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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중생계 (382)화 (382/449)

외전 구염상 2-5

하인들은 경악했다. 양쪽의 하인들이 각자의 주인을 잡고 싸움을 말리기 시작했다. 금용이 눈물을 머금은 채 고함을 쳤다.

“언니, 저를 죽이려던 거죠? 분명 나를 죽이려 한 거예요! 제가 언니에게 뭘 잘못했나요? 저는 몇 년 동안이나 소처럼 언니의 시중을 들었어요! 그런데 돌아온 대가가 고작 이런 비참한 최후인가요? 언니, 뭐라 말 좀 해 보세요!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 불을 끄려던 하인들과 시위까지 모두가 주소유를 이전과 다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막연히 주소유의 짓이라고 추측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명확한 말을 듣는 건 별개의 일이었다.

부인이 금 이랑을 해치려 했다!

사람들은 모두 금용의 말을 믿었다. 실제로 금 이랑이 몇 년이나 부인의 시중을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금 이랑은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소처럼 일했다. 그런데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부인은 정말 마음이 악독한 여인이었다.

주소유는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 천한 노비에게 뺨을 두 대나 맞았다. 그녀는 누가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이 반드시 이 뺨 두 대를 갚아 주어야만 했다.

“놔라! 당장 놓으라고! 계속 나를 막는다면 옛정이고 자시고 누구든 팔아 버릴 것이다! 그때 가서 나를 탓해도 소용없어!”

주소유의 하인들은 더 이상 주인을 막지 못하고 즉시 손을 놓았다. 오직 주소유와 한 식구나 다름없는 이 고고만이 앞장서서 부인을 붙잡았다.

“부인,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십시오!”

이 고고의 한 마디에 그제야 주소유의 정신이 살짝 돌아왔다. 그녀 역시 바보가 아니었다. 가식적인 금용의 얼굴을 본 주소유는 조금 전 자신이 하마터면 금용의 꾐에 넘어갈 뻔했음을 깨달았다.

안심하라는 눈빛으로 이 고고를 쳐다본 주소유가 바로 냉소적인 표정을 되찾으며 여전히 연기 중인 금용을 바라보았다.

“허튼소리! 내가 어찌 너를 해치겠느냐? 나는 명실공히 헌원씨 가문의 정실부인이다. 일개 첩실일 뿐인 네가 감히 악독한 말로 중상모략을 하다니, 정말 방자하구나!”

고개를 들고 있던 주소유가 팔을 뻗어 세차게 금용의 뺨을 때렸다. 다 때리고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금용이 나타난 방향은 서방이 있는 곳이었다. 남편이 어젯밤 서방에서 이 천한 것과 얽혀 뒹굴었다고 생각하자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주소유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다시 한 번 금용의 뺨을 때린 주소유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것이 부인인 내가 첩인 너에게 가르쳐 주는 규칙이다. 앞으로 잘못을 저지르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어서 주소유가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일깨워 주었다.

“그러나, 황후께서 너를 상공에게 상으로 내렸다는 걸 생각하여 나도 더는 잘못하지 않도록 경계하겠다! 내 넓은 야랑으로 너를 아문衙門에 버려 돌려보내지는 않을 테니, 앞으로 똑바로 처신하거라!”

모질게 금용의 뺨을 몇 대 더 때린 주소유가 이미 다 타 버린 불길을 보며 꼿꼿이 세운 등을 돌린 채 자리를 떠났다.

처소로 돌아온 주소유는 가장 가까운 연탑에 엎드려 큰 소리로 울었다.

‘상공이 금용을 서방에 들이다니, 내게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그가 어찌 금용 앞에서 내 체면을 짓밟을 수가 있어… 어찌!’

한편, 분의는 신이 나 있었다. 금용에게 계란을 문질러주던 그녀가 갑자기 장난스럽게 몸을 숙였다.

