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칼코마니-44화(완결) (44/44)

44.

윤주는 허겁지겁 지수가 다니는 학교로 달려갔다. 제대로 주차할 정신도 없어서 대충 차를 세우고는 지수가 있다는 교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지수가 고집이 세긴 해도 지금까지 누구를 때리거나 하는 소동을 일으킨 적은 없는데 반 아이와 싸움이 났다고 해서 윤주는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지수야!”

“엄마!”

교장실의 한쪽 구석 의자에 앉아있던 지수는 윤주가 등장하자마자 그녀의 품을 뛰어들었다.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살짝 몸까지 떠는 아이를 윤주는 무릎을 꿇고 있는 힘껏 안아줬다.

“괜찮아, 지수야. 이제 괜찮아. 엄마가 왔잖아.”

지수는 윤주의 말에 정말 안도를 했는지 살짝 울먹이기까지 했다. 윤주는 지수를 살짝 떼어 놓고 아이의 헝클어진 머리를 쓰다듬고 뺨을 감싸 쥐었다.

“많이 놀랐니?”

“……미안해요, 엄마.”

“괜찮아, 넌 아무 걱정 마.”

지수의 작은 사과에 윤주는 괜찮다고 살짝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오랜만이에요, 지수 엄마.

등 뒤에서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에 지수가 다시 긴장하는 게 느껴졌고 아이를 머리를 쓰다듬어 준 윤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 목소리의 주인공과 마주했다.

―안녕하세요. 크리스 엄마. 교장 선생님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주시겠어요?

―지수가 우리 아이를 때렸어요, 그것도 아이들 다 보는 앞에서 욕까지 하면서요.

―지수가요? 그럴 리 없는데요. 교장 선생님.

―유감스럽게도 사실입니다.

―이유가 뭔가요?

―아르노 부인, 저희도 알고 싶은데 지수는 말하지 않고 크리스는 계속 지수가 때렸다는 말만 하는군요.

―이유가 뭐든 이 일에 적당한 처벌을 내려주세요. 이건 분명 폭력이라고요. 그것도 아주 모욕적이고 악랄한 폭력이요. 절대 이대로 넘어갈 수 없어요. 일단 사과부터 하시고…….

―잠깐만요. 제가 저희 아이와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저희 아이는 절대 이유 없이 폭력을 쓸 아이가 아니거든요.

―아이를 제일 모르는 사람들이 부모라더니. 얘기해 봐야 소용없다니까요. 이미 우리가 다 물어봤는데 입을 아주 딱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고요. 무슨 애가 저렇게 고집불통인지, 어른 말도 무시하고, 폭력적이고,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게 키우셨어야죠.

―우리 아이는! 이유 없이 사람을 때리거나 어른을 거스르지 않아요! 기다리세요.

다소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하게 말한 윤주는 다시 지수를 향해 돌아섰고 아이는 잔뜩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윤주는 그런 아이를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하듯 가리고 서서 눈높이를 맞췄다.

“지수야, 엄마는 너 정말 사랑해. 너는 사랑이 많고 합리적인 아이지. 네가 이유 없이 친구를 때릴 아이가 아니라는 거 알아. 크리스를 때린 이유를 엄마한테 말해줄 수 있을까?”

“…….”

“말하기 싫음 안 해도 돼. 괜찮아.”

“진짜?”

“응, 엄마는 너 믿어.”

윤주는 잔뜩 긴장하고 있는 지수를 한 번 안아주고 다시 크리스의 엄마와 마주 섰다. 저 여자는 만날 때마다 윤주를 못마땅해하더니 기회를 잡았다는 듯 아주 거만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 저희 지수가 소란을 일으켰네요. 그 부분에 대해선 죄송합니다. 저희 지수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아이들끼리 싸움이고 처음 있는 일이라…….

―일단 저희 아이에게 사과부터 하시죠. 그게 순서예요. 아이에게 사과하시고 처벌은 아주 확실해야 할 거예요. 솔직히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게 저는 걱정입니다만…….

학교에는 교칙이라는 게 분명 있는데 경솔하게 전학을 말하는 여자를 윤주는 째려봤다. 지수를 생각해서라도 참아야 할 것 같은데 저 여자는 계속 윤주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었다.

―그건 크리스 어머님이 결정하실 일이 아니죠. 학교 교칙대로 교장 선생님께서 알아서 잘 처리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머, 너무 당당하시다. 돈과 명예 믿고 이러신가 봐. 이럴수록 좋은 본보기로 삼으셔야 할 겁니다, 교장 선생님. 일단, 지수 어머님은 우리 아이와 나에게 아주 정중하게 사과해주세요.

