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1 84. 왜 말 안 해줘? =========================
드디어 도란이와 이어진 내 앞에는 오로지 달콤한 연애와 행복만이 탄탄대로처럼 펼쳐지긴 개뿔! …이혁이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 급으로 취급하고 넘어간다 치지만, 어떻게 된 게 나흘 연속으로 철야냐고!
연애 초기의 꿀 떨어지는 로맨스는 무슨.
망할 야근 때문에 사랑하는 내 님의 자는 모습만 보고 있다고! 아침에는 햇살이 눈 부셔서, 이불로 얼굴 가린 채 자고 있지! 집에 들어가면, 아예 불 끄고 자고 있지!
얼굴도 제대로 못 본단 말이야!
점심저녁으로 하는 통화마저 없었으면, 나는 퇴사하고도 남았다. 그마저도 사는데 필요한 도란력을 채우려면, 한참 부족해서, 사직서를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는 나다.
“선배님. 점심 안 드세요?”
“…아. 응. 먹어야지.”
먹어야 내 멍멍이한테 뭐 먹었다고 보고하지. 아아, 입맛 없어. 밥보다 도란이 보고 싶어.
돈 많이 벌어서 회사 근처에 목 좋은 건물을 하나 살까? 그러고 나서 도란이보고 그 건물에 식당을 차리라고 하는 거야. …아니다. 내 사리사욕 때문에 멍멍이를 힘들게 할 수는 없지.
나는 무거운 발걸음을 터덜터덜 이끌고 회사 근처 한식당으로 향했다.
한식당에 도착한 나는 직장인의 대표 로테이션 식사메뉴 중 하나인 제육볶음을 시켰다. 여기 제육볶음이 끝내주게 맛있긴 하지만, 도란이가 해주는 제육볶음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 맛있는데.
청양고추를 썰어 넣어서 얼큰하고, 숙주를 넣어서 아삭거리는 게, 밥 한 공기는 금세 순삭하게 만드는 마성의 제육볶음. 아, 떠올렸더니 갑자기 먹고 싶어지네. 저녁에 제육볶음 재료 사 들고 가서 란이 보고 해달라고… 하기는 무슨!
내가 들어갈 때쯤이면, 이미 꿈나라 여행을 떠나서 정신없을 텐데!
끽해야 헤드셋 끼고 도란이 방에서 컴퓨터 하던 이혁이가 배를 벅벅 긁으면서 나와서는 “누나, 그게 뭐야?”라고 심드렁하게 묻겠지! 내 님은 자느라 우리가 무슨 얘기하는지도 모르고!
…으아, 도란이 보고 싶어. 도란이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로 말고, 직접 듣고 싶어.
내가 밥 먹다 말고 우는 소리를 내자, 의아하게 보는 직장동료들이다. …미안. 내가 상사병이 좀 심해서 그래. 신경 쓰지 말고, 밥 먹던 거, 마저 먹어.
나는 한숨을 푹 쉬고서 다시 식사를 재개했다.
식사를 마치고, 직장동료들과 함께 회사 근처 카페로 온 나는 음료를 마시다 말고 바깥으로 나왔다. 이 시간쯤이면 내 멍멍이가 일어나서 전화할 시간이니까. 어떻게 해. 아직 전화하는 것도 아닌데, 벌써 설레.
심장이 기분 좋게 쿵쿵거린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도 너무나도 행복하게 여겨지는 나다.
…망할 야근만 없었다면 더 그랬겠지만. 다시 한숨이 나오려는 걸, 재빨리 삼켰다. 내 멍멍이랑 전화하는데 조금이라도 우울한 기분으로 받고 싶지 않다고.
한숨을 삼킨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슬슬 가을이 다가오는 건지, 하늘이 높고 청명하다. 새싹이 움트고, 새잎이 자라나는 봄에, 도란이랑 가상연애니 뭐니 하며 한창 티격태격했었는데. 그 새싹들이 열매를 맺고, 새잎들이 색색으로 물들어 낙엽이 될 때쯤, 연인으로 이어지게 되다니.
