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려라 메일 (89)화 (89/144)

믿을 수 없게도 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에겐 부끄러움이라는 것이 없었다. 메일이 판단하기로는 그랬다. 그녀는 처음으로 들어갔던 테라스에서 겪었던 전개를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아, 죄송해요. 빈 테라스인 줄 알고 그만.’

메일은 기억했다. 그녀가 문을 열었을 때 웬 남자와 여자는 서로 일을 치르기 직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거기까진 미리 마음의 준비를 마쳐 두었기에 메일은 용케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변명을 입에 올렸다. 충격이 시작된 것은 그 이후부터였다.

‘아뇨, 괜찮아요. 자리 남았으니 들어와요.’

‘……네?’

‘같이 즐기자고요.’

반쯤 헐벗은 여자는 갑자기 등장한 불청객을 내쫓기는커녕 초대했다. 잘못 들은 것이 아니다. 분명 초대였다.

극히 평범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메일의 모럴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라 그녀는 뇌에 과부화를 일으키며 그 자리에 굳었다.

‘왜 가만히 서 있어요? 이치가 두 명은 힘들 것 같아서요? 아니에요, 얼마나 잘하는데. 세 명까지도 된다고요. 한 명은 손으로, 한 명은 이…….’

‘안녕히 계세요!’

메일은 간신히 도망쳤다. 아슬아슬했다. 더 있었다간 필시 귀를 잃고 말았을 것이다. 어딘지 들어선 안 될 것을 들은 기분이었으나 마지막까지 듣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첫 테라스가 그 지경이었으나 메일은 그럼에도 그때까지 작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하하, 설마. 방금은 운이 없었던 거겠지. 유난히 그 사람이 파격적이었던 거겠지. 그러나 환락가의 파티에서 범인의 희망이란 짓밟히라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메일은 네 번째 테라스의 문을 닫으면서 깨달았다. 운이 없었던 거기는 개뿔. 첫 번째 테라스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그녀는 네 번째 테라스에서 앞서 여자에게 받았던 제안을 타인이 손수 실천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곤 시력을 잃을 뻔했다.

방금 문을 닫은 것은 여섯 번째 테라스다. 얼굴 모를 남녀가 서로 상황극을 하고 있던-아마 스승과 제자 설정이었던 것 같았다-그곳은 그나마 앞선 다른 곳들보다는 공해 수준이 낮았다.

메일은 무려 예절 교사 역할을 시켜주겠다는 영광스러운(?) 제의를 뒤로하고 냉정하게 장소를 옮겼다.

‘차라리 꺼지라고 욕을 해줬으면…….’

은밀한 시간을 방해받으면 사람은 보통 불쾌해한다. 짜증을 내거나 심하면 욕을 퍼붓는다.

메일은 되레 그것이 몇 배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된 게 여기 있는 인간들은 죄 초대를 못해서 안달이었다. 메일은 난생처음 타인에게 배척받고 싶어졌다.

‘후우, 그래도 얼마 안 남았다.’

한숨을 삼킨 메일이 전면을 응시했다. 1층에 있는 테라스는 이제 눈앞에 있는 이것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비록 2층, 3층이 따로 존재했지만 그래도 한 층을 모두 탐색했다는 건 묘한 만족감을 주었다.

‘부디 엘리사, 여기에 있어줬으면…….’

메일은 간절히 바라며 문손잡이를 잡았다. 조심스레 열면 외려 일부러 접근했다는 것이 티가 나므로 그녀는 부러 문을 과감하게 열어젖혔다. 그러는 편이 누가 있는 줄 몰라서 그랬다고 둘러대기에는 더 편했다.

벌컥. 문을 열자마자 사이로 바람이 스며든다. 메일은 즉시 실망했다. 테라스 안에는 남자 혼자뿐이었다.

‘없네.’

확인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저 치가 엘리사일 리는 만무했으니까. 남자는 상념에 빠진 듯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다가 메일의 등장에 시선을 주었다. 눈이 마주쳤다.

“방해해서 죄송해요. 아무도 없는 줄 알고. 그럼 이만…….”

“잠깐.”

남자가 메일을 불렀다. 메일은 문고리를 잡은 손에 힘을 주려다 일단 멈칫했다. 이쪽에서 먼저 대뜸 문을 여는 무례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니 상대가 어떤 개소리를 하더라도 한번은 들어줄 생각이었다.

남자는 예상보다 평범한 소리를 했다.

