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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 연애 시뮬레이션-68화 (68/97)
  • 00068 61. 잠자는 침대속의 도란이 =========================

    밖에서 그 난리를 부렸는데도 여전히 잘 자고 있는 도란이다. 다행이다 싶기도 하면서, 얼마나 피곤하면 이럴까 안쓰럽기도 하다. 혹시라도 누가 쳐들어올까 봐 방문을 닫고 잠금장치까지 잠갔다. 밀실에 단둘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뭔가 불끈하는데.

    …아, 아닙니다. 소중하게 대할 거예요. 해치지 않아요.

    그리고 성준이가 말한 것도 있으니 일단은 뭐가 됐든 조심할 생각이다. 그러니 최대한 이성을 붙…들 수 있겠지? 아직 근처에 가지도 않았는데도, 벌써 이곳저곳 만지작거리고 싶은데.

    마음을 다잡기 위해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서는 도란이에게로 다가갔다.

    성준이가 옷을 갈아입혀서 그런지, 침대 가장자리에서 웅크리고 잠들어있다. 도란이는 워낙에 얌전히 자는 애라 잠버릇이랄 게 딱히 없지만, 그나마 하나 있다면 태아처럼 몸을 웅크리고 잔다.

    이 자세, 허리에 안 좋다던데. …아니, 뭐. 그냥 그렇다고.

    그래도 도란이 몸이 침대 바깥쪽으로 향하고 있는 상태여서, 침대 옆에 앉으니 얼굴이 잘 보인다. 좋다. 오랜만에 보니까 더 그립고, 좋은 것 같아. 그렇다고 며칠에 한 번씩 보겠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그랬다간 내가 견디지 못할 테니까.

    가까이서 보니 볼살이 쏙 빠진 게 티가 나네. 보들보들하던 피부도 거칠거칠해져 있고. 속상해.

    이제부터 그동안 깎아 먹은 것 열심히 채워야겠다. 맛있는 거 많이 먹여서 말랑말랑한 볼살도 원상복귀 시키고, 나 지킨다고 제대로 못 자서 분명 건강도 많이 상했을 테니 그것도 회복시키고, 애기 같던 피부도 원래대로 돌려놔야지. 팩 같은 거 알아볼까.

    그리고 그동안 없던 것도 새로 만들어야지. ‘네 옆자리는 영원히 나다.’라고 인지시켜주는 거.

    나를 좋아할 때까지 얼마든지 기다려주는 대신,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절대 안 돼. 나만 바라보고, 내 사랑만 받아.

    하나하나 차근차근 나로 꽉 채워줄 테니까, 이 둔탱아.

    도란이 볼에 소리 나지 않게 뽀뽀했다. 잠결에도 촉감이 느껴지는지 도리질을 한다. 그 덕에 양손에 가려졌던 입술이 빼꼼 나왔다. 럭키. 키스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곤히 자는 애 깨울까 봐 입술만 맞댔다.

    맞대기만 하는 데도 좋다. 심장이, 아니 온몸이 엄청 간질간질해. 입술부터 시작된 간질거림이 내 모든 걸 기분 좋게 간질이는 것 같아. 역시 난 더럽게 눈치 없긴 해도 네가 아니면 안 돼.

    사랑해, 둔탱이.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나도 좀 졸리다.

    도란이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도 요 한 달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다혜네 집 침대는 싱글사이즈라 둘이 자기는 좁아서 줄곧 바닥에서만 잔 데다, 행여나 박원호가 다혜 집까지 쳐들어올까 봐 신경이 잔뜩 곤두선 상태로 잠들었었다.

    그에 비해 도란이네 침대는 ‘난 침대에서 데굴거리는 게 좋더라!’라는 도란이의 취향 덕분에 셋이서 자도 거뜬할 만큼 침대가 넓다. 게다가 함께 자면 엄청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있으니, 오랜만에 아주 편하게 잠들 것 같다.

    그런데 외출복 입고 자도 괜찮으려나. 집에 가서 편한 옷 가져올까. 지금 입고 있는 옷도 티셔츠에 핫팬츠 차림이긴 하지만, 청 핫팬츠라 조금 불편할 것 같기도 한데.

