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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 연애 시뮬레이션-70화 (70/97)

00070 63. 당분간 너희 집에서 살래 =========================

한바탕 격렬한 키스 타임이 끝나고 나서야 저녁 식사에 들어간 우리다. 식사 준비는 당연히 내가… 사랑하는 도란이. 집에 통조림과 간단한 밑반찬밖에 없다는 이유로 김치볶음밥만 하고 있다. 냄새 좋다. 그러고 보니 나 온종일 굶은 상태지.

아까 도란이랑 찐하게 키스했을 때는 배고프다는 생각도 들지 않던데, 막상 눈앞에 맛있는 음식이 놓인다고 생각하니 배가 꼬르륵거린다. 다행히 도란이는 볶음밥 만드느라 못 들은 것 같다.

그나저나 요리하고 있는 모습도 엄청 오랜만에 보네. 프라이팬을 한 손에 들고 손목 스냅만으로 능숙하게 볶음밥을 섞는데, 왜 이리 멋있어 보이고 난리야. 콩깍지가 씌어도 단단히 씐 것 같다.

도저히 보기만 하는 걸로는 만족할 수가 없어 슬그머니 도란이 뒤로 가서 허리를 감싸 안았다.

“…아, 깜짝이야. 놀랐잖아.”

“풋, 놀랐어?”

“응, 엄청. 금방 끝나니까 식탁에 가서 앉아있어. 불 옆에서 장난치다가 다치면 어떡해.”

장난 아닌데. 장난이라고 말하니까 진짜 장난치고 싶어진다. 도란이 등에다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도란이가 간지러운지 몸을 비틀며 까르르 웃는다.

“아하하, 간지러워. 장난치지 마라니까. 하마터면 쏟을 뻔했잖아. 얼른 가서 앉아있어.”

“뽀뽀해주면.”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뒤로 도는 도란이다. 으, 괜히 두근거려. 마주 보면 더욱 긴장할 것 같아서 눈을 꼭 감고 입술만 내밀었다. 다가온다, 다가온다…가 아니라, 내 몸이 붕 뜨는 것 같은데.

슬쩍 눈을 뜨니 도란이가 나를 번쩍 안아 올린 상태다. …저, 저기요?

나를 안아 올린 상태로 성큼성큼 거실로 이동하더니, 거실 소파에 나를 내려놓는 도란이다.

“격리. 완성될 때까지 부엌에 오지 마.”

“뽀뽀만 하면 순순히 가겠다니까 아예 격리 조치를 하냐!”

도란이가 못마땅하다는 듯 눈을 게슴츠레 뜨고서 나를 바라본다. 왜, 뭐. 뽀뽀 받고 싶은 것도 죄냐. 나 역시 눈을 게슴츠레 뜨고 도란이를 째려보자, 도란이가 웃음을 터트린다.

그러더니 한쪽 손으로 내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고서는 내 입술에 살포시 입술을 맞댄다. 예고도 없이 뽀뽀하지 말란 말이야. 갑자기 기습하니까 심장 터질 것 같잖아. 얼굴에 열이 확 오르는 게 느껴진다. …나, 얼굴 무지 빨개졌겠다.

“너 다칠까 봐 신경 쓰여서 요리에 집중을 못 하겠잖아. 금방 끝나니까 여기 있어. 알았지?”

“…응.”

또 도란이 눈웃음에 홀려서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는 나다. 진짜… 너무 다정하지 말라고. 점점 더 좋아지게끔. 이대로도 감당이 안 되는데, 더 좋아지면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단 말이야.

도란이가 테이블 세팅하는 걸 보고서야 주방으로 재입성했다. 짧은 추방의 역사를 이겨내고서 내가 돌아왔노라! 양팔과 양다리를 쫙 뻗어, 흡사 불가사리 같은 포즈로 “컴백!”이라고 힘차게 외치자, 도란이가 수저를 놓다 말고 빵 터져서 배를 잡고 웃는다.

