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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 연애 시뮬레이션-81화 (81/97)
  • 00081 74. 꼬우면 나가 =========================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방문으로 강제로 일찍 기상한 도란이랑 나는 대충 씻고는 거실 소파에 앉았다. 나야, 원래 출근을 이 시간에 하니까 금세 정신을 차렸다지만, 도란이는 씻고 나서도 졸린 지 눈을 감은 채로 앉아있다.

    “졸려?”

    “…응.”

    “기댈래? 아니면 누울래?”

    아무래도 더 자고 싶은지, 그대로 내 허벅지를 베고 눕는 도란이다. 어휴, 김성준. 망할 자식아. 아직 침대에서 자고 있을 애가 일찍 깨니까 맥을 못 추잖아. 얘는 점심때나 돼서야 겨우 일어나서 움직이는 애거든?

    불편하게 자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계속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줬다. 그래도 에어컨 바람이 시원해서 기분 좋은지, 새근새근 자는 표정이 편안하다. 곤히 자는 모습이 귀여워 조심스레 볼을 만지작거렸다. 요 며칠, 편히 쉬어서 그런지, 거칠던 피부가 많이 회복됐다. 다행이다.

    우리가 소파에서 평소처럼 지내고 있을 때,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성준이가 이쪽으로 왔다. 오지 마, 저리 가. 경계 가득한 내 눈빛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소파에 앉더니, 자고 있는 도란이를 흔드는 성준이다.

    “야, 일어나. 밥 먹어.”

    “…으응, 싫어.”

    잘 자다가 깨우니까 괴로운지, 도란이 얼굴이 내 허벅지로 점점 파고든다. 가, 간지러워. 근데 너무 행복해. 필사적으로 입을 틀어막고, 기쁨의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걸 참았다. 그런 나를 성준이가 한심하다는 듯 바라본다.

    왜, 뭐. 내가 내 멍멍이가 좋아서 이러는 건데. 이건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라고!

    “…진짜 중증이다, 권이소.”

    “뭐!”

    “야, 란아. 눈떠. 일어나서 밥 먹고 약 먹어야지.”

    내 허벅지에 고개를 파묻은 채, 도리질하는 도란이다. 간지러운데 너무 귀여워. 도란이 볼에 쪽 소리 나게 뽀뽀했더니 성준이 표정이 더욱 썩어간다. 왜, 뭐. 아니꼬우면 이 집에서 나가시지?

    그래도 약은 먹여야 하니까 도란이 깨워야겠다. 성준이가 힘들게 차린 거기도 하고. 보나 마나 냉장고에 있는 우리 엄마 반찬을 싹 다 꺼내놓은 거겠지만.

    “란아, 일어나. 같이 밥 먹자. 응?”

    “…조금만.”

    “알았어, 몇 분?”

    “10분.”

    말을 마친 도란이의 숨소리가 다시금 새근거린다. 10분 뒤에 깨워야지. 그동안은 애 곤히 자게 내버려 둬라, 김성준. 성준이에게 매섭게 눈초리를 주고서는 또다시 자는 도란이를 쓰다듬었다.

    “…단순한 중증이 아니라 말기네, 말기야.”

    성준이의 핀잔에도 굴하지 않고, 10분 동안 잠든 내 멍멍이만 애정을 듬뿍 담아 바라본 나다.

    오, 우리 엄마 반찬이 전부일 줄 알았는데, 하나 더 추가됐다. 달걀프라이. 얼마나 엄마 음식이 물렸으면, 달걀프라이에서 광채가 나는 것처럼 보여. 내가 달걀프라이만 먹자, 성준이가 의아하다는 듯 묻는다.

    “야, 내가 만든 거긴 하지만, 옆에 진수성찬 놔두고 왜 그것만 먹냐.”

    “…진수성찬도 일주일 가까이 똑같은 것만 먹으면 질리기 마련이거든.”

    그래도 성준이가 오니까 순기능이 하나는 있네. 엄마 반찬이 줄고 있어. 이왕 여기 있는 동안, 우리 엄마 음식 좀 대신 해치워주렴. …나는 그냥 도란이가 해주는 거 먹을래.

