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샤워가운 차림에 젖은 머리를 털며 침실로 들어간 이강은 텅 비어있는 방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귀를 기울였지만 욕실에서 물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침대 위에도 윤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윤주야, 서윤주.”
그의 부름에 윤주가 나타나는 대신 조명이 어두워지며 재즈풍의 탱고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레스 룸에서 황금색의 실크 슬립을 입은 윤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몸이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나는 슬립을 입고 머리를 풀어 내린 그녀는 마치 여신 같았고 이강의 목으로 저절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자는 거 아니었어?”
“이대로 자긴 좀 섭섭해서. 이리 와, 우리 와인 한잔해.”
그러고 보니 테이블 위에 레드 와인 한 병과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치즈와 딸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이강은 천천히 그녀에게 걸어갔고 윤주는 와인을 따라 잔을 내밀었다. 이강이 잔을 받자 윤주가 그의 허리를 안으며 가깝게 다가섰다.
“오랜만에 러브 샷?”
윤주가 그의 목에 팔을 걸었고 그녀의 따뜻한 몸이 밀착되자 이강은 순간적으로 긴장감이 확 높아졌다. 따뜻한 체온, 얇은 옷 사이로 느껴지는 속옷을 입지 않은 말캉한 가슴, 아랫도리까지 쫙 붙어 내려가는 그녀의 몸이 너무 환상적이었다. 와인을 마시고 있는 건지 그녀를 음미하는 건지 이강은 헛갈릴 정도였다.
“맛있다.”
잔을 비운 윤주의 입가에 붉은 자국이 남았고 그걸 닦아주려는 이강의 손가락을 윤주가 입에 넣어 쪽 빨았다.
“어머, 안주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
몸이 잔뜩 달아오른 이강이 다가오려는 순간 윤주가 뒤로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달아오르게만 만들고 약 올리는 듯한 윤주에 이강의 미간에 주름이 살짝 잡혔다.
“그만하고 이리 와.”
“오늘은 좀 즐기고 싶은데?”
음악 볼륨을 높인 윤주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흐느적거리는 수준의 몸동작이었지만 이미 잔뜩 달아오른 이강에겐 그마저도 자극적이었다. 윤주가 턴을 하며 뒤로 돌았고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등 위에 뭔갈 발견한 이강이 한걸음에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길게 드리워진 그녀의 머리를 한쪽으로 넘기자 그녀의 왼쪽 날갯죽지 위에 반달 모양으로 그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마음에 들어?”
“……윤주야.”
“이게 진짜 생일 선물이야.”
“뭐 하러…… 안 아팠어?”
“좋았어. 새기는 내내 행복했는데 당신도 그랬어?”
이강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윤주는 그의 왼손을 들어 손목에 입을 맞췄다. 그녀의 입술 자국 밑에는 그녀의 이름이 고딕체로 선명하게 그의 손목에 새겨져 있었다. 처음에는 무슨 애 같은 짓이냐고 구박도 했는데 맥박이 뛰는 곳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볼 때마다 설레기도 했다.
“싫어했잖아.”
“싫어한 거 아니야, 민망했던 거지. 근데 볼 때마다 설레고 기분 좋았어. 당신도 그런 기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 내가 당신 많이 사랑해.”
윤주와 내내 눈을 맞추고 있던 이강이 그녀를 안았다. 윤주는 이강에 비해 표현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그런 윤주에게 조금은 서운했고 조금은 쓸쓸했고 항상 사랑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그런 이강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사랑해, 사랑해, 정말 사랑해.”
윤주는 끊임없이 그의 귀에 사랑을 속삭여줬다. 말을 하는 목소리, 안아주는 손길, 자신을 봐주는 눈길 그 모든 것에서 그녀의 충만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그제야 이강은 마음속 갈증이 좀 풀어지는 것만 같았다.
윤주는 곧 울 거 같은 얼굴로 자신을 보는 이강에게 입을 맞췄다.
“이대로 밤을 보내기엔 너무 아깝지 않아?”
“당신과 있을 때는 더더욱.”
짓궂게 웃은 이강이 힘을 줘 윤주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얼굴을 내렸다. 키스할 듯 가깝게 다가갔던 이강은 윤주를 돌려세웠고 테이블 위에 엎드리게 만들었다.
“내 생일선물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되지?”
조금 서늘해 보이는 이강의 표정과 말투에 윤주의 피부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고 이강은 손가락으로 닿을 듯 말 듯 그녀의 등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선 하나, 하나 만지작거렸다. 닿을 듯 말 듯 감질나게 지나가는 손길에 윤주의 입에서 나른한 한숨이 새어 나왔고 그 순간 이강은 그녀를 덮치며 문신을 길게 핥았다.
그의 혀가 지나간 자리에 그의 이빨 자국이 남기 시작했고 그녀의 두 가슴은 그의 손에 가차 없이 농락당했다.
“흐으음…….”
“좋아?”
“흐으, 너무 좋아.”