협박처럼 들리는 여자의 말에 윤주가 주먹을 틀어쥐었다. 무슨 이유가 됐든 폭력을 쓴 건 잘못한 거니까 아팠을 아이에게 사과하는 건 당연하지만 저 거만한 여자에게 사과해야 하는 건 마음이 좀 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사과해야 한다는 걸 아는 윤주는 크리스를 향해 몸을 숙였다. 그리고 막 사과의 말을 하려고 할 때 지수가 그녀의 셔츠를 잡아당겼다.

“엄마, 하지 마세요.”

“지수야, 분명 이유가 있었겠지만 때린 건 잘못이야. 크리스가 많이 아팠을 거야. 사과해야 해.”

“……크리스가 먼저 잘못했단 말이야.”

“…….”

―크리스가 나보고 찢어진 눈이라고 엄마랑 같이 우리나라로 꺼지라면서 절뚝이 다리병신 안드레아 삼촌도 같이 꺼지라고 했어!

크리스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친 지수는 그대로 울음을 터트렸다. 지수의 말 한마디에 교장실 안 공기는 얼어붙었고 윤주의 차디찬 시선이 크리스의 엄마를 향했다.

―크리스, 지수 말이 사실이니?

―저, 저는…… 우, 우리 엄마가 아줌마는 못생긴 동양인이고, 지수 삼촌은 병신이라고 그래서 결혼도 못 하는 거라고 했단 말이에요!

―내,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

―학교 파티 끝나고 집에 가면서 엄마가 그랬잖아.

사안의 중대성은 아는 여자는 어떻게든 수습해보려고 했지만 쓸어 담을 수 없는 이미 쏟아진 물이었다. 여자는 계속 울고 있는 자신의 아들을 혼냈지만 윤주의 마음은 그 어떤 때보다 분노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 인종차별적 묘사나 언어폭력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겁니까? 그리고 분명, 그것에 대한 처벌도 교칙에 명시되어 있겠죠?

―애, 애들이 말싸움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죠. 마음에 안 드는 말 몇 마디 했다고 폭력을 쓰는 지수가 더 문제가 많은 거라고요.

―교장 선생님! 이번 일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말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리고 또 하나, 인종차별에 대한 특별 교육이나 세미나 같은 것이 열리면 더 좋을 것 같군요. 그런 교육은 어릴 때 확실히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학교 안에서 준비가 어려우시면 저희 그룹 차원에서 기꺼이 도울 겁니다.

윤주의 말 한마디에 교장 선생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윤주의 말은 권유지만 내용은 강요였다.

베르기, 이강과 안드레아까지 다녔던 모교에 아르노그룹이 매년 내는 기부금은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 돈을 빌미로 어떤 특혜도 바라지 않았고 제공한 적 없었지만 이번 건은 사안이 다른 것 같았다.

―어머, 지수 엄마 너무 사건 확대 말아요. 이러다 부자 갑질한다는 소리 들어요.

―그 소리 한 번 듣죠. 제대로 된 갑질이 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윤주는 할 말을 다 마치고 여전히 훌쩍거리고 있는 지수에게로 돌아섰다. 윤주는 지수의 눈물을 꼼꼼히 닦고 눈을 맞추고 웃어줬다.

―지수야, 잘 봐둬. 어른이라고 누구나 다 제대로 인간 노릇을 하며 사는 건 아니란다. 우리 지수가 오늘 당한 모욕은 이 세상 누구도 당하면 안 되는 것들이야. 우리 지수는 저런 어른 되지 말자. 그래도 폭력은 안 돼. 다음엔 더 좋은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 엄마가 도와줄게.

그 말이 끝나는 순간 교장실 문이 열리며 이강이 들어섰다. 그 뒤에는 쟝과 여러 명의 가드들 역시 서 있어서 굉장히 고압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오는 길에 모든 보고를 들은 건지 교장실에 들어온 이강은 성큼 다가가 지수부터 안아 들었다. 이강은 품에 지수를 꼭 안고 아이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

―우리 지수 괜찮아?

―아빠, 내가 잘못했어요.

―여보, 일단 집으로 가요. 여기는 대충 정리됐어요.

―아버지 오시는 중이야. 안드레아도 밖에서 기다리고 있고.

안드레아라는 말에 지수가 움찔했고 그걸 느낀 이강이 눈으로 윤주에게 뭐냐고 물었다. 온 가족 출동에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수습을 해야 할 것 같아 윤주는 마음이 급해서 대충 인사를 하고는 이강의 등을 밀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니까 왜 말을 안 해? 우리 지수가 막 주먹을 쓸 애가 아니잖아.”

