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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 연애 시뮬레이션-85화 (85/97)
  • 00085 78. 욕구불만 =========================

    망할 두 방해꾼 때문에 마찬가지로 일요일도 허탈하게 도란이를 빼앗겨버린 나다. 토요일은 그나마 짧은 키스라도 했지, 일요일은 키스? 키스는 무슨, 포옹도 못 했다. 김성준이야 그렇다 치겠는데, 도대체 권이혁 망할 자식은 왜! 란이 옆에 딱 달라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하냐고!

    너무 열 받아서 어제는 참지 못하고 “너 란이 좋아하냐?! 왜 딱 달라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하는데?”랬더니 망할 동생이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응, 나 형이 제일 좋아!”라고 답변했다.

    …거기서 더 물었다간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아서 그만뒀다.

    휴일에도 이런데, 평일이라고 도란이랑 붙어있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일찍이 포기한 나는 그냥 평일마다 엄마 도장으로 와서 늦게까지 몸을 풀고 있다. 자고로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

    무술 증진으로 마음을 다스리면, 본능이 억눌러지기는 개뿔! 빡쳐서 주먹에 힘만 더 들어간다!

    신경질적으로 샌드백에다 대고 힘껏 돌려차기했다. 그랬더니 엄마가 살림 부술 일 있냐고 역정을 낸다. …엄마는 내 연애를 산산조각냈거든! 씩씩거리며 엄마를 째려봤더니 그대로 위협적인 날라 차기가 날아왔다.

    …내가 아닌 샌드백에. 사,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게 어디서 엄마를 째려봐. 죽으려고.”

    “…죄송합니다.”

    엄마한테 나댔다가 본전도 못 찾은 나다. 괜히 도장에 오래 머물렀다가는 한 대 맞을 것 같아 일찍 집으로 귀가했다. 귀가하면 뭐해. 보나 마나 또 도란이 옆에는 내가 아닌 이혁이가 딱 달라 붙어있을 텐데. 한숨을 쉬면서 초인종을 눌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문을 열어줬다. 하아, 이제 기대도 안 한다.

    “오늘은 일찍 왔네? 어서 와.”

    “…란아.”

    세상에. 사랑해 마지않는 내 멍멍이가 웃으며 맞이해준다. 흑, 이렇게 둘이서만 보는 게 얼마 만이야. 도란이를 꼭 끌어안은 나는 잔뜩 경계하며 안쪽을 살폈다. 그랬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는 도란이다.

    “왜?”

    “…이혁이는?”

    “화장실.”

    만세! 나이스 타이밍! 그대로 도란이와 입술을 포갰다.

    으아, 나흘 만이라 그런가, 너무 좋아. 도란이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도 좋고, 살을 가까이 맞대는 것도 날아갈 것처럼 좋아. 행복해. 도란이 입안에 혀를 집어넣으려는데, 말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게 들려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엉? 이소 느님 일찍 왔네?”

    “…김성준! 너 왜 아직도 안 가고 여기 있어!”

    “에어컨 상태 보니까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면서 주말에 다시 오겠대.”

    …젠장, 젠장, 젠장! 그래도 오늘은 방해꾼 하나가 사라지겠구나 했는데, 시간 연장이냐! 내가 머리를 잡아 뜯자, 안절부절못하며 나를 바라보는 도란이다. …아냐, 넌 아무 잘못도 없어. 저 망할 두 자식 때문에 그러지.

    아니다, 너도 잘못이 있긴 하구나. 그러게, 누가 그렇게 주변 사람들한테 사랑받고 지내래. 괜히 심통이 나서 도란이 양 볼을 쭉 잡아 늘였다. 그러자 화장실에서 나온 이혁이가 이쪽으로 우다다 달려온다.

    “뭐야! 폭력 고릴라! 왜 우리 형 괴롭히는데!”

    “…죽고 싶냐?”

    “형! 이리와!”

