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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 연애 시뮬레이션-93화 (93/97)

00093 86. 진짜 연애를 시작합니다. (完)  =========================

한바탕 고백 타임이 끝나고, 우리는 계획대로 남산타워에 자물쇠를 걸기 위해 움직였다.

수많은 커플이 다녀간 건지,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자물쇠가 걸려있다. 으아, 내가 여기에다가 자물쇠 거는 걸 얼마나 바랐었는데. 그게 마침내 이루어지다니. 행복해.

우리는 자물쇠의 앞면·뒷면에 각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썼다. 자물쇠를 걸기 전까지, 서로에게 비밀에 부치면서.

꼭꼭 숨기면서 쓰는 도란이를 보니, 더욱 궁금해진다.

어차피 걸고 나면 보게 될 건데, 뭐가 이렇게 궁금해서 못 견디겠냐. 그래도 나름 문창과 출신에, 실력파 작가이니, 특별한 문구를 써주지 않으려나. …는 괴기소설 작가라, 방심을 못 하겠다.

나는 그냥 무난하게, 여태까지 쭉 함께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넌 평생 내 거니까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쳐다보지도 말라는 경고문을 적었다. 이 남자, 내 거니까 아무도 탐내지 말라는, 모두를 향한 선포도 함께.

…그리고 개미만 한 글씨로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는 말도 썼다. 글씨가 하도 자잘한 데다, 바짝 붙여서 써서, 나조차도 식별이 어렵지만. 뭐, 마음이 가장 중요한 거 아니겠어?

한참을 자물쇠에 무언가 쓰던 도란이가 다 적은 건지, 자물쇠를 내게 건넸다.

슬쩍 보고 싶었지만, 도란이가 매의 눈으로 째려봐서 그러지 못하겠다. 흑흑. 나중에는 자물쇠를 도로 가져가더니, 양손으로 감싸 꼭꼭 숨기는 도란이다. …내가 그렇게 못 미덥냐?!

그래도 걸기 직전에, 도란이가 다시금 나한테 자물쇠를 건넸다.

도란이에게 자물쇠를 건네받은 나는 자물쇠를 보며 슬며시 미소 지었다. 큰 용기를 내어서 종종 찾아올 테니, 우리가 커플이라는 티를 팍팍 내주렴. 나중에 어떤 연놈들이 도란이한테 집적대면, 네 앞으로 끌고 와서, 도란이는 내 거라는 증거자료로 들이밀 거니까.

나는 자물쇠를 걸려다 말고, 자물쇠에 쓰여 있는 도란이의 이름에 살며시 입 맞췄다. 행여나 글씨가 번질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다행히 하나도 번지지 않았다.

응, 입술 도장도 성공적으로 찍었으니, 이제 걸면 되겠다.

제일 잘 보이는 한가운데다가 우리 자물쇠를 떡하니 걸어놓았다. 혹시라도 여기에 걸어둔 걸 잊어버릴까 봐, 증거사진도 여러 개 남겼다. 완벽해.

그럼 이제….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자물쇠에 적힌 내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내가 적은 부분이 앞으로 놓인 바람에, 미처 방해할 새도 없이, 내가 쓴 내용이 도란이에게 고스란히 유출됐다. 으아, 쪽팔려. 고딩 때, 도란이가 우연히 내 비밀 일기장 봤을 때보다 훨씬 쪽팔리고 수치스러워!

“아, 아하하하!”

“웃지 마!”

“하하하, 아, 안 웃… 푸하하!”

안 웃는다면서! 왜 바닥에 주저앉으면서까지 웃는 건데! 얼마나 웃었으면,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도란이다. 웃기냐? 내 선전포고가 그리 웃기냐? 넌 이제 앞으로 나한테서 절대 못 벗어난다는 내 비장한 선포거든?!!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로 눈물을 훔치던 도란이가 내 손을 꼭 잡는다.

“나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그, 그게 보였어?”