“이랑, 축하드려요! 이랑께서는 이번 일로 새 거처가 생기셨을 뿐 아니라, 주 씨에게 아예 죄인이라고 낙인을 찍으셨어요! 주 씨가 어떻게 반박했든 사람들은 이미 그녀가 이랑을 해쳤다고 생각할 거예요. 심지어 그게 사실이잖아요?”

비록 뺨을 몇 대 맞기는 했으나 금용은 매우 통쾌했다. 자신이 나타난 방향을 바라보던 주소유의 그 창백한 얼굴을 떠올리기만 해도 충분히 맞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금용은 속이 다 후련했다.

“정말로 우리가 서방에서 나왔다고 생각할 줄이야. 하하, 멍청하기는! 분의 네가 낸 묘안 덕분에 그간의 수모를 되갚았구나. 네 공은 잊지 않을 테니 걱정 말거라.”

분의는 마치 큰 은혜를 입었다는 듯 얼른 기뻐하는 척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어떠한 감흥도 없었다. 한낱 첩실이 아무리 큰 상을 내린다 해도, 자신을 천한 신분에서 빠져나오게 해 주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분의는 더욱 분발하여 두 여인을 조금 더 격렬하게 싸우게 만들기로 했다.

‘만약 거짓으로 금용이 회임했다고 흘린다면… 주소유가 금용을 죽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금용이 주소유를 죽일 수가 없게 된다.

‘아니, 아니지.’

분의는 자신에게 접촉한 그 신비한 사람이 대체 두 여인 중 누구를 죽이고자 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럼, 금용과 주소유 모두를 죽인다면……?’

분의의 눈에 그 사람은 분명 범상치 않은 능력이 있는 자였다. 행여나 일이 잘못되더라도 그는 분명 곤경에서 벗어나도록 자신을 도와줄 것이다.

분의는 그자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는 한 번도 자신을 해친 적이 없었으며, 이번에 주소유의 소행을 먼저 간파한 것 역시 다 그 사람이 먼저 알려 준 덕분이었다.

그자가 자신을 두고 토사구팽을 할 리 없었다. 못 하는 게 아니라, 그런 일을 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리라.

분의는 도대체 그자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그자에게 추파를 던져 보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자의 아랫도리에는 있어야 할 물건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를 들키고도 아무렇지 않게 웃어 보였고, 분의는 감히 더 묻지 못했다. 그저 시킨 일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 * *

저녁 무렵 돌아온 헌원상은 후원에 불이 났다는 얘기를 듣고 먼저 정원으로 향했다. 사랑 때문이 아닌, 그저 한 집안의 주인으로서 첩을 총애하고 아내를 무시할 뜻이 없었기 때문이다. 후원의 주인은 마땅히 아내였으므로, 그는 당연히 아내를 찾아가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헌원상이 들어오자 주소유는 마음이 떨리는 걸 느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그의 품 안으로 달려가 위로를 받고, 며칠간 느낀 억울함에 대해 하소연하고 싶었다. 하지만 헌원상의 냉담한 눈빛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그녀는 결국 화가 났다.

여태껏 정성껏 시부모님을 모시고, 고생고생해서 자식을 낳아 기른 건 다 그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모든 걸 잊고 마치 자신을 진짜 살인자라도 되는 양 바라보다니! 주소유는 마음이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대체 우리 부부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단 말인가. 정말 그 천한 첩년이 나보다 더 예뻐? 나보다 더 재주가 좋은 거냐고!’

순간적으로 심사가 뒤틀린 주소유가 사랑을 원망으로 바꾸었다.

“뭐든 물어보실 필요 없습니다. 불은 제가 낸 것이 아니니까요! 제가 아무리 그 계집을 싫어한다 해도 그런 일까지 벌일 만한 가치는 없습니다! 하지만 상공께서는 겉과 속이 다르게도 서방에서 그런 저급한 짓을 저지르셨더군요. 정말 수치스럽습니다!”