    “…하아.”

    우리 둘을 보던 도란이가 한숨을 쉬면서 내 손을 잡는다. 기뻐하기도 잠시, 반대쪽 손으로는 이혁이 손을 잡더니 그대로 우리를 악수하게 했다. 자석의 같은 극처럼 질색하면서 떼어내려는데, 도란이가 인상을 찌푸린다.

    “그만 좀 싸워. 자꾸 우리 집에서 싸우면, 둘 다 쫓아낼 거야.”

    “…네.”

    “…잘못했어요.”

    쫓겨나기 싫은 을인 우리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휴전 협상을 맺었다. 도란이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으르렁대긴 했지만.

    지금의 내 상태를 뭐라 정의하면 좋을까. 그래, 그거다. 욕구불만. 도란이가 옆에 있음에도 닿을 수 없는 이 거지 같은 상황. 거기다 나를 약 올리기라도 하듯 껌딱지처럼 찰싹 붙어있는 이혁이 때문에 더욱 불만이 치솟는다.

    한숨을 쉬며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덧 8시가 다가오고 있다. 일·월·화·수. 자그마치 4일. 이대로 있다간 폭발해버릴 것 같다. 식탁에서 약을 먹고 있는 도란이에게로 다가갔다. 손목을 덥석 잡고는 도란이에게 말했다.

    “…란아, 나 우리 집에 잠시 뭐 찾으러 가야 하는데 같이 가자.”

    “응, 알았어.”

    “형 이제 가만히 있어야 하잖아. 내가 갈게.”

    “꺼져!”

    “괜찮아. 그 정도는 해도 돼. 다녀올게.”

    도란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나는 이혁이다.

    …누나 말은 더럽게 안 들으면서 내 멍멍이 말은 귀신같이 들어요. 나오자마자 도란이에게 짧게 입맞춤하고는 계단을 내려왔다. 마음만 같아서는 집 앞에서부터 키스하고 싶었지만, 또 저번처럼 누군가가 문 열고 나올까 봐 꾹 참았다.

    오랜만에 들어오는 우리 집. 만약을 대비해 우리 집도 보안업체와 계약을 맺었으니 안전하겠지. 그래도 불안했는지, 호신용품을 챙겨온 도란이기는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넌 내가 지켜.

    도란이가 집에 먼저 들어가고, 나는 있는 잠금장치는 죄다 걸어 잠갔다. 바깥에서는 열지 못하게 도어락 설정까지 마치고서 집으로 들어왔다. 거실 불을 켠 도란이가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내게 묻는다.

    “뭐 찾으려고?”

    “…내 방에 먼저 들어가 있을래?”

    “응.”

    아, 벌써 덥다. 아니구나. 집 안 자체가 더운 거구나. 나도 내 본능이 어디까지 날뛸지 모르겠기에 에어컨을 최저온도로 빵빵하게 켰다. 방으로 들어가니 침대 옆에 서 있는 도란이가 보인다. 자그마치 나흘 동안의 강제적 금욕 생활.

    자제력을 완전히 상실해버린 나는 그대로 도란이에게 덮치듯 키스했다.

    침대 위에서 내 아래에 깔려 얌전히 키스를 받는 도란이. 그 모습이 엄청 색정적이다. 키스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하면 할수록 억눌러졌던 욕망이 집채만큼 불어난다.

    도란이를 모조리 삼킬 기세로 계속해서 키스했다.

    숨 쉬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생각에 거리를 벌리지도 않았다. 덕분에 점점 숨이 거칠어지는 도란이와 나다. 못 참겠는지, 도란이가 고개를 돌려 숨을 몰아쉰다. 그 찰나도 못 봐주겠어서 귀를 깨물었다.

    “…아읏. 이소…야.”

    “착하지, 가만히.”