“응. 너 비밀 일기장에도 그런 패턴으로 …아.”

내 손을 잡지 않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서는 슬며시 고개를 돌리는 도란이다. …고딩 때 이후로 들킨 적 없을 줄 알았는데. 내 비밀 일기장, 그때 이후로 또 봤냐! 씩씩거리며 도란이를 째려보자, 도란이가 나를 보며 윙크를 하더니, 손가락으로 하트를 작게 만든다.

…약았어. 진짜 약았어. 화낼 의지가 단박에 사라져 버렸잖아.

화내는 대신, 눈앞에 보이는 도란이 이마에 뽀뽀했다. 밤이라서 바람이 꽤 부네. 내 멍멍이 감기 걸리기 전에 빨리 내려가야겠다. …물론, 내 멍멍이가 쓴 건, 보고 가야지! 뭐라고 썼으려나.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자물쇠를 뒤집었다.

그리고 자물쇠 뒷면에는 ‘사랑해’ 말고,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다.

“…그렇게 오래 걸렸으면서. 쓴 게 이거뿐이야?”

“…응.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말 빼고는 아무것도 안 떠올라서.”

내 말에 머쓱한지, 목덜미를 긁적이는 도란이다. 귀여워. 아냐, 그 말만으로도 나는 충분해. 네 마음이 어떤지, 이 한마디면, 충분히 알 수 있으니까. 오히려 어떤 미사여구가 섞인 말보다 훨씬 더 진심처럼 여겨져서 너무 기뻐.

나도 사랑해.

***

아아, 헤어지기 싫다. 하지만, 도란이 집에 있다 보면, 분명 나는 거기서 자게 될 거야.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댓바람부터 쳐들어온 시어머…, 아니, 성준이한테 폭풍 잔소리를 듣겠지. 흑흑.

무엇보다 내 멍멍이도 오늘 밤늦게 운전해서 피곤할 테니, 일찍 쉬어야지. 눈물을 머금고서 도란이를 위층으로 보낸 나는, 도란이에게 전화라도 걸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런데, 주머니에 뭔가 볼록한 사각형이 만져지는… 아!

“…커플링 주는 거 깜빡했다!”

예상치 못한 도란이의 고백에 홀려버려서, 커플링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미쳤구나! 이게 얼마짜린데 그걸 홀라당 까먹어 버리냐. 권이소 똥 멍청이! 다급해진 나는 계단을 3개씩 성큼성큼 올라, 도란이 집으로 향했다.

“란아!”

“…아? 어?”

잠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가다 말고, 우뚝 멈춰선 도란이다. …세, 세이프. 숨을 고르고서는 얼빠진 채 서 있는 내 멍멍이에게로 다가갔다. …근데, 지금 타이밍에 주려니 엄청 뻘쭘하네. 급격한 내적갈등에 사로잡힌 나는 줄까 말까 고민하다가 주기로 마음먹었다.

…이왕 산 거고. 무엇보다, 도란이 손에 무척이나 잘 어울릴 것 같으니까.

“란아, 손.”

커플링을 끼워주기 위해 손을 내밀라고 했더니, 주먹을 살짝 쥐고서 내 손위에 자기 손을 올리는 도란이다. …순간, 귀여워서 쓰러질 뻔했다. 멍멍이냐고! 멍멍이 맞나? 아니, 일단 종족은 사람인… 으아, 몰라. 너무 귀여워. 우리 집 뽀삐보다 훨씬.

도란이를 꼭 끌어안고 나서야, 간신히 진정한 나는 다시금 말했다.

“아니, 그렇게 말고. 손가락 쭉 뻗어서 내밀어.”

“응.”

내 멍멍이, 말도 잘 듣고 예뻐 죽겠어. 그나저나 커플링 끼워주려니 엄청 긴장되네. 심호흡한 다음, 케이스에서 반지를 꺼냈다. 점점 벌렁거리는 심장을 고스란히 느끼며, 도란이의 왼손 약지에 조심스레 반지를 끼워주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어울린다. 예뻐. 어림짐작으로 샀는데, 사이즈가 자기 것처럼 딱 맞네. 다행이다.

