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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 연애 시뮬레이션-94화 (94/97)
  • 00094 에필로그. 갈라놓을 거야. =========================

    다음 날 저녁, 우리는 다혜네 커플과 내 동생을 집에 불러, 중대 발표를 했다. 무슨 발표냐고? 뭐긴 뭐겠어. 이 멍멍이 내 거라는 발표지. 세 사람에게 자초지종을 간략히 설명한 나는, 사랑하는 내 멍멍이의 손을 꼭 잡았다.

    “그래서 우리 어제부터 사귀게 됐어.”

    “정말? 꺄, 잘됐다! 축하해, 언니!”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다혜를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크, 역시 내가 후배 하나는 잘 뒀다니까. 예뻐 죽겠어. …물론, 도란이 만큼은 아니지만.

    잠자코 내 얘기를 듣던 성준이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씩 웃으며, 도란이를 쳐다본다.

    “야, 또란. 축하한다. 네가 이겼네?”

    “…어, 응.”

    두 사람의 짧은 대화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둘을 번갈아 쳐다봤다. 뭐야. 나는 성준이가 ‘다시 좋아한다.’ 쪽에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서, 그저 고개만 갸웃거리는 나다.

    우리 두 사람을 보며 생글생글 웃던 다혜가 도란이에게 말했다.

    “도란 오빠.”

    “응?”

    “우리 언니 힘들게 하지 마. 또 이소 언니 힘들게 하면, 그땐 가만 안 둬.”

    아이고, 내 예쁜 후배. 언니 걱정도 다 해주고. 흑흑. 다행이야. 그래도 내 주변에 도란이보다 나를 더 아끼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서. 다혜의 말에 눈만 깜빡이던 도란이가 이윽고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옆에서 툴툴거리기 시작하는 성준이다.

    “또란이 힘들게 하기는. 오히려 권이소가 내 베프 힘들게 할까 봐 걱정이구먼.”

    “뭐? 우리 언니가 어디가 어때서!”

    “어떻기는! 쟤가 밥을 할 줄 알아! 아니면, 성격이 살갑길 해! 그에 비해 또란은 요리는 기본에 살림도 수준급이지, 게다가 얘 엄청 착하거든?! 만약에 둘이 결혼한다면, 또란이 고생문 열리는 거지!”

    “꼭 이소 언니는 나쁜 것처럼 얘기한다? 우리 언니도 완전 멋지고 착하거든?!”

    …야,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왜 너희가 싸우고 난리야. 갑작스러운 커플 싸움에 당황한 나다. 도란이 역시, 안절부절못하면서 성준이를 말린다. 도란이를 따라 나도 황급히 다혜 쪽으로 가서 싸움을 말리기 시작했다.

    누가 말리면 더욱 불붙는다고 했던가. 우리가 말리거나 말거나, 다혜커플은 소리까지 빽빽 질러대며 싸우고 있다. 나중에는 우리를 가지고 싸우는 게 아니라, 자기들 결혼 준비하면서 트러블 있었던 걸로 전쟁을 벌이는 다혜 커플이다.

    …그 문제로 싸울 거면 너희 신혼집 가서 싸워, 이것들아.

    집 안에서 한바탕 전쟁이 벌어지거나 말거나, 영혼이 나간 채로 멍하니 있던 내 동생 이혁이가 갑자기 집이 떠나갈 정도로 소리를 지른다.

    “거짓말이야!”

    “…어?”

    “뭐?”

    그 덕에 싸움이 중지되긴 했지만, 그렁그렁한 눈으로 도란이를 바라보는 이혁이 때문에 잔뜩 당황한 우리다. 이혁이는 한참을 씩씩거리더니 도란이를 보고 말했다.

    “형, 누나한테 약점 잡힌 거 있어? 아니면, 돈이라도 빌린 거야? 내가 어떻게든 갚아줄게!”

    “응? …아닌데.”

    …저건 대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거야? 네 누나가 무슨 악덕 사채업자냐?!

    하지만, 권이혁. 네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든 말든 이 멍멍이는 내 거란다. 내가 왜 굳이 이런 자리를 만들었는데. 우리 이제 사귀는 사이니까, 방해하지 말라는 의미로 만들었단다. 특히 너.

    나는 도란이의 팔짱을 꼭 끼고서는 도란이에게 말했다.

    “란아.”

    “응?”

    “뽀뽀.”

    언제나 그렇듯, 말 하나는 엄청 잘 듣는 내 멍멍이는 ‘뽀뽀’ 소리가 나오자마자, 내 입술에 자기 입술을 맞댔다. 짧은 입맞춤이 끝나고, 나는 의기양양하게 내 동생을 바라봤다. 봤냐, 권이혁. 얘 내 거야.

    …우리의 스킨십이 꽤 충격이었는지,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은 이혁이다.

    ***

    출판사 근처 카페 안, 이혁은 씩씩거리며 어제 있었던 일을 말했다. 이혁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으며,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는 지연이다. 이혁이 잔뜩 분노하든 말든, 지연은 오로지 이 생각뿐이었다.