“혹시 파트너가 있나?”

남자의 말은 그저 파트너의 유무를 물었다는 점에선 무난하고, 초면에 다짜고짜 반말을 했다는 점에선 예의가 없었다. 그래도 개소리라고 쳐 줄 정도는 아니다. 메일은 짧게 고민한 뒤 대답했다.

“있어요.”

없지만 왠지 있다고 대답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 예감이 들었다. 남자는 입맛을 다셨다.

“아쉽군. 그래, 이런 미인을 가만히 놔두었을 리는 없지.”

“그쪽은 혹시 파트너가 없나요?”

메일은 그냥 문을 닫기 전 혹시나 해서 물었다. 만에 하나긴 하지만 저 남자가 엘리사의 파트너일 수도 있으니까. 남자의 대답은 느릿하게 흘러나왔다.

“있었지. 조금 전에 빼앗겼지만.”

‘빼앗겨?’

남자의 답에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파트너를 빼앗기다니. 상대가 변심을 했다는 소린가?

메일은 설핏 궁금했으나 남자와 더 말을 섞고 싶지 않아서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솟아오른 호기심을 그대로 묻어버린 그녀가 문을 닫았다.

닫고 나자 삼켰던 한숨이 결국 흘러나왔다.

“후우, 이로써 1층에는 없구나.”

더 정확히 말하면 1층의 테라스에는 없었다. 메일은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가 가면 위로 그것을 눌러 폈다.

‘조금 쉬고 2층으로 올라갈까.’

악단은 아까부터 단 한시도 변주하지 않았다. 거튼이나 텔리야가 먼저 찾지 못했다는 소리였다.

거튼이야 애초 제대로 찾고 있을 거란 기대조차 들지 않으니 상관없었지만, 텔리야가 아직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건 조금 아쉬운 일이었다.

그녀의 미녀 탐지 능력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메일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 음료를 집어 들었다.

“이런, 실수.”

그때 옆 사람이 누가 봐도 고의로 메일에게 부딪혔다. 메일은 미약하게 휘청거린 뒤 손에 든 잔을 확인했다. 부딪히기 직전 다른 손으로 잔의 윗부분을 덮었기에 안에 든 음료는 바깥으로 조금도 흐르지 않고 멀쩡했다.

“앞으론 조심하세요.”

메일은 담담한 어조로 통상적인 충고를 주었다. 몸을 부딪쳤던 남자가 당황한 기색으로 주춤거렸다. 표정이 보이지 않음에도 어쩐지 메일은 상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게 아닌데.’

……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메일은 음료를 마시지 않고 그대로 사용인에게 반납했다. 속셈이 훤히 보여서 당해 주기가 더 민망했다. 그녀는 자유로워진 손으로 제 가면 끄트머리를 매만졌다.

‘이걸 그렇게 벗기고 싶은가.’

사실 처음이 아니었다. 사람 생각은 다 비슷하게 마련이며 그를 통해 파생되는 행위도 거기서 거기인 것이 보통이다.

메일은 이미 유사한 수작을 앞서 두 번이나 당했다. 상대는 잔이 그녀의 얼굴에 가까워질 때만 노려 집요하게 그것을 엎으려 들었다.

두 번은 피했고 이번엔 미처 회피가 늦어 대신 잔을 감싼 것이다. 총 세 번의 위기를 모면한 메일이 내심 혀를 찼다.

‘얼굴은 봐서 뭐 하려고.’

쓸데없는 일에 쏟는 심력이 퍽 정성스럽기도 했다. 메일은 고개를 내저은 뒤 티슈로 손바닥에 묻은 음료를 꾹꾹 눌러 닦아냈다. 장갑은 색이 어두워서 얼룩이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아까운 내 장갑.’

그렇지만 티가 나지 않더라도 물든 것은 물든 거다. 말끔히 지워내려면 가능한 빨리 세탁을 맡기는 편이 좋았으나, 메일은 장갑을 버릴 것을 감수하고 그냥 계속해서 끼고 있었다. 지금은 맨손조차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한가한 치들이 가려진 곳을 보고 싶어서 안달을 내니 평소엔 신경 쓰지 않던 부위까지 공연히 꽁꽁 싸매고 싶어진다.

메일은 장식 없이 늘어뜨린 머리카락으로 자기 목을 칭칭 감았다. 천연 머플러다, 이 관음증 변태들아.

