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칼코마니-39화 (39/44)
  • 39.

    흐르는 물 안에서 두 개의 얼굴이 맞닿을 듯 가깝게 다가갔다. 윤주가 한 손으로 그의 얼굴에 묻은 비누를 살살 닦아내며 열기가 높아져가는 두 사람의 시선이 뜨겁게 마주했다. 두 사람을 감싼 온도가 갑자기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강은 느슨하게 흘러내린 윤주의 허리를 더 가까이 잡아당겨 자신의 허리에 단단하게 다리를 감게 만들고 늘씬한 척추를 하나하나 짚어 내려왔다. 매끈한 물줄기 아래서 아련하게 느껴지는 그 손길에 윤주의 호흡이 거칠어지며 말랑했던 유두가 딱딱하게 일어섰다.

    윤주는 손가락 하나로 자극해오는 이강의 손길 아래서 힘없이 무너졌다. 아주 강한 자극과는 달리 손가락 끝을 세워 닿을 듯 말 듯 스치는 애무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윤주의 다리에 더 강한 힘이 들어가고 그녀의 여자는 풍덩 젖어 자신의 엉덩이 아래서 춤추고 있는 그의 발기한 남근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그만 와주었으면 하는 바람과는 상관없이 이강은 계속해서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이강은 자신의 손가락 하나에 거친 숨을 뿜어내는 윤주를 만족스럽고 오만한 시선으로 내려다봤다. 자신 때문에 허물어지는 여자가, 철저히 자신에게 맞춰진 여자가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강의 입술이 그녀의 목을 따라서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갔다.

    귀와 목덜미 사이에 이강이 커다란 장미 하나를 만들고 그렇게 이강이 지나가는 곳마다 붉은 꽃잎들이 길을 만들어졌다.

    눈을 감고 그의 손길을 느끼고 있던 윤주가 가슴에 차갑게 닿는 타일 벽에 눈을 번쩍 떴다.

    “이강 씨.”

    윤주의 부름에도 그는 대답이 없었다. 이강은 자신에게 매달렸던 윤주를 바닥에 내려놓고 뒤로 돌려세웠다. 벽과 그녀의 몸 사이로 손을 밀어넣어 가슴을 주물거리며 입술은 여전히 윤주의 등을 애무하고 있었다. 하얀 도화지 같은 윤주의 등에 알록달록한 무늬들이 생겨났다.

    이강은 이를 세워 마른 등부터 통통한 엉덩이까지 빼곡하게 자국을 남겼다. 그 사이에도 그녀의 가슴과 유두는 그의 손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빳빳하게 고개를 들어 발기한 그녀의 유두를 이강이 타일 벽에 대고 살살 문질렀다.

    “아앙, 이강 씨.”

    “느껴 봐. 굉장하잖아.”

    윤주는 불같이 뜨겁게 달궈진 유두가 차가운 타일 벽에 쓸리는 느낌에 화들짝 놀랐다. 거기다 이강의 입술이 계속 지분거리고 있는 둔부 역시 윤주의 감각을 최고조로 올리는데 단단히 한몫하고 있었다.

    윤주는 잡을 것도 없는 타일 벽을 손으로 짚어 의지하며 무너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었다.

    윤주의 가슴을 떠난 이강의 손이 그녀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정신이 없는 윤주의 한쪽 다리를 반쯤 굽힌 자신의 무릎 위로 올리고 다리 사이를 벌려 놓았다.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보이는 윤주의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하고 그녀의 숨겨진 비경 쪽으로 얼굴을 가깝게 가져갔다.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입김이 그녀의 여자에 느껴졌다.

    윤주가 막 무너지려고 할 때 이강의 입술이 그녀의 꽃잎을 입속으로 빨아들였다. 뭉텅뭉텅 쏟아지던 그녀의 애액이 그의 입술을 적시며 타액과 하나로 섞였다. 길게 혀를 내밀어 발딱 일어선 클리토리스부터 회음부까지 길게 핥았다. 윤주의 입에서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신음이 튀어나왔다.

    이강은 몸을 튕겨대는 윤주의 등을 지그시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그녀의 질 속으로 뾰족하게 선 혀를 집어넣었다. 입구의 자잘한 주름이 느껴질 정도로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몸속이 이강에게도 그대로 느껴졌다.

    윤주의 종아리를 잡고 있던 이강의 손이 점점 위로 기어올라 연약한 허벅지를 몇 번의 원을 그리며 애무하더니 그녀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곳을 건드렸다.

    “우으읏 하읏, 그, 그만. 이강 씨, 그, 그만.”