“이게 뭐야?”

“뭐긴, …커플링이지.”

“아?”

“…커플링이라고! 그러니까 …빨리 나도 끼워줘.”

내 성화에 못 이겨, 도란이가 얼떨떨한 얼굴로 반지를 건네받았다.

잠시 멍하니 있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내 왼손 약지에 커플링을 끼워주는 도란이다. 커플링을 끼워주고 나서, 내 손가락을 붙잡고 만지작거리던 도란이가, 살며시 눈 감은 채, 내 손에 끼워진 커플링에 길게 입 맞췄다.

왠지 이 입맞춤이 무척이나 성스럽고, 고귀하게 느껴진다. 나 역시, 눈을 꼭 감고서 앞으로도 도란이와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결국, 아까의 다짐과 다르게, 도란이 집에 눌러앉은 나다.

어쩌겠어. 이젠 여기가 내 집 이상으로 편안한걸. 까짓것 잔소리 좀 듣고 치우지, 뭐. 소파에 앉아, 한창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씻고 나온 도란이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이쪽으로 왔다.

언제나처럼 드라이기를 준비해둔 나는 정성 들여 도란이 머리를 말려주었다.

“김성준, 내일도 와?”

“응. 오겠지.”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냐.

분명 예전에는 도란이가 다혜네 신혼집에 눌러앉을까 걱정했었는데, 이제는 성준이가 결혼하고도 도란이 집에 출근 도장 찍을까 봐 걱정스럽다. …근데 진짜 그러고도 남을 것 같다. 가뜩이나 다혜는 주말에도 일하니까.

…어쩌지, 주말마다 도란이를 우리 집으로 옮겨야 하나.

도란이의 머리를 말려주며, 김성준 퇴치법을 진지하게 고민하는데, 문득 전에 성준이랑 얘기했던 게 떠올랐다. 도란이랑 단둘이 했다는 내기. 성준이가 도란이랑 이어지면, 직접 들으라고 했었지. 이제 물어봐도 되지 않으려나.

“있잖아, 란아.”

“응?”

“…너, 일전에 성준이랑 내기했었다며. 무슨 내기 했었어?”

어. 내 멍멍이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러니까 더 수상한데.

머리를 말려주던 것도 중단한 나는 바닥으로 내려가, 도란이와 마주 보고 앉았다. 의심 어린 시선으로 흘겨보니 내 시선을 회피한다. 뭐야, 도대체 무슨 내기를 했길래 이래. 설마, 내가 홀랑 넘어가나 아니나 뭐 그런 시답잖은 걸로 내기한 거야?!

나는 씩씩거리며 도란이의 볼을 꼬집었다.

“아, 아파!”

“무슨 내기 했어. 빨리 말해.”

“…싫어.”

“뭐야. 설마. 내가 너한테 언제쯤 넘어가나, 이딴 걸로 내기한 거야?!”

“우리가 목숨이 열 개도 아니고, 그런 걸로 내기할 리가 없잖아! 그게 아니라, 내가 다시 너를 좋아하게 되는지, 아닌지로 내기 …아.”

그래, 너희 목숨이 열 개가 아니고서야 그런 내기 …뭐? 발끈해서 말하던 도란이가 다급하게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세상에. 나 살면서, 얘 얼굴 이렇게 빨개진 거 처음 봐. 아무래도 내가 잘못들은 건 아닌 것 같다.

자기도 얼굴이 빨개진 걸 자각한 건지, 도란이가 고개를 홱 돌린다.

미치겠네. 빨개진 것 봐. 귀여워 죽겠다. 낑낑거리면서 자꾸만 고개를 아래로 숙이려고 하길래, 황급히 잡아 세웠다.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길래, 그마저도 강제로 내렸더니, 울먹거리는 도란이다. …아, 내 심장.

