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이 박힌 머리 장식은 빼서 던지려고 했으면서 고작 단추가 예뻐서 아깝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리엘라의 기준은 범인의 눈으로는 역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범인 반테르는 이해를 포기하고 그냥 그러려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더 떼어드릴까요?”
“응.”
“그런데 분수에 안 던지실 거면 어디에 쓰실 생각입니까?”
“그냥, 나 가질래.”
위에서부터 순차적으로 단추를 뜯던 반테르의 손이 일순 주춤했다. 가진다는 말은 보관하겠다는 뜻인가. 문제가 될 건 없었지만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말 그대로 괜히.
주춤하던 손이 이내 부지런히 남은 단추를 풀었다. 속도가 빨라서 푸는 것과 뜯어내는 것이 거의 동시였다.
잠시 후 의복에 달려 있던 단추들은 본래의 역할을 잃고 대신 리엘라의 손바닥 위를 풍성하게 장식했다. 리엘라는 양손을 오목하게 모아 그릇처럼 단추를 담았다.
새삼 신기한 듯 응시한다. 리엘라는 달빛에 더 가까이 대려는 듯 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이거 봐.”
“…….”
“빛난다?”
오늘은 달이 그리 환하지 않은데도 용케 달빛이 잘 드는 자리를 찾아냈다. 은은한 빛 아래에서 단추들이 물 만난 듯 제 광택을 뽐냈다. 말처럼 잘 보면 반짝이며 빛이 나는 것처럼도 보였다.
“예쁘지.”
자랑하듯 히히 웃는다. 하얀 이가 다 드러나는 웃음이 해맑았다.
리엘라는 언제든 웃을 때면 손으로 입을 가리는 법이 없었다. 미소는 물론이고 박장대소를 터뜨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단추 때문에 양손이 자유롭지 못하다지만 어차피 빈손이었어도 달라질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랬다. 걸을 때는 기분에 따라 지나치게 개운차서 드레스 자락은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펄럭거리기 일쑤고, 야무지기는커녕 아이처럼 부주의해서 혹 넘어지거나 다칠라 시종일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말투에서는 교양을 찾아볼 수가 없고 언성을 높이기는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내키는 대로 행동하기가 몸에 배어 간혹 이러다 나중에 사고라도 치는 것 아닌가 맥락 없이 걱정이 일 정도였다. 생각해 보면 이 이상 손이 많이 가기도 어려울 타입이었다.
“……예쁘네요.”
그렇지만 이 순간 목소리가 약간 잠겨 나온 것은 분명 그런 것들이 불만이어서는 아닐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으면 해요.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
왜 이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떠올랐을까. 반테르는 조금 혼란스럽게 눈을 깜박였다.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단추들. 그것을 자랑하듯 보여주며 화사하게 웃는 리엘라. 어느 것을 보고 예쁘다고 대답했는지 반테르는 스스로도 답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