역시 난 네가 웃는 게 너무 좋아. 지금처럼 이렇게 소리 내어 크게 웃는 것도, 살며시 눈웃음치는 것도, 배시시 미소 짓는 것도 전부 너무 좋아. 그래서일까, 네가 웃는 것만 보면 나도 행복해져.

달콤한 초콜릿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초콜릿과 함께 스르르 녹아 사라지는 것처럼, 네 웃음만 보면 힘든 것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려서 웃을 수 있게 돼. 지금처럼.

“아, 너무 웃었다. 볶음밥 접시에 담을 동안 수저랑 물컵 좀 놔주라.”

“오케이.”

이렇게 같이 식사준비 하는 거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설레네. 꼭 신혼부부 같잖아. 흐흐, 신혼부부. 생각만 해도 흡족한 미소가 저절로 튀어나온다. 내가 갑자기 흐흐 거리며 웃자, 도란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응? 갑자기 왜 웃어?”

“아, 아니. 전에 있었던 웃긴 일이 생각나서.”

“으응. 후추 얼마만큼 뿌려줄까?”

“왕창 뿌려줘.”

결혼. 상대가 도란이인 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지만, 도란이라면 결혼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너무 좋지. 내가 좋아하는 상대인 것도 그렇지만,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취향을 너무나도 잘 아는걸.

취향도, 성격도, 취미도, 호불호도 세상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니까.

지금도 내가 김치볶음밥에 후추를 뿌려 먹는 걸 아니까 저렇게 당연하다는 듯 뿌려주잖아. 서로에 대해 잘 안다는 것. 맞지 않는 톱니바퀴라도 돌아갈 수 있도록 윤활유가 되어주지 않을까. 아니면, 서로의 톱니에 하나하나 맞춰가던가. 지금의 우리처럼.

사실, 우리 둘은 오래 알고 지내긴 했지만, 취향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인지 매우 다르다.

도란이는 단 걸 엄청 좋아하지만, 나는 누가 주면 먹지, 굳이 사 먹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반면, 나는 크림이나 치즈 같은 느끼한 걸 좋아하지만, 도란이는 몇 입 먹고 수저를 놔버릴 정도로 느끼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옷 취향도 도란이는 밝고, 화사한 파스텔 톤의 캐주얼한 옷을 선호하는 반면, 나는 진한 원색계통의 옷, 그리고 완전히 여성스러운 옷이나, 아니면 완전히 시크한 분위기의 옷만 골라 입는다.

사소한 것들까지 따지려면 끝도 없을 만큼 다르다. 지금도 고작 김치볶음밥 하나에 서로의 다른 취향이 확고히 드러나고 있으니까.

한 사람은 김치볶음밥에 케첩을 뿌리는 걸 좋아하고, 한 사람은 김치볶음밥에 후추를 뿌리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둘 다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아니까 각자의 취향을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않잖아. 이해하고, 존중하고, 서로에 취향에 맞춰주지.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 어떻게 보면 결혼에서 가장 어려운 첫 단계를 우리는 자연스럽게 넘어간 게 아닐까.

내가 잠시 딴생각을 하는 동안, 도란이가 접시에 예쁘게 담긴 김치볶음밥을 내려놓았다. 요구한 대로 후추를 아주 제대로 뿌려놨네. 말도 잘 듣고, 예뻐 죽겠어.

반숙 달걀프라이까지 올라간 아주 먹음직스러운 비주얼.

거기다 오랜만에 도란이가 해주는 음식을 먹게 된다고 생각해서인지 침샘이 저절로 자극된다. 순간 내가 파블로프의 개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렴 어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는데, 어느 누가 평온하게 있겠냐고.

콧노래를 부르며 김치볶음밥을 입에 넣었다. …역시, 진짜 맛있어. 늘 느끼는 거지만, 얘는 정말 참한 새색시 감이라니까. 반드시 내가 평생 데리고 살아야지.

“맛있어?”

“응. 완전. 진짜 대박.”

