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하늘을 한 번 본 이강이 여전히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 윤주에게 갔다.
윤주는 자신의 머리 위를 덮은 우산 안에 이강을 발견했다.
“그만합시다.”
“지금 한참 재미있는데, 조금 더 놀고 싶어요.”
“입술, 파래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의 윤주는 어쩔 수 없이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는 이강을 따라 방으로 돌아왔다.
방 안의 온기가 훅 끼치고 그제야 윤주는 자신이 추워한다는 걸 알았다.
이강은 오들오들 떨고 있는 윤주의 어깨 위에 커다란 수건을 둘러주고 욕실 문을 열어줬다.
“뜨거운 물로 샤워부터 하는 게 좋겠어요.”
이젠 이까지 딱딱 부딪칠 정도로 몸이 떨리는 윤주는 고개만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낯선 남자가 밖에 있는데 샤워를 한다는 게 편하진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잠시 로비에 다녀올 겁니다. 갈아입을 옷은 문 앞에 뒀어요.”
막 웃옷을 벗고 바지에 손을 올리던 윤주는 이강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대답도 못 하고 있는 사이 방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조심스럽게 문을 연 윤주는 가지런히 개켜진 옷을 들고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
샤워를 다 끝낸 윤주가 자신의 몸보다 한 뼘씩은 길고 커다란 이강의 옷을 입고 나왔다. 이강이 방에 있는 걸 몰랐던 윤주가 잠시 주춤했고 웃통을 벗고 젖은 머리를 말리고 있던 그와 딱 눈이 맞았다.
“저, 저기…….”
“쉬고 있어요.”
욕실로 들어가는 이강의 어깨가 살짝 윤주와 부딪치고 그녀는 그대로 숨을 멈췄다.
압도적 존재감, 방 안의 공기가 다 없어진 것 같은 압박감이 윤주를 내리눌렀다.
그가 욕실로 완전히 들어간 후에야 윤주는 멈췄던 숨을 내쉬었다. 존재감이 대단하다. 그는 순간, 사람을 무척이나 긴장시키는 사람이었다.
“드라이기는 사이드 테이블 위에 있어요.”
“고, 고마워요.”
욕실 안에선 이내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윤주는 눈으로 침대 협탁 위에서 드라이를 발견했다. 젖은 셔츠가 의자 위에 걸려있는 걸 제외하고는 방은 무척이나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였다.
더블침대와 책상, 작은 테이블과 안락의자가 전부인 방은 심플했지만 깔끔했다. 특징이라면 나무로 만들어진 구조라는 건데 그래서인지 시원한 나무 향이 나는 것도 같았다.
바닥에 질질 끌리는 바지를 대충 접어 올린 윤주는 창가로 다가갔다. 비는 여전히 세차게 내리고 있었고 방 안에는 빗소리만 가득했다.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걸까? 전화도 해야 하는데.”
일행들이 자신을 걱정할 걸 알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침묵에 백색소음으로 들리는 빗소리, 약간의 나른함과 공기 중에 떠도는 향기까지 모든 게 너무 완벽하게 평화로웠다.
“좋다.”
창 앞 의자에 앉아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 윤주가 눈을 감았다. 이런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이 얼마 만인지, 이대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딸깍.’
그녀의 평화로움을 방해하는 소리가 들렸다. 윤주가 고개를 돌렸을 때 샤워를 마친 이강이 욕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근육이 잘 잡힌, 살짝 마른 듯한 상체에 골반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바지, 무심하게 쓸어 넘긴 갈색의 고수머리와 자신을 보고 있는 깊은 눈빛. 그와 눈이 마주친 윤주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남자의 독특한 분위기에 홀려 정신을 놔버렸다.
“커피 한잔하겠습니까?”
“아, 아뇨, 괜찮아요.”
“이러면…… 반칙인데.”
이강의 뜻 모를 소리에 윤주가 다시 그쪽을 바라봤다. 심상했던 목소리와 달리 그녀를 보고 있던 그의 눈빛은 무척이나 뜨거웠고 윤주는 그 눈빛을 피할 수 없었다.
욕실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아니 샤워하는 내내 이강은 긴장해있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윤주는 묘하게 그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자신을 자극하는 여자가 방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강은 흥분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젖은 머리 사이로 욕심을 가득 담은 시선으로 자신을 보는 여자가 저렇게 천진난만하게 구는 건 반칙이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은데, 이강은 아주 천천히 윤주에게 다가갔고 두 사람의 사이는 한 걸음 거리로 가까워졌다.
서로의 호흡이 느껴지는 거리, 가까워진 거리만큼 긴장감이 감돌며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팽팽해졌다.
