지 심각한 일이 아닐 수도 있는데 나는 김인수 때문에 최악을 상상했다.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던 크고 마른 그림자. 환상처럼 뒤로 넘어가던 고3 김인수의 얼굴. 공중을 휘젓던 두 팔. 눈꺼풀 안쪽을 비집고 나오는 무서운 환영에 몸이 떨렸다.

환영에서 도망치듯이 목선후의 가슴에 코를 박고 체향을 흡입하며 그의 팔을 움켜쥐었다.

자연스럽게 목선후의 커다란 손이 내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열다섯이니까…… 어른이나 다름없으니까…… 이상한 짓은 하지 않겠죠?”

단단한 근육에 입을 붙이고 중얼댔다. 그를 향한 말이 아니라 스스로를 달래려고.

“이상한 짓? 기루에 갈까 봐 걱정되오?”

어, 그 생각은 못 했다.

지극히 현실적인 단어가 튀어나오자 갑자기 어두운 밤하늘과 길고 가는 그림자가 사라졌다. 목선후의 가슴에서 고개를 들자 목선후도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놀랄 일이오? 그 나이에 기루에 한 번이라도 가지 않은 사내가 어디 있겠소? 벗들을 만날 때도 있고 술로 시름을 달랠 때도 있지.”

목선후의 가슴을 밀어내며 반듯이 앉았다.

“그렇다면 시종들에게 기루도 가 보라고 해 주세요.”

술집에서 발견되기만 해 봐. 시름을 달래? 흥.

“이미 갔을 거요. 큰 처남이 갈 만한 데를 하인들이 모르겠소? 그대는 지나치게 염려해서 몸을 상하지 말도록 해요. 그대가 진정된 듯하니 나도 찾아봐야겠소.”

여유 있게 방을 나가는 목선후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그 말은 너도 기루에 갔다는 뜻이잖아?

“말순아.”

“네, 아씨.”

말순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방금 시내에서 돌아온 말순은 팽문과 같이 외출해서 기분이 좋았다가 안 좋은 소식을 듣고 좋은 내색도 못 했다.

“한 공자님이랑 정 공자님도 찾으러 나가셨다. 안신이가 돌아오면 그 계피과자를 학당에 가져다줘.”

“네.”

그때 상황을 보러 사랑채에 간 정오가 돌아왔다.

“아씨는 별당에서 나오지 마시래요. 절대로요. 혹시 도련님 찾는다고 나갔다가 구설수에 오르면 안 된다고요.”

“내 평판 따위가 뭐가 중요해.”

“…….”

“무슨 일이야, 제대로 말해.”

내 시선을 피하는 정오의 어깨를 잡고 눈을 응시했다.

“아, 아씨.”

“빨리!”

“방, 방금 큰 도련님의 옷이 찢어진 채로 대문 밖에 떨어져 있었대요. 마님께서는 아씨가 놀라실까 봐 말씀드리지 말라고…….”

“뭐?”

벌떡 일어난 내가 그대로 방 밖으로 뛰어나갔다.

***

“공자님, 추적술이 제일 좋은 이선이와 오선이를 보냈습니다. 곧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일선의 말에 목선후가 물었다.

“혹시 짐작 가는 데가 있느냐?”

“우선 풍월문의 궐향은 아닙니다. 며칠 전에 풍월문으로 돌아갔습니다.”

“그자의 경공이라면 며칠 만에 돌아올 수도 있잖아.”

팽문의 참견에 일선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무림에 태극회가 열리는 중이라 문주로서 빠질 수가 없을 거야. 무엇보다 동기가 없어.”

“내기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팽문의 반문에 일선이 목선후를 보고 말했다.

“향시에 합격할 가능성이 제일 없는 분이 큰 도련님입니다. 데려가려면 다른 분을 데려갔을 겁니다.”

목선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선이 말이 맞아. 그리고 궐향이 그런 자라면 장인어른께서 모르실 리 없다. 그자는 제외해라.”

“그렇다면 안부자님의 사업상 적들이 있습니다.”

일선의 말에 팽문도 동의했다.

“그쪽이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자님. 이렇게 많은 사업체가 있는데 적이 없겠습니까?”

“협상이라면 그나마 나은데, 원한이라면 큰 도련님의 생명이 위태롭습니다. 이보다 더 큰 복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평소 같으면 늘 시종이나 호위를 데리고 다니니 기회가 없었지 않습니까?”

특별한 위협이 없더라도 이 시대 권문세족의 가족들은 언제나 시종과 호위를 대동한다. 안씨 가문도 마찬가지다.

창가의 긴 의자에 앉아 있던 목선후가 창틀에 팔꿈치를 괴고 이마를 짚었다. 한 폭의 채색화 같은 모습에 팽문과 일선이 시선을 교환했다.

이윽고 목선후가 눈을 떴다.

“큰처남이 뛰쳐나간 건 갑작스러운 일이었는데 그자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밖에서 늘 감시했던 걸까요?”

“아니면 내부에 세작이 있었을 겁니다.”

“이 큰 집안에 없으면 이상하지. 큰 처남을 찾는다고 사방으로 내보낸 시종 중에 있을 거야.”