    윤주는 미칠 것만 같았다. 노골적인 자세로 자신의 여자를 그 앞에 드러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민망하고 열망으로 헐떡이기 충분한데 뱀같이 감겨들어 자극하는 혀와 붉게 충혈된 클리토리스를 만지작거리는 손길은 그녀를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윤주의 아랫배와 함께 그녀의 뜨겁게 부푼 질이 조여들고 있었다. 이강은 혀 대신 두 개의 손가락을 넣으며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한 손으로 그녀의 비궁을 자극하며 다른 손으론 그녀의 가슴을 감싸 안았다. 윤주의 고개를 돌려 깊게 키스하며 혀와 박자를 맞춰 손가락을 움직거렸다.

    윤주의 허벅지를 자신의 허벅지로 누르고 그녀의 연약한 등은 그의 단단한 가슴에 눌려 벽과 그사이에 끼어 도망갈 곳이 없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뜨거운 입김이 샤워부스의 유리를 뿌옇게 흐려놓고 있었다.

    윤주는 이강으로부터 받은 자극만큼 제 입안을 점령한 그의 혀를 강하게 빨아들이고 벽을 집고 있던 팔을 돌려 장대하게 부푼 그의 남성을 잡았다.

    이강이 움찔하는 게 맞닿은 그의 가슴을 통해 느껴졌다. 윤주는 그의 페니스를 잡은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천천히 애무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당한 것에 대한, 소심한 그녀 나름의 복수였다. 겨우 160센티 정도 되는 윤주에 비해 190센티 정도인 이강이 워낙 장신이고 뒤에서 안겨있는 자세라 그를 애무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윤주는 그 작은 손을 이용해 그를 할 수 있는 만큼 괴롭히기 시작했다.

    충분히 발기한 귀두의 작은 틈새를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르자 몇 방울의 맑은 물이 흘러나와 그녀의 손가락을 끝을 적셨다. 그 액을 그의 남성에 바르며 손의 움직임을 조금 빠르게 했다. 윤주는 툭 불거진 그의 핏줄까지 하나하나 애무하며 가끔은 손톱을 세워 아프게 자극을 하기도 했다.

    ‘끙’ 소리를 내뱉은 이강이 윤주의 몸 안에 들어있는 손가락을 빠르게 추삽질을 하다가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듯 또 하나의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아, 파요. 그건 너무…….”

    그의 남성만큼이나 강한 손가락에 윤주의 허리가 또 물렁하게 주저앉으려 했다. 이강은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며 그녀의 G―스폿을 꾹 눌렀다. 윤주의 몸이 자동적으로 튀어 올라 그의 팔에 매달렸다. 이강은 자신만 아는 그녀의 몸속 비밀에 만족하며 조금 더 개구지게 손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

    발작적으로 몸을 뒤척이는 윤주를 무시하고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충분히 자극한 이강이 다시 빨리 움직여 그녀를 오르가즘의 최상으로 몰아갔다. 윤주의 전신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질이 무섭게 수축하며 그의 손가락을 조이고 고개를 뒤로 젖혀 자신이 느끼고 있는 관능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강에게 전달했다.

    “으아핫, 아앙.”

    오르가즘의 천국을 맛본 윤주의 입에서 커다란 교성이 튀어나왔다. 모든 부끄러움을 벗어던지고 솔직하게 반응하는 윤주를 느끼며 이강도 뿌듯함을 느낄 정도였다. 계속해서 잔물결을 일으키며 그녀의 질이 움직이고 있었고 혼자만의 절정에 의해 쏟아진 사정액이 이강의 손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이강은 축 늘어진 윤주의 몸을 가슴에 기대게 하며 그녀의 사정액으로 흠뻑 젖은 손을 눈앞에 들어 보여주었다.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한 열기에 몽롱했던 윤주의 시선이 눈앞에 있는 그의 손으로 향했다. 끈적끈적한 자신의 것으로 젖어 있는 그의 손에 또 한 번 전율하며 붉은 얼굴이 더 붉어졌다.

    “네가 쏟아낸 것들이야.”

    “그런 말 하지 마.”

    “솔직한 걸 좋아하잖아, 너는. 아닌가?”

    “아하하, 이강 씨…….”

    민망하다는 윤주의 말에 이강은 그 손가락들을 자신의 입에 물었다. 윤주가 경악에 입을 쩍 벌리자 손가락을 빼내고 그녀의 입안으로 그대로 돌진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힘이 쭉 빠진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아직 촉촉한 그녀의 안으로 들어갔다.