“하하, 다행이다. 많이 먹어.”

김치볶음밥에는 역시 참치랑 달걀프라이지. 배가 고파서도 그렇지만, 정말 너무 맛있어서 쉴 새 없이 들어간다. 도란이는 아직 반 이상 남았는데, 나는 거의 다 비운 상태다.

…아, 맞다. 나 도란이한테 할 말 있었는데. 어느 정도 배가 채워진 나는 도란이를 쳐다보며 슬며시 입을 열었다.

“란아.”

“응?”

“나 당분간 너희 집에서 살까 하는데.”

어, 도란이가 수저를 들다 말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팔뚝을 톡 치며 “땡”이라고 외쳐도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충격받을 일…인 것 같기도 하고. 한동안 멍하니 있던 도란이가 나를 바라본다.

“…갑자기 왜?”

“혼자서 지내는 것보다 둘이 같이 있는 게 여러모로 안전할 것 같기도 하고, 다혜네 집에서 언제까지 신세 질 수도 없을 것 같아서.”

내 말에 도란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승낙할 것 같은데. 내 예상은 딱 맞아 떨어져서 그러라고 대답하는 도란이다.

“그런데 우리 집 침대 하나뿐인데. 내가 소파에서 잘게, 그럼.”

“왜? 네 침대 넓잖아. 같이 자면 되지.”

어, 또 굳었다. 이번에는 많이 놀랐는지 눈조차 깜빡이지 않는다.

어떡해. 진짜 얘를 어쩌면 좋지. 당황한 것도 왜 이렇게 귀엽냐고. 누가 귀엽다고 채가면 어쩌나. 여기에다가 어제도 한 침대에서 같이 잤다고 말하면 더 당황하려나.

실실 웃으면서 도란이가 움직일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한참 동안 넋이 나가 있던 도란이가 갑자기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우왕좌왕하기 시작한다. 엄마, 아빠. 인간적으로 이 남자 유해물질로 지정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너무 귀여워서 내 심장에 해로워요.

“…아, 아니. 암만 그래도 한 침대는 좀.”

“왜, 뭐가 어때서. …설마 잠든 내 모습에 홀려버려서 덮칠까 봐 겁나서 그래?”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확실히 네가 그럴 놈은 아니긴 하지. 그래도 나는 내심 네가 그래 줬으면 좋겠는데. ‘잡았다, 요놈!’하고 되려 덮쳐버리게. 하지만, 도란이가 그런 애였다면, 내가 좋아하지도 않았겠지. 아아, 복잡하구나.

“그냥 아무것도 없이 잠만 자는 거잖아. 어차피 침대도 넓겠다, 멀찍이 떨어져 자면 되지. 아니면 커다란 쿠션 하나를 사이에 두던가.”

“…그래도 좀.”

“그게 싫으면, 내가 소파에서 잘 거야. 집주인을 침대에서 쫓을 수야 없지.”

“안 돼! 불편하잖아. 그냥 내가…”

“너는 안 불편하고?”

“….”

내 말에 할 말을 잃었는지 입을 꾹 다무는 도란이다. 진짜 귀엽다니까. 도란이 볼을 장난스럽게 꼬집었다.

“그냥 내 말대로 하자, 란아. 응? 너 요새 누가 옆에 없으면, 불안해서 잠도 못 잔다며.”

“…하아.”

내 꾸준한 설득에도 한참을 갈등하던 도란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만세. 집주인한테 정식으로 허락받았다! 사실, 도란이가 나한테 애먼 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전혀 안 된다. 그럴 애도 아니고, 그런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도란이라면, 나는 얼마든지 오케이다.

…솔직히 가장 걱정인 건 나지. 과연 내가 무방비한 도란이를 보고 얼마나 참을 수 있을까.

어제도 자는 애한테 몇 번이나 입술이며, 볼이며, 이마며…. 아냐, 란아. 어떻게든, 허벅지를 꼬집어가면서 꾹 참아볼게. 사랑하는 만큼 너를 소중히 여기고 싶으니까.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서로가 원할 때, 차근차근 A-Z까지 나아가겠노라.

