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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짠단짠 수능 명강사의 비밀-19화 (19/92)

19화. 괴상한 도둑

나 지금 꿈을 꾸는 거야? 아닌데?

무의식적으로 잘생긴 신랑을 너무 간절히 원해서 환각에 빠진 것도…… 아니고.

그럼 득남 탕약에 들어 있던 여성호르몬의 폭발 때문에 자제력을 잃고 목선후의 방에 누웠나?

주변을 둘러보니 희미한 어둠 속에서 내 방의 가구들이 보였다.

목선후가 몰래 내 방에 들어올 사람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를 않아서 나는 일단 숨을 깊게 내쉬면서 잠과 망상을 한꺼번에 털어냈다.

“공자님?”

설명을 해 봐. 나를 너무 원해서 참을 수 없었다고 하면 고려해 볼게. 어쨌든 우리는 부부니까. 아마 첫날밤도 치렀을 거고.

나는 화끈한 21세기 여인이야. 몸은 아니지만 정신은 그래.

상대가 너라면 이 몸도 그럴 거고.

그 순간 목선후가 다짜고짜 긴 몸을 내 위로 던졌다.

“……!”

너무 무겁고 숨이 막혀서 입을 벌렸더니 목선후가 내 입술 위에 집게손가락을 눌렀다.

아니, 이건 너무 무례하잖아.

숨을 헐떡이며 몸을 비틀었다.

“움직이지 마시오!”

“싫어욧!”

있는 힘껏 바위 같은 가슴을 두 손으로 밀었다.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더 무겁게 내리누르는 목선후다.

“진짜 이럴 거예요?”

망설임 없이 목선후의 어깨를 옷 위로 꽉 물어 버렸다.

망설이다 진남에게 술을 뿌리지 못해서 속이 부글부글 끓었던 기억이 나서 과감하게 물어 버렸다.

이 끝에 닿는 단단하고 부드러운 살집. 물고 나서 혀로 핥고 싶은 욕구가 기어 나왔지만 꾸욱 눌렀다.

“윽!”

억눌린 비명 소리를 들으며 목선후의 귓가에 속삭였다.

“무거우니 빨리 내려가란 말예요. 진짜 소리 지를 거예요.”

얼굴을 잔뜩 찌푸린 목선후가 커다란 손을 펴서 내 입을 막았다. 그러고는 손가락 사이로 내 입속에 숨을 불어넣듯이 하며 말했다.

“안 돼.”

“으으음? (왜 안 돼?)”

창호지를 뚫고 들어온 희미한 달빛에 목선후 이마의 땀이 번들거렸다.

“안용, 살고 싶으면 조용히 해요. 진심이오.”

그의 어조 속에 담긴 심각함 때문에 내 몸에서 독기가 서서히 빠졌다. 대체 무슨 상황이지?

“손을 치울 테니 물지 마시오. 소리도 지르지 말고. 알겠소?”

고개를 끄덕이자 목선후가 내 입에서 천천히 손을 뗐다.

“무슨 일이에요?”

아주 조용히 물었다. 목선후가 소리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말을 하면 안 되는 건가? 아니면 자신도 모른다는 건가?

목선후가 손가락 끝으로 밖을 가리켰다.

도둑?

입 모양으로 물었더니 고개를 저었다.

도둑이 아니면, 그럼 뭐야? 귀신? 자객?

목선후, 말을 안 하니 더…… 무섭잖아.

뻣뻣하게 굳는 내 몸을 느꼈는지 목선후가 체중을 자신의 두 팔에 실으며 다시 내 귓가에 속삭였다. 가슴을 누르는 압박감이 사라지자 숨쉬기가 편해진 나 역시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우리가 운우지정을 나누는 척하면 물러갈 거요.”

뭐? 이 시대의 침입자는 그렇게 염치가 있어? 남녀상열지사를 보면 도둑도 부끄러워 도둑질을 포기하고 도망치는 거야? 나를 바보로 아나?

의도를 파악하려고 눈살을 찌푸리는데 목선후가 눈을 감고 아까 어깨를 물렸을 때처럼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으흑, 으윽. 아아.”