메일은 그렇게 웃지 못할 행색을 하곤 걸음을 옮겼다. 목표는 2층이었다. 헛수작을 당하고 나니 쉴 마음도 사라졌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엘리사를 만나고 이곳을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을 뿐이다.

눈도 위협당하고 귀도 위협당하고. 거기에 어떻게든 가면을 벗겨보려는 허튼 계교까지, 이렇다 할 위험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도를 넘게 피곤했다. 메일은 정신력이 펑펑 고갈되는 걸 느끼며 계단으로 향했다.

“안녕, 레이디?”

그러나 얄궂은 향락 파티는 그녀가 계단을 밟는 것조차 순순히 허용하지 않았다. 메일은 눈살을 찌푸리고 저를 막아선 이를 올려다보았다. 밝고 새빨간 가면. 그 아래로 치아를 내보이며 히죽거리는 입이 눈에 들어온다.

이건 또 뭐야. 연못 같던 인내심이 세숫대야 수준으로 줄어든 메일이 대응을 포기하고 몸을 돌렸다.

“계단이 뭐 여기 하난가.”

“어어? 무시하기야?”

빨간 가면을 쓴 남자는 집요했다. 어느 정도냐면 돌아서는 메일의 손을 잡으려 들었을 만큼. 재빠른 운동신경으로 그걸 피한 메일이 기가 차서 상대를 쳐다보았다.

“성추행?”

“추행이라니. 나는 그냥 붙잡으려던 거지. 그나저나 레이디, 참 날쌔다.”

“강제로 붙잡는 걸 추행이라고 해요. 다섯 살 때 배우는 내용일 텐데?”

“아아, 알았어. 붙잡지는 않고 그냥 이야기만 할게. 레이디한테도 나쁜 건 아니야! 난 레이디를 도와주려 온 거니까.”

도와주러 왔다는 양반 태도가 참 정중하기도 했다. 메일은 문득 거튼을 떠올렸다. 그 정도는 신사 중의 신사였군. 새로운 비교군이 생기면 평가도 바뀌게 마련, 거튼 멀그므의 평가 점수가 마이너스에서 다시 0점으로 회복되었다.

‘이 작자는 시작부터 마이너스 100을 찍네.’

“무슨 도움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요 없어요. 그럼 안녕.”

“사람을 찾고 있지? 누굴 그렇게 찾아?”

메일이 돌리려던 발을 멈췄다. 그녀는 3초쯤 고민하고 도로 상대를 응시했다.

“알면? 찾아주시려고?”

“내가 어떻게 레이디의 용무를 알았는지는 안 물어봐?”

“뻔하죠. 아까부터 계속 몰래 지켜봤겠지. 변태처럼.”

“응, 마지막 말만 빼면 정답이야. 그래서 누굴 찾는데?”

“엘리사.”

메일은 뜸들이지 않고 바로 말했다. 하는 양을 보아하니 이런 곳에 하루 이틀 드나든 게 아닌 모양인데, 어쩌면 엘리사를 찾는 것에 정말로 도움이 될지도 몰랐다. 남자는 그 이름을 듣곤 제 턱을 매만졌다.

“아아, 그 엘리사? 목적이 궁금한데, 물어봐도 안 알려주겠지?”

“잘 아네요.”

“뭐, 좋아. 아무튼 엘리사라니 다행이네. 그녀를 찾는 거라면 내가 레이디에게 톡톡히 도움을 줄 수 있을 테니까.”

“어떻게?”

“엘리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거든.”

그렇게 말한 남자가 씩 웃었다. 조금 전보다 이가 더 훤히 드러나는 환한 웃음이었다. 비록 일부만 보인다지만 웃는 낯이 저렇게 비호감이기도 쉽지 않은데. 메일은 그리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어디 있는데요?”

“직접 안내해 주지, 레이디.”

“아뇨. 사양할게요. 그냥 위치만 설명해 줘요.”

메일이 단호하게 나오자 남자가 멈칫했다. 그의 미소가 찰나 어그러졌다. 메일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왜? 연회장은 넓어. 길이 헷갈릴 텐데, 그냥 호의를 받아들이는 게 낫지 않겠어?”

“알려줄 마음이 없으면 됐어요.”

“잠깐, 잠깐! 급한 게 아니었나? 나와 함께 가면 바로 엘리사를 만날 수 있는데?”

남자가 몸을 움직여 메일의 앞을 가로막았다. 메일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지체 높은 가문에서 독녀로 곱게 자랐지만, 크면서 틈틈이 변태에 시달린 데다 눈치가 꽤 빨랐다.