이대로 넘어가 줄까 싶기도 하지만, 그동안 짝사랑한 게 억울해서라도 알아야겠다.

“나 방금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몰라.”

“모르긴! 방금 네 입으로 말했잖아. 나를 다시 좋아하게 되는지, 아닌지로 내기했다고!”

“…망했어. 무덤까지 갖고 가려고 했는데.”

안됐네요. 제가 알게 된 이상, 절대로 용납 못 합니다. 또다시 고개를 돌리려는 도란이를 붙잡고서 입술을 포갰다. 이대로 키스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것보다는 자초지종을 듣는 게 중요하니 꾹 참고서 입술을 뗐다.

키스야,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이건 지금이 아니면, 평생 못 들을 것 같다고.

“나를 다시 좋아하게 된다는 소리는, 이전에 나를 좋아했었다는 소리지? 언제? …잠깐만. 너, 설마. 나 엿 먹어보라고 일부러 내 마음 모른 척 한 건 아니지?!”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럼!”

“…네가 그 사람을 나한테 소개해준 이후로, 완전히 마음 접었었어. 그 후로는 쭉 친구로 생각했고.”

아이고, 머리야. 이건 박원호 잘못이 아닌데, 왜 화풀이하고 싶어지지? 그리고 이 멍청이는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을 해야 할 거 아냐! 씩씩거리면서 도란이의 양쪽 어깨를 붙잡았다.

“왜 좋아한다고 말 안 했어! 접기 전이라도 말을 했었어야 할 거 아냐!”

“…그걸 어떻게 말해. 괜히 말했다가 친구 사이도 틀어져 버리면.”

도란이 눈에 또 눈물이 고였다. …어이구, 울보에 겁쟁이야. 뭐라고 따지려다가 관두고서 도란이를 끌어안았다. 화가 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이 겁쟁이가 얼마나 겁먹었을지 상상이 돼서, 속상하다.

“그래도 말하지 그랬어, 바보야. 짝사랑이 얼마나 거지 같은데. …안 힘들었어?”

“…모르겠어. 하도 오래돼서. 그냥…, 행여나 내 마음을 들켜서, 네가 날 피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 그건 좀… 불안했어.”

“이 멍청이가! 내가 너를 피할 리가 없잖아!”

“…그렇지만! 너, 한 번 헤어진 상대랑은 …친구로도 안 지냈잖아.”

어라…, 이건 조금 내 책임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아니지. 걔네랑 너랑 같냐?! 왜 그것들이랑 너를 동급으로 생각하는데! 그것들은 내 인생에서 있으나 마나 한 존재들이고, 너는 없으면 안 되는 애인데!

“물론, 내가 그랬긴 하지만. 걔네랑 너랑 다르잖아! …너는 가족 다음으로 특별한 사람이니까, 네 마음을 진지하게 생각했을 거라고.”

“…네가 나를 안 좋아했었어도?”

“당연하지! 설령 내가 너를 끝까지 안 좋아했었더라도, 너를 피하지는 않았을 거야.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내 인생에서 너는 절대 빠져서는 안 되니까.”

아, 이거 엄청 부끄럽네. 내 얼굴도 분명히 빨개졌겠지. 힐끔거리며 도란이를 쳐다봤다. 언제 울먹거렸냐는 듯, 나를 보고 행복하게 배시시 웃는 도란이다.

그 웃음에 단단히 홀린 나는, 자석에 이끌리듯 도란이에게 다가가, 키스를 퍼부었다.

격렬한 키스가 끝나고, 가쁜 숨을 몰아쉬던 도란이가 내 얼굴을 어루만진다. …바보, 멍청이. 예쁘니까 봐줬다. 하지만, 한 번만 더 그딴 시답잖은 걸로 힘들어하면, 너 진짜 나한테 혼날 줄 알아.