    야한 신음을 내뱉으며 작게 도리질하는 도란이다. 도란이의 양팔을 붙잡고는 약점인 귀를 깨물고, 핥으며 희롱했다. 도란이의 숨소리가 점점 더 달뜨고, 야하게 변해간다. 그거에 더욱 흥분한 나는 다시금 키스를 퍼부었다.

    생각보다 내 욕망이 많이 억눌렸나 보다. 키스를 자꾸만 퍼붓는데도 머릿속에선 계속 “조금만, 조금만 더”라고 명령한다. 오랫동안 물을 마시지 않은 상태가 지속돼, 물을 마셔도 목이 타는 것처럼, 그동안 채우지 못했던 욕망이 갈증이 난다고 발악한다.

    약 기운이 돌아 몽롱한 상태에서 키스하니, 움직임이 점점 더뎌지는 도란이가 힘겨워한다. 힘들어하는 도란이를 배려해, 잠시 거리를 벌리고 도란이를 감상했다.

    …어쩌면 이렇게 예쁘고, 섹시할 수가 있지. 이러니까 내 본능이 견디겠냐고.

    “…하아, 하. 어…지러워. 이…소야. 너 뭐 찾는…다며.”

    “응, 찾고 있잖아. …너.”

    “…아?”

    내 말에 나를 가만히 응시하는 도란이다. 그러더니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다. …젠장, 가뜩이나 견디기 힘든데 귀여움까지 추가되어버렸어. 다시금 이성이 날아간 나는 도란이 입술로 빠르게 다가갔다. 그러자, 도란이가 고개를 확 돌려버린다.

    …나 거절당한 거야? 망연자실해서 도란이를 쳐다봤더니 피식 웃으며, 한쪽 팔을 빼는 도란이다. 아직 만족하려면 멀었단 말이야! 내가 울상을 짓자, 도란이가 한 손으로 내 뺨을 부드럽게 감싼다.

    “약 기운이 돌아서 그런가, 키스하는 건 숨이 차서 좀 버거워. 미안.”

    “으응….”

    “그 대신…, 다른 건 괜찮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도란이가 예쁘게 웃는다. 살짝 상기된 얼굴로 그런 말 하니까 더 미칠 것 같잖아. 그리고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내가 어디까지 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를 믿으니까 괜찮다는 말을 한 거겠지만.

    한숨을 내뱉고는 도란이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었다. 그대로 목덜미를 핥으려는데, 도란이가 고개를 저으며 몸을 뺀다. 이것마저도 거절당하자 더욱 시무룩해진 나다. 이것도 안 되면 나보고 뭐 하라고!

    내가 뾰로통해 하자, 내 입술에 짧은 입맞춤을 한 도란이가 자기 상의를 들어 올린다.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놀라기도 놀란 거지만, 뽀얀 속살을 고스란히 내민 도란이가 무척이나 색정적이니까.

    “목은 보이잖아, …여기면 괜찮아.”

    “…란아.”

    “얼마든지 해도 돼. 받아줄 테니까.”

    수줍게 웃으며 말하는 도란이 때문에 온몸의 열이 확 올랐다. 심장은 심장대로 떨리고, 욕망은 그걸 먹이 삼아 또다시 커진다. …더는 커질 일 없을 줄 알았는데. 도저히 보고 있기만 할 수 없어, 도란이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도란이의 살결에 입 맞추며 심장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백옥같이 뽀얀 피부에 붉은 꽃을 피웠다. …여기에다가 제일 새기고 싶었어. 내 거라는 표식. 사랑을 머리보다 빨리 느끼는 게 심장이니까.

    그 심장을 오로지 내 걸로 만들고 싶어. 다른 사람에게는 뛰지 않도록.

    가슴에 핀 붉은 꽃을 잠시 감상한 나는 다시금 도란이에게 다가갔다. 말한 것처럼 내가 뭘 하든 얌전하게 있는 도란이다. 그게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예뻐서, 애정을 가득 담아 움직임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였다.