“백 명이 넘는데 어떻게 찾지요?”

목선후가 벌떡 일어섰다.

“사랑채로 가자.”

***

안씨 가문의 중요 인물은 모두 사랑채 대청에 모였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안씨 집안의 무력을 눈으로 확인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십여 명의 무사들이 서슬이 퍼런 눈빛으로 사랑채를 둘러쌌다. 모두 활통을 등에 메고 긴 칼을 허리에 찼다.

에휴,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세상이었지.

현대 같으면 112에 신고하고 경찰의 도움을 받을 텐데 안부자는 관아라는 말도 꺼내지 않았다.

안 총관이 장부를 들고 말했다.

“복씨, 장씨, 원씨, 왕씨, 제갈씨가 가장 유력합니다. 최근 서너 달 사이에 경쟁에서 졌기 때문에 가게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팽 총관 쪽은 어떻습니까?”

그 옆에 서 있던 하얀 수염의 팽 총관이 장부를 보며 설명했다.

“두 사람이 의심스럽습니다. 계속 물건을 받고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조금씩이라도 대금을 갚는 법인데 반씨는 한 푼도 갚지 않고 물건만 계속 달라고 해서 며칠 전에 더 이상 물건을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른 데서 물건을 받지 않는 한 반씨 가게는 문을 닫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상단을 제외하고 돈을 받지 않고 물건을 먼저 주는 상단은 없으니 결과는 뻔합니다.”

“혹시 반씨에게 잔금을 갚지 않으면 관아에 고발하겠다고 말했나?”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안부자가 물었다. 눈을 반쯤 내리깔고 반듯이 앉아 있는 아버지에게는 위엄이 넘쳤다.

아버지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팽 총관이 공손히 대답했다.

“아닙니다. 물건을 더 이상 줄 수는 없지만 고발의 고 자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갚으면 다시 물건을 대주겠다고 했습니다.”

내 학원에도 학원비를 떼먹고 가 버린 학부형들이 몇 사람 있었다.

몇 번 떼먹힌 다음 스스로 규칙을 정했다. 삼 개월치를 밀리면 학생에게 통보하기로.

‘네 부모님의 형편이 안 좋은가 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어. 여전히 네가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지만 세상일이 힘들어서 그래.’

말하는 나도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다. 돈이 없는 집이 아니었다. 학원비를 낼 마음이 없었지. 지금도 이해를 못 하겠다. 성적도 올랐는데.

하지만 이 시대는 다르다. 돈이 없다고 말한다면 정말 돈이 없다는 뜻이다.

“또 박씨는 물건 대금을 갚으려고 딸을 며칠 전에 기루에 팔았답니다.”

“그래서 갚았나?”

“아닙니다. 딸이 도망쳐서 돌아와서는 목을 맸다 합니다.”

헉! 내가 부르르 떨자 어머니가 내 어깨를 안았다. 두 귀도 막아 주고 싶어 하는 표정이다.

“죽지는 않았지만 다시 기루에 팔 수는 없게 되었답니다. 박씨에게도 고발의 고 자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안부자가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는 아니야. 원한은 그렇게 생기지 않는다네. 좀 더 어둡고 은밀하게 생기지.”

불편한 침묵이 흐르는데 방 밖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났다.

“장인어른,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어서 들어오게.”

호위들이 길을 열자 목선후는 방안으로 들어오고 팽문은 방 밖에 섰다. 정말 웬만해서는 주인 곁을 떠나지 않는 4등급 마당쇠다.

***

목선후의 제안으로 안씨네 하인들은 모두 조사를 받았지만 스파이를 찾아낼 수 없었다. 아무런 소식이 없는 채 날이 저물어 갔다.

안 총관과 팽 총관이 말한 사람들을 조사하러 간 사람들도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왔다.

우리는 모두 사랑채를 떠나지 않고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기다리기로 했다. 식사 준비를 시키려고 어머니가 일어섰다.

“목 서방, 안용이를 보살펴주게. 얘가 안색이 하얗구만.”

“네, 장모님. 염려 마세요. 처남은 무사히 돌아올 겁니다.”

목선후가 부축하듯이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원래의 나는 위기에 더 강해지는 스타일인데 안안용의 몸은 두부라서 오랫동안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자꾸 무너지려고 했다.

시간 나면 근력운동이라도 해야지, 원.

“자네가 있어서 든든하네.”

어머니가 처음으로 따뜻한 눈길을 목선후에게 던졌다. 위기가 닥칠 때 단결하는 가족은 위기를 극복한다는 말을 들었다. 좋은 징조다.

어머니가 사랑채 문을 활짝 열고 말했다.

“상을 들여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해서 큰 상이 여러 개 대청으로 들어왔다. 마지막 상을 내려놓고 일어서는 젊은 하녀의 시선과 우연히 마주쳤다.

나는 아직 안씨네 시종들을 다 알지 못한다. 다 해 봐야 열 몇 명 아는 정도다.

그런데 육 등급?

젊은 하녀가? 말이 돼?

자리에 앉으려다가 그대로 육 등급 하녀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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