“나중에, 나중에 집에서 얘기해. 애가 맞은 것도 아니고 때린 건데 아버지까지 오실 일이냐구, 이게.”

“당신 전화 받는데 아버지가 들어오셨어. 같이 오시겠다는 거 다른 일정 있어서 내가 먼저 온 거야. 지수 일인데 가만히 계실 줄 알았어?”

“아무튼 다들 오버야, 오버. 그리고 지수 담달부터 태권도 가르칠까 봐.”

“싫다고 하더니.”

“차라리 제대로 배우는 게 낫겠어.”

“말 돌리지 말고 제대로 얘기해, 무슨 일이야?”

이강은 자꾸만 말을 돌리는 윤주의 팔을 잡아 세웠고 윤주는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저 여자와 그 아들이 지껄인 말을 들으면 이강과 베르기가 어떻게 행동할지 감히 짐작도 되지 않는다.

“아빠, 그게…….”

“지수야.”

눈치를 보던 지수는 윤주의 말림에도 이강의 귀에 뭐라고 속삭였고 시시각각 표정이 변하던 이강은 방향을 틀어 다시 학교로 향했다. 놀란 윤주가 팔을 벌려 그 앞을 막아섰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안드레아가 차에서 내려섰다.

“안 돼, 여보!”

“가만히 안 둬. 감히 누구한테 그딴 저질의 말을…….”

“여보, 안드레아 온다.”

“아빠, 삼촌이 알면 안 돼. 삼촌 알면 마음 아파. 비밀이야, 비밀.”

이강은 딸아이의 말에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러는 사이 지수는 버둥거리며 아빠에게서 내려섰고 그대로 달려 안드레아에게 가버렸다.

“교장한테 인종차별 교육 제대로 시키라고, 외부 강사 초빙이 필요하면 우리가 다 부담한다고 하고 왔어. 그러니까 여보, 여기서는 좀 참자. 아버지도 오셨잖아. 내가 못 살아, 진짜. 아버지.”

윤주는 재빨리 이강을 다독이고 막 도착한 차에서 내리는 베르기에게 뛰어갔다. 지수 한 명이 사고 쳐서 온 가족 출동이라니, 정말 말도 안 될 만큼 과한 가족애였다.

―아버지,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

―당연히 와야지, 누구 일인데. 이제 말해. 뭐야?

―별거 아니에요. 애들끼리 싸움인데 친구가 좀 심하게 말을 해서 지수가 못 참았나 봐요. 그쪽 엄마랑 잘 얘기해서 마무리했어요.

―그래?

윤주가 얼렁뚱땅 둘러댄 것을 눈치챈 베르기는 그대로 그녀를 지나쳐 학교로 걸어갔고 윤주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 그게 제가 동양인이라고 뭐라고 한 모양이에요.

윤주의 한숨 섞인 말에 베르기가 천천히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 윤주의 입에서 튀어나왔고 천천히 다가온 이강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안드레아는 뒤에 서서 어이없는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들끼리 말다툼하면서 저에 대해 몇 마디 했나 봐요, 지수가 그걸 못 참았구요. 그렇게 된 거예요, 아버지. 제가 교장 선생님께 충분히 어필했어요. 아버지, 집으로 가세요. 제가 맛있는 저녁 해드릴게요. 어머니께도 제가 연락드릴게요.

윤주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베르기는 그대로 돌아서 학교로 가버렸고 윤주가 잡으려 했지만 이강이 말렸다.

“아버지, 아버지!”

“그만해, 지금은 당신이라도 아버지 못 말려. 나머지는 아버지가 알아서 하실 거야. 당신 할 만큼 했어.”

“하아, 우리 아버지는 되게 냉정해 보이시는데 가슴엔 용암을 품고 사시나 봐. 가족 일에는 진짜 물불을 안 가리시네. 어머니께 전화 드려야 할까?”

“이번 일은 어머니가 더 크게 만드실 거 같은데. 어머니는 더 집요하게 파고드실걸? 사건의 시작부터 끝까지 어떻게 된 건지 지수가 어딜 때리고 어딜 맞았는지 꼬치꼬치 캐물으실 거야. 집에 가자, 더 이상 당신이 할 일은 없어.”

이강은 어깨에 머리를 기대오는 윤주의 허리를 단단히 잡고 차로 향했다. 지수는 이미 안드레아와 차에 올랐고 이강은 차의 뒷자리에 윤주와 나란히 앉아 계속 눈을 감고 있는 그녀를 꼭 안고 있었다. 침묵을 지키던 윤주는 눈을 떴지만 생각이 많아 보이는 표정이었다.