    “…읏. …이소, 이소야.”

    “응. 착해.”

    달뜬 숨소리를 동력 삼아, 한참을 도란이만을 갈구했다.

    아, 이제 좀 쌓였던 게 날아간 것 같아. 행복해. 도란이를 보니 …상체가 온통 이빨 자국에 울긋불긋. 또다시 본능이 꿈틀거려서 황급히 옷을 내려줬다. 더 했다가는 내 멍멍이 피곤해 죽을지도 몰라.

    많이 졸린 지 눈꺼풀이 가물거리고 있으니까.

    “…미안, 괜찮아? 많이 졸려?"

    “응. …졸려서 못 움직이겠어.”

    “그럼 그냥 여기서 자자. …1인용이라 좁긴 하지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한테 딱 달라붙어 안기는 도란이다. 역시 내 멍멍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베개를 베고 눕자마자 잠들어버린 도란이를 어루만졌다. 어쩜 이렇게 사랑스럽지.

    …진짜 내가 많이 사랑해, 도란아.

    도란이 이마에 긴 입맞춤을 했다. 출근해야 하니까 나도 자야겠다. 우리 집은 침대 옆에 탁상스탠드가 없으니까 거실 불이라도 켜놔야지. 내 멍멍이, 어두운 거 무서워하니까. 내일 퇴근하면서 탁상스탠드를 하나 살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이윽고 꿈나라로 떠난 나다. 도란이를 꼭 끌어안고서.

    아침에 일어나, 씻고 도란이 집으로 갔더니 이혁이가 길길이 날뛴다. 대체 단둘이 밤새 뭐했냐고. 계속되는 추궁에 쩔쩔매면서도 한편으로는 울컥해 성질을 내려는데, 도란이가 나를 만류한다.

    “찾는 게 생각보다 안 보여서 시간이 좀 걸렸거든. 그러다 내가 약에 취해서 잠들어버렸어. 그치?”

    “…응? 응.”

    “아무리 이소라도 위층까지 나를 옮기는 건 무리였을 테니까.”

    “…아, 그러네. 나 부르지 그랬어, 누나.”

    “내가 너를 왜…가 아니라, 그냥 내가 거실에서 자면 되니까. 나도 피곤했고.”

    사실 딱 달라붙어서 도란이랑 같이 잤지만.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는 이혁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도란이의 기지로 위기를 모면한 나는 한숨을 쉬며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자 나를 돌려세우더니 짧게 입맞춤하는 도란이다.

    “잘 둘러댔어. 안 싸워도 해결되잖아.”

    “…응.”

    “착해. 예쁘다.”

    나를 보며 생긋 웃은 도란이가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하아, 해소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밥 내놓으라고 졸라대는 욕망이다. 닥쳐! 나도 내 멍멍이 예쁜 거 아니까!

    내게서 욕망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 아침이었다.

    ============================ 작품 후기 ============================

    류x님// ㅋㅋㅋㅋㅋ 한 편의 시트콤 같은 네 사람의 모습입니다.

    이루네님// 우리 애들 언제나 예쁘게 봐 주셔서 감사해요 /ㅅ/

    soae님// ㅋㅋㅋㅋㅋㅋㅋ 작중 똘끼와 유머를 담당하는 성준이니까요 '-^

    주의) 권이소는 본능이 살아있는 야생동물이므로, 키스를 정기적으로 지급하지 않으면, 조련사가 물어뜯길 수 있습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도란이는 이소네 식구를 조련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조x라랑 네x버 동시 연재중인데 독자님들 반응이 극과극이라 재밌어요 ㅋㅋㅋ

    조x라 : ㅋㅋㅋㅋㅋ 애들 전부 사랑스러워!

    네x버 : 방해꾼 다 꺼져!

    반응 다른 독자님들이 너무 귀여워 ㅋㅋㅋ

    그러니까 오후에 한 편 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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