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사람의 꽃-111화 (완결) (111/111)
  • #111

    “혹시 뭐가 이상한가요.”

    당연히 늦어지는 답변에 샐리는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지쳤을 헨리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마련한 이벤트였다. 클로에의 조언을 받고 메리에게 도움을 받아 완성한 요리에 문제가 있다면 오늘의 일정은 시작부터 꼬이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 이렇게 눈치를 살펴야만 했다.

    “이걸 정말 그대가 직접 한 것이오?”

    “그럼요. 당신이 잠에서 깰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하면서 침대를 빠져나갔는데요.”

    “확실히 피곤하기는 했나 보오. 분명 당신을 끌어안고 잤을 터인데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을 보면.”

    “어쨌든 맛은 괜찮다는 말이죠?”

    “정말 맛있소.”

    맛있다는 말이 헨리의 입에서 나오자마자 조금은 딱딱하게 굳어있던 샐리의 얼굴이 곧바로 사르르 녹아내렸다.

    “아, 다행이다.”

    “뭘 그리 긴장하고 그러시오. 난 그대가 한 거라면 돌멩이라도 씹어서 먹을 수 있소.”

    이 말은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

    아직 먹지는 않았지만 노릇노릇하게 잘 익은 빵이 설령 홀라당 타버려 석탄같이 되었어도 헨리는 기꺼이 그런 빵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입에 넣을 자신이 있었다. 애초에 그에게 중요한 것은 샐리가 자신을 위해 이런 휴일을 계획했다는 점이었다.

    정말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가 막힌 날씨에서의 피크닉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그동안 쌓여있던 피로가 싹 날아가 버리는 기분이었으니 말이다.

    “풉, 무슨 그런 농담도.”

    “농담이 아니오. 그대가 만든 것은 그게 무엇이든 다 맛있을 것이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요.”

    “나야말로 아침 일찍 일어나 이런 준비를 해준 것이 고맙지.”

    아침부터 본인을 생각해 이런 요리를 준비했다는 것에서 헨리는 바로 앞에서 본인이 한 요리를 신중하게 맛보는 샐리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매일매일 볼 수 있는 사람인데도 마음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애정은 식을 줄 몰랐다.

    오히려 이전보다 커지면 커졌지, 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아내의 모습에 헨리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입술에 살포시 자신의 입술을 맞췄다.

    처음 그녀에 입을 맞췄을 때는 그냥 가벼운 입맞춤 정도로 끝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의 살결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향유에 중독되기라도 한 것인지 헨리는 차마 샐리에게서 떨어지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농후해졌고, 샐리가 오히려 끈적하게 더 달라붙으며 두 사람의 애정행각에 불을 지폈다.

    아마 근처에 지켜보는 사용인들이 있었다면 샐리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응하지는 못했을 터였다. 그러나 애초에 이번 피크닉은 두 사람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계획이었고, 진즉에 주변에서 대기했을 모든 사용인들을 물려놓은 상황이었다.

    “얼굴 보여주시오.”

    “그래도 부끄러워요.”

    주변에 지켜보는 눈이 없다지만 야외에서의 애정행각이 익숙하지 않았기에 샐리는 뜨겁게 타오르는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헨리는 자신의 손길을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샐리의 옆구리를 간질이기 시작했고, 결국 간지러운 헨리의 손길을 참지 못한 샐리는 부끄러움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이고 말았다.

    “칫, 내가 부끄러워하는 게 좋아요?”

    “그냥 귀여워서 그렇소. 평소의 그대와는 다른 모습이 뭔가 이색적인 매력이 있달까.”

    그렇게 말한 헨리는 다시 한 번 샐리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며 짓궂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

    “확실히 준비를 많이 해서 그런지 참 화려하네요.”

    해가 서서히 저물기 시작한 저녁.

    샐리와 헨리는 계획했던 대로 수도에서 열리는 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저택에서 나왔다. 이제는 두 사람을 위협할만한 존재가 없다고 해도 걱정이 된 것인지 메리는 사용인을 몇 대동하기를 원했지만, 헨리는 본인이 같이 가기에 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메리를 만류하고 나왔다.

    확실히 수도에 머무는 이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던 축제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볼거리도 먹을거리도 풍성한 거리가 되어있었다.