“여보, 우리 지수 자라면서 오늘 같은 일이 또 있겠지?”

“불행히도…… 그럴 거야.”

“당신도 이런 일을 겪은 거지? 많이 힘들었어?”

“쉬웠다고는 할 수 없지. 사람들은 참 쉽게 말하고, 그 말들은 무척이나 잔인했고 상처를 남기기 마련이니까.”

“그럴 때마다 어떻게 버텼어? 나 마음이 너무 아프고 우리 지수한테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어. 무조건 참으라고 하기는 너무 억울하고 같이 싸우라고 하기엔 애가 다칠 거 같고, 어떻게 해야 해?”

“지켜봐 주면 돼. 뭘 하지 않아도 날 사랑하고 지지해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생기거든. 마음이 단단해지니까 애들 말쯤은 웃어넘기게 되더라. 그리고 나중에 실력으로 되갚아주는 거지, 다시는 못 덤비게.”

말은 평안히 했지만 그의 표정이나 뿜어내고 있는 기운은 화가 나 있는 게 분명했다. 이강을 물끄러미 보던 윤주가 그의 등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자라면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까, 어른인 자신도 이렇게 힘들고 화나고 억울하고 속상한데 말이다.

“애썼어, 우리 신랑.”

“위로받으니까 좋네.”

“지금이라도 쫓아가서 그 여자 얼굴을 다 쥐어뜯어 놨으면 좋겠어.”

“아마, 아버지가 대신해 주고 계실걸. 지금쯤 그 교장 선생님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을 거야.”

윤주는 결혼하고 7년이 된 지금에야 이 가족의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 됐다. 이 가족은 무서울 정도로 팔이 안으로 굽는 사람들이다. 가족들끼리는 서로 비판하고 싸우기도 하고 욕도 하지만 외부에서 공격이 들어오면 완전히 똘똘 뭉쳐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길 수 없도록 만들어버린다.

어쩌면 그들이 가진 가족의 구성원의 특징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생긴 단결력은 가족들의 끈끈함을 극대화시켰다.

“지수 걱정 너무 하지 마. 그 녀석은 누구보다 야무지게 잘 해낼 거야. 지온이한테 누나 노릇을 하는 거 보면 알잖아.”

“아이 하나 더 낳고 싶었는데.”

“이왕이면 많이 나아서 부대를 만들어 줄까?”

“그럴래? 차라리 그게 나으려나? 몇 명이나 돼야 든든할까? 한 5명이면 아무도 못 건드리려나? 금년부터 연년생으로 낳으면 3, 4년이면 되겠다.”

이강은 눈이 동그래져 진지하게 말을 하는 윤주를 보며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가끔은 정말 감당 안 되게 순진하게 구는 여자가 그는 지금도 사랑스러워 미칠 거 같았다.

“농담 아냐, 웃지 마. 협조 잘해. 내가 앞으로 농구단을 만들어보려니까.”

“얼마든지.”

이강이 윤주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앞으로도 가족으로 살며 이보다 더 한 일들도 겪어내야 할 것이다. 혼혈인 아이들은 어떻게든, 누구를 통해서든 상처를 받을 것이고 어느 시점이 되면 스스로의 존재에 혼란을 느낄 시기도 올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그랬듯 부모님을 의지하고 형제를 의지하고 성장하다 보면 그 모든 게 하찮은 일이 될 때 역시 있다. 그리고 아마도 자신은 사랑하는 윤주가 있어 더 나은 부모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이란 또 이렇게 굴곡진 도로를 굴러가는 자동차처럼 덜컹거리고, 기울고, 위험하고 두렵겠지만 옆에 앉아 같이 버텨줄 동승자가 있으니 그것으로 됐다.

이강은 윤주의 어깨를 꼭 안고 기대앉았다.

“앞으로도 이렇게 나란히 같이 가자.”

“내 옆자리는 평생 당신 거야.”

윤주는 이강의 가슴에 편히 기대며 눈을 감았다. 이강이라면 평생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며 지금처럼 평온하게 잘 지낼 수 있을 거였다. 그가 보여준 모든 행동이 그녀로 하여금 그런 자신감을 가지게 만들어줬다.

사랑하는 동반자가 평생 같이 옆에 있어준다는 건 아주 환상적인 일이다. 그런 상대를 만난 자신은 완전 행운아였다.

<끝>

[공금☞☜]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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