    윤주는 뒤에서 단번에 뿌리까지 밀치고 들어오는 이강 때문에 머리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그의 남성에 찔려 푸들푸들 떨고만 있었다. 이강이 끝까지 빠져나갔다 다시 깊게 찌르고 들어왔다. 윤주가 반사적으로 허리를 뒤로 젖히며 그의 어깨에 팔을 둘러 매달렸다.

    이강은 따뜻하고 촉촉한 그녀 안에서 그대로 폭발해버리려는 자신을 참아냈다. 깊게, 아주 깊게 뿌리까지 넣고 천천히 허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앞뒤로 움직이고 빙글빙글 돌리기도 했다. 헉헉거리는 윤주의 입안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밀어넣기도 하고,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을 마음껏 희롱했다.

    윤주는 몸 안에서 빙글빙글 돌며 사방을 쿡쿡 찔러대는 이강 때문에 죽을 것만 같았다. 가슴 끝에서부터 전달된 전율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달리기 시작했다. 핏줄을 따라 심장을 두드리고 아랫배에 뭉쳐 열기를 더하다 머리로 몰려들어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윤주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에게 매달려 이강이 주는 감각을 몸을 열어 받아들이고 느끼는 것밖에는 없었다.

    이강은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었다. 쉽게 끝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사정할 듯 부풀어 오르면 천천히 그녀의 다른 부분을 애무하며 속도를 늦췄다. 그럴 때마다 천국의 문 앞에서 무너지는 느낌에 윤주는 반항 아닌 반항을 했지만 이강은 결코 빨리 달리지 않았다.

    이강은 지금도 그녀의 어깨와 뒷목에 키스를 하며 가슴을 지분거리고 있었다.

    “아앙, 이강 씨. 빨리.”

    “빨리 뭐?”

    “빨리, 빨리 나 더 이상 못 참겠어.”

    “뭘 못 참겠는데?”

    “흣, 나빴어.”

    윤주는 이강을 슬쩍 째려보며 그의 엉덩이를 꼭 잡고 자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벽 사이에 끼어서 공간도 충분치 않았고, 그의 다리 위로 올린 허벅지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았지만 번번이 오르가즘 앞에서 무너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강은 자신의 남자를 꼭 조이며 허리를 흔드는 윤주를 기쁜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젠 자신도 그녀와 함께 이 열락의 끝을 맛보고 싶었다. 이강의 윤주의 허리를 꽉 잡고 마구 파고들기 시작했다. 크게 허리를 흔들어대며 가지고 있는 걸 전부 내놓으라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윤주는 팔을 뒤로 돌려 이강의 목에 매달렸다. 그러면서 그의 박자에 맞춰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들어오면 꽉 조이고 그가 뒤로 물러나면 아쉽게 놓아주었다.

    두 사람 사이에 감각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또 한 번, 열락의 문을 열기 위해 두 사람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흐아앙, 앗! 이, 강…씨…!”

    “허헉, 훗.”

    두 사람의 입에서 교성이 터져 나왔다. 이강은 경련하듯 파들거리고 있는 윤주를 꼭 안고 마지막을 토해낸 몸을 쉬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올랐던 감정이 터져버리고 나서도 두 사람은 한동안 움직일 줄 몰랐다.

    정신을 먼저 차린 이강이 벽을 집고 몸을 일으켜 윤주를 돌려세워 꼭 끌어안았다. 윤주는 팔을 들어 그의 가슴에 둘렀다.

    이강은 어느새 멈춰버린 물을 틀어 그녀의 몸을 적셨다. 조금 섬뜩하게 느껴지는 물이 몸에 닿았지만 윤주는 반응이 없었다. 이강의 그녀의 턱을 잡고 얼굴을 들어 올렸다.

    “눈 떠봐.”

    이강의 명령대로 윤주가 파들거리는 눈꺼풀을 어렵게 밀어 올렸다. 윤주가 너무 정신을 못 차려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이강이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혹시 그녀가 다쳤을까 자신이 너무 몰아붙였나 생각했는데 그녀가 정신을 못 차리는 이유는 아직도 꺼지지 않는 정염의 불꽃 때문이었다.

    이강은 정성스럽게 그녀의 몸을 씻겼다. 풍성한 거품을 만들었던 샤워볼을 버리고 맨손으로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문질렀다. 덤덤한 듯 아무 느낌 없이 미끄러지는 손길이었지만 일부러 한 번씩 그녀의 가장 약한 성감대를 스치듯 지나갔다.

    귀와 연결된 목선, 매끈한 겨드랑이, 도발적인 가슴, 날씬한 옆구리, 수줍은 음부, 동그란 무릎, 귀여운 발가락까지 매만지는 이강 때문에 윤주는 진저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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