절정을 향해 치닫는 미남의 신음소리. 헐, 혼자 보기 아까워.

눈앞에서 떨리는 목선후의 목울대와 턱을 보자 나 역시 뭉클 달아올랐다.

득남탕약의 약효가 발휘되어 온몸이 민감해졌다. 신음소리를 멈춘 목선후가 내 귀에 대고 뜨거운 숨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잠시만 참으시오. 곧 끝날 거요.”

이봐, 이런 거라면 현대인인 나에게 맡겨.

이미 달아오른 데다 목선후의 신음소리는 너무 듣기 좋아서 화음을 넣기가 쉬웠다.

“앗, 아흑, 으흣.”

내 신음소리에 처음에는 몸이 굳는가 싶더니 곧 어깨에서 힘을 빼는 목선후.

“흐으, 아흑, 으흣.”

계속되는 내 신음이 마음에 들었는지 목선후가 신음을 그치고 내 위에서 내려와 옆에 나란히 누웠다.

목선후의 헐떡이는 숨소리와 심하게 오르내리는 가슴 때문에 진짜 뭔가를 한 것 같다.

그가 내려가서 소리 내는 데는 더 편했으므로 팔을 입술에 붙이고 신음소리를 계속 흘렸다.

“쪼옥, 으흐, 아아. 아흑. 으으으. 그, 그만. 더 이상은. 아흑, 서방니임.”

난 뭘 해도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물론 결과도 최상으로 이끌어 내는 사람이고.

눈을 감고 에로틱 영화를 떠올리며 한참 신음을 흘린 뒤에 이 정도면 됐을 거 같아 헉헉대며 서서히 숨을 골랐다. 내 귀에도 색스러운 신음이었으니 문밖의 관음증 도둑도 충분히 알았을 거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목선후가 검은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깊고 검은 눈동자 속에 수많은 별들이 박혀서 은하수처럼 흔들렸다.

내 연기 죽이지?

미소를 지으며 눈으로 묻자 목선후가 인상을 쓰더니 반대쪽으로 휙 돌아누웠다.

현대 같으면 재미있어서 마주 보고 낄낄거렸을 텐데. 고대의 남자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반응이었구나. 뭐, 어쩔 수 없지.

손끝으로 목선후의 굳은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저기요, 갔어요?”

도둑이든 뭐든 가짜 신음만으로 침입자를 물리쳤는지 진짜 궁금했다. 현대의 친구들에게 말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거다.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어깨를 좀 더 세게 찔렀다.

“무서워요. 아직 안 갔으면 어떡해요?”

내 입김이 등에 닿을 만큼 바싹 다가가서 속삭였다. 아까는 다급해서 못 느낀 남자의 체향과 온기가 확 다가왔다.

그러고 보니 안안용은 몰라도 나는 처음으로 목선후와 한 이불 속에 누워 있다.

상상했던 것과 너무 다르네.

이런 초미남과 붙어 있으면 막 흥분하고 떨리고 두근댈 줄 알았는데 뭔가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는 느낌이다.

혀로 날카로운 이 끝을 더듬으며 목선후의 어깨에 내 잇자국이 남았을지 안 남았을지 궁금해하는데 목선후가 돌아누워서 나와 시선을 맞췄다.

눈을 게슴츠레 내리떠서 눈빛을 보기 어려웠다.

그가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어 내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주자 내 가슴이 무섭게 뛰기 시작했다.

분명 상대방은 들을 수 없는 북소리임을 알지만 좀체 북소리를 잠재울 수가 없었다.

“갔으니 안심하고 자요.”

기대감으로 고조되던 북소리가 뚝 멈췄다.

수능 보러 새벽에 일어나서 요점 정리장과 필기도구를 잘 챙겨서 달려갔더니 엉뚱한 학교에 도착했음을 뒤늦게 깨달았을 때의 느낌.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도 원하지 않는 그 느낌.

그 느낌을 똥처럼 던진 목선후가 붙잡을 사이도 없이 스르르 이불에서 빠져나갔다.