그렇게 다짐하며 도란이를 보고 씩 미소 지었다.

***

상대적으로 안전한 도란이 집에서 함께 지내기로 한 우리는 내 옷을 가지러, 잠시 우리 집으로 왔다. 그러고 보니 다혜 집에 있는 내 짐도 들고 와야겠네. 내일 다혜네 집도 잠시 들려야겠다.

만일을 대비해 도란이가 건네준 삼단봉을 꼭 쥐고서 잠금장치를 해제했다. 한 손에는 전기충격기를, 다른 손에는 몰카 탐지기를 든 도란이는 우리 층 복도를 이리저리 살폈다. 다행히 우리 집 복도에는 몰카가 없는 듯하다.

“내가 먼저 들어갈까?”

“아니, 됐어. 란이 너는 뒤에서 따라와.”

“…역시 이쏘누님, 듬직해.”

훗, 당연하지. 내 남자는 내가 지킨다. 내일 엄마 만나면, 앞으로 퇴근하면 태권도 도장에 들른다고 말해야겠다. …우리 엄마라면, 딸내미가 이용한다고 해도 회비를 꼬박꼬박 받으실 분이지만, 도란이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하면 특별할인 해주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거실 불을 켜고, 이리저리 살펴봤다. 설마하니 누가 있겠냐만은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아무도 없는 것 같아 현관에 서 있는 도란이를 불렀다.

현관부터 꼼꼼히 몰카탐지기로 수색하던 도란이는 거실, 주방, 내 방, 다용도실 할 것 없이 샅샅이 살폈다. …다행히 우리 집까지 몰카를 달아놓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랬으면 박원호, 넌 진짜 나한테 고소미 폭탄을 맞았다.

“…뭔가 만감이 교차하네.”

“뭐가?”

“없어서 다행이긴 한데, …그 인간은 대체 왜 내 집에 몰카를 설치한 거야? 뭐 볼게 있다고?”

…그러게. 누가 보면 내 스토커가 아니라, 네 스토커인 줄 알겠다. 아니, 둘 다 스토킹 당한 건가. 만일 도란이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됐으려나. 아주 잠깐만 상상했는데도 소름이 쫙 끼친다.

안심한 건지, 소파에 털썩 앉은 도란이를 조심스레 껴안았다.

“미안, 그리고 고마워.”

“…아냐. 네가 무사하면 그걸로 됐어.”

정말…. 말하는 것도 예뻐 죽겠다니까. 누가 보면 팔불출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 이렇게 시선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댈 만큼 좋은데.

도란이와 거리를 벌린 나는 천천히 도란이의 얼굴을 향해 다가갔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도란이 눈이 스르르 감긴다. 허락의 표시. 그대로 나는 도란이의 목을 감싸고 입술을 포갰다. 고마움을 담아 뽀뽀로 끝내려고 했는데, 입술에 꿀이라도 발라놓은 건지 너무나도 달콤해서 자꾸만 탐미하고 싶어진다.

덕분에 말캉한 입술을 깨물기도, 조심스레 핥기도 하면서 한참 동안 도란이의 입술만을 갈구했다.

============================ 작품 후기 ============================

이루네님// 저도 란이가 질투하는 모습.. 보고싶네요. ^p^ (철저히 사심폭발을 추구하는 에이온)

빗자루계인님// 다시 관에 못을 박는다.....22..

류x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란이 좀... 우리집에.... 왔으면..... 끕

月光天女璉님// 너무 익숙하면 때로는 무언가를 잊기 마련이죠 ㅠ_ㅠ.. 서서히 달라지지 않을까요 :D

제가 왔어요 여러분 `▽`!

어제는 감기 때문에 너무 머리가 아팠었는데, 오늘은 좀 살 것 같네요.

찬양해, 쌍화탕!

동거 (짝)! 동거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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