금방이라도 그녀에게 달려들 것 같은 이강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뜨거운 시선으로 자신을 피하지 않는 윤주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 내렸고 그 시선에 윤주의 호흡이 빨라졌다. 빠르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그녀의 가슴팍을 보던 이강이 천천히 손을 올려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칠흑 같은 까만 머리가 그의 기다란 손가락에 감겼다. 머리만큼 까만 눈동자가 그를 담고 있었고 이강의 호흡 역시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이강의 손가락이 그녀의 얼굴을 향했다. 처음 볼 때부터 욕심날 정도로 매력적인 여자였다. 선이 가늘고 체격이 작았지만 범접하기 힘든 도도함이 있었다. 하지만 불안한 듯 눈동자가 떨리는 지금은 마치 연약한 어린 새 같았다.
“떨고 있네.”
자신의 커다란 셔츠 밑으로 보이는 가는 목덜미와 분홍빛 살결, 촉촉하게 젖은 머리와 아릿하게 보이는 속옷까지 마른침을 넘어가게 한다.
볼록한 이마, 선이 예쁜 아담한 코와 고집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입술, 그중에 가장 압권은 사람을 꿰뚫을 것 같은 그녀의 눈빛이다. 자신의 모습이 비칠 정도로 칠흑같이 까만 눈동자는 쉽게 시선을 뗄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이다.
이강의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뜨거운 입김을 내뱉고 있는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녹아내릴 듯 아주 부드럽게, 아주 야하게 쓰다듬는 그 손길을 윤주는 피하지 않았다. 자신을 갈망하는 이 남자를 피하기는커녕 그대로 안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까지 했다.
그녀의 욕망을 고스란히 느낀 듯 조금은 야비한 미소를 지은 이강이 윤주의 허리에 팔을 감아 단번에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였다.
“싫으면 피해.”
당당한 이강의 말에 눈동자 속 작은 분노의 불꽃을 피워 올린 윤주가 그의 목을 잡아당겨 강하게 입술을 부딪쳤다. 망설임도, 물러남도 없이 그의 입술을 탐하던 윤주가 그의 도톰한 윗입술을 빨아들이며 살짝 벌어진 입술 틈새로 자신의 아랫입술을 밀어넣었다
교차된 서로의 입술을 빨아대며 이강은 윤주의 허리를 힘줘 안아 자신의 혀를 밀어넣었다.
서로를 원하는 욕구를 숨기지도 않고 얌전하게 내숭도 떨지 않았다.
두 사람의 혀가 농염하게 서로를 탐했다. 길게 혀를 얽고 빨아대고 뜨거운 숨결을 나누며 서로의 몸을 만져댔다. 이강의 손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셔츠 안으로 사라졌고 윤주의 손 역시 단단한 그의 가슴을 만져댔다.
긴 키스였다. 질척거리는 입술 부딪치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끊임없이 상대를 탐하고, 가지고 있는 관능을 내뿜고 키스가 끝났을 때 두 사람은 키스가 아닌 정사라도 나눈 사람들처럼 깊은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강이 입술을 떼자 윤주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키스는 끝났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꼭 안은 채였다. 그녀의 셔츠 안으로 들어간 이강의 손은 다 풀어내지 못한 욕망으로 여전히 그녀의 몸을 쓰다듬고 있었고 그건 윤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안고 싶어.”
이강의 목에서 욕구를 가득 실은 탁한 음성과 더한 열정을 담고 있는 뜨거운 눈빛이 윤주의 얼굴로 쏟아졌다. 윤주 역시 열기 가득한 얼굴로 이강의 눈빛을 담담히 받아냈다. 도리어 그가 당장이라도 자신을 어떻게 해주길 원했다.
“나 역시.”
윤주의 그 말 한마디가 이강의 욕망에 확 불을 붙였다. 간신히 잡고 있던 이성은 날아가고 당장 이 여자를 안아야겠다는 욕구만 남았다.
이강은 잡아먹을 듯 그녀의 입술을 물어뜯으며 그녀를 안아 들었다. 자신의 허리에 감긴 그녀의 다리를 쓰다듬으며 침대까지 가는 그 짧은 거리를 참지 못하고 성급하게 그녀의 가슴을 차지했다.
“흐으음…….”
윤주가 침대에 눕혀지는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 셔츠가 날아갔다. 선이 고운 몸을 보며 마른침을 삼킨 이강이 제 바지허리에 손을 올렸다. 그녀의 눈동자가 손을 따라 움직이는 걸 느끼며 아주 천천히, 그리고 섹시하게 벨트를 풀었다. 하나 남은 속옷에 손을 올리자 윤주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런 윤주가 흡족하다는 듯 이강의 웃음이 깊어졌다.
자신을 봐주는 윤주의 뜨거운 시선과 노골적인 반응에 그의 신경줄이 모두 자글자글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팬티까지 벗어던지는 동시에 그녀와 몸을 겹쳤다. 윤주의 목덜미에 얼룩덜룩 자국이 남도록 입을 맞추며 가슴을 가리고 있는 브래지어를 벗겼다. 하얗고 동그란 젖무덤 위에 분홍색 유두는 이미 잔뜩 성을 내고 있었다. 이강은 시선을 빼앗은 가슴을 단번에 입안으로 삼켰다.
