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칼코마니-42화 (42/44)

42.

부모님과 춤이 끝난 후 윤주는 도망가려는 안드레아의 손을 잡았다. 안드레아는 무척이나 난감한 표정을 보였지만 윤주는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허리에 올리고 그와 파트너로 마주 섰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어요?

―당연히 해야죠. 우리 가족이잖아요.

―촌스러, 가족이 뭐라고.

―안드레아가 할 말은 아닌데.

―내가 뭘요?

―신동혁, 중앙 E&M, 완전히 팽 시킨 거 안드레아라던데.

―형이 정말 별말을 다 하는군요.

―당연하죠, 우리 부부예요.

안드레아는 내내 투덜거리면서도 윤주가 거의 스텝을 밟고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항상 굉장히 세심하게 그를 배려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 같았다면 그 배려마저 거슬렸을 텐데 그녀만은 예외였다.

―고마워요.

―뭐가요?

―처음부터 나 배려해준 거 알아요. 덕분에 정신 차렸고 형한테 많이 미안해요.

―안드레아가 미안해하면 형은 더 힘들어요. 그냥 현실 형제처럼 지내요. 그리고 우리 아이 태어나면 안드레아가 꼭 안아줘야 해요.

―재활 얘기도 들었군요?

―완전할 순 없어도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면서요. 다른 건 안 바래, 지팡이 필요 없이 걸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형수는 사람을 참 피곤하게 만들어요.

―장기이자, 특기에요.

윤주가 안드레아와 춤을 추는 사이 이강은 나정과 파트너가 됐다. 두 사람은 얼굴을 보자마자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결국 이렇게 됐네요. 그땐 내가 실례했어요.”

“윤주를 위해서 하신 거잖아요. 감사했어요.”

“결혼은 끝이 아니고 시작인 거 알죠? 첫 1년은 징글징글하게 싸울 거예요. 그래도 서로 위하는 마음만 변하지 않으면 버틸만해요.”

“경험담입니까?”

“맞아요, 난 실패했지만 이강 씨는 꼭 성공해요.”

“앞으로도 계속 윤주 가족으로 남아주세요. 부탁드려요.”

“우리 제부는 걱정도 많지. 걱정 말아요. 윤주랑은 아주 각별히 지내면서 부부싸움 할 때마다 아작아작 씹어줄 테니까. 나랑도 친하게 지내자고요.”

나정의 자본주의적 미소에 이강은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단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나정은 그의 손을 놓고 쟝에게로 가버렸고 그 뒷모습은 더 쎄했다.

“뭘 그렇게 봐?”

“편집장님 말이야, 성격 어때?”

“한마디로 정의 불가. 팔색조? 업계에서 부르는 별명. 근데 그건 왜 물어?”

“좀 무서운 분인 거 같아서.”

“음, 강강약약. 강한 사람한텐 강하고 약한 사람한텐 약하고.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절대 화 안 내고. 저 언니도 좀 특이해.”

“좋은 사람이란 얘기네.”

“근데 당신, 결혼 첫날부터 다른 여자 얘기하는 거야?”

“내 신부 좀 안아보자.”

이강은 윤주의 허리에 팔을 감고 품에 안았다. 나오는 음악에 천천히 발을 맞춰 움직이며 사랑을 듬뿍 담은 눈으로 제 품의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행복하다.”

“나도.”

그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그저 서로를 보는 눈빛, 표정, 행동만으로도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전부 느낄 수 있었다.

파랗고 높은 하늘, 사람을 나른하게 만드는 기분 좋은 바람과 파랗게 피어난 나무와 꽃들까지 마치 하늘의 축복처럼 완벽한 날씨였다. 이강과 윤주가 함께할 미래만큼이나 말이다.

―에필로그―

<약, 1년 후.>

시끄러운 이강의 생일파티가 끝나고 모였던 가족들 모두 돌아갔다. 갑자기 찾아 든 고요에 집은 텅 빈 것 같았고 약간 지쳐 보이는 윤주를 이강이 뒤에서 안았다.

“오늘 고마웠어. 많이 힘들지?”

“조금. 나 먼저 올라가서 샤워할게.”

“목욕물 받아줄까?”

“아냐, 간단하게 샤워만 할래. 자기는 밑에서 하고 와.”

윤주는 이강의 팔을 쓰다듬어 주고 2층 침실로 올라갔고 그는 좀 서운한 눈빛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결혼하고 처음 맞는 그의 생일이라고 윤주가 특별히 신경 쓴 파티였다.

멀리 있는 가족들을 초대하고 요리 학원까지 다니며 음식을 배워서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들어 대접했다. 오랜만에 보는 가족들을 반가웠고 아주 훌륭하고 좋은 시간이었지만 둘만 남았을 때의 시간을 기대한 이강은 그녀가 피곤할 거란 걸 알면서도 조금은 서운했다.

“같이 와인이라도 한잔하지.”

많은 걸 기대한 건 아니었다. 사람들이 다 떠나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소소한 대화를 하며 와인 한잔하는 정도면 충분했는데, 이강은 서운한 마음을 안고 1층 욕실로 들어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얼른 샤워하고 윤주의 말랑한 몸이라도 안고 잠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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