    아, 몰라. 됐어. 하루 정도는 이런 차림으로 자도 괜찮아. 란이랑 찰싹 붙어있을 수 있다면, 불편한 것쯤이야.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새삼스레 집주인인 도란이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고는 베개를 가져와 침대에 누웠다. 으, 폭신해. 살 것 같아. 역시 바닥보다는 침대가 짱이야. 그동안 바닥에서 자느라 허리 아파 죽는 줄 알았는데, 침대에 한 번 누웠다고 불편했던 허리가 단박에 쫙 펴지는 것 같다.

    그나저나 누워있으니까 도란이 등만 보게 되네. 아까 침대 옆에 앉아있을 때만 해도 얼굴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지금은 영 불만이다.

    나한테서 등 돌리고 자지 말란 말이야. 등 말고, 네 얼굴 보고 싶다고.

    도란이의 어깨를 붙잡고 천천히 내 쪽으로 돌렸다. 자세를 강제로 바꿔서 그런가, 도란이가 조금 인상을 쓰더니 불만스럽게 칭얼거린다.

    “미안해, 미안해.”

    어린애 달래듯 등을 토닥여줬더니 다시 편안한 얼굴을 하는 도란이다.

    아, 어떡해. 너무 귀여워, 진짜 애기 같다니까. 바뀐 잠자리에 적응하려는 건지 도란이가 이리저리 뒤척이기 시작한다. 되도록 찰싹 붙어서 자고 싶어서 도란이를 조금씩 이쪽으로 끌어당겼다.

    꿈틀거리면서 내 의도대로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오는 도란이다. 좋아, 좋아. 조금만 더 오면 …잠깐만요?

    왜 도란이 얼굴이 내 가슴 쪽으로 오는 건데!

    아, 맞다. 얘 웅크리고 자는 게 버릇이지. 아무래도 끌어당길 때, 각도 조절을 잘못했… 야, 란아! 잠깐만! 미치겠네! 깰까 봐 소리 내지도 못하겠고! 란아, 제발! 내 가슴에다가 얼굴 비비적대지 마! 간지러워! 간지러운데 너무 좋아서 떼질 못하겠어!

    내 가슴 쪽으로 계속 파고들던 도란이가 자세가 편해졌는지 더는 움직이지 않고 새근새근 잔다. 가슴에는 도란이가 하도 바짝 달라붙어 있는 상태라, 손을 넣을 공간도 없어 목 옆쪽에 손을 갖다 대서 심장의 안위를 확인했다.

    내 심장, 아직 뛰고 있지? 나 살아있지? 응, 살아있네.

    하긴, 벌렁거리는 게 온몸으로 느껴질 정도인데, 굳이 대지 않아도 심장이 제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걸 아주 잘 알겠다. 내 심장 소리 때문에 란이가 깰까 봐 걱정스러울 정도로 무사히 날뛰고 있구나, 심장아.

    머리가 내 가슴에 닿아있는 상태라 베개를 베지 않고 누워있는 도란이다. 행여나 목이 아플세라, 조심스레 도란이의 고개를 들어 틈을 만든 다음, 베개를 끌고 와 도란이 머릿밑에 놓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꼭 끌어안고 자야지.

    내 품에 파고들어 온 도란이를 그대로 꼭 안았다. 그러자 내 팔에 눌려있는 게 불편했는지, 도란이가 한쪽 팔로 내 허리를 감싸 안는다. …아, 너무 좋아. 이 방식, 종종 써먹어야지.

    쉴 새 없이 날뛸 것 같던 심장도 슬슬 적응해서 안정을 찾아간다. 몸이 편해서 그런가, 노곤한 게 슬슬 졸음이 몰려온다. 으, 나도 이제 자야지. 잘 자, 좋은 꿈 꿔, 란아.

    아니다, 내 꿈 꿔. 나도 네 꿈 꿀 거니까.

    ***

    나도 생각보다 엄청 피곤했나 보다. 오후 5시쯤에 잠들었는데 일어나니 다음 날 오후 1시다.

    하품하면서 슬며시 눈을 뜨니 여전히 내 품 안에서 세상모르고 자는 도란이다. 어이구, 아직도 자냐. 누가 업어 가도 모르겠다. 도란이 볼을 살며시 꼬집듯 만지작거렸다.

    씻어야 하는데 조금만 더 이러고 있고 싶다. 새근거리는 숨소리도, 볼을 만질 때마다 꼬물거리는 움직임도 너무 좋단 말이야.