    당시 1 황자의 수도 침공으로 만신창이가 됐던 거리를 수습한 것을 기념하고자 연 축제에 각국의 사절단들의 방문까지 얽히면서 분위기가 배로 달아오른 느낌이었다. 물론 그 중심에 선 인물들인 만큼 샐리와 헨리는 본인들의 모습을 감추고자 나름대로 복장에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셀바가 봤음 참 좋아했을 것 같아요.”

    “갑자기 그 녀석 이름은 왜 나오는 것이오.”

    “지금 외간 남자 이름 언급했다고 질투하는 거예요?”

    “지금은 질투할만하지 않소. 이렇게 단 둘이 데이트를 하는 것도 오랜만인데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그냥 있다가 없어지니 조금 허전한 감이 있어서요. 물론 조만간 다시 수도로 돌아온다고 하기는 했지만.”

    이제 제국에서 마법에 대한 인식도 바꿔나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샐리는 그 일에 대한 적임자로 셀바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물론 셀바는 처음에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기는 했으나 결국 연이은 구애 끝에 승낙을 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마탑에서 조수 하나만 데리고 생활하다가 많은 사용인들이 있는 스테판 가의 저택에 머무르다 보니 그에게도 변화가 생긴 것이었다. 그렇기에 셀바는 마탑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기 위해 잠시 수도를 떠나있었다.

    “길거리에 널려있는 간식들을 봤다면 아마도 환장했겠지.”

    “후후, 그러게요.”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도 셀바의 빈자리가 큰 이유는 간식값에서의 지출이 확연히 줄어서였다. 언제나 아침, 점심, 저녁으로 달콤한 케이크가 올라오지 않으면 밥도 제대로 먹지 않던 셀바였다.

    그런 식사 시간을 언제나 보내다 보니 셀바가 마탑으로 떠나고 간식거리가 사라진 식탁이 이제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저기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데로 가볼까요?”

    수도의 중앙쯤 되는 곳에 있는 광장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샐리는 눈을 반짝이며 헨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원래라면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을 그녀지만 축제라는 특별한 공간과 분위기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대중들 속으로 밀어 넣었다.

    “여기서 뭐하는 건가요?”

    “아아, 오늘 처음 즐기러 나오신 건가?”

    “네.”

    “축제가 마무리되기 전에 일종의 행사라고 할 수 있는 걸세. 남녀가 하나의 짝이 되어 춤을 추는 건데 아가씨도 즐기면 되겠구만.”

    샐리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하는 한 중년의 남자가 샐리의 뒤에 서 있는 헨리를 아래위로 살피며 말했다.

    “흠흠, 그럼 한 곡 추실까요? 마이 레이디.”

    마치 절절한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처럼 한쪽 무릎을 꿇은 뒤 애틋한 눈으로 올려다보며 춤을 신청하는 헨리. 당연히 샐리는 헨리의 춤 신청을 거절할 리가 없었다.

    두 사람 다 춤에는 일가견이 없는 사람들로서 처음 광장으로 나섰을 때는 호기로움은 어디로 가고 멀뚱멀뚱 서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춤을 추는지 지켜봤다.

    “우리 생각보다 재능이 있을 지도요.”

    그러다가 이내 둘은 흥겨운 음악에 맞춰 자연스럽게 몸을 맡겼고, 서로가 서로의 리듬에 맞춰가며 자연스럽게 다른 무리들에 섞여 완전히 그들에 융화되었다.

    “자, 이제 파트너를 바꿀게요!”

    “어? 파트너를 바꿔서도 하나 봐요.”

    샐리는 분위기에 취해 자기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며 다른 파트너를 찾아 떠나려 했다. 물론 얼마 가지 못해 자신을 잡아당기는 힘에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헨리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지만 말이다.

    “어딜 가려고.”

    “하하, 저도 모르게 그만….”

    “앞으로는 내 품에서 나갈 생각은 절대 하지 마시오. 무슨 일이 있던 그대를 놔줄 생각이 없으니.”

    말을 마친 헨리는 그대로 샐리에게 키스를 했다. 마침 기가 막힌 타이밍에 마지막을 알리는 불꽃이 터지면서 앞으로의 서막을 알리는 축제의 밤이 깊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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