“하아아.”
윤주는 혀로 자신의 유두를 희롱하는 이강의 머리를 꼭 끌어안았다. 허리를 휘며 그의 입안으로 가슴을 더 밀어넣고 조금이라도 더 그와 닿고 싶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단단한 근육과 부드러운 살결, 그의 맨살과 닿는 걸 방해하는 바지를 벗으려 그녀가 움직이자 이강이 단번에 벗겨버렸다.
맨몸이 된 두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으며 눈을 맞추고 미소 지었다. 이강은 윤주의 얼굴을 매만지며 그녀의 풍족한 허벅지를 벌리고 제 허벅지를 밀어넣었다.
아찔하게 부딪친 중심부는 이미 촉촉하게 젖어 열기를 내뿜는 중이었다. 허벅지로 은근히 비벼대자 윤주가 죽을 듯 신음소리를 냈다.
“흐읏, 빨리.”
윤주의 재촉에 급하게 입으로 포장을 찢은 이강은 콘돔을 끼고 그대로 그녀 안으로 잠겨들었다.
“으으음.”
이미 준비를 마친 그녀의 음부는 아주 부드럽게 남성을 받아들였다. 속살을 밀어내고 중심을 차지하는 그의 거대한 페니스에 숨조차 쉬는 게 힘들었다.
“으읏. 너무, 커…… 흣.”
이강은 이미 충분히 준비됐음에도 힘들어하는 윤주의 허리를 잡고 단번에 아주 깊숙한 곳까지 치고 들어갔다. 뭘까, 이 마음속에 차오르는 만족감과 소유욕은. 이강은 생소한 기분을 느끼며 아주 강하게 그녀의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오랜만에 발동한 성욕은 그를 미치게 만들었고 그 상대인 윤주를 지독히도 탐하게 만들었다. 상체를 세운 이강은 자신의 힘에 밀리는 윤주의 골반을 힘줘 잡고 계속 치받았다.
윤주의 미간에 살짝 잡힌 주름, 손짓 하나, 휘는 허리, 거친 신음까지 그녀의 모든 것이 그를 잡아끌었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윤주 역시 무아지경이었다. 지금 그녀를 온통 차지하고 있는 건 이강뿐이었다. 다른 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었고 떠올릴 수 없었다.
자신과 눈을 맞추고 황홀한 표정으로 힘차게 움직이고 있는 남자는 황홀 그 자체였다. 윤주의 손톱이 그의 팔뚝에 박혔지만 이강을 자극할 뿐이었다.
이강이 낭창한 윤주의 허리를 잡아 일으켰다. 그녀가 이강의 허벅지에 앉으며 두 사람의 결합이 한층 더 깊어졌고 자궁에 닿을 듯 깊게 들어오는 그의 분신에 윤주가 인상을 쓰며 그의 목에 매달렸다.
“너무, 깊어.”
“부드럽게 움직여봐.”
이강이 그녀의 귀를 혀로 길게 핥으며 허리를 감은 팔에 힘을 줬다. 윤주는 그의 어깨를 잡고 깊이를 조절하며 천천히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본능적으로 쾌락을 좇는 윤주의 허리 놀림은 점점 더 능숙하고 현란해졌다. 천천히 동그랗게 허리를 굴리며 그를 안달 나게 하기도 하고 위아래로 과격하게 움직이며 점점 더 쾌락을 좇아갔다.
자신의 위에서 아름답게 춤을 추듯 움직이고 있는 윤주를 이강이 진지하게 보고 있었다.
단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윤주를 보던 이강의 손이 그녀의 여린 어깨부터 황홀하게 흔들리고 있는 가슴을 지나 오목한 배까지 다다랐다.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고 실크처럼 부드러운 피부, 살짝 인상을 쓴 황홀한 표정, 유려하게 움직이는 허리, 눈앞을 어지럽게 하는 가슴까지 완벽한 예술품이었다.
“당신은 내가 상상하게 만드는군.”
이강의 그녀를 꽉 안으며 귀에 속삭였고 순식간에 자세를 바꿔 그녀를 자신의 밑에 눕혔다. 놀라서 자신의 목을 꼭 끌어안은 윤주의 아랫배를 꾹 누르고는 사정없이 그녀의 앞으로 깊게, 깊게 밀고 들어갔다.
“흐하앗.”
목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그녀의 신음을 음악처럼 즐기며 이강의 허리는 점점 더 힘차게 움직였다. 머릿속이 하얗게 바래지고 몸의 신경줄을 조각내는 것 같은 환락에 윤주의 허리가 아치를 그리며 올라가고 그녀의 속살은 사정없이 그의 분신을 조여댔다.
드디어 마지막, 까마득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아찔한 절정에 이강 역시 사정을 했다. 사정한 후에도 한참을 허리를 움직이며 윤주의 작게 진동하는 속살을 느끼고 또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