    30분 정도 도란이를 만지작거리며 누워 있다가, 일어나기 싫은 몸을 이끌고 욕실로 향했다. 도란이 깨면 부모님께 다녀와야 하니까 미리 준비해둬야지. 부모님 만날 동안, 이혁이 불러서 란이 좀 지키라고 해야겠다.

    같이 부모님 만나러 가기에는… 도란이한테 내가 맞아 죽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아.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피곤이 쌓인 건지, 저녁 7시가 되어도 여전히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도란이다. 이쯤 되니까 자는 게 아니라 의식을 잃은 게 아닐까, 슬며시 걱정스럽다.

    ‘일어나면 같이 밥 먹어야지.’라고 생각해서 1시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 탓에 배도 고프고.

    이제 슬슬 깨워야겠다. 잠은 이따 또 자면 되는 거니까. 한꺼번에 너무 자도 좋지 않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도란이의 어깨를 잡고서 흔들었다. 다행히 의식은 멀쩡히 붙들고 있는지, 앓는 소리를 내는 도란이다.

    “란, 일어나. 너무 자잖아, 너.”

    “…으응, 엄마.”

    …왜 내가 네 엄마냐. 이 자식아. 너만 한 아들 있을 나이는 아니거든? 게다가 네가 나보다 먼저 태어났잖아! 아니, 그 전에 난 엄마 말고, 다른 거 할 거야. 엄마는 성준이 시켜.

    “엄마 아니거든.”

    “…아냐?”

    “아냐.”

    수면 상태에서도 넌 내거라고 각인시켜놓겠노라. 이를테면 일종의 수면학습 같은 거지.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내가 자기 여자친구라고 인식시켜놓으면, 현실에서도 조금은 효과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도란이 귓가에 대고 살며시 속삭였다.

    “엄마가 아니라 여자친구야, 여자친구. 널 아주 많이 좋아하는.”

    “여자친… 여자 으, …싫어!”

    오징어니, 괴물이니 중얼거리는 걸 보니 잠꼬대인 건 알겠는데, 묘하게 상처받는다. 그렇게 질색하는 표정으로 싫다고 하지 말아줄래? …설마 내가 란이 네 꿈에서 오징어 괴물로 나온 건 아니지?

    진짜면, 나 몇 배로 상처받을 것 같아.

    “란! 눈 떠! 일어나!”

    아까부터 빨판이 아프다느니 헛소리만 늘어놓고 있어, 본격적으로 깨우기로 했다. 강제로 일으켜 앉혀서 흔들어대니 괴로워하면서도 슬며시 눈을 뜨는 도란이다. 오, 깼다. 헛소리도 멎은 걸 보면, 꿈에서는 완전히 벗어난 듯하다.

    눈을 한쪽만 뜬 채로 몽롱하게 있던 도란이가 이내 꼼지락거리며 눈을 비빈다. 그러더니 양쪽 눈을 전부 뜨고서 나를 빤히 바라본다.

    “…저승사자?”

    자고 있을 때는 오징어 괴물이고, 깨어 있을 때는 저승사자냐! 미지의 생명체 2단 콤보에 폭발한 나는 도란이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내 공격이 꽤 아픈지, 이마를 한 손으로 문지르면서 얼굴을 찌푸리는 도란이다.

    “아야! …어, 하하. 이소다.”

    이제야 알아보냐. 심히 불만이었지만, 배시시 웃는 얼굴에 꽁했던 게 먼지처럼 흩날려 사라져버렸다. 나, 진짜 인간적으로 란이한테 너무 약한 것 같아.

    “일단 씻고 와. 할 얘기 있으니까.”

    “응.”

    도란이가 하품을 하면서 욕실로 들어갔다. 비틀거리는 걸음걸이에 저러다 욕실에서 자는 건 아닐까 불안하다. 한 시간 넘어도 안 나오면 마스터키로 따고 들어가…도 되나? 되겠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욕실로 간 지 30분도 되지 않아 방으로 돌아온 도란이다. …쳇.

    ============================ 작품 후기 ============================

    月光天女璉님// 저도 질투하는 도란이가 보고 싶어요 +_+

    빗자루계인님// *-_-*(므흣)

    모모w님// 네.... 저승사자라고 했습니다....(한숨)

    류x님// 힘내라 권이소! (야광봉)

    산뜻한 일요일 새벽! XD 이소와 란이는 깼지만, 저는 이제 자러갑니다!

    도란이는... 꿈조차도 특이한 걸 꾸네요.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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