    “아, 맞다. 란아. 우리 장 보러 가기로 했잖아. 운전해도 괜찮겠어?”

    “…조금 졸리긴 하는데, 운전해도 괜찮을 것 같아. 그럼 약은 갔다 와서 먹어야겠네.”

    “너 약 먹을래? 내가 운전해줄까?”

    우리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성준이가 끼어들었다. 단둘이 쇼핑하고 싶긴 한데, 도란이 상태를 생각하면 약을 먹기도 해야 할 것 같고. 어떤 게 나을지 모르겠어서 최종결정자인 도란이만 쳐다봤다. 곰곰이 생각하던 도란이가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됐어. 어느 정도 괜찮아졌으니까.”

    “엉. 올 때 메X나.”

    다행히 따라오지는 않을 건가 보다. 그럼 예정대로 도란이랑 단둘이 데이트할 수 있겠네. 신난다. 약을 못 먹는 게 조금 걱정스럽긴 하지만, 당사자가 괜찮다고 하니까. 그리고 그만큼 내가 신경 쓰면 되겠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해, 식탁 아래에 있는 도란이 손을 꼭 잡았다. 누군가가 손을 잡으니까 밥을 먹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도란이다. 슬며시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잡은 사람이 나인 걸 알고는 생긋 웃는다.

    …진짜, 내 멍멍이. 너무 예뻐.

    대충 뭘 살지, 셋이서 쇼핑목록을 정하고는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뭘 입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편한 캐주얼차림을 선택했다. 차를 가지고 가긴 하지만, 주차장까지 짐을 들긴 해야 하니까.

    내 남자 손에 물은 묻히지만, 짐은 들게 하지 않겠노라.

    옷을 갈아입고 욕실에서 나왔더니 도란이도 캐주얼한 차림을 하고 있다. 서로 통한 것 같아서 기분 좋다. 슬금슬금 도란이 뒤로 다가간 나는 도란이 후드 집업 주머니에 양손을 넣고선 와락 끌어안았다.

    “까꿍.”

    “준비 끝났어?”

    “응.”

    나를 보면서 눈웃음치는 게 예뻐서, 그대로 도란이 입술에다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그러자, 마시던 커피를 도로 흘리는 성준이다. 왜, 뭐. 아니꼬우면 나가라니까? 그나저나 도란이 입술에서 커피 향이 나는 것 같은데. 재차 확인하기 위해 도란이에게 짧은 키스를 했다.

    “거, 공공장소에서 애정행각 좀 작작합시다.”

    “공공장소가 아니라 집이거든? 꼬우면 나가!”

    내 말에 툴툴대며 시선을 돌리는 성준이다. 그런 우리가 웃긴지 도란이가 키득거리며 웃는다. 그 웃음에 분노가 홀라당 날아가 버렸다. 그 대신, 도란이 입안에 감도는 달콤한 커피 맛이 신경 쓰여 물어보았다.

    “너 커피 마셨어?”

    “응? 응. 케이크랑 같이.”

    “의사 선생님이 카페인 금지라고 했잖아.”

    “아아, 그거. 약효가 떨어져서 그러는 거야. 지금은 약 안 먹으니까 괜찮아.”

    그제야 안도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란이가 커피 마실 거냐고 묻길래 고개를 저었다. 나는 하루빨리 이곳에서 벗어나 단둘이 있고 싶단다. 커피야, 둘이 카페 가서 마시면 되는 거니까.

    “김쭌, 갔다 올게.”

    “오냐. 쭈쭈바도 사와.”

    “오케이.”

    현관을 나오자마자 도란이 옆에 다가가 팔짱을 꼈다.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생긋 웃으며 입술을 포개는 도란이다. …직접 하는 것도 좋지만, 기습적으로 당하는 것도 좋네. 팔짱을 풀고 도란이 허리를 감싸 안았다.

    따뜻한 온기, 커피 향이 감도는 달콤한 입안, 커피를 마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촉촉한 입술. 그게 너무 좋아서 눈을 꼭 감은 채 가만히 음미했다.

    “야, 너 태블…, 어우, 아니다. 내가 알아서 비번 뚫을게.”