이미 부풀어 오른 그녀의 가슴 끝을 손가락으로 비비며 나머지 한 손은 그녀의 슬립 자락 안으로 사라졌다. 아무래도 그녀는 오늘 이강을 꼬시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중요한 부위만 아찔하게 가리고 있는 티팬티 덕분에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를 별 방해 없이 차지할 수 있었다.
“야해.”
“내 남편에게만 하는 서비스야.”
이강은 윤주의 말에 한층 더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그녀의 질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벌써 도톰하게 부푼 그녀의 여자는 그의 손가락이 들어가자마자 예민하게도 반응하며 물고 늘어졌고 그를 담아도 충분할 만큼 젖어 있었다.
“빠른데.”
“안고 싶어.”
타이트한 그녀의 속살과 부풀 만큼 부풀어 예민하게 반응하는 붉은색 진주알을 농락하던 이강이 급하게 콘돔을 찾았지만 윤주가 그 손목을 잡았다.
“아이, 가지고 싶어.”
“진심이야?”
“응, 당신 닮은 아들.”
“당신 닮은 딸로 노력해보지.”
이강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의 상체를 테이블에 찍어 누르며 이미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그녀 안으로 아플 정도로 부푼 자신의 분신을 밀어넣었다. 그가 들어가자마자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그녀의 속살에 이강의 목 깊은 곳에서부터 탄성이 터졌다.
“끄으음.”
잠시 머물며 그녀의 은밀한 곳을 음미하던 이강이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끝까지 빠져나갔다가 치고 들어가고, 또다시 빠져나갔다가 치고 들어갈 때마다 그녀의 속살은 무자비하게 그를 물고 늘어졌고 그럴 때마다 이강은 사정감을 느꼈다.
자신에게 완전히 지배당하고 있는 것 같은 그녀의 자세, 눈앞에 어른거리는 자신의 이름을 입은 그녀의 하얀 육체, 이강은 두 사람의 결합 부분을 덮고 있는 그녀의 슬립 자락을 치워버렸다.
그러자 검은색 티팬티에서 빠져나온 달덩이처럼 하얀 엉덩이가 눈앞을 어지럽혔고 이강이 욕심껏 그 엉덩이를 그러쥐었다.
“너는 내 거야.”
윤주의 하얀 손가락이 그의 손목에 감겼다. 이강은 가끔 이성을 잃고 거칠게 나올 때가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그녀에 대한 소유욕을 주체하지 못해 지금처럼 온몸으로 표현할 땐 윤주 역시 기꺼운 마음으로 그를 받아들였다.
찍어 누르듯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던 이강이 그녀의 상체를 들어 올렸다. 덕분에 자극받는 부위가 달라졌고 이강이 거칠게 슬립을 찢어 그녀의 가슴을 쥐고 배를 꾹 눌러 그녀의 몸을 자신에게 더 밀착시켰다.
“흐앗. 이, 이강 씨.”
윤주의 버거운 부름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이강은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며 거칠게 허리를 쳐올렸다. 그럴수록 그녀의 속살은 점점 더 강하게 조여 왔고 자극은 더 심해졌다.
윤주는 자꾸만 다리에서 힘이 풀렸다. 주변의 모든 건 다 사라지고 오직 자신의 비궁 안을 드나드는 불방망이같이 뜨거운 그의 분신만 남았다. 그의 침입 속도에 따라 신경이 풀렸다 조였다 하며 제멋대로 몸이 반응했다.
이강이 그녀의 가슴을 틀어쥐며 어깨에 이를 받았을 때 윤주의 눈앞이 점멸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전기가 오르며 그녀의 질은 사정없이 조여들며 그의 분신을 물고 늘어졌고 이강 역시 마지막을 느낀 듯 움직이고 있는 허리에 힘이 더해졌다.
돌고래처럼 튀어 오르는 그의 허리에 빳빳하게 힘이 들어가고 사정을 하는 동시에 두 사람 모두 환락의 정점에 올랐다.
“하핫… 크읏!”
“흐으응, 아앗!”
윤주의 팔이 이강의 목에 감겼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아찔한 느낌에 윤주가 있는 힘껏 그에게 매달렸고 이강 역시 그녀의 허리를 꼭 잡으면서도 계속 움직였다.
뜨거운 열덩이가 계속 윤주의 아랫배에 머물렀고 그녀의 긴 오르가즘을 위해 이강은 사정 후에도 계속 움직였다.
그녀의 몸이 축 늘어지고 나서야 이강도 큰숨을 내쉬며 움직임을 멈췄다. 이강은 여전히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윤주를 꼭 안고 땀이 촉촉하게 배어난 그녀의 맨살 여기저기에 입을 맞췄다.
“사랑해.”
“나도. 근데 자기야, 나 힘들어.”
그녀의 칭얼거림 섞인 말에 이강이 단번에 그녀를 안아 들었다. 그녀 안에서 나오긴 싫었지만 아직 밤은 길기에 침대로 옮겨갔다. 사정한 후에도 줄지 않은 그의 분신을 보며 윤주가 침을 삼켰다.
아무래도 무척이나 긴 밤이 될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