영문 모를 비난 세례에 무슨 말이든 해 보려던 헌원상은 문득 부인의 얼굴에 붉은 흔적을 보고 의아해졌다. 분명 뺨을 맞은 자국이었다. 그가 어떻게 된 일인지 막 물어보려 했을 때였다.

“당신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는 스스로 잘 아시겠죠! 저는 우리가 평생 화목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럴 줄은… 정말 이럴 줄은…….”

헌원상은 대체 부인이 또 무슨 바람이 들어서 이렇게 잔뜩 화가 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후원의 첩실과는 그저 하룻밤을 보냈을 뿐, 이는 이미 부인에게도 설명을 마치지 않았던가. 그때 벌써 큰 소란을 피우고 때리기까지 했으면서, 어찌 아직도 같은 일을 물고 늘어진단 말인가.

“얼굴은 어찌 다친 것이오? 약은 발랐소? 이 고고, 의원은 모셨느냐?”

오랜 시간 쌓아 온 우정이었다. 비록 사랑이 아니라고 해도 주소유는 엄연히 그의 사저師姐(같은 스승을 둔 손위 여자)이자 아내였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어머니였다. 할 수만 있다면 헌원상 역시 그녀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금용과 벌어진 일은 뜻밖의 사고였을 뿐, 그 역시 어찌된 영문인지 알지 못했다. 어쨌든 그의 잘못이었지만 이미 한 달이나 지난 일이 아니던가.

이 고고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예, 나리. 의원을 모셔다 약도 발랐습니다. 사흘이면 가라앉을 거라 하더군요. 식사는 하셨는지요? 노비가 준비하겠습니다.”

주소유가 바로 말을 받았다.

“필요 없다! 여기서 안 먹는다고 굶어 죽기야 하겠느냐?”

아침에 본 금용의 요염한 모습이 떠오르자 주소유는 헌원상이 위선적이고 역겹게 느껴졌다.

“누군가 이미 식사를 준비해 두었겠지.”

헌원상은 격노한 주소유와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주소유가 괜찮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이 고고에게 조심해서 보살피라 분부하고는 한숨을 쉬며 서방으로 돌아갔다.

헌원상이 진짜로 발을 돌리자 주소유는 다시 마음이 상했다. 조금 전 그가 위로를 해 주지 않을 때보다도 더욱 마음이 아팠다.

주소유는 자신이 후회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그대로 남아 있기를 원했다.

다급히 몸을 일으킨 주소유가 입구 쪽으로 뛰어갔다. 그러나 그녀가 찾는 사람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낙담한 주소유가 문틀을 따라 바닥에 주저앉았다. 실이 끊어진 구슬처럼 눈물이 뚝뚝 땅으로 떨어졌다. 이 고고가 급히 다가가 주소유를 부축했다.

“이러지 마세요. 곧 큰도련님과 둘째 도련님이 문안 인사를 드리러 올 텐데, 어머니가 이러고 계시는 걸 보면 마음 아플 거예요. 부인…….”

* * *

정방에서 나온 헌원상은 어머니를 뵈러 주원으로 향했다. 주소유가 어떤 태도를 보이든 헌원상은 마음 깊이 헌원 노부인을 존경했다. 요 며칠 그가 주소유를 좋은 얼굴로 대하지 못한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닌, 바로 그녀가 노부인을 공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원에서 잠시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눈 헌원상은 다시 밖으로 나와 서방으로 향했다. 외원에 가까이 사는 사람일수록 신분이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서방으로 가는 길목에는 금용의 처소가 있었다.

물론 헌원상은 주소유의 말처럼 일개 첩실일 뿐인 금용을 보러 갈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밤바람이 부는 가운데 얇은 홑옷만 입은 금용이 여섯 명의 하인에게 둘러싸인 채로 폐허가 되어 버린 뜰에 서 있을 거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다. 헌원상은 이곳이 그녀가 살던 처소였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찌 아직 여기에 서 있는 것이오?”

묻고 싶지 않아도 물어야 했다. 금용과 하인들은 머물 곳이 없어 난감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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