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려라 메일 (75)화 (75/144)

로하이덴은 제게 내밀어진 손수건을 보며 당황했다. 메일은 그를 똑바로 올려다보며 손수건을 내밀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나 녹색 눈동자에 담긴 감정은 복잡하여 읽기가 어려웠으나 그는 최소한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달랐다.

메일은 전에 황제의 모습을 한 자신을 이리 대하지 않았다.

“팔 아파요.”

“어? 어, 음, 그래.”

그는 이례적일 만큼 바보같이 대꾸하며 손수건을 받아 들었다. 메일이 그런 그를 응시하며 살짝 웃었다. 로하이덴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뭐지?’

“폐하.”

“……이야기하게.”

“저도 지금, 음, 마음이 많이 복잡해서요. 말이 매끄럽지 않을 수 있어요. 이해해 주세요.”

메일은 그렇게 말하고 시선을 잠깐 아래로 내렸다. 그녀는 평정을 원했지만 그건 쉽게 찾아와 주지 않았다. 심장은 제멋대로 요동쳐서 제 주인을 아프게 했다. 잠시 후 내리깔았던 눈을 도로 든 메일이 말했다.

“제가 걱정되시죠? 신경도 쓰이고.”

“……어?”

“많이 생각해 봤는데. 역시 가지고 놀았다거나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떠올려 보면 범인도 폐하께서 잡으셨고, 별궁의 경비는 아직도 과하고, 머리핀은 그보다 몇 배는 값나가 보이는 함 안에 있었던데다, 지금도 이렇게…… 흐트러져 계시니까.”

로하이덴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는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굳었다. 손에서는 핏기가 빠져나가는 듯하고 속은 철렁이며 내려앉았다.

메일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또 정인…… 이 따로 있으시고. 그리고 많이 소중하시잖아요. 음, 비교를 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만에 하나 감정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다고 해도, 뭐랄까. 제가 그런 걸 못 하거든요. 그 사람 버리고 나한테 와라, 이런 거.”

“…….”

“앞으로도 쭉 못 할 거예요. 그런 성격이라서.”

“……메일.”

“아, 그리고 정원에는 혹시 일부러 안 오시는 거예요? 그러지 마세요. 발길을 끊는대도 제가 끊어야지, 주인을 쫓아내는 건 이상하잖아요.”

“메일.”

“그럼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

“선배님.”

메일은 상체를 꾸벅 숙였다. 그러고 나서 도로 들었을 때 그녀는 더 이상 상대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고동색 드레스를 입은 몸이 뒤를 돌았다. 그대로 멀어진다.

로하이덴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섰다. 움직이지 않는 그는 마치 숨 쉬는 방법조차 잊어버린 사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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