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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3화 (3/44)
  • 3.

    윤주의 몸이 축 늘어지는 걸 느낀 이강이 덮치듯 그녀의 위로 누웠다. 땀이 촉촉하게 배어난 뜨거운 두 몸이 하나처럼 엮어 누웠고 이강은 아주 소중하게 윤주의 얼굴에서 땀을 닦아줬다.

    “괜, 찮아요?”

    “……네.”

    “그럼, 한 번 더?”

    “좋아.”

    씩하고 웃는 윤주의 이마에 이강이 입을 맞췄다. 자신에게 딱 맞게 재단된 옷처럼 윤주의 몸에 마치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녀를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강은 금세 흥분됐다.

    이강은 눈을 맞추고 그녀의 손을 깍지 껴 잡았다. 자신을 보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잡은 손등에 입을 맞췄고 그 간단한 동작에도 윤주는 마치 진한 애무를 받은 것처럼 나른한 숨을 내쉬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야.”

    두 사람의 사랑은 다시 시작됐다. 이강은 아주 천천히 공을 들여 젖꼭지를 물고 빨고 음미했다. 한참을 음미하던 이강은 아래로 내려갔다.

    이강이 윤주의 배꼽을 핥으며 아래로 내려와 수풀을 입술로 쓸었다. 붉은 속살을 입으로 핥으며 윤주의 애액을 삼켰다.

    윤주의 허벅지가 떨리며 애액이 쏟아져 나왔다.

    “하아, 그, 그만…….”

    온몸을 태워버리는 것 같은 쾌락에 윤주는 몇 번이나 까무러질 듯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럴 때마다 이강은 속도를 조절하며 그녀를 애타게 만들었다.

    흥분으로 벌어진 윤주의 속살 안으로 페니스를 문질렀다.

    “이제, 들어와.”

    윤주는 자신의 청에도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이강의 페니스 잡아 자신의 중심부로 가져갔다. 부풀대로 부푼 그의 양물을 몇 번이나 자신의 비궁에 문지른 후 천천히 질 입구로 밀어넣었다.

    “흐으음.”

    그녀의 생각지도 못한 도발에 이강의 목 깊은 곳에서 은밀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윤주는 그 소리에 만족하며 허리를 움직여 그를 아주 깊게 받아들였다.

    깊게 결합한 두 사람은 잠시 그 순간을 음미하듯 동작을 멈췄고 자신을 담고 있는 아랫배를 누른 채 이강은 아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강은 윤주의 움직임과 변화를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녀에게 시선을 붙박인 채 그의 페니스가 질 내벽을 더욱 강하게 치댔다.

    “여기군.”

    윤주의 허리가 물고기처럼 튀어 오르고 발끝까지 힘이 들어가며 주름이 느껴질 정도로 질이 조여드는 걸 느낀 이강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튕겼다.

    그녀의 가장 예민한 애무 스팟을 찾은 이강은 그곳을 집중 공략하며 윤주를 밀어붙였다.

    엄청난 조임으로 그를 압박해대는 그녀의 질 속에서 그 역시 절정을 맛봤다. 사정을 한 이강은 그녀 위로 힘없이 무너지며 뜨거운 그녀의 몸을 안고 누웠다.

    “좀 쉬어.”

    “자면, 안 되는데…….”

    그 말을 끝으로 윤주는 잠이 들었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던 이강도 이내 깊게 잠이 들었다.

    * * *

    깊게 잠들었던 윤주가 천천히 눈을 떴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잠시 생각하던 윤주가 허리에 둘러진 팔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깊게 잠든 이강의 얼굴이 바로 옆에 있었고 그의 얼굴을 잠시 보던 윤주가 그를 향해 돌아누웠다.

    이름도 모르는 남자, 감긴 눈꺼풀 안에 숨겨진 밝은 갈색 눈동자가 이국적인 매력을 풍기고 붉은 입술은 무척이나 색스러웠다.

    하지만 머리가 잔뜩 헝클어진 채 살짝 입을 벌리고 잠든 남자는 무척이나 순진해 보였다.

    “예쁘네.”

    멋진 남자였다. 남자치고는 부드러운 머리카락도, 살짝 마른 듯한 체형도. 살짝 굳은살이 박혀있는 손은 투박했지만 손가락은 길고 섬세했다.

    그 손으로 제 등을 쓸어내릴 때의 느낌이 떠오른 윤주가 잘게 몸을 떨었다. 손바닥의 굳은살이 주던 까끌까끌한 느낌과 손가락의 부드러운 터치가 전율하게 했었다.

    혼자 부끄러워하던 윤주가 그의 머리로 향하던 손을 거둬들이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아직 깊게 잠들어 있었고 가방 속의 핸드폰은 아까부터 시끄럽게 진동하고 있었다.

    이젠 잠시의 달콤한 꿈에서 깰 시간이었다. 침대를 벗어나기 전, 잠시 더 이강의 얼굴을 보던 윤주가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마친 후 대충 마른 옷을 입고 머리를 질끈 묶고 나온 윤주는 방금 전과 완전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감정을 거둬낸 무뚝뚝한 얼굴의 그녀는 핸드폰을 먼저 확인했다. 혹시라도 뭔가 남겨둔 것이 없나 살피던 윤주의 시선이 잠시 이강의 얼굴에 머물렀다.

    “……안녕.”

    그에게 들리지도 않은 인사를 한 윤주가 미련을 버리고 방을 나왔다.

    언제 그랬냐는 듯 비는 멈춰 있었고 쌀쌀한 공기가 한껏 달아오른 그녀의 몸에 차갑게 달라붙었다.

    잠시 후 요란한 소리를 내며 택시 한 대가 숙소 앞에 도착했고 윤주는 많은 미련을 그곳에 남기고 택시에 몸을 실었다. 일탈은 잠시여서 멋진 거였다.

    * * *

    잠에서 깬 이강은 가만히 누워 방 안의 공기를 느끼고 있었다. 옆에 있던 여자는 언제 떠났는지 침대는 차갑게 식어있었고 욕실에서도 그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갔네.”

    씁쓸한 그의 목소리가 방 안을 떠다녔다. 머릿속으로는 어젯밤 그녀와 뜨거웠던 정사가 생생하게 떠다니는데 옆에 없다는 게 그를 허무하고 짜증 나게 만들었다.

    “이름이라도 묻는 건데.”

    이름 하나 묻지 않고 보낸 여자, 하룻밤 정사의 여운이 지독히도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짜증스럽게 머리를 넘기며 자리에서 일어난 이강은 어떻게 하면 그녀를 찾아낼 수 있을까에 골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찾는다라.”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못할 건 없다. 그 과정에서 오는 귀찮음을 감수할 만큼 그녀에게 절실한 건가? 잠시의 의문은 금세 사라졌다. 지금 그를 지배하고 있는 건 온통 그녀뿐이었으니까.

    “해보지, 뭐.”

    마음은 정했다. 그럼 알아볼 방법만 찾아내면 된다. 행동을 위해 몸을 일으키는 이강은 나른한 휴식을 끝내고 사냥을 위해 몸을 일으키는 야생동물 같았다.

    행동은 민첩하고 눈빛은 날카롭고,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기세가 사나워진 이강. 욕실로 향하는 그의 발에 뭔가 밟혔고 그걸 주워들며 이강의 얼굴에 야비한 웃음이 드리웠다.

    “서윤주.”

    그녀의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진 낡은 명함 한 장, 명함에 입맞춤을 남긴 이강은 그걸 책상 위에 던지고 욕실로 들어갔다. 이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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