    성준이가 도란이 태블릿을 들고 집 밖으로 나오다 도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 덕분에 키스를 하다 말고 동시에 웃음이 터져버린 우리다.

    ***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 오피스텔을 빠져나왔다. 한여름이라, 엄청 덥다. 쪄 죽을 것 같아. 그럼에도 팔짱을 풀 생각은 하지 않는 나다. 옛말에 이열치열이라고 했으니, 도란이랑 더 달라붙어야지. 내가 아까보다 더욱 달라붙자, 도란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나를 바라본다.

    “안 더워?”

    “더워. 그렇지만, 이열치열이라잖아. 더우면 더울수록 더 붙어있을 거야.”

    “아하하, 그게 뭐야.”

    “싫어?”

    “너랑 붙어있는 게 싫을 리가 없잖아.”

    …읔, 제대로 기습당해서 심장이 아프다. 그런 말 그렇게 눈웃음치면서 말하면 감사합니다! 심장 터질 것 같아도 무척 감사합니다! 왜 여긴 밖인 거야! 집이었으면, 지금 당장 끌어안고 키스를 퍼부었을 텐데! 아, 진짜 김성준. 내가 반드시 쫓아낼 거야.

    온몸을 지배하는 본능을 볼 뽀뽀로 간신히 억누른 나다.

    “마트 어디로 갈까? 가까운 곳? 아니면, 종류 많은 곳?”

    “음, 셰프님 뜻대로 하시옵소서.”

    “하하, 그럼 조금 멀긴 해도 큰 곳으로 가자. 거기 식재료 종류가 많으니까.”

    “응.”

    도란이와 계획을 세우며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점심은 외식하는 게 어떻겠냐는 내 말에 잠시 고민하던 도란이가 성준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시월드를 간접 체험하는 기분이 나는 걸까. 김성준 주제에 나를 긴장하게 만들다니.

    다행히 “내 거 포장해와. 시카고 피자. 고기 듬뿍.”이라는 요구사항 빼고는 군소리를 하지 않는 성준이다. 눈치가 없긴 해도 경우는 있는 놈이구나. 쫓아내겠다는 계획은 당분간 철회.

    주차장으로 와서 도란이 차를 찾았다. 하도 자주 봐서 그런가, 우리 아빠 차만큼이나 익숙해 단번에 발견했다.

    새삼 도란이 차를 보니까 일전에 차에서 격렬하게 주고받았던 키스가 떠올라, 심장이 두근거린다. 점점 거칠게 대했는데도 얌전히 받아들이던 도란이의 모습이 자꾸만 생각난다. 진짜 예쁘고, 사랑스럽고, 모조리 탐하고 싶을 만큼 야하고.

    슬쩍 도란이를 쳐다봤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배시시 웃는다.

    …이 마냥 귀엽고 순수해 보이는 멍멍이가 그때 그 야한 멍멍이가 맞나요. 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메커니즘인 거야. 어디 색기 발산 스위치라도 숨겨둔 게 있나 싶어 양 볼을 붙잡고 이리저리 살펴봤다.

    “뭐해?”

    “응? 아니, 아무것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보는 게 사랑스러워서 입술에 쪽 뽀뽀했다. 그러자, 까르르 웃는 도란이다. 하여튼 진짜 귀엽다니까. 뭐, 내 귀여운 멍멍이의 실체는 차차 파악하면 되는 거겠지. 괜히 서두를 필요 없잖아.

    언제나 함께 있을 테니까.

    ============================ 작품 후기 ============================

    이루네님// 넹 새벽에 깜짝등장한 저입니다 /ㅅ/ 저도 질투하는 도란이가 보고 싶긴 한데 +_+

    soae님// ㅋㅋㅋㅋㅋ 스토커는 에이온이 처리했으니 안심하라굿..!

    ㅋㅋㅋㅋㅋ 모두들 잠든 새벽에 나타난 저입니다.

    라스트 3연참의 폭풍은 기습적으로 하고 싶었거든요! XD

    저번화는 이소가 고통받았다면, 이번화는 성준이가..(애도)

    이로써 스코어 1:1?

    다음 연재는 옆집남자가 토요일이니.. 일요일?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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