이것도 뭔가 운명처럼 느껴져서 마냥 설레고, 기분 좋다.
아, 낙엽 하니까 생각났다. 단풍이 알록달록 예쁘게 물들면, 도란이랑 같이 단풍 구경이나 갈까. 단풍을 제대로 보려면 역시 산이 좋지만, 내 멍멍이는 움직이는 걸 질색하니, 오랜만에 대학교 캠퍼스나 가볼까. 거기도 단풍 예쁜데.
아니면, 그냥 내 멍멍이를 졸라서 산으로 갈까? 내가 부탁하면 들어주긴 할 텐데.
멍멍이 고생시키긴 싫지만, 그래도 산에 가서 맑은 공기 마시면, 건강이 빨리 회복될지도 모르잖아. 으아, 고민되네. 도란이랑 함께라면 어디든지 좋으니까, 오히려 그게 결정 장애를 안기는 것 같다.
머리를 싸매며, 한창 고민에 빠져있을 때쯤, 벨소리가 울렸다. 생각하던 것도 중단하고,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깼어?”
“응. 깼어.”
목소리 듣자마자,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아. 야근의 설움을 아주 조금은 치유 받는 느낌이야. 그나저나 도란이 목소리가 많이 잠겨있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어? 내 남친 아닌 것 같은데. 아저씨 누구세요?”
“아하하! 너무해. 깨자마자 바로 전화해서 그런 건데.”
까르르 웃던 도란이가 큼큼거리며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가다듬는 소리까지도 듣기 좋은 건, 내가 정말 멍멍이한테 미쳐서 그런 거려나. 목소리가 어느 정도 풀린 건지, 통화를 재개하는 도란이다. 잠긴 목소리도 좋지만, 역시 평소의 목소리가 제일 좋네.
“점심은? 맛있는 거 먹었어?”
“음, 응. 제육볶음 먹었어.”
“하하, 맛있었겠네.”
“뭐, 그럭저럭. 란이 너는 언제 밥 먹어?”
“나는…, 혁이 일어나면, 같이 먹어야지.”
…도란이는 회복 중이라 그렇다 치지만, 권이혁 너는 왜 이 시간까지 퍼질러 자고 있냐? 내 멍멍이 생활 흐름에 방해되잖아. 하긴, 새벽 내내 게임을 했으니 이 시간까지 안 자고 배기겠냐. 내 멍멍이 지키라고 불렀더니. 내 멍멍이 집을 피시방으로 알아요, 아주.
잠시 발끈했지만, “음” 거리면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도란이에게 다시금 귀 기울였다.
“…제육볶음 얘기 들었더니, 갑자기 나도 먹고 싶어지네. 오늘 해 먹을까.”
“헉, 나도! 나도 먹을래! 식당 거보다, 란이 네가 해주는 게 훨씬 맛있단 말이야.”
“와, 진짜?”
자기가 만든 게 더 맛있다니까 환히 웃는 도란이다. 아아, 웃음소리 봐. 왜 이렇게 해맑아. 늘 느끼는 거지만, 내 멍멍이 너무 귀여워.
도란이의 웃음소리에 취해, 정신없이 해롱거리고 있는데, 그 순간 웃음소리가 고민에 잠긴 소리로 바뀌었다. 그러더니 도란이가 다시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점심때 해 먹으려고 했었는데. 그럼 꾹 참았다가, 저녁에 너 오면 같이 먹어야겠다. 언제 와?”
“…나? …하아.”
구름 위에서 트램펄린 뛰듯 붕붕 날아가다가, 발을 잘못 디뎌서 바닥에 쿵 하고 떨어진 것 같다. 언제 오냐는 말이 왜 이렇게 가슴 찢어지게 아프지. 이게 다 야근 때문입니다. 야근은 나의 원수. 야근을 죽입시다. 나는 시름시름 앓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나 …오늘도 야근이야.”
“오늘도?”
“…응.”
도란이도 나흘 연속으로 야근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지, 화들짝 놀란다. 나도 오늘은 집에 일찍 갈 수 있을 줄 알았어. 근데 아니래. 닥치고 야근하래. 흑흑. 이게 뭐냐고.
