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나와도 되는 겁니까?”
“안 되지.”
“너무 태연하십니다만.”
후작이 머물던 황궁의 거처는 반테르가 병사들을 끌고 가서 뒤집었다. 가구를 들어내고 바닥을 파보는 등 안 해본 것이 없었다.
그렇게 했는데도 발견되는 것이 없어서 이곳이 아니라 후작저에 있는가 보다 했다. 한데 저택에서도 나오지 않았다니.
반테르의 낯이 찜찜해졌다.
“설마 정말로 결백한 건…….”
“그럴 리가.”
“해본 소립니다.”
“그리고 설사 반역과 무관하더라도 어차피 그놈은 죄인이야.”
황제는 전날 오르밀을 성 안으로 들여온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사람을 붙였었다. 그렇게 해서 드러난 인물은 바로 볼텐 후작이었다. 그놈이 감히 메일을 노렸다.
황제의 입장에서 메일을 건드리는 건 오히려 반역보다 더한 대역죄였으니 후작의 목이 떨어지는 건 이미 정해진 미래나 다름없었다.
“살려둘 마음 따위 없으니 증거야 만들면 그만이지. 하지만 그 전에…….”
황제가 느긋하게 몸을 일으켰다. 거처와 저택을 쥐 잡듯 뒤졌는데도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부터 머리 한편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저택은 넓으니 아직 수색할 범위가 남아 있을 테지만 황제는 어쩐지 찾는 것이 그곳에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어디 가십니까?”
“확인하러.”
그는 눈짓으로 뒤따를 것을 명했다. 반테르가 순순히 움직였다. 복도로 나선 황제가 혼잣말을 흘렸다.
“궁금하군. 기껏 후작이 머리를 굴려 생각해 낸 방법이 열두 살 여자아이의 꾀와 얼마나 다를지.”
“예?”
알아듣지 못한 반테르가 의아한 기색을 비쳤으나 부연은 없었다.
얼마 걷지 않아 곧 두 사람이 장소에 도착했다. 반테르의 낯에 서린 의아함이 더 짙어졌다. 잠시 후 그것은 놀라움으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