    ‘…얘, 진짜 바보구나. 두 분 사이에 그렇게 핑크빛 기류가 흐르는데도 어떻게 전혀 모를 수가 있지?’

    지연이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본 건, 상당히 짧은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애정이 가득 담겨있는 건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잠깐 봤던 자신도 눈치챘는데, …한 달 넘게, 두 사람이랑 같이 살았다는 인간이 그걸 모르다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 지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갈라놓을 거야.”

    “뭐?”

    “두 사람 갈라놓…!”

    이혁은 여기가 카페인 것도 망각한 채, 소리를 질렀다. 얘가 진짜! 여기 내 회사 앞이라고! 당황한 지연은 황급히 이혁의 입을 틀어막았다. 지연의 만류에 겨우 진정한 이혁은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 폭력 고릴라가 어떻게 형을 꼬드긴 건지는 몰라도! 분명히 착한 우리 형이 마지못해 받아준 거일 거라고! 난 그런 거 절대 용납 못 해!”

    “…보통은 반대 아냐? 네 친남매는 이소 선배님이잖아.”

    지연의 말에 이혁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딱 봐도 이소 선배님이랑 엮지 말라는 의미구나? 지연은 어깨를 으쓱이며 시선을 회피했다.

    “…형은 내 인생의 멘토이자,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진짜 좋은 사람 만나기를 바랐는데. 왜 하필 우리 누나냐고!”

    “아니, 이소 선배님도 좋으신 분…”

    “전혀 아니거든?!”

    이혁은 씩씩거리며, 그동안 자신이 이소에게 시달렸던 이야기와 이소의 단점들만을 줄줄이 읊었다. 내가 왜 회사 선배님의 단점을 듣고 있어야 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한 지연은 고개만 끄덕이며, 이혁의 말을 한 귀로 흘렸지만.

    “어쨌든 나는 반대야. 무조건 반대야. 어떻게든 우리 형 구해낼 거라고!”

    “뭘 어떻게 하려고?”

    “…그건 좀 생각해보고.”

    역시 바보네. 지연은 다시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혁이 바보라는 사실을 잘 아는 지연이지만, 바보인 만큼 행동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 역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가만히 내버려 뒀다가는 무슨 대형 사고를 칠지 몰랐다. 슬며시 걱정이 싹트는 지연이다.

    무엇보다 두 사람, 잠깐 봤는데도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그런 커플이 …진짜로 이 바보 때문에 갈라진다면. 지연은 한숨을 푹 내쉬고서 말했다.

    “매니저.”

    “뭐.”

    “내가 도울게.”

    “엉?”

    “내가 너 돕겠다고. 두 분 갈라놓는 거.”

    귀찮고 번거롭긴 하지만, 지연은 두 사람을 위해 이중스파이가 되겠노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회사에 적응하도록 가장 많이 도와준 선배,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바꿀 정도로 훌륭한 작품을 써준 작가. 두 사람의 사랑을 어떻게든 돕고 싶었다.

    예상치 못한 지연의 말에 눈을 게슴츠레 뜨는 이혁이다.

    “…네가 왜?”

    “어? 그, 그게… 어. 아! 선배님이 연애에 치중하시게 되면, 아무래도 업무에 지장이 생기니까. 그, 그리고 …자, 작가님도 연애를 하시다 보면 작품에 소홀해지시지 않을까?”

    속아라. 제발 속아라.

    지연은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무사히 넘어가기를 기원했다. 잠시 지연을 노려보던 이혁은 이내 환히 웃으며 지연과 악수했다. …역시나, 바보인 이혁은 지연의 의도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역시! 너라면 그렇게 말해줄 거라고 생각했어! 우리, 꼭 불쌍한 형을 구해내자!”

    “…아, 그, 그래.”

    …이 바보랑 헤어지자마자, 선배님께 연락드려야겠다. 평화로운 호수 같던 지연의 인생에 권이혁이라는 거대한 바보, 아니, 바위가 던져지는 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B수정님// ㅎ.. 저도 둘 다 납치해서, 한 명은 보초 세우고 한 명은 집안일 시키고 싶어요 (?)

    soae님// 그리고 에필로그까지 완전히 떨어지지 못한 떨거지.. ㅜ_ㅜ

    이루네님// 함께해주셔서 그저 감사해요 /ㅅ/ 음.. 출판사의 의견에 따르겠지만, 아마도 습작이 될 것 같아요 :D

    똑딱E님// ...음.. 여러모로 작가 호구만드는데 재주가 있는 조아라인 것 같아요 (숙연)

    로즈꾸님// 감사해요 /ㅅ/!

    아이고, 이혁아... (한숨) 짧은 에필로그도 끝났네요 :D

    그리고, 오늘 저녁!

    장장 94화 만에 첫 <도란이 시점 외전. 짝사랑의 요정님>이 연재됩니다 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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