견우와 직녀도 아니고, 연애 시작하자마자, 야근이 둘 사이를 쫙쫙 갈라놔.
“…힘들겠다. 피곤하지 않아?”
“피곤한 건 모르겠는데, …너 못 보니까 좀 우울해. 자는 모습만 보는 것도 지겹다고.”
“아하하! 나는 너 자는 모습조차도 못 보는데.”
…듣고 보니 그러네. 도란이 입장에서는 아침에 깨면, 내 빈자리만 덜렁 남아있고, 자고 있으면, 누가 자기 손을 덥석 잡고 자는 거잖아. 은신술 만렙 우렁각시도 아니고 뭐야. 상상하니 뭔가 웃겨서 웃음이 나온다.
“…보고 싶다. 권이소.”
작게 중얼거리는 도란이의 혼잣말에, 순간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철렁거렸다. …진짜, 기습적으로 그런 말 내뱉지 말라고. 인간적으로 그건 너무 반칙이잖아. 누가 내 심장 스나이퍼 아니랄까 봐, 오늘도 마구잡이로 갖고 노냐.
“아, 혁이 깼다. 나 끊을게. 일 열심히 해.”
“응. 약도 잘 챙겨 먹고, 보약도 잘 챙겨 먹고. 편히 쉬어.”
“네.”
애교스럽게 존댓말로 대답한 도란이 때문에, 또다시 온몸이 간질거린다. 아으, 내 멍멍이 왜 이렇게 귀엽냐고요. 가까이만 있었어도 깨물어줬을 텐데. …아, 또다시 우울해졌다.
이상하네. 그래도 도란이 전화 받으면, 저녁때까지는 쌩쌩한데. 역시, 나흘간의 야근은 도란이도 어찌하지 못하는 거려나. …아니, 잠깐만.
그러고 보니까 나 방금 도란이한테 좋아한다는 말 못 들었어.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좋아한다.’에 ‘좋’자도 못 들은 것 같다.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나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권이혁을 저주했다. 망할 동생 자식아! 잘 거면 푹 자든가, 깰 거면 일찍 깨든가!
네가 뭔데, 내 인생의 낙을 망가트리냐고!
깨닫지 않았더라면, 그럭저럭 넘어갔겠지만, 도란이한테 좋아한다는 소리를 못 들었다는 걸 깨달으니 더욱 미칠 것 같다. 피로회복제란 피로회복제는 송두리째 뺏긴 기분. 커피를 벌써 3잔째 마시고 있지만, 집 나간 활력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다. 침착하자, 권이소.
네가 이러면 이럴수록 퇴근 시간만 늦어지는 거라고. 빨리 일 끝내고 도란이한테 돌아갈 생각을 해야지. 기적적으로 빨리 끝내면 도란이를 볼 수 있겠지. 약에 취해서 몽롱한 모습. 젠장!
도저히 일에 집중이 안 되잖아. 망했어. 망했다고. 나는 이대로 밤늦게 집에 들어가서, 또다시 캄캄한 거실만 보게 될 게 분명하다고. 그리고 보나 마나 도란이 손을 위안삼아 꼭 잡고서,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겠지!
책상에 엎드려 앓던 소리를 내던 나는 힐끔 시계를 쳐다봤다. 6시. …1시간만 더 참으면, 도란이가 전화하잖아. 조금만 참으면 돼. 그때 아까 못 들었던 좋아한다는 소리 실컷 들으면 되니까.
힘내자!
…라고 생각했지만, 1시간이 지나도 2시간이 지나도 전화가 없는 도란이다. 도란이의 공식적인 활동 정지시간인 8시가 되자마자,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 …망했어. 꿈도 희망도 없어.
나는 이대로 말라죽고 말 거야.
혹시나 해서 도란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안 받아. 자나? 잠들었나? 집에 손님 와서 전화를 못 한 건가? 그래도 5분 정도는 나한테 시간 내주면 어디가 덧나냐고! 나는 네 전화 5분만 받아도 하루를 버틸 힘이 생기는데!
