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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 연애 시뮬레이션-39화 (39/97)

00039 외전2. 스킨십 적응훈련 =========================

란이를 꼬시려고 발악한 지 어느덧 일주일.

…이라고 말은 했지만, 솔직히 꼬시는 건 뒷전이고, 이러다 심장에 이상이 생길 것 같아 하루하루가 괴롭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떨리는 거야 당연지사이지만,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붓는 것도 아니고, 이따금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란이의 스킨십 때문에 미칠 것 같다.

오늘도 그래!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덥석 손을 잡아서 사람 떨리게 만들고!

***

퇴근길, 언제나처럼 도란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뭐 하고 있는지 물어봤더니 사촌 자형이랑 약속이 있어 밖으로 나왔다고 대답하는 도란이다. 젠장. 오늘은 보지 못하는 건가? 조금 아쉬웠는데, 때마침 란이가 자형이 차가 막혀 좀 늦을 것 같다고 툴툴거렸다. 럭키.

꽉 막힌 퇴근러쉬에 감사하며, 자형이 오시기 전까지 나랑 놀아달라고 했더니, 도란이가 흔쾌히 내 쪽으로 오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나는 기다리는 동안 마실 거라도 사자는 생각에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저녁이니까 커피를 마시게 할 수는 없고, 그냥 딸기 스무디나 사줘야겠다. 음료를 마시면서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 바깥을 보는데, 도란이의 모습이 보인다. 잠시 주변을 기웃거리더니 나한테 전화를 걸려는 건지 폰을 꺼내 드는 도란이다.

란이 놀라게 해줘야지. 짓궂은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재빨리 스마트폰을 껐다. 그리고는 카페에서 나와 슬금슬금 도란이 뒤쪽으로 걸어갔다. 내가 바로 뒤에 있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도란이다. 아무래도 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게 걱정스러운지 표정이 좋지 않다.

그 모습에 슬그머니 죄책감이 생겨 놀리려던 걸 그만뒀다.

“란, 나 여기 있는데.”

“…아, 깜짝이야. 뭐야, 언제부터 내 뒤에 있었어. 전화는 왜 안 받고.”

“어, 글쎄. 배터리가 다 됐나 보지, 뭐.”

너 놀라게 하려고 배터리 뽑았다는 소리는 못하겠다. 하면 화낼 거 같아. 그래도 무슨 일 생길지 모르니 배터리 갈아 끼우라는 잔소리는 들었다. 흑흑, 자업자득이네.

짧은 잔소리를 끝내더니 음료를 들고 있는 내 손을 빤히 보는 도란이다. 딸기 스무디 마시고 싶어서 그러는 건가? 어차피 란이 주려고 산 거라서 별 말없이 건넸다. 도란이는 스무디를 대충 건네받더니 들고 있던 내 손을 잡았다.

“어, 어? 갑자기 왜?”

“컵 홀더는 끼우고 오지 그랬어. 손 차갑잖아.”

“…더우니까 괜찮은데.”

미치겠다, 기습하지 말라고! 심장 터지겠네!

그래도 차가웠던 손이 따뜻해지니 좋긴 하다. 아니, 잡고 있는 손에서부터 아드레날린 증폭제가 마구 샘솟아서 온몸이 뜨거워졌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네. 전에는 도란이가 손을 잡건 말건 신경도 안 썼는데. 사람 마음이란 게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

예상보다 자형이 빨리 오셔서 도란이와는 10분 정도 대화만 나누고 헤어졌다. 집으로 온 나는 맥이 빠져 오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웠다. 도란이랑 오래 놀지 못한 것도 아쉽고, 나만 스킨십에 발광하는 것도 억울해.

속상한 마음에 괜히 토깽이한테 오늘 있던 일을 하소연하는 나다.

“토깽아, 인간적으로 란이 좀 너무하지 않아? 어? 아무리 오래된 친구라도 그렇지. 그렇게 손을 덥석덥석 잡으면 내 심장이 버텨? 안 버텨?”

“….”