…네가 힘든 건, 내가 힘든 것보다 훨씬 괴로우니까.

“이소야.”

“왜.”

“나 궁금한 거 있는데.”

“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나를 따라 고개를 갸웃거리는 도란이다. …읔, 방심했는데. 귀여워.

“…우리, 언제가 1일이야?”

“…어?”

이 질문은 진짜 예상 못 했는데. 우리 언제가 1일이지? 가상 연애를 시작했을 때? 아니, 이건 쌍방이 아니었으니 넘어가고. 박원호한테 시달려서 가짜 연인행세 할 때? 그것도 강제성이 부여된 거니 패스.

…도란이가 처음으로 나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이것도 뭔가 좀 애매한데.

“그냥 오늘부터 1일로 해. 그게 뭐가 중요해. …어차피 쭉 함께 있을 건데.”

“아하하, 그러네.”

웃는 것마저도 사랑스러운 내 멍멍이에게 다시금 쪽 소리 나게 뽀뽀했다. 그러자 까르르 웃더니 나를 꼭 끌어안는다. …너무 좋다. 도란이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은 채, 얌전히 기댔다.

“우리 오늘부터 진짜 연인이야?”

“…응.”

“와! 그러면, 드디어 성준이가 가장 친한 친구로 순위가 오르는 거네? 내일 꼭 말해줘야지.”

도란이의 말에 숙였던 고개를 퍼뜩 들었다. 그건 안 되지!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야!

“뭔 소리야! 네 가장 친한 친구는 나지!”

“응? 연인…”

“연인이랑 친구랑 병행하지 말라는 법 있어?! …너한테서 가장 좋은 건, 전부 내가 할 거니까. 절대 딴 인간한테 주지 마.”

그저 눈만 깜빡이며, 나를 바라보는 도란이다. 뭐. 내가 이 정도로 소유욕 심한 인간인지 이제 알았어? 나, 너한테 만큼은 이런 인간이거든요? 떼어내고 싶어도 낙장불입입니다. 환불·교환 일절 안 되니까 평생 끼고 사세요.

한참을 멍한 얼굴로 나만 바라보더니, 도란이가 까르르 웃기 시작한다. 그 웃음소리에 뻔뻔하던 태도가 온데간데없이 사그라진다. 괜스레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푹 숙였다. …젠장.

그런 내 얼굴을 살며시 들더니 생긋 미소 짓는 도란이다.

“응, 알았어. 전부 너 다 해. 친구든, 연인이든, 뭐든.”

“…네가 허락 안 해도 그럴 거거든.”

“아하하. 응.”

도란이가 갑자기 나한테 한 손을 내민다. 영문을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리니, 뜬금없이 악수하자고 말한다. 얼떨떨한 상태로 도란이와 악수를 했다.

“그러면, 앞으로도 잘 부탁해. 친구.”

“…아, 응. 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소로 웃던 도란이가, 이윽고 내게 짧은 키스를 했다. 서로의 혀가 떼어지자, 한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는 도란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잘 부탁해. 내 사랑.”

“응. …나도 평생 잘 부탁해.”

짧은 인사가 끝나고, 우리는 다시금 입술을 포개어 진득한 키스를 나눴다.

가장 오랫동안 함께했기에, 그만큼 소중한 사람. 그래서인지, 절대로 연인이 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소중한 만큼, 잃을까 두려웠고, 갑작스럽게 변한 관계에 헤매기도 많이 헤맸지만, 결국은 서로의 마음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하나가 되었다.

…이렇게 우리의 진짜 연애는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좀 더 일찍 오려고 했는데, 두 편을 무리해서 합치는 바람에 늦어졌어요 8-8 죄송합니다.

드디어 (完)자를 뒤에 다는군요 ㅜㅡㅜ.. 감격스러워라.

이제 짧은 에필로그와, 여러분이 그토록 고대하셨던 도란이 시점 외전만 남았습니다!

마지막까지 함께..해주실..거죠? (수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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