흐트러진 저고리 고름을 다시 단정하게 매는 남자를 올려다보며 입술을 축였다.

어이, 나가기 전에 생각 잘해. 여자가 한을 품으면 어찌 되는지 알지?

목선후가 방문을 열고 달빛이 쏟아지는 뜰로 나가자 반듯이 누워 천장을 보다가 허공으로 두 주먹을 휘둘렀다.

목선후, 너 진짜 가만 안 둬.

한참 후 잠들면서 마지막으로 떠오른 생각은.

왜 목선후는 운우지정을 나누지 않고 나누는 척했지? 안안용이 그렇게 싫은가? 였다.

***

팽나무 아래 서 있던 팽문에게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지만 무공을 닦아 귀가 엄청 예민한 일선은 귀를 막아야 할지, 그냥 둬야 할지 꽤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는 하루 종일 진남의 일로 조사를 하다가 방금 돌아왔다. 조금 더 늦게 돌아올 걸 후회가 된다.

저러다 아씨가 실신하시겠어. 공자님이 저렇게 절륜하시다니!

허둥대는 일선의 태도를 보고 팽문이 고개를 갸웃했다. 팽문은 추측만 하는 중이라 별 느낌이 없었다.

잠시 후 안안용의 방에서 나온 목선후를 팽문이 조용히 뒤따랐다.

처마 밑에 숨어서 방 안을 살피던 무석은 이미 떠난 뒤였다. 무석도 일선도 서로의 기척을 눈치챘지만 이미 아는 사이이니 모르는 척했다.

팽문 뒤로 방 안에 따라 들어온 일선을 보고 목선후가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 하루 종일 보이지 않던 일선이다. 진남의 일로 물어보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목선후는 이제야 돌아온 일선에게 짜증을 냈다.

“일선아, 어찌 된 일이냐? 죽이지 말라고 하지 않았더냐?”

“소인이 한 짓이 아니옵니다. 어제 소인이 진남을 찾았을 때는 이미 사건이 터진 뒤였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누가 꾸민 일인지 조사했는데요.”

“알아냈느냐?”

“송구합니다. 두 공자가 싸우게 된 계기는 미모의 여인 때문이라는데 사건 직후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여인이 아니라 사내였다는 사람도 있고요.

사람들 말이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형부에서는 처음부터 여인은 없었고 두 사람이 술에 취해서 싸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미 시신도 상장군부로 인도되었고요. 예부상서댁 공자는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상은 별로 없는데 급소를 맞았는지 순식간에 쓰러졌다고 합니다. 작정하고 처리했습니다.”

“그 정도로 깨끗하다면 조직적인 자들의 소행이로구나.”

“그렇습니다. 실력이 대단한 배후가 있을 것입니다.”

“공자님과 시비가 붙은 후라니 너무 공교롭습니다.”

팽문이 어두운 낯빛으로 의견을 말했다.

목선후의 생각도 일치했다. 진남에게 원한을 가진 자가 많으니 진남을 제거하려고 기회를 엿보다 처리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하필 어제라니.

생각에 잠긴 목선후에게 팽문이 물었다.

“공자님, 목욕을 하시겠습니까?”

“그래.”

“준비하겠습니다.”

팽문과 일선이 나간 후 목선후가 옷을 벗었다. 옷자락이 어깨를 스치자 안안용이 물었던 곳이 따끔거렸다. 작고 붉은 잇자국이 선명하다. 피는 나지 않았지만 며칠은 흔적이 남겠어.

손가락 끝으로 울퉁불퉁한 자국을 만지자 이상하게 아랫배가 간질거렸다.

정신 차려, 목선후. 무석이 왔다 간 것을 가볍게 생각하면 안 돼.

그분에게 평민 여인 한 명의 생사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애초에 그를 평민인 안씨 집안과 혼인을 시킨 목적도 귀족 사회에서 되도록 멀리 살게 하려는 의도였다.

귀족들이나 관리들 사이에서 얼굴이 자꾸 드러나면 누군가는 오래전 일을 기억할지도 모르니까.

결코 안부자의 재산이나 안안용의 미모 때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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