“물론, 손잡는 건 일상이긴 했어. 근데 지금은 자꾸 신경 쓰인다고! 당연하잖아, 좋아하는 남자가 그렇게 기습적으로 스킨십을 하는데! 그래? 안 그래?”

“….”

“야, 듣고 있냐고. 토깽이! 네 예비 아빠는 왜 그렇게 스킨십에 자각이 없냐고!”

대답 없이 까만 눈만 반짝이는 토깽이도 얄미워서 솜이 터질 정도로 꽉 안았다. 진짜로 터질까 봐 황급히 힘을 줄이긴 했지만. …근데 토깽아. 네 솜이 터지기 전에 내 심장이 먼저 터질 것 같다.

나 진짜 어떻게 하지?

하루라도 란이를 못 보면 상사병이 날 것 같은데, 만나면 심장이 얼얼할 정도로 두근거려. 가뜩이나 심하게 두근거리는데, 예상치 못한 스킨십까지 당하면 심장이 과부하가 걸려버려. 이러다 죽는 거 아닐까 불안할 정도로. 그런데도 자꾸만 보고 싶어. 안 보면 미칠 것 같다고.

하지만, 하지만! 란이랑 사귀어보지도 못하고 심장 터져서 죽고 싶진 않단 말이야!

“토깽아,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

“…됐다. 내가 너한테 뭘 바라겠냐.”

기운이 쭉 빠진 나는 토깽이를 안고는 거실로 향했다. 시계를 보니 이제 곧 내가 좋아하는 예능이 할 시간이네. 할 것도 없으니 텔레비전이나 봐야지. 소파에 드러누워 텔레비전을 켰다.

아직 시작하기 전인지 광고가 나오고 있다. 광고만 보려니 지루하긴 하지만, 괜히 딴 채널 돌렸다가 오프닝을 놓칠 수는 없지. 이 예능은 오프닝이 숨은 꿀잼이라고.

영혼이 반쯤 가출한 상태로 광고만 보고 있는데, 건강식품 광고가 흘러나온다. 이 건강식품을 먹으면 면역력이 증강된다나 뭐라나. 저딴 거 말고 스킨십 면역력이 증강되는 약이 있으면 당장에라도 구매하고 싶다.

…잠깐, 스킨십 면역력? 방금 좋은 생각이 뇌리를 타고 스쳐 지나갔다.

자고로 어떤 어려운 일도 꿋꿋이 하다보면 익숙해지고 적응이 된다. 체험이 경험이 되고, 그게 삶의 노하우가 되는 법이니까. 그렇다는 건, 스킨십도 마찬가지. 두근거림을 자력으로 멈출 수가 없으니 차라리 익숙해지자. 계속 당하고, 나도 적극적으로 하다 보면 적응이 되겠지.

좋아, 어디 한 번 해보자고. 나답게 정면승부다!

이 상황을 타파할 비책을 떠올린 나는 도란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약속 끝나면 우리 집에 잠시 올 수 있냐고 했더니, 오늘은 자형 네 집에서 자기로 했단다. 조금 맥이 빠지긴 하지만, 내일이라도 집에 오겠다고 하니까 꾹 참아야지.

토깽아, 아무래도 오늘은 너를 도란이라고 생각하고 예행연습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엄마랑 찐하게 포옹 좀 할까?

============================ 작품 후기 ============================

빗자루계인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식이라니... 어뜨케 그런 잔혹한 (주먹울음) 무사히 마치고 맛난 거 마니 드세여 ㅠㅠㅠ!

soae님// 네, 저도 믿기진 않는데 얘네 일단은 친구입니다.

sn님// 도란이 외전 대신 다른 외전을 들고 와버렸는데 어쩌죠 ;ㅅ;.. (땀땀) sn님 귀여워 (야광봉)

하하하하, 일요일을 연참 계획에서 뺐던 건 외전을 연재하기 위해서지! 사실 본편에 넣을까, 말까 고민했던 편인데, 쓴 게 아까워서 그냥 올리기로 했습니다 :D

(외전이 37편 보다 과거 내용 입니다.)

2편은 저녁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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