속상해. 일하기 싫어. 거지 같아서 퇴사할 거야.
평소 슬픈 일이 있어도, 몸이 아파도 남의 돈 받고 일하는 거니, 꾹 참고 일했었던 나다. 그런데 지금은 도저히 그런 의욕이 나지 않아. 피가 마르고, 멘탈이 나가고, 모니터 화면을 쳐다볼 의지조차도 바닥나버렸다.
…결국, 퇴근 시간까지 흡사 좀비와도 같은 상태로 업무를 처리한 나다. 하하하, 내일도 야근 확정이네. 젠장.
걸어갈 기력조차 없어서, 가장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빠져나온 나다.
회사 입구에서 휴대폰 시계를 확인했다. 지금 시각, 오후 10시. 도란이는 이미 꿈나라로 떠났겠고, 디저트를 사러 가기도 모호한 시각이네. 회사 앞 카페에서 스콘이나 사 갈까. 거기까지 갈 기력도 없지만,
그래도 내 멍멍이 먹여야 하니까 …가자. 카페로.
바닥을 보고 터덜터덜 걸으며 카페로 걸어가는데, 뭔가가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우뚝 멈춰 섰다. 가뜩이나 피곤해 죽겠는데, 뭐가 나를 가로막는 거야. 피곤하니까 썩 꺼져. 으르렁대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제 나왔네?”
“이소 느님, 하이염.”
…뭐지, 환각인가. 지금 눈앞에 말하는 전봇대랑 내 멍멍이가 보이는데. 가뜩이나 짜증 나는데, 지금 누구 염장 지르냐? 망할 환각 자식아! 신경질적으로 전봇대를 걷어찼다.
“악!”
“…응?”
“쭌, 괜찮아?!”
전봇대, 아니, 성준이가 정강이를 감싸며 주저앉았다. 성준이가 주저앉자, 내 멍멍이가 놀라면서 성준이 등을 어루만진다. …환각 아니네. 진짜 내 멍멍이다. 도란이인걸 깨닫자마자, 와락 끌어안았다.
아아, 정말로 도란이야. 이 체온도, 향기도, 나를 어루만지는 손길도. 진짜 도란이라고.
그동안 모자랐던 도란력이 단숨에 충전되는 것 같아. 아까까지만 해도 의욕도 없고, 엄청 피곤했는데. 피곤? 그게 뭐죠? 훨훨 날아가 버렸다. 행복해. 너무 좋아.
도란이를 꼭 끌어안고서 행복함에 푹 빠져있는데, 성준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씩씩거린다.
“뭔데! 왜 갑자기 날 때리는데!”
“…어. 미안. 전봇대인 줄.”
“야!”
“아하하.”
내 말이 웃긴지, 까르르 웃는 도란이다. 그래, 이거야. 이 웃음소리. 이 웃는 표정. 진짜 내 멍멍이라고. 그런데 분명 10시 넘었는데? 지금 도란이 자야 하는 시간 아냐? 이제야 걱정이 싹튼 나는 도란이 볼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란아, 너 자야 하는 거 아니야?”
“응. 자야 하는 건 맞는데,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잠잘 수가 없었어.”
세상에. 내 멍멍이는 어쩜 이렇게 말하는 것도 사랑스러울까. 심장이 아플 정도로 벌렁거리는 데도 좋아죽을 것 같다. 도란이 입술에 찐하게 뽀뽀하자, 표정이 10년 묵은 쓰레기처럼 썩어가는 성준이다.
저 전봇대가 그러거나 말거나, 내 멍멍이가 환히 웃으니 상관없어.
“근데 김성준, 넌 왜 여기 있냐?”
“…왜 여기 있냐니. 내 덕분에 또란이랑 애정행각도 벌이고 있는 건데. 은혜도 모르고.”
“뭐? …그러고 보니, 이혁이는?”