상대의 제안이 호의가 아니라 개수작이라는 것쯤은 어렵잖게 알아챌 수 있었다.

‘정말 엘리사가 그곳에 있다면 모른 척하고 따라가 주겠지만.’

메일에게는 보험이 하나 있었다. 바로 브로치. 우선 따라갔다가 정 위험하다 싶으면 브로치를 통해 텔리야를 부르면 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엘리사를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이 담보될 때의 얘기였다. 메일이 판단하기에 남자의 말엔 신뢰성이 없었다.

“그래요? 바로 만날 수 있다고?”

“그렇다니까.”

“그리 자신할 정도면 조금 전까지는 엘리사와 함께 있었나 보군요.”

“물론이지. 그녀의 파트너가 내 일행인걸.”

“좋아요. 그럼 오늘 엘리사가 입고 온 드레스 색깔이 뭐죠?”

“그건…….”

남자의 말문이 막혔다. 머뭇거리는 사이 메일은 주저 없이 몸을 돌렸다. 거봐, 역시 거짓말이지. 그때 대뜸 남자가 뒤돌아선 메일의 팔목을 잡아챘다.

“……!”

“이봐, 레이디.”

메일은 즉각 뿌리치려 팔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그녀는 제 또래의 숙녀들보단 힘이 센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성인 남자를 당해낼 정도는 아니었다. 남자가 미소를 지우고 이죽거렸다.

“튕기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파트너도 없이 이런 곳을 돌아다니면서 왜 이렇게 안일해?”

“누가 없대? 놔요!”

“아까부터 지켜봐 왔다고 했잖아? 레이디의 파트너는 무슨 투명인간인가? 아아, 레이디. 부디 나를 이대로 신사로 남아 있을 수 있게 해줘.”

“숙녀를 겁박하는 신사는 귀 생기고 나서 처음 듣네. 안 놔요?”

“레이디, 정말 몰라서 이래? 이런 파티에서 파트너가 없는 여성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나 정도면 대단히 신사적으로 접근한 거야.”

정신 나간 놈이. 자랑이다. 메일이 기가 차서 헛숨을 뱉었다.

메일은 뒤늦게 텔리야의 혜안을 깨달았다. 그녀가 옳았다. 제게 브로치를 달아줄 때만 해도 바깥도 아니고 실내에서 이게 웬 과보호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환락가에서 실질로 위험한 것은 눈먼 범죄자가 아니라 바로 이놈 같은 무뢰배였다. 예의도 없고 도리도 없는 데다 오만하기는 하늘을 찌르는 머저리.

이런 자식이 귀족이라니 제국의 미래가 암담하다. 메일은 남의 나라 앞날을 걱정하며 브로치를 손에 쥐었다. 억지로 붙잡힌 팔에서 마치 벌레가 기어가듯 불쾌감이 치밀었다. 아니, 차라리 벌레가 훨씬 낫지.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강압적인 접촉은 그날을 떠올리게 한다. 어두운 복도. 대응할 수 없었던 폭력과 억압. 나약하고 초라한 스스로. 힘을 주어도 미동하지 않는 팔은 그때와 비슷한 무력감을 불러일으켰다. 속이 크게 울렁거린 메일이 입술을 깨물었다.

텔리야를 부르려면 브로치를 부수면 된다. 그녀가 막 브로치를 떨어뜨려 발로 밟으려던 순간이었다.

“……어?”

빨간색 가면을 쓴 남자가 멍청하게 눈을 확장했다. 잡고 있었던 상대의 팔을 놓쳤다. 자의는 아니었다. 누군가가 갑자기 그의 손목을 붙잡고 비틀어 손에서 힘이 빠지게 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러고도 남자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남자는 반사적으로 손을 빼보려 힘을 주었다.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어? 당황한 듯 그에게서 멍청한 소리가 재차 흘러나왔다. 그때 서슬 퍼런 목소리가 머리 반 개쯤 위에서 남자에게로 떨어졌다.

“남의 파트너에게 이따위 개새끼 짓이라. 어떻게 갚아주어야 할까, 이걸.”

언성은 높지 않았으나 마디마다 묻어나는 분노가 살기처럼 진득했다. 아니, 실은 비유가 아니라 정말 살기가 맞다. 전신에 소름이 돋은 남자가 제가 왜 떠는지도 모르면서 몸을 오들거렸다.

메일은 눈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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