멍멍이 경호하라고 했더니, 이 인간은 왜 코빼기도 안 보여? 엄마·아빠한테 말해서 집으로 돌려보낼 거야. 내가 씩씩대자, 도란이가 내 볼에 살며시 입 맞췄다.
…아아, 행복해. 또다시 도란이를 끌어안고서 품에 파고드는 나다.
“혁이는 저기 카페에 있어. 다혜랑 같이.”
“보나 마나 너 혁이 때문에, 성질 사납게 으르렁댈 것 같아서 이 몸께서 고귀한 희생을 했지.”
“…김성준, 고맙다.”
“고마우면 또란이랑 좀 떨어지지? 제 안구가 썩어가고 있거든요?”
성준이를 보며 ‘메롱’ 하고 혀를 삐죽 내민 나는, 보란 듯이 도란이의 입술에 쪽 소리 나게 뽀뽀했다. 그러자, 아예 눈을 가리고 비명을 내지르는 성준이다. 크, 재밌네. 이거.
도란이가 나와 살짝 거리를 벌리더니 다정한 시선으로 내려다본다. …아, 너무 좋아서 흐느낌이 저절로 나온다. 도란이가 내 볼을 어루만지는 것처럼, 나 역시, 도란이 허리를 감싸던 한쪽 팔을 풀고서, 도란이 볼을 어루만졌다.
“내일 다혜가 쉬는 날이라서, 김쭌도 같이 월차 냈대. 가구 알아본다고.”
“아아, 그래서 얘네 커플이랑 늦은 시간까지 같이 있는 거구나?”
“응. 우리 집에서 고기 파티하기로 했는데, 이소 너 괜찮아? 피곤하지 않아?”
도란이의 걱정 어린 물음에, 걱정하지 말라는 듯 생긋 웃어 보였다. 나는 너만 있으면, 하나도 피곤하지 않아. 너무 행복하고, 좋아서, 피곤은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리는걸. 바로 지금처럼.
“괜찮아. 하나도 안 피곤해. …그것보다는 네가 저녁에 전화 안 한 게 괜찮지 않았어. 왜 전화 안 한 거야?”
“…아, 미안. 한창 넷이서 만나서, 마트에서 장보다 보니까 9시가 넘었더라. 그래서 전화할 틈이 없었어. 많이 서운했어?”
“…응. 일할 의욕이 완전히 바닥났었다고.”
내가 시무룩해 하자, 도란이도 따라서 시무룩해 한다. 어떻게 해. 너무 귀여워. 단언컨대 이건 절대 콩깍지가 껴서 그런 게 아니다. 그냥 내 멍멍이가 원래부터 너무 귀여운 탓이라고.
“미안해. 우울해하지 마. 응?”
“…싫어. 너 전화도 안 했고, 나한테 좋아한다는 말도 안 해줬잖아.”
내 말에 눈만 깜빡이던 도란이가 이윽고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다. 아, 어쩜 이렇게 웃는 것도 예쁠까. 실컷 우울한 척하려고 했는데, 너무 예뻐서 표정관리가 안 되잖아.
“좋아해, 이소야.”
“…또.”
“좋아해.”
“계속해.”
“응,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도란이는 내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행복에 겨워, 미소를 지을 때, 우리 둘을 지켜보던 성준이는 “차라리 나를 죽여줘.”라며 털썩 주저앉았다.
…미안. 그렇지만, 너무 좋은 걸 어떻게 해.
============================ 작품 후기 ============================
연화령님// ㅠㅠㅠㅠ 하는 짓도, 말도 다 예쁜 도란이 ㅠㅠㅠ(앓이)
이루네님// 헉, 그런 초특급 칭찬을 /ㅅ/ 파워 연참해야겠어요!
약속대로 오늘도 등장한 저입니다. :D
주의사항 2. 권이소의 도란 금단증상은 상상 이상이므로, 일의 능률을 위해서는 매일 먹이를 지급합시다.
<또라이 연애 시뮬레이션>의 공식 유머캐이자, 샌드백 담당인 성준이는
오늘도 여러가지로 고통받습니다. (애도)
약속했던 대로 연참갑니다.
이따 또 만나요 X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